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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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주사위] 생존본능 TRPG
(글 진행은 반드시 댓글로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생존본능 TRPG 플레이 로그 (Google Drive)
※ 페이지 우상단의 를 클릭하시면 리스트 보기가 가능합니다.
참여자분들은 반드시 룰을 읽어주세요. → https://sites.google.com/site/idolmastervalkyria/lul/yeonpyo
룰이 늘어난 덕분에 여러가지 전개가 가능해졌지만, 처음 출발했던 때보다 룰의 종류가 많아진 편입니다. 물론 스레로서는 굉장히 복잡해진 편이지만 TRPG 룰로서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에, 룰과 약간의 플레이 로그를 차근차근 읽어보시면 금방 감을 잡으실 수 있습니다.
※ 거의 붉은 글씨 위주로만 읽더라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다.
<공지>
16/11/21 생존본능 TRPG 위키를 개설했습니다.
https://sites.google.com/site/idolmastervalkyria/위키 사이트 개장했습니다. 비밀글로 E메일을 적어주시면 그 메일 편으로 위키 수정 권한을 드리니, 제시된 문서 양식에 따라 설정을 넣어주세요. (아직 적어야 할 게 산더미 같긴 하지만 ㅇ<-<) 문서양식 등은 히데루p와 이치노세시키의 프로필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16/12/10 생존본능 TRPG 의 관리자 권한을 더헤드(@chs2***)님과 포틴P (@howo***)님에게 넘깁니다.
12월 12일 예정된 현 관리자 히데루(@cosmo****)의 공군입대로. 오늘부로 더헤드(@chs2***)님과 포틴P (@howo***)님에게 모든 운영권한을 공동운영의 형태로 넘겨드립니다. 공동 운영을 선택한 이유는 두 분 다 입대 직전의 저처럼 TRPG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통상적으로 두 분이 가장 많은 수의 아이돌들로 RP를 진행해왔던 점이 큽니다.
그리고 공동운영으로 관리자가 둘이 되었다고는 하나, 이제 일반 유저분들도 연표, 사건일지, 케릭터 등의 정보를 함께 수정 해주시길 바랍니다.
18/1/12 현재 생존본능 TRPG는 신규 참여자를 모집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향후 상황에 따라 모집할 의향은 있기 때문에, 참여자가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19/10/17 최근의 세션에서 사용했던 Roll20 플레이 페이지를, Roll20 기능의 연습을 겸해서 채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장소로도 개방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Press Space bar to Skip )
「세계선 합선 사건」
절대로 연결 될 리 없었던 수 많은 평행우주들이, 마치 스파크를 튀기며 폭발한 전선들처럼 얽혀버린 원인은, 세계의 어떤 저명한 과학자도 밝혀낼 수 없었다.
물론 그 원인을 밝혀낼 충분한 사전지식도 가지지 못하던 인류였지만, 그들은 당장에 온갖 평행세계로부터 쳐들어오는 외계종족, 다른차원의 괴물들 따위로부터 생존하기에도 벅찼다.
결국 전세는 불리해지고 인류의 멸망이 코앞까지 봉착할 그 때였다.
「아이돌」
본래는 춤과 노래 등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돈을 벌며 살아가는 주로 저연령층의 예술인들을 지칭했던 그녀들.
그녀들은 그 「세계선 합선 사건」을 계기로, 초능력, 마법 등의 「능력」지니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들의 활약으로 지구상에서 모든 이계의 존재들을 몰아내게 되었다.
「프로듀서」
하지만 대체로 어린 아이들로 구성된 그녀들이 냉혹하고 잔혹한 전장에서, 그 의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녀들을 뒷받쳐주고 통솔해준 「프로듀서」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활약으로 인류는 어떻게든 생존 할 수 있었고, 외계의 기술들과 새로이 발견된 마법 등을 이용해 비약적인 문명의 발전을 이룩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투쟁의 서막.
그들의 세계에 다녀온 한 프로듀서의 설명에 의하면, 스스로를「기계정령」이라고 칭한 그들은 강렬한 투지와 「생존본능」을 가진 인간 전사를 찾고 있다고 했다.
먼스(탐욕) 투스(교만) 웬즈(폭식) 덜즈(질투) 프라이(나태) 세럴(색욕) 선(분노).
그리고 아직 깨어나지 못한 플루토(광기).
그 명분도, 목적도 알 수 없었지만, 단 한 가지의 사실 만큼은 분명했다.
아이돌과 프로듀서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고, 또한 살아남기 위해 다시 한번 전화(戰火)의 열기에 삼켜지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기계정령은 더헤드(@chs2***)씨의 오리지널 설정을 차용, 변형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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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v7bExu2ImozNQyL1PmcSOJwjZO5Eg-hDHeouI_xmHqc/edit#gid=451773346&range=A1
※ 각 아이돌과 프로듀서들의 일정표입니다. 해당 내용을 참고하여 (혹은 참고하지 않아도) 답덧글로 RP시 다음 스폰의 시작 행동력에 +1 보너스를 받습니다.
(스폰 참전 후에 작성하여도 유효)
<설명>
일과 : 아이돌 및 프로듀서의 주요 일과중 하나. 원하는 장면이 있다면 꼭 해당 일과를 중심으로 RP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오늘의 만남 : 아이돌 및 프로듀서가 당일 만나게 되는 사람. 원하는 장면이 있다면 무시하여도 좋고, 아니면 함께 일과를 진행하는 것으로 RP하여도 좋습니다.
(에인헤랴르/요르문간드/보통은 만나기 힘든 다른 세계의 인물/ 또한 무시하여도 좋습니다.)
오늘의 기분 : 당일 오프인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는 일반적인 취미활동입니다. 원하는 장면이 있다면 무시하여도 좋습니다.
일과중 원하는 소재가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BGM : https://youtu.be/JIUmPNJYIr4
카스미p”.......”
346프로덕션의 구름정원. 쌍둥이 처럼 서 있는 양 빌딩의 사이의 구름다리의 위에 위치한 잘 꾸며진 정원에서 카스미p가 벤치에 앉아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있는 아카네p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히데루p“.......실례합니다.”
카스미p”어서오세요 히데루 프로듀서.”
그런 두 사제의 모습을 쳐다보던 히데루p는, 짧게 한마디 한 뒤 자신의 편의점 봉투를 먼저 내려다놓고 그 두 사제의 옆에 앉았다.
그러더니, 히데루p는 말 없이 봉투에서 삼각김밥을 꺼내, 포장을 뜯고 적당한 속도로 허기를 때우기 시작했다.
카스미p”고생, 많으시네요.”
히데루p”그쪽 정도는 아니겠죠…… 까다로운 전무의 스케쥴을 맞추시려면. 이런 여유도 흔치는 않을테니까.”
카스미p”알아주셔서 고맙네요.”
그렇게 말하며 후후 웃으며 아카네p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는 카스미p. 그러자 히데루p는 자신의 삼각김밥을 내려다놓고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히데루p”일식까지는 겨우 몇개월. 이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카스미p”그렇다고 들었죠.”
히데루p”그 전까지 예언에 대한 상세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어쩌면 녀석은……”
상상하기 싫은 그 한마디를 떠올린 히데루p가 말꼬리를 흐렸지만, 무심하게도 카스미p는 그가 차마 꺼내지 못한 문장을 대신해서 완성해버리고 말았다.
카스미p”영영 눈을 뜨지 못하게 되겠네요.”
히데루p”......당신이란 사람은…….”
마치 남일이라는듯 말하며 묵묵히 미소지으며 아카네p의 머리결을 쓰다듬을 뿐인 카스미p, 그리고, 그런 그녀의 성격을 이미 알고있었던 히데루p는 화를 낼 힘도 없는지, 불만을 숨기지 못하는 목소리로 말할 뿐이었다.
카스미p”제가 아카네에게 연금술을 가르치지 않았다면, 이라고 생각하고 계신거겠죠.”
히데루p”.......알고 계신다니 다행이군요.”
비꼬듯이 고개를 끄떡이며 삼각김밥의 나머지를 입속으로 털어넣는 히데루p. 하지만 카스미p는 말했다.
카스미p”그 또한 이 아이 스스로의 선택. 그리고, 그 아이가 선택한 길에서 구해진 생명은 셀수없이 많으니까요.
히데루p”그래서…... 공리주의적으로 다수의 행복을 지켰으니, 이제는 그 녀석의 불행을 받아들이라는 말입니까?”
카스미p”우리중의 그 누구도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는 없어요. 후회란 미래에 대한 반성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이상의 의미는 가지고 있지 않죠.”
히데루p”그래서, 당신은 지금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그런 히데루p의 절제된 항의에 카스미p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채 아카네p를 내려다보았다.
카스미p”히데루씨의 분노는 이해 할 수는 있지만, 전 그런 인간이 마땅히 가져야 할 감정은 잃어버린지 오래네요.”
히데루p”......마치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 처럼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그 어떤 내색도 하지 않는 카스미p. 이에 히데루p는 조금 더 그녀를 추궁했다.
히데루p”저도 니플헤임을 통해 연금술의 작동원리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카네나 당신, 그리고 엔진p와 같은 회장 직속의 마스터즈 헤드가 사용하는 연금술들은…… 그 어떤 세계선에서도 발견 할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히데루p는 냉정한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지금까지의 조사로 자신이 생각해낸 추론을 덤덤히 이야기했다.
히데루p”오직, 고대의 미드가르드…… 지구의 1만년 전의 문명을 제외한다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카스미p의 조금의 미동조차 없는 태도.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카스미p를 비롯한 회장 직속의 마스터즈 헤드가 1만년 전 잃어버린 연금술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있음은 확실해보였다.
히데루p”당신의 정체가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전무를 지키는 태도에서 보면 당신은 적어도 그녀를 배신할 존재는 아니라는건 확실하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 녀석의 상태에 대해 일말의 책임을 생각해볼 수는 없는겁니까.”
그러자, 카스미P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카스미p”모든 연금술사의 궁극적인 목표…… 당신은 이미 그것을 만나보았죠.”
히데루p는 갑작스럽게 질문으로 물어오는 카스미p의 대답을 완전히 이해 할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를 떠올린 그는 카스미p의 체념으로 가득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카스미p”진리.”
진리.
모든 것의 앎.
그것은 모든 ‘물질’과 ‘사건’의 초기 조건.
그로부터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그 모든 미래.
하지만 그 꿈과도 같은 희망이, 절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허상이란 것은 히데루p는 이미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통해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카스미p”그것은 모든 연금술사의 궁극적인 목표이지만……. 잔혹하게도, 모든 진리를 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히데루p”미미르와 라플라스의 악마…… 그리고 불확정성 말입니까.”
카스미p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스미p”미미르는 구현화된 모든 진리의 한계, 그러니…… 그녀가 알지 못하는 것은 저도 알지 못해요. 그러므로……. 저는 이 아이의 미래를 책임 질 수 없어요.”
그 말과 동시에, 정원의 수풀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자 히데루p가 고개를 틀어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스미p는 그 방향을 향해 푸근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카스미p”이 아이의 미래는 오직 이 아이 자신의 손으로만 헤쳐 나갈 수 있는 것. 그러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아이를 믿어 주는 것 뿐이에요.”
히데루p”......그렇습니까.”
‘오직, 고대의 미드가르드…… 지구의 1만년 전의 문명을 제외한다면.’
‘저는 책임질 수 없어요.’
‘이 아이를 믿어 주는 것 뿐이에요’
그저 우연이었다.
우연히 구름정원을 거닐던 타마미는, 옛 프로듀서의 허벅지에 머리를 댄채 쓰다듬 받던 아카네p의 얼굴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마음으로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을 뿐.
하지만 듣고 말았다.
들어버리고 말았다.
그간 쌓아왔던 감정이 각오조차 하지 못한 타이밍에 무너진 댐 처럼 터져나온다. 그런 생각을 채 정리조차 하지 못한 와키야마 타마미는, 그저 달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타마미 "젠장..그럼 대체 뭘 위해..!"
[요즘 좀 달라졌지?] [그런 타입 아니었는데.]
벌써 몇 번이나 들었을지 모를 말이, 바람소리를 뚫고 정신없이 내달리는 타마미의 귓가에 맴돌았다.
결코 유쾌하지는 않은, 그럼에도 타마미 스스로도 부정은 할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어째서 여기까지 오고 만 것인가. 무엇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인가. 마음 깊이에서 메아리친 그 물음에 닿은 타마미의 혼란스러운 의식이, 둥실 떠올라 기억의 저편으로 향했다.
.
.
.
카스미P "촬영, 수고했어요. 상으로 전에 같이 먹었던 경단을 구해왔는데.. 착한 아이로 있었죠? 타마미."
타마미 "아, 아이 취급하지 마십시오!"
타마미 "하지만.. 감사합니다, P공! 혼자 하는 일이었는데 배웅도 와주시고.. 그 경단도, 맛있다고 했던걸 기억해 주시다니!"
카스미P "후후, 기뻐해 준다면 충분해요. 자, 돌아갈까요."
그리 멀다고는 할 수 없는 과거, 아이돌이 그저 아이돌이던 시대. 아이돌 타마미의 담당 프로듀서는 그때까진 데드헤드P로 불리던 카스미P였다.
당시의 타마미라고 하면.. 거물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러나 346 소속으로서 자기 입지를 착실히 다져나가고 있는 아이돌이라는 이미지. 검도소녀라는 개성은 꾸준히 어필하며 확장되고 있었고, 어린애가 아니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의 발로일 뿐. 그녀의 순수한 면은 좋은 의미로 아이같은 모습이 있었고, 아이돌로서 사람으로서 그만큼 호감을 사는 요소이기도 했다.
물론 그것은 타고난 천성이다. 하지만 그 천성을 지켜낸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타마미의 모든 것을 긍정하는 프로듀서가 있었다.
타마미 "으으, 역시 조금만 더 컸더라면.. 카메라에 신장차가 잡힐 때마다 슬퍼지네요.. 게다가 오늘 같이 찍은건 전원 연하였고!" 추욱
카스미P "타마미는 그대로여도 괜찮은걸요. 옛 말에도..그렇지. 조급하면 일을 그르친다, 죠?"
타마미 "으음, 그도 그렇습니다만.."
카스미P "그렇답니다~" 쓰담쓰담
타마미 "..역시 애 취급이 아닌지?"
카스미P "후후, 소중히 하는 거랍니다?"
아이돌로서의 컨셉에 타마미의 동경이 반영되도록 하는 한편, 그 순수한 부분을 지켜주고 때로는 내세워 자산으로 삼는 프로듀싱은 전부 카스미P의 공.
합선 사건 전후 어느 쪽이건, 타마미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을수 있도록 과보호에 가깝게 기획을 조율하고 때론 출처불명의 무력을 행사해 위협을 제거하는 모습은 두려움을 사기도 했으나, 본인들은 그것이 애정의 표현임을 알고 있었다.
타마미 "저, 요새는 성과를 내고 있는 프로듀서는 담당 아이돌을 늘리는 추세라고.. 프로듀서는 줄었고, 새로 데뷔하는 아이들도 많고.."
카스미P "음.. 저는 [충분]하려나요. 타마미가 있으니까." 싱긋
타마미 "그, 그렇습니까.." 배시시
게다가 카스미P는 그 유능함에도 불구, 유닛 프로듀서 활동을 제외하고는 타마미 이외의 담당 아이돌을 전혀 맡지 않았다. 여러 아이돌을 담당해 동시에 성과를 내는 것이 유능한 프로듀서의 상징처럼 된 346의 기조를 생각해보면 드문 일.
둘 사이의 유대가 어느정도 유별난 부분이 있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리라.
..허나 어쩌면 착각이었을지도 모를 그 유대의 붕괴는, 하루아침에 찾아왔다.
타마미 "...네? 담당을..그만뒀다고요?"
"아, 아아. 설마 모르고 있었어..? 갑작스럽긴 했지만 그렇게나 사이가 좋으니까, 당연히 다 이야기가 되었을 줄.."
타마미 "..말도 안 돼. 프로듀서공, 지금.. 대체 어디에!?" 버럭
"그, 그게.. 실은 오늘 미국에서.."
따져 말하러 갈 생각을 채 마치기도 전에, 다음 소식이 후두부를 강타해 의식의 끈을 흔들었다.
타마미 '본사에서 돌아온 옛 제자? 직위는 부장급 프로듀서에.. 그런데도 나보다 어려? 지금도 그 사람이랑 만나고 있다고..?'
연락을 취해 봐도 돌아오는 것은 꼭 자신을 피하기라도 하는 듯이, 자리를 비웠다는 메시지 뿐.
싫어도 마주쳐야만 했던 지금까지가 거짓말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듯이 카스미P를 만날 길은 없었다.
텅 빈 눈으로 비어버린 책상을 바라보며 날이 지나가기를 며칠, 346 본 건물에 루아와 차로스.. 두 벌의 마녀의 습격이라는 대사건이 발생.
위험한 임무지만, 타마미는 자원해서 자리 채우기로나마 증원에 나섰다.
지금은 전투에도 나서고 있다는, 그 아카네P의 모습을 직접 보아야 하겠다는 결심이 그제서야 굳어졌기 때문이다.
타마미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담당을 그만둔 P공이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제가 아니라 당신이라니. 대체 당신은 무엇이기에..'
.
.
.
인정할 생각 따윈 없었다. 애초에 부정하고 싶어서 만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경악이며 경탄이었고, 경외이자 충격이었다.
키도, 나이도, 직위도.. 그리고 그 모든 것 이전에, 그녀는 강했다. 수수께끼의 힘으로 자신을 구해주곤 하던, 카스미P가 떠오를 수밖엔 없을 정도로.
시선 저편의, 자신 못지않게 작은 소녀는 모든 면에서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존재였으며, 그 거리만큼 카스미P에게 가까운 존재였다.
타마미 '저 위험한 전장에서, 직접.. 아이돌의 힘도 아닌데, 어떻게..' 저릿
타마미 '저런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나..?' 풀썩
타마미 '...아니, 아니죠.'
타마미 "..왜 타마미가 포기해야 한단 겁니까. 대체 누구 때문에."
무릎이 꿇리고 허리가 꺾인다. 그대로 무너지고 마음을 외면할뻔도 했지만, 단념 직전의 일순에 오기가 샘솟았다. 극복할 수 없었던 신장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자신조차 모르던 끈질긴 고집이.
타마미 "타마미.. 타마미는.."
타마미 "..강해지겠어요. 검사로서 아이돌로서, 하늘 아래 누구도 비할 수 없는.. 그런 강함을." 까득
그 날이 분기점. 타마미는 진정한 의미에서, 검을 뽑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 주겠다고 정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카스미P를 자신의 프로듀서로서 되찾겠다는 욕망이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복수심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확신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훈련 종료.. 측정기 파손으로 근력 이외 측정 불가. 근력 산정은 범위 내 최고로 처리.]
타마미 "..장비 강도를 올리죠. B급 대상으로 부탁합니다."
[승인.]
..아이돌이 세이드로 능력을 개화하는 것은, 분명 법칙성이 규명된 적이 없음에도 어쩐지 운명적으로 보인다. 이 346의 극동지부만 해도 100명이 넘는 아이돌 중, 누구라도 전혀 관계없는 힘에 눈뜨지는 않는다.
"키이.." 투둑
타마미 "100인..아니, 100마리 베기. 해냈군요." 철컥
타마미 "하지만, 아직 절단에서 불안정함이 있어.. 정확하게 노려 베는 트레이닝을 늘려 볼까요. 혹은 검의 예리함 자체도 단련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럼에도 스스로 생각하기를, 그녀는 운이 좋았다.
매일 도장에서 검을 휘두르는 것도, 강하고 고고한 검사인 자신을 상상하는 것도 전부 언제나 해 오던 일들 뿐이다. 각오를 다지고 그것을 실전의 영역으로 내모는것만으로도, 능력은 빠르게 성장해갔다.
"쿠우워어억!!!" 푸슉
타마미 "난세에는 검이 가깝기에, 곧 검에 힘이 실리는 것. 제가 해야 할 일을 위해, 기꺼이 휘두르죠. 즉결처분권(키리스테고멘)." 철컥
스스로의 약함을 핑계로, 과보호를 핑계로 제대로 된 전투에 나서지 않던 나날에 작별을 고하자 놀랄 정도로 변화는 빠르게 찾아온것이다
주변에서도 그 변화에 술렁이는 이들이 있음을 알았지만, 거기에 신경쓸만한 여유는 처음부터 없었다.
아카네P "안녕. 수고했어."
타마미 "..........네." 홱
아카네P "...흠."
이 여정에서 진정한 목적지라 해야 할 것은 카스미P였겠지만, 원인이자 과정으로서- 그리고 전장에서는 동료로서 마주치게 되는 것은 아카네P.
타마미의 심중에서, 아카네P를 향한 질투와 경쟁심-그리고 어느 의미로는 동경이 블렌드된 복잡한 감정이 부풀어간 것은, 결코 누구의 탓도 아닌 운명의 장난이었다.
-그것이, 어느 날 바늘에 닿은 풍선처럼 찢어져 흩날렸다.
타마미 '아카네P가..시한부?'
듣는 순간, 심장이 꿰뚫려도 놓칠 생각이 없던 검을 놓칠 뻔 했다.
승패가 정해져버렸다.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이. 당연하다. 세상은 살아남은 자의 승리다.
그러나, 무의미하게 사라진 목표의 빈 자리에는 허탈함만이 몰려왔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는 말로 자신을 다잡아 관성으로 적을 베어나가고 있었지만, 타마미는 이젠 모든 면에서 이전으론 돌아가지 못할거라 직감하고 있었다.
사실, 타마미로선 히데루P와 카스미P의 신경전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중대한 것을 몇개나 들어버렸다는 자각은 있으나, 그런 것 역시..심지어 카스미P의 정체조차, 타마미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은 이 세계에서 고작해야 하나의 칼날, 부품 하나. 베어야 하는 것, 지켜야 하는 것만을 담기에도, 이 작은 몸에는 넘쳐흐른다.
그러나, 그런 것과 상관없이, 밀착한 두 사람의 모습이-
확인하러 가기엔 너무 두려웠던 사실을 눈 앞에서 보고 말았다는 것이, 진정한 기폭제였다.
자신은 그저 대체제였으며, 진정으로 카스미P에게 소중한 것은 아카네P가 아닌가 하는 의심.
그리고 거기서.
더는 재생할 것이 남지 않은 필름이 덜컥이며 걸린 것처럼, 의식은 현실로 떨어지듯 돌아왔다.
타마미 "읏.. 여긴?" 화악
타마미 '..아직도 정원.. 바깥쪽을 빙빙 돈 건가요..'
도망치듯 뛰쳐나온 주제에, 그다지 멀어지지도 못한 것인가.
지금의 신체를 생각하면, 달린 거리로는 그리 대단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숨을 몰아쉬는 자신이 한심해서, 스스로의 얕은 바닥이 냉엄하게 드러난 것만 같다.
핑 도는 눈앞을 억지로 붙잡듯이 이마를 감싸쥐고, 심호흡. 하지만..
몇번이고 눈을 감았다 뜨고, 생각을 정리해도 지워지지 않고 떠오르는 광경은 딱 하나.
..자신의 프로듀서의 무릎을 베고 잠든 그 사람.
타마미 "왜죠. 어째서, 당신이..?" 까득
..무슨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자신은 아직 한번도 이긴 적이 없다.
아카네P 개인에게는 어떤 도의적 책임도 없지만, 영원히 기회를 잃기 전에..자신은, 지금까지의 여로에 마침표를 찍어야만 한다.
타마미 "...늦기 전에 해야만 하겠군요. 마지막 결단을."
타마미 "이 마음, 실로 자아내 스스로의 손으로 베어야만. 그렇지 않으면, 평생 자신을 옭메게 될지도 모릅니다." 스릉
혼잣말이라기엔 강한 어조로 중얼거리며 눈 앞으로 뽑아든 심검은 여느때보다도 예리했으나, 동시에 어딘가 탁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100회, 아니, 1000회, 몇회이든간에 오늘도 어김없이 훈련장에 나와 시퍼렇게 날이 선 진검을 내려찍는 와카야마 타마미의 모습이 보였다.
뭐 그리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을까.
땀 흘리는 청춘이라기엔 한합 한합의 검격이 지나치게 무겁다.
스승의 원수, 넘어서지 못한 벽, 프로듀서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한 경쟁자. 그녀의 짐을 차지하는 번뇌는 한 두 가지가 아니었을테지.
※ 와키야마 타마미 (포틴P) RP
그것은 타마미와..그녀와 가까운 동료 이외에는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도장처럼 꾸며진 트레이닝 룸.
문의 개폐는 전자식임에도, 내부에 들어서면 특유의 나무 냄새가 상쾌하게 코를 간질인다.
서류상으로는 단순 반복훈련 전반을 위한 공간이지만, 실제로는 지금처럼 타마미의 일과를 위해 사용되는 편.
타마미 "...." 퍽, 퍽, 퍽
매일 아침 일어나면 곧바로, 거르는 일 없이 도장에서의 검 휘두르기. 아니, 이젠 거르지 않는다- 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입원중에는 불가피했다 할지언정 퇴원한 이상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과임에도, 고향에 다녀오고도 한동안 미루다가 최근에야 다시 발을 들였기 때문이다. 몸 상태를 변명으로 세웠지만, 마음이 흔들려 검과 자신을 마주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건 스스로가 안다.
막상 도장에 다시 발을 들이자, 몸이 기억하는지 어느샌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지만.
타마미 "....." 퍽, 퍽, 퍽
..하지만 겉보기처럼 멀쩡한 상태는 아니다.
검을 내리찍은 동작은 절도있게 반복되고 있으나, 반대로 표정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오롯이 검에 집중해야 할 마음이 제자리에 있지 못함이다.
일전에 히사카와 자매에게 말했듯, 이 훈련은 타마미에게 있어 검에 건 신념을 되새기는 시간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아무리 떨치려 해도... 검에 매진해서 전부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던 것들이, 자신을 놔주지 않았음이 떠오르고 만다.
그리고 이내, 한 곳에 뭉치는 것이다.
타마미 "..........." 팍, 콱, 쾅
왜 자신은- 이렇게나 아무것도 모른 채 괴로워할 일 투성이인가. 알아도 괴로워질 뿐인가!!
타마미 "...흐읏!!" 서걱
차마 목소리로 내뱉지 못한, 메마른 원망이 원귀처럼 검날에 씌여 심검으로 승화된다.
아이돌의 훈련을 상정한만큼 지금까지 진검을 수천 수만번이나 받아낸 훈련용 인형이었지만, 금빛 검격이 번뜩이자 단칼에 목이 달아나고 만다.
툭, 하고 머리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타마미도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앉는다.
..언제까지 이 상태일지, 이젠 자신도 알 수가 없다.
아카네p”흐응…… 열심히네.”
그렇게 도장 안으로 들어간 아카네p는 훈련용 인형의 머리에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들어 무심한듯 내려다보았다.
갑작스레 등 뒤에서 아카네P의 목소리가 들린 한순간, 반사적으로 몸을 돌린 타마미는 스스로 놀랄 정도로 빠르게 반응했다.
자신을 짓누르는 감정들에 파묻혀있던 지금, 눈앞에 나타난 원인 중 하나에게 반사적으로 쥔 채였던 칼을 겨눌 뻔 하다가-
아슬아슬하게 이성으로 손을 되돌려, 검을 납도하고 어색하게 고개를 까딱이다가 푹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넘어갔기에.
그리고 그대로, 아무 말도 없이 침묵을 지켰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지금 자신의 얼굴이 증오 위에 덧칠된 당혹과 죄책감으로 얼룩져있을 것을 알기에, 간단히 고개를 들 순 없었으므로.
아카네p"뭘 그리 경계하고 그래. 그냥 훈련중인 아이돌을 보러 온 프로듀서일 뿐인데."
정론이기에 할 말은 없다. 없겠지만.. 그래도 굳이, 겉치레도 되지 않을 말을 꺼낸다.
타마미 "..경계하려던 건 아닙니다. 단지, 아야메공이나 카린공 외의 다른 사람이 이곳에 들어오는건 드문 일이기에 놀라서."
타마미 "그리고 프로듀서라고 해도.. 타마미의 담당 프로듀서이신건 아니니까요."
타마미 스스로도 [담당 프로듀서]에서 어조가 튀는 것을 느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어차피 이 부분은, 숨긴다고 모르지도 않을 테니.
그렇게 살짝 턱을 괴고 쭈그려 앉은 아카네P는 타마미를 스윽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카네P"내가 해줄까?"
잠깐 눈앞이 번쩍이곤 휙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니, 어느샌가 타마미의 눈 앞엔 멱살을 잡힌 아카네P가 있었다.
그야 확실히 자신은 담당 프로듀서가 없는 아이돌인 상태.
세계와 346의 혼란기에 담당 프로듀서가 퇴직하거나 해 일시적으로 무소속이 된 이들은 많았지만, 상황이 안정되면서 그들 중 상당수가 다시 담당 프로듀서가 생긴 상태이니 어느정도 눈에 띄는 케이스라는 자각은 있다.
상부에서도 성과를 내는 아이돌은 담당이 있는 것이 좋다고 보는 추세인만큼, 아카네P의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스카우트 제의일 것이다.
하지만...
타마미 "왜.....!"
왜 당신이 그런 말을 하냐- 고, 입은 움직이지만 말은 나오지 않는다.
끼익거리는 파열음이 들리는 이성의 마지막 저항.
목울대가 꿈틀거리면서 내면의 갈등을 외면화한다.
안 돼.
이 상태론 분명 무슨 말을 해도 아웃이다.
더는 멈출 수 없게 될 거야.
하지만, 눈하나 깜빡하지 않은채 멱살을 잡힌 아카네P는 타마미를 날카롭게 흘겨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카네p”동정이든 질투든 하나만 하지 그래? 그렇게 매일같이 살의를 내뿜고 또 멋대로 죽이고, 이쯤되면 아무리 둔한 멍청이라도 내게 뭔가 용건이 있다는걸 모를수는 없을텐데 말야.”
숨긴다고 생각한 것이 전혀 숨겨지지 않은 것도, 결국 먼저 손이 나간 상황에서 정곡을 찔린 것도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럽다.
뒤늦게 멱살을 풀고 밀쳐내도, 온 얼굴이 달아오른 것이 느껴질 정도로 화끈거린다.
타마미 "다 알고 있군요. 그래요.. 당신에 대해선 질투도 동정도 하고 있고, 저는 감정들과 이성의 길항작용으로 이도 저도 못 하고 있죠. 한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타마미의 업.. 괴롭다 해도 타마미의 괴로움입니다. 당신한테 도발당할 이유는 없단 말입니다!!"
그렇게 타마미를 스윽 흘겨보던 아카네p는, 도대체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기다랗고 날카로운 검은 파르티잔을 치켜들어 타마미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리고, 타마미와 같은 작은 몸에서 나오는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한치 흔들림 없는 기백으로 외쳤다.
BGM : https://youtu.be/RBlCsbsWO50
아카네p"당신도 생각하고 있지? 이대로 내가 사라져버리면 영영 스스로를 증명할 기회가 없을거라고 말야. 그러니까 검을 들어. 하고 싶은대로 해. 이도저도 못하는 그 지겨운 태도는 벗어버리란 말야!"
당황해 굳은 듯 보이면서도 타마미는 마음 깊이에서는, 비열한 자신이 웃음을 터트리며 등을 떠미는 감각에 사로잡혔다.
솔직하게는 무엇보다도 갈망하던 것이 아닌가. 저쪽에서 청해 온다면, 만의 하나의 경우라도 책임은 줄어든다. 그리고 어차피..아카네P의 수명은..
하지만 거기까지도, 생각하지 않았을 상대는 아닐 것이다.
타마미 "..자살기도라면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만.."
비꼬는듯 애써 거리를 두려 했지만, 이미 손은 다시 검손잡이로 오른 뒤.
그러나 역시.. 이 상태로는 너무 위험하다. 검을 제어할 수 있을지 알 길이 없다.
훈련을 명목으로 하고 겨룬다면, 가상공간이 아니어도 어느정도 손속을 둘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사적이고 기준도 결과도 불분명한 싸움. 누가 정했을지 모를 승패만을 찾는 혈로가 될 터.
끝에 잃어버리는 것의 한도가 없는 싸움은, 적어도 한 명판 아래의 사람들끼리 할 만한 것은 아니다.
타마미 "아니, 그렇게 말해주신 이상 솔직하게 가죠. 타마미도 바라마지 않던 일입니다. 당신을 실력으로 뛰어넘는 꿈을, 몇번이나 꿨을지 모를 정도로."
타마미 "그럼 반대로 묻겠습니다만, 그 단순한 '거슬림' 에 남은 목숨을 거셔도 좋습니까? 길지 않다고 해도, 당신께는 소중한 시간일텐데요." 스릉
...극히 드문 예외가 아니라면.
그러자, 아카네p는 도리어 비웃음을 참지 않으며 쏘아붙였다.
아카네p"지금보니 타케다 칸나가 널 과대평가한 모양이네. 목숨을 빼앗을지도 모른다는 경고? 그럼 결국 당신이 날 죽인 후가 무서워서 싸움을 걸지 않다가 이제와서 미리 동의를 얻어두는 거랑 뭐가 다를거라고 생각해?"
지금까지 몇번이고 자신을 가로막던 말은, 그녀(아카네P)는 무고하다는 것이었지만..
이젠, 그런 건, 없어.
결단이 서자,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목소리는 침착해졌다.
타마미 "그래요. 다르지 않죠. 무엇 하나..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타마미 "바라시는 대로.. 아니, 바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정말로 이 뒤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부웅
눈에는 야수의 안광을, 손에는 마음 그 자체를 대변하는 검을 쥐고 드디어 본심 그대로 어금니를 드러낸다.
타마미 "승부입니다, 아카네P!! 누구 하나가 땅에 떨어질 때까지!!!"
그렇게 외친 타마미는 뽑아든 진검을 훨씬 길고 예리한 심검으로 벼려냄과 동시에, 아카네P의 정면으로 크게 휘둘러 벨 기세로 뛰어든다!
아카네p”난 말야, 당신 같은 어중간한 부류가 제일 맘에 안들어. 동경할거면 동경하든가, 아니면 질투할거면 질투해서 내게 맞서던가. 왜 다들 앞에선 괜찮은척 하면서 뒤에선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거야?”
도리어 진절머리 난다는듯 짜증을 내는 아카네p는, 다시한번 창을 휘둘러 마치 창끝에 묻은 더러운 것을 튀겨내듯 자신의 사선으로 획 휘두르더니, 이윽고 자신의 등 뒤로 거대하고 압도적인 갑옷골렘, 그 무적의 센츄리온을 연성하며 말했다.
아카네p”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보자구. 나와 승부해서 날 이기고 편해지던가, 아니면 이대로 쓰러져서 패배를 인정하던가.”
한치의 흐트러짐과 스스로에 대한 조금의 의심조차 없는 단호한 눈빛. 타마미가 처음으로 재대로 바라본 그녀의 그 붉고 날카로운 눈빛은, 묘하게 자신의 사저 타케다 칸나와 닮게 느껴졌다.
타마미 "그쪽 나름대로 싫어할 이유는 있단 거군요. 이제와서 사과는 안 하겠습니다. 싫어할만한 모습을 보였다는건 알고 있으니까."
타마미 "하아..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음습한 부류랑 똑같은 취급은 못 참겠군요. 당신이 그 사람하고 엮인 것만 아니었다면 타마미도 이런 어중간한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여기서부턴 진검승부. 피차 필요한 것은 자신의 입장 뿐. 말에도 행동에도 양보는 없다.
다분히 감정적으로 쏘아붙인 타마미는 훈련장의 다다미를 넘어 바닥까지 깔끔하게 갈라버린 자국을 남긴 검을 손목에 힘을 쥐고 비틀더니, 곧바로 방향을 반대로 돌려 다시 아카네P가 있는 방향으로 휘두른다!
확실히 타마미의 검은 아카네p의 단창보다 빨랐다.
하지만 예상대로라는듯 짧게 소리를 내며 웃은 아카네p가 자신의 배후의 센츄리온의 두터운 장갑으로 그것을 막는다. 물론 분노를 이기지 못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타마미의 심검은 맥없이 흔들리며, 단 한합도 센츄리온의 막강한 장갑을 뚫지 못했다.
아카네p”넌 수백 수천만회의 검을 휘둘러 검을 수련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네 엉망진창인 감정처럼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검은 판에 박힌 듯이 읽혀.”
그리고 도리어 센츄리온의 거대한 글라디우스가 아닌, 아카네p 자신의 파르티잔의 뭉특한 끝을 거꾸로 들어 타마미의 어깨를 찔러 넣으며 수m를 밀어 튕겨내었다.
아카네p"'프로듀서'인 내게 그런 허점도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덤벼드는거야?"
감정적으로 날뛰어봤자 소용없다는 말에 더 감정적이 되다니, 소인배의 전형. 하지만 그런 이들도, 당사자로선 어쩔 수 없던 것이었을까.
아카네P의 말은 옳다. 검이란 확실하게 의식을 날에 집중해 베는 것. 마구 휘둘러서는 검을 든 협잡꾼일 뿐이다.
검이라는 개념의 물화이기도 한 심검의 능력자로서, 그 사실은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막아둘 셈이었던 감정의 댐을 터트린 당사자가, 그걸 가르치듯이 말하는 건 참을 수가 없다-!
타마미 "극 발도-" 후웅
반격하는 센츄리온의 팔을 차고 공중제비를 돌아 뒤로 착지한 타마미는 어느샌가 검을 허리춤에 납도한, 특유의 거합태세로 이행-
타마미 "천총운검!!!" 번뜩
간판격인 자신의 큰 기술을 센츄리온에게 날린다!
아카네p"크고 강한 기술이라면 무조건 벨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거야?"
순간, 새끼손가락에 걸려있는 검은 실을 당기는 아카네p. 동시에 타마미는 자신이 센츄리온에 정신이 팔려있던 사이 방 가득 결계처럼 펼쳐진 검은 실의 존재를 뒤늦게 눈치챘다.
이것을 미리 간파하고 자신이 늘 사용하던 카타나를 꺼내들었다면 이깟 실 한두가닥 쯤 베며 헤쳐나갈 수 있을 터였지만, 도리어 그 기다란 천총운검의 길이가 발목을 잡는다.
기다란 검신인 만큼 수백 수천가닥의 실이 그 검을 가로막듯 에워싸 위력은 볼품없이 반감되었고, 센츄리온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맨손으로 그 검날을 붙잡았다.
아카네p"하앗!"
그렇게 만든 틈을 놓치지 않고 방금처럼 파르티잔의 검은 봉을 휘둘러 타마미를 강하게 타격하자, 그녀의 천총운검이 맥없이 사라지며 또다시 튕겨나 바닥을 뒹굴었다.
아슬아슬하게 뼈가 나가진 않은 것 같지만, 그것조차 두 번은 없을 정도의 데미지.
몇번을 말해도 내려다보는 말투를 바꾸지 않는 것은 또다시 화가 치밀지만, 알고 있는 수에 당했다는 점은 자신의 실책임도 분명하다.
..이런 꼴이 될 생각은 없었는데, 라는 것도 벌써 몇 번째 되뇌이는 것인지. 분함도 고통도 씹어 뱉으려는듯 이를 악물어 일어난 타마미가 다시 검을 앞으로 뽑아든다.
타마미 "..확실히. 걱정해야 하는 건 이쪽이었을지도요. 하지만.. 그만둘 순 없습니다." 비틀
타마미 "이런 승부에서 이기는것조차, 당신에겐 흔해빠진 승리일지 모르지만.. 타마미에겐 훨씬 많은게 걸려있단 말입니다!!"
모든것을 내려놓은 그녀에게도, 확실히 지금의 타마미처럼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강력하게 집착하는 삶을 걸어왔다.
자신은 언제나 최고가 되어야하며, 패배는 있을 수 없는 일. 그것이 학업이든, 실적이든, 싸움이 되었든, 그녀는 승리라는 단 한가지의 프로세스로 매사에 임했다.
그런 그녀가 잠시 멈춰서서 뒤돌아보았을땐,
자신의 주변엔 자신을 동경하는 이들, 혹은 질투하고 시기하는 이들 밖에는 남지 않았다.
그 어떤 이들도, 그녀가 이뤄낸 위업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타카사키 아카네' 라는 본인을 바라보는 이는 그 누구도 남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 조차도.
물론 그땐 이유를 알지 못했다.
사람이란 눈앞의 이익을 쫒는 믿을 수 없는 족속이란 결론만을 성급하게 내린 채,
그녀는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녀는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
그저 자신의 앞을 나서는 선망과 시기의 대상, 자신의 뒤를 쫒아오는 동경과 질투가 아닌, 자신과 옆을 나란히 서서 같은 목적지를 향하는 존재들을.
너무나도 늦게 깨달아버린 자신의 진짜 소중한 것들을.
그 과오를 상기하며 그녀는 입술을 질근 깨물며 바득바득 이를 간다.
그리고 바닥을 뒹굴며 몇번이고 일어선 타마미를 흘겨보며 뼛속까지 시릴 정도의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아카네p“넌 내가 검객이 아니니 검에 대해 논하지 말라 했지만 '싸움'이란건 결국 똑같아. 와카야마 타마미. 너는 대체 뭘 베고자 그렇게 죽자고 검을 단련하는 거지? 그저 눈앞의 적에게서 살아남으려고? 아니면 그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해가는 나를 밟아 서고 싶어? 또 그게 아니라면 네 원수 타케다 칸나를 베어 죽여 복수하고 싶은거야?”
그리고, 단호하고 물러서지 않는 자세로 다시금 창끝을 타마미를 향해 겨누며 외쳤다.
아카네p”그 전부라고 해도 내 답은 변하지 않아...... 정말로 네가 검을 드는 이유가 그 따위 것들 뿐이라면 넌 칸나는 커녕 당장 죽어가는 나 조차도 벨 수 없어. 그런 어중간한 각오로 싸움터에 서 있겠다면, 언제까지고 난 너를 내려다볼거야.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부정할거라고!”
가슴팍을 찔린 것처럼, 호흡이 막히는 일갈.
결국, 타마미가 지금처럼 싸우게 된 이유는.. 아카네P가 나타나고 상황이 변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 원인이, 그리고 목적이 사라지면? 이 길에는 무슨 의미가 있지?
타마미 "그럼, 아무것도..." 깜빡..
심검의 빛이 약해지며 점멸해, 전기가 끊긴 전구처럼 꺼져가던 그 때-..
타마미 "..없지 않아!!" 번쩍
...그러나 이 부분만큼은, 타마미라고 해도 물러설 수 없는 것이 있다. 스스로 택했다고 할만한 것도 아니며, 생각 이상으로 고된 길이었지만, 흐릿해진 목적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신창이라고 해서, 물러서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타마미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죠. 그래요, 하나같이 사사롭고, 당당하기에는 하찮은 동기뿐일지도 모릅니다."
이 세계에서는 자신보다 어린 동료들조차, 싸우는 이유를 말하는데 있어서는 막힘이 없음을 안다.
그 정도의 이유가, 각오가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생존의 장에 아이돌들은 서 있다.
타마미 "하지만.. 대체 뭘 더 원하는거죠?"
타마미 "동기가 어찌 되었건, 타마미는 이 싸움으로 동경하던 자신에게도 다가서고 있습니다. 강하고, 신뢰받으며, 누군가에게 검의 길을 이어줄 수 있는... 그런 검사를."
시작도, 과정도 몇번이고 최악을 갱신해 왔다는 건 알고 있다. 자신은 아카네P의 말대로 당장 그녀조차 이기지 못할지도 모르며, 칸나와의 종착지는 이보다 더 최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마미가 싸움 속에서 얻은 성장마저 무의미하다고, 그렇게 말하게 둘 수는 없다.
타마미 "진검을 든 그 날 이래로, 당신에게.. 아니, 상대가 누구라 해도! 그런 부정을 당할 정도로 무르게 싸워오진 않았어요!"
타마미 "빼앗은 목숨에 눈을 돌리지 않고! 구해낸 목숨을 자랑하지 않은 채! 자신의 부박함으로 검을 잘못 향하지도 않았어!"
타마미 "지금까지 안주하던 나약함도! 방종도! 필요하다면 목숨마저!! 전부 이 길에 걸고 있습니다!!"
타마미 "당신이 우위에 있다고 해서 타마미의 전부를 부정하겠다고 한다면.. 타마미도 전부를 걸고 당신의 말을 부정할 겁니다!!"
지금껏 반격만을 이어오던 아카네p는, 곧 방금보다도 더 매서운 뭉툭하지만 뼈아픈 타격이 타마미를 향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치명적이진 않지만 하나하나 뼈아픈 타격을 받고있던 타마미는, 그녀에게서 자신과 다른 명확한 움직임에 눈치채었다.
속도는 분명 자신이 우위에 있을 터. 하지만 시도하는 공격이 족족 센츄리온과 실에 막히며 마치 자신의 모든 움직임을 읽고 있는듯 모든 참격이 가로막힌다.
그런 아카네p의 공격에는 한타 한타, 후회도, 망설임도 없이 마치 자연스럽게 그리하듯 맹렬한 타격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깨, 하복부, 왼쪽 다리 순서로 시큰거리며 울리는 통증을 외면하며 상황을 돌아보자.. 실력 이외로도, 아직도 무언가를 잡지 못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타마미에게도 이 길은 의미 없는 싸움이 아니라고. 거짓 없이 말했을 테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인가.
타케다 칸나, 자신의 사저이자 원수의 이름을 들은 타마미는 그때 그녀가 한 말들을 떠올렸다.
[ 냉정해져라 시부야 린. 타마미는 그대가 생각하는 것 처럼 나약한 아이가 아니다. ]
[ 차원참이 베는것은 공간, 찰나(刹那). 하지만 시공참이 베는 것은 시간, 영원(永遠). 그 경지를 손에 넣고자 한다면 모든 번뇌를 잊고 스스로를 돌이켜보거라. 심검이 택한 타마미라면, 오십년의 훈련보다도 모든 것을 버릴 그 ‘각오’가 오직 너의 길을 비출 것이다. ]
[ 또 만나도록 하지 타마미. 아직 어린 네겐 가혹한 운명일지도 모르지만……. 곧, 이 사저와 대등한 검을 겨룰 날을 기대하고 있으마. ]
‘모든 것을 버릴 각오’
아카네p가 말한 ‘동경’과 ‘질투’. 다르면서도 같은 한 끗 차이의 감정. 물론 그러한 감정은 하루하루 성장에 원동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승부에서 필요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도리어 불필요한 무게만 검에 실을 뿐.
자신이 동경하던 모든것, 자신이 질투하는 모든것,
지금 이 승부에는 불필요한 감정이다.
나는 나
너는 너
오직 이 전장에는, 나와 너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해서도 안된다.
지금껏 고집을 부려왔지만,
베어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했다.
그저 지금도 세차게 뛰는 심장이 그것을 인정하는가 외면하는가 그 뿐.
주마등이 보이기에는 몇분정도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지 고뇌로 신음하던 타마미의 뇌리에 번갯불처럼 깨달음의 스파크가 번뜩인다.
타마미 "전부를 버릴 각오.. 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닿기 위해..?"
사람은 전원 누군가의 타인. 아무리 가까워져도 심장과 심장의 거리만큼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삶의 비극은, 전부가 그 거리 사이에서 벌어질 따름이다.
그 거리를, 베어서라도 줄이기 위해 검을 휘두른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답을 찾는 행위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
타마미는 지금에서야 칸나의 진의에 조금 더 다가간 기분이 들었다.
타마미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고서야, 뒤늦게 지금까지 휘두르던 심검에 눈이 향한다.
충분히 예리하지만, 엉망이 된 자기 자신처럼 탁하게 얼룩져 본래의 금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심검. 검신에 스스로의 얼굴마저 비칠 것 같던 광채가, 지금은 없다.
버려야 할 이유는 그것 뿐이다. 검에 상념이 담기면 상대를 볼 수 없다. 전해지지 않는다.
무기와 목숨을 맞대, 말보다 많은 것을 전하는 싸움은- 서로가 대등하게, 모든 것을 버리고 싸우는 순간에만 이뤄진다.
준비(각오)가 되지 않은 것은...
타마미 "타마미 쪽.. 입니까.." 척
보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면 느낀다.
지금의 자신이 아카네P를 보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경지로, 한순간에 올라갈 리는 없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선택지는 없다. 알기 위해서 거꾸로, 눈 앞의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잊어야 한다.
타마미는 눈을 감고, 검을 자신의 정면으로 향하도록 똑바로 들었다.
타마미 '베어야 할 것은.. 우선 자신의 상념.. 그리고 합을 겨루는 상대! 그게 누구라 해도!!'
눈을 감고 검을 정면으로 향한 빈틈 투성이의 타마미. 무언가의 변화를 느낀 아카네p였지만 그녀는 그저 묵묵히 자신이 마땅히 공격해야할 지금의 상대를 향해 단창을 휘두르며 돌진한다.
타마미 "큭!" 피슉
같은 일은 역시, 간단히 일어나지 않지만.
사선을 그리며 확실하게 비어있는 허리쪽으로 찔러 들어온 검은 단창을 튕겨내, 스치기만 하는 상처로 넘길 수는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칸나와 결정적으로 검을 나누었던 그 때처럼, 격돌을 통해 육체로, 이내 정신으로 울려 전해지는 것이 있었다.
상대라고 해서 결코 싸움에 진심을 담지 않았던 게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여기에 이르기까지에 고뇌가 있었음은.. 마찬가지라는 것을.
타마미 "그렇다면.. 답해야." 중얼
무엇을, 이라는 건 생각할 필요 없다. 상대가 읽어낼 것이다.
막는 과정에서 몸 안쪽으로 당겨져 있던 팔을 뻗어, 아직 몸을 빼기 전인 상대에게 내지르듯 찌르기.
가야 할 길을 검이 그리고 몸이 따른다. 이 행위가 곧 발화이며, 이어져서 대화가 된다.
몸은 이미 엉망임에도, 이 '대화' 라면.. 아직 더 할 수 있을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봉을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던 상대의 움직임이 돌변했다. 빈틈투성이의 자세로 마무리라고 생각한 창격을 피해내더니, 큰 동작으로 인한 허점을 그대로 찔러온다.
아카네p"읏..!"
동시에 반사적으로 찌르기를 피해 상체를 뒤로 젖히자, 이내 그 찌르기는 아카네p의 검은 조끼의 어깨에 닿으며 천을 가르는것이 아닌 금속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퍼졌다.
챙─
뭔놈의 옷에서 그런 날카로운 소리가 나는지 알 수 는 없었지만, 어찌됐든 옷이 조금 파인 아카네p는 몇바퀴를 뒤로 굴러 순식간에 타마미와의 거리를 벌려 센츄리온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가, 찰과상을 입은 자신의 어깨를 만졌다.
아카네p"그 잠깐 사이에 무슨 깨달음을 얻으셨길래......"
그리고는 즐거운듯 씨익.
식은땀과 함께 새하얀 송곳니를 드러내며 창을 휘둘러 치켜세운다.
아카네p"갑자기 검이 이렇게 가볍고 날카로워진걸까나."
그녀의 존재를 느껴서 조금 흔들린 마음을, 호흡을 가다듬으며 무심으로 되돌린 타마미가 이내 답했다.
타마미 "아무 일도 없었다, 고는 할 수 없겠죠. 다만.."
타마미 "깨달음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눈도 뜨지 못하는, 이제 막 태어난 새끼처럼 미숙할 따름.."
어떻게 보였을지는 모르지만, 점잔빼는 태도를 위한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타마미는 아직도 눈은 뜨지 않은 채였으니까.
아카네P는 더는 물을 생각이 없는지, 그저 전법을 바꿔서 센츄리온을 앞세워 원격조작으로 전투에 임한다.
타마미 "윽..!" 카앙
검 한자루로 거인 백부장에 맞서는 맹인 검객, 이라고 하면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날카로워진 검이 센츄리온의 외장에 상처를 남기고야 있지만, 센츄리온을 아무리 타격해도 아카네P의 피해는 전무. 외야에서 본다면 갑자기 시야를 포기한 타마미가 금방 다시 몰리고 있는 걸로 보일 터.
하지만 타마미가 눈꺼풀 속의 암흑에서 생각하는 것은, 위기를 벗어날 묘수는 아니었다.
'이 거리론.. 부족해.'
'몇번을 울려도 새롭지 못해. 가장 깊이에 있는 말이, 전해지지 않아.'
'더 가까이, 가야만.'
잡념이 아닌, 나와 상대만을 둔 싸움으로 이어지는 일념.
그 일념이, 타마미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오의를 쓸 때처럼 검날에 모여들어 새하얗게 타오르며 날을 연단해낸다.
그리고 지금 이외가 아니면 없을 한 순간에, 타마미가 센츄리온의 내려찍기를 품에 파고들어 피하며 몸체를 횡으로 벤다!
아카네p'움직임이 달라졌어...!'
시각을 빼앗긴 이상 공격 하나하나가 투박할 뿐. 하지만 타마미의 검의 변화는 지금까진 흠집조차 내지 못하던 그녀의 검은 단창에 홈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간신히 전신에 두른 탄소섬유 의복을 연금술을 통해 움직이는 막대한 외력으로 타마미를 밀어내 거리를 벌리는 아카네p, 하지만 그녀의 입은 옅은 즐거움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센츄리온과 아카네p의 단창의 쉴세없이 파고드는 공경과 그 맞부딪히는 칼날속에서, 지금의 타마미에겐 느껴졌다.
애초에 그녀가 창을 든 이유는
타마미를 가르치려 드는 것도, 자신을 질투하는 이에게 순전히 모욕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순수하게
더 늦기 전에 결착을 내고 싶을 뿐.
지금에서야 그 조그마한 투귀(鬪鬼)의 호쾌한 창끝에서 그 진심이 타마미에게 닿기 시작했다.
그 이외란 존재하지 않는 무아지경에 빠진 두 결투자들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그 물러설 수 없는 격돌을 눈치챈 이들이 몰려들었다.
미쿠"으, 으아아 아카네p쨩 갑자기 왜 저러는거냥!"
린"대련... 이고자시고 둘다 피가 날 정도로 붙고 있잖아..!"
화들짝 놀란 하야테가 금방이라도 끼어들 듯 관람석의 난간을 붙잡는 한편, 아리스는 아카네P와 타마미의 격돌을 보고 직감적으로 심상찮음을 깨닫고는 자신의 태블릿을 급하게 조작했다.
아리스"훈련장의 가상현실 대련 프로그램이 가동되어 있질 않아요. 저 두분은 지금 진짜로 싸우고 있는 거예요...!"
모모카"그, 그럼 큰일이잖아요! 더 크게 다치시기 전에 얼른 막아야해요!"
하야테"얼른 가야...."
그때 누군가가 덥썩하고, 난간을 넘어가서 둘을 무력으로라도 떼어놓으려는 하야테의 손과 상처입었을지도 모를 둘을 치료하기 위해 지휘봉을 꺼내드는 모모카의 손목을 붙잡았다.
하야테"잠깐, 나-?! 무슨 짓이야?"
하야테는 자신의 손목을 잡은 나기를 돌아보았다. 나기는 대답없이 하야테를 향해 가만히 고개를 젓고는 타마미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기"...나기와 싸워봤던 스승님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예요. 이건 나기들이 방해해서는 안되는 흐름이랍니다, 하-쨩. 아-P하고 스승님은 지금 다음 원 스텝스를 딛으려는 거예요."
아나스타샤"да, 아냐도 같은 생각입니다."
모모카"아나스타샤양마저 그러시는건가요?"
붙잡았던 모모카의 손목을 되도록 살살 놓은 아나스타샤가 말했다.
아나스타샤"타마미의 움직임도, 아카네의 눈빛도. 모두 처음보는 것이예요. 처음보지만...готовность(그똡녵)...각오가 보입니다. 해야할 일은 오늘 여기서 끝내겠다는...각오가."
한편, 무표정하게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디미트리P는 누군가가 밑에서 자신의 팔소매를 끌어당기자 밑을 바라보았다. 니나가 걱정스런 얼굴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니나"프로듀서, 정말 언니들이 쳐싸우는 거 안말려도 되는 겁니까? 존나 살벌하게 싸워서 다칠 거 같아요..."
디미트리P"무서우면 보지 않아도 괜찮다, 니나. 하지만 말리지는 말자꾸나. 저건 분명 저 둘이 내놓은 대답일테니까."
니나"대답....?"
디미트리P"그래. 저렇게 싸워야만 말할 수 있는 것도 있으니까."
니나"그래도....니나는 열라 걱정되서..."
디미트리P"니나 너는 착하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은 둘이 얘기하는 중이니까, 우리가 끼어들 수는 없어. 그러니까 믿자꾸나, 저 둘은 서로를 상처입힐 사람이 아니란 걸 니나 너도 알잖냐."
가슴에 꽉 차올랐기에 거꾸로 말하기 힘든 것은 감정의 급류에 휩쓸려 보내야만 비로소 말할 수 있다. 어째서 둘이 싸우는지에 관해서는 짚히는 바가 아예 없진 않았던 디미트리P였기에 지금은 가만히 지켜보길 선택한다.
-표정과는 반대로 멋대로 치솟아오르는 불안감으로 실핏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주먹을 강하게 쥔 채.
유우키: 두 분 다 다치시기 전에 어서 말려야 해욧!!
키라리: 키라리가 둘 사이를 막는다면..!
Nova: 적어도 지금은 안 좋은 판단 같은데
하야테와 함께 뛰어드려는 셋을 가로막은건 거대한 나사를 들고 있는 Nova와 그 뒤에서 걸어나오는 나나미였다.
나나미: 아직 저도 이해한 건 아니지만.. 지금 '대화'중인 것 같다는 느낌이에여.
유우키: 저렇게 위험한 공방이 대화라구욧..? 그럴 리가 없잖아욧!
키라리: 맞앙.. 이런 격돌이 이어진다면 둘 중 하나는.. 아니 둘 다 위험해질거야..!
카나코: 당장은 몰라도 저렇게 움직인다면 상처가 벌어져 버려.. 지금이라도 가야 해요!
양 쪽 모두 346의 귀중한 전력이자 친한 사이인 둘의 싸움을 저지하려는 의미에서는 셋의 말이 맞다고 할 수 있겠으나. 셋에 비해 전투 경험이 많은 나나미와 Nova는 단번에 두 사람간의 격돌이 단순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눈치채었다.
Nova: 그저 싸울 뿐인 것처럼 보여도 조금만 진정하고 둘의 공격을 잘 봐. 서로 정말 죽일 것처럼 하지만, 전투 양상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진짜 죽이기 위한 구도가 아니야.
나나미: 그리고 지금 서로의 눈빛을 보세여. 살기 같은 소름 돋는 시선이 아니라, 서로를 똑바로 쳐다볼 뿐인 대화의 시선이라구여.
둘의 말대로 세쌍의 눈은 그녀들의 전투를 바라보지만 여전히 소름돋는 쇳소리와 무너질듯 울리는 대련장만이 보일 뿐이었다.
유우키: 하지만... 이런 대화는 잔혹해요.. 이 끝에는 둘 중 한명은 다칠 수밖에 없잖아요!
유우키의 외침에 순간 정적이 감돌았지만. 나나미가 먼저 그 정적을 흘린다.
나나미: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 과정 또한 두 사람에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시련 같아여.
나나미: '저도.. 아직 느껴보지 않은 감각이긴 하지만여. '
여차하면 튀어나갔을 둘을 막기 위해 꺼냈던 나이프를 손목 스냅으로 한 바퀴 돌리며 나이프를 집어넣고. 끝말을 웅얼거리자 나나미를 바라보던 nova가 눈을 돌려 대련 현장을 바라본다
나나미: 둘의 대화는 한 쪽이 말을 하기 힘들어질때까지 이어지겠고..
Nova: 그 때 서로가 만족할 답을 찾길 바래야지. 지금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의료팀을 여기에 배치하는 정도야.
평소라면 알아서 하라고 한 뒤 상황을 지켜봤을 nova였겠으나. 지금만큼은 감히 저 싸움에 방해를 두면 안 될것이라 생각한 nova였다.
그런 소란스런 상황에 다가온 노노 또한 피 튀기는 둘의 싸움을 보고서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둘의 사이를 바라보며, 그 전투를 끝마쳐버리기 위해 손을 들어올리던 노노의 팔을, 함께 따라온 미레이가 붙잡았다.
노노 "미, 미레이쨩?"
미레이 "뭐, 지금은 이대로 두자고."
노노 "하, 하지만 지금 두 분은…"
미레이 "싸우는 거지, 보면 알지만 말야…"
그렇게 말하며 노노의 손을 붙잡은 미레이는, 선혈을 흘리면서까지 격돌 중인 둘을 바라보았다.
서로 부딪히는 건 분명한 투지. 선명하며 물러남이 없기에, 살의까지도 담기나―
그 안에, '악의'는 없다. 있는 것은 오로지 '진심' 뿐.
그것을, 미레이는 보았다.
미레이 "싸움이라면 많이 해봐서 알거든, 싸워야만 풀리는 것도 있으니깟."
미레이 "말하지 않으면 오해가 풀리지 않듯이, 싸우지 않으면 감정도 풀리지 않아."
노노 "하지만…"
미레이 "이것도 '대화'야. 노노도 많이 겪었잖아?"
노노 "…… 네."
그런 미레이의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노노는 떠올린다.
'해피 엔딩'을 이루기 위해서, 수없이 맞서며, 이해하고자 셀수도 없이 대화해보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끓어오른 감정을, 한 번 터져버린 마음을, 토해내지 않고서 꺼뜨린 이는 없었으니.
그것을 진정으로 끌어내야만 허울 뿐인 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며,
이 싸움 또한 그것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노노도 이해하며 둘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노노 "… 그럼, '안전'은 모리쿠보가 지키겠어요. 중간에 끼어들지는 않더라도…"
미레이 "뭐, 노노라면 그럴 거 같았엇. 그건 좋겠지."
노노 "네에… 절대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할테니까요."
미레이 "그거면 돼. 둘은 그걸 바라는 것도 아닐테고-"
노노 "바라더라도, 그거까지는… 가만히 둘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게 고집이라 해도…"
미레이 "뭐, 나도 마찬가지니까 괜찮앗! 그럼… 지켜보자고."
처음부터 미봉책이었다.
닌자라거나 초감각의 능력자인 것도 아니고, 시각을 포기하고 다른 감각만으로 진검승부를 속행한다는게 그리 간단할 리가 없는 일.
하지만 한편으론, 이젠 어떻게 되어도 최악은 아닐 듯한 기분에 어딘가 마음이 가벼워진 자신도 있었다.
적어도 자신을 옭메던 감정의 주박은, 아카네P의 말과 생각을 이해하면서 이미 느슨해져 있었으니까.
물론, 지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보면, 간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마미 "흐읍..!" 깜박
잠깐이었지만 몇배나 길게 느껴진 암흑 속을, 눈을 떠서 빠져나온 타마미는 백업으로 뛰어들어오는 센츄리온의 내려찍기를 땅을 박차 피한다.
타마미 "후우.." 탁
착지하면서 균형을 잡자,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뜯어지고 파인 도장의 바닥.
아직, 고개는 들지 못했다. 그 얼굴을 보면- 독으로 들끓는 늪처럼 기분나쁜 감정에, 다시 빠져들지 모르는 것이 두려워서.
타마미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죠." 척
지금이라면 고쳐 쓰지도 못할, 누더기같은 감정 조각들로 뒤덮인 시야로가 아니라..
아카네P를.. 오롯이 싸울 상대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타마미 "윽!" 카앙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순간- 여유를 부릴 틈도 없이 밑에서 위로 찔러들어오는 단창을 타마미는 검손잡이 가까이로 누르듯 막아내고, 고개를 들어 상대를 마주본다.
하지만 그곳에 자신이 각오했던 그 소녀의 모습은 없다. 그저 자신이 막아낸 것은, 다다미의 탄소를 통해 만들어져 올라온 인형의 형상과 바닥에서 돋아난 뾰족한 가시.
그리고 순간, 공중을 눈치챈 타마미는 올려다보았다.
무의미한 승부에 집착하며 세상을 밀어낼때의 그녀.
모든것을 포기하고 죽어갈때의 그녀.
그 어느것도 아니 순수한 투지.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희열에 가득찬 얼굴로, 단창을 꼬나잡고 자신을 향해 내려찍어오는 조그마한 투귀의 모습을, 타마미는 비로소 발견했다.
상정한 바를 뛰어넘는, 이쪽의 빈틈을 찌르는 가차없는 수.
타마미는 당황하면서도 반사적으로, 생존을 위해 검을 쓸어내듯 위로 휘둘러 내려찍기를 쳐내고 둘은 멀어지는 방향으로 낙법을 치며 다시 거리를 잰다.
타마미 "후우.." 주륵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보인 그 얼굴에, 또 하나.
스스로가 생각을 바꿔가면서도, 마지막까지 눈을 뜨길 망설였던 이유.. 그것은 자책이었다.
그녀의 존재가 자신을 괴롭혔듯이, 지금은 자신의 존재가 그녀를 괴롭힌 것은 아니었는지 해서.
하지만 자신이 바라던 바라는 듯 진심으로 웃는 그 얼굴에, 의문의 마지막 가닥까지 사라졌다.
타마미 "도대체가, 사람 속은 긁어놓고서 그렇게 시원한 얼굴로.." 씨익
오랜만에 느끼는,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입꼬리의 단독행동.
땀이 흐르고 몸이 뒤틀리는 힘겨운 상황에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싸움에, 더는 불필요한 것을 끌어들이지 않을 수 있을 듯 해서.
타마미는 지금까지 쓰던 장도를 손끝에서 한바퀴 돌려 납도하곤, 양팔을 교차해 허리춤에 가져다댄 손으로 하나씩 심검을 뽑아내 자세를 이도류로 바꿔든다.
타마미 "피차 [바라던 바]라면.. 타마미도 즐기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이겨 드리죠!!"
그리고 아카네p는 센츄리온의 방패를 글라디우스로 재연성하더니,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아주 공격적인 쌍검의 자세로 센츄리온과 함께 타마미를 향해 공격해 들어가자, 좌우의 쌍검과 정중앙의 창, 정면의 모든 방향에서 타마미를 노리기 시작했다.
단순 계산으로는 둘과 셋. 쌍검과 쌍검을 맞대 양쪽을 쳐내도 정면이 빈다.
하지만 어차피, 달리 가지고 있는 수도 없다.
타마미 "훗, 끝까지 검사의 기분을 건드리시는군요.. 좋습니다! 여기서 물러서는 것도 어불성설!" 쐐액
손을 풀려는듯 쌍검을 교차해서 한번 휘두르더니, 타마미는 번갯불이 튀듯 땅을 박차 앞으로 달려든다.
그 앞을 가로막은건 묘한 엇박자로, 좌우 양쪽에서부터 검을 휘둘러 덮쳐드는 센츄리온. 검의 규격은 일반적이나 휘두르는 쪽의 스케일 차이로, 검신만 해도 이미 타마미의 신장을 넘고 있었다.
파고들기 난해하게 철저히 계산된 타이밍. 숫적 우위에 취해 간단히 틈을 내주지 않으려는 조종자의 치밀함을, 읽었건 그렇지 않건 막을 수밖엔 없다.
타마미 "큭..!" 카카앙
좌상단에 우하단, 양쪽 검으로 센츄리온의 쌍검을 막아낸 타마미가 자세를 채 굳히기도 전-
뒤이어 앞으로 도약한 아카네P가, 단창으로 확실하게 움직일 수 없을 복부쪽을 노리고 내지른다!
마침내 결착 직전의 순간,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떠오른다.
''계획대로..!!' '
그것은, 두 사람 모두의 것이었다.
쌍검을 한번도 상대하지 않고 무장을 바꾼 센츄리온과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전환한 데는, 그녀도 생각한 바가 있어서이리라 보았다.
순수한 속도의 영역이라면 타마미가 우위, 쌍검으로 전환한 이상 공격의 양에서 밀린다면 방어만으론 버겁다는 판단일 터.
무장으로 쌍검을 택한 것 역시.. 만약 쌍검과 쌍검의 대면에 자존심을 세워, 성급하게 센츄리온을 상대하려 들면 받아칠 계획도 진작에 세워져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자신도 좋지 못한 싸움을 하는 동안 누적된 피해가 너무 크다. 아카네P가 조금도 적당히 할 생각이 없는 이상, 질질 끌어도 승산이 줄어들 뿐.
-그러니까 직감으로 세운 계획에 걸었다.
타마미 '저 창이 타마미를 꿰뚫을 바로 직전.. 아니, 오히려 그 때여도 괜찮아! 일순일섬, 타마미의 전부를..!'
지금, 양팔이 묶인 자신을 보고 아카네P는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할 터.
분명 센츄리온의 검을 막는 힘이 빠지는 순간 자신이 뭉개지겠지만, 그 '순간'이면 족하다.
거인이 자신을 덮치는 것보다 빠르게, 간격으로 들어온 상대를 베어낸다! 그런 묘기라고도 말하지 못할 기행이 가능할지는... 당연히 해본 적이 없으니 모른다.
타마미 '이기고자 해서 진다면 그 뿐. 걸리는 거라면 오히려..'
' 기프티드 '
이 천재라면, 여기까지도 전부 읽고 있었을까?
글쎄, 아무리 [대화] 도중이라도 거기까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자신은 여기에 승부수를 두고 있다는 것 뿐!
타마미 '아직, 더, 가까이..!'
이 싸움에서, 어느때보다도 가까워지는 그 순간에.. 결정타가 나올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 속에서, 그것만은 함께 직감하며 영겁같은 1초가 지나갔다.
※ 전투 스킬
평소 센츄리온을 앞세워 자신의 안전을 챙기던 전술과는 달리, 얼핏 아주 무모하고 공격적으로 보이는 진형.
그런 공격적인 진형을, 타마미는 자신의 속도의 우위를 통해 자신이 공격받기도 전에 본체를 베기위해 도약과 함께 검을 휘두른다.
아카네p"읏...!"
순식간에 자신의 눈앞에 당도한 타마미의 쌍검. 얼굴과 표정에 드러나는 미세한 반응으로 보건데, 타마미는 확실히 그녀가 당황해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이 승부는 센츄리온의 대검에 닿기도 전에, 아카네p가 베이며 끝나는 생각외로 허무한 승부가 될 터.
하지만, 아카네p가 놀란것은 타마미가 택한 전술이 아니었다. 그녀가 놀란 이유는 그저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빨라였을 뿐.
물론 그 빠른 속도조차, 기프티드인 그녀의 계산엔 오차범위 이내였다.
아슬아슬하게 타마미의 검이 아카네p에게 닿기직전, 돌격 그 자체를 블러핑으로 쓰며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며, 그 빈 공간을 양 옆을 베려던 센츄리온의 순식간에 교차한 양 팔과 두 검이 타마미를 X자로 막아선다.
타마미"...!"
그리고 타마미의 날카롭게 단련된 두 심검은 센츄리온의 검과 팔을 난도질하지만, 그녀가 날린 회심의 일격은 거기서 끝이었다.
아카네p"하아앗!!"
그리고 동시에, 센츄리온의 등에 자신의 등을 부딪힌 아카네p가, 양손으로 단창을 꼬나잡고 자세를 잃은 타마미를 향해 창을 찔러들어가며, 타마미의 왼팔을 창의 뭉툭한 촉이 찌르며 들어가며 마찬가지로 수 미터를 튕겨내었다.
방금의 충격으로도 기절하기에 충분했지만, 왼팔의 타박상과 함께 힘이 들어가지 않으며 동시에 왼쪽의 심검 또한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체력 소모로 볼때, 지금 자신이 낼 수 있는 심검 또한 오른손에 쥐어진 극히 일반적인 카타나가 유일한 전력.
물론 아카네p또한 방금 센츄리온에게 스스로 부딪힌 충격으로 휘청거리며, 센츄리온 자체도 자신의 검을 잃어버렸기는 하나, 상대는 여전히 건재하게 서 있었다.
아카네p"계속 싸울거야? 슬슬 한계처럼 보이는데."
왼팔을 바라보며 상반신을 움직여보면, 이제와서 하는 빈말이 아니란건 바로 알 수 있다. 힘이 들어가긴커녕 감각조차 흐려져, 팔이라기보다는 어깨에 달린 장식같은 감각. 이 정도의 부상은 오랜만이라 그립기까지 하다.
억지로 움직여서 움직여질 일이라면 그리 하겠지만, 심검조차 나오길 거부한다면 심신 양면에서 무리라는 의미.
쌍검을 쓸 수 없다는 걸로 끝이 아니다. 본디 검은 양손을 쓰는 것.. 갖은 유파와 독자적인 검법을 몸에 익힌 타마미라고 해도, 한손만이 남았음은 반 이상의 손실이다.
그럼에도, 크게 웃을 기력도 없어 피식 소리를 낼 뿐이었지만, 타마미는 웃으며 답했다.
타마미 "한계인가 아닌가로 하면.. 지금까지 몇번이나 한계였지요."
남은 것, 얻는 것보다는 잃은 것을 보았다.
믿는 사람에게도, 믿지 않은 사람에게도 배신만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 전부의 청산을 언젠가의 나중에 맡기고 묵묵히 무거운 걸음을 앞으로 향할 뿐이었던 나날 전부가, 스스로의 한계였음을 안다.
더하는 것도, 빼는 것도 할 수 없는 진정한 의미의 한계.
그 한계인 채로 한계에 몰렸다면, 분명 이대로 포기하고 쓰러졌을 터.
허나, 그걸 내려놓은 지금이라면..
타마미 "팔은 한쪽에, 심검도 정상은 아니지만.. 홀가분해서 오히려 몸은 가볍습니다."
오른손으로 무릎을 짚고 일어서는 모습은 느리고 불안정했지만, 괴로운 모습으로 보이진 않아 기이함마저 자아낸다.
어떤 이들은 알았을 것이다. 그 모순된 감상의 근원은, 그때까지도 떨어지지 않고 있는 타마미의 미소에 있음을.
타마미 "여기까지 와서 끝을 보지 않을 턱이 있을런지. 일어설 수 있다면야.."
조금, 과거에 두고 왔던 검도소녀의 모습이 돌아온 듯한 타마미는-
오른손으로 움켜쥔 검으로 똑바로 앞을 겨누고, 갈색 눈동자 속에 상대를 비춘다.
타마미 "충분하지 않겠소이까!!"
쾌활함과 허탈함이 뒤섞인 묘한 웃음을 터트리며 아카네p가 창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리고 타마미에게는 그 대사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타마미가 길을 잃고 무거운 검을 짊어지고 헤메이기 시작했을때는 이미 아카네p가 이곳으로 건너오기도 전, 카스미p가 자신의 프로듀서를 그만두었을 때.
즉, 타마미는 단 한번도 아카네p에게 '예전'과도 같은 꿈으로 가득 찬 검도 소녀의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런 의문을 생각할 틈새도 없이, 아카네p는 식은땀을 흘리더니 비틀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타마미가 간과한, 한가지의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아카네p"사실 나도 한계거든...... 아하하."
그러더니, 아카네p는 평소라면 있어야 할 자신의 뇌파반응식 머리띠가 없는 빈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그제서야 타마미는 눈치챘다.
타마미가 지금껏 상대한 센츄리온은, 전파로 움직이는 빈 껍데기가 아닌.
온전한 아카네p 자신의 영혼이었다는 것을.
그랬다.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영혼을 태워가며, 만전을 기해 이 승부에 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린"뭐?"
미쿠"안되겠어. 당장 말려야...!"
그렇게 당장 끼어들려는 미쿠의 팔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그리고, 그것은 차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고 있는 시키였다.
시키"미쿠가 지금 끼어들어도 차이는 없어. 어차피 비용은..... 저것에 영혼이 깃든 순간 이미 지불 되었으니까."
미쿠"이거 놔 시키쨩! 그렇다고 두 사람이 더 다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
그러자, 훈련장 천장에 붙은 모니터실을 힐끔 올려다보던 시키가 차분하게 말했다.
시키"그저 다치는게 두렵다고 지금의 둘을 막으면 두 사람이 디뎌야 할 마지막 한 걸음을 막아서게 되는거야. 저 망할 꼬맹이는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결판을 내려 한거니까."
미쿠"아무리 그래도.... 다들 제정신인 거냐고......"
그런 미쿠와 시키의 대화를 듣던 린은, 한숨을 쉬며 팔짱을 낀 채 아카네p와 타마미의 마지막 한 합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샤가 시키의 말을 듣고 경악해서 말하자, 처음부터 이 싸움을 말리고자 했던 하야테와 일단은 두고보자는 입장이였던 나기도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들의 검을 꺼내들고 타마미와 아카네P의 싸움터로 뛰어들기 위해 한발 앞으로 내딛었다.
디미트리P"쌍둥이, 멈춰라."
바닥에 내리깔리는 엄한 목소리에 무심코 멈춰 선 하야테와 나기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 팔짱을 끼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디미트리P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야테"P쨩?! 왜 하-들을 멈춰세우는거야!"
디미트리P"이치노세 말을 들었으니 알텐데, 지금 멈춰 봤자 저 덩치에 아카네가 심은 영혼은 돌아오지 않아."
나기"파란 채소가 쪽파인지 차이브인지 먹어보기 전엔 모른다는 걸 P는 아나요?"
디미트리P"난 안다. 저 모습을 줄곧 봐왔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로 저 녀석이 얼마나 후회했는지도, 라는 말을 내심 중얼거린 디미트리P는 무심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무심하게 아이돌들을 만류했지만, 그도 걱정이 되지 않을리가 없었다. 디미트리P는 물론 타마미의 검술 수련을 받은 나기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줄곧 아카네P에 대한 악감정을 꾹꾹 누르고 있다가 오늘 갑작스레 대련을 펼친 타마미에 대한 걱정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실낱만큼 남은 자신의 영혼을 굳이 이 한판을 위해서 사용한 아카네P에 대한 걱정이 소용돌이 쳤지만 디미트리P는 드러내려고 하질 않았다.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뜨겁게 타오르는 싸움의 불길에 몸을 맡겨 상처까지 입고, 투쟁의 화염을 더 매섭게 태우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목숨마저 장작으로 떼우는데도 누구 하나 힘든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꺾을 보람이, 싸울 보람이 있는 상대에게 흡족해하며 만면에 웃음을 띄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디미트리P로서는 막을 수 없었다.
디미트리P'이때까지 모든 일이 너의 선택이라고, 너의 선택 때문에 초래된 거라고 생각했겠지. 너가 꿈을 포기한 것도, 지금 수명이 줄어든 것도. 그래서, 너의 잘못된 선택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찰거냐? 아직 기회는 너가 걸어온 길 뒤에 굴러다니고 있다고, 뒤돌아서 잡기만 하면 돼.'
이미 내려진 선택을 후회하기에 앞서 그것을 뒤집을 방안을 찾기를, 그럼으로써 아카네P가 후회하지 않길, 죽도록, 미치도록 자신의 과오를 증오하고 원망한 누군가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길 바란 것은 다름아닌 디미트리P였으니까.
이것이 그녀가 생각한 후회를 남기지 않는 방법이라면, 그는 막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른 아이돌들은 그와 같은 생각이 전혀 아니였다.
아나스타샤"...그렇다고는 해도, 아냐는 서로가 상처 입히고 입는 건. 보지 못하겠습니다."
나기"세상에서 가장 재밌는게 싸움 구경이라지만, 나기가 장담컨대 이건 유튜브 댓글창이 불타오를 정도로 재미없어요."
시니컬히 말하며 아나스타샤는 관중석과 대련장의 경계를 친 펜스를 훌쩍 뛰어넘어 대련장 위에 사뿐히 발을 딛었고 나기는 자신의 카타나, 도우가마루를 꺼내들더니 허공으로 살짝 떴다가 펜스 위에 올라섰다.
동료끼리 서로 검을 겨눴다가 상처를 입고 입히는 것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만을 가지지 않는다. 서서히 낫는 몸의 상처 뿐만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아나스타샤는 손안에서 즉석으로 별의 화살이 장전된 채인 석궁을 만들어내 아카네P와 센츄리온이 서있는 곳 한발짝 앞을 조준했다. 그녀는 화살에 담긴 별의 힘이 해방되는 충격파로 아카네P를 멀리 날릴 작정이였다.
설령 지금 저들이 웃고 있더라도, 무력으로라도, 자신이 과격하더라도. 아나스타샤는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생길수도 있는 저 둘을 막아야만 하는 의무를 느끼고 있었다.
첫 만남은 자기가 일방적으로 약 올리는 것으로 만났지만 그럼에도 이곳에 와서 처음 사귄 아주 소중한 동년배 친구, 인정받기 위한 싸움에서 자신이 이기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아는 모든 검술을 가르쳐주고 대련 또한 서슴치 않고 맞붙어준 존경하는 스승. 나기에게는 둘 중 누구 하나 덜 소중하거나 더 소중한 사람은 없었다. 그렇기때문에 둘이 이 이상 상처 입는 것은 도대체가 재밌지가 않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질풍의 절반을 다음에 내딛을 오른발에 모으고 절반은 자신의 우치카타나, 도우가마루에 담은 나기는 한순간에 뛰쳐나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르게, 수직으로 발도하여 타마미의 검을 바닥에 박아버릴 심산이였다.
대결이 중간에 끊겨 둘이 자기를 비난해도, 원망해도 나기는 상관없었다. 소중한 사람들이 상처입는 것보다야 차라리 그게 나을테니까.
그들은 어째서인지 팔다리도 검지 손가락 하나도 까딱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 이들의 발 밑 그림자가 몸 전체를 붙들고 도저히 떨쳐내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붙들어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불길한 검은 그림자 속에서, 익숙하면서도 신비로운 한 여성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조금이에요...... 조금만 더, 두 사람에게 시간을 주겠어요?"
정체불명의 힘이 불시에 자신을 옭아매어 방해했는데도 나기는 반항의 움직임 하나 보이질 않았다.
피부가 곤두서는 감각이, 타고난 그녀의 센스가 이것의 손아귀에서는 오만가지 수를 써도 벗어나질 못할 거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나스타샤"...그렇군요. 당신도, 지켜보고 있었군요."
아나스타샤는 그림자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을 단박에 알아채고 나즈막이 읊조렸다.
아나스타샤"알고 있는 건가요? 타마미와 아카네가 싸운 이 다음, 어떻게 될지."
그저 시키가 팔짱을 낀 채 아냐에게 대신 대답했다.
시키"지금은 알 수 없지. 그저 자기가 키워낸 아이들에 대한 신뢰인지.... 아니면 근거 없는 자신감일 뿐인지는."
그런 아카네p의 모습을 보자마자, 이미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풀어두었던 노노의 '셰이드'가 요동친다.
그리고 노노 또한 파도치는 자신의 힘과 함께 다가가려는 순간, 그 어깨에 올라온 손이 그녀를 멈춰세운다.
미레이 "노노, 멈춰."
노노 "미, 미레이쨩…"
미레이 "… 시키 말대로, 영혼에 대해선 이미 늦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결론내지 않는 게 최악이야."
노노를 붙잡아 세운 미레이지만, 미레이 또한 책망하듯 얼굴을 찌푸려 아카네p를 바라본다.
그럼에도, 말리지 않는다.
이것을 말리는 것이야말로 둘에 대한 모욕이자, 그 어떤 것보다도 깊은 상처가 될테니까.
노노 "… 읏…"
그렇게 붙잡힌 노노는 불안에 흔들리며 아카네p와 타마미를 바라본다.
그러나 동시에, 노노 자신도 이해하고야 말았다.
노노 또한, 신념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라도 걸 수 있었으니까.
미레이 "… 끝나면 혼내주자고. 잔뜩 말이지."
노노 "… 네. 그럴테니까요…"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힘은 가라앉는다.
그 대신 공간을 채워나가며 운명을 왜곡할 준비를 마친다.
그 어느 결과에도, 어떠한 결론에도, 둘이 절대로 죽지 않도록.
… 오직 그 최소한만을 방지한 채, 고요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두 소녀의 눈은, 불안과 책망으로, 동시에 인내로 싸우는 둘을 지켜보았다.
지금 두 사람이 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을 걸 가치가 있는 싸움임을, 그리고 아카네P도 그 싸움을 자신만큼이나 바라고 있었음을 이해했으니까.
..잡다하고 긴 이야기는, 나중이 있다면 그때 하면 된다.
타마미 '다리는 아직 괜찮습니다.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이고, 스스로 멈출 일은 없으니. 박치기라도 할 각오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들어 벨 뿐..' 지익
만약 진다면, 돌이킬 수 없이 당한다면.. 이란 생각도 없지는 않지만, 그만두자.
예전부터 복잡한 생각은, 그다지, 특기가 아니었던 기분이 든다.
특기가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은 똑바로 마주보는 쪽이었다.
타마미 "자! 정정당당히 승부!!" 타탓
외팔로 든 검끝에 갈라지는 바람소리를 신호로, 타마미는 내딛는 한 걸음마다 속도를 더하며 달리기 시작한다!
그 눈은 센츄리온조차 보지 않고, 오직 아카네P만을 향해서!
아카네p또한 단창을 들고 달리기 시작한다. 센츄리온을 앞세우는것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타마미를 향해 달려나갔다.
온갖 잡음과 번뇌로 가득찼던 자신의 마음이, 일순 새하얀 눈으로 뒤덮힌 산속마냥 고요해진다.
마치 시간이 멈춘듯, 눈앞의 거대한 검은 갑옷은 시간의 풍파를 견디지 못한듯 집채만한 주먹을 휘두르는 자세 그대로 멈춰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창을 휘두르는 자신의 대적자에게는 그 어떤 일말의 감정 조차도 들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자신을 괴롭히던 질투심과 동경심,
그리고 동정심과 연민을 느끼는 마음 마저.
그저 지금의 타마미의 마음에는,베어야 할 것 단 한가지 만이 마음속에 맴돌고 있었다.
검고 붉은 대적자는 온데간데 없이, 눈 앞에는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한없이 강하고 아름다운 그 존재에 어린 아이처럼 의지하기만 했던, 그렇기에 나약하고 속좁았던 자신의 모습이, 어설픈 검의 품세로 타마미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다.
이대로 과거의 자신이 휘두르는 과거의 검에 그대로 베여질 것 인가.
혹은,
그 과거의 볼품없는 검을 받아치고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그 모든 선택은, 타마미 자신의 손에 쥔 그 심검에 있었다.
기억하고 있다. 기억하고 있기에 수치스럽고, 화가 치민다.
지금 보면 어설프고, 자기만족에 취하는 어린애의 검. 모든걸 감싸는 존재가 있었기에, 그 이상은 없었던.
..하지만 그럼에도, 흘린 땀까지 거짓말은 아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이한 감각 속에서, 타마미는 스스로가 아닌 스스로에게 입을 떼었다.
타마미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타마미 "과거는 흐릿해질수록 미화된다고 하지만, 후회는 그 반대라고 말입니다."
시간의 흐름에도 되려 진해지거나, 왜곡되어서 한층 더 괴롭고 무겁게 짓누르는 것.
그리고 그 후회하는 기억의 주체는, 결국 자기 자신이니.. 생각할수록 스스로를 증오하게 될 따름이다.
하지만..
타마미 "타마미는 이렇게도 생각했습니다. '그러지는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실은 과거도 한때 현재였고, 현재는 또 언젠가 후회할 과거일지도 모른다고."
타마미 "그러니까.. 후회한다고 해서 자신을 부정하는건 그다지 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 때는 그 때의 최선을 고르고 있었을 테니까요."
괴롭고 후회한다 해서 과거를 전부 부정하면, 그때의 가치를.. 느꼈던 행복을, 자신에게 아직도 남아있는 것들마저 잃어버리고 만다.
그건, 왜인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예전부터.. 그리고 오늘의 싸움 속에서, 더욱 절실하게 느꼈으니까.
과거의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거기까지 말한 타마미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마지막으로 자세를 고쳐서며 외쳤다.
타마미 "..하지만 한번 후회한 적 있는 전철을 다시 밟을 것 같냐고 하면, 아니오! 타마미의 어리숙함은, 지금 여기서 베겠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것은 거대한 센츄리온이 멈춰선듯 휘두르는 거대한 검의 궤적 뿐.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타마미의 눈에, 그 궤적은 자신을 향하는 앞이 아닌,
뒤를 향하고 있었다.
마치 영상을 뒤로감기 하듯 휘두르고자 하는 반대방향으로 천천히 팔과 검을 이동시키는 센츄리온.
그 모든 것이 빈틈 투성이.
그리고 타마미는 센츄리온이 검을 휘두르는 가장 처음의 품세로 돌아간 시점에서, 오직 단 한가지의 생각만을 떠올렸다.
─벤다.
「시공참(時空斬)」
※ 효과불명
※ 타마미 판정
낯설고도 익숙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무아지경에 빠졌던 타마미는 정신을 차리고 정면을 쳐다보았다.
하얀 시공간의 깨끗한 단면을 보이며 사선으로 두동강나 바스러져가는 센츄리온의 모습.
그리고…
타마미의 참격을 가까스로 피해 아래로 들어온 아카네p의, 타마미의 명치를 노린 창.
그리고 그 단창의 끝은, 아카네p와 타마미를 강하게 묶고있던 그림자에 동동 싸매여 묶여, 타마미의 옷가지에 간신히 닿고 있을 뿐이었다.
아카네p”......”
싸움의 끝에, 별세계로 떠나있던 타마미의 정신이 빠르게 현실로 끌려 내려온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직접 묶여 본 것은 처음이지만, 보지 않아도 그 주인을 알 것만 같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하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이 재회에, 타마미는 목 메인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타마미 "프로듀서..공..!"
그리고 두 사람이 얽힌 그림자 속에서 중후한 옷으로 스스로를 꾸민 프로듀서의 모습이 드러난다. 검은 머리카락과 신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붉은 눈동자.
그녀는, 아카네p의 스승이자 타마미의 프로듀서, 카스미p였다.
아카네p".....이제야 움직일 맘이 들었어...? 아하하...."
그런 아카네p의 말에 부드럽게 웃으며 끄덕이던 카스미p가 아카네p와 타마미 사이에 서선, 두 사람을 동시에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카스미p"끊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들은 이미 제 손이 필요없을 만큼 충분히 성장했으니까.... 아카네에게도, 타마미에게도, 이젠 충분히 설명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그런 카스미p의 예전처럼 부드러운 말과 시선에 물어볼 것이 산더미처럼 쌓인 타마미였지만, 아카네p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의식은 슬슬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이제서야, 아니면 이제와서라고 해야 할까.
무엇이건 시작하면 멈추지 않을 것만 같은 말이 셀 수 없이 많고, 잴 수 없이 깊은데도 더는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정말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몰려온 탈력에 의한 것임을 깨달았을 때는, 타마미는 의식의 끈을 놓친 후였다.
그 부드러운 목소리도, 껴안은 품의 온기도. 무심코 울컥할 정도로 상냥하던 자신의 프로듀서 그대로라고 느낀 것이, 이때의 타마미가 남긴 마지막 기억이 되었다.
카스미p"그렇게 하렴... 너무 많이는 말고."
그렇게, 카스미p는 동시에 잠들어 가는 아카네p와 타마미를 품에 안고, 자신의 품에 꼭 끌어안더니. 그대로 들것을 들고온 의료팀에게 둘을 눕혀주었다.
그렇게 카스미p는 실려나가는 두 사람을 평소와도 같은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야테"으앗.."
나기"이런."
대련이 끝나자마자 그림자의 구속이 풀려 비틀거리던 아나스타샤와 나기, 하야테를 어느새 대련장으로 내려온 디미트리P가 품에 안아서 받아냈다.
디미트리P"그럼, 이제 물어봐도 되는건가?"
담당 아이돌들이 곧 중심을 찾고 다시 똑바로 서자 디미트리P가 꾹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디미트리P"쌍둥이와 아냐를 굳이 붙잡은 걸 보면 그쪽도 대련을 처음부터 본 모양이거나, 아니면 예상했거나. 그다지 고려하고 싶진 않지만, 댁이 둘이 싸울 것을 유도했다는 가능성도 아예 없진 않지."
그림자가 아나스타샤와 쌍둥이에게 건넨 말을 디미트리P도 안들었을리가 없다. 적어도 그의 귀에는 카스미P는 타마미와 아카네P의 충돌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소리로 들렸다.
디미트리P"설명을, 부탁해도 되겠나?"
무표정으로 카스미P쪽을 바라보며 말한 디미트리P는 훌륭하게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고 통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감정을 표정이 없다는 장막 뒤에 감추려는 그의 노력은 얼핏 보기에 자신이 수용할 수 없는 분노로 인해 역효과로 냉정하게 변한 것처럼, 타인의 눈들에 그렇게 비춰졌다.
카스미p"지금의 승부에 대해선 저 둘 사이의 일, 그 불씨를 제공한 것이 저라는 것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하지만 저 둘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일...... 이었다고만 말해두죠."
린".....충분히 설명하고 사과한다고 방금 약속하지 않았던가?"
감정에 격앙되어 카스미p를 책망하는 미쿠, 그리고 린 마저 싸늘한 시선으로 카스미p를 흘겨보았다.
카스미p"그 약속은 오직 그 두 아이들에게만 한 것이니까요. 거기다... 보는 눈도 듣는 귀도 많은 이런 곳에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대련의 마지막에 이르러 쓰러진 타마미와 아카네P를 맥없이 지켜봤지만, 아나스타샤는 침착하게 물어봤다.
물론 저렇게 쓰러지기 전에 막을 수 있던 걸 가로막은 카스미P에 대해, 이 싸움에 대한 단초를 제공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그녀에게 화가 안 날리가 없던 아나스타샤였지만 화를 내느라고 이 일의 전말을 듣지 못한다면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였기에, 냥냥냥이였을 때의 자신을 조금 되찾은 그녀는 일단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화는 나중에 내도 늦지않다며 자신을 달램과 동시에.
그리고, 카스미p는 슬쩍 일행들을 쳐다보더니, 냉정하게 말했다.
카스미p"하지만.... 세상엔 모르는게 가장 현명 할 때도 있는 법이지만 말이죠....."
나기는 또 흥분해서 앞으로 뛰쳐나갈 기세인 하야테의 어깨를 잡고 조곤조곤히 말했다.
하야테"하지만 나-....! 진짜 이걸로 납득한거야?! 하-는 아카네쨩하고 타마미쨩이 어째서 저렇게 싸워야만 했고 저만큼 다쳐야하는지 도저히 모르겠어! 혹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납득하기가 힘들단 말야!"
나기"나기라고 저 분의 말을 납득한 건 아니예요. N이 무한대로 발산할때의 n분의 0만큼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말하지 않겠다고 한 이상, 어쩔 수가 없어요."
결국 하야테는 인상을 쓰면서도, 자기와 똑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을 쌍둥이 언니의 설득에 카스미P에게서 아예 등을 돌려버렸다.
디미트리P"...그게 댁이 줄 수 있는 최선의 답이라면. 알겠다."
디미트리P 또한 더 따져묻지 않고 뒤돌아서 쌍둥이를 따라가는 아이돌들의 뒤를 따라가려다...
제자리에 잠시 멈춰섰다.
디미트리P"하나만 묻지."
등은 여전히 카스미P를 향하고 있었지만 디미트리P는 고개를 살짝 틀어서 곁눈질로 카스미P를 살피며 물었다.
디미트리P"와키야마와 아카네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당신의 담당 아이돌이고 제자겠지?"
그러자, 카스미p의 포커페이스에 조금 허탈한 균열이 생기며 그에게 대답하며,
카스미p"저라는 존재는 두 사람의 성장에 방해만 되었을 뿐인걸요."
동시에 짙은 어둠을 흩날리며, 그 검은 그림자 속으로 자신의 존재를 감추듯 사라져버렸다.
곧 그는 이 문제는 잠시 머리속의 구석으로 치워놓고 일단 카스미P가 언질한 진실을 알기위해 다시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카스미p'하지만.... 세상엔 모르는게 가장 현명 할 때도 있는 법이지만 말이죠.....'
그녀의 말이 메아리처럼 울려서 다시 디미트리P의 귀에 들어왔지만 그의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몰라야만 하는 진실을 만들고 숨겼으며 그것을 알았단 이유로 사람을 죽이고, 그러한 진실을 알아서 가족을 죽임당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였으니까.
그래서, 카스미P의 상투적인 말로는 디미트리P를 멈춰 세울 순 없었다.
최악은 없었다.
물론 없게 하기 위하여 이미 대비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정말로 일어나지 않고 끝난 것에 대해 노노는 그대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에도 적지않은 부상으로 의무실로 향하는 둘이지만… 그것은 필요한 일이었을 터.
안다 해도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각오하던 바였던 만큼 견뎌낸다.
미레이 "… 이야기는 좀 나중에 들어야겠네."
노노 "네… 그래야할 것 같네요…"
미레이 "저 짜증나는 녀석은 그새 사라졌고 말얏!" @캬앗
노노 "아, 그, 일단 카스미 프로듀서 씨도 프로듀서 씨니까요…"
미레이 "난 원래 프로듀서한테도 이러거든!"
노노 "그, 그건 그렇지만요…"
미레이 "하아… 뭐… 일단 가자굿."
노노 "네에…" @끄덕
타마미는 곧 눈을 뜨며 낯선 천장의 존재를 눈치챘다.
본 적은 없는 천장이지만, 이 흰색은 사정상 익숙한 부분이 있다.
천장뿐 아니라 자신을 감싼 천의 색이기도 한 그 의미는, 여기가 병실이란 것이리라.
의식을 잃기 전의 기억을 더듬던 타마미는, 퍼뜩 무언가를 떠올린듯 부상도 잊고 급히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는지 둘러보았다.
카스미p"타마미가 먼저 일어났군요...."
그동안 쌓여온 반항심의 발로인지 이름을 부르려다가, 차마 그러지 못하고 본래의 호칭을 부르는 타마미.
잠시나마 무심의 경지에 달했던 승부 때와는 달리, 카스미P 앞에서는 다시 갖은 감정들이 차올라 울 것 같은 얼굴이 된 채였다.
타마미 "..상당히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어째서 만나주지도 않으셨던 겁니까." 꾸욱
이 정리된 말조차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음을, 손아귀에서 구겨진 이불의 주름이 대변하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 운을 띄우더니, 카스미p가 말했다.
카스미p"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지만...... 처음부터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무슨 의미인가, 같은 생각까진 하지 않았다. 일전에 히데루P와의 대담에서, 카스미P..그녀에게는 무언가 중대한 사실이 감춰져 있음은 알았으니까.
하지만 그 사실은.. 타마미가 생각하던 것 이상일지 모른다는걸, 새삼스럽게 실감하는 말.
타마미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경청하겠습니다. 그 후에.. 타마미의 말도 들어 주시기를."
그렇게 잠깐 고민하는 듯 싶더니, 카스미p는 조금 희미하게 웃으면서 타마미를 응시하며 말했다.
"이스탈. 1만년 전부터 이어진.... 저의 진짜 이름이에요."
이 상황에서 농담같은걸 할 사람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다.
아니, 오히려 예전부터 '정말 인간일까' 라고 생각한 순간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입으로 듣는 고백은, 생각 이상으로 파급력이 있었다.
타마미 "프로듀서공은.. 대체?"
그렇게 조금 눈을 감고 있더니, 이스탈은 타마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이스탈"저는 인류 최초의 문명..... '미드가르드'의, 살아남은 후예에요. 물론.... 당대의 사람이기도 했죠."
갖은 단어와 타마미보다는 다른 이들이 능숙할지 모를 의문들이 머리속에 난입하는 대답.
각오했음에도 잠시 아찔함을 느낄 정도였지만, 지금 누군가를 대신해서 질문을 던질 여유까진 없었다.
중요한 것은..
타마미 "그, 그것이.. 어떻게 타마미의 프로듀서가 되기까지 이어지는 겁니까!?"
그렇게 잠깐 뜸을 들인 이스탈은, 테이블에 놓여있던 사과를 깎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이스탈"제겐 수많은 제자들이 있었답니다. 모두 하나같이 총명하고, 사랑스럽고, 열정적인 제자들이었지만...... 그중에선 특히 아끼는 두 제자가 있었어요."
이스탈의 두 제자는 그 누구보다도 총명했고, 그렇기에 둘은 늘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 밖에 없었다. 악우이자 악연으로 맺어진 그들은 언제나 서로 으르렁댔고, 그녀의 유일한 인정을 받기 위해 늘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타마미는 내심 자신과 아카네P를 떠올렸지만, 이내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하기엔 표현이 맞물리지 않으니까.. 자신은 프로듀서의 제자가 아니고, 아카네P도 특별히 그녀에게 인정을 받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자신들과 중요한 관계가 있으리란 것은 어디선가 직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