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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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주사위] 생존본능 TRPG
(글 진행은 반드시 댓글로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생존본능 TRPG 플레이 로그 (Google Drive)
※ 페이지 우상단의 를 클릭하시면 리스트 보기가 가능합니다.
참여자분들은 반드시 룰을 읽어주세요. → https://sites.google.com/site/idolmastervalkyria/lul/yeonpyo
룰이 늘어난 덕분에 여러가지 전개가 가능해졌지만, 처음 출발했던 때보다 룰의 종류가 많아진 편입니다. 물론 스레로서는 굉장히 복잡해진 편이지만 TRPG 룰로서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에, 룰과 약간의 플레이 로그를 차근차근 읽어보시면 금방 감을 잡으실 수 있습니다.
※ 거의 붉은 글씨 위주로만 읽더라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다.
<공지>
16/11/21 생존본능 TRPG 위키를 개설했습니다.
https://sites.google.com/site/idolmastervalkyria/위키 사이트 개장했습니다. 비밀글로 E메일을 적어주시면 그 메일 편으로 위키 수정 권한을 드리니, 제시된 문서 양식에 따라 설정을 넣어주세요. (아직 적어야 할 게 산더미 같긴 하지만 ㅇ<-<) 문서양식 등은 히데루p와 이치노세시키의 프로필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16/12/10 생존본능 TRPG 의 관리자 권한을 더헤드(@chs2***)님과 포틴P (@howo***)님에게 넘깁니다.
12월 12일 예정된 현 관리자 히데루(@cosmo****)의 공군입대로. 오늘부로 더헤드(@chs2***)님과 포틴P (@howo***)님에게 모든 운영권한을 공동운영의 형태로 넘겨드립니다. 공동 운영을 선택한 이유는 두 분 다 입대 직전의 저처럼 TRPG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통상적으로 두 분이 가장 많은 수의 아이돌들로 RP를 진행해왔던 점이 큽니다.
그리고 공동운영으로 관리자가 둘이 되었다고는 하나, 이제 일반 유저분들도 연표, 사건일지, 케릭터 등의 정보를 함께 수정 해주시길 바랍니다.
18/1/12 현재 생존본능 TRPG는 신규 참여자를 모집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향후 상황에 따라 모집할 의향은 있기 때문에, 참여자가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19/10/17 최근의 세션에서 사용했던 Roll20 플레이 페이지를, Roll20 기능의 연습을 겸해서 채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장소로도 개방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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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 합선 사건」
절대로 연결 될 리 없었던 수 많은 평행우주들이, 마치 스파크를 튀기며 폭발한 전선들처럼 얽혀버린 원인은, 세계의 어떤 저명한 과학자도 밝혀낼 수 없었다.
물론 그 원인을 밝혀낼 충분한 사전지식도 가지지 못하던 인류였지만, 그들은 당장에 온갖 평행세계로부터 쳐들어오는 외계종족, 다른차원의 괴물들 따위로부터 생존하기에도 벅찼다.
결국 전세는 불리해지고 인류의 멸망이 코앞까지 봉착할 그 때였다.
「아이돌」
본래는 춤과 노래 등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돈을 벌며 살아가는 주로 저연령층의 예술인들을 지칭했던 그녀들.
그녀들은 그 「세계선 합선 사건」을 계기로, 초능력, 마법 등의 「능력」지니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들의 활약으로 지구상에서 모든 이계의 존재들을 몰아내게 되었다.
「프로듀서」
하지만 대체로 어린 아이들로 구성된 그녀들이 냉혹하고 잔혹한 전장에서, 그 의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녀들을 뒷받쳐주고 통솔해준 「프로듀서」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활약으로 인류는 어떻게든 생존 할 수 있었고, 외계의 기술들과 새로이 발견된 마법 등을 이용해 비약적인 문명의 발전을 이룩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투쟁의 서막.
그들의 세계에 다녀온 한 프로듀서의 설명에 의하면, 스스로를「기계정령」이라고 칭한 그들은 강렬한 투지와 「생존본능」을 가진 인간 전사를 찾고 있다고 했다.
먼스(탐욕) 투스(교만) 웬즈(폭식) 덜즈(질투) 프라이(나태) 세럴(색욕) 선(분노).
그리고 아직 깨어나지 못한 플루토(광기).
그 명분도, 목적도 알 수 없었지만, 단 한 가지의 사실 만큼은 분명했다.
아이돌과 프로듀서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고, 또한 살아남기 위해 다시 한번 전화(戰火)의 열기에 삼켜지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기계정령은 더헤드(@chs2***)씨의 오리지널 설정을 차용, 변형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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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히데루p가 꺼내든 재료는 제누아즈(스펀지케이크)를 만들수 있는 달걀과 박력분 버터 등의 일반적인 제과 재료였다.
먼저 그는 버터를 드라이기 같은것으로 녹인 뒤 볼에 달걀을 넣고 믹서로 계란에 거품을 내주었다. 그러고는 설탕을 섞고는 계란이 익지 않을 정도의 온도로 중탕을 하여 설탕을 녹이더니, 다시금 핸드믹서를 이용해 한참 돌려 거품을 내었다.
작은 과도를 꺼내든 디미트리P는 그것으로 사탕수수의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돌려깎기 같이 테크닉있게 겉껍질을 깎아내진 못하고 위에서 아래로 과도를 움직여 껍질이 벗기는, 그냥 칼질이였지만 나이프를 많이 다룬 경험 덕분에 사탕수수는 순식간에 과육과 껍질로 분리된 것도 모자라 벗겨진 껍질은 절묘할 정도로 얇고 균일했다.
디미트리P"그 다음은 갈아주고..."
껍질을 벗긴 사탕수수를 작게 토막내주고 망설임없이 믹서기에 집어넣은 디미트리P는 믹서기의 가동버튼을 눌러 사탕수수를 갈아냈다. 다 갈렸는지 믹서기 칼날이 공회전하는 소리가 들리자 디미트리P는 믹서기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늬바"이게 어딜봐서 사탕수수...그냥 톱밥 아냐?"
늬바가 의심에 찬 목소리로 물어도 무리는 아닌게, 믹서기 안에 든 게 사탕수수라고 알려줘도 그 누구도 못 믿을만큼 그 안에 든 건 영락없이 나무의 톱밥처럼 생겨 먹었다.
디미트리P"내가 본 영상에 의하면 정상이야. 이제 이걸 이 착즙기에 넣어서..."
톱밥처럼 되어버린 사탕수수를 모조리 수동 착즙기에 넣은 디미트리P는 즙이 나올 호스에 보울을 놓고 나사를 돌려 잘게 갈린 사탕수수를 압착한다. 그러자 흐린 빛깔을 띈 갈색 액체가 꿀렁거리면서 보울 안으로 쏟아져 내린다.
디미트리P"오, 잘 나오는구만."
사탕수수즙이 더 이상 안나올때까지 수동 착즙기로 사탕수수를 압착하던 디미트리P는 즙이 한방울도 나오지 않자 압착을 그만두고 어디론가 걸어갔다.
늬바"응? 디마, 어디 가는거냐?"
디미트리P"잠깐 갖고와야할 장비가 있어서."
늬바"장비?"
가족 중에 브라질에서 사탕수수 농장을 하는 한 특임대원을 통해 신선한 남미산 사탕수수를 산지직송으로 받는 걸로 황당했건만, 장비?
도대체 감이 잡히질 않는 늬바는 (불안한)떨림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리다가 뭐가 잔뜩 얹혀진 손수레를 디미트리P가 끌고 나오자 턱이 있다면 턱을 쩍 벌리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늬바"디마...이건 대체..."
디미트리P"필터하고 증발기, 수산화칼슘과 이산화탄소, 원심분리기."
늬바"아니, 명칭을 묻는게 아니라...것보다 너의 입에서 이과 같은 소리가 나올 줄이야."
디미트리P"방금 짜낸 사탕수수즙을 백설탕으로 만들려면 필요한 것들이야. 이케부쿠로하고 이치노세 통해서 빌려왔지."
늬바"이렇게까지 해야할 필요가...아니, 있었지."
생각해보니 아카네P도 이렇게 초콜릿을 만들었을터였기에 늬바는 말을 아꼈다.
디미트리P"우선 사탕수수즙에다 수산화칼슘을 넣고, 여기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한다."
늬바"제법 눈대중인데, 그렇게 해도 괜찮겠어?"
디미트리P"폭탄 만들려고 화학을 좀 배웠으니까. 이정도면 적정량이야."
늬바"폭탄 만들던 손이 지금은 사탕을 만들다니. 세계가 이렇게 바뀌었음 바랄 게 없겠는데."
대충인 듯, 하지만 정밀하게 재료를 넣은 디미트리P는 들어간 화학물질들이 작용해 사탕수수즙을 하얗게 만들고, 불순물을 아래로 가라앉히자 그걸 활성탄을 쓴 필터에 걸렀다. 화합물과 흙, 불순물이 걸러진 즙을 증발기에 넣으면 수분이 부글거리며 날아가 농도가 짙어지는데 이때 디미트리P는 증발기의 온도를 낮춘다.
디미트리P"그리고 결정화시키기 위해 알코올을 넣고 천천히 냉각시킨다."
하얗던 사탕수수즙은 그 농도가 짙어져 거의 검정에 가까운 끈끈한 무언가가 되었다. 설탕이 되기 직전의 점도 높은 물체를 증발기에서 꺼낸 디미트리P는 그것을 회전 중인 원심분리기 안에 집어넣었다.
디미트리P"회전수는 1200rpm 맞군. 이제 좀 기다리면 당밀하고 자당하고 분리되서 우리가 원하는 설탕이 나올거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맹렬히 돌아가던 원심분리기를 잠시동안 가만히 둔 디미트리P는 슬슬 됐을거라며 원심분리기의 전원을 끄고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디미트리P"성공이군. 역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변에 있던 스쿱으로 원심분리기 안쪽을 긁어낸 디미트리P가 늬바에게 스쿱 안에 담긴 입자가 고운 백설탕을 보여준다.
늬바"반신반의했는데 설마 진짜 완성될 줄이야..."
디미트리P"처음이라 나도 확신을 못 가졌는데 예상 이상이군."
그리고 설탕이 모두 만들어지자, 그제서야 냉정해진 늬바는 곰곰히 지금까지의 과정을 따져보며 말했다.
늬바"근데 디마, 아직 사탕도 못만들었지?"
디미트리P"당연하지, 설탕이 만들어져야 사탕을 만드니까."
늬바"여기까지 와서야 말하는 것도 웃기긴한데, 이렇게까지 했어야할까? 그냥 설탕 사서 만드는 거하고 다를 바가 없잖아."
디미트리P"...애써 무시하고 있던 걸 다시 상기시켜 주지 말아줬으면 해, 늬바."
늬바"아...그, 그래."
옛날 같았으면 정성이니 뭐니하는 인간적인 감정보다도 냉정하게 효율을 따져서 그냥 편의점 사탕이나 사다줄 친구가 지금은 지능이 떡락(?)해 사서 고생을 하는 모습을 늬바는 조금 딱하게 쳐다본다.
늬바'그래도 뭐 썩...'
하지만 싫은 소리를 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아마 분명 저녀석이 저렇게 사서 고생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쩔쩔매는 모습이,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딱히 싫은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겠지.
히데루p"음... 뭐... 진짜 폭탄 만드는거 아니죠?"
설탕을 따로 보울에다 덜어내던 디미트리P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다가 설탕을 빤히 쳐다보며 아무렇지 않게 수상한 말을 지껄인다.
디미트리P"...뭐, 여기다 질산칼륨하고 물엿 좀 섞으면 폭탄이 되긴하지만."
그리고 디미트리p가 설탕을 정제하고 있는동안, 간편하게 정제 백설탕을 꺼낸 히데루p는 물과 물엿, 설탕을 냄비에 끓여넣고 베이스가 될 사탕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작은 딸기 한바구니를 깨끗하게 씻고 물기를 빼주더니, 플라스틱 꼬챙이를 미리 준비해 두기 시작했다.
즙을 냉각시키는 동안 할 일이 없는지, 디미트리P는 슬쩍 히데루P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람쥐P"응?"
디미트리P"이 산더미 같은 마쉬멜로우를 만들어서 어디다가 쓰려고?"
디미트리P를 비롯한 프로듀서들은 자신들의 화이트데이 사탕 만들기가 초중반인데도 이미 사탕을 다 만든 것도 모자라 계속 만드는 람쥐P와 그의 옆에 그득히 쌓인 수제 마쉬멜로우를 신기한 눈길로 번갈아 쳐다봤다.
람쥐P"난 발렌타인 데이때 초콜릿을 많이 받았잖아. 그래서 그 답례를 다 해주려고."
디미트리P"초콜릿 준 사람들을 일일히 기억하는 거냐? 대단도 하군..."
람쥐P"발렌타인 데이의 초콜릿은 마음을 전해준 거니까. 성심성의껏 보답해줘야겠지 않겠어?"
늬바"재료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가늠조차 안되는군."
디미트리P"난 이거 만드느라 돈을 얼마나 썼을지가 궁금한데."
포틴P "..그러니 괜찮다곤 생각하지만, 담당분들께는 다른 걸 드리는걸 추천합니다. 노파심일지도 모릅니다만.."
지나치게 세세한 이야기다 싶어서 민망했는지, 포틴P는 '아이돌들은 섬세한 나이대니까요' 라고 덧붙이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 말대로 이해가 갈 여지 없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세간의 유행에 디미트리P는 조금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디미트리P"그래도 역시 마쉬멜로우 주지 않기로 한 건 다행이군..."
히데루p"역시 비주얼은 끝내주는구만."
보울을 꽉 채울 정도로 많아진 하얀 정제당 주변으로 각종 과일과 여러가지 모양의 틀, 그리고 이외의 기타 재료들을 차근차근 늘어놓은 디미트리P가 중얼거렸다.
늬바"애들한테 뭘 만들어줄지는 정했어?"
디미트리P"떠오르는 이미지대로 구상해놨어. 한명 빼고는..."
늬바"한명? 너, 설마..."
갈 곳을 잃고 아래로 축 쳐진 디미트리P의 시선을 본 늬바는 그가 누굴 말하는건지 대충 감을 잡고 넌지시 말한다.
늬바"오히려 너가 아카네에게 뭘 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게 믿기질 않는데. 네 성격이라면 떠오른 그대로 정했을텐데."
디미트리P"평범하게 받았다면 그렇겠지...근데 받기 전에 여러 일이 있어서 말이지, 오히려 무엇 하나 떠오르질 않아."
뒷통수를 벅벅이며 고민하는 친구의 모습에 늬바는 답답함에 한숨 쉬고는, 그에게 방향이라도 알려주기로 한다.
늬바"그렇게 방향을 잡기 힘들면 물어보는 거 어떠냐? 예를 들면 아카네의 가족인..."
디미트리P"아."
늬바의 말에 뭔가 깨달은 외마디를 무심코 뱉은 디미트리P의 시선이 자연스레 히데루P를 향했다.
디미트리P"그 생각을 못했군...고맙다, 늬바."
그리고 디미트리P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설탕시럽을 만들던 히데루P에게 바로 다가갔다.
디미트리P"히데루, 잠깐 괜찮겠냐?"
히데루P가 슬쩍 자신을 향해 몸을 돌리자 디미트리P는 거침없이...아니 아카네P에 대해 물으려니 다소 부끄러워졌는지 뒤통수를 벅벅인다.
디미트리P"다른 게 아니라, 아카네 녀석이 특별히 좋아하는 사탕 같은 거 있냐? 다른 애들 건 다 떠올렸는데 얘만 이상하게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서...뭐든 좋으니 알려줬음 한다."
그러자 기억을 상기하던 히데루p가 턱을 짚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히데루p"흠... 저나 걔나 어릴때부터 집에서 과자나 사탕 같은걸 놔두고 살진 않은 탓인지, 뭔가 사탕 같은걸 특별히 좋아하는 모습을 본적은 잘 없단 말이죠. 단걸 싫어하는 것도 아니면서도 의외로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마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렇게 생각하던 그는 무언가 떠오른게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떠오른 일화를 꺼냈다.
히데루p"흠... 미국에 다녀오더니 입도 고상해지셨는지(웃음), 집에선 어릴땐 써서 입도 못대던 홍차를 자주 마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주로 상당히 단것... 예를들면 마카롱 같은걸 소량 곁들여 먹던걸 본적은 있네요. 확실히 이가 시릴정도로 단걸 먹은 뒤에 홍차의 떫은 향이 그것을 중화시켜주는 과정이 꽤 중독성 있긴 하죠."
히데루p"생각해보면 지금에 와서 입맛이 크게 달라진건 아닐거고... 아무래도 사기안적인 취향으로 홍차는 마시고 싶은데 쓰고 떫은걸 못 버텨서 엄청 단걸로 중화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디저트에 관해선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디미트리P조차도 마카롱의 악명은 익히 들었다. 초심자가 함부로 손대선 안되는 난이도 극악의 디저트. 그걸 초보자나 다름 없는 디미트리P가 만들려고 했다가는 분명 머랭이 '머랭을 만든다고? 뭐래는거야.'식의 매도로 변해 날아올 게 눈에 훤했다.
디미트리P"그렇군...마카롱이란 말이지? 고맙다, 히데루. 도움이 됐다."
그런데도 그는 전혀 주눅드는 기색 없이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 감사인사를 전하는 게 아닌가.
늬바"진짜로 만드려는거지, 너."
디미트리P"당연한 소리를. 겨우 아카네 녀석이 좋아하는 걸 알았는데 안 만들 순 없지."
늬바"질 가능성 있는 도박은 안하면서."
디미트리P"질리가 없지. 람쥐도 있고, 필요한 도구도 다 갖춰져 있으니까. 그리고, 질 수도 없단 말이지."
포틴P '오히려 너무 스트라이크라서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뭐, 거기까진 개인사니까.'
히데루P"이걸로 사탕쪽은 대부분 완성이고.. 이제 케이크만 남았군요."
그가 사탕의 상태에 만족했는지, 오븐을 기다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디미트리P"오렌지와 레몬즙은 모두 짜놓았고. 이제 딸기즙인가."
잘 씻어낸 딸기의 꼭지를 따고, 마찬가지로 수동착즙기에 넣어 빨간빛을 띄는 딸기즙을 받은 디미트리P는 작아서 즙에 같이 떠내려 온 작은 씨를 발견하고는 같이 들어갔다간 식감이 안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딸기즙을 촘촘한 체망에 한번 걸러서 딸기씨를 분리한다.
디미트리P"그리고..."
그때쯤 되니, 과일과즙을 짜기 전에 가스버너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가 시끄럽게 삐익대기 시작했다. 재빠르게 몸을 돌려 불을 끈 디미트리P는 자기 기숙사 방에서 가져온 도자기 찻주전자에 끓은 물을 따라내고 가방에서 찻숟가락과 지퍼백을 가져와 찻주전자 안에 지퍼백의 내용물인 말린 붉은색 찻잎을 찻숟가락으로 퍼내서 넣었다.
늬바"뭐야, 티타임이라도 가지려고?"
디미트리P"아냐, 잘 봐보라고."
디미트리P가 그렇게 말하며 늬바에게 들이민 지퍼백에는 말린 로즈힙 열매라고 라벨이 붙어있었다.
늬바"모모카 사탕에 쓸 모양인가보지?"
디미트리P"그 말대로. 우려낸 물을 식혀서 시럽으로 만들거야."
로즈힙티가 우려나고 식을 사이, 디미트리P는 또 다른 재료를 꺼낸다. 이번엔 시커멓고 부슬부슬한 가루가 트레이 위에 작은 산을 만들고 있었다.
늬바"질리지도 않고 계속 다른 재료를 꺼내는구만...가만, 이건 또 뭐야?"
디미트리P"사탕수수즙을 정제하지 않고 그냥 졸여서 만든 설탕. 비정제당이란거지. 하야테 말로는 흑당이라더군. 정제당 만드는 틈틈이 만들었지."
늬바"아, 과연. 그럼 이건 하야테거겠군."
디미트리P"그래. 요즘 흑당이 유행이라니 뭐니해서 흑당 버블티만 마시고 있으니까. 한입 얻어먹어 봤는데 너무 달더만, 그런 게 유행이라니. 나 참."
늬바"그러니까 너가 아저씨 소리를 듣는 거 아니냐?"
디미트리P는 늬바의 말에 가볍게 코웃음쳐 대답을 대신 한 뒤 충분히 우려난 로즈힙티를 냄비에 따라내고 다른 시럽을 먼저 준비하기로 한다. 각각의 과즙과 차를 각기 다른 냄비에 넣고 약불에 끓여준다. 보글보글 끓으며 생긴 거품은 걷어내주고 설탕을 녹인 시럽과 물엿을 넣으니 다시 거품이 올라와서 디미트리P는 그것들을 다시 걷어냈다.
디미트리P"이젠 저어줘야겠군."
실리콘 주걱을 꺼내든 디미트리P는 시럽들이 자칫 냄비바닥에 눌러붙는 걸 막기 위해 주걱으로 내용물을 저어가며 졸여줬다. 그렇게 저어주길 몇분, 디미트리P는 마치 진흙에 빠진 듯 주걱을 저어주는 게 뻑뻑해지자 불을 끄고 사탕을 굳힐 실리콘 틀을 준비했다.
디미트리P"이건 니나 꺼."
그렇게 말하며 사자모양 실리콘 틀에 오렌지 과즙을 섞은 설탕시럽을 조심히 흘려넣은 디미트리P는 사탕이 굳기전에 플라스틱 막대를 눕혀 넣어 막대사탕처럼 만든다.
디미트리P"그리고 이쪽은 타치바나."
딸기 시럽은 딸기 모양 틀에 부어 넣는게 누구를 위한 사탕인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아마 색깔도 그렇고 모양도 딸기와 똑같으니 탕후루 같진 않지만 아리스도 기뻐해줄거라 디미트리P는 생각한다.
디미트리P"다음은 나기인가. 그 녀석은..."
동그란 사탕을 만들어주는 틀에 레몬 시럽을 반쯤 부은 디미트리P는 어째서인지 틀을 꽉 채우지 않고 좀 기다렸다가 시럽이 굳자 그 위에 레몬 과즙 남은 걸 추가로 뿌리고 그 위에 레몬 시럽을 마저 부어 레몬 사탕 사이에 폭탄이 될 레몬즙을 숨겨놓는다.
늬바"핫소스 초콜릿에 대한 복수냐...쪼잔해."
디미트리P"맨날 내가 나기의 장난에 당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고? 나도 가끔은 장난치는 입장이 되어보자, 좀."
늬바"그래 뭐...뒷감당은 내 몫이 아니니까."
그렇게 과일즙을 쓴 과일사탕을 모두 마무리한 디미트리P는 그 사이에 식은 로즈힙티를 녹인 설탕에 섞고, 검은 빛깔의 비정제당을 녹여서 흑당 시럽을 만들었다. 그리고 로즈힙티 시럽은 장미꽃 모양의 실리콘틀에다 붓고 흑당 시럽은 원반 모양의 사탕을 만들어주는 틀에 부어줬다.
늬바"그러면 니나, 아리스, 모모카와 쌍둥이들의 초콜릿은 이걸로 끝인데...아냐꺼는 어떻게 만들려고?"
디미트리P"이제 만들거야. 아냐걸 만들려면 얘네들 것부터 만들어야했거든."
자기가 무슨 소릴하는지 이해를 못한 늬바에게 더 추가 설명 없이, 디미트리P는 아이돌들에게 줄 형형색색의 사탕을 몇개씩 따로 빼놓고는 추가로 초록색과 파란색 사탕을 꺼내든다.
그리고 밀대를 각각의 사탕 위로 내리쳐 사탕들을 산산히 부순다.
디미트리P"이제 이걸 여기에 올리고 오븐에 넣는거지."
깊이가 얕고 동그란 틀 위에 무작위적으로 알록달록한 사탕을 올린 뒤 135도로 설정한 오븐에 틀을 넣고 시간을 6분으로 설정하니 틀 위에 올려진 사탕들이 녹아가는게 보였다. 6분이 모두 지나 틀을 꺼내니 열로 너나할 것 없이 녹아든 사탕들이 그래피티처럼 얼룩덜룩한 빛깔을 띄고 있었다. 틀에서 꺼낼 수 있을 정도로 굳자 디미트리P는 얼룩덜룩한 납작사탕을 꺼내고 냄비에 하얀 정제당과 옥수수 시럽, 물을 넣어 끓이고 역시나 바닥에 눌러붙지 않게 실리콘 주걱으로 잘 저어준다. 커다란 거품이 끓어오르자 버너를 끄고 방금 전에 쓴 틀보다 깊이가 깊고 반구형 사탕을 만드는 틀에 방금 끓인 설탕을 부어넣고 굳기전에 은색의 식용 글리터를 안에 넣어준다. 그 뒤 얼룩덜룩하고 납작한 사탕으로 그 위를 덮고 꾹 눌러줬다.
디미트리P"다음은..."
같은 모양의 다른 틀을 꺼낸 디미트리P는 이번엔 흑당 사탕을 틀의 세로 맨 윗줄에 넣고, 그 다음 가로 칸의 세로 맨 아랫줄에 넣는 식으로 위아래 지그재그로 놓고는 그걸 다시 오븐에 넣어 녹혔다. 흑당 사탕 걸쭉하게 녹은 상태에서 긴 플라스틱 막대 끝을 녹은 흑당 사탕이 있는 쪽, 그러니까 지그재그로 배치한다. 그리고 지금 되어서 굳은 반구형의 사탕을 꺼내 그것의 납작한 면과 녹아서 플라스틱 막대가 들어간 흑당 사탕의 납작한 면이 맞닿게 꾹 눌러 다시 굳을때까지 기다려준다.
늬바"으음, 표면에 기포가 껴서 영 예뻐보이진 않는데..."
아직 밑에 깔린 흑당사탕이 굳기 전, 그 위에 올라온 사탕의 울퉁불퉁한 면을 보며 늬바가 미묘하다는 듯 말한다.
디미트리P"너무 조바심 내지 말라고. 곧 보게될테니까."
다 굳은 사탕들을 꺼내든 디미트리P는 난데없이 헤어드라이어를 꺼내들고 사탕의 울퉁불퉁한 면에 열기 가득한 바람을 쏘였다. 그러자 울퉁불퉁 솟아오른 설탕들이 녹아 매끈해지면서 뒤에 가려져있던 모습이 드러나는데, 새까매서 마치 우주 같은 뒤의 흑당사탕, 그 앞에 붙은 얼룩덜룩한 사탕은 밤하늘을 등에 업고 은하수와도 같이 화려하게 변해있었다. 투명한 쪽에 넣은 은색 글리터는 우주에 떠있는 별처럼 되서 사탕 속에 자그마한 우주가 만들어져 있었다.
늬바"오오, 이것 참...!"
디미트리P"어때? 이거면 아냐가 기뻐할까?"
늬바"기뻐하는 거 이상일걸. 오히려 너무 기뻐서 안절부절할 게 훤히 보여."
아나스타샤 몫의 우주사탕을 만들어낸 디미트리P는 홀가분한 미소를 지었다가 곧 마지막으로 할 게 남았다는 걸 깨닫고 난감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디미트리P"이젠 아카네 녀석 걸 만들어야겠군."
포틴P와 람쥐P가 사온 공용재료에서 생크림, 초콜릿, 버터, 물엿과 계란, 코코아 가루를 가져온 디미트리P는 턱에 손을 짚고 사탕을 만들기 전 람쥐P에서 속사로 익혀온 마카롱 레시피를 머리속에서 되짚기 시작했다.
디미트리P"빨간 마카롱하고 까만 마카롱을 만들어주면 되겠지."
늬바"식성 맞춘 것도 모자라서 시그니쳐 컬러에도 맞추는거야? 지극정성이군."
디미트리P"거, 오늘따라 왜 그렇게 구는거야?"
늬바"뭐, 별 거 없어. 그냥 방관자가 자신이 무슨 감정을 가진지도 모르는 바보 친구에게 짖궂은 장난을 치는거라 생각해."
디미트리P"...나참."
늬바의 말 속에 뼈가 들어있다는 걸 느낀 디미트리P는 구태여 따져 묻지 않고 우선 마카롱 안에 들어가는 필링부터 만들기 위해 생크림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따뜻하게 만들었다. 두 개의 보울에 나눠담은 생크림은 초콜릿을 녹일 수 있을 정도로 따뜻했고, 각각의 보울 안에 다크 커버춰 초콜릿과 화이트 커버춰 초콜릿을 넣으니 그것들은 순식간에 녹아없어졌다. 안에 버터, 럼, 물엿 그리고 화이트 초콜릿을 녹인 쪽에는 따로 딸기 우유를 섞으니 보기만 해도 입이 달콤해지는 필링 크림이 두 개나 완성되었다.
디미트리P는 공기가 안들어가게 필링 크림이 든 두 개의 보울에 랩을 씌웠다.
디미트리P"그 다음은 과자부분인가. 람쥐녀석은 coque(꼬끄, 껍질)라고 불렀었지."
동시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람쥐P에게 들은 디미트리P는 다시금 몸을 긴장시켰다.
디미트리P"일단 머랭을 만들기 위해 계란 흰자부터 분리한다."
람쥐P가 가르쳐준 레시피를 잊지 않기 위해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디미트리P는 먼저 노른자가 계란 껍질 안에 들어가게끔 껍질 조심히 깬 다음, 두 개로 나뉜 껍질을 이용해 노른자를 왔다갔다 움직여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한다. 그렇게 분리된 흰자를 전동 거품기를 써서 저어주며 안에 정제당을 조금씩 섞어준다.
늬바"계란 흰자라는 건 저을수록 거품이 되는 거였나..."
디미트리P"머랭이라고 부르더라고. 나도 오늘 처음 알았어."
거품기를 빼려할 때 머랭이 조금 끈끈하게 붙잡고, 거품기를 뺐을때 버티지 못하고 끊어진 머랭이 뿔처럼 솟아올랐다면 저어주길 그만둬야한다는 람쥐P의 가르침에 따라 머랭치기를 그만둔 디미트리P는 아몬드 가루와 카카오 파우더, 설탕을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갈아버린다. 그리고 다른 쪽에는 비트 가루, 아몬드 가루, 설탕을 넣고 방금 전과 똑같이 갈아낸다. 갈아버린 가루들을 각각 고운 체에 두 번 거르고 그렇게 걸러낸 가루들을 두 개의 보울에 나눠담은 머랭에 따로 넣어서 검은 반죽과 빨간 반죽을 만들었다.
디미트리P"이제 반죽의 공기를 빼주는 마카로나주인가. 이게 제일 까다롭다고 하던데."
늬바"반죽 두 개를 동시에 하려고? 무리일텐데."
디미트리P"암만 그래도 내가 팔이 4개도 아니고 될리가 없지. 자."
디미트리P가 쓱 내미는 실리콘 주걱을 멀뚱히 쳐다보던 늬바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머지않아 깨닫고 경악하고 말았다.
늬바"...나도 도우라고?"
디미트리P"당연하지. 초콜릿 맛보게 해줬잖아."
늬바"아니, 나도 전투 도와줬잖아!"
디미트리P"그리고 기숙사비는 내가 내는데 넌 그냥 얹혀살고 있잖냐."
늬바"젠장, 받아칠 수 없게 돈 얘기를 꺼내다니...알겠어. 대신 난 방법 모르니까 너한테 정신감응 건다."
디미트리P"좋을대로."
머리와 머리 사이에 다리가 연결되어 자기 몸이 늬바의 몸 같이 느껴지는, 이제는 익숙해진 감각이 들자 디미트리P는 실리콘 주걱을 들고 반죽을 보울 옆에 붙히고는 반죽의 아래를 위로 올려 각종 파우더들과 머랭을 잘 섞었다. 늬바 또한 자기 손에 맞지 않는 기구이지만, 정신감응을 이용해서 판에 박은 것마냥 디미트리P와 똑같은 때에, 똑같은 움직임으로 마카로나주를 실시한다.
약 15번정도 하고 나니 반죽이 놀랍도록 끈끈해졌는데, 디미트리P가 반죽을 주걱으로 떠서 위에서 떨어뜨려보니 반죽이 끈적하게 흐르며 계단처럼 차곡차곡 쌓였다. 마카로나주가 잘됐다는 표시였다.
디미트리P의 동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신감응으로 알아챈 늬바도 반죽을 죽 늘어뜨려보니 계단처럼 차곡차곡 쌓여 디미트리P는 반죽이 모두 제대로 됐음을 알았다.
늬바"계란 흰자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 끈적이는군."
디미트리P"그게 완벽하게 완성된 거라는군. 이제 이걸 짤주머니에 넣어서 동그랗게 짜내는거고."
우선 검은 반죽부터 짤주머니에 넣어 유산지를 깐 트레이를 절반 채운 디미트리P는 트레이의 나머지 절반을 빨간색 꼬끄 반죽으로 채웠다.
디미트리P"바로 굽지 않고, 윗면이 손가락에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실온에 말려준다."
람쥐P의 가르침을 입으로 한번 더 뒤따라 읊은 디미트리P는 거의 균일한 크기의 동그란 꼬끄 반죽에 굳이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놔둔다. 대략 30분 정도 지났을까, 디미트리P는 조심스레 검지 손가락 끝을 반죽 위로 가져갔다. 손가락 끝에 아무것도 묻어나오질 않자 디미트리P는 곧바로 깨끗한 두개의 짤주에 미리 만들어놓은 초콜릿 가나슈와 화이트 초코&딸기우유 필링크림을 채우고 초콜릿 가나슈는 카카오 파우더로 검은 빛을 띄는 꼬끄들 사이에, 화이트 초코&딸기우유 필링크림은 비트 파우더로 빨간 꼬끄 사이로 짜넣었다.
디미트리P"...완성이다..."
언제나 검정색과 붉은색 배합의 옷을 입고 다니는 아카네P와 똑같이 밝은 검정색의 초코 마카롱과 진한 붉은색의 딸기 마카롱을 만들고 온 몸의 긴장을 한숨에 담아 몸에 힘을 풀었다.
나즈막히 완성이라 중얼거린 디미트리P의 말을 들은 걸까, 람쥐P가 천천히 다가와서는 디미트리P가 만든 마카롱을 살펴보며 감탄한다.
람쥐P"처음인데도 이정도라...디미트리, 너. 은근 재능있는거 아냐?"
디미트리P"뭘, 가르쳐 준 사람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만."
람쥐P와 서로 덕담을 주고 받고 난 디미트리P는 비단 아카네P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돌들이 자기가 만든 선물을 받고 미소짓는 모습을 상상하였다.
디미트리P"...설마 과자를 만들면서 이토록 다른 사람이 기뻐해주길 바라게 될 줄이야. 그 아이들도, 같은 기분이였으려나."
그렇게 오븐에서 완성된 스폰지 케이크 2단을 꺼낸 히데루p가 그것을 보며 큭큭 웃으며 지나쳤다.
마카롱이면 마카롱이지, 게이밍은 왜 들어가는가. 이 과자 안에 반도체라고는 무엇 하나 들어가지 않았는데, 라고 생각한 디미트리P는 히데루P에게 물었다.
그러면서 히데루p가 핸드폰으로 그 사진을 보여주면, 디미트리p는 평소 아카네p가 쓰던 모델과 같은 것이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이가 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디미트리P는 자기가 만든 마카롱을 한번 더 보았다. 히데루P의 말때문일까, 그 마카롱은 이제 아카네P가 쓰던 노트북에 딸려오는 사은품 같았다.
디미트리P"만드는 골렘과 옷 뿐만 아니라 컴퓨터도 검정색과 빨강색 조합으로 맞추다니. 하여튼 쇠고집, 아니 건방져 보일 정도로 자기 스타일이 확고한 녀석이란 말야."
늬바"맨날 검은색 정장을 입고 다니는 너가 할 말이냐..."
디미트리P"나도 그게 신경쓰여서 하얀 와이셔츠 입으려니까 너가 말렸잖냐. 지가 뭐라해놓고선."
늬바"그건 상복 같으니까 그렇지..."
하나하나 누굴 위한 것인지 살피며 고개를 끄덕이던 포틴P가 탄성과 함께 거기에 들어간 정성을 높이 평가한다. 그런 한편, 같은 입장임에도 질투는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감탄.
아직 결과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도 나름대로 생각해온 것이 있다는 것일까.
람쥐P"모두 끝났나보네."
람쥐P가 산더미 같이 만들고도 아직 부족한 마쉬멜로의 양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반죽을 준비하는 이 소리는 모든 사탕의 준비가 끝난 프로듀서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람쥐P"난 아직 만들 게 한참 남았으니까, 다 만들었다면 먼저 돌아가."
람쥐P는 녹인 젤라틴과 설탕, 물엿을 섞은 마쉬멜로우 반죽을 거품기로 뒤섞으며 무심히 말했다. 만드는 장본인은 매우 초연했지만 솔직히 그런 말을 들으면 더더욱 발을 떼기 힘들어지는 법이다.
디미트리P"허세는. 이래선 날 새서도 못 만들겠구만. 도와줄게, 만드는 건 손을 못 대겠지만 포장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돌아가야만 하는 사람들도 잠깐이라면 괜찮다는 심정으로 내렸던 소매를 다시 걷어부치고는 람쥐P의 작업을 하나씩 맡아 돕기 시작했다.
포스트잇만한 크기에 귀퉁이에는 귀여운 강아지 그림이 그려져있고 '발렌타인 초콜릿, 고마웠어요.'라는 간결한 글씨가 쓰인 종이를 들고 디미트리P가 묻자 람쥐P가 대답했다.
람쥐P"어, 맞아. 안 떨어지게 부탁해."
디미트리P"이거, 혹시 손으로 일일히 다 쓴 거냐?"
람쥐P"그래. 어제 밤을 꼬박 새서."
디미트리P"맨 눈으로는 필체의 오류가 안 보일 정도로 다 똑같은데...역시 기계라 그런건가."
쪽지들에 쓰인 글씨들을 눈으로 스윽 훑어본 디미트리P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각자의 사탕을 완성하고도 총 2시간이 걸려서 끝났지만,많은 사람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줬기 때문에 람쥐P에게 초콜릿을 준 여사원들 몫의 마쉬멜로우는 2시간만에 다 만들어졌다고 봐야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얀 눈...아니 백설탕의 산을 올려다보며 프로듀서들은 그저 왠지 멍해졌을뿐이다.
디미트리P는 자기가 만든 사탕과 마카롱을 전부 담은 비닐봉지와 람쥐P가 박스 5개에 나눠 담고 있는 마쉬멜로우 봉지들을 번갈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늬바"왜, 인기남이라서 부러워?"
디미트리P"아니. 그리고 저런 모습을 보면 인기 많다는 것도 힘들겠단 생각이 들어서 딱히 부럽지도 않군."
늬바"아, 확실히."
다른 프로듀서들보단 완성이 늦어진 편이지만, 포틴P라고 해서 발렌타인의 슈코마냥 코멘트만 하면서 방관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
동료들에게 주기 위한 일반적인 사탕들부터 재빨리 제조를 끝내 놓고선, 그도 나름대로 쉴새없이 여러 버튼과 레버가 달린 기판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야심작인 수제초코 되갚기(리벤저) 시리즈가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크시코스P "'작명이 쓸데없이 살벌하군요.."
포틴P "일하면서 조금씩 쓸데없는 생각도 하는게 제 컨디션 관리법이라."
히데루P "참고로 표준어냐 아니냐만 치면 [대갚음]쪽이 맞습니다. 뭐, 개정이 이뤄질지도 모르지만요."
디미트리P "이래서 칸자키같은 애들은 국어성적이 좋은건가.."
디미트리P "어디, 이게 첫번째 완성작이군. 딱 봐도 큐트쪽인데.. 코시미즈냐? 직접 듣진 않았었다만, 역시 담당에게 전원 받은 모양이군."
포틴P "네, 말하신대로 사치코에게도 받았었죠. 제대로 수제로. 그렇지만 내용물은 전부 본인 모티브의 디자인이거나 본인 자랑뿐이었어서.. 뭐라 감상을 남기긴 곤란했네요. 맛은 꽤 좋았습니다만."
람쥐P "아아.. 뭐, 에고(자의식)이 강한 것도 아이돌로서는 나름의 덕목이라곤 생각하지만."
디미트리P "어울리긴 하는걸. 어찌 보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거니, 나름 친근감의 표현일지도 모르겠군. 걱정한 데 비해선 괜찮은 결과잖나."
포틴P "..그렇다면야 다행일텐데요. 역시 담당중에선 제일 마지막이라서, 자신을 갖고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군요."
디미트리P "걱정도 많군. 하여간 묘한 데서 엄청 진지해진다니까.."
늬바 [요새 네 테마는 자승자박인가?]
디미트리P "그래서, 그 고민을 하면서 뭘 준비했지? 구경 좀 하게 해 줬으면 좋겠는데." 무시
포틴P "뭐, 숨길 것도 아니니까요. 다만 포장이 포장이라, 손은 대지 말고 봐주시길."
그 말과 동시에, 포틴P는 기계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상자를 조심스럽게 탁자로 올려 내용물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연보라빛이 섞인 핑크 프레임에 리본으로 장식된 박스를 열면, 하늘색 배경에 '날개' '구름' '하트' '천사' 등의 이미지로 모양을 낸 낱개포장된 사탕들이 하나의 수채화처럼 조화롭게 배치되어있는 모습.
시판품이라고 해도 굉장히 가격이 나갈법한 비주얼에 더해, 하늘색 바탕에 구름으로 새겨진 사치코의 이름이 확실하게 수제(오더메이드)라는 점을 어필하고 있었다.
히데루P "호오, 그 기계로 사탕을 만들 뿐만 아니라 포장을 위해 꽤 세세한 커스텀도 되나보군요. 쓸데없는 짓일수록 타오르는 누구씨들이 손댄게 확실한 완성도야."
람쥐P "맑은 하늘을 테마로 한 것도 무난한걸. 그런데.. 우상단의 이 낙하산이라거나, 묘하게 불길한 뉘앙스가 느껴지는데.."
포틴P "하하, 무슨 말이신지. 제 말과 행동과 사탕엔 한치의 어긋남도 없습니다만?"
디미트리P "..그럼 박스 중앙의 이 SURVIVOR 막대사탕은 뭐냐?"
포틴P "아, 그건 보기에 그런 이니셜인거고..각각 막대 디자인까지 해서 단어입니다. 잘 보면 아실테죠."
'이번달엔 진짜 안마실거야' 라는 사나에의 장담을 들을때만큼 미심쩍은 얼굴의 디미트리P가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자, 확실히 묘하게 묵직한 막대 부분이 조각상처럼 영어 소문자를 각인한 형태였다. 사탕에 해당하는 머리문자와 이어서 읽자..
Super
Ultra
Reality
Vivid
Immortal
Very
Ohmygod
Rare kawaii boku
디미트리P "과연..아니, 결국 놀리는거잖아! 게다가 뒷부분은 생각 안나서 던졌구만?!"
포틴P "하핫!"
람쥐P "[좋아, 즐겁게 대화한 것 같다]"
히데루p"뭐, 이걸로 저도 완성이군요."
그리고 적당히 지금까지 만든 사탕과 탕후루, 그리고 케이크를 미리 준비한 깔끔한 상자에 포장을 하며 마무리하며 주방을 마저 정리하기 시작했다.
디미트리P "나 참.. 그럼, 코시미즈는 알겠고. 시오미는 뭘 준비했지? 분명 네 담당 중에선 최고참이었을 텐데."
포틴P "아아, '각 잡은것도 이미 많이 받아봤잖아'라면서 편의점 신상품 짬처리를 시켜놓고는 보답을 기다리고 있을 녀석 말입니까.. 물론 아주 비~싼 걸로 따로 빼둔 게 있으니, 그거랑 사탕을 같이 줄 예정입니다. 그래.. 시오미당의 화과자 세트같은 거 말이죠.." 큭큭
디미트리P "..집에서 쫓겨났던 녀석한테 본가에서 만든 걸?"
포틴P "아아, 걱정하지 마세요. 슈코도 이젠 아버지랑도 한번 화해했으니 말이죠? 이정돈 볼 찌르기 수준의 장난이죠. 게다가 어디까지나 메인은 사탕이어야 할 일.." 타 앙
거기서 힘차게 상자를 내려놓은 포틴P는, 포장된 사탕 중 하나를 집어들어 만족스러운듯 손가락 끝에서 돌리며 감상한다. 하얗고 속이 비치도록 얇은 반죽에 팥앙금이 들어간..것처럼 보이는 그것의 정체란..
포틴P "사탕도 화과자로 만들었습니다! 옛날 생각도 나고 아주 좋아할걸요!" 푸핫
디미트리P "뭐???"
람쥐P "아니, 이거.. 화과자식 사탕들이 아니라, 원래는 떡이나 만쥬쪽인 것들도 그런 모양 사탕이잖아. 들고있는 저건 야츠하시고.. 사탕 전문점의 개그 컨셉 상품같이 됐어. 뭐랄까.. 정성이 들어갔고 아니고랑 별개로 놀리려는 진심이 느껴져서 열 받겠는데."
포틴P "바로 그거죠! 역시 전문분야라 잘 아시는군요!" 활짝
디미트리P '이렇게 환한 미소를 본 적이 있었던가..'
황당함과 감탄이 뒤섞인 디미트리P, 그리고 약간의 흥미를 보이고 있는 람쥐P는 안중에도 없이 포틴P는 무아지경으로 자신의 대작을 감상하는데 빠져 버렸다.
당하는 사람의 반응을 상상하면 어떤 고난도 넘어서 준비할 수 있다는, 레이나도 기침이 나오도록 웃으며 칭찬할 트릭ㆍ앤드ㆍ트릭 그 자체.
람쥐P "궁금해서라도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 들어야겠군. 근데, 슈코랑은 사이가 나빠졌나?"
디미트리P "글쎄, 싸울 정도로 사이가 좋다는 말이 있으니. 어쩌다보니 나도 많이 들었었지."
히데루P "그 인용, 우리 회사 프로듀서중에선 단연 1위시라고 봅니다."
디미트리P "..그런가? 모모카랑은 처음 만났을 때, 히사카와 녀석들은 실전 투입 테스트.. 거기에 특임대쪽 사람들도 있긴 하지. 아니, 이러면 대부분 물리적으로 싸운 거잖나."
크고작은 소란들을 지나며, 마지막 작업에 열중하던 포틴P와 기계로부터 치익, 하곤 하얀 증기가 피어오른다. 이내 투하구쪽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푸른 광택을 발하는 어른스러운 포장 위에 필기체로 메시지가 휘날려 각인된.. 누가 봐도 제일 힘 넣고 만든 완성작이었다.
포틴P "후우.. 언제까지고 못 끝내는 거 아닌가 했습니다만 어떻게든 됐군요.." 후들
히데루P "주역 등장, 이란 느낌이죠?"
포틴P "사실이지만 막상 그렇게 들으면 좀 낯간지럽네요.. 뭐, 보시다시피 아스카를 위해 준비한겁니다."
람쥐P "이젠 숨기지도 않는군? 특별대우."
포틴P "담당은 전부 다 소중해요. 발렌타인데이에 받은게 차이가 있을 뿐이지." 터벅터벅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검수를 겸해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박스에 손을 뻗는 포틴P의 모습은, 영양가없는 잡담과는 달리 어딘가 결의마저 느껴져서 조금 그림이 되기도.
그리고 곧, 모두가 이 '보답'의 실체를 목도할 수 있었다.
세공 장인이 귀금속 판에 보석을 박아넣은 악세사리처럼, 초콜릿 판 위에 꽃 조형의 사탕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는 호화로운 디자인으로 통일된- 13종류의 특주품 세트를.
디미트리P "뭔가.. 모모카랑 사적으로 엮일때 느끼던 감정이랑 상당히 가깝군. 사치스럽단 말 이외로는 표현이 안 돼.."
NovaP "당사자는 엄청 잘난듯한 얼굴인게 묘하게 열받는데."
크시코스P "이정도면 그럴만하죠. 디자인적인 발상 자체야 어딘가에서 이미 있었겠지만.. 직접 준비했다는 타이틀을 생각하면 유니크하니까요. 초콜릿과 사탕을 동시에 챙기는 점은 확실하게 [되돌려주기]군요."
포틴P "후후... 본의는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보여드리게 된 것도 나쁘지 않군요.." 우쭐
그때, 조금 다른 부분에 집중해 감상중이던 람쥐P쪽에서 던진 질문에.. 텐션이 올라 있던 포틴P는 평소와 달리 후속을 예상하지 않고 그대로 답해 버린다.
람쥐P "이거 말이다만, 세부적인 디자인 선택도 직접?"
포틴P "물론이죠. 이 이벤트는 선물교환이란 이름의 소통! 빌려 쓸 뿐이면 수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아, 혹시 뭔가 문제라도..?"
람쥐P "아니, 별 건 아니고. 부바르디아에 아마릴리스, 해바라기에 카라꽃.. 이 배합,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포틴P (움찔)
크시코스P "..아아. 확실히 거기까지 들으니.."
포틴P "여기서 완전기억 어필?! 가만 있어주십시오!" 삐질
람쥐P "아, 저번에 노노 일로 한 자료조사에서 모은 데이터중에 있었군. 전부 웨딩 부케에 자주 쓰이는 종들이잖아? 그중에서도 카라꽃 5송이는.."
디미트리P "허"
NovaP "하?"
포틴P "그그그그그만! 아니분명제선택이지만 저도있는것중에서 고른것뿐이고 그렇게 대단한의미부여는 아무것도했을리가없으니 분명아스카만 받을거지만 차별보다는차이라는거고 그런생각이나 그런의미를 혼자서몇번이나고민하던적은전혀"
냉혹한 초AI의 팩트폭로에 안쓰러울만치 간단히 무너지는 포틴P. 저 감정도 본인만 비밀인지 알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이도 있었으나, 일단 모인 프로듀서들의 상사..? 인지라(한명 제외), 각자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만 한마디씩 했다.
크시코스P "담당한테 가치코이중인 프로듀서란.." 절레
디미트리P "문제 일으킬 사람은 아니니까 걱정은 안 한다만, 분명 10년 차이가 날 텐데. 이렇든 저렇든 고생하는군."
람쥐P "그 정돈 무리 없지 않나? 아, 급발진해서 사고내란건 아니고. 통념이나 법을 지식으론 알고 있지만, 난 나이에 대해서는 역시 인간만큼 와닿지 않아서."
디미트리P "그거야 네 쪽도 따지자면 10년 차이라 그런거 아니냐..?"
늬바 "디마, 장담하는데 이 주제는 어떻게 말해도 네가 제일 손해다."
디미트리P "..난 그런 의미로 준비중인게 아냐."
늬바"흐음...."
디미트리P"...뭐, 나도 충분히 노골적이라 말하고 싶은거냐?"
늬바"아니, 너 거는 암만해도 포틴의 수준에는 닿지 못하니까. 하지만..."
디미트리P"하지만 뭐?"
늬바"솔직히 너가 만든 거하고 포틴이 만든 거, 둘 중에 어느쪽이 더 애정이 무거울지 모르겠거든."
디미트리P"내 31년 인생에서 널 이토록 한대 패고 싶은 욕구는 처음든다, 늬바."
그렇게 다음날, 결전의 날이자 화이트 데이인 3월 14일. 담당 아이돌들의 숫자에다 +1해서, 그러면서도 각자 개성이 드러나도록, 총기로 비유하자면 도트사이트의 영점은 물론 총열부터 방아쇠까지 정밀하게 커스텀한 사탕을 자기 사무실 책상 위에 늘어놓은 채 의자에 앉아있는 디미트리P는 긴장해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늬바"오오. 대단한데, 디마. 사신이 코앞에서 날을 들이밀어도 동요가 거의 없다시피한 네 정신이 이렇게 떨리는 건 처음봐. 여자아이들이란 대단하구만."
디미트리P"화이트데이를 마주한 사람의 정신을 아무렇지 않게 잘도 까발리는구나..."
버럭 댈 기운조차도 긴장하는데 모조리 쓰고 있는지 디미트리P가 나즈막히 태클을 걸었다.
디미트리P"그리고 나만 이런 게 아닐걸. 다른 녀석들도 다 긴장하고 있다는 거에 난 이번달 월급을 걸 수 있어."
그의 예상은 정말이지 정확했다. 어제 그와 같이 화이트데이 선물을 만든 다른 프로듀서들도 모두 자신의 사무실에 앉은 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늬바"아카네도 있단 거 빼지 말라고. 설마 1부서의 모든 아이돌을 행사에 참여시킨 것도 모자라서 프로듀서를 아카네 혼자만 달랑 보내다니."
디미트리P"의상, 스테이지, 촬영팀까지 우리들이 화이트데이 이틀전에 다 섭외하고 준비해놨으니까 아카네는 할 일 없을 걸. 기껏해봐야 촬영..."
늬바"촬영?"
디미트리P가 아차하며 입을 자동으로 다물자 늬바는 자기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늬바"또 아카네를 모델로 세운거냐고..."
디미트리P"그...의외로 인기가 있어서 수요가 많더라고, 그 녀석의 화보."
늬바"너가 보고 싶은건 아니고?"
디미트리P"...시끄러."
디미트리P가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늬바는 '뭐, 너가 그러면 그런거지.'라며 일단은 슬쩍 한발짝 뒤로 물러난다.
디미트리P"아무튼 오전 중에 할 업무들도 끝났으니까 이제 애들이 올때까지 쉬면..."
그때, 책상 위에서 울려오는 346 단말기의 진동. 평소와 똑같이 전화가 왔음을 알리는 진동이지만, 디미트리P가 듣기에 어째서인지 지금만큼은 불길하고 묵직하게 떨리는 것만 같았다.
단말기를 집어서 화면을 확인해 보니 발신인은 히데루P, 디미트리P는 설마하는 심정으로 그의 전화를 받는다.
디미트리P"디미트리다. 무슨 일이지, 히데루?"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 있을 사람은 아무 말도 꺼내지도, 꺼낼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세간의 상식과는 다르게 디미트리P는 거기서 진짜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절로 초조해졌다.
디미트리P"...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줬음 좋겠는데."
디미트리P가 따져물어도 히데루P는 묵묵부답. 그리고 디미트리P가 히데루P를 3번쯤 불렀을때, 히데루P는 그제서야 무겁게 입을 열었다.
히데루P"디미트리씨. 사내에서 긴급상황 발생입니다. 언제나 모이던 그곳으로 오세요."
급한 연락을 받자마자 자신의 사무실을 뛰쳐나와 비상사태 발생시 언제나 모이던 장소, 제1부서 회의실로 이동하던 프로듀서들은 몇몇 여사원들이 드잡이질을 하고, 그걸 다른 여사원과 남자사원들이 말리는 모습을 지나치듯 몇번 봐왔다. 그렇게 로비에 도착한 그의 눈에 펼쳐진 건 싸움과 싸움이 섞여 패싸움이 되고 패싸움과 패싸움이 무질서하게 혼합된 아비규환이였다.
"고백 받은 건 나야! 봐! 내쪽의 마쉬멜로우가 더 폭신하다고!"
"하아? 내게 좀 더 하얗거든?!"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모를 마쉬멜로우의 사소한 차이점...아니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것 때문에 말다툼을 하다 최종적으로 서로 머리채를 쥐어잡는 캣파이트를 벌이는 여사원들의 무리,
"됐어...다 필요없어...그래서 그 사람 어딨어? 감히 날 갖고 놀아..?"
치정극의 주인공처럼 커터칼을 들고 원한으로 죽은 눈동자로 누군가를 애타게 찾으며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찌를 듯 살벌한 걸음걸이의 여사원들 무리. 회의실을 향해 움직이던 모든 프로듀서들은 그 난장판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늬바"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이들에게 정신조작의 흔적이 보이질 않아. 저 분노와 증오는...오롯이 저들이 가진 것이야."
디미트리P"너가 이럴 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아는데...방금 말은 솔직히 믿기 어려워, 늬바."
늬바"나도 내가 말했지만 설득력이 없단 자각은 있어."
디미트리P"говно(가브노흐, 망할)...일단 회의실로 가자.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어."
가릴건 가리는 포틴P조차, 무심코 날것 그대로의 감상이 입으로 나올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장면.
하물며 프로듀서 전원..거의 전원이 아이돌과의 진솔한 관계증진을 위해 어제부터 오늘까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지금, 난데없는 여직원들의 난입은 현실감이 흐려질 정도로 예상밖의 사태였다.
포틴P (굳이 여기 진을 치고 있다 싸움이 난 듯한 이 분위기, 설마 1부서 프로듀서중 누군가를 찾으러 왔나.. 아.)
수많은 여직원, 1부서, [마쉬멜로우]라는 핵심 소재. 포틴P는 이내 문제의 근원을 눈치챌 수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당사자의 모습은 지금 여기엔 없지만.. 당장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인건 변하지 않는다.
포틴P '부장 프로듀서로서의 권한을 내세워 해산?
확실히 근무중 근무지 이탈인 사람도 있겠지만 시간이 애매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온 사람에겐 근거가 약해.. 저 흥분에는 먹힐것같지도 않고, 일부만 빠지게 해봤자 역효과겠지. 업무방해.. 안돼, 하필 지금은 너무 한가하다. ...실력행사? 아니아니, 상대는 여직원이라고! 아이돌 다루는 감각으론.. 이것도 뭔가 이상한데??'
포틴P "...상황이 허락하는 한 들키지 않고 돌아서 빠져나가죠.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비규환의 현장 탓에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모르는 고함. 하지만 몇몇 이들에게는 어떤 소리보다 선명한 신호인지, 그들은 귀신같이 프로듀서들이 있는 곳을 알아채고 프로듀서들이 알지 못하는 까닭으로 분노한 맹수처럼 그들을 쫓았다.
물론 이계의 괴수, 군사훈련등으로 전투라면 베테랑 축에 드는 프로듀서들이였지만 같은 회사동료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꺼림칙함, 회사 전체가 자신을 적으로 돌렸다 표현해도 무방한 추격자의 수, 기습적인 추격으로 인한 당황스러움 등등. 갖가지 이유로 자신들을 쫓는 여사원들에게서 등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봤자 프로덕션 안, 사원들의 손바닥 안이나 다름 없었다. 쫓기고 쫓기다 이 앞은 막힌 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쯤, 어딘가에서 튀어나온 각기 다른 손이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던 프로듀서들의 입을 막고 여사원들의 시야 밖으로 끌어당겼다.
"쉿."
붙잡은 프로듀서들에게 나즈막하게 입을 다물라는 사인을 흘린 손의 주인은 여사원들이 사라진 프로듀서를 찾다가 제풀에 지쳐 다시 어딘가로 돌아갈때쯤 무전기를 켜고 조용히 말했다.
"브라보 식스. HVT(High Value Target, 고가치표적)를 확보, 지금 포인트 킬로로 복귀하겠다."
"카피."
그리고 그들은 프로듀서에게 가자면서 뒤따라오라고 말하는 것이였다.
설마 저 난장판의 칼끝이 직접 자신을 향할거라곤 예상치 못해, 기겁하며 뒷걸음질치다가 곧 등을 돌려 전력질주하는 포틴P.
현장에서의 지휘 경험으로 담력이 생기긴 했다지만,저걸(커터칼)로도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는 허약한 인간인 것은 사실- 오히려 무능력자인 프로듀서보다 더 큰 위험에 처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의외로 프로듀서끼리 나란히 세우면 옅은 존재감과 평소 적을 만들지 않는 처신의 마지막 은혜로, 그를 목표로 한 추격자는 비교적 적었다는 것. 덕분에 화장실 입구에서 튀어나온 손에 끌려들어가 청소도구함에 숨겨지는 고리타분한 전개에도, 어떻게든 추격자들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었다.
포틴P "'푸핫! 허억.. 오늘치 걷기는 다 채웠겠네.."
포틴P "..후우우. 좀 너무 당황해 버렸군요. 하지만 이걸 어떻게 예상해.. 저기, 그런데 그쪽은..?"
아는 사람이라면 끌어당긴 시점에서 얼굴을 밝혔을 터. 너덜너덜해진 판단력을 끌어모아, 우선 조력자..? 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포틴P는 질문부터 던졌다.
추적자들이 물러나자 입을 다물고 있던 정체불명의 조력자가 그제서야 말문을 열었다. 그는 끼익대는 소리를 조금도 내지 않고 청소도구함을 조용히 열더니 먼저 밖으로 나와 주위를 살피고 포틴P에게 나오라며 손짓했다.
청소도구함 안은 어두워서 조력자의 모습조차도 보질 못했지만 밖에 나와 빛이 비춰지니 조력자가 검은 복면을 쓰고, 멀티캠 무늬의 검은 컴뱃셔츠와 군복 바지, 군화를 신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의 왼팔의 벨크로에는 346 프로덕션의 마크와 SMT(Special Mission Taskforce, 특수임무기동대)라는 글자가 하얀실로 수놓인 직사각형 패치가 붙어있었다.
"보시다시피, 적어도 여기 사원입니다. 자, 조용히 따라오십쇼.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꽤 퉁명스러운 대응이었지만, 포틴P는 별다른 대꾸 없이 순순히 그..혹은 그녀를 따라 나섰다.
괜한 시비를 틀 기력도 없을뿐더러,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지 않은가. 상대도 비리비리한 프로듀서를 커터칼 추격자들로부터 빼돌린다는, 갑자기 주어진 임무에 얼이 빠져 있을법도 하니까.
포틴P '내 팔자만 한탄할 일은 아니지.. 잡힌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 한숨
늬바"디마, 정신감응을 쓸까?"
디미트리P"그렇게 되면 이 인간들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위험부담이 너무 커. 일단...!"
디미트리P가 뛰다 빙글 도니 두 여사원이 자기의 뒤를 바짝 따라와 금방이라도 자기를 커터칼로 찌를 수 있는 거리까지 와있었다. 디미트리P가 먼저 한 여사원의 손목을 오른손날로 내리쳐 커터칼을 떨구게 만든 다음 그녀의 뒷목을 왼손날로 툭 치자 무장해제된 여사원은 전신에 힘이 빠진듯 바닥에 맥없이 쓰러졌다. 다른 여사원이 그를 붙잡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디미트리P는 잽싸게 몸을 틀어 그녀를 피하는 동시에 무방비인 그녀의 뒷목을 손날로 톡 건드려 기절시켰다.
가장 맹렬했던 추격자들을 무력화시킨 디미트리P는 조금 더 앞으로 뛰어가다가 벽에 붙어있던 자판기를 붙잡아 바닥에 넘어뜨렸다. 진로가 예상치 못하게 막히자 무심코 멈춰선 앞쪽의 여직원들은 앞에 뭐가 일어났는지 모르고 계속 뛰던 뒤쪽 여직원에게 부딪혀 한꺼번에 바닥 위로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늬바"너 저거 분명 시말서 쓸 걸."
디미트리P"그게 문제냐? 자칫하면 칼로 벌집이 될 마당에!"
추격자들을 잠시 지체시킨 디미트리P는 코너를 돌아 근처에 있는 다용도실로 들어가더니 쌓여있는 의자더미 사이로 몸을 숨겼다.
넘어진 직후부터 디미트리P를 놓친걸까, 다용도실에 들어오는 이는 제법 긴 시간이 지났을 시점에도 단 한명도 없었기에 디미트리P는 말문을 열었다.
디미트리P"...설마 선객이 있었을 줄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기 뒤쪽에 줄곧 앉아있던 특임대원을 힐끗 보았다.
"여전히 숨을 곳은 잘 찾는군, 네흘류도프. 널 발견하고 여기로 올 줄 알았지."
디미트리P"그 목소리...델타 분대장이구만. 뭘 어쩌려고 날 찾아댄거냐?"
"팀장님 지시니까. 하여튼간 너 같은 놈이랑 여전히 잘 지내는 걸 보면 팀장님 비위도 비위야."
디미트리P"다른 녀석들은?"
"내 분대원들이 하나씩 맡아서 데려올거다. 왜, 동료들이 걱정되냐? 예전엔 동료 안중에도 없이 단독행동했던 녀석이."
디미트리P"걱정되니까 물어본 거 아니겠냐. 그래도 실력 확실한 너네 팀이 데려온다니 상처 하나 없겠군. 안심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다, 어지간한 욕으로는 동요조차 보이질 않는 디미트리P를 지그시 보던 특임대원은 혀를 차며 천천히 일어섰다.
"쯧...따라오기나 해. 팀장님한테 데려다줄테니."
뒤늦게 가슴을 쓸어내린 포틴P는, 슬슬 매무새를 정리하며 업무 모드로 들어갔다.
상대하기 싫은 일은 매일 일어나는 법이고..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화이트데이도 없으니까.
특임대의 델타 분대장의 뒤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온 디미트리P는 동료들이 무사함을 확인하고 말했다.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그의 표정은 피식 웃고 있었다.
회의실 중앙에는 항상 쓰고 다니는 부니햇을 자기 앞 책상에 올려놓은채 특임대원들을 바쁘게 지휘하는 프라이스가 회의실에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했다.
프라이스"오, 다 모였군."
디미트리P"팀장님? 이게 뭔 일 입니까?"
디미트리P의 따지는 듯한 어투의 물음에 프라이스는 혀를 차며 대답했다.
프라이스"이쪽이 하고 싶은 말이다. 우리도 프로덕션 내에서 소동이 일어났다고 상부에서 보고를 받아 대처하려고 했건만 TOC(Tactical Operation Center, 전술작전본부)는 커녕 구체적인 상황도 알지 못하고 상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참이라 혼란스럽다고."
디미트리P"그래서 여기에 간이 본부를...것보다 저희를 찾고 계셨던 모양이시군요."
프라이스"그래. 일단 너희는 중요한 전력이기도 하고, 확증되진 않았지만 이 일련의 사태에 너희 제1부서 중 한명이 연관되어 있단 첩보가 있어서 말이지."
프라이스의 말에 제1부서는 2가지 부류로 나뉘었다. 아직 뭣 때문에 이 사단이 났는지 감을 잡지 못하는 이들과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떠올려 실마리를 잡기 시작한 이들로.
여직원들이 몰려있던 곳에서 이미 낌새를 느낀 포틴P는, 빠르게 진상에 근접한 추론을 해 냈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 전까지 잠시 말을 아꼈다.
어쨌든 물질적인 증거는 없는 지금, 그의 말 한마디로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은 아직 조심스러웠기에.
..그리고 원인제공자가 안쓰럽게 느껴질 것 같았기에.
포틴P의 뒤를 지나가던 프라이스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프라이스"우리도 심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진위여부도 드러나지 않은 정보로 움직이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너도 잘 알거 아니냐."
다그치는 것보단 차분히 달래는 듯한 말투로 포틴P를 설득하던 프라이스는 방금 타서 따뜻한 믹스커피가 든 종이컵을 내밀었다.
프라이스"조사하러 간 우리 대원이 복귀하면 알기 싫어도 다 알게 될테니, 그때까진 일단 이거 마시면서 긴장풀고 있게나.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자네들이 먼저 지치면 곤란해."
프라이스"너는 너가 직접 타 먹어, 새끼야."
호랑이도 말하면 온다더니, 회의실의 문이 거친 소리를 내며 열어젖혀지자 군복이 아닌 정장 치마와 블라우스를 입은 토우카가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가 헝클어질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채 모습을 드러냈다.
토우카"찰리 식스,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회의실을 둘러보던 그녀는 곧 제1부서원들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하려다가 그 사이에 있던 디미트리P가 자기 눈에 띄자마자 반사적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토우카"으엑, 네흘류도프씨..."
디미트리P"...안심될 정도로 언제나 한결 같은 대응이구만."
프라이스"수고했어, 무라카미. 소득은 있었나?"
토우카"네. 소동의 중심으로 확인된 프로덕션 로비와 영업부 사무실, 그리고 제가 들어가있는 사내 여사원들 단체 라인방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디미트리P"여사원 단체 라인방? 거기 왜 너가...아, 너 여자였지."
토우카"...또 쓰잘데기 없는 말하면 진짜 때릴거예요."
디미트리P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쏘아붙힌 토우카가 자신의 핸드폰을 간이 지휘소의 모니터들에 연결하자 화면에 346 여사원들이 만든 라인방의 몇몇 대화를 캡처한 사진이 떠올랐다.
토우카"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현재 프로덕션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소요사태의 원인은 제1부서의 라이무 쥰 차장이 주 원인으로 파악됩니다."
람쥐P"흠...응? 잠깐, 나?"
이 소란을 불러온 장본인이 자신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람쥐P와 진즉에 눈치챘다면서 그럴 줄 알았다는 알았다는 프로듀서, 그리고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인물이 원인이라는 것에 놀라는 이들이 전부 그 자리에 섞여있었다.
각자 반응이 다른 상황, 한숨을 내쉬며 간단히 수긍하는 쪽인 포틴P. 설마 했지만 당사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 듯 하니, 이걸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고민이 하나 더해지게 되었다. 아니.. 일단 원인제공자에게 설명부터 해야 할지도?
토우카"라이무 차장의 이름이 다수 언급되는 이 라인방도 그렇고. 변장하고 소동의 중심으로 파악되는 두 장소의 여사원들이 공통적으로 라이무 차장을 표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람쥐P"나를...?"
토우카의 말에 디미트리P는 자기가 보기에 평소 차림과 그닥 다를 바가 없는 토우카를 머리부터 발에 이르기까지 훑어보고 말했다.
디미트리P"그게 변장...? 용케 안 들켰구만..."
토우카"맨날 군복입고 다녀서 그런지 옷차림하고 헤어스타일 바꾼 것만으로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고요. 아무튼."
말을 돌린 토우카는 람쥐P에게 다가가 마치 용의자를 심문하듯이 딱딱한 말투로 물었다.
토우카"라이무 차장님, 발렌타인 데이때 프로덕션 여직원들한테 초콜릿 얼마나 받았죠?"
람쥐P"총 412개."
토우카"즉답할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니...그럼 프로덕션 여직원 몇 퍼센트가 라이무 차장님에게 초콜릿을 준거죠?"
람쥐P"82.4퍼센트지."
토우카"그럼 그 보답으로 이번 화이트데이 선물로 뭘 줬죠?"
람쥐P"마쉬멜로우를...아."
'설마 그거?'라고 거꾸로 물어보듯 람쥐P는 토우카를 쳐다봤다.
토우카"네. 라이무 차장님이 발렌타인 보답으로 주신 마쉬멜로우는 지금 346 여사원들이 주역이 되서 벌이고 있는 소동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프라이스"그거 하나로 이 라인방의 여사원들이 서로 싸우고, 라이무를 죽이려고 여기저기 순찰하며 1부서 녀석들을 사로잡으려고 든다고...?"
프라이스가 불신의 표시로 미간을 찡그리며 묻자 토우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토우카"물론 화이트데이때 마쉬멜로우를 받는다는 것의 의미는 거절이란 뜻이 있어요. 그걸 깨달은 측은 라이무 차장이 자길 갖고 놀았다며 복수하려들고 아직 모르는 쪽은 자기 마쉬멜로우가 고백 받았다는 증거라며 서로 드잡이질을 하고 있죠. 하지만..."
디미트리P"...하지만 그게 이 대규모 소동의 온전한 원인이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라고 말하고 싶은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먼저 자기 속내를 궤뚫어본 게 좀 의외였는지 토우카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갔다.
토우카"예. 그렇기 때문에 라이무 차장님이 이 소동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일의 원인이라고는 하나 이토록 작은 오해 하나가 프로덕션 전체에 있는 여사원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어딜봐도 설득력이 없죠. 뭔가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라이스"동감이다. 하지만 정보조사에 시간을 더 투자했다가는 혼란이 가중될테지. 일단 소동을 벌이는 여직원들의 해산과 제압을 우선으로..."
히데루P"이의있소!!!"
요란하게 젖혀지는 회의실 문과 거기서 쏟아지는 역광에 관심이 끌린 이들은 후광 탓에 새까맣게 보이는, 두발로 위풍당당히 서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하지만 조금 지나 역광에 눈이 적응하자 그들은 문앞에 서있는 게 사실 전날 야근 탓에 눈밑으로 다크써클이 아이 섀도우 수준으로 짙게 깔려선 비틀대는 히데루P와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쳐서 바닥에 쓰러진 특임대 알파팀 분대장이자 미쿠의 광팬, 히라사와의 실루엣이 뒤섞여 만들어진 것임을 알았다.
포틴P "..아, 아니. 뭐가 아니라 히데루 프로듀서시군요. 퇴근을 못 하시더라니 결국.. 응? 그쪽은 분명 특임대의.."
히데루P가 질질 끌고온 특임대원은 다른 특임대원들과 모두 마찬가지로 발라클라바를 쓰고 있었기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포틴P는 그의 특징적인 말투로 과거 에인헤랴르와의 합동전투때 미쿠의 팬임을 자처하며 투항한 그와 동일한 인물인 걸 알아냈다.
프라이스"이의가 있다는 건, 여직원들의 해산과 제압 작전을 말하는건가? 타카사키 부장."
히데루P"맞습니다, 캡틴."
"잠깐, 팀장님...부하가 이렇게 뻗어있는데 안부 하나 안물어보시는검까...?"
프라이스"총 맞거나 칼 맞은거 아니고 그냥 지친거잖냐. 그정도 가지고 우는 소리 마라."
"너무하심다..."
히라사와가 울상이 된 목소리를 내며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버리는 모습을 측은히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히데루P. 그는 다시 프라이스를 보며 말했다.
히데루P"소동이 일어나자마자, 라이무 차장이 발렌타인 데이 보답에 정중한 거절의 표시로 마쉬멜로우를 보낸게 나름 원인이라고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동의 규모를 직접 확인하고 생각이 달라졌죠. 그래서 여기 있는 히라사와씨와 함께 아키하 연구소로 향했습니다."
디미트리P"연구소...? 많고 많은 곳 중에 거기로 간거냐?"
히데루P"예전에 연구소가 제작해서 적제하고 있는 물건이 기억이 나서요. 분명...'감정증폭제'였나..."
늬바"그거 수상할 만하군..."
척 들어도 수상할 물건을 만드는 게 평소대로의 아키하 연구소였다.
프라이스"히라사와. 난 분명 HVT를 확보해서 이곳으로 인도하라고 명령했지, 동행하라고는 하지 않았는데."
"아니, 그게 말임다...혀, 협박당한검다! 부장님이 절 협박한검다!"
히데루P"어라, 그렇게 발뺌하셔도 괜찮으신가요? 분명 이번달 미쿠 라이브 티켓을 대가로 제시한 제 거래를 단번에 승낙하신건 히라사와씨였잖아요? 혹시 미쿠의 라이브, 보고 싶지 않게 되버린건가요?"
"큭...크윽...."
프라이스"알만하군..."
능글맞은 미소를 지은 뱀이 최애의 티켓을 입에 물고 자신의 부하를 구슬리는 모습을 보던 프라이스는 기가 막혀서 자기 이마를 쳤다.
프라이스"...이번달 감봉 각오해라, 히라사와."
"네?! 조, 좀 봐주십쇼! 이번달은 미쿠냥 굿즈 사느라고 간당간당함다!"
프라이스"너가 쪼들린게 하루이틀이냐. 그리고, 이번만큼은 못 넘어가, 이 자식아."
포틴P "그보다 일을 복잡하게 만든게 그런 요인이었다면.. 아이돌들이 없는 사이 터진 일인게 다행스럽군요. 아니, 귀환 전까지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나..?" 지끈
히데루P"해결법 같은 거창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실마리는 잡을 수 있었습니다."
"예?! 절 그 개고생시키고 얻은 게 실마리 뿐임까?"
히데루P의 말에 바닥에 쓰러져있던 히라사와가 난데없이 제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버럭 따진다.
히데루P"물론 히라사와씨가 미끼...큼큼, 여직원분들의 시선을 끌어주셔서 실마리라도 얻어낸 거지만요."
"미끼라고 말하려고 했던 거 맞죠? 예?! 그 사람들 뒤꽁무늬에 매달고 오늘 프로덕션을 수십바퀴는 뛰어다녔는데?!"
히데루P"아무튼 히라사와씨가 시선을 끌어준 사이 연구소 입구로 다가갔는데 잠겨있더라고요."
"심지어 실마리도 아니라 그냥 문전박대 당했다는 썰이잖슴까!"
라이브 티켓을 볼모로 자신한테 급속행군...아니 도보기동투입훈련(?)을 시킨 히데루P의 실마리가 생각보다 보잘 것 없다고 느낀 히라사와가 절규함에도 다른 이들은 뭔가 깨달은 듯한 모습이였다.
토우카"소동에 대비해서 문을 걸어잠궜을 가능성은요?"
히데루P"그것도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부장권한으로 도어락 잠금 기록을 살펴보니 제게 소동이 보고되기 30분전쯤에 걸어잠궜더군요."
거기까지 들은 다른 이들도 히데루P가 느꼈던, 실마리가 손에 감겨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디미트리P"타당한 추측은 연구소 내부에서 모종의 사고가 일어나서 수습을 위해 소동이 일어나기 30분 전에 연구실을 폐쇄했고 그 직후 이 일련의 소동이 벌여졌다면...아무래도 연구소에서 뭔가 일어난 것 같군."
히데루P"맞습니다. 그곳을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은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떠신가요?"
'고블린은 해치울 수나 있지' 라며 살짝 오한에 몸을 떨고는, 포틴P가 한숨섞인 말을 내뱉었다.
프라이스는 엄지손가락으로 급조된 이 회의실 내부의 전술작전본부를 가리켰다.
프라이스"지금 상태가 이런 이상, 직접 찾아가서 여는 수 밖에 없겠지."
아키하도 화이트데이 페스티벌로 나가 있는 지금, 자기가 아는 수석 연구원은 연구소 안에 있을 거란 예상으로 히데루P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뚜루루거리는 통화연결음을 오래 들었다고 생각했을때, 상대가 연락을 받으면서 통화연결음이 멎었다.
"...얼른...제조해....보호복...말고..."
무심코 핸드폰 스피커를 귀에서 뗄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 속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는 끊겨서 들릴 뿐이였다.
"중화제.....아직..."
의미 모를 단어들의 행렬이 이어지다가 곧 자기가 아는 목소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나중에 전화하겠습니다!"
그렇게 끊기고만 한방향적인 통화, 히데루P는 추가적으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그 사이 상대의 전화기는 꺼져버린듯 전원이 꺼져있다는 안내만이 들려올 뿐이였다.
히데루p"흠... 연락이 닿긴 했었지만 보호복이니 중화제니 하는 말이 들려오면서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말만 들었었죠. 그 말인 즉...... 안쪽에선 뭔가 수습의 시도로 바쁘다는걸로 밖에는 추측이 되지 않겠군요."
디미트리P"최악의 상황이란 저걸 쓰는 때를 말하는 겁니까?"
디미트리P가 가리킨 곳을 슬쩍 돌아본 프라이스는 회의실 한곳에 있는 테이블 위의 비살상용 고무탄과 최루탄을, 물론 만일에 대비하여, M32 MGL 다연장 유탄발사기와 M870 MCS 펌프액션 산탄총에 장전하고 있는 특임대원들을 힐끔 보고 말했다.
프라이스"그래. 우리라고 총 쏘는 거에 미친 놈들이 아니니까. 서로 상처받고 입힐 일 없이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그걸 우선 고려하고 싶군."
디미트리P "다치는 사람 없이 해결할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는 건 동감이다. 하지만, 1부서가 노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1부서가 행동에 나서는 건 리스크가 크지 않나?"
포틴P "특임대를 보낸다.. 입니까. 확실히 저희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그게 낫겠지만, 목적지가 연구소니까요. 상황을 따져 묻기에도 저희들이 더 적합하고, 프로덕션 통로와 이어진 1차 출입문은 부장급 프로듀서라면 개폐 권한도 있습니다. 내부의 문들은 보안 등급에 따라 연구원에게만 열리는 것도 있지만.. 최소한 들어가면 대화는 해 볼 수 있겠죠."
프라이스가 자신의 컴뱃셔츠 왼쪽 가슴에 달린 사원증을 툭툭치며 거들었다.
그러면서 히데루p 또한 바로 CCTV를 확인하며 연구소로 향하기 위한 루트를 다시 짜기 시작했다.
고민에 빠진 그는 과연 묘안을 떠올릴 수 있을지.
※아이디어 판정 가능
곧 히데루P는 정보수집을 위해 프로덕션을 정찰하고 온 토우카가 아마 루트를 작성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줄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합니다. 예상대로 토우카는 어느 구간을 특히 조심해야할지, 몇명의 적대적인 사원들이 있는지 잘 알고 있었고 덕분에 히데루P는 연구소까지 가장 안전한 최단루트를 찾아내는데 성공합니다.
가는 길에 소란을 피우지 않는 이상 연구소 앞까지는 무사히 도착하겠군요.
토우카"타카사키 부장님, 뭔가 곤란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하면서 다가온 토우카를 붙잡고 정보를 교환하며 루트를 빠르게 설정해가기 시작했다.
토우카는 도면도 위에서 히데루P가 펜으로 루트를 그려갈 때, 그 앞에 뭐가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토우카"그 앞에는 커터칼 들고 라이무 차장님 찾던 여직원들이 자리잡고 있었어요. 15분이 넘도록 그 자리에 있던 걸 보면 아마 여러분이 갈때도 있을 가능성이 커요."
그 말을 들은 히데루P의 펜끝이 다른 곳을 향하자 또 다시 토우카의 말이 그 움직임을 막는다.
토우카"거기는 여직원들이 질투 때문에 서로 싸우고 있어서 그냥 지나칠수도 있는데 라이무 차장님이 있으니까 분명 시선이 끌릴거예요. 전 이쪽을 통해서 내려가는 걸 추천드릴게요."
그렇게 나아가다 막히고, 다른 곳으로 가면서 루트는 서서히 완성되가고 있었다.
디미트리P"감정증폭제니 뭐니 그것만으로 멀쩡한 사람을 저런 성가신 여자로 만드는건가...연구소 샌님들, 도대체 뭘 만들고 다니는 거야?"
늬바"하지만 감정을 증폭시킨다면 오히려 정신감응으로 알지 못했던 것이 납득이 가는군."
디미트리P"어째서?"
늬바"세뇌나 정신조작은 그 흔적이 쉽게 정신에 남아. 마치 찢어진 옷을 꿰맨 자국 같이. 하지만 감정 증폭은...그렇지, 하야테가 요즘 빠진 오버핏 같은거야."
디미트리P"아하. 인위적으로 크기가 부풀려진건지, 원래 그 사이즈인지 모른다 이거지?"
늬바"정답."
알듯 모를듯한 비유를 던졌는데도 백이면 백, 그걸 잘도 알아듣는 디미트리P와 늬바의 대화를 들은 다른 프로듀서들은 그들도 담당 아이돌을 닮아가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히데루p"늬바씨도 한번 정식 사원으로 취직 해보시는 건 어떤가요. 만약 취직에 성공한다면 지금처럼 디미트리씨에게 무급봉사가 아니라 재대로 월급도 4대보험도 나오는데 말이죠."
늬바"그것 참, 고마운 제안이다만 난 사람들 눈에 띄어선 안되는 걸 당신도 알잖나."
디미트리P"어린 녀석은 인간 남자아이로 변장하던데, 그정도는 너도 가능하지 않냐?"
늬바"물론 가능하지. 그런 식으로 사원들 속으로 스며들어서 같이 일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하지만 디마, 이 세상의 거짓말은 단 두개 있는걸 너가 잘 알텐데."
디미트리P"그렇지. 길게 가는 거짓말과 짧게 가는 거짓말. 드러나지 않는 거짓말은 없으니."
늬바"그래. 날 위장하면 언젠간 드러날 날이 오겠지. 그런 식보다는 난 처음부터 내가 숨기지 않고 나에 대해 보여주고 싶어. 그게 더 안심되고."
그렇게 말한 늬바는 히데루P에게 살짝 고개 숙였다.
늬바"아무튼 히데루 프로듀서, 제안은 정말 고맙군. 전투때 뿐 아닌 일상도 같이 할 수 있다는 동료로 봐줘서 난 기쁘기 그지없어. 게다가 월급을 벌어서 디마의 바가지 긁는 것도 벗어날 수 있단 것도 혹하지만..."
디미트리P"남들 듣고 오해할 소리한다, 내가 언제 너보고 돈 벌어오라했냐?"
늬바"은근 슬쩍 갈구는 주제에."
훈훈해졌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오랜 친구답게 서로 투닥이게 만들었다.
디미트리P "솔직히 연구소에 신세는 많이 지고 있으니까. 언제 뭐가 필요할지 모르는 세상이란 것도 부정할 수 없고."
포틴P "..그렇더라도 관리 소홀의 책임은 피할 수 없겠죠. 이쪽에도 실질적인 위협이 됐고..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직접 털어줄 겁니다." 쓰읍
람쥐P '커터칼이 무서웠던건 아마 한 명 뿐일텐데'
디미트리P"하긴, 넌 판타지보단 영원한 전쟁 같은 SF에 나올 외계인 같으니까."
늬바"백이면 백, 미아한테 다가가면 애가 울게 만드는 외모가 뭐라 떠드는구만."
히데루P가 전해주는 희망찬 전망을 가만히 듣던 늬바는 살짝 드는 의아함에 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늬바"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좋은 환경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건 좋지만...지나치게 형편이 좋지않나? 의심하고 싶진 않지만...혹시 히데루 프로듀서, 갑자기 일손 필요한 일이라도 생긴건가?"
늬바의 말마따나 그가 히데루P의 제안을 이토록 진지하게 고려하는 건 늬바에게조차도 전혀 예상 외의 일이였다. 여태까지 뭔가를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은 적이 있던가.
늬바는 뜻을 정하지 못한 상태로 친구쪽을 바라봤다.
디미트리P"뭐야, 왜 날 보냐?"
늬바"아니, 넌 괜찮은거냐? 내가 만일...나 자신인채로 여기서 일을 한다면."
디미트리P"걱정은 되지."
곧 디미트리P는 늬바의 등을 손으로 툭툭치며 말을 이었다.
디미트리P"그렇지만 하고 싶은지 아닌지 정하는 건 내가 아닌 너니까. 너가 하고 싶다면, 난 도울 뿐이야."
친구가 건네준 말에 부싯돌이 되어줘서, 어째서 다른 곳도 아닌, 프로덕션에서 일을 하고 싶었는지 늬바는 자신의 어두운 무의식 속에서 대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소중한 걸 모두 잃어 웃는 법도 잊어버린 친구를 다시 미소짓게 만들어준 이 일이, 언제나 사고투성이지만 진심으로 즐거운 이곳에 자기자신인 채로 섞여들어가 언젠간, 언젠간 친구와 동등한 곳에 서보고 싶었다.
늬바"...히데루 프로듀서, 역시 그 제안은 좀 더 생각해보겠어. 그래도 걱정 말라고, 분명 난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으니."
히데루P"여기 처음 왔을 때하고 다르게 사람이 하나도 없군요."
디미트리P"지금은 말이지. 난 누가 오는지 감시하겠다."
디미트리P는 복도를 감시하기 위해 대열에서 이탈해 모퉁이 벽으로 붙고 다른 프로듀서들은 연구실로 들어가는 길을 열기위해 문으로 다가갔다.
일단 부장의 권한으로 연구실 가장 바깥쪽, 일행의 코앞에 내려온 합금 셔터를 해제하는데에는 성공했지만 셔터가 올라가며 드러난 진정한 난관이 일행의 앞을 가로 막았다.
정상적으로 열 수 있는 방법은 마스터키, 혹은 내부에서 열어주는 수 밖에 없는 아키하 연구소의 2차 보안문은 그야말로 굳게 닫힌 요새문과도 같았다.
척봐도 쉽게 뚫리지 않을 금속제의 벽에 박혀 은은히 빛을 내는 동그란 형태의 합금 문, 아마 문 옆에 붙은 기계를 통해 접근 승인이 나면 문에 붙은 핸들이 돌아가며 문과 벽을 고정시키는 봉들을 빼고 자동으로 그 육중한 덩치를 움직여 열릴터였다. 그래, 접근승인만 난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문, 아니 지금은 사실상 벽인 문을 마주한 프로듀서들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연구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지력 or 인지 어려움(125)판정
포틴P, 지력 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