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렌은 웃으며 펼쳐보던 잡지를 접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전형적인 십대 소녀들을 위한 잡지였다. 핑크색에 화려한 커버는 어두운 사무실 안에서도 눈에 띌 정도였다. 카렌P는 방금 들고 온 서류 세장을 자신의 책상 위에 던진 뒤 파란색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후우... 10분 정도면 될 거 같아"
"헤에, 빠르네"
카렌은 그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프로듀서는 웃었다. 그리고 평상시처럼 스마트폰을 켰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 였지만 오후 뉴스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뉴스란은 이렇게 적혀있었다.
"3번째 亞人(아인)"
그는 대충 아인이란 존재에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다. '죽지 않는다' 그리고 이게 그가 아는 유일한 정보였다. 새로운 아인이든 뭐든 그는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곧바로 귀에 이어폰을 끼고 락을 들으며 문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빨라지는 타자 속도, 그에 비례하는 눈동자의 움직임은 그가 일에만 열중하고 있음을 잘 알려주었다. 결국 마지막 서류작성을 마친 그는 시계를 보았다.
8시 31분. 예상보다 4분가량 더 늦어졌다.
이어폰을 귀에 빼고 자리에 일어난 그는 그녀가 있던 곳을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미안, 약간 늦었네...."
하지만 그녀는 자리에 없었다. '또 숨바꼭질인가'라고 생각한 그는 피곤한 목을 손으로 만져주며 말했다.
"오늘은 숨바꼭질 하기엔 너무 피곤한걸?"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흐음. 알았어 찾아줄께"
라고 말하며 스마트폰의 후레시를 킨 그는 순간 굳어버렸다. 소파와 탁자사이 홀로 떨어진 구두는 새빨간 피처럼 붉어 그의 등을 소름끼치게 하였다. 천천히 굳었던 발을 떼며 그는 소파로 다가갔다.
"....카렌?"
얼마지나지않아 그는 보았다. 파르르 떨고있는 다리 한짝을, 그는 곧바로 그녀를 향해 뛰어갔다.
"카렌!"
그녀는 파르르 떨고 있었다.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게 이런 걸까'라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먼저 카렌의 얼굴을 보았다. 핏기가 거의 가시고 있었다. 곧바로 목에 손가락을 대 보았다. 맥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곧바로 가슴에 손을 대보았지만 역시나 박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지막히 움직이는 그녀의 입과 천천히 꺼져가는 눈동자는 말 그대로 애처로웠고 정말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아인이라는걸 안지 한 달이 지났다. 그때 당시의 패닉과 공포는 무뎌져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평소처럼 웃고, 떠들며 평화롭게 지냈다. 평소처럼 일하고, 뛰고, 깨지기도 했다. 그녀와 그는 그 사람에 만족하며 자신이 아인이라는 사실도 잊기 시작했다.
다만 그녀와 그의 사이는 조금 발전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와 그녀의 사이는 그렇게 깊은 사이는 아니였다. 그녀는 사춘기의 소녀로써 옷 잘입고 잘 생기고 멋있는 남성인 그를 좋아했지만 그는 그녀를 그저 자신이 돌봐야할 '아이돌'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일 이후로 그 둘의 사이는 무언가 미묘하게 변했다.
그녀는 그를 사춘기 소녀로써 좋아하지 않았다. 사랑했다. 그는 그녀를 더이상 그냥 아이돌로 보게 되지 않았다. 한명의 여자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5살 차이나 나니 그녀와 진지한 관계를 맺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그를 점점 사랑하게 되었다.
"자네가 맡고 있는 아이돌 중 하나가 아인으로 판명났네. 감시카메라에 찍혔거든. 그래서 그것과 관련되서 우리들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어제 이사회를 열었지. 그리고 그 결과, 효율성을 위해, 아인을 아이돌로 끌어안는 것 보다 실험체로 넘기는 것이 훨신 낫다는 결론이 나왔군. 그녀를 정부에 넘길 준비를 하도록"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철제 쓰레기통을 고급 벽걸이 TV로 던졌다. 파직 하면서 화면에 완전히 금이 간 TV를 보며 그는 바닥에 던져져 터진 맥주캔을 집었다. 그리고 다시 벽걸이 TV로 던지려는 순간 초인종이 눌렸다.
".....네, 나갑니다"
터져서 내용물이 다 흐르는 맥주를 싱크대에 대충 던지고 와인색 양복에 손에 묻은 맥주를 닦은 그는 흐트러진 머리와 옷을 정리 한 뒤 문을 열었다. 옆집에 살던 아가씨였다.
"죄송한데, 갑자기 시끄러워져서요"
그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벽걸이TV가 떨어져서..."
"아....네, 그럼....아무런 문제가 없는거죠?"
"....네,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짧은 대화는 끝났다. 그녀는 간단한 목인사를 하고 문 앞을 떠나버렸다. 그는 현관문을 닫고 소파에 앉아 다른 멀쩡한 맥주캔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차가운 맥주의 청량감을 느끼며 TV를 키려던 그는 방금 TV를 깨먹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리고 리모컨을 바닥에 대충 던지며 말했다.
"어쩌지"
그녀가 잡혀간다면 자신또한 아인이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 그녀를 못 믿는건 아니였지만 사람이란게 자기 자신이 믿기 힘든 존재라는걸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침실에 있는 침대 아래를 살피다 007가방를 꺼냈다. 먼지가 꽤나 낀 가방이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비밀번호와 지문인식으로 이루어진 잠금장치를 연 그는 안에 들어있던 지폐를 꺼내 확인했다.
"4000만"
가방 안에 들어있던 현금의 양이었다. 그가 따로 만들어 놓은 통장에는 1500만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쓸 순 없었다. 곧바로 의심을 사 추적당할 테니깐. 그래서 그는 자신이 예전에 얻은 이 4000만 밖에 쓸 수 없었다. 돈뭉치 아래 검은 철제 케이스에서 그는 작은 권총과 나이프를 꺼냈다. 무거운 쇠의 느낌이 그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느낌,
그에겐 결코 낯설지 않았다.
그는 미리 사놓은 1회용 휴대전화를 호주머니 안에 넣었다. 007 가방을 뒷 자석에 놓은 채로 미리 사놓은 대포차에서 내렸다.
2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괜찮아. 요즘엔 몸이 좋아져서"
카렌은 웃으며 펼쳐보던 잡지를 접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전형적인 십대 소녀들을 위한 잡지였다. 핑크색에 화려한 커버는 어두운 사무실 안에서도 눈에 띌 정도였다. 카렌P는 방금 들고 온 서류 세장을 자신의 책상 위에 던진 뒤 파란색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후우... 10분 정도면 될 거 같아"
"헤에, 빠르네"
카렌은 그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프로듀서는 웃었다. 그리고 평상시처럼 스마트폰을 켰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 였지만 오후 뉴스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뉴스란은 이렇게 적혀있었다.
"3번째 亞人(아인)"
그는 대충 아인이란 존재에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다. '죽지 않는다' 그리고 이게 그가 아는 유일한 정보였다. 새로운 아인이든 뭐든 그는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곧바로 귀에 이어폰을 끼고 락을 들으며 문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빨라지는 타자 속도, 그에 비례하는 눈동자의 움직임은 그가 일에만 열중하고 있음을 잘 알려주었다. 결국 마지막 서류작성을 마친 그는 시계를 보았다.
8시 31분. 예상보다 4분가량 더 늦어졌다.
이어폰을 귀에 빼고 자리에 일어난 그는 그녀가 있던 곳을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미안, 약간 늦었네...."
하지만 그녀는 자리에 없었다. '또 숨바꼭질인가'라고 생각한 그는 피곤한 목을 손으로 만져주며 말했다.
"오늘은 숨바꼭질 하기엔 너무 피곤한걸?"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흐음. 알았어 찾아줄께"
라고 말하며 스마트폰의 후레시를 킨 그는 순간 굳어버렸다. 소파와 탁자사이 홀로 떨어진 구두는 새빨간 피처럼 붉어 그의 등을 소름끼치게 하였다. 천천히 굳었던 발을 떼며 그는 소파로 다가갔다.
"....카렌?"
얼마지나지않아 그는 보았다. 파르르 떨고있는 다리 한짝을, 그는 곧바로 그녀를 향해 뛰어갔다.
"카렌!"
그녀는 파르르 떨고 있었다.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게 이런 걸까'라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먼저 카렌의 얼굴을 보았다. 핏기가 거의 가시고 있었다. 곧바로 목에 손가락을 대 보았다. 맥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곧바로 가슴에 손을 대보았지만 역시나 박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지막히 움직이는 그녀의 입과 천천히 꺼져가는 눈동자는 말 그대로 애처로웠고 정말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네 110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 순간 그는 무언가 끊어지는걸 느꼈다. 곧바로 고개를 돌리자 1초전까지 그나마 파르르 떨던 그녀의 육체가 완전히 정지한 것이었다.
"카렌..."
그는 손에 들고있던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앞에서 누군가 죽은 것은 처음이였다. 그는 손을 천천히 들어올리며 그녀의 얼굴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였다. 멈췄던 그녀의 육신이 크게 움직였다.
"하아....하아...."
그녀는 불규칙한 호흡을 내밷었다. 그것도 잠시 곧바로 규칙적인 호흡을 내밷기 시작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녀를 보며 그는 나지막히 말했다.
"亞人(아인)...."
한 3초간 서로 아무 말없이 있자 떨어뜨린 전화기의 스피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뭐요? 환자분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주세요"
그러자 그는 전화기를 집고 전파 너머 대원에게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누가 장난을 심하게 쳐서요. 진짜로 죽은 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곧바로 삑 하고 전화를 끊자 카렌은 작게 말했다.
"....내가....아인....?"
"....카렌"
"말걸지 말아줘!"
>>5 카렌의 패닉 판정
1~40(침착)-아무런 이상 행동도 취하지 않음
41~80(혼란)-이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음
81~100(패닉)-반드시 이상 행동을 취함.
"저기 프로듀서, 저거 보여?"
그녀가 말하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무언가가 자신의 뒤에 있음을.
"...이게 보여?..."
"엣"
카렌은 놀랐다. 자신은 난생 처음 보는 무언가가 보이는데 그녀의 프로듀서는 그 이전부터 알고있었다는 듯 말한 것이었다.
"...프로듀서는 저게 보였어?"
"...으음...난 아무도 안보인다 해서 그냥 일종의 정신병인..."
그 순간 프로듀서의 뇌리에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동안 아무도 자신이 보던걸 못보았다고 했다. 부모도 일종의 전신병이라 생각했었다. 본인도 그런줄 알고 그저 무시한채 살아왔다. 그런데 방금 아인이라는 존재가 확인된 그녀가 이 생물이 보인다고 했다.
즉.
"나도...."
"아인이였는가...."
라는 결론이 튀어나왔다.
물론 결과는 당연했다. 눈을 뜨자 화장실 천장에 튄 핏자국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썅"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피가 굳어 늘러붙은 칼을 집었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틀어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굳은 핏자국들은 그대로 사라졌고 자신의 몸도 깔끔해졌다.
"후우...."
그는 먼저 방에서 나와 깨끗해진 식칼을 식기 사이에 꽂아 놓은 뒤 소파에 앉았다. 뭔가 기묘함을 그는 느꼈다.
"진짜 사네"
죽음이란게 그렇게 짧을 줄이야. 그는 몰랐다. 옆에 가만히 서있던 검은 무언가에게 그는 말을 걸었다.
"여러모로 재미있네"
검은 무언가는 말이 없었다.
그는 모자를 쓴채 공원 한 구석 한적학 벤치 위에 앉아있었다. 분홍색 벗나무 아래서 폰을 만지작 거리던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 여성을 보았다. 호죠 카렌, 그의 아이돌이었다.
"뭐랄까... 안 믿어지네"
그녀가 처음 내 밷은 말이었다.
"뭐가?"
"평소랑 다를게 없는데..."
"어느 관점에서?"
"여러모로"
그녀가 그의 옆에 앉았다.
"몸이 강해진것도 아니고...."
"아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냐"
흐음, 이라고 그는 내밷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대로 자신들이 아인이라는걸 숨기고 산다면 어떨까. 사람이 사고로 죽을 수도 있지만 그럴 기회는 적다고 그는 생각했다. 더욱이 사람들 앞에서 말이다.
"도망치지말자"
그가 말했다.
"도망칠 수는 있어?"
그녀가 물었다.
".....아마"
그리고 들려오는 그의 기운 없는 목소리.
"일단 난 그대로 살고 싶어"
"나도"
"난 아직 고교생이야, 그리고 들키지도 않았어"
"그대로 숨기면서 살자"
"그럴꺼야"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울리는 휴대전화 벨소리가 그의 귀를 간지럽혔다.
"여보세요? 아 린. 그래 그럼 거기서, 응"
"약속 있었어?"
"아, 응 먼저 갈께"
그녀는 걸어왔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 14 판정 80 이상일 경우 Event☆
판정을 기다리며 잠을 잔다.
판정은 >>+1
자신이 아인이라는걸 안지 한 달이 지났다. 그때 당시의 패닉과 공포는 무뎌져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평소처럼 웃고, 떠들며 평화롭게 지냈다. 평소처럼 일하고, 뛰고, 깨지기도 했다. 그녀와 그는 그 사람에 만족하며 자신이 아인이라는 사실도 잊기 시작했다.
다만 그녀와 그의 사이는 조금 발전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와 그녀의 사이는 그렇게 깊은 사이는 아니였다. 그녀는 사춘기의 소녀로써 옷 잘입고 잘 생기고 멋있는 남성인 그를 좋아했지만 그는 그녀를 그저 자신이 돌봐야할 '아이돌'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일 이후로 그 둘의 사이는 무언가 미묘하게 변했다.
그녀는 그를 사춘기 소녀로써 좋아하지 않았다. 사랑했다. 그는 그녀를 더이상 그냥 아이돌로 보게 되지 않았다. 한명의 여자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5살 차이나 나니 그녀와 진지한 관계를 맺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그를 점점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이란게 뭘까"
"하아?"
나오는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이상하다는 펴정을 지으며 손에있던 '피규어'를 내려놓았다.
"사랑?"
"응, 사랑"
"아가페는 아니겠네"
린은 정확했지만 좀더 돌려 맗한 느낌이 났다.
"갑자기 사랑이라니..."
나오는 그렇게 말하며 카렌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열은 없는데"
"그런게 아니잖아"
카렌은 나오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나, 내 프로듀서를 좋아해"
나오는 굳었다.
"헤에, 그렇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린은 손에 든 콜라를 내려놓았다. 여전히 나오는 굳었다.
"흐음, 괜찮을까"
"아이돌이 연애하면 안되잖아. 계다가 사내연애인걸?"
나오는 여전히 굳어있었다.
"거절당하겠지?"
린은 다시 콜라를 입에 대며 말했다.
"물론"
그제서야 풀린 나오의 몸이 풀렸다.
"여여여여여연애라니...."
"어라? 나오의 반응이 이상한 걸?"
카렌은 슬그머니 나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뭐, 왜! 뭐!"
"티나네"
린도 나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오도 나오의 프로듀서 좋아하는 구나?"
나오는 또 한 번 굳었다. 다만 이번엔 빨개진 채로 말이다.
프로듀서는 평소처럼 일하던중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18 전화건 사람과 전화 내용.
"자네가 맡고 있는 아이돌 중 하나가 아인으로 판명났네. 감시카메라에 찍혔거든. 그래서 그것과 관련되서 우리들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어제 이사회를 열었지. 그리고 그 결과, 효율성을 위해, 아인을 아이돌로 끌어안는 것 보다 실험체로 넘기는 것이 훨신 낫다는 결론이 나왔군. 그녀를 정부에 넘길 준비를 하도록"
그는 다시 한번 되물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 그런 결론이 날 수 있는가.
"그런걸 당사자와 보호자의 합의도 없이..."
"도축장으로 끌려간다는데 누가 좋아하겠나?"
그녀의 차가운 대답. 그는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럼 일정 공백은..."
"그건 내가 감당할테니 자네는 내일 휴일인 그녀를 이 건물에 불러내기만 하게"
"그냥 숨길 수 도...."
"이봐"
그녀위 뼛속까지 차가우면서 현실적이고 냉정했던 대답.
"이건 일개 회사가 덮을 수 있는 문제가 아냐"
"그리고, 더이상 토를 건다면 자네의 발언도 신고하겠네"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 그는.
"네"
일단 굴복하고 말았다.
자신의 집에 도착한 그는 가장 먼저 눈에 띈 맥주 캔을 바닥에 던졌다.
"씨발!"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철제 쓰레기통을 고급 벽걸이 TV로 던졌다. 파직 하면서 화면에 완전히 금이 간 TV를 보며 그는 바닥에 던져져 터진 맥주캔을 집었다. 그리고 다시 벽걸이 TV로 던지려는 순간 초인종이 눌렸다.
".....네, 나갑니다"
터져서 내용물이 다 흐르는 맥주를 싱크대에 대충 던지고 와인색 양복에 손에 묻은 맥주를 닦은 그는 흐트러진 머리와 옷을 정리 한 뒤 문을 열었다. 옆집에 살던 아가씨였다.
"죄송한데, 갑자기 시끄러워져서요"
그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벽걸이TV가 떨어져서..."
"아....네, 그럼....아무런 문제가 없는거죠?"
"....네,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짧은 대화는 끝났다. 그녀는 간단한 목인사를 하고 문 앞을 떠나버렸다. 그는 현관문을 닫고 소파에 앉아 다른 멀쩡한 맥주캔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차가운 맥주의 청량감을 느끼며 TV를 키려던 그는 방금 TV를 깨먹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리고 리모컨을 바닥에 대충 던지며 말했다.
"어쩌지"
그녀가 잡혀간다면 자신또한 아인이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 그녀를 못 믿는건 아니였지만 사람이란게 자기 자신이 믿기 힘든 존재라는걸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침실에 있는 침대 아래를 살피다 007가방를 꺼냈다. 먼지가 꽤나 낀 가방이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비밀번호와 지문인식으로 이루어진 잠금장치를 연 그는 안에 들어있던 지폐를 꺼내 확인했다.
"4000만"
가방 안에 들어있던 현금의 양이었다. 그가 따로 만들어 놓은 통장에는 1500만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쓸 순 없었다. 곧바로 의심을 사 추적당할 테니깐. 그래서 그는 자신이 예전에 얻은 이 4000만 밖에 쓸 수 없었다. 돈뭉치 아래 검은 철제 케이스에서 그는 작은 권총과 나이프를 꺼냈다. 무거운 쇠의 느낌이 그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느낌,
그에겐 결코 낯설지 않았다.
그는 미리 사놓은 1회용 휴대전화를 호주머니 안에 넣었다. 007 가방을 뒷 자석에 놓은 채로 미리 사놓은 대포차에서 내렸다.
"차 바뀌셨군요"
주차장 경비원이 말했다.
"네, 기름을 너무 많이 먹어서요."
그는 그렇게 말하곤 그들과 만나기로 했던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와 다를바 없는 그녀였다. 다만 그녀는 평소와 달랐다.
"머리 잘라봤어. 어때?"
'이뻐'라고 그는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무언의 압박감, 절망감, 그리고 사명감이 그의 목을 죄었다. 그는 느꼈다. 저런 그녀의 미소도 이젠 안녕이겠지, 라고.
"말이 없네?"
그재서야 그는
"아, 어, 응"
라고 말한 뒤 조용하 그녀를 따라오게 했다.
"오늘 이상해 프로듀서"
"아, 미안 요즘 일이 바빠 피곤해서"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그 말에 위화감을 느꼈다.
"헤에, 평소엔 그런말 안하더니만..."
"미안"
그는 그 한마디 밖에 내밷을 수 없었다. 약속한 방에 다다르자 그의 심장이 뛰었다. 저 문 안에는 도대체 몇명이 있을까, 누가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마음이 그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윽고 문 손잡이를 잡았지만 그는 돌리지 못했다. 이 문 너머로 무언가가 있긴 있을거란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4 1. 카렌의 손을 잡고 튄다. 2. 일단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