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댓글: 519 / 조회: 3689 / 추천: 0
일반 프로듀서
관련 링크가 없습니다.
주제 : [주사위] 생존본능 TRPG
(글 진행은 반드시 댓글로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생존본능 TRPG 플레이 로그 (Google Drive)
※ 페이지 우상단의 를 클릭하시면 리스트 보기가 가능합니다.
참여자분들은 반드시 룰을 읽어주세요. → https://sites.google.com/site/idolmastervalkyria/lul/yeonpyo
룰이 늘어난 덕분에 여러가지 전개가 가능해졌지만, 처음 출발했던 때보다 룰의 종류가 많아진 편입니다. 물론 스레로서는 굉장히 복잡해진 편이지만 TRPG 룰로서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에, 룰과 약간의 플레이 로그를 차근차근 읽어보시면 금방 감을 잡으실 수 있습니다.
※ 거의 붉은 글씨 위주로만 읽더라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다.
<공지>
16/11/21 생존본능 TRPG 위키를 개설했습니다.
https://sites.google.com/site/idolmastervalkyria/위키 사이트 개장했습니다. 비밀글로 E메일을 적어주시면 그 메일 편으로 위키 수정 권한을 드리니, 제시된 문서 양식에 따라 설정을 넣어주세요. (아직 적어야 할 게 산더미 같긴 하지만 ㅇ<-<) 문서양식 등은 히데루p와 이치노세시키의 프로필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16/12/10 생존본능 TRPG 의 관리자 권한을 더헤드(@chs2***)님과 포틴P (@howo***)님에게 넘깁니다.
12월 12일 예정된 현 관리자 히데루(@cosmo****)의 공군입대로. 오늘부로 더헤드(@chs2***)님과 포틴P (@howo***)님에게 모든 운영권한을 공동운영의 형태로 넘겨드립니다. 공동 운영을 선택한 이유는 두 분 다 입대 직전의 저처럼 TRPG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통상적으로 두 분이 가장 많은 수의 아이돌들로 RP를 진행해왔던 점이 큽니다.
그리고 공동운영으로 관리자가 둘이 되었다고는 하나, 이제 일반 유저분들도 연표, 사건일지, 케릭터 등의 정보를 함께 수정 해주시길 바랍니다.
18/1/12 현재 생존본능 TRPG는 신규 참여자를 모집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향후 상황에 따라 모집할 의향은 있기 때문에, 참여자가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19/10/17 최근의 세션에서 사용했던 Roll20 플레이 페이지를, Roll20 기능의 연습을 겸해서 채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장소로도 개방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Press Space bar to Skip )
「세계선 합선 사건」
절대로 연결 될 리 없었던 수 많은 평행우주들이, 마치 스파크를 튀기며 폭발한 전선들처럼 얽혀버린 원인은, 세계의 어떤 저명한 과학자도 밝혀낼 수 없었다.
물론 그 원인을 밝혀낼 충분한 사전지식도 가지지 못하던 인류였지만, 그들은 당장에 온갖 평행세계로부터 쳐들어오는 외계종족, 다른차원의 괴물들 따위로부터 생존하기에도 벅찼다.
결국 전세는 불리해지고 인류의 멸망이 코앞까지 봉착할 그 때였다.
「아이돌」
본래는 춤과 노래 등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돈을 벌며 살아가는 주로 저연령층의 예술인들을 지칭했던 그녀들.
그녀들은 그 「세계선 합선 사건」을 계기로, 초능력, 마법 등의 「능력」지니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들의 활약으로 지구상에서 모든 이계의 존재들을 몰아내게 되었다.
「프로듀서」
하지만 대체로 어린 아이들로 구성된 그녀들이 냉혹하고 잔혹한 전장에서, 그 의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녀들을 뒷받쳐주고 통솔해준 「프로듀서」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활약으로 인류는 어떻게든 생존 할 수 있었고, 외계의 기술들과 새로이 발견된 마법 등을 이용해 비약적인 문명의 발전을 이룩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투쟁의 서막.
그들의 세계에 다녀온 한 프로듀서의 설명에 의하면, 스스로를「기계정령」이라고 칭한 그들은 강렬한 투지와 「생존본능」을 가진 인간 전사를 찾고 있다고 했다.
먼스(탐욕) 투스(교만) 웬즈(폭식) 덜즈(질투) 프라이(나태) 세럴(색욕) 선(분노).
그리고 아직 깨어나지 못한 플루토(광기).
그 명분도, 목적도 알 수 없었지만, 단 한 가지의 사실 만큼은 분명했다.
아이돌과 프로듀서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고, 또한 살아남기 위해 다시 한번 전화(戰火)의 열기에 삼켜지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기계정령은 더헤드(@chs2***)씨의 오리지널 설정을 차용, 변형시킨 것입니다.
총 1,510건의 게시물이 등록 됨.
519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그렇게 장난스럽게 아카네p의 어깨를 만지는 린이었다.
아카네p"누구더러 낙하산이라는거야..."
그런 비극의 이야기에, 노노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선의란 아름답게 빛나며, 희생은 고귀한 것일지라도.
'죽음'이란 그저 차갑고 날카로운 아픔일 뿐.
그에 얽힌 이야기란, 그저 찢어질 듯이 시린 고통 뿐이기에,
노노는 그런 비극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
복잡하게 얽힌 이번 작전에서 발생한 중상자는 타마미와 사나에를 비롯해 특임대 몇명이 입원중이었다.
그런 병실 중에서도 링거를 꽂은 채 멍하니 TV에서 흘러나오는 이그닐의 탈주 소식을 보고있던 타마미의 병실에, 한 프로듀서가 찾아와 의자에 앉았다.
히데루p”몸은… 괜찮아?”
기운없는 목소리이지만 금방 반응해서 돌아보는 타마미. 대화를 하기엔 무리가 없을 정도로 회복한 모양이었다.
타마미 "몸이라면,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만.." 푸욱
타마미 "이그닐공도 탈환하지 못하고 멋대로의 승부에서 입은 중상으로 걱정까지 끼친 것이 한심스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겠군요. 하지만 꼭.. 다음이 있다면 이번보다는.."
병석의 시트에 주름을 만들며 쥔 주먹은, 분함에 섞여든 여러 감정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병실의 입구 벽에 팔짱을 낀 채 기데어있던 마키노가 고개를 끄떡였다.
히데루p"역시 네게도 전부 말해두는게 좋겠지만.... 의사가 절대 안정이라고 했으니 천천히 말해줄게."
그렇게 후우, 한숨을 한번 내쉰 히데루p가 뜸을 들이며 말했다.
히데루p"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그닐의 납치는 내가 기획한 자작극이었어. 정부와 결탁하고 있는걸로 보이는 흑막이 이그닐의 암살을 시도했거든."
더듬이가 위로 설 정도로 진심으로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반문하면서도 묘하게 납득하고 있는 타마미. 누구보다 끈질기게 트럭 위에서 싸웠던만큼, 감각으로 와닿은 위화감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그 충격적인 고백 그 자체보다, 얼굴을 감싸쥐어야 할만큼 타마미의 속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타마미 "그럼, 그들..특히 타케다 칸나도..이번에도 힘조절을 하고 있었겠군요. 하아.. 얼굴을 들 곳이 없어.. 마지막에는 제대로 상대해주니 이 꼴이고.. 나기공은 스승이라고까지 불러주셨는데.." 꿍얼
그렇게 놀라며 의기소침해하는 타마미에게, 히데루p는 평소답지 않은 눈으로 침대의 난간 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히데루p"그리고 궁금한것이 있다면 말해줄 수 있는 선에선 모두 대답해줄테니까. 특히... 타케다 칸나에 대한 것도 말야."
히데루P의 마지막 말에, 금새라도 축 늘어질 것 같던 타마미에게 날카로움이 돌아온다.
어쩌면, 이 또한 어느정도 예상한 반응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과 무관하게, 아까보다 침착해진 목소리로 타마미도 대답을 꺼냈다.
타마미 "분명, 화낼 일인가 아닌가 하면 그렇습니다만.. 결국 무리하게 덤벼든 건 제 개인 감정이었습니다. 설사 자작극이었다고 해도, 남의 탓으로만 돌릴 순 없죠.."
거기에 결과만 놓고 보면, 타마미의 부상으로 작전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346이 자작극을 위해 중요한 전력-아이돌-에게 중상을 입힐 거라는 상상은, 지금의 기류에선 꺼내지조차 못할 것이다.
거기까지도 생각이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타마미에겐, 더욱 중요한 말이 있었다.
타마미 "하지만 타케다 칸나에 대해서는, 꼭 듣고 싶습니다. 들을 수 있는 최대한을..!"
히데루p"타케다 칸나, 그녀는 과거의 도장 살해사건 후 행방불명 되었지만, 사실은 하마구치가, 즉 아야메의 본가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어. 그동안 잡다한 의뢰를 맡으며 말 그대로 낭인처럼 살다가 패스파인더가 만들어지던 비슷한 시기에 회장에게 거두어졌지. 아야메는 이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보교류는 되지 않아서 엇갈렸던 것 같고...."
히데루p"그 이후에는 패스파인더나 정보지원팀이 손을 뻗지 못하는 일을 주로 도맡아왔어. 주로 우로보로스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거나, 프로덕션에 방해가 되는 인물의, 납치, 감금, 암살등의 의뢰가 주였지... 물론 그중엔 무고한 이들도 없지는 않았어."
또다시 놀라는 반응을 하더니, 말 없이 단말기의 화면을 읽어내려가는 타마미.
이미 스스로도 몇번이고 비난했건만, 새삼스럽게 데이터로 확인하는 그녀의 업에.. 내심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모양이었다.
타마미 "..그리고 습격때는, 그 판단을 위해 단순한 암살자로 가장했었죠. 그것에 대해서도 꽤 따져묻고 싶지만, 본인이 아니면 물을 것도 아니니.. 그리고 그 다음은?"
알고 있다. 전 담당은 전 담당.. 현 담당조차 아닐 뿐더러, 전무의 측근이자 회장의 대리로서 한 일을 말하고 있을 뿐. 이 내용에서 자신은 상관없다. 없지..만..
타마미 '..역시 이 번뇌는, 끊어내야만.. 하겠지.. 다가올 타케다 칸나와의 결착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타마미 '이제와서 내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심란, 동요.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만은.. 자신의 매듭짓기가 필요하다. 남에게 기대 칭얼대기에는, 지금까지 고집해온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으니까.
타마미 "그런 식으로 흘러갔던 거라고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미리부터 알고 있었다면 시작도 전에 삐걱였겠군요. ..타마미도 그 원인이 됐을 테고."
히데루p"그런데... 그 당시 카스미p에게 이런 회장의 전언을 받았어. '지금부터는 너 자신을 위해 검을 휘둘러라', 라고..... 그것을 받아본 그녀는 물론 그걸 전해주는 나도 이해 할 수 없는 마지막 명령이었지."
더는 놀라지 않을 거라고 내심 정했던 결심이 무색하게, 큰 리액션을 취하다가 상처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다시 주저앉는 타마미.
특별히 다른 사람은 보고 있지 않은 것이, 그녀의 자존심에는 호재였길 바란다.
그렇게 한숨을 쉬던 히데루p는 타마미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히데루p"그녀가 개인적으로 이그닐에게 원한이 있었던게 아니란건 확실하니 안심해. 오히려 지금은 이그닐을 호위겸 감시, 하는 조건으로 우리와 계약을 맺었지. 즉 이그닐과 칸나는 지금 행동을 함께 하고 있어."
히데루p"물론 이그닐의 상태도 노노 덕분에 오래전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니까... 아마 당장 뭔가 일을 내거나 하진 않겠지."
스스로 말하고도 놀랍거나 믿기지 않는 듯, 황당함을 얼굴에서 지우지 못하면서도 일단은 그렇게 말하는 타마미.
하지만 한편으로는, 양보할 수 없는 부분과 맞닿아 있는 내용이기도 했기에 얼굴에 다시 그늘이 드리우는 것이었다.
타마미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타마미는 개인적으로 결착을 낼 생각입니다. 계약 관계라는 점에서 우리의 적이 아니라면 그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하겠습니다만.. 타마미에겐 아직, 그녀를 적으로 볼 이유가 있어요.." 꾸욱
히데루p"그래. 계약 관계라고 해서 타케다 칸나의 과거의 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거니와... 계약이기 떄문에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법이지. 이번의 계획은.... 오히려 칸나보다도 이그닐을 더 신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진행할 수 있었던 일이기도 해. 그러니 네게도 딱히 그녀에 대한 경계를 풀어달라고 이야기 하지는 않아."
타마미 "역시.. 모두와는 다른 시선인 채로 있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이 일과 자신에 대해 카스미P는 뭔가 말했는지, 라고 묻고 싶다. 물을 수 없다.
건너서 반응을 묻는 것조차 두려운 것은, 너무 오랫동안 벌어진 거리가 벌어진 상처처럼 아픔을 더해 갔기 때문인가.
타마미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마.."
타마미 "타케다 칸나에 대한 남은 의문은.. 직접 듣게 될 날이 오겠죠. 타마미의 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날에 붙잡혀있는, 타마미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타마미 "충격적인 내용뿐이었지만..이야기하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히데루P공. 이 일들은.. 동료들에게도 당분간은 말하지 않는 게 되겠군요. 이미 알게 된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은 합니다만.."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히데루p는 마키노에게 고개를 끄떡이더니, 타마미의 병실을 나서며 말했다.
히데루"아 그래, 스케쥴은 내가 어떻게든 할테니 퇴원 후에도 3일 정도는 더 쉬는게 어때. 음... 그 사이에 고향이라도 내려가보는 것도 좋지 않으려나... 마침 이틀 뒤에 미쿠가 사가현에서 지방 출장이 있거든. 내키면 트얄피라도 태워줄테니까."
타마미 "..알겠습니다. 생각을 정리하기엔 분명 좋은 기회겠지요. 미쿠공이 괜찮으시다면, 그쪽에도 신세를 지는 것으로."
절대안정이라는 말에 조심스럽게, 하지만 묘하게 수가 많은 방문자들이 노크 후 문을 열자-
아마 여기서 밤을 샌 것으로 생각되는 미즈키가 간병인을 위한 자리에서 등 위로 이불을 덮고 잠들어있는 것, 그리고 밖에서 들었던 것과 달리 어느새 일어나있는 사나에가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사나에 "아, 너희들. 그, 뭐냐..안녕. 굳이 올 건 아닌데."
그리고 병문안을 받는 당사자는 어제 보였던 모습 때문인지, 약간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사치코 "괜찮을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요.. 그, 기분이 봐야겠다는 기분이었달까."
미레이 "뭐, 꽤 아슬아슬했으니까 말얏.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 보이니 다행이넷!"
병문안하면 가장 정석적인 선물인 과일바구니를 들고 들어온 디미트리P는 한숨쉬며 스트레칭하던 사나에에게 한마디한다.
디미트리P"멀쩡한건지, 무리하는건지 헷갈리지만...너라면 후자겠구만. 쌍둥이, 니나. 카타기리 일어나있으니까 들어와도 된다."
디미트리P의 말에 하야테와 나기, 니나가 조심스럽게 병실로 들어왔다.
사나에의 모습을 보고 쭈뼛거리던 셋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니나였다.
니나"사나에 언니, 괜찮은겁니까?"
조금 어색한 웃음을 짓던 사나에의 얼굴에, 죄책감을 찔려 나오는 심란한 표정이 드러나고 만다.
또 무슨 짓을 한 건지, 하는 자책을 중얼거리기도 한 듯한 사나에는 냅다 손을 내밀어 니나를 필두로 셋의 머리를 헝클었다.
사나에 "괜찮아. 괜찮으니까 그런식으로 이상한 표정 짓지 말고.. 내가 더 미안해지니까."
사나에 "뭐야, 일어났네. 더 자도 되는데."
미즈키 "에이, 난 부상도 없는데 별 말을. 에고고, 그런 줄도 모르고 팔자 좋게 늘어져선.. 와 줘서 고마워, 다들! 아, 과일도 잘 먹을게!" 벌떡
사나에 "그걸 왜 미즈키가.."
미즈키 "누구는 분명 제대로 말 안했을 것 같아서?"
사나에 ".....크흠."
어디의 프로듀서가 생각나게 뒷목을 만지며 머쓱해하는 사나에와, 역시나라는듯 피식 웃는 미즈키.
단짝인 미즈키도 일어나면서, 병실의 분위기는 조금 더 풀어졌지만.. 아무래도 사나에가 먼저 말을 꺼낼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할 말이 없다기보다는.. 얼마 전까지 의식이 없었으니,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쪽이리라.
하지만 찾아온 이들을 피하려는 기색도 아니었기에, 아마도 건네는 말에 대한 답은 돌아올 것이라는.. 문안객들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말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쭈뼛거리던 하야테가 힘겹게 꺼낸 말에 사나에는 자기도 모르게 디미트리P를 쳐다보았다.
가져온 사과를 덩치에 안 맞게 작은 과도로, 심지어는 토끼모양으로 자르던 디미트리P는 짐짓 사나에의 시선을 모른 척 했다.
나기"P는 잘못이 없어요, 사나에씨. 나기들이 음주 사례를 빌미 삼아 끈질기게 치외법권에서 P를 협박한 것 뿐."
하야테"혹시 하-들이 괜한 짓을 했다면...진짜 미안! 그래도 하-들은 사나에씨를 돕고 싶었어. 그도 그럴게..."
가슴 속에서 어떻게든 도와야겠다 생각한 하야테가 그 이유를 말로 전하는 게 막혀버려서 잠시 말을 끊었을때, 니나가 끼어들었다.
니나"니나, 어제의 사나에 언니가 무섭다고 생각하진 않은겁니다. 니나는 어제 사나에 언니를 보고..."
니나는 한번 더 그날을 떠올려본다. 소중했던 옛 동료를 잃은 분노로 뛰어든 사나에, 스스로의 몸이 어떻게 깎여나가던 상관없이 원수에게 주먹을 한방이라도 더 먹이려 돌진하는 사나에,
그리고 기진맥진한 채로 원수를 쥐어잡은 상태에서 다가오는 죽음의 손길에 눈물 흘리던 사나에를.
니나"...어제 본 사나에 언니는, 니나가 이때까지 본 사나에 언니의 모습 중에서 제일 쳐힘들어하고, 슬퍼하고, 아파했습니다. 니나는 그 모습이 보기 싫었던거예요. 니나도, 돕고 싶어요."
니나의 말에 조금 당황한 듯, 말문이 막힌 채로 멈칫한 사나에. 잠시 굳어있던 사나에는, 옆으로 돌아서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나에 "후우, 솔직히 무섭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없진 않았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앞서 나가 있었구나. 많이 컸네.. 그것도 정말 훌륭하게."
막내로만 여기던 니나의 훌륭한 말이 자신에게 향한 것에, 복잡한 기분이 되었는지 사나에는 조금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사나에 "누군가가 엇나간 모습을 보고도 슬프다고, 가엾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 강하기 때문이야. 나한테는 꽤 어려워진 일이지.."
다시 시선을 일행에게 향한 사나에는, 이번에는 자세를 낮춰 니나쪽으로 시선을 맞춘다.
사나에 "도와준다, 라... 내가 무엇보다 바라는 건, 우로보로스의 근절이 되겠네. 그 나쁜 녀석들 전부 걷어차 주는거 말이야."
니나가 흥! 하는 숨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이자, 사나에는 가볍게 슥슥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을 잇는다.
사나에 "그럼 걱정할 것 없지. 우로보로스는 이제 점점 자주 나타날거고, 그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질 일. 지금까지처럼, 어느 순간까지는 자연스럽게 함께 싸우고 있을 거라 생각해. 다만..
사나에 "적어도 그 녀석과의 싸움에서는, 너희들과 나는 어깨에 걸린 게 다르니까. 언젠가 선을 넘는 순간이 온다면, 그 때에는.. 너희들이 말려들지 않았으면 하거든.."
니나의 고마운 말에도 불구하고, 사나에가 간단하게 무언가를 약속할 수 없는 이유.
목숨을 걸거나, 목숨을 빼앗거나-
어느쪽도 눈앞의 이 아이들에게서는, 최대한 먼 이야기이길.
설령 그것이 현실성도 없는 단순한 이기심이더라도, 적어도 자신 때문에 피로 물드는 일은 없기를.
이 이상은.. 죄가 늘어나지 않도록, 부디.
사나에 "우린 계속 같이 싸울 거야. 니나도, 너희들도 모두 내 동료에, 이미 내 힘이 되어주고 있고.. 싸울 이유이기도 해."
사나에 "그래도.. 어쩌면, '오지 마' 라고 말하게 되는 순간도,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그 때도, 너희 잘못은 아닐 거야."
사나에 "..미안. 새끼손가락 하나 못 걸어주는 언니라서."
니나에 대한 사나에의 답에도, 노노는 그 답 안에 담긴 고집 만큼이나 질긴 고집으로 대답한다.
미레이 "뭐, 그렇다잖아? 그럼 나도 마찬가지라곳! 뭐, 쇼코도! 그게 싫으면… 애초에 그렇게 무리해서 뛰어들지 말라굿."
미레이 또한, 가볍게 덧붙이면서도 무거운 결심을 올려둔다.
둘의 말에 담긴 무게는 사나에에게 추와 같이 부담이 되리라 생각하면서도,
그 무거운 '추'가 균형을 잡아, 사나에로 하여금 선을 넘지 않게 만들기를 바라며,
둘은 사나에의 배려를 이해하고서도, 거절했다.
노노 "모리쿠보네의 잘못인지 아닌지… 그런 걸 따지는 게 아니니까요."
미레이 "그리고 나는 원래부터 딱히 말을 잘 듣는 타입은 아니거든? 그러니까 '혼자' 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말라곳!"
사나에가 단순히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을 포함한, 아직은 어른이 아닌 아이돌들을 지키고 싶었기에 절대라는 말을 붙힐 수 없다는 걸. 그렇기 때문에 이 절대라는 단어의 무게가 어느정도인지 알아버렸기 때문에 셋 중 어느 누구도 말문을 쉽사리 열지 못한다.
하야테"...아니, 사과하지 말아줘. 사나에씨가 하-들을 걱정하니까 함부로 약속할 수 없다는 거 잘 아니까. 그리고, 정말 고마워. 하-들을 생각해줘서."
나기"나기들은 사나에씨를 탓하지 않습니다. 대련때도 누구보다 나기들에게 진심을 담은 훈련과 조언을 해준건 다름아닌 사나에씨였기에."
니나"...알겠는겁니다. 사나에 언니가 이렇게 열라 간절히 부탁하는 거, 니나도 처음봅니다. 사나에 언니가 니나 부탁 잔~뜩 들어줬으니까, 니나도 은혜갚기인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납득을 하려고 해도, 하야테와 나기, 니나의 머리속에는 '그래도...'라는 말이 도대체가 떠나가질 않았다.
디미트리P"니나, 그리고 쌍둥이."
떠나가지 않는 말로 가슴 한복판에 답답함을 느끼던 세명은 깔끔하게 깎은 토끼모양 사과를 일회용 접시에 담은 채 사나에에게 넘긴 디미트리P가 부르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디미트리P"할 말은 진짜로 그게 끝이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디미트리P"시원스레 대답하지 못하는 걸 보니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있나보구만."
디미트리P는 두개째의 사과의 껍질을 돌려깎으며 볼멘소리로 말했다.
디미트리P"내가 걱정하면 맨날 잔소리라면서 핀잔하는 녀석들이."
하야테"그...그건...음, 그러네..확실히."
디미트리P"그럼 내가 묻자. 너네는 왜 내 잔소리에 핀잔을 준거냐?"
나기"그거야 P가 뭐라고 하든 나기들이 하는 건 나기들이 정할거니까요."
디미트리P"그렇지. 그래서, 너네는 사실 어떡하고 싶은거냐?"
니나"니나들은....으음, 니나, 말하지 않을겁니다. 사나에 언니한테 열라 떼쓰는 거 같아서..."
디미트리P"너희 셋."
깔끔하게 8등분 난 두번째 사과가 예쁘게 늘어진 접시를 니나에게 내밀며, 디미트리P가 말했다.
디미트리P"그럼 일단 떼쓰고 생각해. 그리고 만일 카타기리가 나중에 떼를 쓴다면, 그땐 너네가 받아주면 되는 일 아니겠어?"
나기"그래도 되나요?
디미트리P"그럼. 그정도로 착한 어리광은 얼마든지 부려도 돼."
디미트리P의 격려와 사과가 든 접시를 동시에 받은 니나는 번쩍 고개를 올리며,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니나"사나에 언니, 열라 죄송한겁니다. 죄송하지만, 니나는 사나에 언니가 오지 말라고 해도 같이 싸우고 싶은거예요. 어제처럼 사나에 언니가 다치는 건...열라, 진짜 보기 싫은겁니다. 오늘 같은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니까, 니나는 사나에 언니하고 같이 싸우고 싶은거예요."
하야테"사나에씨, 하-를 말리지 말아줬으면 해. 하지만 그렇다고 사과하지도 말아줘. 사나에씨가 하-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하-도 사나에씨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단말야. 사나에씨를 버리고 하-들만 도망치라는 부탁은, 하-는 인정 못하니까!"
나기"이런, 이런 뜨거워라. 나기는 이런 열혈에 익숙해지지 않는군요. 익숙해지진 않지만, 나기는 나기 나름대로의 온도대로 사나에씨의 부탁에 반항할 생각이랍니다. 애초에 나기가 날아다니면서 멋대로 끼어들면 사나에씨는 막을 방법도 없으니 이것은 효력이 없는 구두약속이군요. 그렇다고 계약서에 지장 찍지도 않을거고요."
애초부터 반항아적인 답변이거나, 납득하려다가 결국 납득하지 못한 채 솔직하게 부딪혀오는 대답. 누구 하나도 사나에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아 당황한듯한 사나에의 뒤로, 흐뭇한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미즈키가 보인다.
미즈키 "잘 됐잖아~ 사랑받아서. 다들 이렇게까지 말해 준다면, 막는다고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나랑 만난것처럼."
사나에 "엄청난 근거를 대 주시는구만.."
뒤에서 들려온 미즈키의 말에도 뭐라 반박은 못 하고, 다시 앞을 바라본 사나에. 곧 똑바로 자신을 향하는 시선이 눈이 부시다는듯 얼굴을 감싸쥐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사나에 "그래.. 나도 피하기만 할 순 없겠네.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해 볼까."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곧 병실 안이 조용해진다. 니나와 나기는 왜인지 입까지 막는 모습.
사나에 "오늘 깨어나기까지, 계속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어제의 일이 반복해서 재생될 뿐인 곳에서, 동떨어진 어딘가에 서 있는.."
사나에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 비몽사몽간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너희들이 오기 전까지 계속, 스스로 생각한 게 있어."
사나에 "우선.. 다시 만난다고 해서, 어제처럼 자살행위는 하지 않을거야. 자신의 무력함을 새삼스럽게 되새긴 싸움이었거든. 물론 스스로 말하기도 그렇지만 다혈질이라.. 말처럼 잘 될진, 그때가 오지 않으면 모르지만.. 어떻게든 해야지. 민폐만 될 순 없으니까."
약속..이라기엔 좀 부족한 말이지만, 헛되이 자신을 내던지지 않겠다는 다짐은 이미 했다는 것. 선량한 고집을 부린 아이들도, 조금은 안도할 수 있..을 말이어야겠지만.
사나에 "거기에, 솔직히 무섭기도 해. 그놈이 강하단 건 알았으니까.."
사나에 "물론 내가 죽을지보다, 그 놈한테 아무것도 못 하고 끝날지도 모른다는게." 희번득
똑바로 앞을 쏘아보며 내뱉는 묵직한 말. 죽음의 문턱에서도 놓을 수 없던 원한이, 그리 가볍게 매듭지어질 순 없다. 이쪽이 '진솔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사나에 "반대로.. 언젠가 힘을 기르고, 싸움 끝에 몰아넣어서.. 최후에 같이 죽을 수 있다면 분명 난 저지르겠지. 원래라면 이런 말은 너희한텐 꺼내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도 조금 자중해서 최대한 담담하게 말하고 있음에도, 공기가 싸늘하게 내려앉는 것 같다.
어제의 격투에서 드러냈던, 사나에의 전부를 집어삼킬 정도의 복수심과 파멸적이기까지 한 폭력성이, 짙게 어둠이 깔린 갈색 눈동자 너머 깊이에서 엿보인다.
마주보고 있었다면 흠칫하게 될 정도로, 아마도 의도적으로 내면의 어둠을 드러낸 듯한 순간.
그로부터 잠시, 곧 사나에가 자조적인 쓴웃음을 흘리며 어깨를 으쓱하곤 말했다.
사나에 "어마어마하게 제멋대로에, 믿기지 않도록 폭력적인 소리지? 너희들한테 늘 하던 말이랑 제대로 맞지도 않고. 하지만 이게 내 본심인걸. 사나에 언니는 몹쓸 어른이었답니다- 라나."
사나에 "..자, 말하고 나니 한층 지저분해졌네. 이런 소릴 들어도, 아직 같은 생각이야?"
노노 "모리쿠보도… 최대한 더 강해질테니까요. '희생'같은 건 필요 없도록… 용납하지 않도록."
싸늘하고 차가운 진심. 그럼에도 물러나는 이는 없었다.
미레이는 그 무게를 환기시키듯 가볍게 대답하며,
노노는 그 무게에 화답하듯 진지하게 답한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물러섬은 없고, 포기 또한 없다.
그것이, 사나에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그녀들의 결심이었다.
니나"니나들의 다짐은 그대로인거예요."
사나에의 눈동자 뒤에 숨어있던 짙은 어둠의 편린을 본 니나와 하야테는, 하지만, 되려 질세라 그 갈색과 푸른 눈의 이면에 숨어있던 화염을 드러내었다.
하야테"사나에씨가 진솔하게 말해줬으니까, 하-도 진심으로 말할게. 하-는 지금 사나에씨가 얼마나 그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은지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간절하다는 건 알 수 있어. 그거야 당연하겠지, 매일 같이 일했고 어디든 따라와준 사람들을 단숨에 앗아간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리가 없어. 하지만 말야..."
니나"...사나에 언니가 쳐 복수하고 싶은 것만큼이나 니나들은 사나에 언니가 열라 걱정되는 거예요. 열라 소중한거예요. 열라 좋아하는거예요. 그러니까...사나에 언니가 위험해지는건 반드시 막고 싶은거예요."
복수에 대한 갈망이 사막 위에서 물을 찾는 것만큼이나 간절하다는 걸 이미 겪어보아서 아는, 그렇기에 사나에의 심정을 잘아는 디미트리P는 사나에를 변호하는 그 어떤 말도 꺼내질 않았다.
사나에를 이해하는 그마저도 될 수 있다면 사완과 같이 죽겠다는 그녀의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기에 무언으로써, 역설적으로 스스로가 말하고 싶은 걸 전하는 동시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해타산을 따지지않고, 자기의 양심이 가는대로 결정하는,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올곧고 올바른 아이들의 하얀 어리광에 사나에가 스스로의 구원을 찾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야테"하지만 알고 있어. 사나에씨는 고집을 안 꺾을거라는 걸. 그러니까 하-들이 포기할거라고 예상하는거지? 만일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면 하-들을 너무 얕보네."
니나"포기 안하는겁니다! 사나에 언니가 고집을 부리면 니나들도 고집 쳐 부리면 됩니다! 사나에 언니가 일부러 다치려고 하면 니나들도 전력으로 사나에 언니를 방해하는 거예요!"
아니나다를까, 흡사 한쪽이 겁먹어서 물러날때까지 끝나지 않는 치킨게임과도 같은 고집부리기를 하야테와 니나가 내걸자 디미트리P는 황당함을 느끼면서 그 아이들다워서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웃음을 짓고 만다.
미즈키 "후후.. 사나에, 답답해도 화내면 안 된다?"
사나에 "그렇게 초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야.. 어떻게 그러겠어."
한숨을 내쉰 사나에는 병실의 방문객들을 한명 한명씩, 새삼스럽게 얼굴을 기억하려는듯 눈에 힘을 주며 살펴본다.
한꺼풀 뒤에 가리고 있던 증오와 무력함이 뒤섞인 추태를, 그 모든걸 알면서도 자신이 걱정되어서 따라와 주겠다고 하는 이 아이들, 지금의 동료들을..
거기에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겹쳐 본 것일까? 그 모습을 똑바로 보던 이들은, 한순간 사나에가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이 됐다고 느꼈다.
그러기를 잠시, 기다림 끝에 사나에가 무거운 물건을 들듯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사나에 "그럼..."
사나에 "나도 그렇게 간단히.. 이걸, 내 고집을 포기하진 못해. 복수하고싶은 마음도, 너희들이 나 때문에 진짜 위험에 빠지는것만은 피했으면 하는 것도. 서로 양보 못하는 부분이 있으니, 쉽게 한쪽으로 결론을 낼 순 없겠네."
역시, 지금 바로 자신을 꺾지는 않는 사나에의 대답.
마음 속 수렁 깊이에 박힌 것은, 손이 닿는다고 해서 바로 뽑아낼 수는 없는 법이기에.
그러나, 이미 각오하고 있던 눈들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렇기에..
사나에 "하지만.. 너희들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이것도 충분히 민폐라고 생각해서,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은 거였지만.."
사나에 "만약, 내가 또 자신을 잃어버리고, 아무 의미 없이 내던지려고 할 때엔.. 한번 더 말려줬으면 해. 그때는 꼭..대답할 테니까."
어제처럼, 모두의 눈 앞에서 자신을 버리는 잘못만은 되풀이하지 않도록.
이건 분명, 스스로에게 걸기 위해 되뇌이는 주문처럼.
사나에 "그리고..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내가 너흴 상처입히게 될지도, 모르지만.."
사나에 "..그래도 너희가 있는 한,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도록.. 노력할테니까. 이건 약속조차 되지 못하는, 혼잣말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내가, 너희들에게 줄 수 있는 대답이야."
사나에 "고마워.. 난.. 분에 넘치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곤 하네.."
보기 어색할 정도로 길게 끌며 나오는 말이었지만, 이런 상황이기에 역설적으로 그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호흡을 짜내듯 마지막 말까지 마친 사나에의 얼굴에는 어느샌가, 웃으면서도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 손길은 정말이지 서툴렀지만, 이 세상 그 무엇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따스했다.
니나"한번이 아니라, 백번이라도, 천번이라도. 질리지 않고 계속 쳐 말리는겁니다! 아니, 질릴 일은 절대로,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없을 겁니다! 그런 건 사나에 언니가 부탁하지 않아도, 당연한 거니까요!"
사나에와 눈을 마주친 니나가 활짝 웃으면서 기운차게 말하자 뒤에 서 있던 하야테는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야테"아~. 좋은 말할 기회를 니나쨩한테 뺏겨버렸네."
디미트리P"순전히 너가 느린 것뿐이면서."
하야테"읏, 여기서 팩폭을...에이, 됐어! 니나쨩이 대표로 잘 말해줬으니 된거지! 그.래.도."
하야테는 홀가분한 미소를 지은 채로 사나에쪽을 보며 자신있게 말했다.
하야테"사나에씨는 하-들을 상처 입힐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줘. 하-들은 그렇게 약하지 않다고? 하-들이 어리니까 걱정되는 건 당연하고, 걱정해주는 것도 고맙지만 하-들은 복수때문에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나에씨한테 실망할 정도로 약하지 않아. 언제든 곁에 있어줄 테니까!"
나기"오야오야. 니나쨩도 하-쨩도 이렇게 좋은 말을 해줄 줄이야. 이 언니는 동생들의 성장이 감격스러워서
하야테"에헤헤, 뭘 이정도 가지고~."
그 포커페이스로 눈물을 닦는 판토마임을 한 나기는 표정은 그대로, 하지만 어느때보다도 진지하게 말했다.
나기"나기는 말이죠, 아이돌 존속을 위한 P와의 결전에서 사나에씨가 어떤 공헌을 해주셨는지 잊지 않았답니다."
디미트리P"내가 마왕이라도 된다는 듯 말하는데."
나기"P는 조용히 하세요."
디미트리P"넵."
나기"아이돌이란 건 직업이며 이는 곧 일생을 좌우하는 커리어가 되죠. 즉, 나기들이 사나에씨에게 빚진 것은 인생 그 자체만큼이나 크답니다."
하야테"잠깐, 하-들이 빚진 게 그정도로 무거운 거였어?!"
나기"그리고 당연하게도 나기는 신용불량자가 아니라 성실한 납세자에 가깝게 살고 싶어요. 즉, 사나에씨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이 우연히 좋은 사람인 게 아니랍니다. 사나에씨가 좋은 사람들을 몰려들게할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서예요."
나기와 하야테, 니나는 각자의 할 말을 끝내고는 이제 말없이 사나에의 손을 잡아주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같이 싸워줄거라고 확신시켜주려는 듯이.
상처입힐까 염려하는 사나에에게,
노노는 두려워하지도, 망설이지도 않고 답해준다.
미레이 "그리고 뭣보다, 나는 이성도 없는 사나에한테 당할 정도로 약하진 않거든! 제대로 정신도 못차린다면 오히려 가볍게 제압할 수 있으니까!"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사나에에게,
미레이는 가볍게, 그러나 확실하게 단언하며 대답한다.
그 단호한 말들은, 무게로서 전해진다.
흔들림을 안정시키는 닻처럼,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추처럼,
사나에에게 닿아, 묶여든다.
미레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곳! 어차피 우린 우리 고집대로 할 거니깟!"
노노 "그저 지켜보는 것만은… 하지 않을 거니까요."
그것은 고집.
그리고 신념.
그것이 흔들리지 않은 채, 금가지도 않고서 분명하게 자리잡았다.
그것을 품은 둘의 눈은, 뚜렷하게 빛나며 사나에를 바라보았다.
※ 레벨UP 리스트
히데루 (@cosmo****)레벨업! Lv61 → Lv62
포틴P (@howo***)레벨업! Lv53 → Lv54
아르티옴 (@glor*****)레벨업! Lv56 → Lv57
크시코스(@john****)레벨업! Lv47 → Lv48
K마구 (@ajtwlsr*****)레벨업! Lv46 → Lv47
Nova (@shw*****)레벨업! Lv49 → Lv50
웨인(@slr****)레벨업! Lv45 → Lv46
[일상]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v7bExu2ImozNQyL1PmcSOJwjZO5Eg-hDHeouI_xmHqc/edit#gid=451773346&range=A1
※ 각 아이돌과 프로듀서들의 일정표입니다. 해당 내용을 참고하여 (혹은 참고하지 않아도) 답덧글로 RP시 다음 스폰의 시작 행동력에 +1 보너스를 받습니다.
(스폰 참전 후에 작성하여도 유효)
<설명>
일과 : 아이돌 및 프로듀서의 주요 일과중 하나. 원하는 장면이 있다면 꼭 해당 일과를 중심으로 RP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오늘의 만남 : 아이돌 및 프로듀서가 당일 만나게 되는 사람. 원하는 장면이 있다면 무시하여도 좋고, 아니면 함께 일과를 진행하는 것으로 RP하여도 좋습니다.
(에인헤랴르/요르문간드/보통은 만나기 힘든 다른 세계의 인물/ 또한 무시하여도 좋습니다.)
오늘의 기분 : 당일 오프인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일반적인 취미활동입니다. 원하는 장면이 있다면 무시하여도 좋습니다.
일과중 원하는 소재가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자기의 사무실 안에서 태블릿 pc를 만져보던 디미트리P는 무슨 일인지 미간까지 찌푸려가며 태블릿 pc의 액정화면을 들여다본다.
아리스"프로듀서씨, 의상 사이즈 측정 마치고 왔어요...힉..!"
얼굴이 구겨진 탓에 평소보다도 험하게 보이는 디미트리P의 얼굴에 한순간 겁 먹었던 아리스는 곧 진정하고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더니 다시 한번 더 그를 불렀다.
아리스"프로듀서씨?"
디미트리P"음? 아아, 타치바나냐. 의상 사이즈 측정은 끝났고?"
아리스"네, 체형이 그대로라서 의상은 금방 완성될 거라고 하네요."
디미트리P"그래? 그럼 다음 라이브까지는 차질이 없겠군."
아리스"근데 뭐 하시길래 그렇게 얼굴까지 구기신건가요? 엄청 무서웠다고요."
디미트리P"무섭...아니, 그건 됐고. 다름이 아니라 위쪽에서 태블릿 pc를 지급했거든."
아리스"그건...!"
디미트리P가 든 태블릿 pc를 알아본 아리스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다가왔다.
아리스"5세대의 pro모델이잖아요!"
디미트리P"응..? 그래?"
아리스"네! 16기가 램에 2테라바이트 용량의 메모리, 게다가 5g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얼굴인식 기능도 있다고요! 게다가 작곡 프로그램하고 편집 프로그램도 있으니 그야말로 프로듀서를 위한 태블릿 pc죠!"
전장에서 적을 맞닥뜨린 경기관총보다도 훨씬 빠르게 탄환 아니, 말을 쏟아내는 아리스를 어벙하게 쳐다보는 디미트리P와 쉬지않고 디미트리P가 든 태블릿 pc에 대한 설명을 쏟아내는 아리스, 둘 사이의 공간은 오직 아리스의 말로만 채워져있었다.
아리스"이런 모델을 선뜻 지급하다니, 역시 이 회사는 통이 크네요."
디미트리P"현존 태블릿 pc 중 최고를 가지고 다니는 녀석이 잘도 이런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구만..."
아리스"이 태블릿 pc를 쓰기전까지는 그 회사의 물건을 즐겨썼고, 지금도 신제품은 꾸준히 체크하고 있으니까요."
아리스는 본체 뒤에 새겨진 한입 베어물은 딸기 마크가 트레이드 마크인 자신의 태블릿 pc를 슬쩍 들어올리자 디미트리P가 웃으며 말했다.
디미트리P"아이패드가 아니라 아리스패드 말이지."
아리스"그, 그런 이름 아니거든요! 정말이지..."
아리스가 삐진 듯 볼을 부풀리자 디미트리P는 그녀의 반응을 즐기면서 장난이였다며 변명했다.
디미트리P"나는 모르겠지만, 너가 좋은 모델이라면 그런 거겠군."
아리스"혹시 이 태블릿 pc가 최신형이 아닌 줄 알고 그렇게 인상을 쓰셨던건가요?"
디미트리P"그럴리가. 난 그 정도로 속물은 아니거든."
아리스"그럼..?"
디미트리P"도대체 어떻게 쓰는지 알아야 말이지. 핸드폰하고 다르게 전화도 안되니 나는 눈 씻고 봐도 이게 유용한지 모르겠다."
'쿡쿡'거리는 수상쩍은 비웃음이 아리스의 방향에서 들려오자 디미트리P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아리스"어라아~? 프로듀서씨, 태블릿 쓰는 방법 모르시는건가요?"
난생 처음으로 디미트리P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있다는 들뜸을 숨기지 못한 아리스는 그를 향해 얼굴에 비웃음을 지었다가 사무실의 응접용 소파 위에 앉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팡팡 두들겼다. 그러는 와중에도 신나서 자신만만히 미소짓고 있었다는 건 그녀다웠다.
아리스"어쩔 수 없네요!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
그냥 단순히 비웃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기꺼이 가르쳐준다고 말하는 면이나 성질을 박박 긁는 것이 아닌 귀엽기 짝이 없는 어린 아이의 비웃음은 순수하고 착한 그 나이대 아이돌인 아리스에게 잘 걸맞아서 기분 나쁨을 느끼지 못한 디미트리P는 피식 웃으면서 기꺼이 아리스의 옆에 앉았다.
디미트리P"설마 너한테 배울 날이 오게 될 줄이야. 그럼, 잘 부탁한다."
그렇게 시작된 아리스의 태블릿 사용법 강의.
처음에는 자신만만하게 강의를 시작한 아리스는 머지않아 알아버린다.
자신은 괴물을 가르치려고 했다는 것을.
아리스"우선 계정 연동이예요. 이 웹사이트의 계정을 연동해서 이메일 같은 각종 서비스를 받을 수 있죠. 프로듀서씨 계정있으시죠?"
디미트리P"없는데?"
아리스"....예?"
디미트리P"여기 계정은 따로 안 만들었다만."
아리스"에...에? 그럼 핸드폰으로 웹서핑은 어떻게..."
디미트리P"웹서핑은 컴퓨터로 하면 되잖아."
21세기의 위대한 유산인 스마트폰의 본질을 정면에서 당당히 부정해버리는 발언을 들은 아리스는 머리에 블루스크린이 뜬다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아리스"그래선 스마트폰을 쓰는 의미가 없잖아요!"
디미트리P"핸드폰은 사진, 전화, 문자, 라인하고 sns만 되면 되잖아."
아리스"웹서핑은 안하는데 라인하고 sns는 왜 하는건가요!"
디미트리P"라인은 회사사람들하고 연락할 때, sns는 라이브 홍보나 이벤트 발표할 때 써야할 거 아니냐."
아리스"스마트폰의 활용도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고요!"
그렇게 구X 계정을 만들어 디미트리P의 태블릿 pc는 물론 핸드폰에도 연동시킨 아리스는 다시금 경악할만한 사실을 발견하는데.
아리스"핸드폰에 기본적인 문서뷰어도 없고, 여분 저장공간은 왜 이렇게 적은건가 했는데...뭔가요, 이 사진들하고 동영상은?!"
디미트리P"사생활 침해가 안되는 선에서 아이돌들 홍보하는 것도 업무니까. 일단 많이 찍고 애들하고 의논해서 고르거든."
아리스"이미 올린 것들만이라도 좀 지우세요."
디미트리P"아까운데."
아리스"프.로.듀.서.씨."
디미트리P"알겠어, 알겠어."
아리스의 위압감에 디미트리P는 최근에 찍은 것들과 누가봐도 잘 찍은 사진들을 제외하고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심정으로 나머지를 지우...려다가 그녀가 자신의 태블릿pc에 한눈을 판 사이 폰의 앨범 속 사진들을 지우는 척하고 약삭빠르게 스마트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아리스는 얼추 주춧돌이 만들어지자 본격적으로 자신의 프로듀서에게 태블릿 pc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아리스"이 운영체계의 작곡시스템하고 영상편집시스템은 전문가들도 쓰는 게 보일 정도로 퀄리티가 높아요!"
디미트리P"정작 나는 전문가가 아니긴 하지만...그래도 어느 구간을 어떻게 수정할지 알려주는 용도로는 적당하겠는걸."
아리스"으음...그래서는 모처럼 받은 태블릿pc가 아깝지 않나요?"
디미트리P"유용한 도구도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써야 쓸모가 있는 법이잖냐. 내 본업이 영상편집이나 작곡이 아니니 그정도면 충분해."
아리스"므으...가끔은 맞는 말씀을 하시네요."
디미트리P"실례구만. 난 언제나 맞는 말만 하는데."
아리스"그렇게 말씀하시면 기본적인 조작법정도만 가르쳐드릴게요."
디미트리P에게 영상에 간단한 이펙트는 어떻게 넣는지, 그리고 영상과 음원의 일부분을 어떤식으로 자르고 메우는지 가르쳐준 아리스는 설명이 필요한 다른 애플리케이션이 있는지 살펴보다가 익숙한 아이콘을 발견했다.
아리스"앗, 여기에도 이 앱이 깔려있네요."
디미트리P"그건 뭐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아리스가 앱을 기동시키자 화면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그 위에 콘솔게임기 같은 터치식 조작패널이 띄워졌다. 아리스는 옆에 있는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그녀의 작은 손에 다 쥐어질만큼 소형인 쿼드콥터 드론을 꺼내들었다.
아리스"346의 내부망을 활용한 드론 조종 프로그램이예요. 346 소속의 드론이라면 모두 이 프로그램을 써서 접속, 제어할 수 있죠."
디미트리P"오호, 그거 유용할 것 같군."
아리스"이렇게 하면...됐다."
새까맣던 태블릿 pc의 화면이 점멸하더니, 디미트리P의 사무실 책상이 화면으로 보였다. 그것은 아리스가 꺼낸 드론의 카메라가 비추는 모습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아리스가 터치식 조작패널에 손을 대니 드론에 달린 4개의 프로펠러가 고속으로 회전하여 공중으로 가볍게 떠올랐다. 떠오른 드론은 사무실을 한바퀴 돌기도 하고 디미트리P를 쳐다보며 제자리 비행을 하거나, 심지어는 제자리에 빙글 돌며 아래로 떨어지다가 다시 중심을 찾아 날아오르는 곡예도 보였다.
디미트리P"무슨 전투기도 아니고...움직임 한번 아크로바틱하구만."
아리스"후후, 에인헤랴르의 드론을 누가 제어한다고 생각하시는건가요? 아, 말 나온 김에 한번 조종해보실래요?"
아리스에게 태블릿 pc를 넘겨받은 디미트리P는 처음에는 익숙치 않은 조작에 버벅거리다가 어느정도 익숙해지자 아리스만큼의 화려한 비행까지는 아니지만, 드론은 안정되게 비행하며 좁은 곳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아리스"예상 외로 잘 조종하시네요."
디미트리P"드론은 특임대에서 쓸 일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좀 익혀놨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리스는 디미트리P가 기초적이라고는 해도 방금 전 각종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빠른 속도로 습득했다는 걸 떠올렸다.
아리스"프로듀서씨는 배우는 속도가 빠르시네요."
디미트리P"그러냐?"
아리스"예. 전자기기에 익숙한 저희 세대보다도 빨라요. 프로듀서씨는 이런 걸 내키지 않을거라 예상해서 의외네요."
디미트리P"나라고 구시대적인 방법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만."
아리스"하지만 사용하시는 장비 중 일부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게 많잖아요. 가령 2차대전에 사용한 대전차소총이라던가, 소련때 생산된 권총이라던가."
디미트리P"그런 건 시대에 뒤떨어진 게 아니라 시대가 지났어도 살아남았다고 하는거다. 난 지나치게 실험적이라서 전투도중 고장나는 것보단 어떤 식으로 굴려지던 간에 멀쩡히 발사되는 오래된 무기가 낫다고 생각한다."
아리스"...저희 이 대화 어디서 하지않았나요?"
디미트리P"했었지. 처음 만났을 때."
디미트리P의 무덤덤한 대답에 아리스는 잠시 벙쪄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빵 터뜨렸다.
아리스"앗...하하하!"
디미트리P"방금 거기의 어디에 웃을 요소가 있던거냐?!"
아리스"아니...저희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안 바뀐 것 같아서요. 저나 프로듀서씨나 한결 같단 생각에 그만...후후."
디미트리P"뭐...그렇다고도 볼 수 있나."
아리스"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네요. 프로듀서씨는 총기를 주로 사용하시니까 민감할 수 밖에요."
디미트리P"그러는 너도 그 에인헤랴르에서 지냈으니 아무렴 오래된 장비들로는 제대로 함선을 굴릴 수 없었겠지."
아리스"정말 그렇다고요. 예전에는 함선외부수리를 할때 사람이 직접 수리하다 사고를 당한 적도 있었어요. 수리드론을 쓰는 지금은 그런 일이 없지만요."
디미트리P"나랑은 반대군. 레인저때 역의 술집에서 발생한 인질극에 쿠츠네츠키 역에서 새로 개발한 소총을 들고갔다가 격발이 안되서 인질이 죽을 뻔했지. 다른 녀석이 재빠르게 인질범을 쏴서 다행이였어."
비록 신뢰하는 기술의 연대는 다를지언정, 그들이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언제나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인명이였다는 사실이 아리스와 디미트리P에게 기묘한 연대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별거 아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앱에 대해서 가르칠 수 있는 건 가르치고, 가르침 받던 둘은 하늘에 주홍빛 노을이 내려앉으며 사무실을 오랜지색으로 채우자 슬슬 강의가 끝날 때가 다가왔음을 안다.
아리스"제가 아는 건 다 가르쳐 드린 것 같네요."
디미트리P"일부러 시간내줘서 고맙다. 다음에 케이크라도 하나 사주마."
아리스"케이크...! 약속하신거예요? 모른 척하기 없기예요?"
디미트리P"빚은 안 갚고 못 배기거든. 반드시 사줄게."
태블릿pc에 설치된 앱을 살펴보던 디미트리P는 분명 자기가 다뤘을 때는 없었던 아이콘의 앱을 발견한다. 아기자기한 sd 사이즈의 탐정캐릭터가 돋보기를 치켜올리고 있는 아이콘 밑에는 '레이븐 교수와 이상한 도시'라는 프로그램 명이 표시되어있었다.
디미트리P"레이븐 교수와 이상한 도시? 이건 분명 없었던 것 같은데."
아리스"아, 그건 제가 설치한 거예요. 원래 제가 구입한 게임이지만 프로듀서씨 계정으로 공유해드렸어요."
디미트리P"게임? 왠 거냐?"
아리스"추리게임이예요. 원랜 게임기용으로 출시된 게 핸드폰하고 태블릿 pc에 이식된거죠. 엄청 재밌다고요?"
디미트리P"아니, 나는...."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 영 탐탁치 않다고 말하려던 디미트리P는 스스로 말을 끊고 잠시 태블릿 pc를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디미트리P"...내가 해보지 않았다고 뭐든 거부하는 것도 좋은 습관은 아니겠지. 이 기회에 게임이란 걸 한번 해보는 것도 좋겠네. 고맙다, 타치바나."
아리스"후후, 프로듀서씨라면 분명 빠져드실거예요."
그날 저녁, 346 기숙사의 자신의 방에서 샤워를 마친 디미트리P는 젖어서 축 늘어진 머리카락을 목에 건 타월로 털며 책상 의자에 앉았다. 그의 앞에 놓인 책상 위에는 미리 준비한 커피와 태블릿 pc가 올려져 있었다.
늬바"퇴근하고도 아직 일이 남은건가? 오늘은 바쁜걸."
디미트리P"아니, 그건 아니고. 타치바나...아니, 아리스가 여기에 게임을 깔아줘서 한번 해보려고."
늬바"게임? 그 디마가?"
게임을 하겠다는 친구의 말이 어지간히 놀랍게 다가온 늬바는 디미트리P의 뒤로 걸어가 그의 어깨 너머로 태블릿 pc를 바라봤다.
어린 검은 존재"게임은 저도 들어본 적이 있어요. 전자기기로 하는 놀이죠?"
침대 위에서 가만히 책을 읽던 어린 검은 존재도 뽈뽈 뛰어와서 늬바의 어깨 위로 올라왔다.
디미트리P"네 말대로다. 그런 게 있다곤 들었는데 해보는 건 처음이구만. 적당히 해볼까."
어린 검은 존재"저도 나중에 해봐도 될까요?"
디미트리P"안될게 뭐가 있겠어? 그래, 서로 바꿔가면서 해보자꾸나."
그렇게 아리스가 가져다준 이야기를 잠깐만 해본다는 게, 제법 재밌어서 검은 존재들과 디미트리P는 무심코 게임에 집중했다가 앉은 채로 뻗어버렸다고.
사가현 사가시 인근.
어딜가나 있을법한 지방의 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곧바로 시골의 익숙한 풍경이 보여오기 시작했다.
인근 공항에서 트얄피를 내리고 공수한 벤을 직접 운전해 이동중이던 히데루p는 지방 리포트의 취재역의 촬영을 마친 미쿠와 아야메를 비롯한 동료들, 그리고 겸사겸사 휴가삼아 고향으로 내려온 타마미를 싣고 어디론가로 향하고 있었다.
※ PL당 1아이돌 참가
(일상RP 참여 보상)
기지개를 펴며 등을 기댄 미레이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밴에 타있었다.
평소와 다름 없이(?) 정체불명의 라임을 입으로 짜고, 들고 있던 수첩에 그걸 그대로 적던 나기는 문득 떠오른 궁금증을 곧바로 옆에 앉아있던 타마미에게 묻는다
나기"그러고보니 이곳에는 죽었다가 좀비로 부활한 여자아이들이 아이돌을 한단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사가 토박이인 사부."
히데루P "그땐 무심코 미쿠만 말했는데, 일단 픽업은 전원 해줘야 하니까.."
타마미 "아,하하.. 별 수 없지요. 뭔가 묘한 이야기지만, 히데루P공께도 여러분께도 잠시 신세 지겠습니다."
타마미 '하긴. 혼자 있어봤자 마음만 무거워질지도.. 모르니..'
새삼스럽게 진짜 좀비도 있을 수 있는 시대라는걸 떠올린 타마미는, 멀뚱히 쳐다보는 나기 앞에서 말문이 막혀 버렸다.
타마미 "...늦었지만 잘 오셨습니다, 사가에."
''말 돌렸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미쿠에게 평소다운 목소리로 요청하는 히데루p. 하지만 안경을 쓰고있던 미쿠는 고개를 획 틀며 말했다.
마에카와”흥. 지금은 마에카와씨야.”
히데루p”......마에카와씨, 제게 그렌드 호텔을 인도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여전히 분과 불만이 풀리지 않은 채 볼을 부풀리며, 벤의 네비게이션 화면을 터치해 호텔의 위치를 찍는 미쿠였다.
히데루p”일단 해주긴 하는구나…”
마에카와"스스로 져야 할 책임을 회사의 재산으로 돌리려는 셈이야?"
그런 심장을 서늘하게 찔러오는 마에카와의 비수에 히데루p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히데루p"......그래... 법인카드로 안되는건 내가 어떻게든 해줄테니까......."
그런 미쿠의 압력에도, 딱히 찔릴 것 없는 미레이는, 오히려 그런 상황이 즐거운듯 키득거리고만 있었다.
나기가 자기 앞좌석 속에서 불쑥 고개만 내민 회색모찌를 마구 쓰다듬자 회색모찌는 기분 좋아보이는 낮은 울음소리로 답했다.
나기"음? 나기하고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요? 나기도 그렇답니다. 옳지, 옳지. 착한 아이."
칭찬하고 쓰다듬 세례에 한껏 만족한 회색모찌가 모습을 감추자 나기는 진리를 깨달은 듯이 고개를 몇번 까딱거렸다.
나기"음, 이렇게 나기는 마에카와씨처럼 히사카와씨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군요. Q.E.D."
아야메 "후후, 얻어먹을 게 많아질 것 같지 않습니까. 닌자의 가르침! 득 되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
타마미 "그거 또 '본인이 닌자니까'라면서 적당히 말하시는 거겠죠.."
아야메"나, 날씨가 참 좋구려… 타마미공의 고향은 의외로 처음이오만…."
이 둘 사이라기엔 꽤 어색한 기류. 이유야 서로 알고 있지만.. 주변을 살피지 않고 바로 꺼내기엔, 역시 신경쓰이는 바가 많은 내용이다.
시선을 피하려는지 맞추려는지 알 수 없는 인법・현란눈알굴리기를 시전하는 아야메를 보며 한숨을 내쉰 타마미는, 다시 앞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타마미 "따로 할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나중에 시간을 낼 테니까요. 너무 그렇게 불편해하진 말아 주세요. 타마미도 보기 괴롭습니다."
곧 호텔에 도착한 일행은 그대로 자신의 짐과 함께 내린 뒤 로비로 들어가 히데루p가 수속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수속을 마치고 돌아온 히데루p는 각자에게 방 키를 나눠주며, 마지마으로 타마미를 보며 말했다.
히데루p”뭐… 오늘의 일정은 더 이상 없으니까… 방에서 쉬고 싶은 애들은 쉬고 따라오고 싶으면 따라와도 좋아.”
마에카와”에… 무슨일이야?”
히데루p”음… 타마미를 여기서 30분 거리에 있는 본가에 데려다줄 예정이지만…… 그렇네. 거기에 스키야키 맛집이 있어서 아예 근처에서 저녁도 먹고 오는것도 나쁘진 않겠는데…..”
마에카와”스, 스키야키….”
그렇게 묘하게 넘어가기 시작한 마에카와였다.
히데루p"그래 그래... 재대로 사줄테니까." 한숨
타마미 "본가까지는.. 한번 더 잘 부탁드립니다."
나기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민 회색모찌가 동감하는 듯 신난 울음소리를 내자 나기는 손을 올려 회색모찌를 쓰다듬는다.
나기"잘됐네요, 부장P. 회색모찌도 지금 소 두 마리는 가볍게 한입에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배고프다는군요."
그리고는 그 엉뚱한 포커페이스로 무게를 잡고는 근엄히 말하는게 아닌가.
나기"갑니다, 부장P. 저장된 카드는 충분하신지?"
왠지 만사를 포기한듯한 부장P의 맹한 표정이었다.
30분 후. 자신의 어린시절이 있는 그대로 남아있는 변화없는 읍내가 창문 밖에서 펼쳐져온다. 논과 전선, 낮은 집들이 띄엄띄엄 솓아있는 어딜가나 있을법한 지방의 풍경.
차의 창문을 활짝 열고, 회색모찌와 함께 창틀에 턱을 올린 채 =ㅁ= 같은 표정을 지은 나기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따금씩 지나쳐가는 사람들에게 회색모찌와 같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운 풍경에도 마냥 추억에 젖을수만은 없는 것은, 역시 힘든 기억도 동시에 살아나기 때문인가.
하지만.. 그것도 포함해서 생각을 정리하러 온 것이다.
타마미 "..자, 거의 다 왔습니다."
타마미에게는 자신의 기억속, 도장의 사람들이 묻혀있는 씁쓸한 신사이기도 했다.
히데루p"음... 마침 주차장이 있네. 그럼 차는 여기다 대고..."
그렇게 한블록을 더 지나친 히데루p는 핸들을 꺾어 빠르게 주차를 완료했다.
나타날 거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신사의 모습에 타마미는 무심코 눈을 찌푸리고, 결국엔 감아 버렸다.
떠나기 전까지는 충분히 많이 봐 온 모습이건만, 재회가 이 정도로 괴롭게 느껴질 줄은.
타마미 "모두가..어째서 그렇게 된 건지는.. 타마미가 꼭..." 중얼
타마미"나기공..."
그 상냥한 손길에 무심코 나기쪽을 바라본 타마미의 볼이, 쿠욱하고 미리 치켜들고 있던 나기의 손가락에 찔린다.
나기"걸려드셨군요, 사부. 이걸로 나기는 사부에게 처음으로 한판 딴 셈이네요."
물론 지금 이곳이 타마미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곳에서 뭐가 일어났는지 알고있는 나기지만 두 눈을 질끈 감은 타마미를 보다보니 왜인지 그런 모습은 보기 싫어진 나기이기도 했다.
잠시 황당함에 말을 잃었다가, 조용히 꺼낸 말이 볼을 찔린 채로 나온 바람에 순간 웃긴 소리를 내 버린 타마미.
제대로 말한 대사는 점잖았지만, 처음에 보인 모습이 새삼 부끄러웠는지 휙 고개를 돌렸다.
이건 이거대로 괜찮은 걸 보았다 싶어 대뇌 속 나기클라우드에 백업한 나기였으나, 헛웃음이라도 웃길 기대한 작전이란 점에선 아쉬운 성과.
그러나 삐진 여동생의 기분을 풀 때의 필살기, 나기식ㆍ무표정간지럼은 상당한 금술이기에 아껴두기로 했다.
미레이는 자신 특유의 집중력으로 인해, 좋건 싫건 그 중얼거림을 들을 수밖에 없었음에도, 못 들은 체 하며 가볍게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고민 중에서는,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것 또한 있음을 알기에.
그렇기에 미레이는 구태여 말을 덧붙이기보다는, 그것이 과한 염려가 되지 않도록 적당히 분위기를 환기시켜주었다.
미레이 "그래서, 가게는 이쪽 말하는 거지?"
히데루p"근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왔네. 다들 점심을 대충 때워서 당장 먹을 수야 있겠지만 가게가 저래서야."
마에카와"정말이지, 데려올거면 가게 오픈 시간 정도는 숙지하라구....."
히데루P"나야 블로그만 보고 왔으니까 그건 몰랐지.... 30분 정도 남았나 뭐 그럼 기다릴 수 밖에...."
어딜 보아도 익숙하건만, 동시에 낯설다. 이 식당이 문을 닫고 있는 시간에 방문하는 것도, 타마미에겐 처음인 것이다. 물론, 가족 이외의 사람이 함께인 것도 마찬가지.
기억 속의 고향, 지금의 동료들. 서로 다른 익숙함이 교차하면 조금 어색한 기분인 것을, 타마미는 오랜만에 깨달았다.
각자 조금씩 다른 이유로 스키야키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타마미는 그보다는 좀 더 고향의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왜인지는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렵지만..
타마미 "그냥 기다리는 것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타마미는 조금 걷고 싶은 기분입니다. 잠시 다녀와도 괜찮겠습니까?"
마에카와"....마에카와도 걸을래."
단순히 속이 거북할 뿐인지, 혹은 타마미를 혼자 두고싶지 않은지, 오늘따라 묘하게 속이 읽히지 않는 마에카와에 모습에 히데루p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떡였다.
히데루p"너도 거북하면 다녀와..... 너무 멀리가진 말고."
이 앞에는, 칸나와 이어지는 자신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자신이 모르는 칸나를 알고 있는 미쿠가 있다..
뜻하지 않게 중요한 열쇠를 쥐게 된 것인가, 라고 생각한 타마미였으나 득 본 기분은 아니었다.
이 앞에 기다리는 것은.. 즐거운 재회는 아닐 것이기에.
타마미 "..앞장서겠습니다. 어딜 가도 그렇게 볼 것은 없습니다만.. 개인적인 용무가 있는지라."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타마미를 향해 나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기"사부가 짐작하신대로, 나기는 사부의 곁에 붙어있을 목적이 아닌 사부의 비전서가 목적이였답니다."
말만 들어도 거짓말이지만, 태극권과 비슷하지만 더 우스꽝스러운 나기의 포즈 탓에 이건 분명히 웃길라고 하는 거짓말...아니 개드립이라는 게 티가 났다.
언제나처럼 묘하게 성실한 태클..을 걸다가, 금새 포기하고 걷기 시작하는 타마미. 그렇다고 떨쳐내려는 움직임은 아니었다.
타마미 "식사 전에 구경할만한 곳은 아닙니다만.. 나기 공도 편할 대로 하시길. 이쪽입니다."
미레이는 밴에서 내려서는, 그대로 밴에 몸을 기대며 걸어가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것은 그녀 나름의 배려이자, 또한 타협이기도 했다.
타마미가 품은 것이 무엇이든, 그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미레이 자신보다 먼저 따라가주는 둘이 더 나을테니까.
그렇기에 미레이는 아무것도 눈치 못챈 것처럼, 가볍게 키득대며 배웅해주었다.
미레이 "겸사겸사 오픈 시간도 못 맞춘 히데루P는, 내가 미쿠 대신 놀려주고 있을테니까 말이짓!" @키득
이것도 저것도, 전부 알고는 있다. 누가 뭐래도 고향이니까. 제안받았을 때부터..
거북하다고 할지언정, 한번은 마주하러 온 것이다만..
타마미 "....." 두근...
칸나와의 재회를 빌미로 요동쳐버린 마음 속 응어리가, 묻어두고 있던 참극의 기억이- 그날의 피 냄새가 가슴에 들어찬 듯 숨이 막히게 한다.
무엇 하나 거칠 것 없는 평지임에도 타마미의 발걸음은 서서히 느려져, 결국엔 한손으로 눈가를 감싸쥐고 멈춰선다.
타마미 "조금만...마음의 준비가 필요할지도.."
아야메"타마미공... 그... 소저가 할 말은 아니겠지만 꼭 과거를 무리해서 마주 할 필요는...."
그리고 그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리이자, 끊어내야만 하는 연.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는, 칸나라는 벽을 만난 지금.
타마미 "그렇다면 한번 더.. 이 눈으로 확인해서, 진실만을 남기지 않으면 곤란하겠죠."
타마미 "..이젠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유쾌한 일도 없을 테니, 다른 분들은 따로 행동하셔도 괜찮습니다."
말을 마친 타마미는 천천히 걸음을 떼, 폐가로 변한 도장으로 향했다.
미쿠"타마미쨩. 미쿠, 칸나를 용서 할 수 없어. 그 사람이 하던 일을 직접 현장에서 목격했으니까...."
그렇게 뜬금없이 아야메와의 대화에 끼어든 미쿠가, 무언가 납득하지 못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미쿠"하지만 그런 칸나와 P쨩이 계약했다는 소릴 들었을땐 정말 납득하기 힘들어서..... 그래서 미쿠도 타마미처럼 확인하고 싶어... 그 사람의 과거를."
슬쩍 타마미와 미쿠의 뒤에 따라붙은 나기는 타마미와 미쿠가 가진 분노보다는 타마미가 있었다는 도장에 호기심을 더 보이고 있었다.
나기"약방에 감초, 라멘엔 마늘, 맥주에는 닭꼬치처럼 나기는 지금 조합에 딱이라고 자부합니다."
아야메"이곳이... 타마미공의 처음으로 몸담았던 도장이군요....."
타마미 "..방치된 모습이 보기 좋은 것은 아닙니다만, 어차피 그 날을 다시 한번 보기 위해서 온 거니까요.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아야메"그...음... 처참하네요....."
거짓없이 순수한 반응을 내보이는 아야메였다.
한 걸음 앞으로 뗄 때마다, 가슴 깊이에서 떨림이 느껴진다.
일견 담담해 보이지만, 자세히 본다면 그 떨림이 어깨에서 느껴질 터인 뒷모습으로 타마미는 걸었다.
그리고.. 멈춰섰다. 뺨에서 느낀 위화감 때문이다.
타마미 "어라..?"
잠시, 스스로도 무엇인지 혼란스러웠으나.. 달리 무엇도 있을 리 없다. 이건.. 눈물.
우는 소리 없이 그저 눈물만 흐르는, 자기도 모르게 새어버리는 쪽의 눈물이다.
타마미 "읏..."
그래.. 그 모든 것은 꿈도 허상도 아니다. 지금 보고 있는 모든 것이, 조금도 변하지 않은 증거.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자신과 함께 검을 쥐던 이들이 죽고 말았는지.
그걸 목격한 순간의, 공포에 덧대어진 수많은 감정의 응어리가 아직도 얼마나 크게 남아 있는지.
타마미는 말없이 소매로 여러번 눈물을 닦아냈지만,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쉽게 마를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아야메는 타마미의 옆으로 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아야메가 등을 토닥여주는 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 쏟아져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어하는 타마미를 진심으로 측은히 바라보는 나기.
도장을 채 한번 둘러보기도 전에, 타마미의 들썩이는 등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나기였다.
그런 타마미의 울음을 잠깐 쳐다보던 미쿠는, 아야메가 그녀를 감싸는 것을 보며 시선을 다시 돌리더니 조금 더 실내의 사건현장을 살펴본다.
자신의 세이드─감각─를 최대한 집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