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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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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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다음 주어진 상황을 해피엔딩으로 끝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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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 기억상실증 아이돌
21~40 : 이세계로 소환된후 서로 적이 되어버린 프로듀서와 아이돌
41~60 : 자신의 불치병을 아이돌에게 숨기는 프로듀서
61~80 : 콘서트를 못하게 된 아이돌들
81~100 : 극악 스토커팬에게 유괴당한 아이돌
자! 해피엔딩을 끝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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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자신이 기억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고통스러워하던,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던 그녀를, 도와줄 수 없었다. 나 또한 그녀에게 낯선 사람일 뿐이었으니까. 눈을 뜨고, 낯선 상황에서 보게 된 낯선 세상의 일부였을 테니까. 물론 나는 내 나름대로 그녀를 돕고자 했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의 노력에도 그녀가 기억을 되찾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새롭게 시작했다.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나가며, 새롭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고, 새로운 추억들을 차근차근 쌓아가면서.
그녀의 인생에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돌이 아닌 그녀에게 내가 무턱대고 접근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녀 또한...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을 상기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 작별이 내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 책상에 앉아, 다른 아이들을 프로듀스하며... 프로듀스... 하면서...
"한 사람의 빈자리가 이렇게나 크다는 건, 왜 빈자리가 생기고서야 깨닫는 건지, 원..."
아니, 큰 영향을 끼치겠지. 그녀가 그녀 앞에 놓여진 낯설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면서 나의 세상에서는 한 사람이 사라졌으니까. 아니, 한 사람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정말로 닮은 다른 사람이 그 빈자리에 생겨났다고 하는 게 맞을까? 하지만, 그 빈자리를 채울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녀가 아니었으니까. 동일한 사람이지만, 내 세계에 존재하는 그녀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녀가 과거의, 다른 그녀에게 발목잡히는 일은 없었으면 했으니까. 적어도 나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은 원치 않았으니까, 작별을 고했다. 아니, 도망쳤다. 그녀의 세계에서 도망쳤다. 그녀가 새롭게 나아간 세상에서 그녀만의 '해피 엔딩'을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내가 도망치는 길에 놓여 있는 것이 '배드 엔딩'이란 것을 알면서도 도망쳤다. 그녀가 있던 빈자리, 그리고 다른 그녀가 조금이나마 채우고 있던 이 빈자리가 채워질 일은 영영 없겠지.
끼이익...
리츠코가 온 건가? 아니면 코토리 씨일까? 누가 됐건 슬슬 일할 시간이니까 온 거겠지? 리츠코가 보면 놀고 있는 줄 알 테니까, 생각은 그만하고 일에 집중해야겠다.
"저기..."
예상하지 못한 일에 내 사고가 정지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녀가 있었다. 나는 분명 작별을 고했을 터인 그녀가 내 눈 앞에, 나의 세계에 와 있었다.
"시간, 되시나요?"
어쩌면 빈자리가 채워질 일은 영영 없을 거라는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이런 소재로 글 쓰기는 무우리이...
이건 뭐 서로 불치병이란 전개로 가서 서로에게 솔직해지고 짧지만 행복한 끝 정도 밖에 전개가 안되네요(..)
사치코 님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통화를 걸어보았다. 받으시질 않는다. 이건... 대체...
"사치코 님, 사치코 님!"
창문 너머로 본 집안이 상당히 어질러져있었다. 나는 문을 따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열어보았지만, 역시 난장판이다. 사치코 님의 모습 역시 보이질 않는다.
이건... 틀림없어... 납치임이 분명하다...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아니, 도저히 추스려지지 않는다. 괴롭다......
(중략)
짐작가는 녀석이 하나 있긴 하다... 단 하나... 다만, 아직은 심증 뿐, 물증을 확보해야 한다. 우선...
(중략)
"난... 네가 누군지 안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어리석은 놈. 넌 상대를 잘못 고른 거야. 지금 그분을 놓아준다면 이쯤에서 끝내겠다. 널 찾기는 그만 둘 것이다. 허나 아니라면...
널 찾을 것이다.
찾아내서... 죽일 것이다."
"잘 해보시지."
물론 설령 놓아준다고 하더라도, 결코 추적을 그만 둘 생각은 조금도 없다. 놈은 죄악의 댓가를 치르리라.
(중략)
끼이익...
문은 열렸다. 놈이 보인다. 그리고 사치코 님도... 밧줄에 묶인 채로...
"프로듀서님!"
"아... 드디어 왔군. 기다리고 있었다."
"경비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닌가...? 그것보다도, 날 위해 선물을 준비한 것 같군. 하지만, 그 선물은 받을 수가 없겠는걸..."
타이밍 좋게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음?"
"아, 참 빨리도 오는구만."
"이놈... 그런다고 내가 이 아이를 가만 둘 것 같아? 천만에! 자, 한대 간...!"
"이보셔."
놈이 주먹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니, 내 무릎이 놈의 급소를 향하고 있었다.
"으아아악...!"
"아이고, 다리야."
즉시 사치코 님을 살피었다. 팔다리와 의자에 묶인 밧줄을 풀어냈다. 밧줄 때문에 난 상처와 겁에 질린 것만 빼면 특별한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사치코 님! 무사하십니까!"
"프... 프로듀서... 님... 저저... 너무... 무서웠어요......"
"걱정 마요. 제가 있으니까... 그보다도, 곧 택시가 올 겁니다. 어서 가세요. 여기 차비 받으시고, 돌아가셔서 팔다리는 꼭 소독하시고..."
"하지만... 프로듀서님은..."
"경찰이 있잖아요. 방금 그 사이렌 소리는 가짜지만, 신고는 해두었으니 금방 올 겁니다."
"큭... 이놈... 어쩐지 사이렌 소리만 들리고 경찰들 소리는 안 들리는 것이 뭔가 이상하다 싶더라니......"
"하지만... 하지만... 상처가..."
"전 괜찮아요... 그냥 조금... 긁힌 건데요 뭐... 가세요, 사치코 님... 어서...!"
사치코 님은 미리 불러둔 택시를 타고 돌아가셨다. 그리고...
"음? 도망칠 줄 알았는데?"
"... 다 알고 있어... 네놈이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설령 정말 경찰을 불렀더라 해도, 이런 몸으로 도망치는 건 무리겠지... 그리고 네놈이 경찰을 부르지 않은 이유는..."
"그 생각대로다. 네놈을 심판대에 올리는 것은 경찰이 아닌 나다."
오늘의 일과가 끝났다. 사치코 님은 돌아가신 후 몸의 긴장이 풀리셔서 바로 잠에 빠지셨다고 한다.
다음 날...
"아아아... 아윽! 조금만 살살..."
"조금만 참아요. 빨리 소독 안 하면 상처가 덧난다구요."
"그래도... 아아... 으으으..."
소독이 끝났다.
"후우... 감사합니다. 사치코 님."
"별 것도 아닌데...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아뇨. 고마워하실 것 없습니다. 당신의 프로듀서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죠."
"그, 그야 제 프로듀서시니까요! ...그 때 프로듀서님... 조금 멋졌어요... 마치 위기에 빠진 공주님을 지키러 찾아온 기사님처럼..."
"다... 당치도 않은 말씀을... 그보다도... 저...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죠..."
...말하자.
"사치코 님, 이대로 계속 당신을 혼자 두자니 불안해 미치겠습니다...! 그러니까... 저... 아..."
"음...?"
"아아, 그래! CCTV! 사치코 님의 자택에 CCTV를 설치해도 되겠습니까!"
"... 바보..."
아... 이런 한심한 놈...!
"...죄송합니다! 저...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저... 부탁드립니다! 같이 살게 해주십시오! 당신의 곁에서 쭉 지켜보고싶습니다! 지켜내고싶습니다! 마당에서 자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니까... 저..."
"...네!"
정말로, 사치코 님 자택의 마당에서 지내게 되었다. 1인용 텐트가 얼마더라...
"공연 스태프로 위장, 수면제를 탄 음료, 팬인 척 다가가 음료를 건네고 마실 때까지 대기, 그리고 잠든 타쿠미양을 업고 그대로 차로 귀가... 흠잡을 데 없는 계획이네요. 다소 위험부담이 있지만 무사히 성공하셨고요."
"흐음... 저기 말이죠. 저를 누구라 생각하는 건가요?"
"아뇨, 그런 거창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타쿠미양의 프로듀서랍니다."
"흐음... 이해하지 못하셨나요? 저는 타쿠미양의 프로듀서로서 타쿠미양의 행방에 대한 질문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답니다."
"우연히 타쿠미양을 업고 간 당신을 봤다는 증언과 타쿠미양을 찾기 위해 CCTV를 확인할 권리는 제게 당연한 거예요."
"과연, 그건 그러네요. 그걸 안다고 해도 찾기는 영 힘든 일이죠."
"그런데 어쩌죠? 제가 냄새에 민감해서 말이죠. 특히 악취를 진하게 풍기는 쥐새끼 냄새는... 말할 수도 없네요."
"아뇨, 그렇게 애걸할 필요 없어요. 그야 해칠 생각 없으니까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타쿠미양의 팬으로서 과한 애정이 부른 치기 정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타쿠미양에게 생체기 하나라도 났었다면 얘기는 달라졌겠지만요."
"과연,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셨네요."
"아, 타쿠미양 깨셨나요?"
"타이밍이 좋네요. 지금 막 타쿠미양의 집 앞에 도착해 깨우려던 참이었는데."
"그야 타쿠미양이 무대에서 내려온 뒤 피곤하다면서 곯아떨어져서 말이죠."
"후우... 안 좋은 꿈이라도 꾸신 표정이네요."
"많이 피곤하시다면 이만 집에서 쉬도록 하세요."
"타쿠미양? 남이 주는 음식은 함부로 드시면 안 됩니다. 약속이에요?"
"네, 제 것도요. 흠... 그건 선처할게요."
까치P : 거기다 급여도 불확실하고 안즈 이긴다고 끝나는게 아니라고?
안즈 : 아 미안. 이거 무리. 안즈 이세계 니트를 희망합니다~
까치P : 미안 나도 무리. 어차피 이 세계는 아이돌이나 프로듀서 같은거 없으니깐 까치는 오늘부터 니트로 전직 선언합니다~ 그렇지~ 안즈?
안즈 : 그렇네~
까치P : 그렇지~
완벽한 해피엔딩
치하야 : "좀 더 일찍 말했으면...!"
P : "지금 니네들 하는 표정이 좀 더 일찍 나왔겠지. 그리고 공과 사를 구분하기엔 니넨 너무 어려."
하루카 : "그래서 지금까지 그렇게 차갑게 대하신건가요?"
P : "들어봐. 처음 진단서를 받았을 때 말이야. 난 생애 처음으로 죽는다는걸 실감했거든. 어떻게든 방법이 없냐고 의사선생한테 매달리고 별 짓을 다 했었어. 근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이게 받아들여지더라. 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랬나? 아무튼 내가 죽을거라는걸 인정하니까 모든게 객관적으로 보이더란 말이지."
마코토 : "프로듀서에겐 해선 말이지만.. 그건.. 그건 그냥 포기한거잖아요!"
P : "맞아. 포기했어. 그래서 사장님께 협조를 구해서 다른 프로듀서를 고용하도록 말씀드렸지. 동시에 내가 없어도 큰 문제 없도록 손을 썼어. 이래뵈도 내가 어떤 역할인진 잘 알고 있거든."
이오리 : "웃기지마! 아무 것도 모르고 있잖아!"
아즈사 : "이오리. 진정하렴. 이오리의 말이 맞아요. 저희에게 있어서 프로듀서 씨는 필요 없으면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부품같은게 아니에요."
P : "그럼 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실패한거겠지. 뭐, 이젠 됐어. 난 이제 너희와 아무 연관 없는 사람이다. 이 사무실, 영락없는 블랙회사지만 그래도 양심은 있던지 퇴직금은 넉넉하게 주더군. 이제 이걸로 남은 여생을 즐겨야지. 니네도 나 신경쓰지 말고 잘 지내라구."
리츠코 : "정말 거짓말 못하시네요."
P : "뭐?"
리츠코 : "정말 거짓말 못한다고 했어요. 여생이요? 이미 다 알고 왔어요! 지금도 진통제로 버티고 있는거잖아요!"
P : "뭣..! 어떻게.. 사장님은 말하지 않기로 했었는데!"
사장 : "물론 그랬었지. 하지만 내가 실수로 서류를 흘렸다네. 역시 나이는 못 속이겠단 말이야."
P : "사장님!"
유키호 : "어떻게 그렇게 될 때까지 아무 말도 안하실 수가 있나요? 저흰 그 것도 모르고 프로듀서가 이젠 저희한테 정나미가 떨어지신줄 알고.. 우우.."
타카네 : "유키호. 진정하세요."
유키호 : "하지만.. 하지만..!"
마미 : "오빠. 가지마. 내가 엄마랑 아빠한테 부탁해서 치료 받으면 되니까. 응?"
아미 : "아미들도 오빠 안 힘들게 말 잘들을게. 가지마."
P : "젠장.. 젠장! 젠장! 나라고 죽고 싶고 그만두고 싶은줄 아냐?! 나도 살고 싶어! 나도 너희를 끝까지 돕고 싶었다고! 그런데 안되잖아! 안되는걸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야! 난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다고! 난 무력해..! 무력하다고!!"
코토리 : "프..프로듀서 씨!"
P : "...뭡니까?"
코토리 : "병원에서 전화가..!"
P : "하아.. 여보세요. 예. 접니다. 예. 예? 뭐라고요?! 그럼..! 아니 잠깐만요. 그럼 통증은.. 플라시보? 허.. 죄송하다고 다가 아니죠. 하.. 좋습니다. 내일 모레 봅시다."
코토리 : "병원에서 뭐라고 하나요?"
P :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미키 : "허니..?"
P : "크하하하하하하하! 이런 X발!"
야요이 : "히익..! 프.. 프로듀서 씨.."
P : "아앗.. 야요이. 미안. 많이 놀랐지? 사과할게."
야요이 : "아니요. 괜찮아요..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P : "동명이인이래."
야요이 : "동명.. 그게 뭔가요?"
P : "그러니까 그 날 그 시간대에 검사를 받은 P라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거야."
야요이 : "프로듀서가 한 명 더 있다는건가요? 그러면 거기 있는 프로듀서랑 여기 있는 프로듀서가 둘이면.. 으.. 어려워요.."
치하야 : "정말인가요?! 그러면 프로듀서는..!"
P : "바보짓한거지.. 창피하니까 그만들 좀 쳐다봐."
치하야 : "다행이다.. 정말..."
P : "야, 울지 마. 니가 우니까.. 나도 눈물나잖아!"
아미 : "응훗훗. 오빠 울보였구나?"
마미 : "근데 얼굴은 웃는거 보니 엉덩이에 뿔나겠다."
P : "시끄러 이것들아. 까짓꺼 뿔 좀 나면 어떠냐?"
야요이 : "엣? 프로듀서 엉덩이에 뿔 나는건가요?"
P : "아니, 그게 아니라.."
미키 : "허니!"
P : "우왓! 달려들지 마! 넘어질 뻔 했잖아!"
아미 : "오옷! 이 것은 절호의 찬스!"
마미 : "건담! 갑니다!"
P : "달라붙지 마! 이 것들아! 리츠코! 어떻게 좀 해줘봐!"
리츠코 : "자업자득이예요. 이 아이들이 당신을 얼마나 걱정하는지 몸으로 잘~ 깨달으세요."
P : "으앗! 야야야! 넘어진다! 떨어져! 어이, 히비키! 아까부터 계속 말도 없더니 이게 무슨 짓이야! 너까지 붙으면..!"
히비키 : "앗..! 이 쪽 보지마..!"
마미 : "응훗훗. 울다가 웃는 사람이 여기도 있군요. 공격이다!"
히비키 : "우와앗! 그만해!"
사장 : "다행이구만.. 정말 다행이야.."
코토리 : "사장님도 참.. 여기요."
사장 : "고맙구만. 오토나시 군. 역시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단 말이야."
P : "어이! 이젠 다들 달라붙냐?! 진정해! 진정하라고!"
사장 : "사이가 좋다는건 참 좋은거야. 그렇지 않나, 오토나시 군?"
코토리 : "예. 그러네요."
P : "진짜 넘어진다구! 잠..! 으아아아아아!!"
"기억상실증이라는 거....생각해보면 엄청 편리한 것 아닐까?"
"그건 또....무슨 뚱딴지 같은 말씀이세요. 슈코씨?"
"기억을 못한다는 건, 단순히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지옥이지만 뒤집어서 생각하면 무엇을 하든...결국 매일이 처음처럼이라는 거네?"
"또 쓸데없는 말을...."
"그럼...매일 어떤 밥을 먹어도, 같은 메뉴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말도 되겠지?"
"...그래서...결국 하고 싶은 말이 뭐에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란 말이지."
"점심 메뉴 결정이 곤란한 상황에는 기억상실이 해결책이란 말인가요?"
"생각해봐....프로듀서와 내가 지금껏 먹었던 것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매일 매일 처음 먹는 음식처럼 느낀다면...일생 일대의 중대한 걱정 하나가 사라지는 거라구. '오늘은 대체 뭘 먹지? 이거? 저거? 아니면 그거? 아아~ 복잡해!'...따위의 말은 작별이다...이런 말씀이지."
"네에...네에...그래서 기각된 메뉴들 말고 다른 제안은 없으신가요?"
"그럼...프로듀서씨, 오늘 점심은 간단히 초밥이나 먹으러 갈까?"
"그건 어제 저녁에 먹었는 걸요. 그리고 점심으로 초밥이라니 무슨 바람이 분건가요."
"그럼...선심 써서 차슈 라멘에 교자."
"선심 쓴 것 치곤 꽤나...그리고 그건 이틀 전에 먹었군요."
"으음.....그럼, 치즈 햄버그 스테이크 정식."
"정식이라 붙으면 일단 뭐든 치히로씨에게 먹혀들거라 생각하시는 거죠. 애석하지만 그것도 이미 며칠 전에 먹었으니 기각."
"아아- 정말이지. 어떻게 일일이 다 그런 시시콜콜한 걸 기억하는 거야?"
"그야, 언제나 결제는 제가 하고 있으니까요. 업무 중 식비, 간식비 모두 치히로씨에게 보고해야하는 입장도 생각 좀 해주시라구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그럼 프로듀서는 지금까지 먹은 빵의 개수를 일일이 기억하는 거야? 말로만 듣던 레인맨?"
"그보다는 슈코씨 쪽이 오히려 아까의 말씀처럼 '점심 메뉴와 관련된 선택적 기억상실'인 건 아닐까요. 어찌된 게 하루만 지나면 모든 메뉴가 초기화되잖아요."
"그치만, 성장기 소녀는 언제나 배가 고프다구. 그런 점에서 선택지는 많을 수록 좋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성장판이 닫히기 전까지."
"덕분에 일주일 내내 자루소바만 먹었던 적도 있는 것, 아세요? 가끔은 소거법도 메뉴 선정에 고려해 보심이..."
"아! 그 소바집. 문 닫지만 않았다면 지금도 먹고 있었을텐데...아쉽네...그보다 그런 걸 일일이 다 기억해서 하나 하나 제외시켜나가다간, 언젠가 지구상에 먹을 게 하나도 없어질 거야. 그런 점에서 오일 파스타에 마르게리따 어때?"
"정말이지....또 잊으셨어요? 미야모토씨, 이치노세씨랑 어제 야식으로 드셨잖아요. 냉동피자. 차가운 콜라도 곁들여서"
"엣....?! 어떻게 알았어? 여자 기숙사라도 훔쳐본 거야?"
"흠흠...프로듀서가 되면 자고로 밤에도 낮에도 담당 아이돌을 느낄 수 있는...눈과 귀과 있다는 사실만 알아두셔요."
"아아~ 역시 카나데, 삐쳤구나. 정말....귀이여우운~ 우리의 리더씨라니까."
"한창 드라마 연기 때문에 몇 주 째 특훈에 녹즙만 먹으며 감량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보란듯이 라지 사이즈 피자를 먹는 악의 없는 잔인무도함....생각해보셨나요."
"우와. 누굴까 그런 악마적 악취미의 주인은?"
"유혹 이블이라고 아실려나 모르겠군요."
"음...기억나지 않네. 다음에 만나게 되면 내가 잘 타일러서, 이왕 먹는다면 이탈리안 피자 말고 시카고 피자로 먹으라고 충고해둘게."
"하아...다른 건 다 잊으셔도 하야미양...정말로 화났었다는 것만은 기억해두세요."
"으음...먹을 것에 대한 원한은 쉽게 풀리지 않는데 말이야....지독한 녀석들이네."
"......능청스럽게 말하시만 사실은 미안한 마음도 있으시죠?"
"아니. 그보다...배고파 죽을 것 같아."
"아무튼 다음번에 만나면 제대로 사과해두세요. 멤버들 간의 불화는 원치 않으니."
"알았어. 알았어.....아! 카나데 말이 나온 김에 샥스핀이나 먹으러 갈까? 요 건너편이 바로 차이나 타운(中華街)이잖아?"
"정말로 슈코씨의 의식의 흐름은 못 따라 가겠는걸요? 시오미 씨의 메뉴 선정 논리 회로는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거에요?"
"그때 그때 달라. 마치...프로듀서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처럼."
"네......?"
"......사실 말이야, 나 지금까지 프로듀서가 맛있는 것들을 아낌 없이 먹여주고 사 준 것에 정말 감사하고 있어."
"....갑자기요?"
"아이 참,...들어봐, 따지고 보면 프로듀서와 함께 아이돌을 하면서 먹어왔던 수 많은 음식들이 나의 피와 살이 되어 지금의 프로듀서에게 돌아온 것이잖아."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잘 모르겠지만 생리적으론 그렇죠."
"그런 점에서 나의 세포 하나 하나, 체액 한 방울 한 방울 마다....당신과 먹고 마시며 함께한 시간들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고 봐도 되는 것...아닐까?"
".........그게 또 그렇게 되는군요."
"프로듀서가 나와 먹은 메뉴들을 차가운 머리로 하나 하나 기억한다면...나는 이 몸으로....당신이 먹여주고 키워 준 이 더운 피와 따뜻한 살로,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을 기억하며 살아갈거야."
"저기...슈코씨...?"
"......이것이 내가 당신을....기억하는 방법이야. 그것만은....진심이야."
"에...다 좋은데요, 슈코씨...근데..은근슬쩍 달라붙어서 저를 저쪽으로 밀어내시는 까닭은 대체 뭘까요?"
"어라? 눈치챘어? 오늘의 가게는 저기야."
"에.....뭐에요? 결국은 전에 갔던 초밥집이잖아요!"
"...그렇지?"
"대체 지금까지 이야기를 뭐로 들으신 건가요!"
"흐음....그럼 질문! 지금까지 대화 내용 중에 프로듀서씨가 메뉴를 제안 한 적은?"
"에....딱히....있었던 것 같진 않은데요."
"그럼 다음 질문! 지금 껏 슈코가 제안한 메뉴들 중 프로듀서가 수락한 것은 몇 개?"
"....그것도 없네요."
"그럼...마지막. 이런 교착 상태에서 제 시간 내에 우리가 점심을 함께 먹을 확률은 얼마?"
"하아.....그것도 그렇네요. 타임 리미트라..."
"......부탁이야. 오늘도 이 몸으로 당신을...좀 더 기억할 수 있게 해줘. 응?"
".....오....오해 살만한 발언 좀 하지마세요!"
"후훗....자, 그럼 실례합니다~!"
"오늘도...결국....치히로씨에게 용서를 비는 수 밖에..."
그날 슈코는 회전 초밥 스무 접시 분량의 프로듀서에 대한 기억을 몸에 새겼다. 그와 함께 영수증을 받아들면 온화한 치히로씨의 불타는 미소를 볼 생각에, 이미 오금이 저린 프로듀서의 시름도 깊어만 간다. 머리로 아이돌을 기억하는 프로듀서와, 몸으로 프로듀서를 기억하는 아이돌. 언젠가 두 사람의 기억이 하나로 뒤섞이는 날도 있겠지만....그건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 아쉽지만 지금은 이런 미적지근한 해피 엔드로도 이미 런치 타임은 끝나버리고 만다.
"그래도....맛있었지?"
"네.....맛있었어요."
"그럼...다음에도 또 부탁해."
".......저야말로요."
가게를 나서며 만족스럽게 미소짓는 소녀를 보면서, 남자는 '메뉴 고민에는 기억상실'이 해결책이라는 그녀의 특이한 지론을 조금이나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불과 몇 걸음 뒤에 '디저트 메뉴'로 다시 무한 루프에 빠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역시...기억 상실은...귀찮아!
-[당신을 기억하는 방법]
전국에 계신 팬 여러분, 그리고
이 라디오를 듣고 계신 청취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Girls be next step의 멤버이자 One steps의 멤버,
시라기쿠 호타루입니다.
본래라면 보다 많은 아이돌분들과 함께 화려한 무대에서
여러분들에게 인사드릴 예정이었지만
예기치 못한 대규모 감염병 사태로 인해 전국적으로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되고 부득이하게 공연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이렇게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는 미시로 프로 인터넷 방송.
팬 레터를 읽어드리는, '혼자 듣는 라디오'의 게스트로 오랜만에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멤버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해온 무대가 공연 직전에 무산되면서
아이돌들은 물론 많은 스태프분들과 관계자분들이 허탈해하셨지만
가장 가슴 아프셨을 분들은 아무래도
오랫동안 콘서트를 기다린 팬 여러분들이시겠죠.
오늘은 여러분들의 그런 아쉬운 마음을 고이 담아 저에게 보내주신
수 많은 편지들 중 인상적인 몇 선을 꼽아 읽어드리고자 합니다.
그럼 첫 번째 편지로군요.
[누구보다 강인한 아이돌, 호타루양에게.
호타루양 안녕하셔요. 저는 지방에 살고 있는 20대 팬입니다.
지방의 단기대학을 졸업하고 도내의 자그마한 회사에 취직한 지 수 개월,
매일 고된 사회 초년생의 생활이지만 호타루양의 노래로 위로를 받으며 지내고 있답니다.
그러나 지난 수 개월동안은 정말 힘겨운 나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COVID-19로 인해 선포된 긴급 사태 기간 동안 저를 비롯한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갈 수도,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도 만날 수 없고
자주가던 음식점이나, 좋아하던 카페도, 게다가 그렇게나 싫던 회사도 모두 멈춰버렸습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수 십일 째 집에서 재택 근무를 하며 무미건조한 삶을 이어나가자니
처음엔 편하고 좋았지만...점점 즐거운 모든 것들이 시시해지고....또 이렇게 혼자 방 안에 있자니
괜히 인생을 낭비하는 것 같아 죄스럽고, 무엇보다 지독한 외로움을 견딜 수 없네요.
무언가....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나날이 이어지다가 문득,
최근 'One steps'의 공연이 결국 무산된 것을 보며 호타루양 역시 마음이 많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안부를 전하고자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세상이 멈춰버린 시대, 외로움의 바다 속에서 호타루양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언젠가 무대에서 다시 만날 그 날 까지, 항상 건강하길 바랄게요.]
네...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비롯한 One steps의 멤버들은 다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렇게 여유 시간이 있을 땐 예전 같았으면
같이 모여서 자율 레슨을 했겠지만 지금은 각자의 자택에서 체력 단련을 하거나
이런 비대면 콘텐츠에 참여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답니다.
멈춰진 세계 속의 외로움의 바다...그렇네요.
지금은 전 세계가 혼자 남겨진 고독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네요.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곁에 있을 수도,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나러 갈 수 도,
죄 없이 떠나간 많은 이들을 위해 함께 모여 울 수도 없는 시간의 연속.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결국 우리는 세상 속에서 '혼자'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을지도요.
늘 함께 있었기에....언제든 곁에 있었기에
평소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가족, 친구 그리고 팬 여러분들의 소중함을
이렇게 사무치게 느끼게 될 줄이야....혼자가 되고서야 인생의 이명이 '외로움'인 줄 깨달았습니다.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그것은 달리 말하자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겠죠.
그러고보면....지금은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예전에 프로덕션에 있을 때는
혼자 있는 시간들이 제법 많았었네요. 이유야.....아마 다들 잘 알고 계실테지만요.
분명 외로움은 힘들고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끼게 하지만...
고독이 반드시 기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답니다.
뭐랄까...혼자 있는 동안에는....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드러나게 되는 것 같아요.
혼자만의 취미를 가지거나 홀로 사색하고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더 나은 나를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기도 했으니까요.
인생은 결국 혼자 살아가는 것이니까, 삶도 죽음도 온전히 자기 자신만의 것이니
우리는 처음부터 '영원한 고독'을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몰라요.
그런 현실 속에 좋음과 싫음은 있을지 모르겠만, 옳음과 그름은 없는 것 같아요.
정해진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모든 건 결국 자신의 선택이니까요.
비록 지금처럼 예기치 못한 이별과 단절의 시간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운명'같은 것이지만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며 살아갈 지...생각해보면 수 많은 선택지와 길들이 있을테죠.
새로운 취미를 가지거나, 전에 없던 예술활동을 하는 것 역시 기분전환이 될거에요.
그런 점에서 저는 최근 기숙사에서 '화분'을 키우고 있어요.
규정상 동물은 키우지 못하지만, 식물은 제한이 없어서 다행이네요.
예전에 팬 분께 받은 자그마한 새싹이 무럭 무럭 자라 마침내 꽃을 피운 것을, SNS를 통해 보여드린 적이 있었죠. 그 때의 그 신비로움과 뿌듯함을 잊지 못해서 이후로도 쭉 화분을 가꾸게 되었답니다.
식물을 키우는 건 처음이라 금방 시들해지거나 영양분이 부족해져 병에 걸리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꽃집을 하시는 린 언니, 꽃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시는 유미 언니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은 끝에 지금은 무난히 꽃들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답니다.
물론 지금은 린 언니, 유미 언니를 비롯한 모두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그 날을 위해...모두에게 드리고 싶은 꽃들을 소중히 가꾸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이건...무대 활동이나 레슨으로 바빴다면 할 수 없었을...저만의 선택이군요.
때를 기다린다...기약 없는 기다림과 지켜질지 알 수 없는 약속은
언제나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인내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를 성숙시키고
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단련시켜준다고 저는 믿습니다.
분명 이 시대는 모두에게 잔인하고 무자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것에 질 수는 없습니다.
비록 지금은 장마의 한 가운데지만, 반드시 그칠 것을 알기에
이 비가 그친 맑은 날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대도...부디 혼자가 된 이 시간들을
절망과 괴로움 속에서만 보내지 않길 바랍니다.
다시 만날 반가운 이들이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꽃을 피우기 위해 어둠을 기꺼이 감내하는 수 많은 꽃들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거에요.
후훗....팬 여러분의 편지 덕분에 저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콘서트를 하지 못하게 되어서 역시나 저의 불행이 다시 찾아온 것인가 했었는데
팬 여러분들과 이렇게 진솔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행복해요.
이것도 나름....해피엔딩인 것일까요.
그래도 역시 하루빨리 팬 여러분들께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럼...잠시 휴식한 뒤에 다음 편지 읽어드릴게요.
그동안 따뜻한 차라도 한 잔 준비하셔요. 감사합니다.
-[혼자 듣는 라디오]
네? 제가 있던 군대요?? 뭐, 어떻게 됐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