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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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후우, 하고 한숨을 쉬고
나는 고개를 들었다.
손에 든 책에 비치는 태양 빛이 주황빛을 띠는 것을 깨닫고서, 페이지를 넘기는 동작을 일단 멈춘다.
시계에 눈을 돌리니 짧은 바늘은 맨 아래를 돌고 있었다.
타닥 타닥 타닥, 하고 키보드를 치는 소리만이 울리는 저녁의 사무소.
다른 유닛 멤버들은 이미 돌아가고, 내 독서를 방해할 것은 남지 않았다.
누가 말을 건다고 해서, 내 독서가 중단되는 건 아니지만
조금…너무 열중해 버린걸까…
읽고 있던 연애 소설을 일단락하고, 긴 시간 동안 독서를 해서 갈증이 나는 목을 축이려 일단 책을 놓아둔다.
굳어있는 무릎을 억지로 움직이고, 허리를 편다.
가능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가능한 조용하게
그가 내 독서를 방해하지 않았듯, 나도 그의 일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천천히, 조용히 냉장고로
키보드 소리가 멈출 정도로, 천천히…
「벌써, 다 읽은 거야?」
쓸데없던 모양이다.
「…일단락됐으니, 마실 것을…프로듀서는, 어떻게…?」
「그러면, 나도 차 한 잔 마실 수 있을까?」
…하아.
그가 커피를 좋아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사실은 커피를 타 주려고 몰래 연습하고 있었지만, 당사자의 배려로 막혀버렸다.
여기서 무리하게 바꿀 필요도 없기에, 이번에는 주문대로 해 주자.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테니까.
평범하게 걸어서, 냉장고 문을 연다。
그가 마실것 같은 차의 패트병을 기울여서, 2개의 컵에 얼음과 함께 따른다.
또르륵, 하고 흔들리는 표면에는 무표정한 내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받으세요…」
「잘 마실게。조금만 더 하면 내 일도 끝나니까」
…정말이지, 당신은 모든 걸 꿰뚫고 있나요…
조금 피식하고 웃음이 나올 듯한 감정을 억누르면서, 컵을 테이블 위에 둔다
다시 들려오는 키보드 소리를 bgm 삼아 나도 소파에 돌아가 책을 편다.
책갈피를 끼워 둔 페이지를 펴고, 문자를 좇는다.
「연애 소설 이었던가? 요즘 후미카가 읽는 것 치고는 드문 일이네」
「…저도, 그런 것에는 흥미가 있으니까요…」
그자리에서 손을 멈추고, 다시 고개를 든다.
정말이지, 그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확실히 예전부터 책만 읽고 있던 탓에 그렇게 생각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당연히 연애소설도 읽는다.
그리고 그 점에 관해서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을텐데
다시 문자의 세계에 집중하려고 일단 조금 기지개를 켠다
시야에 비치는 데스크 저편에는, 그가 열심히 컴퓨터와 격투하고 있겠지.
어째선지 눈이 간다
…시선이 마주쳤다
「…무슨 이야기야? 꽤 열심히 읽고 있던 것 같던데」
「보고, 계셨군요…」
「아아, 무심코 말이지. 덕분에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라」
…치사해.
이래서는…오늘은 더는, 책에 집중할 수 없잖아요…
무심코, 옆으로 눈을 돌리니 방에는 탄자쿠가 걸려 있는 조릿대가 있었다.
다양한 소원이 적혀있는, 형형색색의 탄자쿠
아마도 이미,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걸어 뒀겠지
그렇다, 내일은 칠석
그 후로부터 딱 일년
당신은 지금도 기억하고 계신가요?
그리고…
「이 책은…」
마치 그 때의 우리들과 같은
그런, 이야기
때는, 5월도 끝나고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의 오후 무렵
조금씩 늘어나는 비 소식에 한숨을 쉬는 시기
그다지 사람이 찾아 오지 않는 작은 고서점에서
숙부님을 도와서 가게를 보던 나는 어쩐지 연애 소설이 읽고 싶어져서 책을 찾고 있었다.
조금 먼지가 쌓인 책장 사이를 지나, 느긋하게 책 표지 부분을 구경하며 걷는다.
기왕이면 평소에 읽지 않는 책이 좋다.
어디에 어떤 책이 있는지는 대략적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로 어떤 책이 있는지 모르는 선반을 찾는다.
손이 닿는 범위의 책이라면 알고 있는 물건이 많기에, 위 쪽의…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책 표지 부분에 쓰여져 있는 문자는 『사랑의 시작』.
평소라면 그냥 그대로 지나쳤을 거라 생각되지만 어쩐지 신경이 쓰여서 책에 손을 뻗었다..
「…응…으…」
…손이 닿지 않는다…
한 번 더 손을 뻗는 것도, 순식간에 팔이 늘어날 리도 없으니 당연히 손이 책 표지에 닿을 일이 없다.
살짝 뛰어서 잡으려 해도, 아슬아슬하게 손이 닿지 않았다.
좀 더 높이 뛰어 봐도, 손이 표지 부분에 닿는가 싶었더니 놓쳐 버린다.
…하아
이 정도면 오기가 생긴다
다음에는 반드시 잡고 말테다
발판에 의지하지 않고, 어떻게든 이 책을…
「책, 집어 드릴까요?」
「…네?」
내가 대답하는 것보다 빠르게 옆에서 뻗은 팔이 책을 내 앞까지 내려 주었다.
아직 젊은, 슈트 차림의 남성
그리고 그 팔의 주인의 모습을 보고, 간신히 나는 상황을 이해한다.
「아…감사, 합니다…손님, 이시죠…?」
「뭐, 그렇네요. 그쪽은 이 고서점의 점원 이신가요?」
끄덕, 하고 수긍하고 책을 안고 계산대로 향한다.
완전히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지만, 어차피 서로 금방 잊을테지
앞머리가 긴 나는 남성의 얼굴을 보지 않고 , 남성도 내 얼굴을 보지 않을테지.
하지만.
등을 돌려 멀어져 가는 나에게 건낸 남성의 말은, 잊을 수가 없었다.
「아, 저기. 아이돌, 어떠세요?」
…이 사람은 대체, 무슨 소리를…?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던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아이돌이, 어쨌다고?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이돌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그런 것은, 아이돌 본인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라고, 하면…
「…아이돌 잡지를…찾고, 계신가요? 죄송합니다만…저희 가게에서 아이돌 잡지의 취급은…」
「아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말이죠」
아무래도 다른 것 같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의미라는 거지?
「저는, 이런 사람이라서…. 아이돌에 흥미는 없으신가요?」
내민 명함에 관심을 두고 보니, 346 프로라고 쓰여 있었다.
책 밖에 흥미가 없는 나라도 , 346 프로라고 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만큼 유명한 프로덕션 이라는 거다.
즉 이 남성은, 그 사무소의 프로듀서 같다.
그런 사람한테, 아이돌에 흥미가 없나요?라고 질문 받았다.
그게 의미하는 건…
…내가…아이돌?
「…네? 그게…무,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만…」
말도 안된다.
하늘과 땅이 뒤집힌다 해도,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뜬다해도.
나한테 그런 권유가 오다니.
「부디 당신을, 저희 아이돌로서 데뷔시키고 싶습니다. 우선은 , 이야기만 이라도…」
「아이돌…인가요. 그것도, 저를…말이죠?」
「네, 당신에게는 재능이 있다。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사고가 흐트러져 냉정함을 잃는다.
어쩌면, 입을 뻐끔뻐끔 거리며 몹시 놀라 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아이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텔레비전에 나오는, 그 아이돌?
반짝반짝하고 팔랑팔랑 거리는 의상을 입고 스테이지에 서는, 그 아이돌?
…나랑은, 정반대의 존재다.
「…저는…그다지,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자신없어서…. 죄송합니다만…」
많은 부정적인 의견이 머리 속에서, 최저한의 말을 꺼내서 거절。
문학의 세계를 접하는 걸로 충분히 만족하는 나에게, 그런 자극적인 일은 맞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도 익숙해질 리가 없다.
애초에 지금도, 상대의 눈을 보고 있지 않다.
그런 내가…아이돌 이라니…
「에 그러니까…그러면 적어도, 이야기만이라도. 들어주실 수 없는지요?」
좀처럼, 단념하질 않는다.
확실히 바로 네 그렇습니까 하고 납득하고 돌아가 버리지는 않겠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물러나 줬으면 한다.
그래도, 그런 것을 강하게 말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무조건 거절했다.
「뭐어…이야기, 뿐이라면…」
내가 그렇게 말하자 , 바로 미소를 짓는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에, 나까지 조금은 미소짓게 된다.
「다행이네요. 아, 명함입니다. 그러니까, 이름이?」
「사기사와 후미카입니다…」
명함을 받고, 이름을 자칭한다.
그러고 보니 , 내밀고 있었는데 받지 않았었다.
이럴 때는 우선 기재되어 있는 전화 번호에 걸어서 확인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거절할테니 필요 없다고 판단.
「그러면 사기사와 씨. 우선, 저희 346 프로는--
「안녕하세요, 사기사와 씨…독서 중이셨나요」
「아…안녕하세요…」
한 단락에 책갈피를 끼워 넣고, 천천히 고개를 든다.
비가 그치고 밖은 노을빛으로 물드는 6월의 저녁 .
우산을 접은 그는, 오늘도 이곳을 찾아왔다.
결국 그 날, 나는 딱 잘라 거절하지 못했다.
그것은 결코 내 마음이 약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내가, 흥미를 가졌으니까.
그가 말하는 아이돌이라는 존재에, 관심이 생겼으니까.
그가 이야기하는 아이돌。
그것은, 나한테 있어서 다른 세계의
마치, 판타지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당연히 그 자리에서 아이돌이 될게요 라고 말할 수 있을 리 없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 넘겼지만
내가 조금 흥미를 느꼈다는 걸 느꼈는지, 그는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 날은 돌아갔다.
그 이후에 그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고 있다.
「실은 어제, 담당 아이돌의 라이브였어요。아직 작은 무대였지만, 이 상태라면…
그는 언제나 이렇게, 즐거운 듯이 아이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책 이외에는 열중하는 일이 없었던 내가, 그런 그의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건 아마도, 나한테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서
마치 읽은 적 없는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빛나는 아이돌의 모습을, 아마도 그 자신이 제일 기뻐하고 있다.
나한테 이야기하는 하나하나에서, 그의 노력과 기쁨이 전해져 온다.
분명, 그렇기에 내 마음이.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고 있는 거겠지.
어쩌면, 아이돌과 책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러면, 슬슬 완전히 날도 저물었으니, 슬슬 가야겠다」
「아…그러면, 다음에 또…」
깨닫고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있었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시계의 긴 바늘도 한 바퀴를 돌고 조금 더 지나 있었다.
책을 읽을 때도 그렇지만, 시간의 경과가 평소보다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올 수 있는 건 다음 주겠네요。일부러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가방을 한 손에 들고 가게를 나선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배웅하며, 나는 책상에 놓아 둔 책에 손을 뻗는다.
그 날 그가 집어 준 책。
이미 두 번째 읽고 있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 자체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사랑 이야기
우여곡절이 있어서 두 사람은 맺어지지 못하는 이야기.
용기를 내지 못한 두 사람이 멀어지고 이별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어쩐지
또 읽고 싶어 진다
어째서, 일까…?
지금의 나는 그 답에 이르는데 필요한 지식과 경험이 없었다.
「벌써 7월 이네요. 요즘 상당히 더워졌는데 괜찮으세요?」
「그렇, 네요… 한 번 책에 열중하기 시작하면, 딱히…」
습도 대신 온도가 오르기 시작한 여름의 시작
오늘도 또, 그는 내 앞으로 찾아 와주었다.
두 명분의 컵을 놓아둔 책상 사이로, 선풍기를 회전시켜 놓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도 책에 관한 생각에 몰두하던 내가, 여기엔 없었다.
신기한 일이다
이렇게나 사람이 달라지다니, 하고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아, 추천해주신 책. 전부 다 읽었어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간단한 감상을 말한다.
일을 하다보면 독서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을텐데, 매번 다음에 올 때까지 대체로 전부 다 읽어오고 있었다.
자신이 추천한 책을 읽어주면, 직접 쓴 책도 아닌데 기뻐진다.
내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상대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은 기분이 좋다
「…요즘, 후미카 씨는 연애 소설을 자주 읽으시네요」
「…확실히, 그렇네요…」
유심하게 보고 있었구나.
분명 나는 요즘 자주 연애 소설을 손에 들고 있다.
지금까지 읽지 않았기 때문일까, 요즘 들어서 단번에 빠지고 있었다.
아직 히로인에게 감정이입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왜 그런 언동을? 하고 따지고 싶어질 때는 있다.
「확실히 있긴 하죠. 왜 거기서 그렇게…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거야! 같이 말이죠」
「그것 만은…실제로, 당사자가 되지 않으면 모르는 거겠죠…」
시답잖은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이런 식으로, 부담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있던 적이 있던가?
물론 가족 빼고
서로 마주보면서, 때때로 시선을 피하면서 상대의 눈을 보고
…그의 시선을 의식하자마자, 어쩐지 뺨이 뜨거워진다
무심코
동시에 서로가 시선을 피했다
앞머리가 눈을 가리고 있기에, 고개를 조금만 숙여도 내 눈은 보이지 않는다
조금씩 시선을 원래대로 돌린다
그 순간, 마침 선풍기 바람이 내 앞머리를 스쳐가서
다시 나는 시선을 피한다
…정말로…나는, 대체…
「죄송한데, 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요?」
「아, 네…저쪽 문이에요…」
수첩을 덮고, 그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의 모습이 문 너머 저편으로 사라지고, 나는 문득 신경이 쓰였다.
…기회, 인걸까…?
사회인치고 아마도 빈번하게, 그는 이곳에 찾아오고 있다
일 자체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걸까
천하의 346프로덕션 이라서, 그렇지는 않을 거라 생각되지만…
방금까지 그가 앉아 있던 자리 앞에는, 몇권의 책과 수첩이 놓여 있었다
분명 그 안에는, 빽빽하게 스케줄이 적혀 있겠지
사리 분별을 할 줄 아는 나는, 신경이 쓰이긴 해도 마음대로 엿보기를 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표지에 손을 대고 열어보려고 했지만, 생각을 고쳐먹고 손을 떼려고 한다
그리고, 그 때
무슨 우연인지, 선풍기 바람이 이쪽으로 불었다
약간 벌어져 있던 표지와, 몇페이지가 함께 말려 들어가 바람에 넘어간다
아와와하고 당황하고 있는 사이에, 페이지는 4월을 지나 5월 중반까지 이르러 있었다
그리고 선풍기 바람은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펼쳐진 페이지는. 5월의 마지막 날
마침, 나와 그가 만난 주였다.
봐서는 안된다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으면서, 눈은 그 날을 찾는다.
일요일, 월요일로 시선을 옮긴다 .
그리고 페이지 중반에, 나는 내 이름을 찾아냈다.
그 날의 오후 예정 부분에, 이 서점의 이름이
그리고 그 옆에, 조금 크게 비스듬한 문자로.
사기사와 후미카, 라고
그저 내 이름이 그의 수첩에 쓰여 있었을 뿐인데
내 고동이 뛰었다
이유 같은 건 모른다
그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하지만, 문득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어째서
스케줄이 처음부터 짜여져 있다는 듯이, 이 고서점의 이름이 적혀 있던 걸까
마치, 미리 이 고서점에 오는 게 정해져 있어서
그날 드디어, 내 이름을 알았다는 것처럼
의문은 점점 커져서, 넘칠 것만 같다.
하지만, 물어볼 수는 없다
나는 멋대로 그의 수첩을 봐 버렸으니까
당황해서 수첩을 덮으려고 표지에 손을 대고 있다가, 나는 멈칫했다
「…아」
「에, 에 그러니까…」
최악의 타이밍에, 눈이 마주쳤으니까.
「그…봐버렸다, 라는 걸까요?」
「…그게…네…」
침묵이 이 공간을 지배한다.
서로가 한마디도 꺼내지 않는다。
눈만은 피하지 못하고 굳은 채로.
시계의 초침 소리 만이 가게에 울려 퍼졌다
필사적으로 변명거리를 생각한다
애초에 원인을 따져보면 선풍기 탓이다
그렇게 전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의문점이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었다.
「…당신은…저와 만나기 전부터, 그…」
마지막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나는 다시 입을 멈춘다
그보다 먼저 사과를 하고 상황을 설명하면 좋았을텐데, 하고。
후회가 밀려왔다.
평상시라면 조용한 공간을 좋아하는데, 지금만은 그 조용함이 아프다.
영원하게 느껴지는 긴장감은, 아마도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테지
조금 전까지 기분 좋았던 시간은, 이미 조금도 남지 않았었다.
후우…하고
침묵을 깬 것은, 그의 한숨이었다
「실은…」
어색하게, 그가 천천히 입을 연다
「…후미카 씨를 아이돌로 스카우트하기 일주일 전에, 한 번 이곳에 찾아 왔었어요」
「그건…어째서, 인가요…?」
어쩐지, 알고는 있었다.
그가 여기에 온 것은 아마도, 그 날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유는 모르겠다
온 이유, 그리고 다시 찾아온 이유를
「전, 아이돌을 스카우트하는 게 서툴러서…그날도 거리를 걷고 있었죠。하지만 전혀 잘 풀리지 않아서…。그 때, 이 고서점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렇다는 건, 이곳에 처음 온 것은 우연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다시 방문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뭔가가, 있었다는 거겠지
「옛날에는 책을 자주 읽어서, 그래서 업무 중인데도 그냥 이 고서점에 들어와 봤어요。기분 전환 겸으로 말이죠。그랬더니…」
그의 시선이, 이쪽을 향한다
「후미카 씨를, 본 거에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첫눈에 반했다, 같은 거네요。이 사람을 내 손으로 빛나게 만들어 주고 싶다, 고。그렇게 생각했어요。하지만, 그 날은 실패만 해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게, 그러니까…감사, 합니다…」
한순간에 체온이 오른다。
너무나도 동요해서, 머리가 돌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영문모를 답례를 말로 꺼냈다.
스으, 하고
일단 크게 숨을 들이켜서, 고동을 진정시킨다
아마도 얼굴은 붉겠지만, 생각과 심장은 정상적으로 되돌려 놨을 것이다. 아마도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어서。그러니까, 당신이 이 고서점의 점원이기를 빌었어요. 그게 아니라면 다시 오기를。그 일주일 후,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찾아왔어요」
아아, 그래서 였나, 하고
나는 납득했다
그래서, 스케줄에는 이미 이 가게의 이름이 적혀 있던 것이다.
만약 내가 이곳의 점원이라고 한다면,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내가 단순한 손님이라고 해도, 대학생은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 요일과 시간대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시 온다면 이때라고 생각해서
한 번만 더, 나를 만나러…
「두 번째에도 좀처럼 말을 걸 수가 없었어요。갑자기 말을 건다면, 의심받지 않을까, 해서. 하지만, 당신이 책을 잡으려 하는 걸 보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마치 운명처럼
당신은 살짝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확실히, 운명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날, 마침 내가 찾을 찾고 있었고
그때, 당신은 때마침 날 보고 있어서
그리고…
내가 잡으려 했던 책의 제목이…
「…그 이후에도, 몇 번이나 이곳에 찾아오고 계시는데…그것도, 일의 일환이라서…?」
「아니요, 업무 중에 이곳에 찾아온 건 처음 한 번뿐이에요。그 외에는 일을 끝내고 나서거나, 아니면 휴일이었죠」
사적인 시간을 할애해서까지, 그는 나를…
…혹시나, 지만
내 자만이 아니라면
그 또한, 지금의 나와 같을지 모르겠다
「…7월 7일에…이곳에, 와 주실 수 있나요…?」
…그렇다면
내 마음의 이상한 감각을 자각했으니
이번에는, 내가
그에게 전할 차례다
하지만…
「중요한…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리해서 전하려면
조금만, 시간을 갖고 싶었다.
7월 7일
세상은 칠석으로서 널리 알려져, 마을은 조릿대와 탄자쿠로 꾸며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 색종이에 펜으로 소원을 적고. 조릿대에 매달고 있다.
쓰여진 내용은 소원, 보내는 곳은 하늘.
소원들이 향하는 아득히 먼 곳에는, 한사람의 청년과 한사람의 공주가 있고.
일년에 한번 있는 둘이서 만날 기회를 오늘 이 날로 맞이하는 그들.
떨어지고 영원한 세월이 흘러도 , 항상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그런 로맨틱한 둘만의 시간을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처럼 , 이 날의 하늘은 구름에 덮여 있었다.
차가 담긴 컵을 기울이며 책을 편다
모처럼이니 뭔가 칠석에 관계가 있는 책을 읽고 싶었지만 , 유감스럽게도 가게에는 두지 않았었다.
어쩔 수 없이 손에 든 책은 , 이것 또한 유감스럽지만 재미있다고는 하기 어렵다.
도중에 덮는 건 내키지 않았기에 , 페이지를 계속 넘기고는 있지만.
…빨리…와, 주세요…
하아 , 하고 내쉬는 한숨.
지금까지 왔던 걸로 봐서, 대략 그가 몇 시쯤 이곳에 방문할지는 알고 있다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시간은, 독서에 열중하고 있으면 순식간에 지나갈 만큼 짧은 시간이다.
일이 바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오늘만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일을 끝내고 왔으면 한다.
턱을 괴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문장을 읽어나간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숙부님께 받은 탄자쿠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소원을, 마음을 하늘에 보낼 필요는 없으니까.
보내는 상대는 단 한사람
그리고 그것은, 제대로
내 입으로, 전하고 싶었으니까
그가 권한대로 나는 아이돌이 될 생각이었다.
내가, 내 힘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는 존재가 된다.
그건 분명, 몹시 훌륭한 일이니까.
하지만, 전하는 결의는.
내 마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중에는 그로 인해 누군가를 상처입힐지도 모른다.
그에게 폐가 될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아도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이제서야 깨달은 내 마음에
솔직해지고 싶었으니까
무섭지 않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무섭다.
슬픈 결말을, 비참한 말로를 몇 번이나 떠올려 버렸다.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을 넘지 못하면, 분명 나한테는 다시없을 이 기회를 놓치고 말 거다.
「안녕하세요。일을 끝내는데, 평소보다 오래 걸려서」
입구에서, 그의 모습이 보인다.
해야 할 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용기를 낼 수 없는 나는, 읽고 있던 책과 함께 덮어둔다。
욕심쟁이일지도 모르고,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데도.
당신이라면 분명 이루어 줄 것이다。
그래, 믿으니까
「저는ーー
「후우…드디어 끝났네. 기다리게 해서 미안」
「아니에요… 제가 멋대로 하는 일이니까요…」
「고마운걸」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기뻐서
나는 당신의 눈을 보며, 미소 지었다.
이미 날을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창 밖에는, 밤하늘이 아름답게 퍼져 있었다。
이만큼 맑은 하늘이라면 분명, 일년에 한 번 있는 둘만의 만남도 잘 되고 있을것이다
「결국, 그 이야기는 씁쓸한 결말인가」
「그런 이야기도…저는 좋아하니까…」
하지만, 슬픈 결말은 책의 세계로 충분하다。
내가 일 년 전에 떠올린 슬픈 결말은, 페이지를 넘기면 알 수 있는 픽션이고
지금 이렇게,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행복이, 현실이니까
「그러면, 슬슬 들어갈까。책은 챙겼어?」
「네…아, 하나…잊은 물건이…」
그렇게 말하고, 책상에 놓아둔 탄자쿠에 손을 뻗는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지만, 소원은 직접 전할 수 있다.
그야…
소원을 이루어 주는 건, 당신이니까
내 마음을 적지 않은 탄자쿠를, 당신에게 직접 전한다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당신에게
나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곁에…있어,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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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나 올리는게 이렇게 힘들다니..
원래 다른 곳에 올릴 때는 몰입도 높이려고 일부러 aa를 삽화처럼 넣었지만
여기는 넣는 순간 다시 글이 잘려버리니 무리군요
이 작품은 전에 다른 분이 올리신 사기사와 후미카 [탄자쿠에 소원을] 이라는 작품을 쓴
작가분이 쓴 글로 사기사와 후미카 [탄자쿠에 소원을]을 쓰고 정확히 1년 후에 쓴 작품입니다.
또한 사기사와 후미카 [탄자쿠에 소원을]은 어디까지나 IF 라고 작가는 서문에 밝히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3개 연속 업로드가 됐군요. 후미카 생일도 기념했고, 이 작품의 멘붕을 잡는 것도 이것으로 해결했으니 아쉬움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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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잘 됐군 잘 됐어
멘붕했던 것도 까마득하게 잊고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