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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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주사위] 생존본능 TRPG
(글 진행은 반드시 댓글로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생존본능 TRPG 플레이 로그 (Google Drive)
※ 페이지 우상단의 를 클릭하시면 리스트 보기가 가능합니다.
참여자분들은 반드시 룰을 읽어주세요. → https://sites.google.com/site/idolmastervalkyria/lul/yeonpyo
룰이 늘어난 덕분에 여러가지 전개가 가능해졌지만, 처음 출발했던 때보다 룰의 종류가 많아진 편입니다. 물론 스레로서는 굉장히 복잡해진 편이지만 TRPG 룰로서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에, 룰과 약간의 플레이 로그를 차근차근 읽어보시면 금방 감을 잡으실 수 있습니다.
※ 거의 붉은 글씨 위주로만 읽더라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다.
<공지>
16/11/21 생존본능 TRPG 위키를 개설했습니다.
https://sites.google.com/site/idolmastervalkyria/위키 사이트 개장했습니다. 비밀글로 E메일을 적어주시면 그 메일 편으로 위키 수정 권한을 드리니, 제시된 문서 양식에 따라 설정을 넣어주세요. (아직 적어야 할 게 산더미 같긴 하지만 ㅇ<-<) 문서양식 등은 히데루p와 이치노세시키의 프로필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16/12/10 생존본능 TRPG 의 관리자 권한을 더헤드(@chs2***)님과 포틴P (@howo***)님에게 넘깁니다.
12월 12일 예정된 현 관리자 히데루(@cosmo****)의 공군입대로. 오늘부로 더헤드(@chs2***)님과 포틴P (@howo***)님에게 모든 운영권한을 공동운영의 형태로 넘겨드립니다. 공동 운영을 선택한 이유는 두 분 다 입대 직전의 저처럼 TRPG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통상적으로 두 분이 가장 많은 수의 아이돌들로 RP를 진행해왔던 점이 큽니다.
그리고 공동운영으로 관리자가 둘이 되었다고는 하나, 이제 일반 유저분들도 연표, 사건일지, 케릭터 등의 정보를 함께 수정 해주시길 바랍니다.
18/1/12 현재 생존본능 TRPG는 신규 참여자를 모집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향후 상황에 따라 모집할 의향은 있기 때문에, 참여자가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19/10/17 최근의 세션에서 사용했던 Roll20 플레이 페이지를, Roll20 기능의 연습을 겸해서 채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장소로도 개방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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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 합선 사건」
절대로 연결 될 리 없었던 수 많은 평행우주들이, 마치 스파크를 튀기며 폭발한 전선들처럼 얽혀버린 원인은, 세계의 어떤 저명한 과학자도 밝혀낼 수 없었다.
물론 그 원인을 밝혀낼 충분한 사전지식도 가지지 못하던 인류였지만, 그들은 당장에 온갖 평행세계로부터 쳐들어오는 외계종족, 다른차원의 괴물들 따위로부터 생존하기에도 벅찼다.
결국 전세는 불리해지고 인류의 멸망이 코앞까지 봉착할 그 때였다.
「아이돌」
본래는 춤과 노래 등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돈을 벌며 살아가는 주로 저연령층의 예술인들을 지칭했던 그녀들.
그녀들은 그 「세계선 합선 사건」을 계기로, 초능력, 마법 등의 「능력」지니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들의 활약으로 지구상에서 모든 이계의 존재들을 몰아내게 되었다.
「프로듀서」
하지만 대체로 어린 아이들로 구성된 그녀들이 냉혹하고 잔혹한 전장에서, 그 의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녀들을 뒷받쳐주고 통솔해준 「프로듀서」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활약으로 인류는 어떻게든 생존 할 수 있었고, 외계의 기술들과 새로이 발견된 마법 등을 이용해 비약적인 문명의 발전을 이룩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투쟁의 서막.
그들의 세계에 다녀온 한 프로듀서의 설명에 의하면, 스스로를「기계정령」이라고 칭한 그들은 강렬한 투지와 「생존본능」을 가진 인간 전사를 찾고 있다고 했다.
먼스(탐욕) 투스(교만) 웬즈(폭식) 덜즈(질투) 프라이(나태) 세럴(색욕) 선(분노).
그리고 아직 깨어나지 못한 플루토(광기).
그 명분도, 목적도 알 수 없었지만, 단 한 가지의 사실 만큼은 분명했다.
아이돌과 프로듀서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고, 또한 살아남기 위해 다시 한번 전화(戰火)의 열기에 삼켜지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기계정령은 더헤드(@chs2***)씨의 오리지널 설정을 차용, 변형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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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히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포틴P의 눈에 연구실 문쪽을 쳐다보고 있는 CCTV가 보입니다. 위치적으로 연구실 외부에 있으니 녹화영상이 모인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기 용이할테고 데이터베이스를 뒤지다 보면 아키하나 시키가 마스터키가 담긴 ID카드를 출입문에 사용하는 장면을 포착할 수 있겠죠. 그 장면을 고해상도로 보정하고 장면속의 ID카드를 스캔한다면, 잠시나마 그 권한을 가진 ID카드의 설계도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설계도를 바탕으로 3D 프린터를 써서 마스터키를 제작할 수 있겠죠.
네? 그러려면 데이터베이스 해킹 툴과 화면의 해상도를 보정해 줄 장치, 스캔기, 3D 프린터가 필요한데 여기엔 없지 않느냐고요?
걱정마시길, 이 모든 걸 한 몸에 가진 만능 가제트 프로듀서가 여러분과 함께 있으니까요.
람쥐P "흐음, CCTV 영상의 분석.. 그리고 내가 가진 데이터와 취합해서 보안을 뚫을 틈만 만들면 가능성은.. 아니, 그보다 철통보안의 연구소를 우리 손으로 뚫어도 되는 건가?"
포틴P "그 클레임은 제가 책임지기로 하죠. 솔직히 할 말이..많아서 말입니다.."
람쥐P "뭐, 그래. 원인으로 치면 내 탓도 있고.. 시키는대로 해 보지. 조금 시간이 걸릴테니, 주변 경계를 늦추지 마."
람쥐P"어디...음, 바로 어제 아키하가 ID 카드를 썼군. 스캔하는데 별로 걸리지 않겠어."
눈으로는 CCTV 화면을 보면서 아키하가 썼던 ID카드를 스캔하는 동시에 람쥐P는 빈 손에 장착된 3D 프린터를 작동시켜서 아키하의 ID카드를 복사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카드를 새로이 짜내는 상태라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그때, 나즈막이 혀를 차는 소리가 두번 들렸다. 소리가 들린 곳은 모퉁이 쪽에 서서 복도를 지켜보고 있는 디미트리P에게서 들려왔었다. 모퉁이 너머로 보이는 복도에서 눈을 뗴지 않은 채 디미트리P는 손등이 보이게끔 오른손을 일행을 향해 들어 수신호를 보냈다. 전술교육을 들은 프로듀서들은 그 수신호를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70m, 14명, 무장 중.'
70m 전방에서 (아마도) 커터칼로 무장한 여직원들이 14명 오고있다는 정보에도 이런 위기 상황은 밥 먹듯 겪어온 프로듀서들은 동요하지 않고 람쥐P 쪽을 바라봤지만....아무리 그래도 어딘가 초조한 몸짓은 감추기 힘든 모양이였다.
그렇게 생각하던 히데루p는 품속에서 초소형 드론 하나를 꺼내 띄워 보내더니, 여직원들의 반대 방향에서 람쥐p의 녹음된 목소리를 냈다.
@교란으로 시간벌이 시도
람쥐P"이쪽으로 와, 여긴 아무도 없어."
"이 목소리는...!"
목소리에만 일차원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얼핏 바보 같은 모습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프로듀서들은 드론에 연결된 카메라로 그녀들이 손에 든 커터칼과 흉악하게 번뜩이는 안광을 직접 보니 그녀들을 얕잡아보던 생각은 쏙 자취를 감췄다.
자기 손바닥 안에서 새어나오던 빛이 멎어들자, 람쥐P는 나즈막이 중얼거리며 손아귀에서 복제한 연구소 마스터키를 꺼내들어 재빠르게 문 옆의 카드스캐너에 가져다대었다.
"접근이 승인되었습니다. 환영합니다, 이케부쿠로 박사님."
카드스캐너에서 흘러나오는 나긋한 목소리는 저 멀리로 유인된 여직원들에게까지 않을 것이 자명해보였지만, 직후 합금제의 거대한 문과 강철의 벽을 고정시켜주는 봉들이 일제히 움직이는 소리와 고정이 풀린 문이 열리는 소리는 묵직하다 못해 프로덕션 밖에도 들리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저절로 뜰 정도로 크게 울렸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된건지, 복도를 지켜보던 디미트리P가 곧 혀를 차며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말했다.
디미트리P"발각됐다. 방금 확인한 14명이 다시 이쪽으로 오고 있어. 문은?"
람쥐P"그게...."
이제 열리기 시작한 문은 그 크기와 걸맞은 무게 탓일까, 열리는 속도가 형편없이 느렸고 증폭된 질투심과 증오로 독이 오를대로 오른 여직원들은 시시각각 접근해오고 있었다.
포틴P"덩치값하는군요..."
디미트리P"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일단...!"
허리춤에 찬 워벨트에서 최루연막수류탄을 뽑아들은 디미트리P는 망설임 없이 안전핀을 뽑아 모퉁이쪽에 던졌다.
디미트리P"빡쳐서 눈이 돌아갔어도 저 연기는 무시하기 힘들거다. 쓰는 게 빨라졌지만 모두 방독면 쓰라고."
연구소 안에 퍼져있을지도 모를 감정증폭제를 막기 위해 특임대들에게서 방독면을 빌려온 프로듀서들은 디미트리P가 던진 최루탄의 가스를 막기위해 방독면을 뒤집어쓴다. 안개에 삼켜져 세상 만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처럼 짙은 최루가스로 인해 모퉁이는 일행들의 눈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대신 그 안에서 울려펴지는 높은 톤의 재채기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프로듀서들이 재채기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경계할 동안 문을 살펴본 람쥐P가 외친다.
람쥐P"...! 다 안열렸지만 지금이라면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야! 들어가자!"
거북이가 더 빠를 정도로 느리게 열리던 문이였지만 시간이 흐른 끝에 사람 한 명이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는만큼 열리자 람쥐P가 외쳤다. 그의 외침에 프로듀서들은 최루탄 가스가 퍼진 곳을 응시하며 틈을 지나 연구소 안으로 들어섰고 마지막으로 남은 람쥐P는 자기가 들어갈 때쯤 보안패널을 조작해 문이 다시 닫히게끔 만들어 자기 또한 연구소에 들어왔을때 연구소로 들어올 방법은 완전히 없어지게끔 만들었다. 긴박한 상황을 넘기고 조금씩 진정하던 프로듀서들의 눈앞에는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정체불명의 알록달록한 가루로 사방이 뒤덮인 연구소 내부를 노란색 보호복으로 완전무장한 연구소 직원들이 정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조심스러운 반응의 히데루P와 같이 경계하던 디미트리P였지만 청소에 여념이 없는 연구원들을 보자마자 뭔가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였다.
아키하와 시키가 없는 가운데, 가장 고참인듯한 연구원이 다른 연구원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문앞에 서서 엉망이 된 연구소 안을 둘러보던 히데루P는 보호복 탓에 얼굴은 안보이지만 목소리를 들어보니, 자신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는 고참 연구원이 이 일이 일어나고서 전화를 걸었던 자신의 지인이라는 걸 눈치챘다.
그렇게 말하더니, 히데루p는 방독면을 쓴 채로 다가가 그 지인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히데루p"저어기~ 협조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고참 연구원은 제자리에서 까무러칠듯이 놀라면서 잽싸게 뒤를 돌아보는 한편 중심을 잃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어...어? 타카사키 부장님? 그리고...1부서의 프로듀서분들? 여긴 어쩐 일로....가 아니라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마치 귀신이라도 보는 것처럼 제1부서의 모두를 번갈아 쳐다보는 고참 연구원, 그리고 선배가 낸 큰 소리로 다른 연구원들의 시선도 1부서로 쏠렸다.
그렇게 잠깐 뜸을 들이며 여구원들을 살짝 안심시듯는 제스처를 취한 뒤, 히데루p가 말했다.
히데루p"지금 바깥 상황이 어떤지 아시는진 모르겠지만... 사내 여직원들이 모종의 약물에 중독되어 폭력 사태를 일으키고 있어서 말이죠. 그래서 아키연에 협조를 요청하러 연락을 넣었지만.... 뭔가 다들 바쁘신것 같아서 직접 들어왔죠."
고참 연구원은 뭔가 짚히는 것이 있는지 곧 힘 없이 일어났다.
"이게 누출이 된 거 같다고는 생각했는데 설마 그렇게까지 됐을 줄이야...이거 면목 없습니다."
디미트리P"이게라는 건...이게 예의 그 감정 증폭제냐?"
디미트리P가 연구소 전체를 덮은 알록달록한 가루를 가리키며 묻자 고참 연구원은 고개를 끄덕인다.
"수석 연구원님이 오늘 라이브 가기 전에 가져가겠다고 꺼내놓은 걸 정리하다가 이걸 담은 통들이 넘어져 버려서 이 지경이 된겁니다. 그것도 하필 환풍구 쪽으로 넘어져서 로비쪽으로 유출이 된 거 같네요..."
디미트리P"라이브에 가져가려 했다니....이치노세는 대체 이걸 뭐에 쓰려고..."
"라이브로 팬들의 감정이 고양됐을 때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지의 데이터를 얻고 싶었다고 하셨죠..."
히데루P".....일단 실제로 사용되기 전에 누출된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군요..... 그건 나중에 제가 처리하도록 하고.... 그래서, 이 사태를 무마할 중화제는 존재합니까?"
*진짜로 마지막의, 지력 판정
히데루P는 346 인트라넷에 연결된 연구소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사내의 생물병기 대처 시나리오에 입각해
부장 프로듀서의 권한으로 환기시스템을 일시적으로 조작해서 프로덕션의 모든 방에 중화제를 살포할 수 있음을 알아냅니다.
환기시스템의 조정을 위해 히데루P를 연구소 컴퓨터로 안내시켜준 고참 연구원은 후배들에게 얼른 끝내자고 말하며 곧 자기도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거들기 시작했다.
디미트리P"할 일도 없겠다, 우리도 돕자고."
멀뚱히 서있는게 머쓱해졌는지 디미트리P가 슬쩍 다른 일행들에게 말하며 주변에 아무렇게나 놓인 빗자루를 집어든다.
피해범위 확산이나 재발 우려가 없는지를 재차 확인하고는 겨우 한시름 놓은 포틴P가 그 말에 끄덕이며 빗자루를 집어든다. 아날로그 청소도구의 정석인 빗자루조차 묘하게 첨단 느낌이 나는 깔끔한 새것인 연구소의 비품관리에 감탄하는 한편, 분말을 쓸어내릴때마다 무지개빛으로 물드는 모습에 오늘로 소각로행일 팔자가 썩 처량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포틴P "직장인은 소각로행 걱정은 없으니 나은 점도 있고 그렇구만요.." 슥 슥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에 앉더니, 전술용 패드형 단말기를 꺼내 똑똑 터치하기 시작했다.
"어? 그래?"
고참 연구원이 환풍구를 다 청소해갈때쯤 연구소 여기저기서 감정 증폭제의 청소를 끝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디미트리P"여기도 할 수 있는 건 다해놨다."
"앗, 감사합니다!"
심지어는 1부서의 프로듀서들까지 나서서 청소를 끝마치니, 이제 남은 일은 하나였다.
"좋았어...얘들아! 중화제 가지고 오자!"
고참 연구원이 어디론가 가볍게 뛰어가며 소리치자 다른 연구원들도 그의 뒤를 따라 어디론가로 향했다.
잠시 후, 손수레에 커다란 금속성 용기를 올려놓고 낑낑대며 그것을 끌고오는 연구원들. 그들은 그것을 통풍구 쪽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디미트리P"그정도 양으로 충분한거냐?"
"오히려 이 정도 양이여야합니다. 유출된 게 한통 분량이거든요. 그보다 많은 양의 중화제를 확산시키면 어떻게 될지는..."
람쥐P"더 안들어도 될 정도로 안좋은 결과란 건 알겠어..."
연구원들은 용기에 휘발유를 동력삼아 분말을 살포할 수 있는 살포기를 장착하고 한창 환풍시스템을 만지고 있을 히데루P쪽을 보았다. 컴퓨터 자판을 열심히 두들기던 히데루P는 곧 가볍게 엔터키를 누름과 동시에 의자 앉은 채로 뒤로 빙글 돌아 가볍게 엄지를 치켜올렸다.
"오케이, 중화제 살포 개시!"
호기롭게 외치며 고참 연구원이 살포기를 작동시키자 하얀 가루형태의 중화제가 호스를 타고 환풍구 안으로 뿌려지더니 그대로 배기관 내부에 부는 바람을 타고 프로덕션 구석구석으로 향했다.
디미트리P"TOC, 도요새다."
중화제가 퍼지는 것을 지켜본 디미트리P는 무전기를 꺼내들어 회의실에 있을 프라이스에게 무전을 보낸다.
프라이스"말해라, 도요새."
디미트리P"연구소로 진입완료 후 현재 중화제를 살포 중이다. 눈에 띄는 변화가 있나?"
프라이스"확인 중, 대기해라."
5초간 침묵이 흐르다가 곧 프라이스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라이스"현재 프로덕션 전체에 걸쳐 직원들의 증상호전이 관측되고 있다. 아무래도 성공한 것 같군."
무전을 들은 프로듀서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연구원들은 자기들이 친 사고가 수습됐음을 알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프라이스"...라고는 하나, 뒷정리할게 산더미 같이 쌓여있군. 아직 혼란에 빠진 사람도 있을 뿐더러 중화제의 영향을 안 받은 사람도 있다. 그러니 디미트리, 올라와서 도와라. 내뺄 생각하지 말고."
디미트리P"아니, 다른 녀석들도 많구만 왜 하필 접니까?"
프라이스"잔말말고 와. TOC 교신종료."
일방적으로 할 말만 하고 거침없이 무전을 끊어버린 프라이스, 디미트리P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히데루P쪽을 바라봤다.
디미트리P"그렇다는구만. 아무래도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닌 모양이야."
히데루P"하하, 그렇죠. 아직 연구소도 정리가 안 끝났고 이 분들이 친 사고의 처벌도 논의해야하니까요."
살벌하게 번뜩이는 히데루P의 눈빛을 본 연구원들은 흠칫거리면서 그의 눈을 피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자기들이 사고를 쳤음은 부정할 방도가 없어 인정하는 듯 했다.
람쥐P"앞으로 2시간 가량인데 끝낼 수 있으려나."
포틴P"끝내야죠, 아니 끝내야만 합니다. 완벽한 화이트데이를 위해서라면...!"
겉으로는 의욕없어 보이는 이들도 타임리미트가 2시간 남았다는 사실과 오늘을 위해 만들어놓은 이 사탕을 이런 난장판 사이에서 아이돌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각자가 사태수습을 위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술 패드를 터치팬으로 만지작 거리며 히데루p의 입에 모아진 두려움에 가득찬 시선들이었지만.
히데루p"뭐, 공문 정도 이외에는 아마 저희쪽에서 크게 터치 할 건 없겠네요."
그런 희망적인 처우에 곳곳에서 안도의 탄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히데루p"물론 '저희 쪽'에선 말이죠. 아키하의 의견은 저도 모릅니다만."
그리고 능글맞게 웃는 히데루p의 섬뜩한 첨언에 다시금 얼굴이 새파래져 오들오들 떨기 시작하는 연구원들이었다.
디미트리P "당사자들의 스위치인 1부서 프로듀서가 직접 움직이면서 보는게 확실하겠지."
포틴P "..저는 혼자 다니고 싶진 않군요. 동행을 구해야겠습니다."
(메가테라제로-멜트)
특임대와 협력해 모든 프로덕션을 뒤흔든 사건을 정리하는데 진짜로 2시간 조금 안되게 걸린 프로듀서들은 그 모습으로 자신들의 직업을 허투루 쟁취해낸 것이 아님을 드러내는 것도 모자라 지친 기색을 능숙히 숨긴 채로 사무실에서 곧 돌아올 담당 아이돌들을 맞이할 준비를 갖췄다.
그들은 전날 만들었던, 아이돌들을 위한 사탕들을 줄지어 놓고 그것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면, 발렌타인 데이때 자신의 담당 아이돌들이 선물해준 초콜릿이 생각나 무심코 미소짓고 만다. 정성이, 마음이 들어갔기에 무엇보다도 맛있었던 그 초콜릿을 먹었을때 나는 어떻게 웃고 있었는지 떠올리고는 곧 아이돌들 또한 자신이 만든 사탕으로 그토록 밝게 웃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프로듀서들이 기다려마지 않던 사람들이 들어오자 프로듀서들은 한순간 당황하면서도 가볍게 미소지으며 미리 준비해둔 선물들을 꺼내든다.
그것을 본 아이돌들은 분명히 미소짓고 있었다.
화이트데이에 걸맞은 달콤하고 순백이나 다름없는 순수한 미소를.
해피 화이트데이.
*선물 rp 가능
본의 아니게 프로듀서보단 아이돌에 가까운 하루를 보내고 만 아카네P는 모퉁이를 돌아 자기 사무실 문이 보일때 쯤 익숙한 얼굴을 보고 멈춰섰다.
아카네P는 사무실 앞에 서있는 사람이 디미트리P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디미트리P는 아카네P의 사무실 앞에 선 채 문을 두드리려고 손을 올렸다가 왜인지 뒷통수를 벅벅이고 곧 왼손에 든 선물용 종이가방을 들여다보다가 턱을 매만지며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곧 다가올 일이 당혹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늬바였다.
늬바"뭐해, 얼른 들어가야지."
디미트리P"잠깐 좀 조용히 해라..! 사무실 안까지 들리겠다...!"
늬바"내가 그정도 정신감응 조절도 안했겠냐. 사무실 안에선 쥐 찍찍대는 소리 하나 안들릴걸. 복도에 있는 사람은 들을지도 모르지만."
디미트리P"알겠으니까 잠깐 생각 좀 하게 내버려둬봐."
늬바"왜, 여전히 어떻게 해야 잘 건네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나? 큭큭."
디미트리P"늬바, 너 진짜..."
그제서야 늬바가 짐짓 딴청을 피우며 입을 다물자 디미트리P는 이 다음 있을 상황에 대비하여 화낼 기운을 아끼기 위해 기가 찬 한숨만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어떻게 해야 이 마카롱을 아카네P가 기뻐할만한 방법으로 줄 수 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얼마나 정신이 팔렸는지, 자기 고민의 장본인이 복도의 모퉁이에 숨어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감정표현은 정신감응으로 하기에 자연스레 얼굴근육이 퇴화되어 표정을 지을 수 없는 검은 존재이지만 아카네P는 분명 늬바도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을거라 생각했다.
디미트리P"그러니까...음..아니, 이건 좀 그런데..."
한편 장본인은 자기가 뒤를 잡혔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고, 의미없는 시뮬레이션을 반복하고 있었다.
미시로 전무[ 흐음... 화이트데이 소동이라니 쓸데없는 짓으로 사내 기강이 해이해졌군. ]
언제부터 내 뒤에 있었지?
답은 얼마 안있어 자기가 화이트데이에 대한 생각을 너무 많이해서라고 자각할 수 있었다. 어느 의미대로는 전무 말처럼 기강이 해이해져서 생긴 불상사였다.
아니, 그것보다 먼저 해야할 일이 있지 않은가.
디미트리P는 1초도 안되는 사이에 자신의 낮빛을 어느 누가보더라도 무심하게 보이도록 정돈하고 자연스럽게 뒤돌았다.
디미트리P"전무님 아니십니까, 여긴 어쩐 일로..."
근데 이게 왠걸, 분명 뒤돌면 눈앞에 미시로 전무가 서있을거라 생각한 디미트리P는 아무도 보이질 않아서 무심코 '어?'하고 중얼거렸다가 설마하고 시선을 슬쩍 밑으로 던졌다.
그의 눈에는 예상대로라면 사무실 안에 있어야할 아카네P가 잔망스러운 웃음을 띈 채 자신을 바라보며 녹음재생어플이 떠있는 그녀의 핸드폰을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디미트리P"아카네...?! 너 왜 여기...사무실에 있는거 아니였냐? 아니 것보다..."
곧 어째서 난데없이 전무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눈치챈 디미트리P가 싸늘한 목소리로 묻는다.
디미트리P"...설마 너가 한거냐?"
아카네p"그냥 방금 있었던 부장회의의 녹음일 뿐이야. 애초에 우리 사무실 앞에서 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 거야?"
디미트리P"나참, 너가 그렇게 웃으니까 이것저것 걱정했던 내가 바보 같아졌잖냐."
디미트리P 또한 피식 웃어버린다.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고 디미트리P는 깨달았다.
이 꼬마가 기쁘게 웃어줄지 아닐지, 그건 일단 부딪혀봐야 아는 것인걸
거칠게 없어진 디미트리P는 곧 담백하게 왼손에 들고 있던 종이백을 아카네P에게 내밀었다.
디미트리P"해피 화이트데이. 아직 누구한테도 안 받았지?"
그 어떤 사건도 예상할 수 있는 비상한 머리를 지닌 그녀도, 정작 눈앞에 닥친 그 종이백의 존재에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은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아카네p"응....."
그저 수줍게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끄덕인 아카네p는 방금같은 장난스러운 태도는 온대간대 없어져 그저 조그마한 손을 내밀어 그 봉투를 받아 가슴에 꼭 안아들 뿐이었다.
아카네p"지금... 열어볼까...?"
디미트리P"응, 부디."
그래서는 아카네P가 이 선물을 보고 어떤 얼굴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고, 만일 아카네P가 이 자리에 지금 웃어준다면 그걸 특등석에서 보고 싶었던 디미트리P였기에 그는 살짝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네p"헤에...... 마카롱.... 이거 만들기 어려울텐데."
물론 의심의 여지 없이 기쁜 얼굴로 미소지은 아카네p는, 자신의 머리색처럼 빨간 장난감같은 마카롱을 한입 베어 먹어보았다.
비트를 써서 빨간색만 낸 꼬끄는 제과점의 마카롱과 비교했을때 맛과 질감에는 별 차이가 없었으나 그만큼 안정적인 맛이였다.
한편, 딸기우유를 써서 만든 크림은 맛에 모난 곳 없이 부드러우면서도 딸기의 향은 살아있었다.
확실히 맛있다고, 아카네P는 생각해버린 것이였다.
예측하지 못한 자신의 감정만큼 달콤한 찰나의 감미. 그리고 이런 달콤한 것을 눈앞의 무심해보이는 아저씨가 만들었다는 사실에 또한번 놀란 아카네p가 눈을 휘둥그레 하고 올려다보았다.
디미트리P"람쥐가 만드는 방법을 좀 가르쳐주긴 했지만, 내가 직접 만들긴 했다."
폭탄제조나 해체도 이것만큼 힘들수는 없다고 느낄 정도로, 상당한 정교함과 집중을 요구해 고생 좀 한 마카롱 만들기였지만 순수하게 놀란 아카네P를 보니 고생한 건 싹 날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는 한편, 아카네P를 한번 더 놀래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은 디미트리P였다.
디미트리P"그러고보니 설탕도 직접 만드느라고 시간이 좀 걸렸지."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맛에 비해서, 의외로 고생해가며 설탕을 직접 만든 것에 대해선 무언가 마땅히 그래야 했던게 아니냐는 태도로 니히히 웃으면서 만족스럽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카네p"뭐어 수고했어. 그리고 정말 맛있고..... 그럼 들어가서 차도 좀 마실래? 오빠 이 인간은 아예 화이트데이 파티 한다고 에인헤랴르로 올라가버렸으니까. 후후."
디미트리P"애들은 의상반납이니 이것저것하느라고 늦는다고 했으니까...그정도 시간은 낼 수 있겠군."
그렇게 말하며 아카네P의 권유를 받아들이는 디미트리P였다.
그렇게 앞서나가 프로젝트 룸을 열더니, 슬쩍 디미트리p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끌었다.
디미트리P"뭔 소리야? 카페인 줄일려고 차는 요즘 입에도 안 대고 있...컥.".
디미트리P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늬바는 그의 목에 초크를 걸고는 빙글 뒤로 돌아 아카네P에게 등을 보인 채 디미트리P에게 속닥였다.
늬바"눈치 좀 챙겨, 바보야. 모처럼 단 둘이 있을 수 있게 해주려는데."
디미트리P"아니, 그딴 배려가 오히려 민폐라고..!"
늬바"됐으니까 토 달지마."
다시 아카네P를 바라보기 위해 뒤돌은 늬바는 디미트리P의 목에 건 초크를 풀고 작별인사로서 손을 흔들었다.
늬바"아무튼 난 다음 기회에. 먼저 가보도록 할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디론가 가는 늬바는 아카네P에게는 보이지 않게 디미트리P를 향해 짐짓 엄지를 치켜올리는 게 아닌가.
디미트리P"ты дурак...(저 멍청이...)"
나즈막이 매도를 뱉은 디미트리P는 갑자기 늬바가 빠질 줄은 예상도 못해서 얼떨떨한 아카네P를 보고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디미트리P"...일단 들어갈까. 저 바보 녀석은 내가 나중에 한소리할테니."
그렇게 새하얀 이빨을 씨익 드러내며 능글맞게 웃더니, 그의 팔을 잡고 룸 안으로 들어가는 아카네p였다.
화이트데이 당일에 예기치 못한 소란이 있었고, 그 소란을 제때 잠재우기 위해 또다시 고생이 있었던 프로듀서들.
그러나 마음을 전하고픈 이 절실함에, 어떤 수고가 비할 수 있으랴.
겨우 모든.. 뭐, 정확히는 대부분을 수습하고 나서 겨우 평화를 되찾은(듯 보이는) 프로덕션,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아이돌들의 복귀를 기다리는 포틴P는 겨우 오프로드에서 포장도로로 복귀한 운전자의 기분으로 손을 포갠 채 명상 중에 있었다.
포틴P '자.. 그럼 플랜 A부터 G까지 다시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기다리도록 할까..'
대부분이 아스카를 위한 것인 플랜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눈을 감고 자신의 뇌내세계로 풀다이브하길 수 분..
"...서.
포틴P '선제타격.. 이건 역시 여유를 두고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해야겠지. 빠르게 나가면 맥락없어 보일테고.'
..로듀서? 잠들었나?"
포틴P '반대로 똑바로 요구받을 경우에는 잊고 있어서가 아니라는 어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고..'
아스카 "아니, 이렇게 정자세로 자는 타입은 아닐 테지.. 피로 때문에 혼미한 건가. 어떻게 할까.."
포틴P '하지만 시간의 경과도 무시하고 있어선 안 으어헉아스카아아!?"
경악! 인기척에 눈을 뜨자마자 눈앞에 당사자!
그 결과 갈곳모르는 양손이 잠시 허공에서 춤춘 끝에 나온 결론은, 꼭 생애 첫 연애편지를 건네주는 학생처럼- 어색한 양손 내밀기였다.
플랜이 전부 소용없는 돌발상황이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애초에 사회생활이 다져준 가면의 두께에도 감출 수도 없을 정도의 떨림이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지금 그의 모습이 가장 솔직한 것이기도 했다.
포틴P에게는 1만년정도로 느껴진 놀란 얼굴의 아스카와 대면하는 짦은 침묵이 지나고, 피식 웃는 소리를 낸 아스카가 상자를 받아들며 핀잔을 줬다.
아스카 "기껏 공들인 보답을 준비해놓고 그런 꼴로 줘 버리면, 있던 멋도 사라질 거다만?" 딸칵
포틴P "크흑" 쭈글
백번 옳은 말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이벤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은 많지만, 본방에서 분위기와 무드는 중요하다. 멋에 취하고 시(노래)로 말하는 담당 아이돌에게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는건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 그걸 막판에 와서 성대하게 삐끗해 버리다니.
마음같아선 이대로 구겨져서 쥐구멍에 넣어지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스카 "하지만.. 나는 네 그런 멋 없는 부분도, 좋아하니까." 탁
포틴P "....!"
아스카 "보답이라 생각한 것에 보답을 받아 버리면, 조금 어깨가 무겁다만.. 기쁘게 받아들이겠어. 고마워."
그렇게 말하는 아스카가 어느샌가 등을 돌리고 서서는 멋지게 한손으로 상자를 튕겨 커버를 닫고, 흔들려 망가지지 않게 소중히 든 채로 사무실을 빠져나가기까지-
포틴P는 뇌내에서 울리는 '좋아하니까'의 내면 메아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포틴P "좋아..좋..으, 으으으음!! 뭐, 그야 그런 거겠지! 사탕이!! 역작이니까 말이야!!"
슈코 "우와- 리액션 징그러-"
사치코 "그치만 알기 쉬워서 좋네요. 이 정도의 리액션으로 계속 뽑을 수 있다면 예능 데뷔도 가뿐해요. 아.. 원래 아이돌이셨지만."
이번엔 뭐 처음부터 다 보고 있었던 둘의 조금 싸늘한 코멘트도, 지금의 포틴P에게 찬물을 끼얹기엔 부족할 정도로.
.
.
.
아스카 '..답답한데, 기분이 좋아. 고양, 흥분, 호승. 어떤것과도 다른, 이 두근거림은..?'
답할 생각 없는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에게.
묻는 정도로 답이 나올 이야기였다면, 고대부터 지금까지 셀 수도 없는 남녀가 고민할 가치도 없었겠지.
설사 답을 낸다고 해도, 분명 어느쪽인가 마음에 들지 않을 터이다.
그러니까.. 이대로가 좋아. 가슴의 고동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열기와 떨림을, 들이쉬고 내쉬는 숨이 간질이는 마음, 이대로를-
아스카 "..아하핫, 하지만 지금은 이 간질거림마저 유쾌해! 역시 내 [미지]를 충족시키는 건.. 너 뿐이다."
슈코 "...."
포틴P "...."
슈코 "ㅋㅋ"
포틴P "ㅋㅋ"
슈코 "웃어?" 싸-악
포틴P "..죄송함다."
슈코 "화이트데이 보답이래서 기대한 소녀의 순정은 다 짓밟아놓고?" 우물
포틴P "정색해서 마운트 잡아놓곤 또 먹을건 먹고있는 욕심덩어리의 어디가 소녀고 순정인지.."
슈코 "이야- 이젠 속으로 할 소리까지 막 나오네- 아, 이거 은근 맛있."
포틴P "장난은 장난이고, 못 먹을걸 줄 순 없지."
슈코 "설마하니 프로듀서가 놀리려고 든건 괘씸하지만 이야깃거리도 될 것 같고.. 원랜 초밥정도로 뜯어내려고 했는데, 소고기로 봐 줄게." 날름
포틴P "살 찐다?"
슈코 "그정돈 알아서 하는 군번이네요~"
포틴P "하아.. 그래, 너 잘났다. 나중에 일정 빌때 불러."
슈코 "이래놓고 규동집 데려가면 진짜 죽음이야-"
포틴P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진 안 해!"
괜한 역정을 내며, 하지만 깔끔하게 웃으면서 등을 돌려 헤어지는 두 사람.
뒷머리를 긁으면서 일정표를 체크하고, 요상하게 생겨먹은 사탕을 혀로 햝다가 냅다 물어버리는 언제나와 같은 일상으로 금방 돌아간다.
이런 때마저 별 특별함이 없는 정도가, 반대로 이 둘의 특별한 관계.
포틴P '돌아보면 멕이면서 시작했다가 소고기랑 규동 이야기로 끝나는 이 대화의 어디가 화이트데이인진 통 모르겠다만...'
슈코 '피차 서로니까 나오는 대화지? 그럼 그 정도로도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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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코 "자.. 그럼 프로듀서씨! 오래 기다리셨어요! 귀여운 저한테 보답을 하셔도 괜찮은데요! 잊었다곤 못 하시겠죠!" 흐흥
포틴P "아아, 당연히 줄 거야. 하다보니 마지막이 되어버렸지만 의도는 아니니까.. 자, 화이트데이 사탕."
사치코 "와아! 감사합.."
(대체 이미지)
사치코 "저-어-기, 프로듀서씨? 이거 제가 생각하는 그런 불순한 의도가 들어간 디자인은..아니겠죠?" 찌릿
포틴P "...." 삐질
생각보다 빠른 지적, 몹시 정곡. 동공이 흔들리는 포틴P에게, 사치코는 한숨을 내쉬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타일렀다.
사치코 "하여간, 뻔뻔하게 오리발도 못 내미시면서. 장난이란건 선제공격, 할 거면 안전지대는 확보하고 해야죠. 저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이랬다간 언제 한번 큰일날거에요."
포틴P '뭔가..오히려 걱정받았다..'
포틴P "..음 뭐, 주의할게. 생각해보면 벌써 딴데서 배운 거 같기도.."
사치코 "알아 들으셨다면야.. 그럼, 이러니저러니 해도 보답은 감사히 받을게요. 흐흥♪"
포틴P "그래, 해피 화이트데이."
그걸로 어쨌거나 즐거운 듯 사탕박스의 커버를 닫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종종거리며 짐을 챙겨 돌아가는 사치코.
돌아보면, 슈코와 달리 본인은 책 잡힐 것도 없었는데 괜히 장난이 걸린 상황. 더 화낼 법도 한데 크게 그런 기색도 없이 수제인 점에 기뻐하는 모습은, 아무리 바이오예능기획머신 포틴P라도 야악간 죄책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포틴P '다음엔 꼭 멀쩡한 걸로 주자..'
유미"아, 프로듀서!"
란코"오오! 왔구나!"
지금의 담당, 이전의 담당, 모두 함교의 한자리에 모여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란코 시키 미쿠 린 안즈 아즈키, 그리고 에인헤랴르인 유미, 미나미, 아이코, 후미카, 마지막으로 일로 자리를 비워 화면에서나마 얼굴을 비춘 아리스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자신이 키우고 지켜낸, 그리고 지켜진 진귀한 보물들이자 전우였다.
히데루p"뭐어.... 다들 모였네. 그럼 다들 화이트데이 축하해. 자, 여기 사탕들."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직접 만들어 포장한 박스를 각자 아이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미쿠"우와~ 화이트데이는 커녕 표창장 수여식같아서 재미없다냥."
시키"성의없음~"
란코"그러하다! 부우~"
유미"아, 아하하..."
그렇게 부우~ 하는 일부의 항의가 들어오자 히데루p가 얼굴을 긁적이며 마지막 상자까지 나눠주며 말했다.
히데루p"아니아니... 아예 다같이 모여서 파티로 하자고 말 꺼낸건 늬들이었잖아...."
미나미"그건 그랬었지만요 후후."
미쿠"뭐어 결국 중요한건 성의다냥! 그럼 열어봐도 되지?"
히데루p"그래그래."
그렇게 끄덕이자, 각자 포장을 풀고 상자를 열면, 탕후루와 함게 이런저런 모양의 사탕이 들어있는 나름 예쁘게 꾸며진 내부가 드러났다.
미쿠"우와~ 뭐냥이거 딸기사탕?"
안즈"헤에... 탕후루네."
아이코"이쁘네요.. 후후."
란코"딸기... 사탕... 미려한 수정에 갇힌 과실이로다..!"
린"흐응... 나쁘지 않네. 정성도 있구. 후후."
상자속을 확인한 아이들의 얼굴에서 즐거운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리고 그런 웃음에 만족한 히데루p는 두개의 케이크를 또한 상자에서 꺼내 두개의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아즈키"와아 딸기케이크다~"
란코"뭣 딸기 케이크!"
언제나처럼의 중후한 표현도 잊고 탕후르에 이어 케이크에 얹어진 딸기에 눈이 돌아간 란코. 대체 딸기에 얼마나 환장하는거냐, 그렇게 속으로 피식 웃은 히데루p가 플라스틱 칼을 꺼내들었다.
미쿠"앗 P쨩 스톱~ 자르기전에 사진부터 찍어야지냥!"
안즈"에~ 빨리 먹고싶은데~"
벌써부터 탕후르를 입에 물고있던 안즈가 불평했지만, 히데루p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히데루p"그것도 그렇네. 그럼 다들 모여 내가 찍어줄테니까."
그렇게 히데루가 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자, 조종석에 앉아있던 아라가 불쑥 튀어나와 말했다.
아라"에, 사진정도는 제가 찍어드릴테니 들어가요."
히데루p"오. 그럼 부탁드리죠."
아라"후후, 대신 한조각은 받아갈테니까요~"
히데루p"그거야 마음껏."
그렇게 히데루p가 미쿠의 뒤로 들어가자, 미쿠가 슬쩍 위를 올려다보며 묘하게 뾰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미쿠"으음... 근데 확실히 화이트데이 기념이라기보단 뭔가... 학급사진 찍는거같다냥....."
린"후후... 뭐어, 틀린 말은 아닌가."
란코"크큭, 이 또한 군단의 단결을 추억하기 위해 필요한 일..!"
시키"단체사진 찍는거 귀찮앙~"
안즈"귀찮지이...."
아라"거기 두사람 흐물흐물해지지 말고 재대로좀 좀 서봐요.... 각이 안나온다구요? 아, 그리고 후미카씨 아리스양이 보이는 패드는 좀 더 중앙에 놓아주세요."
후미카"아, 네 알겠어요."
아리스[으, 음... 꼭 그러실 필요는....]
하지만, 그렇게 시끌벅적한 와중 살짝 얼굴을 붉힌 미쿠의 어깨에 손을 올린 히데루p가 거의 미쿠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히데루p".....뭐어.... 미쿠에겐 특히 고마웠으니까....."
미쿠"에....."
그 한마디로 아라가 든 카메라를 묵묵히 쳐다보는 히데루p를 미쿠가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미쿠는 희미하게나마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그의 시선을 따라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아라"그럼 찍을게요~ 하나~ 둘~"
"치~즈"
그렇게 찰칵,
가벼운 소리와 함께 데이터가 되어 저장된, 이들의 또 하나의 추억었다.
자기 책상 위에 아이돌들에게 줄 사탕을 죽 늘어놓은 디미트리P가 문쪽에서 눈을 떼지않은 채로 말했다.
늬바"여자애들은 준비가 필요한 법이야. 그렇게 조바심 내면 인기 없어질거다, 디마."
디미트리P"조바심 낸 게 아니...것보다 너가 인기 운운할 처지냐?"
늬바"그건 두고 봐야 아는 일이지."
디미트리P"아주 말이나 못하면."
늬바는 문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능글맞게 물었다.
늬바"그래서, 어땠냐?"
디미트리P"뭐가."
늬바"시치미 떼기는. 아카네 말이지."
디미트리P"별 거 있었겠냐. 차만 마시고 말았지."
늬바"아니, 관계가 진전되라고 물러서준 거구만 차만 마시고 말았다고? 쑥맥도 정도가 있지. 이쯤되니 아카네도 질려서 너한테서 떠날..."
궁시렁거리던 늬바는 디미트리P의 얼굴을 보고는 흠칫 놀라했다.
늬바"알겠어, 알겠으니까 그런 잡아먹을 듯한 표정 짓지마라. 진짜 무섭다고."
디미트리P"...난 얼굴에 힘준 적 없어."
늬바"속이 뻔히 드러나는 거짓말하긴..."
그때 문쪽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디미트리P와 늬바의 신경은 그쪽으로 홱 쏠렸다.
니나"쳐 다녀온거예요, 프로듀서!"
아리스"니나씨! 그렇게 뛰면 위험하다니까요!"
하루의 늘그막이 되서야 프로듀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복도를 전속력으로 가로지른 니나와 니나가 뛰다 자칫 넘어질거라 걱정하며 마찬가지로 사무실까지 뛰어온 아리스가 첫번째로 들어온다.
하야테"니나쨩하고 아리스쨩은 P쨩 진짜 좋아하네~."
니나"네! 니나는 프로듀서하고 같이 있는
아리스"저, 저는 그런게 아니니까요!"
모모카"흐음, 정말 그런가요? 아리스양?"
아리스"지, 진짜예요!"
그 다음으로는 니나와 아리스가 뛰어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며 천천히 걸어오던 하야테와 모모카가 모습을 보였다. 아리스는 하야테의 장난 섞인 놀림에 말을 더듬으며 그런 게 아니라고 놀리는 입장에서 흐뭇해지는 리액션을 하다가도 모모카가 빛을 잃은 눈동자를 자신에게 향하자 항변에 필사적이였다.
나기"즉석 아침 드라마 촬영인가요. 주연은 닷디아나쟝, 시어머니 등쌀에 고통받던 그녀는 곧 가면라이더의 힘을 꺼내는데..."
아나스타샤"후후. 그거는, 재밌을 것 같네요. 아, 프로듀서. 아냐들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맨 뒤에서 동생들을 지켜보며 느긋하게 걸어오던 언니들인 아나스타샤와 나기까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니 단 몇초 사이에 휑했던 사무실이 꽉 차서는 시끌벅적해졌다.
디미트리P"어서와라, 오늘 정말 수고 많았다."
하야테"P쨩도 고생이 많아~. 오늘 전무님한테서 급하게 처리해야하는 일이 있어서 같이 못왔잖아."
모모카"하필 화이트데이 당일에 말이죠. 정말 전무님도 자비가 없으셔요. 잘 해결되셨사온지?"
디미트리P"걱정 고맙다, 전부 잘 끝났어. 너희는 어땠냐?"
나기"화이트가 카카오 99%로 변해버릴만큼 화르륵 타올랐죠. P가 그 열기를 제대로 맞았다면 맥반석 P가 되버렸을지도."
니나"존나게 즐거웠던 거예요! 니나 순서가 끝나버렸는데도 니나, 계속 쳐 춤춰버린 겁니다!"
디미트리P"하핫, 그거 큰일이였겠는걸."
가볍게 웃으면서 프로덕션에 와서까지 들뜬 열기를 숨기지 못하는 니나의 머리를 쓰다듬은 디미트리P는 흘끔흘끔, 자신의 손과 정장 자켓 겉주머니, 책상쪽을 훑어보는 눈길을 알아채니 바로 아나스타샤의 것이였다.
혹시하는 기대감으로 얼굴을 살짝 붉힌 채 고개를 갸웃갸웃거리며 주변을 살펴보는 아나스타샤를 본 디미트리P는 대번에 그녀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눈치챘지만 짖궂게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려하지 않는다.
디미트리P"아냐, 뭐 찾는 거라도 있냐? 그렇게 두리번거리곤."
아나스타샤"아, 앗. Нет...그게 아니라..."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어색한 미소로 아무것도 아님을 어필하려던 아나스타샤였지만 모모카는 거침없이 말해버린다.
모모카"정말, 숙녀가 직접 말을 드려야 아시는 건가요? 오늘은 화이트데이잖아요. 아냐양은 프로듀서쨔마의 사탕을 받고 싶으신거라고요."
아나스타샤"모, 모모카..."
모모카의 말에 디미트리P는 난처한 모양새를 내기 위해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였다.
디미트리P"화이트데이 선물...이런, 미안하다. 까맣게 잊고 있었어. 정신이 없다보니 그만..."
아나스타샤"아...그, 그런, 가요..."
디미트리P의 말에 아나스타샤는 물론 모모카도 크리스마스 당일에 머리 맡에 선물이 없음을 깨달은 어린 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고 하야테와 나기, 아리스와 니나도 그 둘 수준까지는 아니였지만 실망해서는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디미트리P"그 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디미트리P쪽에서 부스럭하고 비닐포장지가 우그러지는 소리가 나자 곧 아나스타샤와 모모카의 눈앞에 사탕이 가득 들어서 묵직한 사탕 주머니가 내밀어졌다.
아나스타샤"что...?"
모모카"이, 이건..?"
아나스타샤와 모모카가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니 디미트리P는 하야테와 나기, 아리스, 니나에게도 사탕이 든 선물봉지를 건네주고 있었다.
아리스"프, 프로듀서씨. 화이트데이 선물 잊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디미트리P"응?"
아리스의 당혹감 섞인 질문을 들은 디미트리P는 곧 짖궂은 미소를, 본심을 드러냈다.
디미트리P"당연히 거짓말이지. 내가 너희들에게 줄 선물을 잊었을리가 없잖냐. 어제 미리 다 만들어놓고 포장까지 끝내놨다고."
사탕과 그의 미소를 한번 정도 번갈아본 아나스타샤는 자기가 감쪽같이 속았다는 걸 깨닫고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주먹쥔 손으로 디미트리P의 가슴팍을 콩콩 내리치기 시작했다.
디미트리P"아하하, 미안, 미안."
모모카 또한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주먹으로 디미트리P의 오른팔을 툭툭 쳐대고 있었다.
디미트리P"알았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다. 하하."
모모카와 아나스타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디미트리P가 가볍게 웃자 나머지 넷도 삐진 듯한 반응을 보이면서 다가왔다.
하야테"이번엔 깜빡 속아넘어갈 뻔 했잖아~. 뭐, 하지만 화이트데이 까먹은 게 아니니까 용서해줄게!"
나기"담당 아이돌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가요. 이거 못 써먹겠군요. 나기 판사는 지하노동형 150년형을 선고해야겠어요."
디미트리P"내 죄질이 그렇게 나쁜거냐...?"
아리스"저도 나기씨 의견에 동의해요. 자각이 없다는 부분에서 죄질이 더 나쁘다는 첨언도 드리고 싶군요."
디미트리P"가차 없구만..."
니나"그치만 니나는 프로듀서가 니나들 사탕 준비해준게 더 고마운겁니다!"
니나가 사탕봉지를 들고는 양팔을 번쩍 치켜올리며 벌리자 디미트리P는 단번에 니나를 들어서 안아올린다.
디미트리P"역시 고맙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니나 밖에 없구만."
니나"아, 그래도 니나들한테 거짓말한 건 존나 나쁜 짓인거예요."
디미트리P"으, 응. 그래, 내가 잘못했다."
고마워해야할 것과 아닌건 아닌거라 딱 잘라 말하는 니나의 순수함에 디미트리P는 살짝 당황하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아이돌들은 키득키득 웃었다.
아나스타샤"그래도 니나 말대로, спасибо(스파시바)...고맙습니다, 프로듀서. 사탕, 열어봐도 될까요?"
디미트리P"어, 물론이지. 아냐가 먼저구나."
아나스타샤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붙잡지 않고, 그것이 마음가는대로 쿵쾅거리게 내버려둔 채 가슴의 고동이 시키는대로 천천히 사탕이 든 꾸러미의 끈을 풀었다.
그러자 놀라운 모습이 아나스타샤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때까지 천체관측을 하면서 커다랗게만 느껴졌던 우주가 한입에 들어갈만큼 작아진 소우주가 되어 막대에 꽂힌 채 꾸러미 안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아나스타샤가 조심히 사탕 중 하나를 꺼내 빛에 비춰보았다. 형형색색의 은하수가 검은 우주에 수놓아진 채 은색 별이 그 위에서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아나스타샤"очень красивый(오쳰 끄라씨븨이)...."
엄청 예쁘다는 감상평 한마디만 남긴 채 사탕 속에 펼쳐진 소우주에 마음을 빼앗긴 아나스타샤는 별과도 같은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며 사탕을 구석구석 살펴봤다.
아나스타샤"이거, 프로듀서가 만든겁니까?"
디미트리P"그럼. 복잡하긴 했지만, 아냐 너가 그렇게 눈을 반짝이는 걸 보니 만든 보람이 있는 걸."
디미트리P가 자신의 수제임을 시인하자 아나스타샤는 눈을 더 크게 떠 눈동자에 빛을 더 머금은 채 입가에 저절로 미소를 띈 상태로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을 선물을 행복하게 바라본다.
아나스타샤"먹어봐도, 되나요?"
디미트리P"아니, 애초에 먹으라고 만든건데?"
디미트리P가 웃으며 가볍게 핀잔을 주자 아나스타샤는 멋쩍게 미소 짓고 한입크기의 우주막대사탕을 입안에 바로 넣었다.
디미트리P"...어떠냐?"
겉모습은 심혈을 기울였다 자부하나 맛은 미지수인 상태로 남겨둔 디미트리P의 목소리는 긴장 탓에 약간 뻣뻣해져 있었다. 두눈조차 감고 입안에서 사탕을 굴리던 아나스타샤는 잠자코 있다가 드디어 눈을 떴다.
아나스타샤"вкуснa(프꾸쓰나)...맛있습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모습의 사탕이 화려한 겉모습에 걸맞는 풍부하고 잘 어우러진 맛을 숨기고 있다는 걸 혀로써 알아낸 아나스타샤는 입가에 지어지는 밝은 미소를 훤히 드러내며 말했다.
아나스타샤"여러가지 맛이 납니다...딸기맛, 레몬맛, 오렌지맛...그런데, 신기하게도 맛이 잘 어우러져 있어요."
디미트리P"대충 눈대중으로 넣어서 맛은 어떨지 확신을 못했는데...다행이다, 정말."
디미트리P가 긴장을 빼고 안도하며 힘빠진 미소를 짓자 아나스타샤는 입에 넣은 화이트데이의 선물을 맛보는 걸 멈추지 않으며 슬쩍 디미트리P에게 다가갔다.
디미트리P"으, 응? 왜, 왜 그러냐, 아냐?"
사람이 아닌, 요정이라 생각될 정도로 흠잡을데 없는 미모가 자칫 자신의 얼굴과 닿을 거리까지 다가오자 디미트리P는 무심코 얼굴을 붉히며 말까지 더듬어거렸다. 아나스타샤는 그의 반응을 지그시 지켜보다가 곧 자기도 부끄러워졌는지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뒤로 물러난다.
아나스타샤"프, 프로듀서."
디미트리P"어, 으응."
아나스타샤"아냐, 이렇게 멋진 화이트 데이 선물은 처음입니다. 먹고 싶지 않을정도로 예쁘고, 반짝반짝 빛나고,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듀서가 열심히 만들어줬다는 게 보여서. 이건 아냐가 아는 별들 중에서도 가장 밝게 빛나는 звезда(즈베즈다)입니다."
볼은 여전히 붉은 채였지만 상관없었다. 그의 앞에서는 이것저것 가린 채로 있고 싶지 않았던 아나스타샤는 지금 가장 소중한 선물을 꼭 붙잡았다.
아나스타샤"프로듀서는, 언제나 아냐에게 별을 선물해주네요. 정말, 고마워요."
아나스타샤가 지금, 분명히 기뻐하고 있음을 알아챈 디미트P는 아나스타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볍게 말한다.
디미트리P"뭘 이정도 가지고."
코로 맡아지는 잔디의 싱그러움만큼이나 풋풋한 둘의 모습을, 한편, 조금 불만에 찬 눈으로 보는 이도 있었으니.
모모카"큼큼, 그럼 제것도 열어봐도 되는 것이지요?"
귀엽게 보일정도로만 눈가를 찌푸린 채 아나스타샤와 디미트리P를 지켜보던 모모카가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자 디미트리P와 아나스타샤는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표정인지 되돌아볼 수 있었고 그렇기에 화들짝 놀라며 서로 떨어졌다.
디미트리P"그, 그럼! 얼마든지!"
아나스타샤"Д, Да! 이젠 모모카 순서네요!"
얼굴은 폈지만 화는 여전히 풀리질 않은건지 볼을 힘껏 부풀린 모모카가 자신의 몫으로 받은 사탕을 확인하니 움찔, 하고 그녀의 경직된 입가가 꿈틀거렸다.
사탕을 보고도 여전히 볼이 빵빵한 채인 모모카의 눈치를 보며 디미트리P는 그녀의 화가 풀렸는지 살핀다.
모모카의 볼에 차있던 바람은 천천히 빠지기 시작하다 곧 굳어있지만, 평소와 똑같은 모모카의 얼굴로 돌아왔다.
모모카"장미...인가요?"
모모카가 포장봉지 안에서 장미 모양으로 굳은 정열적인 붉은색의 사탕을 하나 꺼내들며 디미트리P쪽을 보지않고 물었다.
디미트리P"으, 응. 만들거라면 너희들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걸로 모양을 잡고 만들고 싶어서."
모모카"흐음..."
모모카의 미지근한 태도에 아무래도 여전히 화가 안풀린 것 같다 생각한 디미트리P가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할 사이, 모모카는 장미모양의 사탕을 입에 쏙 넣었다.
디미트리P"...응?"
한박자 늦게 모모카가 입안에서 자신의 사탕을 굴리고 있음을 깨달은 디미트리P, 사탕을 녹이던 모모카는 곧 말문을 열었다.
모모카"프로듀서쨔마."
디미트리P"어, 어. 그래."
모모카"맛있네요, 정말로."
뭔가 가시 돋친 말이 날아올 거라 생각한 디미트리P가 의외의 호평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모모카는 삐져서 경직된 표정이 달콤함에 모두 녹아버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모카"정말, 정말로 달콤해요. 제가 먹어본 어떤 디저트보다도 행복함이 흘러넘치네요."
디미트리P"...화 안났냐?"
그 말을 한 직후, 모모카가 찌릿 쳐다보자 디미트리P는 괜한 질문을 한 걸 후회했다가 곧 '후훗'하고 긴장을 절로 풀게 만드는 모모카의 웃음을 들었다.
모모카"네, 신경쓰시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화낼만한 일도 아닌데 저도 모르게 그만 신경이 날카로워져 버렸네요. 아나스타샤양에게도, 진심으로 사과드려요."
아나스타샤"아, 괜찮습니다."
정중하게 고개숙여 사과한 모모카는 곧 흘끗 디미트리P를 보며 말했다.
모모카"이상하게 프로듀서쨔마가 관련된 것이라면 좀 예민하게 된단 말이죠. 어째서일까요?"
디미트리P"음...글쎄다...내가 너한테 은연 중에 뭘 실수한 거 같은데..."
모모카의 뼈있는 질문에 되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감을 잡질 못하는 디미트리P의 반응에 내심 한심함을 까는 탄식을 흘린건 분명 모모카뿐만이 아니였으리라.
모모카"그럼 그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죠. 오늘은 이토록 기쁜 날이니, 기뻐하지 않으면 손해잖아요?"
디미트리P"그, 그러냐."
모모카"그런거랍니다. 그러고보니 프로듀서쨔마, 제가 받은 이 사탕. 처음에는 단 맛이 났다가 그 다음에는 친숙한 신맛과 향이 나네요. 혹시 이건..."
디미트리P"내가 말해주면 재미가 없잖냐. 모모카 너가 맞춰봐라."
디미트리P의 장난기 섞인 말에 모모카는 가볍게 웃는 한편, 혀를 통해 느껴지는 맛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침이 절로 고일 정도로 시큼한 이 맛과 어디서 많이 맡아본 이 향기. 하지만 위화감이 있었다. 어째서? 그건 원래 따뜻하게 혀를 덥혀야할 맛이...
모모카"...이건, 제가 자주 마시는 로즈힙티 맛이네요."
디미트리P"역시나 바로 알아맞출 줄 알았어. 정답이다."
모모카"하지만...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가 있나요? 이런 맛이 나는 사탕을 저는 한번도 보지 못했사와요."
디미트리P"별 거 없어. 로즈힙티를 설탕시럽에 넣고 같이 굳힌 뿐이야. 너네 저택에서 일하는 파티쉐라면 바로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지."
모모카"그 분이 똑같이 만든다해도 이런 맛이 나올거라 생각하시나 보군요."
디미트리P"그럼 아니냐?"
디미트리P의 말을 대번에 고개를 저어 부정한 모모카였다.
모모카"저는 그렇지 않을거라 확신해요. 이건 프로듀서쨔마만이 낼 수 있는 맛이라고 저는 생각...아니, 믿고 있답니다. 저희 저택의 파티쉐로 고용하고 싶어질 정도예요."
디미트리P"그럼 프로듀서 짤리고 나면 부탁해볼까."
모모카"후훗, 농담도 잘하시긴. 그런 일은 절대 없는 걸 잘아는걸요."
프로듀서일을 할때 디미트리P가 어떤 눈을 하고 있는지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오래 봐 온 모모카이기에 천지가 쪼개져도 그가 지금하고 있는 자신의 일을 내려놓을거란 생각은 전혀하지 않았다.
모모카"제가 오늘 받은 건 단순한 화이트데이의 사탕이 아니라, 직접 만든 장미꽃의 다발이네요."
디미트리P"하여튼, 호들갑은."
모모카"아뇨, 호들갑이 아니예요. 이걸 어떻게 만들지 고민을 시작했을때부터, 마침내 완성됐을 때까지 줄곧 저를 생각하신 흔적이 드러나는걸요. 여기서 호들갑을 더 떨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요!"
모모카의 녹색 눈동자가 빛을 받은 에메랄드처럼 환하게 반짝거리니, 디미트리P는 좀 부끄럽기는 해도 모모카가 말하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었다.
디미트리P"그렇게 기뻐해주니, 되려 내가 고마울 지경이구나."
디미트리P는 모모카의 머리를 쓰다듬는 사이에, 불쑥 니나의 힘찬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니나"니나도! 니나도 열어봐도 되는건가요? 프로듀서!"
그러자 디미트리P의 시선은 물론 모모카의 눈길 또한 니나쪽으로 향하고 모모카는 미소지으며 니나에게 다음 순번을 양보하듯 슬쩍 뒤로 물러났다.
디미트리P"물론, 열지 말란 법 없지."
디미트리P도 모모카에서, 자기한테 가까이 다가온 니나의 머리로 쓰다듬기의 순위를 바꾸며 말했다.
니나는 기대가 가득 담긴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사탕꾸러미를 풀고 그 안을 천진난만한 눈으로 들여다보는데.
니나"우와!"
갑자기 터져나오는 탄성, 직후 니나는 꾸러미에서 자신의 사탕을 꺼내들어 번쩍 치켜올렸다.
니나"사자씨다!"
하얀 플라스틱 막대 끝에 붙은 오렌지색 사탕은 갈기를 세운 채 입을 벌리고 있는 사자를 귀엽게 데포르메시킨 모양이였다. 동물을 좋아하는 니나에게 있어 마음에 안 들 수 없는 형태였다.
니나는 사탕을 한번 돌려가며 그 모양을 지그시 살펴보고 반짝거리는 눈으로 디미트리P를 쳐다보았다.
니나"사탕 쳐 먹어봐도 되는겁니까?"
디미트리P"그럼, 당연한걸. 먹어보고 어땠는지만 알려주렴."
니나"알겠는거예요!"
재빠르게 대답하고는 사자모양 막대사탕을 입에 넣은 니나는 해바라기씨를 먹는 햄스터처럼 오물거리다가 그 상태 그대로 외쳤다.
니나"오렌지맛인겁니다!"
디미트리P"색깔하고 똑같은 맛이지?"
니나"네! 그리고 니나가 먹었던 오렌지 사탕하고 프로듀서가 만든 사탕하고 뭔가 다른 것 같은거예요. 더 개운한겁니다!"
디미트리P"그래? 뭐 특별한 걸 쓴 적은 없는데...기분 탓 아닐까?"
늬바"그냥 오렌지 주스를 써도 될 걸 굳이 신선한 오렌지를 사서 갓 짜낸 즙을 써서 그럴거다, 니나."
디미트리P"야, 야. 넌 그걸 또 굳이 말하고 있냐."
늬바"생색내도 될 걸 굳이 안 내서 그런다."
디미트리P"애한테 생색낼 필요가 어딨다고..."
지금 먹고 있는 사탕이 자기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도 정성이 들어간 것이란 걸 알게된 니나는 더더욱 기뻐한다.
니나"정말인겁니까?! 니나, 열라 기쁜거예요!"
디미트리P"응? 부담스럽거나 하진 않고?"
니나"? 전혀 그렇지 않은거예요! 프로듀서가 그만큼 니나를 존나게 소중여기고 있다는 거니까요!"
어린아이들의 시선이란 정말이지 따뜻하다는 걸 디미트리P는 니나의 자신있는 단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부담스럽다는 자신의 기분보다도, 그정도로 열심히 챙겨준 상대방의 상냥함을 먼저 봐주는 눈이 니나에게는 있었다.
니나"앗. 니나 사탕, 아냐 언니 사탕하고 똑같이 막대사탕인겁니다!"
디미트리P"오, 니나는 역시 눈썰미가 좋구나. 맞아."
니나"왜 막대사탕인건가요?"
디미트리P"아냐 거는 한입에 넣기에는 너무 커서 막대사탕으로 만든 거였고, 니나 네 거는...알사탕은 아무래도 목에 쉽게 걸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막대사탕으로 만들었단다."
늬바"진짜 과보호한다니까..."
디미트리P"시끄러. 전투 땐 자주 지켜주지 못하니까 평소에 이 정도는 괜찮잖냐."
니나를 향한 딸바보 수준의 애정을 은근슬쩍 드러낸 디미트리P의 품안으로 니나가 푸욱 파고 들더니 그의 허리에 팔을 둘러 꼬옥 안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니나"프로듀서, 니나를 위해서 이렇게 열라 맛있는 사탕을 만들어줘서 존나게 감사한거예요! 니나는 프로듀서가 준 사탕, 엄~청나게 기쁜겁니다! 존나 최고예요!"
니나의 햇살같이 상냥한 따뜻함에 디미트리P는 저절로 그녀의 머리로 손을 가져가 조심스레 쓰다듬었고 그 사실을 한박자 늦게 자각하지만 멈추진 않는다.
디미트리P"...니나 너는 이대로만 자라준다면 내 여한이 없겠는데 말이지."
한숨을 내쉬며 무심코 줄곧 가지고 있던 간절한 바람을 입 밖으로 내놓은 디미트리P를 올려다본 니나는 금방 핀 봄꽃처럼 싱긋 웃어보였다.
아리스"프로듀서씨...이건 뭔가요...?"
아리스의 물음이 아니였다면 오늘 하루가 다갈때까지 니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을 기세였던 디미트리P는 아리스가 당혹스러운 투로 물음을 꺼내들자 그제야 니나에게 쏠린 관심을 아리스를 향해 옮길 수 있었다.
디미트리P"응? 뭐가 말이냐?"
아리스"절 보고 바로 떠오르는게 이거란 말인가요?!"
아리스는 자기가 받은 사탕을 디미트리P에게 보이게끔 들어올려 보이며 따져묻기 시작하는데, 그녀의 사탕은 분홍색에 가까운 빨간색으로, 표면에 주근깨 같은 씨앗이 콕콕 박혀있고 잎을 곧게 편 꼭지가 위에 달린 딸기 모양이였다.
디미트리P"그런데?"
아리스"어째서 제 이미지가 딸기인건가요!"
디미트리P"어째서고 자시고, 너 딸기 엄청 좋아하잖냐. 그래서 사탕도 딸기 모양으로 했는데."
아리스"지나치게 단편적으로만 보신 거 아닌가요? 딸기가 저하면 떠오르는 거라니."
딸기보다도 조금은 예상 외의 것이 나오길 바랬던걸까, 아리스가 못마땅함에 툴툴대자 디미트리P는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하고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였다.
디미트리P"음...그건 생각을 못했군. 그렇게 싫으면 다시 만들어올테니 돌려주는 건..."
아리스"아뇨, 사탕은 받을거예요. 사탕에게는 잘못이 없으니까요."
디미트리P"잘못이 있는 건 나라서 받긴 하는 거냐..."
아리스"물론이죠."
디미트리P"매정하구만..."
왠지 차갑게 구는 아리스를 보고 조금 시무룩해진 디미트리P는 아리스의 입가가 기대로 씰룩거리는 것까지는 보지 못한 모양이였다.
디미트리P"그래도 맛은 좋을거라 장담한다. 이미 니나하고 모모카, 아냐도 맛있다고 해줬으니까."
아리스"흐음...확실히 겉모양은 맛있어보이긴 하네요.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디미트리P'와중에 예절은 참 바르구만...'
주홍색 딸기 사탕 하나를 한입에 넣은 아리스는 처음 몇초간은 말없이 입안에서 사탕을 굴릴 뿐이였다. 그 시간이 좀 길어지자 디미트리P는 초조함을 다 참지 못하고 선수를 쳤다.
디미트리P"어떠냐, 맛은?"
아리스"그냥 딸기 맛이네요."
디미트리P"맛 평가가 박하구만."
그 말대로, 의욕이 팍 죽을 정도의 심사평에 디미트리P는 사탕을 만들었다는 보람도 없어지려는 게 느껴질 때쯤 시니컬하게 말을 뱉은 아리스의 표정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걸 보았다.
디미트리P"...별 특별한 거 없다 이거냐?"
아리스"네. 딸기주스를 안쓰고 신선한 딸기로 즙을 내서 쓴 것 밖에는 특별한 게 없네요
디미트리P"그냥 딸기 맛이라고 한 거 치고 너무 자세하게 아는 것 같은데...아니 근데 잘도 알았구만."
아리스"그냥 신선핫 딸기 맛 맞아요."
디미트리P"수식어가 하나 늘었는데."
열심히 사탕을 오물거리던 아리스가 난데없이 손을 다시 자신의 사탕꾸러미로 가져가자 디미트리P는 조금 놀라했다.
디미트리P"벌써 다 먹은거냐?"
아리스"네."
즉답하며 망설임 없이 사탕을 하나 더 꺼내 입에 넣는 아리스. 그냥 딸기 맛이라며 했던 반응과 지금 행동은 확실하게 모순되어 있어서, 디미트리P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곧 아리스의 솔직하지 못한 성격을 염두에 두니 그녀가 보인 모든 반응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디미트리P"너...사실 이거 맘에 드는 거 아니냐?"
아리스"그, 그런게 아니거든요.
디미트리P"아니, 아무리 봐도 마음에 쏙 든 거 같은데."
아리스"아, 아니예요! 선물을 거절하면 예의가 아닐 뿐이지, 사탕이 마음에 드는 게 아니니까요!"
제법 정곡이였는지 아리스는 버럭 소리지르며 아주 강렬하게 부정하였고, 디미트리P는 역시는 역시라며 짖궂게 미소지었다.
디미트리P"니나나 모모카, 아냐도 너만큼 빨리 먹진 않았는데? 하여튼 아리스 너도 진짜 솔직하질 못하구만."
아리스"타치바나예요! 그리고, 그...사, 사탕이 빨리 녹은 것뿐이예요! 그뿐이라고요!"
디미트리P"네, 네. 그러시군요."
흥분으로 얼굴이 시뻘개진 채 노골적으로 놀리는 투의 디미트리P를 향해 팔을 마구 휘두르며 달려든 아리스였지만 그녀를 멈춰세울 겸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뻗어진 디미트리P의 팔이 아리스의 팔보다 길었기에 잔뜩 화난 아리스의 공격은 닿을 일이 없었다.
그때, 둘 사이를 스리슬쩍 갈라버린 이가 있었으니. 바로 나기였다.
나기"돈 워리, 비 해피입니다. 닷디아나쟝. 지금부터는 나기가 아리스쨩의 복수를 이어받을 터이니."
둘 사이에 끼어든 나기가 자기가 받은 사탕 꾸러미를 들어올리며 당당히 선언한다.
나기"승부입니다, P. 나기가 P의 사탕에 놀라지 않는다면 P는 오늘 하루동안 나기와 3LDK, 월세 3만엔에 해당하는 미나토구의 부동산 매물을 찾아야만 합니다."
디미트리P"아니, 그 구성에 그 가격인 매물이 그 동네에 있을리가 없잖아....명백하게 네 정처없는 산책에 날 끼워넣을 셈이구만. 그럼 너가 놀라게 된다면?"
나기"나기의 라이브 티켓 한 장과 카라멜 팝콘, 참깨빵 위에 순살고기만 쓴 빅맥을 드리죠."
디미트리P"...내가 스태프석에서 네 라이브를 안 보는 날이 없는 건 너도 알거고 카라멜 팝콘은 뭔 조합이며 번하고 패티만 쓴 게 무슨 빅맥인지 대답 좀 해주실까."
나기"자잘한건 신경쓰지 마시길. 원래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눈도 안 나빠지고 건강히 산답니다."
평소의 그녀답게 영문을 알 것 같으면서도 곧 완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떠나는 말을 한 나기는 사탕 꾸러미를 뒤적거리더니 곧 자신이 받은 사탕을 꺼냈다. 갓 짠 레몬즙을 시럽에 섞어서인지 동그란 모양의 사탕은 조금 흐릿한 노란빛을 띄고 있었다.
나기"흠흠, 뭐가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나기가 어제 만들고 싶다 생각만 한 레모네이드의 맛이 날 예감이 드는군요."
디미트리P"아니, 정확하게 알고 있구만..."
나기"그럼 상품을 샀지만 시식코너에서 맛보는 것을 서슴치 않는 나기가 갑니다."
나기는 꺼낸 사탕을 자신의 입 안에 넣고는 오물거렸다.
나기"흠, 나기 탐정의 가설대로 이것은 레몬맛 사탕이로군요.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였으니 나기는 놀라지 않았다. 나기 win. 땡땡땡, 이로군요."
디미트리P"글쎄, 아직 사탕이 다 녹지 않았잖냐."
디미트리P가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 말하자 나기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사탕이 여기서 더 녹아봤자 뭐가 달라진다는 거지? 라는 의문을 가질 동안 사탕은 겉부분이 녹아 중심부까지 드러났고, 그때 사탕 중심부에 디미트리P가 담아놓았던 레몬즙이 시한폭탄처럼 터져나온다.
나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고 만 나기는 비명조차 지르지도 못하고 뇌의 정보처리용량을 가뿐히 벗어난 시큼함에 말그대로 입을 *모양으로 오므렸다.
누가 원흉인지 단번에 눈치챈 나기가 디미트리P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디미트리P는 입가를 손으로 가려서 웃는 걸 숨기려고 했지만 들썩이는 어깨까지는 어떻게 숨기지 못했다.
시큼함이 타액으로 희석되서 반사적으로 수축된 안면근육이 풀리자 나기는 대번에 포커페이스인 상태로 따져말한다.
나기"저질러주셨군요, P."
디미트리P"큭큭. 아니, 생각했던 것보다도 재밌는 반응이길래 그만. 큭큭."
나기는 말없이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디미트리P를 말없이 지그시 쳐다볼 뿐이였다. 처음엔 눈치없이 계속 웃던 디미트리P도 조금 지나자 나기의 시선을 눈치챌 수 있었고 곧 그녀가 보내는 무표정에서 크나큰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기"철석같이 달콤한 화이트데이가 될 줄 알았던 나기의 넋은 어디로. 원통하도다~."
디미트리P"아, 아니. 너도 발렌타인 때 핫소스 범벅인 초콜릿 줬잖냐. 너만큼 나도 엄청 실망했었다고."
나기"그때 나기는 아리수챤의 초코를 시세상승 시켜주기 위해 일부러 그랬지만 P는 처음부터 나기를 상장폐지 시킬 생각이였으니 다릅니다."
듣고보니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고 처음부터 나기를 골탕 먹일 작정이였던 건 확실한 사실이였기에 디미트리P는 반쯤 설득당하고 만다.
디미트리P"....그럼 내가 잘못한건가?"
나기"네. P의 과실이 100이예요."
디미트리P"아니, 과실은 너한테도 있잖아..."
나기"그럼 나기에게도 과실이 있는 셈치고 P 90퍼센트, 나기 10퍼센트로 하죠."
디미트리P"터무니 없는 횡포를..."
나기"여기서 나기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이번 주말에 나기와 마이룸 후보들의 유세를 직접 찾아가서 들어주신다면 면죄부를 드리죠."
디미트리P"역시 원래 목적이 따로 있었구만!"
버럭 소리 친 디미트리P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나기의 포커페이스에서 다른 느낌을 받았다. 나기의 무표정에는 절대로 흥정따윈 없다는 굳건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디미트리P"혹시 모르니 물어보는데, 만일 내가 네 조건을 안 받아들이면?"
나기"그럼 나기는 P가 실은 사탕에 이상한 재료를 넣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프로덕션의 모든 사람에게 알릴겁니다."
디미트리P"사실에서 잘라낸 부분이 너무 많잖냐..."
예상한 것관 다르게 맥없이 나기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자신을 발견한 디미트리P에게는 이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디미트리P"...알겠다, 이번 주말말이지? 어울려주마."
나기"빰빠카빰. 나기는 P(을)를 동료로 받아들였다. 앗, 이건 다른 동네 얘기라 안되려나요."
나기가 당최 뭔 얘기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기는 그녀의 손바닥 위였다는 사실을 알아낸 디미트리P는 기가 차서 한숨을 쉬었다.
하야테"P쨩도 큰일이네~. 나-가 이렇게 나올 줄은 하-도 예상 못했어."
나기가 팔을 뻣뻣하게 치켜올린 기묘한 자세로 제자리 걷기를 하며 기쁨(?)을 표출할 동안 디미트리P의 옆으로 하야테가 다가오며 말했다.
하야테"그래도 막상 해볼테면 해보라고 하면 나-는 아무것도 못할텐데."
디미트리P"처음엔 너랑 비슷하게 생각하긴 했는데, 암만 해도 너무 무뚝뚝하잖냐. 게다가 나기도 내가 필요해서 부른 것일테니까."
하야테"헤헤, 역시 P쨩은 상냥하네."
자신의 프로듀서 옆에서 가끔은 철없어 뵈는 쌍둥이 언니를 보던 하야테는 가볍게 빙글 돌며 디미트리P 앞에 서더니 자신이 받은 사탕이 담긴 꾸러미를 내보였다.
하야테"그럼, 이번엔 하-의 차례인가? P쨩이 준 선물, 열어봐도 되지?"
디미트리P"아, 물론."
기대에 찬 미소를 지으며 꾸러미를 풀고, 그 안을 들여다본 하야테는 예상했던 사탕의 모습과 훨씬 괴리가 있는 모습에 조금 놀라하며 사탕을 꺼냈다.
하야테"새까매..."
한입크기의 매끈한 공 모양인 사탕은 하야테의 탄식처럼 밤의 어둠과도 같은 새까만 색이였다. 하지만 그것이 마냥 추하게 보이진 않았다. 빛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찬란한 동그란 검은 사탕은 얼핏 보석과도 같았다.
하야테"신기해! 이렇게 짙은 검은색인데 엄청 예뻐보여! 흑진주 같아, P쨩!"
디미트리P"아니, 그정도까지는...너무 과찬이다. 하야테."
하야테"그렇지만 하-의 눈에는 진짜로 그런 걸. 근데 어떻게 이런 검은색이 나오지? 무슨 맛인거?"
디미트리P"먹어보진 않아서 내가 뭐라 말해주기 힘들다만...흑당을 사용해서 만든거라고 하면 대충 감이 짚히냐?"
하야테"흑당?!"
자기가 평소에 마시던 흑당 버블티에 들어가는 그 검정 시럽이 사탕이 됐다는 사실에 놀란 하야테는 더 자세히 그걸 살펴보다가 마치 사탕에 이끌리는 것처럼 입에 흑사탕을 쏙 넣었다.
하야테"음, 음."
디미트리P"어떠냐...?"
설탕만 써본 디미트리P에게 흑당이란 미지의 식재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탕들보다도 맛에 관해서 조금도 감이 잡히질 않았다. 하야테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갸우뚱거릴때는 디미트리P의 마음이 순간 철렁 내려앉을뻔했지만 곧 하야테가 한 눈을 살며시 떠 자기 표정을 살펴보곤 씨익 웃자 그녀가 장난치고 있음을 인지했다.
하야테"아하핫, P쨩 당황한 거 엄-청 웃겨!"
디미트리P"나참...놀라게 하고 있어."
하야테"헤헤. 미안, 미안. 그래도 엄청 맛있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달고, 뭔가 고소한 맛도 있어! 흑당으로 사탕을 만들면 이렇게 되는거구나..."
디미트리P"그러냐? 그건 신기하군."
하야테"정말이라니까, 그러니까 P쨩도 아~!"
사탕꾸러미에서 사탕 하나를 꺼낸 하야테는 그걸 기습적으로 디미트리P의 입안에 쏙 넣어버렸다.
디미트리P"음?!"
예상 못한 기습에 놀란 디미트리P, 하지만 하야테의 천연스러운 손길과 함께 입에 들어온 당분이 그를 금방 진정시켰다.
디미트리P"뭐...확실히 사탕치고는 특이한 맛이군. 정제를 안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맛에 차이가 있는건가."
하야테"그렇지? 하-도 깜짝 놀랐다니까~. 근데 P쨩은 흑당을 어떻게 얻은거래? 하-들처럼 프로덕션 마트에서?"
디미트리P"아니. 사탕수수 사서 직접 설탕을 만든건데."
하야테"에?"
설탕까지 수제라는 사실을 들은 하야테는 놀라 토끼 눈을 뜨고 입까지 살짝 벌렸다가 곧 시선을 피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하야테"그, 그거 혹시 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한거야?"
디미트리P"아아, 아니. 미안하다, 말을 두루뭉실하게 말해버렸군. 오늘 만든 사탕은 전부 설탕까지 수제다. 다만 하야테 네 사탕에 들어간 흑당은 정제하기 전에 따로 빼놓은거야. 다른 애들건 다 정제한거고."
디미트리P의 해명을 들은 하야테는 '에.'하고 넋이 빠진 표정을 아주 잠시 지었다가 금방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야테"뭐, 뭐야아~. 하-, 깜짝 놀랐잖아. 하-만 특별하게 만들어 준 줄 알고 착각했다고~."
디미트리P"특별하지. 누가 뭐라해도 내 아이돌이니까. 하지만 그만큼 내겐 다른 애들도 특별해."
하야테"응, P쨩은 상냥하니까. 그게 당연한거지."
빙긋 웃는 하야테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디미트리P가 다른 아이돌들을 향해 말했다.
디미트리P"차 끓일건데, 너네도 마실거냐?"
아나스타샤"Да! 밀크티, 부탁드릴게요. 아냐, 잼하고 우유 잔-뜩 넣은 게 좋습니다."
모모카"프로듀서쨔마가 만든 사탕과 차...후훗, 사치스러운 티타임이네요. 홍차를 부탁드려요."
아리스"으음...음. 저는 커피, 블랙으로요. 설탕도 우유도 넣지 말아주세요."
니나"에, 아리스쨩 블랙 커피 열라 싫어하는겁니다. 프로듀서! 니나하고 아리스쨩은 코코아 주는거예요!"
나기"녹차는 화과자하고 어울리죠. 그렇다면 녹차와 사탕은? 오늘, 나기는 맛의 지평을 열어젖힙니다."
하야테"네, 네. 보리차 말이지? 그럼 P쨩, 하-는 밀크티! 흑당사탕하고 먹으면 흑당밀크티인지 실험할래!"
그렇게 떠들어대는 아이돌들을 지켜보며, 여느때보다도 푸근한 미소를 짓는 디미트리P였다.
디미트리P"그래,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