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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와씨가 오타쿠가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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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9, 2017 22:44에 작성됨.


사기사와씨가 오타쿠가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번호는 알면서 문자를 못한다.

그 이후로 3일이 경과했다. 내청춘 6, 7, 8권과 예외편인 6.5에 7.5도 다 읽었기에, 오늘은 내청춘 9권을 사기 위해 헌책방에 왔다. 라이트 노벨 코너로 향하니, 사기사와씨가 라노벨 코너에서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

에? 어째서? 왜 여기있는거야? 깜짝 놀라서 무심코 숨어버렸잖아. 한번 더, 라노벨 코너를 보니, 진지한 얼굴로 전○문고 근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몇권의 책을 든 점원이 내 옆을 지나 사기사와씨의 옆에 멈춰, 책장에 책을 넣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사기사와씨가 「앗, 저기……」라고 엄청나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려고 했지만, 점원은 듣지 못했는지 그냥 가버렸다.

「……………」

………아아아아!! 못봐주겠어!! 대체 뭔데!? 혼자서 물건도 못사는거냐고!?
솔직히 이런 생색내는듯한 행동은 안좋아하고, 애초에 친구도 아니지만 너무 불쌍했기에 도와주기로 했다.

「………아, 져기, 저깃……사기사와씨?」
「?……!」

말을 걸자, 나를 바라보는 사기사와씨. 그러자 굉장히 기쁜 미소를 지었다. 얼마나 안심한거냐고. 그리고 나, 얼마나 혀가 꼬인거냐고.

「……타, 타카미야씨……!」
「안녕하세요. 뭔가 찾으세요?」
「……네, 네. 실은, 얼마전에 타츠미야씨가 주문하신 『역시 내 성수(聖獣) 러브 코미디는 잘못됐다』라는 책을 찾으러 왔는데……」

응, 그거 틀렸어. 성스러운 짐승과 어떻게 러브 코미디 찍는건데. 거기부터 틀렸다고. 아, 그래도 성정수(星晶獣)라면 러브코미디 찍을 수 있을지도.
………그나저나 이 사람, 설마 라노벨에 관심이 있는건가? 의외로 잘 흘러가는 사람인가?

「………어라? 그런데 어떻게 제 이름을……?」
「에? 아, 아~……주문서에 이름이 쓰여있길래」
「……그, 그런가요……다행이다」

………뭐가 다행인걸까. 설마 스토커처럼 보인거야? 뭐야 그게, 죽고싶게.

「………그것보다, 『내청춘』이었죠?」
「………? 제 청춘이요?」
「아뇨. 『역시 내 청춘 러브 코미디는 잘못됐다』의 약자로 내청춘이요.」
「……아, 그, 그렇군요. 맞아요」
「그렇다면, 여기에는 없어요. 제가 1주일 전에 샀으니까」
「………그, 그런가요」
「뭐, 그 사이에 누가 여기에 팔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찾아 볼까요?」
「…………함께, 찾아 주시는 건가요?」
「저도 같은거 사러 왔으니까요」
「……그렇다면, 양보, 해야겠지만」
「아니, 저는 9권 살거니까」
「……아, 그, 그렇네요. 시리즈물이었군요」

………이 사람과의 대화는 피곤하다. 아니, 딱히 나쁜건 아니지만. 소소한 일로 얼굴을 붉히는 모습도 귀엽고.

「내청춘은 『가○가 문고』니까, 파란 표지가 모여있는 이쪽에 있을거에요」
「………가……?」
「그런 이름의 출판사에요. 지금 보고 있는건 전○문고고요」
「………아, 그, 그렇군요」

뭐야 이 사람. 할머니냐고?
사기사와씨를 가○가 문고 앞으로 안내하고, 내청춘을 찾는다. 하지만, 1권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1주일만에 상품이 들어오진 않았겠지.

「없, 네요……」
「……그런가요………」

풀썩 고개를 떨구는 사기사와씨. 그렇게 풀죽을 정도로 읽고 싶었던걸까? 어라, 뭐야 이 죄책감. 내가 사서 이렇게 된거야? 내 탓인거야?
왠지 묘한 죄책감이 싹텄기에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이 표지로 그려진 9권을 들고 말했다.

「………저기, 만약 괜찮으시면 저희 집에 있는거 빌려드릴까요?」
「……엣?」
「어차피, 저는 9권 읽을거고」
「………괜찮나요?」
「네」
「……………」

고개를 숙이고 조금 고민하는 사기사와씨.………조금 생색내는 느낌인가?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굉장히 고도의 스토커짓같은데. 내가 라노벨을 매점하고, 내가 그 라노벨에 관심을 갖게 하고, 내가 책을 빌려준다니………아니, 진짜로 그렇게 보여도 이상하지 않을것같은데? 큰일났다, 변명하지 않으면 고소될지도.

「………저, 저기!」
「……네?」
「그게말이죠, 절대 사기사와씨의 관심을 끌려고 한게 아니니까요. 우연이니까요, 진짜로.」
「……………?」

목을 갸웃하는 사기사와씨. 응, 괜히 말한 패턴이네.
이윽고, 내 말의 의미를 이해했는지 사기사와씨는 쿡쿡 웃으며 말했다.

「……알아요.……그런 의심은 한 적 없으니까…안심해주세요」
「……………」

왠지 맹렬하게 부끄러워졌다……. 나 무슨 소리 하는거야. 이제 됐어, 빨리 사기나 하자.

「그러면, 사고 오겠습니다」
「………네」

계산대에 책을 가져 갔다.

×××

나는 일단 집으로 돌아와 책을 챙겼다. 그나저나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같은 학교도 아니고, 나이도 모르는 서점의 여자 점원에게 라노벨을 빌려주게 됐다니. 아니, 진짜 왜 이렇게 된거야?
뭐, 말해 버린 이상 어쩔 수 없지만. 일단 「전권 부탁합니다」라고 했으니, 1~8권을 봉투에 넣었다.
또 걸어가기는 싫어서 자전거를 몰고 서점으로 향했다.
가게 앞에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입점. 여전히 자동문이 아닌 문을 열고 계산대로 향했다.

「사기사와씨, 내청춘 가지고 왔………어라, 없네」

………아니, 생각해보면 서점에 있을 리가 없잖아. 그 시간에 헌책방에 있던 시점에서 근무시간이 아닐텐데. 그 전에, 암묵의 이해같은 느낌이 됐지만, 어디서 만날지를 전혀 약속하지 않았다.
아니, 잠깐. 서로에게 암묵의 이해라고 한다면, 지금 사기사와씨는 어디에 있는거지?

「설마, 헌책방에………」

자전거에 타서, 서둘러 헌책방으로 향했다. 가게 밖과 안을 한바퀴 돌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뭐야, 이젠 어디있는지 짐작도 안간다고. 그냥 집에 갈까, 라고 생각했을 때,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고보면 얼마 전에 전화가 왔을 때 송신한 번호는 080으로 시작하는 휴대폰 번호였었다.
스마트폰 최근기록의 번호를 탭하고, 전화를 걸었다. 1 콜, 2 콜, 3 콜………안받네. 어이, 설마 나 낚인거야? 아니면 「빌려드릴까요?」라고 물어서, 저쪽도 거절하지 못해서 무심코 「부탁합니다」라고 말해버렸을 뿐일지도…….
응, 그 가능성은 있겠어. 아니, 그것밖에 없어. 자동 응답 서비스로 연결됐을 때 확신했다. 전화를 끊고,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으려고 했을 때, 삐리리리리릭하는 벨소리가 울렸다.

「! 여, 여보세요?」
『……저에요. 사기사와에요』
「아아, 네」
『……죄송해요, 샤워를 하고 싶어서……….……벨소리가 들려서 당황하고 몸을 닦고 나왔지만……』
「………라는 말은, 지금 알몸?」
『……그런데요……?………아,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핫, 큰일났다. 무심코 말해 버렸다. 그나저나 나는 지금 알몸의 여자와 대화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 말랑말랑 전차같은, 풍만한 가슴을 내보인 채로 나와 대화를……….
어이쿠, 안돼안돼안돼! 이래서야 남고생이다. 이성아 일해라!

「죄송합니다. 아니, 감기에 걸리면 안되니까, 옷을 입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나지만 능숙한 변명이었다.

『………아, 그, 그러셨나요…죄송해요, 소리질러서…….그래도, 잠깐이라면 괜찮으니까요……』
「아뇨, 저도 성희롱같은 소리를 했으니까요. 그것보다, 집이신가요?」

빨리 화제를 중지함으로서, 「별로 의식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어필했다.

『……네. 혹시, 벌써 서점에 도착하셨나요……?』
「아~, 아뇨, 서……」

……서점까지 왔지만 없길래 헌책방에 왔습니다, 라고 말하면 또 사과할것같지…….

「……적을 들고 지금 집에서 나오려던 참이었는데요, 그러고보면 어디서 만날지 약속하지 않았다 싶어서」
『……아, 그, 그랬네요. 죄송해요.』

결국 사과했습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것보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그럼, 저희 집으로 부탁해도 괜찮을까, 요……?』
「집? 어딘지 모르는데……」
「……아, 서점 위층이에요」
「…………핫?」
「……서점 위의 맨션이에요.………건물 뒷쪽에 자동문이 있으니까……도착하면 연락해 주세요…」

게다가 집에 들어가도 괜찮은거냐!? 정조관념 괜찮냐고!?

「네, 넵」

넵은 무슨, 딴죽걸라고 나.

「……그럼, 나중에」

그대로 통화는 중단됐다. 이거 어떡하지. 뭐, 일단 갈 수 밖에 없나

×××

맨션 앞에 도착하고, 자전거를 멈추고 자동문을 열었다. 계단에서 4층까지 올라가, 사기사와라고 쓰여진 집의 인터폰을 눌렀다.

『………네』
「아, 저입니다.」

그러자, 달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소극적으로 열리고, 그 틈새에서 사기사와씨가 얼굴을 내밀었다.
좋아, 라노벨만 건내주고 바로 돌아가자. 아무리그래도 집 안에 들어가는건 안좋겠지.

「여기요.」
「……감사, 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자, 들어오세요」
「……………」

이 사람, 진짜 괜찮은건가? 설마 청초계 빗치라던가? 아니, 거절을 잘 못하니까 들어가긴 할건데.

「……시, 실례합니다」

현관을 들어가, 신발을 벗는다. 여자의 집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묘하게 긴장되는데……….
심호흡을 한번 하고, 사기사와씨를 따라 집 안을 나아간다. 역시 상상대로 집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책장이 많았다. 책장이 많다는 것은 당연히 책도 많다는 의미이다. 서점이라도 열 수 있을것같은 수준이었다.

「…………」
「……지금, 차 가져올게요」
「아, 아니, 그러실건」

거절하려 했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왜냐면 말이 떠오르지 않았는걸. 필요 없습니다, 라고 말할수는 없잖아.
사기사와씨는 부엌으로 가버렸다. 어쩌지, 어색해……….

「………기다리셨죠」
「아, 감사합니다」

차는 차가운 보리차였나……. 찻주전자로 녹차를 끓여오는건 애니나 만화에서나 하는거겠지?
컵을 탁상 위에 두고, 내 맞은 편에 앉는 사기사와씨. 차를 한입 마시고 나서, 봉투를 건냈다.

「여기요」
「……감사, 합니다」

봉투 속을 본 사기사와씨의 표정이, 갑자기 흐려졌다.

「……저기, 이거……뭔가가 다르지 않나, 요?」
「네?」
「……왠지, 그림이……다른듯한, 느낌이………」

아~……1권이랑 6권은, 일러스터는 같지만 왠지 완전히 다르지. 이해해

「괜찮아요. 이게 1권이니까」
「……아, 정말로 제목이, 같네요………」

한숨을 쉬면서 힐끔힐끔 라노벨을 보는 사기사와씨. 아무래도, 빨리 읽고 싶은 것 같다. 그러면 왜 나를 여기에 부른건지. 집까지 오게 했으니 바로 보내는게 미안하다고 생각한건가?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은데.
여기서는 내가 분위기를 파악해야겠지. 나는 차를 다 마시고 일어섰다.

「그럼 전 가볼게요」
「……버, 벌써요?」
「네. 내일도 학교에 가야돼서. 다 읽으면 연락해주세요. 가게에서 돌려주시면 돼요.」
「………아, 알겠어요」

가볍게 기지개를 켜면서, 현관으로 향했다. 사기사와씨는 나를 배웅하기 위해 뒤에서 따라왔다.
신발을 신고, 나는 문을 열고 사기사와씨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 실례했습니다. 아, 차 잘마셨습니다.」
「……아, 아뇨. 다음에, 뵈요………」
「예입」

그럼, 갈까.
…………나 진짜 뭐하러 온거야. 차만 마셨을 뿐인데. 뭐, 상관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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