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07-18, 2016 22:40에 작성됨.
주제 : 아이돌이 프로듀서를 자신의 집으로 부릅니다. 부른 목적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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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10 : 집안 청소하는것 좀 도와주세요.
11 ~ 20 : 프로듀서 공부좀 가르쳐주세요.
21 ~ 30 : 친척분이 조카(4~6살) 아이를 맡기고 갔어요 같이 돌봐주세요.
31 ~ 40 : 요즘 누가 저를 스토커 하는것 같아요. 불안해요. 같이 있어주세요.
41 ~ 50 : 프로듀서 이번에 새로 산 옷들이에요 저랑 어울리나요? 프로듀서 앞에서 패션쇼
51 ~ 60 : 저기 왠지 프로듀서의 요리가 먹고싶어요. 대신 저도 프로듀서가 원하는것 해드릴께요.
61 ~ 70 : 프로듀서 이번에 열심히 연습해서 프로듀서를 위한 요리를 만들어 봤어요.
71 ~ 80 : 제가 키우는 애완동물이 이번에 새끼를 낳아습니다.
81 ~ 90 : 자기 집에서 자신이 속한 유닛&그룹 아이돌들과 놀고있는데 남자가 없다고 프로듀서 불렀다 여자들 사이에서 청일점이 되어라!
91 ~ 100 : 프로듀서 오늘 밤 프로듀서에게 어른의 놀이를 가르쳐드릴께요.
(글 진행은 반드시 댓글로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8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K : 보나마나 뭐 시키려는 거겠지...
도넛 「어...내가 지금 잘못 들은건 아니지?」
아스카 「...」 끄덕끄덕
도넛 「부끄럽지 않아?」
아스카 「...」 절레절레
도넛 「흐음」 꼬옥
아스카 「...!」
도넛 「진짜로?」
아스카 「...///」 화아악
도넛 「...오늘 밤은 길겠구나~」
잠깐만요, UHD카메라로 언니를 찍어야 겠어요..
하아,.... 하아.....
"아, 고마워."
란코가 고급스러운 찻잔에 담긴 홍차을 내려놓으며 말을 더듬었다. 흔히 말하는 중2병, 즉 란코에 대한 선입견과는 달리 그녀의 방은 생각 외로 평범한 일본식의 와(和)실. 나는 그렇게 소소하지만서도 깔끔하게 정리된 작은 방을 두리번거리며, 홍차를 한모금 음미했다. 찻잔의 비쥬얼적인 첫인상과는 달리, 기대를 저버린 립톤 티백의 평범한 맛. 아무렴 겉멋은 중후해도 14살 애한테 그런 사치를 바라는 쪽이 못되먹은 어른인거다.
"그래서, 휴일에 날 부른 것 까진 좋은데 무슨 일이야?"
"그, 그게......."
평소의 그 안하무인한 태도와는 다른, 하이피치의 소극적인 목소리. 나는 그녀가 힐끔힐끔 쳐다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TV와 블루레이 리더, 북유럽풍의 무늬가 그려진 스킨의 태블릿PC, 그녀의 새로운 취미인지 노란 온등기가 켜져있는 달걀 부화기, 따위를 포함한 지극히 평범한 여고생의 자취방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지금에서야 눈치챘지만 검붉은 천으로 덮혀있는 어떤 한 가지의 물체를 제외하자면. 그리고 내가 눈치 챈 그 순간 그 물체는
'부 부 부 부부'
따위의 울음 소리, 철창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좌우로 흔들흔들 거렸다. 난 울상이 된 란코를 쳐다봤다.
"란코 너 설마......"
"그런거 아니에요!!"
란코가 후다닥 달려가 그 천을 벗겨내었다. 그리고 그 케이지 안에는 예상대로, 눈부시도록 흰 깃털을 가진 어엿한 성체의 부엉이 한마리가 자신의 부리로 깃털을 가지런히 가다듬고 있었다.
나는 나의 빈약한 조류학 관련 지식속에서 필사적으로 이 아이가 워싱턴 조약이나 천연기념물 보호법 따위를 위배하지 않았기를 하늘에 바랬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부엉이에 대해서만큼은 문외한인 나도 자세하게 알고 있을 터였다. 아니, 알고 자시고 몇일 전 란코의 첫 CD표지 화보에서 촬영 소품으로서 사용된 그 녀석이었으니까. 나름 맹금류라는 그 올빼밋과 조류의 몸값은 당시 촬영비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였고, 몇 명의 관리인들까지 함께 딸려올 정도였으니 기억 못해낼리가 없다.
"너 이걸 어떻게......"
"저도 모르겠다구요!"
란코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저 앉는다. 그런 제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 편한 부엉이가 그 새장속에서 나와 란코의 어깨에 올라타, 고개를 90도로 꺾고 나를 쳐다본다. 나는 란코의 반대쪽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 일단 상황을 정리하자. 우선, 얘를 어떻게 데려온거야?"
"그......데려온 거 아니에요. 몇 일 전에 정신차리고보니 베란다에......"
그리고, 란코가 부엉이를 쓰다듬으며 진위를 실토했다.
첫 데뷔 싱글 표지의 촬영일 다음날, 자신의 방에서 느긋하게 티 타임을 가지고 있었던 란코는 창문을 두드득 하며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커튼을 활짝 걷었다. 그리고 창문 건너편엔 전날 함께 촬영했던 그 부엉이가 있었다고. 결국 그 이후로 인터넷과 서점과 애완동물점을 오가며 이 부엉이가 아프거나 하지 않도록 극진히 보살폈다는 것이었다.
"그.....저도 믿기 힘든거 알아요......하지만 이후로 혼자 감당하기가 버거워서......"
란코의 말이 끝나자, 나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당시 촬영에 협조했던 동물원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진상파악이 다 되지 않았으니 솔직하게는 말하지는 못했고, 대신 다음에도 그 부엉이로 촬영 가능한가를 물어보았더니 역시나 그 때 촬영한 부엉이가 탈출을 해서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후우......"
긴 한숨만이 토해진다. 물론 미리미리 연락을 취하지 않은 점은 이해한다. 아마도 이런 분야엔 어른조차도 대처 방법을 잘 모르는데다, 처벌 받을지도 몰라서 무서웠을테고 말이다. 물론 저런 귀여움에 '몰래 키운다'라는 선택지의 유혹에도 충분히 시달릴 법 하니까.
"푸르르르르-"
란코의 검지 손가락에 그 부엉이가 기분좋은듯 머리를 부비부비한다. 그러고 보니 촬영일 당시에도 란코를 되게 잘 따랐었지. 그럼 설마 정말로 란코를 주인으로 인식하고 날아든 건가.......
"역시 키우면 안되겠죠......?"
"뭐 그렇지."
란코가 풀이 죽는다. 나라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는건 아니다. 제 주인을 찾아 어찌 알고 50km정도를 날아왔나, 그 아련함에 가슴이 저려오지만 결국 현실은 비정한 법이니까. 나는 풀이 죽은 란코를 위해 아무런 생각없이 질 나쁜 농담 하나를 던졌다.
"뭐, 지금 부화시킬 병아리들을 위해서도 부엉이는 돌아가야하지 않겠어? 잡아먹혀버려도 곤란하잖아?"
하지만 란코는 웃음은 커녕 일말의 정색 조차도 내지 않고 나를 말뚱히 쳐다보며 말했다.
"아.....그리고."
란코가 말을 다 하지도 않았는데도 갑자기 등에서 소름이 돋는다.
"저 알들, 이 아이가 온 다음날에 낳은 거에요."
그 부엉이가 란코의 어깨로부터 푸드득 날아오르더니 사뿐히 그 부화기 위에 내려 앉았다.
"부우~"
"하하하 고놈 참 많이도 낳았네."
나는 마음에도 없는 감탄을 날리며, 그 경탄스런 신생 부엉이 가족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걸 이제 어쩐다.
그리고 군사학에 대해서 내가 뭘 안다고, 오히려 내가 가르쳐달라고 해야 할 판이잖아.
미유씨 불러! 뭐?? 카에데씨와 사나에씨에게 붙잡혔다고?? 아오...
뭐 해주면 되니??
일단 곁에 있어 줄 테니, 앞으로의 일을 상의해보자.
참, 부모님은 그거에 대해 알고 계시니?
그래서 무슨 일이야?
엣....뭐야. 하품? 엥? 맡겨둘테니 넌 자러 가다고? 엥?
너는 집을 지킬테니, 나는 얘를 돌봐라? 뭐야?
난 무슨 베이비시터고 넌 무슨 자택경비원이야?
잘 어울려? 아니! 슈코? 잠깐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