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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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주사위] 생존본능 TRPG
(글 진행은 반드시 댓글로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생존본능 TRPG 플레이 로그 (Google Drive)
※ 페이지 우상단의 를 클릭하시면 리스트 보기가 가능합니다.
참여자분들은 반드시 룰을 읽어주세요. → https://sites.google.com/site/idolmastervalkyria/lul/yeonpyo
룰이 늘어난 덕분에 여러가지 전개가 가능해졌지만, 처음 출발했던 때보다 룰의 종류가 많아진 편입니다. 물론 스레로서는 굉장히 복잡해진 편이지만 TRPG 룰로서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에, 룰과 약간의 플레이 로그를 차근차근 읽어보시면 금방 감을 잡으실 수 있습니다.
※ 거의 붉은 글씨 위주로만 읽더라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다.
<공지>
16/11/21 생존본능 TRPG 위키를 개설했습니다.
https://sites.google.com/site/idolmastervalkyria/위키 사이트 개장했습니다. 비밀글로 E메일을 적어주시면 그 메일 편으로 위키 수정 권한을 드리니, 제시된 문서 양식에 따라 설정을 넣어주세요. (아직 적어야 할 게 산더미 같긴 하지만 ㅇ<-<) 문서양식 등은 히데루p와 이치노세시키의 프로필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16/12/10 생존본능 TRPG 의 관리자 권한을 더헤드(@chs2***)님과 포틴P (@howo***)님에게 넘깁니다.
12월 12일 예정된 현 관리자 히데루(@cosmo****)의 공군입대로. 오늘부로 더헤드(@chs2***)님과 포틴P (@howo***)님에게 모든 운영권한을 공동운영의 형태로 넘겨드립니다. 공동 운영을 선택한 이유는 두 분 다 입대 직전의 저처럼 TRPG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통상적으로 두 분이 가장 많은 수의 아이돌들로 RP를 진행해왔던 점이 큽니다.
그리고 공동운영으로 관리자가 둘이 되었다고는 하나, 이제 일반 유저분들도 연표, 사건일지, 케릭터 등의 정보를 함께 수정 해주시길 바랍니다.
18/1/12 현재 생존본능 TRPG는 신규 참여자를 모집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향후 상황에 따라 모집할 의향은 있기 때문에, 참여자가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19/10/17 최근의 세션에서 사용했던 Roll20 플레이 페이지를, Roll20 기능의 연습을 겸해서 채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장소로도 개방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Press Space bar to Skip )
「세계선 합선 사건」
절대로 연결 될 리 없었던 수 많은 평행우주들이, 마치 스파크를 튀기며 폭발한 전선들처럼 얽혀버린 원인은, 세계의 어떤 저명한 과학자도 밝혀낼 수 없었다.
물론 그 원인을 밝혀낼 충분한 사전지식도 가지지 못하던 인류였지만, 그들은 당장에 온갖 평행세계로부터 쳐들어오는 외계종족, 다른차원의 괴물들 따위로부터 생존하기에도 벅찼다.
결국 전세는 불리해지고 인류의 멸망이 코앞까지 봉착할 그 때였다.
「아이돌」
본래는 춤과 노래 등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돈을 벌며 살아가는 주로 저연령층의 예술인들을 지칭했던 그녀들.
그녀들은 그 「세계선 합선 사건」을 계기로, 초능력, 마법 등의 「능력」지니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들의 활약으로 지구상에서 모든 이계의 존재들을 몰아내게 되었다.
「프로듀서」
하지만 대체로 어린 아이들로 구성된 그녀들이 냉혹하고 잔혹한 전장에서, 그 의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녀들을 뒷받쳐주고 통솔해준 「프로듀서」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활약으로 인류는 어떻게든 생존 할 수 있었고, 외계의 기술들과 새로이 발견된 마법 등을 이용해 비약적인 문명의 발전을 이룩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투쟁의 서막.
그들의 세계에 다녀온 한 프로듀서의 설명에 의하면, 스스로를「기계정령」이라고 칭한 그들은 강렬한 투지와 「생존본능」을 가진 인간 전사를 찾고 있다고 했다.
먼스(탐욕) 투스(교만) 웬즈(폭식) 덜즈(질투) 프라이(나태) 세럴(색욕) 선(분노).
그리고 아직 깨어나지 못한 플루토(광기).
그 명분도, 목적도 알 수 없었지만, 단 한 가지의 사실 만큼은 분명했다.
아이돌과 프로듀서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고, 또한 살아남기 위해 다시 한번 전화(戰火)의 열기에 삼켜지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기계정령은 더헤드(@chs2***)씨의 오리지널 설정을 차용, 변형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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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그것은 관리의 증표!
"지나갑니다."
격리소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의 주의에 뒤돌아본 일행은, 그가 무언가 소형차만한 철제 컨테이너를 전동차로 조심조심 이끌며 관계자용의 해치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아나스타샤"что...? 엄청 커다랗네요. 뭘 옮기는지 아냐, 알 수 있을까요?"
"오늘 오전 이계 반응 의심지역에서 잡힌 멧돼지? 같은 생물이네요. 요즘 뭔가 자주 이런게 잡혀온단 말이죠..."
아나스타샤"멧돼지...? 아, кабан(까반)말이군요. 근데 요즘 많이 보인다고요? 아냐들은 최근에 출동한 적이 없었는데..."
아카네p"아, 이전에 사치코가 있었던 곳 말이구나."
디미트리P는 언젠가 346에 파견된 레인저의 특등사수들이 말해준 이세계 사슴 사냥썰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디미트리p의 말에도 재대로 대답했다.
"그리고 말씀하신것처럼 보통은 안전을 위해 사살이 우선이긴 합니다. 그래도 이 녀석은 운이 좋은 탓인지 함정에 걸린채로 잡혀서 죽일 필요까진 없었으니 말이죠."
아나스타샤"흐음...혹시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나요? 니플헤임의 동물은 아냐, 처음이여서."
그렇게 단말기에서 이미지를 보여주던 경비원은 아쉽다는듯이 덧붙였다.
"다른 이유가 없다면 보여드리고 싶은데... 이 녀석 꽤 사나워서 일부러 어둡게 가둬놔서 겨우 진정하게 했거든요. 지금 컨테이너를 열어버리면 오늘안에 격리실에 넣지도 못해서 퇴근도 못할겁니다."
미레이 "뭐, 신경쓰이는 건 확실하게 하는 게 좋으니깟!"
케이코"으음... 기밀 임무 중이셨군요. 아까는 실례했어요."
디미트리P는 방금 전의 번거로운 질문은 별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담담하게 말하였다.
그와함께 찰스가 버튼을 누르자, 격리소와 복도를 연결하는 철제 문이 초록색의 등을 표시하며 열렸다.
미레이 "좋아, 그럼 들어가자굿!"
아나스타샤"프로듀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들어가죠? 아냐들은 노노를 따라온거니까요."
아카네p가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얼굴만한 크기의 경비드론을 톡 건드리며 지나쳤다.
유이 "일이란건 재깍재깍 끝내주지 않으면 시간이 아까우니까! 그치만 그네- 딱 봐서 이상하단 생각은 안 들지만, 지금 두명이나 사람이 바뀌니까 신경쓰였을만도 해. 미레이, 친구 엮이면 신중파거든-"
타마미 "..벗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분이로군요."
아카네p"음... 뭐 네 말도 일리는 있어."
마음에도 없는 일리였지만, 아카네p는 미쿠가 과거 어떤 일을 해왔었는지를 들어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반론 없이 미쿠의 말을 공감했다.
BGM : https://youtu.be/qKj4dFwrWuk
디미트리p"아카네. 녀석이 풀어져있다는게 설마......"
아카네p"응. 뭐. 보는대로."
꽤 오랜 기간을 이 격리실에서 지낸 카에데와 거의 동급으로, 살만한 방으로 꾸며진 내부에는 남부럽지 않을 가전과 가구, 그리고 커다란 TV와 컴퓨터, 콘솔게임기 까지 놓여져 있었기 때문에.
이그닐"그으으...! 같은데서 몇번을 죽는거야!!"
그런 이그닐은 침대 위에서 게임패드를 든 채, YOU DIED 같은 화면을 보며 용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디미트리P"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익스큐터라고 불렸던 그 흉악 범죄자가 지금은 풀리지 않는 게임을 붙잡고 용을 쓰고 있을 줄은..."
디미트리P와 아나스타샤는 기가 찬 눈빛으로 일행이 왔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어대는 이그닐을 쳐다보았다.
이그닐"으에.... 뭐야 너희들. 언제부터!?"
디미트리P"방금 너가 게임에서 죽은 것까진 봤다."
아나스타샤"그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지 않았을까요, 프로듀서..."
미레이 "… 너무 별 일 없는 거 아냐?"
타마미 "아무리 편해도 감옥이지만 말이죠.."
유이 "에이, [갇혀있는동안은 일에 안 끌려나가니까~] 하면서 열쇠부터 없애버릴걸?"
타마미 "..그러고보면 안즈 공도 한때는 악명이 높았었지요. 비교적 맡은 바에 임하는 최근만을 생각했는지도."
유이 "아, 이럴 때가 아니었네. 최근 어때~? 그거, 깬 사람 소개시켜줄까?"
그렇게 한숨을 쉬더니 게임페드를 침대로 던져버린 이그닐이 의자를 고쳐잡더니, 자신과 일행 사이를 가로막는 그 투명한 강화유리를 면전에 두고 앉았다.
이그닐"이번엔 무슨일? 심지어 평소에 못보던 애들까지 때거지로 오고 말야."
뭔가 숨기면서 상대방의 애를 태워놓을 만한 조건이 충분히 갖춰졌는데도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아나스타샤를 디미트리P는 굳이 저지하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둔다. 그도 그럴게 오늘 여기 온 목적은 그런 종류가 아니니까.
이그닐"흐응~ 그래 그래 겸사겸사 동물원 마냥 구경왔다는거네~ 잘들 구경해~ 이그닐은 보시다시피 잘먹고 잘 살고있으니까~"
백지처럼 새하얗게 순수해서 정론을 펼치는 아나스타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천연덕스레 물었다.
아나스타샤"그런데, 게임기들은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요? 원래는 못 가져오지 않나요?"
아카네p"에에......"
디미트리p"방금 난관이니 드론이니 어쩌고 하지 않았냐?"
아카네p"걘 규격 외야."
디미트리P는 황당함과 멋쩍음에 혀를 차며 궁시렁거렸다.
아카네p"전에 두 사람은 노노의 팬이었다던가......"
노노 "그게… 덕분에 편하게 자주 오긴 했으니까요…"
날카로운 회색 눈으로 지그시 이그닐의 방을 훑어보면서 디미트리P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디미트리p가 이그닐의 방을 살펴보면, 그저 여가용을 위한 가구나 TV 콘솔 정도 뿐, 의외로 무기로 사용될수도 있을법한 조리기구라던가 그런건 일체 들어가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레이 "뭐… 확실히 안즈에 가까운 모습이네 이건."
노노 "그, 그건…"
그런 미레이의 말에 노노는 너무하다 하려 했으나, 그것도 안즈에게 너무한 것 같아 결국 별 부정하지 못한 채 쩔쩔맸다.
그렇게 일어나 버럭 소리를 지르던 이그닐이, 의자에 도로 털썩 앉으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그닐"그래 뭐... 그렇게 말하면 할말이 없네. 딱히 해야할 일도, 하고싶은 일도 전부 사라졌으니까......"
노노 "아, 그게…"
그런 한가한 모습에 적당히 떠들던 미레이는 노노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유이 "에이, 이그닐도 풀어져 있는데 너무 그러지 말구! 가볍게 가자구!"
아카네p"뭐 많으면 많은대로 좋은거지. 위문으로든 놀려먹기로든."
이그닐"아으... 저걸 때릴수도 없고....."
그런 미레이의 질문에 잡지를 꺼내 배식구에 내려놓는 노노. 하지만 그녀는 이그닐의 뒤에 있는 콘솔을 빤히 쳐다보더니, 묘하게 다운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노노"그게... 평소처럼 이걸 전해주러 왔는데....... 이제 필요한가 싶어서.....우으......"
미레이"앗, 이그닐이 노노 괴롭힌다."
이그닐"멋대로 누명 씌우지 말아줄래?"
노노"그게 저... 그.... 필요 없으면 이제 안 가져와도......"
그러자, 꽤나 심란해진 표정으로 배식구의 잡지를 도로 가져가려는 노노의 손길에, 이그닐이 화들짝 그 잡지를 뺏어들었다.
이그닐"뭐, 뭐, 뭘 그렇게 심란해하고 그래! 심심풀이는 하나라도 더 많으면 좋으니까!"
그런 이그닐의 말에 노노는 안심하면서 안에 있는 이그닐을 살짝 바라보았다.
미레이 "뭐, 그리고 딱히 그런 거 없어도 찾아와도 되잖아? 절차는… 이젠 좀 귀찮게 되긴 했지만 뭐어… 적당히 둘러대면 될테니깟."
노노 "그, 그럴까요…?"
왠지모를 쑥쓰러움을 감추려는지, 이그닐이 다리를 꼰 채 잡지를 펼쳐보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미레이 "이야기라… 그리고보니 레아는 어떻게 저런 걸 가져다주는 거야? 뭐, 보안은 걔한테 의미없단 건 알았으니까 그건 뺴고. 직접 너한테 가져다주는 거얏?"
미레이 "진짜 자유롭게 다니네 걔… 뭐, 평소엔 감찰과에서 맡고 있었던가?"
이그닐"친구긴 하지만 그건 부정 못하겠네."
아나스타샤"아, Да. 언젠가 있었죠. 노노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미쿠"대체 얼마나 용의주도한거냥......"
이그닐"뭐.. 그런건 알란한테 배운거니까 알란한테 가서 따지든가......"
아카네P"알만하네. 그 쥐 아저씨한테도 같은 방식으로 당했으니까..."
미레이 "너무 신경써주지는 않아도 될텐데 말얏. 뭐, 이젠 위험하지도 않으니깟? 어느 의미로든지. 이렇게 풀어져있을진 몰랐다구."
노노 "그건 그래도… 딱히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니까요."
미레이 "뭐, 노노가 신경쓰고 싶은 거라면 됐어. 그보다 생각난 건데, 프로듀서가 해준 얘기에 대해서… 레아 걔가 더 잘 아는 거 아냐?"
노노 "에…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까진 아닐 거 같은데요…"
미레이 "뭐어, 그래도 하려면 할 수 있을 것도 같아보이는데 말이지."
이그닐"그..... 이젠 딱히 필요한거 없으니까.... 그보다 레아 얘기하니 생각났네."
노노"네?"
이그닐"저번에 네가 해준 이야기 있잖아. 리코였던가..... 그 애의 영혼의 상태를 봐줄만한거라면 역시 레아가 전문 아닐까?"
그러자, 왜 그걸 생각못했지 하던 아카네p가 고개를 끄떡이며 반응했다.
아카네p"그렇네.... 윙벨의 벌의 근원은 원래라면 기억의 단편 정도밖에 볼 수 없을정도로 영혼이 조각나 있었지. 하지만... 그 조각을 일순에 짜맞춘 레아라면......"
디미트리P"어...어..."
그날 이후로 뇌리를 떠나지 않는 문제의 해답이 덜컥 나타나자 만면 가득히 미소를 띈 아나스타샤와 다르게 디미트리P는 가슴 깊숙히 담아놓은 고민의 열쇠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와 얼떨떨한 표정이였지만, 천천히 희망이 있음을 실감하고 그제서야 부드럽게 미소지을 수 있었다.
아나스타샤"спасибо(스파시바), 이그닐! 진심으로, 고마워요!"
이그닐"감사인사는 일이 끝나면 레아한테나 하든가. 나는 그쪽 방면으론 문외한이라고."
아나스타샤"아, 그런건가요? 아냐는 하마터면, 아직 미움받고 있다고 생각할 뻔 했습니다."
희소식 때문인지 방금 전보다 밝은 표정으로 디미트리P가 이죽거리자 아나스타샤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은 탐정 마냥 눈을 한순간 반짝이고 이그닐을 바라봤다.
그렇게 센척을 하며 버럭 소리지르는 이그닐이었다.
잠깐 골몰히 생각하다가 이그닐이 있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마구P.
K마구P [여어, 이그닐.]
이그닐 [응? ... 아아]
그녀의 귀에 들린 뭔가 익숙한 소리.
거기에 조금 불길함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면..
K마구P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인가? 오랜만.]
이그닐 [마츠카제, 인가....]
거기엔 어떤 의미에선 엄청 걸리적거렸던 자가 있었다.
싸울 때와 전혀 다른, 무심한 듯 보이지만 엷은 웃음을 띄는 얼굴로 인사하고 있었다. 적개심도 훌훌 날려버린 듯한 모습으로.
아카네p"고양이라니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나와."
이그닐"칭찬 아니야!" 버럭
발끈하는 이그닐에게 그는 도로 집어넣었던 무언가를 다시 잡으며 웃고 있었다.
일견 온화하게 보이지만, 이그닐은 그 웃음에서 원초적인 불길함을 느꼈다.
이그닐 [마츠카제, 네가? 도대체 무슨 바람이 났길래...]
K마구P [잔말 말고 받으셔. 자!]
그렇게 그가 배식구를 통해 밀어넣은 이그닐을 향한 선물은...
(자료화면)
'황제펭귄 인형'이었다.
되려 비웃는것보다도 더욱, 상당히 빈정상한듯이, 화를 내지도 못한 채 그 황제 팽귄 인형을 들어올려 멍하니 쳐다보았다.
K마구P [하핫, 뭐 이걸로 됐어!]
K마구P [사실 이그닐 네가 여기로 오고 나서 몇몇 일들이 있었지... 그때 좀 여러 생각을 했어]
웃음을 멈춘 뒤 달관한 듯, 풀어진 표정으로 무언가를 더 말했다.
K마구P [대체로 듣기만 했지만, 너도...]
K마구P [너 나름대로 고생이 많았겠구나... 싶더라고]
마구P의 생각 속에 홀연히 지나가는 자신이 윙벨에 해를 가한 일.
그리고 이그닐이 이곳에 해를 가한 일들... 마지막으로, 이그닐과 윙벨에 관한 뒷사정들까지.
그것들이 겹치는 순간, 그는 새로운 것을 결심했던 것이다.
K마구P [이젠 나도 노노만큼은 아니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너를 보고 싶달까?]
K마구P [그래서 마지막으로 내 해묵은 감정을 좀 털어내려고, 쬐끄만 복수로 이걸 준 거지]
K마구P [펭귄에 쪼이던 니 모습, 사실 재밌었거든]
황제펭귄 1호에 사정없이 쪼이던 이그닐을 생각하며 한번 피식, 웃고는 마지막 말을 남긴다.
K마구P [내 사적인 감정은 이 황제펭귄 인형으로 끝이다, 이게 결론이야!]
K마구P [아, 그리고 인형 안에 아무것도 안 들었으니까 안심하고!]
이그닐"흐응~ 자긴 마음씨 넓은 프로듀서다 이거야? 이거 속좁은 복수귀는 몸둘바를 모르겠네."
그렇게 비꼬더니, 한숨을 쉬던 이그닐은 그 인형을 자신의 책상위에 살포시 올려두고 말했다.
이그닐"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 난 여전히 당신들이 싫어. 당신들도 마찬가지일테고. 마음이란건 그렇게 쉽게 바뀌는게 아니니까. 물론 날 따라다니는 과거도... 아마 날 놓지 않고 평생을 낙인처럼 따라다니겠지."
진심인지, 회피인지, 생각을 쉬이 읽을 수 없는 복잡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이그닐이었다.
노노는 그런 이그닐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미레이 "칫, 그러니까 노노가 그렇게 고생한 거잖아! 그걸 하나라도 더 줄여주려고! 그걸 알면 좀 받아들이란 말얏!"
노노 "엣? 미, 미레이쨩?"
그러나 오히려 당사자임에도 가만히 있는 노노 대신, 미레이가 짜증내며 이그닐에게 말했다.
미레이 "'되돌릴 수 없는 짓'을 했다면 용서할 수 없었겠지. 그러니까 노노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막으려 한 거라굿! 그래서 막았고!"
미레이 "그럼, 나머진 받아들이라구. 네가 '한 짓'은 사라지지 않지만, 네가 '만든 결과'는 되돌릴 수 있으니까."
격리실을 나누는 유리를 가볍게 치면서까지 화내듯 말하던 미레이는 그 말을 뱉고서야 뒤로 살짝 물러났다.
미레이 "… 칫, 뭐 그야 네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미워하는 건 아니라고. 지금 남아있는 건 절대 '평생 낙인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아니니까."
미레이 "물론 네게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에 대해선 그런 게 없다고. 그러니까 답답하게 굴지 말고 적당히 받아들이란 말야. 신경써주는 걸 느끼면, 그러라고."
이그닐"그렇게 쉽게 받아들이란 소리를 하는거야...? 너희들에겐 윙벨이 똑같이 죽은걸로 보일수도 있겠지.... 하지만 벌의 마녀와 벌의 근원은 천지차이라구....... 마녀의 죽음은 육체적 죽음이 아닌 영혼의 소멸에 있으니까......"
그리고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그닐"그러니까...... 과거는 되돌릴 수 없어... 알란이 뭔가 하고있는건 알지만.... 이젠 아무래도 다 상관없어...... 이그닐...... 스스로를 용서 할 수가 없는걸......."
피부에 무자비하게 새겨져 지우려는 시도도 모두 소용없게 만드는, 언제까지고 어디까지고 따라붙는 핏빛의 꼬리표를 무심코 연상한 아나스타샤는 비참한 기분에 자기도 모르게 가슴팍을 살팍 쥐어잡았다.
이그닐의 어깨 위에 난잡하게 얹혀진 무거운 감정의 짐이 왜인지 희끄무리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이그닐"그러니까...... 과거는 되돌릴 수 없어... 알란이 뭔가 하고있는건 알지만.... 이젠 아무래도 다 상관없어...... 이그닐...... 스스로를 용서 할 수가 없는걸......."
결정타는 분명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진심으로 괴로워하며 스스로에 대한 회한에 잠겨든 이그닐의 기운 없는 말이였다.
아나스타샤"...아냐도 가끔 생각하고는 합니다. 이때 아냐가 더 잘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거라고. 그렇게요."
아나스타샤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이그닐의 힘빠진 눈동자가 향했다. 빛이 사그라든 주홍색 눈동자에는, 그렇지만, 너가 무엇을 아냐고 따져묻는 무지에 대한 증오의 불길이 서려있었다.
아나스타샤"이그닐의 생각이 맞아요. 아냐는 아직 소중한 사람을 잃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을 많이 봐왔어요. 죽어가는 것 같은 그 감정을 분명 다 이해하지는 못하겠죠. 그래도...다 이해해주지 못해도, 아냐도 알 수 있습니다. 얼마나 스스로가 원망스러운지 말이예요."
자신의 신념을 타인에게 밀어붙히는 완고한 강함과 타인의 그릇된 가치관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당당한 강함은 아나스타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하진 않다, 그녀의 강함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니까.
아나스타샤는 스스로의 신념을 타인에게 들이밀지 않고, 우선 타인의 신념을 들어주고 이해한다. 누군가의 그릇된 가치관을 맞닥뜨렸을 때도 사람에 대한 존중은 잊지 않고 가치관만을 적으로 삼는다.
무르기 짝이 없는 '이해심'이 아나스타샤가 강한 이유였다.
아나스타샤"그때로 되돌아 갈 수는 없죠. 아냐도, 이그닐도, 여기 있는 모두가 마찬가지. 그렇지만 아냐들은 앞으로 걸어갈 수 있어요."
이제 이그닐의 눈은 마치 듣기 싫다는 것처럼 아나스타샤를 노골적으로 피했지만 아나스타샤는 멈춰서지 않았다.
아나스타샤"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겁니다.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과 변해버린 자신...그렇지만 한번에 받아들이 바뀔 필요 없어요.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을때까지, 조금씩 나아가줘요."
여전히 이그닐의 시선은 아나스타샤를 향할 엄두를 내지않고 있었다.
아나스타샤"아냐는 말이죠, звезда(즈베즈다)...별이 정말 좋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말이죠."
조금은 뜬금없이, 부드럽게 나온 별의 얘기. 이그닐은 그제서야 조금 곁눈질로 그녀를 쳐다봤다.
아나스타샤"온통 검은데 гемма(겜마), 보석보다도 훨씬 밝게 예쁘게 빛나는 별이 대단해서 어릴 적의 아냐는 눈길을 빼앗겼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별을 좋아해요. 하지만 어렸을 때 좋아했던 이유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언제까지고 밤하늘에 떠올라 찬란히 빛날 것 같은 별들이 영원할 줄 알았던 아나스타샤는 언젠가 이 사실을 깨닫자 자기도 모르게 가장 소중한 보물들로 별하늘을 정해버렸다.
아나스타샤"별이 있는 우주는 변하지 않는게 아니니까요. 계절마다 볼 수 있는 별도 다르고 아냐가 몰랐던 별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아냐가 찾아낼 수 있는 빛나는 별이 아직 잔뜩이라는 게, 아직 모르는 것이 잔뜩이라서, 보물들이 잔뜩이니까. 아냐는 별을 좋아합니다."
이그닐의 눈은 여전히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더이상 의도적으로 아나스타샤의 눈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나스타샤"변하지 않을 것 같은 별도, 우주도 모두 바뀝니다. 이그닐도 변할 거예요. 아, нет. 이미 바뀌었을지도요."
이그닐"하?"
아나스타샤"바뀌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바뀌었다는 증거니까요!"
1등성만큼이나 밝게 미소지은 아나스타샤는 마지막 말을 건네었다.
아나스타샤"중요하는 건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의지입니다. 그것만 있으면 이제 분명 외롭지 않을거예요."
디미트리P"왜 없겠어? 당연히 있지."
디미트리P가 아나스타샤와 바톤터치를 하자 이그닐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생각도 안했던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다고 온건지 짚히는 바가 전혀 없었으니까.
디미트리P"...네 동료들과 같이 스바딜파리의 짐마차가 있던 곳을 조사하러 갔다."
이그닐은 퍼뜩 고개를 치켜올려 당혹스러운 표정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디미트리P"단순한 현장조사인 줄 알았더니 왠걸, 지하수로에서 랫맨 잔당이 달려들질 않나 퇴각하다가 랫맨 슬럼 한가운데 떨어지질 않나. 죽을 고비 여럿 넘겼다고."
궁시렁대는가 싶었던 디미트리P는 곧 뒤이은 말로 이그닐의 몸을 움찔거리게 했다.
디미트리P"그런데도, 너희 동료들은 물러서질 않고 거꾸로 뛰어들더군. 너의 무죄를 입증할 수단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으려고."
얼떨떨한 채로 고개를 치켜올린 이그닐을 향해 디미트리P가 말을 이어갔다.
디미트리P"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한다면 똑바로 눈을 뜨고, 주변을 제대로 둘러봐라. 그리고 다시 생각해봐, 내게 있어서 소중한 것들은 전부 없어진건지 말이다."
고향에 피바람이 몰아친 그날부터, 소중하기 짝이 없는 이들이 사라졌어도, 아직 남은 이들이 있었다. 아직 자신을 지탱하려고 해주는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고 하는 이들이 여전히 주변에 있었다.
디미트리P"아직 널 구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놈들이 있어. 무기력하게 그딴 소리 지껄이는 건 네 자유지만, 아직 싸우는 녀석들의 의욕 깎아먹는 말이나 그 자식들의 피를 무시하지마라. 그 놈들은 얼마가 걸리든, 얼마나 힘들던 간에 반드시 널 여기서 꺼낼 생각이니까."
할 말은 다 끝났다며 등을 돌리려던 디미트리P는 '아.'라고 더 할 말을 떠올려버린다.
디미트리P"네 친구가 너에게 했던 마지막 말, 댐 위에 있던 우리 모두가 그날 들었다."
윙벨“그러니까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내…… 이그닐…… 첼시아…… 안녕……”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그 날의 기억, 나뭇가지에 눈이 소복히 쌓인 채 맞이하는 친구의 최후. 이그닐은 눈물이 맺히는 걸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디미트리P"잊지말고 스스로를 용서하고, 앞으로 나아가라. 살아남은 놈은, 죽은 자의 기억을 짊어지고 나아갈 수 밖에 없어. 그 목숨이 끊어지는 날까지."
등 돌린 디미트리P는 마치 스스로에게 말하듯이 누구에게나 들리게 또렷이 중얼거렸다.
디미트리P"우리 같이 살아남은 놈들이 아니라면 누가 그들을 기억하겠어."
미레이 "… 딱히 나도 윙벨의 죽음에 대해 말하려던 건 아니었다고.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다는 아니라도 충분히 이해하곤 있으니깟."
그렇게 이어진 둘의 말에 이어, 미레이 또한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미레이 "받아들이라고 한 건, 그냥 노노나 애들이 이렇게 신경써주는 걸 얘기한 거라고. 윙벨은… '되돌릴 수 없는 것'에 들어간다는 건 안다고. 그저 그렇지 않은 것들… 노노나… 네 그 동료들은 받아들이란 소리였으니깟."
미레이 "… 하아, 그래 그것도 그렇게 쉬운 건 아니겠지. 됐어. 너무 많이 말했나보네."
노노 "미레이쨩…"
그렇게 말을 마치고 짧게 한숨을 쉬며 물러난 미레이를 보더니, 노노 또한 우물쭈물거리다 짧게 덧붙였다.
노노 "… 이그닐 씨… 모리쿠보가 말할 수 있을만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노노 "모리쿠보는 이그닐 씨가 분명 변화할 수 있으리라고 믿으니까요. 이미… 모리쿠보네가 알던 모습에서는 변하셨고요."
노노 "그러니… 조급해하진 말아주세요. 이그닐 씨에겐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요. 다만… 그, 모리쿠보네가 한 말들을… 잊지도 말아주세요."
아카네p"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진가보네."
시계를 바라보던 아카네p는 노노의 어깨를 위로하듯 가볍게 툭툭 치며 일어섰다.
디미트리P는 혹여 노노가 이그닐하고 더해야할 대화가 있을지 모른단 생각에 재차 확인한다.
아카네p"그럼... 뭐 말 나온 김에 레아나 찾아보는건 어때. 분명 감찰과에서 맡고 있었던가."
디미트리P"우리 가면 게임 밖에 더하겠냐마는."
미레이 "뭐, 생각 정리라던가, 휴식이던가, 어느쪽이던 필요할 거 같긴 하넷."
아나스타샤"프로듀서가 잘못한거니 혼나는 건 당연합니다."
디미트리P"가차없구만. 알겠어, 일단 감찰과로 가보지."
앞서나간 아카네p에게는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미쿠의 생각외의 속삭임. 거의 최초가 아닐까 싶은 미쿠의 디미트리p에 대한 호명은, 그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미쿠"아니 그.....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부를게냥."
디미트리p"......그래. 왜."
디미트리p의 대답에 이것을 말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심하던 미쿠는, 고개를 들고 곧 결심한듯이 대답했다.
미쿠"잊지말고 스스로를 용서하고, 앞으로 나아가라...... 디미트리p쨩이 그렇게 말했지?"
그런 미쿠의 말에 디미트리p는 아무런 말도 없이 걸어갈 뿐이었다. 그리고, 미쿠는 그와 아카네p의 뒷모습을 번갈아보며 확신에 차지 못한, 무언가 슬픈 얼굴로 대답했다.
미쿠"그건...... 디미트리p쨩도 지켜줄 수 있는 말이야.......?"
잊지말고, 스스로를 용서하고, 앞으로.
언제나 잊지않고 있다. 죽인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 그리고 고향 뿐 아니라 이 세계에서 고통받으며 고통받을 수도 있는 사람들을.
그렇지만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냐고 물은 미쿠의 말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냐는 말에는...
디미트리P"...."
...묵묵부답을 잠시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자기보다 앞서서 걸어나가는 아나스타샤와 아카네P를 바라본 디미트리P의 입 안 한구석이 무언가를 입에 넣지도 않았는데도 아릴 정도로 쓰려왔다.
그곳은 닿을 수 없는 영역, 스스로의 시간이 어느순간엔가 멈춰버린 채 제자리에 서있는 자신은 그 둘과 함께 나아가지 못한 상태로 둘의 등을 쳐다보며 뒤를 따라갈 수 밖에 없으니까.
디미트리P"마에카와 너의 눈에는 우습게도 보일거다. 어느 날의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해서 제자리에 있는 녀석이 잘난 듯 말하는 게."
흡혈귀와 마주한 그날, 다짐한 것은 적어도 도망치지 않고 이때까지 저지른 죄와 그 뒤에 따라올 벌들을 마주하는 결심이였다. 그는 자신에게 죽은 모든 사람들에게 용서를 빌 준비가 되어있었고 용서를 받을지 못 받을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는 스스로가 그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임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디미트리P"그래. 용서하지 못하겠어. 특히나 상대방이 나랑 똑같이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한다면, 화가 치밀어올라."
세상 다 산 것 같은 절망적인 눈과 될대로 되라는 제멋대로인 태도, 그것이 모두와 만나기 전의 자신과 똑닮아서 솔직히 디미트리P는 주먹으로 그 초연한 얼굴을 갈겨주고 싶었다.
디미트리P"다행히도 저녀석은 나처럼 무고한 사람은 죽이질 않았으니까 잘되겠지. 쉽게 받아들이고 나아갈 수 있을거다."
이제 아카네P일행과의 거리는 제법 떨어졌다. 디미트리P에게는 그 거리감이 대륙 하나만큼 멀었지만 그래도 그는 한발 내딛었다.
디미트리P"내 모든 것을 앗아간 놈들을 용서했지. 하지만 그날 내가 용서한 자들에 나는 들어가 있지 않아. 계속 짊어지면서 나아갈 뿐이다."
마찬가지로 멈춰서있던 미쿠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말을 다하지 못하고 흐트렸다. 디미트리p 또한, 미쿠가 하려는 말이 일전 시키가 했던것과 같은 말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더 말하지 않고 동료들의 등을 향해 나아갔다.
키요미"음? 또 오셨나요? 딱히 돌아올 필요는 없는데 이번엔 무슨 일이신가요?"
아나스타샤는 방금 전 자기 프로듀서가 자행한 비리(?)가 들통났던 게 걸리는지 공손한 투로 키요미에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며 일행들을 이끌고 숙직실로 들어가는 키요미. 넓은 감찰과 사무실 한켠에, 그리고 일행은 레아가 점거했던 그 숙직실의 풍경을 보고 놀라거나 혹은 감탄했다.
키요미"아 역시 안계시네...."
어느새 컴퓨터와 핸드폰, 아X패드, 각종 전자기기, 핑크빛의 상품 등으로 도배가 되어 레아 전용의 방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키요미"레아씨... 보기보다 돈이 꽤 많은건지 자꾸 감찰부 쪽으로 이런 물건을 배송해온단 말이죠...... 하아."
늬바"쉿, 디마. 그 이상 말했다간 데미지를 입을거다."
디미트리P"...내가 사는 방보다 더 좋은 것 같은데?"
늬바"의지를 꺾지 않는 게 너답지만 기어코 말해서 데미지를 입는 너도 참..."
디미트리P"아니 뭐...놀랐을 뿐이다. 감시대상인데 잘도 규제를 피해 이렇게 방을 꾸몄다는 게 말야. 전자제품에 관해서는...내가 이걸 잘 알질 못해서 충격은 덜하구만."
늬바"하긴 핸드폰부터 업무용 노트북까지 가성비만 따지는 너니까..."
아카네p가 테이블에 놓여있는 아X패드를 슬쩍 쳐다보더니 살짝 부러운듯이 말했다.
디미트리p"너도 사지 왜."
아카네p"2세대 이전걸 들고있어서 애매해..... 그리고 성능이 엄청 좋아지긴 했는데 OS의 자체 제약 때문에 그 좋은 성능이 그냥 의미가 없거든."
디미트리p"돼지 목의 진주목걸이도 아니고 뭐냐."
아카네p"대충 그런거야. 지금 내걸로도 충분하니까 뭔가 계륵이지....."
아즈키"그러고보니 1시간 전쯤이었나? 레아쨩, 1층의 카페테리아에서 나나씨에게 아이스 코코아 주문하던데."
아카네p"주문? 말도 못하는데 어떻게?"
아즈키"잘그리더라구. 아이스 코코아."
미쿠"주문도 그림으로 하는거냥......"
아나스타샤는 핸드폰을 꺼내 터치스크린 위로 뭔가를 쓱싹쓱싹 그리더니 그것을 디미트리P에게 보여줬다.
아나스타샤"프로듀서, 이게 뭘로 보이나요?"
디미트리P"응? 어디..."
플라스틱 일회용 컵으로 보이는 잔에 빨대가 꽂혀있고 그 안에는 얼음을 동동 띄운 검은 액체가 들어있는 그 그림은 아메리카노나 코코아, 더블 에스프레소, 심지어는 까나리 액젓처럼도 보였지만 본 디미트리P는 방금전 레아에 관한 대화에서 코코아를 캐치해내 대답한다.
디미트리P"코코아 맞지?"
아나스타샤"нет, 이건 американо(아몌리까노)입니다."
디미트리P"...뭐가 다른거지..."
아나스타샤"그렇죠? 알아볼 수 있게 그림을 그린 레아나 알아들은 나나...둘 다 대단하네요."
늬바"까나리 액젓 아니였어? 요즘 예능에서 뜨겁던데."
디미트리P"아냐가 예능인인 줄 아는거냐."
미쿠"이쯤되면 역으로 보고싶어진다냥...."
아나스타샤는 의욕적으로 카페에 가는 길을 앞서서 일행에게 말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사색이 된 아즈키가 고개와 손을 절래절래 흔들며 강하게 부정했다.
아즈키"으와앗! 그런거 아니라구! 이번엔 아즈키는 결백하다구!"
키요미"지켜볼거에요?" 찌릿
미레이 "꽤 하나보넷… 이러니까 나도 궁금해지잖앗!"
나나"아, 어서오세요 여러분~"
나나"아, 아냐쨩! 그리고 다른 분들도!"
디미트리P"실례하겠습니다, 나나씨."
친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허물 없이 손을 크게 내저어 나나를 대하는 아나스타샤와 대조적으로 마치 연장자를 대하듯 약식이긴 하나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디미트리P, 그 덕에 나나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하는지 과부하가 온 듯 했다.
아나스타샤"아, 나나. 여기 혹시 레아, 와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