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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린 「메인 히로인」

댓글: 5 / 조회: 3499 / 추천: 5



본문 - 11-29, 2016 23:20에 작성됨.


시부야 린 「메인 히로인」



 
 오늘도 하룻동안 수고했다고, 일에 지친 자신을 다독이면서 캔맥주를 땄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이런 시간에 전화를 하다니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것과 동시에,
  일과 관련해서 뭔가 긴급한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해버렸다.
 
 침대 스탠드에 놓여진 충전기에서 스마트폰을 빼내고 화면을 보니, 거기에는 시부야 생화점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시부야 린(15)



「여보세요」
「아, 프로듀서씨신가요? 린이, 린이」

 전화상대는 내가 담당하는 아이돌, 시부야 린, 의 어머니였다.
 
 평상시는 근면하며, 가족도 잘 챙기는,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듯한 멋진 어른이었지만.
 전화너머의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평소보다 빠른 어조에, 목소리도 크다. 아무래도 내 걱정은 맞았던 모양이다.

「침착해주세요. 린이 어떻게 된건가요?」
  
 내가 가능한 천천히 통화중인 전화기에 말을 하자,
 린의 어머니는 다소 안정되었는지 방금 전보다 어느정도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린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올 시간은 한참 지났는데. 오늘은 신데렐라 걸 발표회라서 친구들이랑 밥정도는 먹고 올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시간이 되어도 연락이 없어서. 평소라면 늦을때는 꼭 연락하는 아이인데」

「그렇습니까……알겠습니다. 이쪽에서 린의 친구에게 연락해서 찾아보겠습니다.……네. 그럼 끊겠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작아지는 린의 어머니의 목소리를, 나는 끝가지 알아듣고 전화를 끊었다.

 곤란했다. 상상이상으로 긴급한 일이었다.

 나는 머리를 가볍게 긁으면서, 담당 아이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부야 린
 
 받지 않는다. 30초 정도 전화를 걸고있었지만, 계속 콜음만이 들렸다.
 알아채지 못한건지, 알아챘지만 일부러 받지 않는건지. 그렇지 않으면 알아챘지만 받을 수 없는 상황인건지.


 시마무라 우즈키

 콜음이 2번쯤 울리고, 우즈키의 기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우즈키?」
「네. 무슨일이신가요? 이런시간에 전화를 다 하시고」

 우즈키는 역시 기뻐보였다. 목소리가 들떠있다. 틀림없이 전화너머에서 함박웃음짓고있는게 틀림없었다.
 
 얼마전, 미오가 「시마무랑 전화하면 즐거워서 정신차리니 밤새버렸어」라고 말한걸 떠올렸다.
 지금은 밤새 우즈키와 즐겁게 이야기할 생각이 없으므로 바로 주제로 들어갔다.




「발표회 끝나고, 린이랑 같이 있었지?」
「린쨩 말인가요? 같이 있었어요. 미오쨩이랑 셋이서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몇 시쯤까지 같이있었어?」
「아마 7시 조금 넘었을때까지 였을거에요. 저녁 어떡할거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린쨩이 『나 오늘은 패스』라고 말하고 헤어졌어요」
「그래.고마워. 밤 늦게 미안해」
「아뇨아뇨. 린쨩에게 무슨 일 있나요?」

 방금전까지 방긋거리던 우즈키의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
 우즈키을 걱정시킬 수 없었던 나는 힘껏 상냥한 목소리를 만들었다.

「별 일 없어. 슬슬 끊을게. 아, 우즈키. 신데렐라걸 축하해. 잘 자」





「후」


 작게 한숨을 쉬고 목을 달래기위해 딴지 얼마 안된 신품 맥주에 손을 뻗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떠올리고 손을 멈추고 부엌에 가서 싸구려 컵에 물을 따른다.

 대충 알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전화내용을 정리한다. 확실하진 않지만, 지금 린이 있는 장소도 짐작이 갔다.
 
 목을 적시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그 예상을 확신하기 위해 다른 한명의 담당아이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프로듀서? 무슨일이야? 이런 시간에?」

 미오는 활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우즈키와 마찬가지로, 미오도 오늘은 굉장히 즐거운 모양이었다.

「미오한테 묻고싶은게 있어서말야」
「뭐야뭐야—? 미오쨩의 쓰리 사이즈?」
「오늘의 린에 대해서인데」
「……아—, 응. 뭐가 묻고 싶어?」

 평소의 미오는 굉장히 프렌들리해서 타인과의 거리가 가깝다.
 이야기도 굉장히 좋아하다보니, 정신없어서 나를 곤란하게 하지만
 사실 그녀는 인간관찰이나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지금도, 린의 이름이 나온 것만으로,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조용히 내 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면도 미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발표 끝나고 어땠어? 평소랑 다르지 않았어?」
「그러니까……」

 말을 정리하고 있었는지, 상황을 떠올리고 있었는지, 조금 시간을 두고 나서, 미오는 입을 열었다.




「발표 직후는 평소랑 같은 느낌이었어. 내가 농담을 해도, 딴죽 걸어줬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슬프고 분한듯한,
 그런 느낌의 표정을 가끔 지었어」
「그래」
「왜? 무슨 일 있었어?」
「실은 린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어」
「에? 사건이잖아!」
「아니. 뭐, 린이 어딨는지는 짐작이 가니까, 난 거기로 갈게.
 미오는 혹시 린에게 연락이 오면 나한테 전화해줘」
「알았어. 시마무한테도 말할까?」
「오늘 정도는 쭉 웃게 해주자」
「알았어. 그럼 프로듀서 힘내」
「그래. 힘내볼게」

 나는 잠옷을 벗고 청바지와 T셔츠로 갈아입었다.
 
 린이 있는 곳은, 그장소일 것이다. 확증은 없지만, 아마 있을것이다.




 밤의 도쿄의 도로는 한산하다.
 도쿄도민이 아닌 사람은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것은 아침부터 저녁 사이이고, 21시 이후는 대체로 교통량이 적다.
 물론 긴자 등의 예외는 있지만.

 밤의 도쿄의 거리를, 차는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었다.

 길도 안막히니 금방 도착할 수 있을것 같다. 나는 왼손을 핸들에서 떼어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에서는, 야간 드라이브를 즐기라는듯이 재즈가 흘러나왔다.
 기타, 드럼, 트럼펫, 이 연주하는 업 템포의 리듬을 들으면서, 나는 린을 생각하고 있었다.




 11월 28일. 내가 프로듀서로 취임한 날.

 「우선은 아이돌을 스카우트 합시다」라고 사무소의 어시스턴트에게 조언받은 나는 신주쿠로 갔다.
 딱히 별 이유가 있는건 아니었다. 젊은 여자. 그것도 아이돌이 될 수 있을만한 여자가 있을법한 장소.
 가장 먼저 내 머리에 떠오른곳이 신주쿠였을 뿐이었다.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라서인지, 낮의 신주쿠는 여러가지 복장으로 흘러넘쳐있었다.
 가디건이나 스웨터를 껴입었을뿐인, 아직 가을을 만끽하는 아이와, 코트에 머플러까지 써서 완전히 겨울을 맞이한 아이.
 
 그런 여자들이 거리를 지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스크램블 위에서 더듬거리며 아이돌의 원석을 찾았다.




 2시간쯤 흘렀을 무렵에는 신주쿠에도 겨울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나는 다소의 쌀쌀함과 스카우트의 험난함을 느끼고 있었다.

 확실히, 외모가 좋은 아이들은 여럿 있었다.
 그 중에는, 이 아이라면 할 수 있겠다 싶은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말을 걸지 않았다.

 「스카우트는 직감입니다. 팅하고 온 아이를 스카우트 합시다」라고 조언해 준 사무원씨의 말을 빌리자면,
 그 아이들은 그야말로 팅하고 오지 않았다.

 앞으로 1시간만 더 하고 사무소로 돌아가자.
 캔커피를 단번에 들이키고, 나는 교차로를 응시했다.




 한 소녀가 신호등이 바뀌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서도 느껴지는 단정한 얼굴에 긴 흑발.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인가, 셔츠의 옷깃을 크게 열어 느슨하게 넥타이를 묶고, 그 위에 검은 가디건을 걸쳐 입고 있었다.

 비슷한 수준으로 미인인 여자는 오늘 몇명이나 봤지만, 나는 이 소녀에게서 눈을 떼어놓을 수 없었다.
 이것이 팅하고 온다는 것일까

 신호가 바뀌는 것과 동시에, 많은 사람이 각각의 목적지로 걷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인파를 가르며, 그녀를 향해 걷고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스크램블 한가운데에서 우리들은 만났다.




「저기」
「……왜?」

 무뚝뚝하게 그녀는 대답했다. 아무래도 헌팅으로 착각 하고 있는 모양이다,
또야, 라는듯이 진저리치는듯한 태도로, 아름다운 눈을 날카롭게 뜨고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시선과 그녀에게서 풍기는 어딘가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에 기가 죽으면서도, 스카우트를 시도했다.

「아이돌에 흥미는 없습니까」
「없어」

 날카로운 눈초리를 고치지 않은 채 그녀는 즉답 했다. 요즘 여고생들은 다 이렇게 무서운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물러날 수는 없었기에, 나는 말했다.

「적어도 명함만이라도」
「그러니까 흥미없다니까」
 
 그녀는 나의 권유를 일축하고, 거리안으로 사라졌다.




「수고하셨어요. 프로듀서씨. 좋은 아이 찾았나요?」
「좋은 아이는 있었습니다만」

나는 사무소에 돌아오자마자, 커피를 탔다,
그녀가 착용하고 있던 넥타이와 스커트의 모양을 토대로, 그녀가 다니는 고등학교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에게 차인 후에도 한동안 신주쿠에서 아이돌의 씨앗을 계속 찾았었다.
 그러나 그녀를 본 이후에는 다른 여자로는 뭔가가 부족하게 느껴져서
 결국, 나는 누구에게도 말을 걸 수 없었다.

「옷」
 
 초록색과 군청색이 섞인 넥타이에 민무늬 회색 스커트. 아무래도 정답인것같다.

「왜 그러세요? 프로듀서씨」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 치히로씨. 내일도 스카우트 가도 괜찮습니까?」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첫 스카우트를 되돌아 보았다. 
 
 스크램블에 있던 수많은 여자들의 얼굴은 명확히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녀의 모습만은 사진처럼, 선명하게 나의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매일, 나는 그녀를 찾아갔다.

「아이돌에 흥미는 없습니까」

 그녀가 하교하는 시간을 가늠해, 그녀를 기다리고,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나는 달려 갔다.

「없어」 「또 당신?」 「작작좀 해」

 권유할 때마다, 차가운 말과 시선을 그녀는 퍼부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굽히지 않았다.


「이야기만 들어볼게」

 일주일정도 나의 스토커 비슷한 권유에, 내 열의가 전해졌는지 그녀가 마침내 굽혔다.

 그녀에게 명함을 주고, 둘이서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그치만 왜 나를 아이돌로 만들고 싶은거야?」
 
 치즈가 듬뿍 들어간 라자냐를 깔끔하게 포크로 집으며, 그녀가 물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팅하고 왔다 해야하나.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너라면 아이돌이 될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어」
 
 건조한 입술을 커피로 적시며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흐응. 이상해」
 
 그녀는 표정을 조금도 바꾸지 않은 채, 포크를 천천히 접시 위에 올린 후, 일어섰다.

「시부야 린. 15살. 지금부터 잘 부탁해. 프로듀서」

 자연스러운,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운 그녀의 긴 흑발이, 내 앞에서 흔들렸다.





 린은 쿨한 외형이나 무뚝뚝한 성격과는 약간 다르게, 고지식하고 금욕적인 성격이었다.
  
 레슨에서 이 스텝에 약하다는것을 알면, 잘 할때까지 계속 연습한다.
 라이브 직전엔 노래방에서 보컬연습을 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본 미오는 「시부린은 완벽 주의」라고 평가했었다. 확실히 그말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하는 이상 전력으로 한다」를 신조로, 린은 전력으로 아이돌 활동을 하였다.
 
 나도 린의 열의에 자극받았는지,
 린이 보다 레슨을 많이 받을 수 있게끔 스케쥴을 조정하고, 린을 전력으로 백업했다.




 린은 순식간에 톱 아이돌에의 계단을 걸었다.

 우즈키, 린, 미오. 이 셋으로 구성된 최초로 짠 유닛.
 뉴 제너레이션은 데뷔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 기세가 사라지기도 전에 이어진 린, 나오, 카렌의 유닛
 트라이어드 프리무스에서 린의 인기는 부동의 것이 되고,
 린은 제 3회 신데렐라 걸 총선거에서, 멋지게 신데렐라걸로 선택되었다.




「신데렐라가 되려면 유리구두가 1켤레가 있어야겠지.」

 결과발표 날의 밤. 봄의 밤바람이 기분 좋게 부는, 파티 회장의 배 위에서,
 검은색 슬렌더 드레스를 입은 린이, 신데렐라 걸만이 받을 수 있는,
 유리구두를 모티프로 만든 트로피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기대할게. 공주님」

 웃고있는 린에게, 내가 트로피를 받자

「맡겨줘. 마법사씨」

 웃고있던 나에게, 린이 수줍어했다.





 그리고 나는, 신데렐라 걸이 된 이후 전보다도 훨씬 바빠진 린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했다.

 린의 스케줄 관리나, 린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회의등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집에 돌아갈 시간조차 아까워서, 사무소에 묵는 날도 있었다.

 린도 내 노력과 기대에 응하기위해 지금까지 이상으로 금욕적으로 아이돌 활동에 임했다.
 
 다음 총선거에 대해, 나와 린은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잘풀리진 않았다.




 제 4회의 총선거에서, 린은 종합 9위, 부문별 3위였다.

 일반적으로는, 이것도 충분히 대단한 결과지만, 역시 린은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었다.

「괜찮아. 다음에, 힘내보자」
 
 글래스에 가득 들은 냉커피에 눈길도 주지 않고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린에게, 나는 말했다.
 
 린은 작게 고개만 끄덕였을 뿐이었고, 그 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패하지 못한게 상당히 쇼크였는가.
 1주일 정도, 린은 상당히 풀죽어 있었지만, 점차 제 5회에 리벤지하자, 라고 생각한건지, 의욕을 되찾고 정력적으로 레슨과 일에 집중하며 회복했다.

 그런 린을 보고,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신데렐라 걸 탈환을 향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제 5회 결과가 발표되었다.

 린은 종합 14위, 부문별 6위.

 나는 오늘, 다른 일이 있어서 현장에서 직접 린의 모습을 못봤지만
 미오의 이야기를 듣는 한, 역시 린은 풀이 죽었던 모양이다.


「괜찮아. 다음에, 힘내자」

 전회, 린에 말한 말이 내 머리에 떠올랐다.

 이번에도 린에게 그런 말을 해야하는걸까

 그러면 린은 조금 시간이 흐르고 다시 부활하고 아이돌 일을 해주는걸까
 그렇지 않으면……


 정신을 차리니, 재즈는 템포가 바뀌어 있었다.

 투명한 피아노 소리가 차안에 울리는 것을 멍하니 흘려 들으면서, 나는 린에게 해줄 말을 찾고있었다.




 조금 무거운 목제 문을 당기자, 벨이 딸랑 울리고, 가게의 마스터가 나에게 말을 건다.

「어서오세요. 한 분이신가요?」
「아뇨. 먼저 온 사람이 있어요.」

 큰 길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카페는, 늦은 시간때문인지, 손님도 드문드문했다.
 깔끔한 점내를 나는 일직선으로 걸어갔다.
 
 가장 안쪽 테이블 자리의 창가.
 평소의 장소에, 린은 거기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듯이 앉아있었다.




「수고했어. 프로듀서」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놀란 표정도 안보이며, 린은 태연하게 말했다.

「린. 어머님이 나에게 전화 하셨어.
 많이 놀라셨더라. 린을 굉장히 걱정하셨어」

「그건……미안해」

 나를 보고 있던 눈을 내리고 린은 입을 다물었다. 잘 보니 눈매가 조금 붉었다.
 우즈키, 미오와 헤어지고 2시간 정도, 이 장소에서 눈물을 머금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린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마스터를 불렀다.
 빈 컵을 주고, 새로 커피를 두잔 주문했다.




 린은 커피에 밀크도 설탕도 넣지 않는다.
 초콜릿은 달콤한걸 좋아하면서, 커피는 쓰게 마신다.

 언제였는지는 잊었지만,
 여느 때처럼 일을 끝내고, 이 가게에서 린과 커피를 마시고 있었을 때

「왜 커피는 아무것도 안넣고 마셔? 안 써?」라고 린에 물었더니,
「쓰지만, 커피는 블랙으로 마시는게 멋있잖아」라는 정말 멋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다리셨습니다. 핫커피입니다」

 커피와 함께 밀크도 있었다.
 
 린과의 대화가 들리고 있었는지, 아니면 자주 오면서 커피를 시키다보니 알게됬는지,
 나와 린이 커피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 타입이라는것을, 마스터는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평소 우리들이 커피를 주문할 때는, 설탕도 밀크도 넣지 않는다.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마스터는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이길 수 없겠네.
 마스터의 호의에 감사하면서, 나는 자신의 커피에 아주 조금 밀크를 넣었다.




「오옷, 오랜만에 밀크 넣어 마셔보니 왠지 순해서 괜찮은데. 린도 어때?」

 당장 사라져 버릴 것 같이 움츠려있던 린이 고개를 들고,
 나를 몇초쯤, 가만히 보고 나서, 밀크를 받았다.

「응. 확실히 평소보다 괜찮으려나」
「그거 다행이네」
「프로듀서」
「왜?」
「14위였어」
「그래」

 그리고 린은 또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나를 보지 않고 , 커피숍의 고풍스러운 장식이나 창 밖의 모습을, 끊임 없이 확인하고 있다.


 린은 나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알고 있었기에,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여기서는 말을 거는 것이, 프로듀서로서 정답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무거운 입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려고, 나는 밀크를 넣은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바다라도 갈까」

 정신을 차리니 나는 그런 말을 하고있었다.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을 말이 내 입에서 나온것에 린은 상당히 놀라보였다.

「바다? 이 시간에?」
「우울할때는 바다가는게 제일이야.
  게다가 시간이 이렇게 된건 린때문이고」

 내가 일어서자, 린은 커피를 단번에 들이켰다.
 질린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지만, 그래도 따라올 생각인 모양이다.

 커피를 계산한 나는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서 꺼냈다.
 린의 어머님께, 린을 찾았지만, 따님은 조금 나중에 바래다주겠다는 취지를 전하고 린을 차에 태웠다.




 평소였다면 야간 드라이브는 졸릴뿐이었겠지만, 오늘 내 머리는 또렷했다.

 여기에서 가까운 바다까지, 빨라도 1시간은 걸린다는 말이 네비에서 나왔을때는 내일 해야 할 일이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올랐지만, 바로 전부 지워버렸다. 역시 내 머리는 또렷하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린도, 마찬가지인 모양이고
 턱을 괴면서도, 또렷한 눈초리로 창 밖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밤바다는 처음이야?」
「……」

 린이 유리창 너머로, 나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나는 눈치채고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내일의 날씨나
 와이드쇼에서 화제가 된 뉴스 등,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를 꺼냈다.

 린은 나의 삼류 이하의 연극을 보고는, 싫증과 슬픔이 섞인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에게서 시선을 피하고, 밤의 경치를 바라보며, 잠시 후에는 기대와 불안을 내비치면서 유리 너머로 나를 본다.

 그런 과정을 아까부터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뭐, 갈 기회가 없겠지」
「……」

 린의 시선이 나에게서 떨어지는것을 확인한 후, 나는 엑셀을 세게 밟았다.
 
 왜 바다에 가자고 했는지는,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늘, 이 시간에,
 린과 바다에 가는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로 느껴졌다.


 바다도 우리들을 부르고 있는지, 물결에 빨려 들여가듯이 차는 스피드를 냈다.





 깊은 남색 안에, 달을 가둔 가마쿠라의 바다는 빛나고 있었다.


「푸르다. 아름다워.」

 밤바다가 자아내는 신비적인 분위기에 이끌렸는지,
 린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아무도 없는 해안을 걷기 시작했다. 




「물도 차가워서, 기분 좋아」

 바지 옷자락을 걷어, 밤하늘과 같은 바다 위를 린은 걸어간다.
 나는 린을 따라잡아, 물장난 치고 있는 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한 소녀가 물장난을 치고 있다.

 예쁜 얼굴에 긴 흑발. 남색 바지에, 푸른 반소매 재킷.

 이와 비슷한 경치는 여태까지 셀 수 없을정도로 봐왔을테지만, 나는 이 소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밤바다는 달을 수면에 비추고,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린은, 「아름다워」라고 말했다.
 확실히 그것은 아름다운 경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광경은 어떤걸까






 밤바다가 린을 빛나게 하고있었다.

 바다의 파도 소리가 음향처럼, 린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밤의 어둠이 암막처럼, 린을 띄어올리고 있었다.
 달빛이 조명처럼, 린을 비추고 있었다.

 바다의 파도 소리도, 밤의 어둠도, 달빛도, 린이 있는 광경 안에서는 린을 빛내기만을 위한 무대장치였다.

 그런건가.

 린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프로듀서가 된 이후의 나날을 떠올린다.




 그것은 정말 선명했다.

 신주쿠, 카페, 레슨장, 스테이지, 배 위, 밤바다,
 
 린은 나의 어떤 광경에도 있었고, 어떤 광경에서도 린이 가장 빛나고 있었다.
 
 모든 경치는 린을 빛내기 위한 무대에 불과했다.

 나는 작게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말을 골라 린을 불렀다.




「린」
「왜」
 
 린은 물장난을 멈추고 뒤돌아 나를 보았다.

 린의 눈이, 코가, 입이, 머리카락이,
 
 린의 모든것이 물결의 물보라를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린은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 데뷔하고 나서 쭉 목표를 향해 금욕적으로 계속 달렸어.
 확실히 결과는 1등이 아니었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결과만이 전부가 아니야」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이 말이 정답인가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말이 나의, 나만의 린에게 해주는 말이라는것은 틀림없었다.





「나는 쭉 린을 봐 왔어. 목표를 향해 계속 달리는 린을. 스테이지에서 노래하는 린의 모습을.
 그 모든 린이 나에게 굉장히 눈부셨어. 그 모든 린이 나에게 굉장히 빛나보였어.
 나는 앞으로도 그런 린의 모습을 계속 쭉 보고싶어.
 한 명의 프로듀서로서. 한 명의 린의 팬으로서」


 내가 단번에 말을 토해내자, 린은 동그랗게 커진 아름다운 눈을 서둘러 되돌리고, 오른손으로 내 가슴을 상냥하게 쿡쿡 찔렀다.

「프로듀서. 너무 폼잡았어」

 평소의 질린듯한 모습이 아니었다. 린은 조금 수줍어하고 있었다.

 린은 방금전까지의 슬픈 표정을 지우고, 굉장히 기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뭐, 나쁘지 않을까. 돌아가자. 기운 났으니까」 

 밤바다를 뒤로하며 린은 천천히 모래사장을 걷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이 마치 영화에 나오는 히로인같아서, 나는 넋을 잃고 린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프로듀서, 두고간다」
「아아, 미안」

 린의 목소리에 제정신을 차린 나는 린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타트를 끊는 것과 동시에, 나는 조금 앞을 걷고있는 린의 등을향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폼잡아도 괜찮잖아. 첫눈에 반한 사랑이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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