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P에게 전해줘야 할 물건이 있었죠. 여기, 오늘 분량의 숙제예요."
"오. 고마워, 츠무기."
"별 말씀을요. 이런건 옆자리에 앉은 짝꿍으로서 당연히 챙겨줘야 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어째서 그걸 우리집에 오고 난지 몇 시간이 지내서야 꺼내는 건데?
너처럼 똑부러지는 애가 여태껏 까먹고 있었을 리는 없고.
아마도 같이 있을 핑계겠지.
"기왕 집에 왔으니, 같이 하도록 할까요? 감기에 걸린 상태로 혼자 숙제를 하려면 꽤 힘드실 테니까요."
속셈이 뻔하다고, 츠무기.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
감기에 걸린 상태라서 힘든 것도 사실이고, 츠무기가 숙제를 도와준다면 편한 것도 사실이니까.
"오호? 그럼 아카네쨩도 이 좋은 기회에 동참하여 P쨩과 츠무링에게 도움받아서 아카네쨩의 숙제를 끝내보도록 할까나~?"
"자기 숙제는 직접 해야 하는..."
"하아... 네. 같이 하죠. 최대한 빨리 아카네 부장의 숙제를 끝내드리도록 하죠."
잠깐만, 츠무기. 그거 빠르게 아카네를 돌려보내고 말겠다는 선언이지? 그렇지?
"Roco도 P 선배와 다른 분들께 도움받아서 Roco의 Homework를 Complete시키겠어요!"
"에에? 그 숙제, 미술 숙제잖아? 아카네쨩이 알기로는 그랬던 것 같은데? 아무리 우리 셋이라고 해도 그 숙제는 무리라고?"
"저도 미술 쪽은..."
"하지만 어느 정도 영감을 준다던가, 그럴 수는 있지 않을까요? 저는 로코 씨를 도와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스, 마카베.
아카네와 츠무기가 로코를 떼어놓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뭐하니, P. 시라이시 바래다주렴."
"...엄마."
"말 안 들리니?"
"......"
츠무기의 집 앞.
"미안."
우선은, 엄마의 태도를 사과하자.
내 잘못도 어느 정도는 있으니까.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뭔가, 어디서 들어본 대화 같은데.
하아... 엄마는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그 일은 츠무기의 잘못이 아닌데, 대체 왜.
"...들어가 봐."
"저기..."
"왜 그래?"
"잠깐 쉬다 가지 않으실래요?"
나쁘지는 않겠지.
츠무기와 천천히 대화하다보면 엄마에게 츠무기에 대한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떠오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리고 츠무기는 괜찮다고 했지만, 좋아하는 사람의 어머니에게서 자신을 부정당했으니 마음이 아플 거야.
잠깐이나마 같이 있어준다면... 도움이 될 테니까.
"그래. 잠깐 신세 좀 질게."
"여전히 누추하지만, 들어오세요."
츠무기의 말 그대로 여전히 비어있는 집.
난방도 켜지 않아 추운 집 안이 차가운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느낌이야.
...웃었네, 츠무기.
그래. 오늘은 츠무기의 외로움을 달래주도록 하자.
상처받은 친구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그 전에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물론 그 전에 허락을 받아야겠지만."
"아주머님에게서... 말인가요?"
"응."
보나마나 허락해주지 않겠지만, 나도 생각이 있단 말이지.
"아무튼 츠무기네 집에서 자고 가려고."
[안 돼. 당장 돌아와.]
역시 생각대로인가.
그렇지만 허락해주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는 이상, 나도 물러설 수는 없어.
엄마에게는 미안하지만.
"하지만 이미 시간이 늦었잖아. 그리고 지금 감기 때문에 집까지 가기 힘들단 말이야."
[엄마가 왜 이러는지 알잖니. 핑계대지 말고 어서 돌아와.]
"왜 그러는지 아니까 이러는 거야. 난 괜찮다고."
[하아... 좋아. 맘대로 하렴. 지금 네 고집을 꺾어봐야 뭐하겠니.]
[집에 돌아오면, 그 때 다시 이야기하자. P.]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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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맛은 아카네 것이 더 좋다.
"제 것도 있습니다. ...맛있으려나."
"둘 다 고마워. 잘 먹을게."
둘이서 따로 요리했던 거야?
일단 마카베의 것은 꽤 정상적으로 보이네.
그런데 아카네 쪽은...
"아카네."
"응?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뭔가 잔뜩 들어가있는데. 색깔도 좀 탁하고.
이거 먹어도 괜찮은 건가?
일단 마카베가 만들어준 것부터 먼저 먹어야겠다.
"음... 맛있는데."
"...감사합니다."으쓱
응? 뭐야.
설마 우쭐해하는 건가?
얼굴은 무표정인데, 몸짓은 전혀 그렇지를 않다니.
예전부터 생각하긴 했지만 꽤 재밌는 녀석이라니까, 쟤도.
"그럼 이제 아카네쨩의 죽을 먹어볼 차례네?"
"잠깐만. 일단 이것부터―"
"문답무용!"
"흡!"덥석
말하는데 숟가락을 쑤셔넣는게 어딨냐!
...음?
"뭐야? 엄청 맛있잖아, 이거."
마카베가 만들어준 것보다 훨씬 맛있는데?
맛없을 것처럼 생겼는데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 거지?
"그 얼굴, 아카네쨩의 요리 실력에 놀라셨구만? 아카네쨩은 P쨩의 입맛을 잘 알고 있으니까, P쨩의 입에 맞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쯤은 간단하다는 말씀! 어때? 깜짝 놀랐어?"
"솔직히 말해서, 좀 놀랐어."
네 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으니까.
"자, P쨩. 먹여줄 테니까 어서 아~ 하라고?"
"돼, 됐어. 내가 알아서 먹을 거야."
물론 나도 아카네가 먹여줬으면 하지만...
신경 쓰인다고, 마카베가.
"저는 잠깐 나가 있을 테니 신경 쓰지 말아주시길."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신경 안 쓸 수 있겠냐고.
...잠깐만. 마카베 얘 눈치 꽤 빠르잖아?
쓸데없는 게 드러나지 않도록 행동을 좀 조심할 필요가 있겠어.
그나저나 뭔가 문 밖이 시끄러운데.
설마 누가 온 건 아니겠지.
"P 씨. 로코 씨와 시라이시 씨가 찾아왔..."
"사양 말고 드시라!"
"흡."답싹
"......"
"......"
......하?
이 타이밍에... 너희가 왜 여기 있어?!
마카베가 나갔던 이유는 설마 쟤네들 때문이었던 건가?
"늦었잖아, 둘 다~"
아카네 이 녀석, 설마 둘이 오는 걸 알고 일부러?
>>+3 다음 상황.
"...뭘 하고 계시는 건가요."
"보다시피 죽을 먹여주고 있잖아?"
"......"
"......"
...어색해.
어색한 둘과 천연덕스러운 아카네 사이에 끼어 있으니까, 정말 어색해 죽겠어.
도망치는 게 좋으려나?
아니, 잠깐만. 여기 내 집이잖아.
게다가 여기서 움직이면 더 관심받게 될 것 같은데.
어째야 돼...?
"...합."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카베의 손에서 튀어나오는 꽃다발.
"우왓!"
"Magic...?"
"......"머-엉
방금 그거, 마술이지?
"자, 여러분. 그럼 모두 모였으니, 카드 게임이라도 할까요?"
마카베의 제안으로 시작된 카드 게임.
"으겍! 왜 하필!"
"아무래도 아카네가 Joker를 Pick한 모양이네요? 맞나요, 미즈키?"
"...그것은 톱 시크릿입니다."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니. 상당한 강적..."
이렇게 간단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니, 대단하네.
나는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 하는데.
계속 이렇게 평화로우면 좋겠다...
>>+3 다음 상황.
어지러워서 넘어지려다가 미즈키가 잡아준다
이대로로 가다간 져 버린다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P의 안색을 살피던 아카네가 망설임 없이 조커를 뽑아버린다.
이대로 아카네의 패배-
아카네 「그럼 패배자는 무슨 벌을 받아야 해?」
아카네에게 남은 카드는 조커와 다른 카드 한 장뿐.
아마도 이게...
"으아아악!"
"아무래도 P가 조커를 뽑으신 모양이네요."
"P 씨는 표정을 잘 못 숨기시는 것 같은데, 이대로 가다가는..."
다른 카드를 뽑았어야 했어!
왜 하필 이걸 뽑아서는!
"이제 아카네쨩의 차례인가나?"
"어느게 조커일까? 이거일까? 저거일까~?"
피말리는 선택.
이대로 가다간 정말 져버릴지도 몰라!
"이게 정답이려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내 표정을 살피던 아카네가 망설임없이 뽑아든 카드는 내가 가지고 있던 조커.
이대로 조커가 아닌 다른 카드를 뽑으면 내 승리.
역전할 수 있어!
"이거다!"
"맞췄네, P쨩."
"그럼, 패배자는 무슨 벌을 받아야 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카네.
"아카네. 벌칙게임을 할 거였다면 시작할 때 말했어야지."
"왜? 패배자는 벌을 받아야지? 게임이잖아?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잘 버텨낸 P쨩이 아카네쨩에게 벌칙을 선언하면 되는 거라고."
"잠깐만요. 보통 벌을 정해주는 사람은 1등이 아니었던가요. 아카네 부장."
벌칙보다 그 쪽에 먼저 태클을 거는 거야?
이해가 안 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핀트를 잘못 잡은 것 같다고, 츠무기.
"그런 법칙은 재미 없는걸?"
"애초에 그 규칙은 부장 마음대로 아닌가요?"
"츠무링은 여전히 빈틈이 없단 말이지~"
아카네와 츠무기의 눈 사이에서 전류가 튀는 것 같다면, 눈의 착각일까.
"그럼 Restart하는건 어때요?"
"확실히, 그렇게 한다면 문제는 없겠죠."
"에에? 하지만 이번 게임이 중요한 거라고!"
"나는 찬성."
속 보여, 아카네.
네 속셈대로 되게 두지는 않겠어.
물론 지금 상황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문제가 좀 있으니까.
정정당당하게 하자고. 정정당당하게.
"저도 찬성이에요. 규칙을 새로 짜서, 다시 하도록 하죠."
"칫."
>>+1 벌칙을 주는 사람
>>+2 벌칙을 받는 사람
>>+3 벌칙 내용
"하아... 그래. 내 패배네."
게임의 결과는 이전 게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1등은 역시나 마카베.
마지막까지 남았던 사람은 나와 츠무기.
결국 패배한 사람은 나.
"꼴등이 받을 벌칙을 1등이 지정하는 거였지?"
"네. 아카네의 Rule에 의하면 P 선배가 Punishment를 Take하셔야 해요."
그래도 뭐, 마카베니까.
다른 애들처럼 뭘 해달라거나 하는 곤란한 벌칙은 안 주겠지.
"좋아. 벌칙을 말해봐, 마카베."
"네. 제가 P 씨에게 내릴 벌칙은... 두구두구..."
"바로 '고백', 입니다."
"...어?"
고백이라니, 그건 또 무슨 벌칙이야.
너만은 안전할 줄 알았는데 너도 지뢰였냐, 마카베!
"고백이라니, 누구한테?"한숨
"그야 당연히..."
>>+3 누구에게?
고백이라고는 해도, 전 판에 아카네가 능글거리며 P의 조커를 뽑은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재앵커, +1
사, 사랑하는 사람?
다른 애들이 보고 있는 이 앞에서?
차라리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했거나 아직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둘러댈 수라도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내 마음을 정한 상태고, 그 마음을 속이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나머지 둘은?
내가 지금 여기서 고백해버린다면 나머지 둘에게 심각한 짓을 저지르는 거잖아.
...역시, 벌칙은 어떻게든 피할까.
>>+3 다음 상황.
두 사람에게 충분히 이야기도 해야 하고, 내 마음도 더 강하게 먹어야 하고.
그나저나 사랑하는 사람이라...
P의 어머님 「어머, 아들. 무슨 일이니?」
P 「사랑해요, 엄마!」
@사랑하는 것도 맞고 고백도 맞으니까요.
이렇게 떠밀리듯 고백해서는 안 된다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아카네만 있는 건 아니잖아.
츠무기도, 로코도 있어.
그런데 아무런 말 없이, 갑자기 아카네에게 고백한다?
그건 두 사람의 마음을 짓밟는 일밖에 안 된다고!
그나저나 사랑하는 사람이라...
대체 이 벌칙을 어떻게 피해야 하지?
"아들, 엄마 왔다."
"......!"번뜩
그래!
"아들. 무슨 일이니? 신발이 많은데?"
"사랑해요, 엄마!"
아주 완벽한 해결책이었어!
이걸로 이 벌칙은 넘길 수 있겠지!
고마워요, 엄마. 타이밍 좋게 돌아와줘서.
"그렇게 벗어나기인가~ 뭐, 잘 생각했네."
"얘, 얘는? 갑자기 무슨... 어머나? 아카네 아니니? 오랜만이구나."
"안녕하셨어요?"
"다른 애들은 누구니? P의 친구?"
"응. 같은 동아리 부원들. 오늘 병문안 와줬어."
"마카베 미즈키라고 합니다. P 씨와 같은 학년이에요."
"Roco는 Roco라고 해요! 이걸로 First met이네요!"
한 차례의 자기소개 시간이 찾아왔다.
로코가 열정적으로 보였던 것은 분명 기분 탓이 아니겠지.
"최근에 P와 같은 학교로 전학온 시라이시 츠무기라고 합니다. 잘 부탁... 아주머님?"
"시라이시... 츠무기?"
...아차.
츠무기에 대해서는 엄마한테 제대로 말한 적 없었지.
어머니가 츠무기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이라곤 본의아니게 괴롭힘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과 최근에 우리 학교로 전학왔다는 것 뿐인데.
"저... 무슨 문제라도...?"
"아, 아냐, 아냐! 마음껏 놀다 가렴!"
괜한 일 생기지 않도록 엄마한테 제대로 설명하는게 좋겠어.
>>+3 다음 상황.
슬며시 묻는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츠무기가 확실하게 시무룩해 하는것이 보인다.
츠무기 : 역시 저는... 그렇게 느껴지겠죠...
심히 네거티브 한데...
어머니가 방을 나가자마자 시무룩해지며 텐션이 떨어진 츠무기.
"괜찮아. 내가 잘 설명드릴 테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그녀를 달래주는 것밖에 없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의 방법일 것 같네.
다른 애들이 나만큼 그녀를 효과적으로 달래줄 수 없는 상황이니까 말이야.
"네... 감사합니다."
...전혀 감사 인사를 들을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따지고보면 내가 엄마에게 츠무기 너에 관해서 제대로 말해두지 않은 탓이잖아.
그러니까 네가 내게 감사해할 이유는 없지. 내가 너에게 미안해할 이유라면 있어도.
참... 어색한 상황이네.
>>+3 다음 상황.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엄마가 다과를 준비해왔다.
"와호! 마침 출출했는데! 이건 잘 먹겠습니다요~"
"감사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아주머님. 맛있어 보이네요. ......꿀꺽."
감기에 걸려서 그런지 입맛이 영 없네.
나는 조금만 먹어야겠어.
"이 Snack의 Color에서 뭔가 Inspiration이 떠오를 것만 같은..."
"P 씨는 안 드시나요?"
"감기 때문에."
어차피 입맛이 없으니 다시 침대에 가서 눕자.
추워...
"그래서, 누가 네 여자친구니?"소곤
침대에 가서 누군 나에게 속삭이는 엄마.
다른 애들에게는 안 들리게 말하려고 했던 것 같지만...
아무래도 모두 이 쪽을 보고 있는 모습이 전부 다 들은 것 같다.
"나, 나 사귀는 사람 없어!"소곤
"정말이니?"
"정말이지! 내가 왜 거짓말을 해!"
대체 왜 그런 다 안다는 표정으로 보는 거냐고!
아, 정말. 가뜩이나 감기 걸린 사람한테 열 오르게 하지 마...
얼굴이 뜨거워...
>>+3 다음 상황.
모두들 제각기의 집으로 돌아가는데, 로코만이 중간에 할 말을 빼먹었다는 듯이 다시 P에게로 온다.
왜 다시 돌아왔냐는 말에, 로코가 잊은 것이 있다며-
P에게 기습적으로 키스한다.
P를 제외한 누구도 말은 안해도 이미 서로를 조심스럽게 견제중
이곳은 다른곳도 아닌 'p의 집'이니까
"......"
"......"
말 없이 과자만 먹고 있는 네 사람.
마카베는 다른 사람들이 대화를 하지 않아서 덩달아 말이 없어진 것 같지만, 나머지 셋은...
서로를 흘깃 쳐다보질 않나 빤히 바라다보질 않나.
정말 소리 없는 전쟁터가 따로 없네.
"그, 그런데 말이야, 너희들은 언제쯤 돌아갈 거야?"
"글쎄요."
"저는 시간이 많기에. 과자, 맛있는데 정말 안 드실 건가요?"
아무래도 아직 넷 다 갈 생각이 없는 것 같네.
하긴, 내 집이니까.
적어도 세 명은 '먼저' 나가고 싶지 않겠지.
그래서 이렇게 신경전을 펼치는 건가...?
>>+3 다음 상황.
"오. 고마워, 츠무기."
"별 말씀을요. 이런건 옆자리에 앉은 짝꿍으로서 당연히 챙겨줘야 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어째서 그걸 우리집에 오고 난지 몇 시간이 지내서야 꺼내는 건데?
너처럼 똑부러지는 애가 여태껏 까먹고 있었을 리는 없고.
아마도 같이 있을 핑계겠지.
"기왕 집에 왔으니, 같이 하도록 할까요? 감기에 걸린 상태로 혼자 숙제를 하려면 꽤 힘드실 테니까요."
속셈이 뻔하다고, 츠무기.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
감기에 걸린 상태라서 힘든 것도 사실이고, 츠무기가 숙제를 도와준다면 편한 것도 사실이니까.
"오호? 그럼 아카네쨩도 이 좋은 기회에 동참하여 P쨩과 츠무링에게 도움받아서 아카네쨩의 숙제를 끝내보도록 할까나~?"
"자기 숙제는 직접 해야 하는..."
"하아... 네. 같이 하죠. 최대한 빨리 아카네 부장의 숙제를 끝내드리도록 하죠."
잠깐만, 츠무기. 그거 빠르게 아카네를 돌려보내고 말겠다는 선언이지? 그렇지?
"Roco도 P 선배와 다른 분들께 도움받아서 Roco의 Homework를 Complete시키겠어요!"
"에에? 그 숙제, 미술 숙제잖아? 아카네쨩이 알기로는 그랬던 것 같은데? 아무리 우리 셋이라고 해도 그 숙제는 무리라고?"
"저도 미술 쪽은..."
"하지만 어느 정도 영감을 준다던가, 그럴 수는 있지 않을까요? 저는 로코 씨를 도와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스, 마카베.
아카네와 츠무기가 로코를 떼어놓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저기... 두 분? 어째서 저를 째려보시는 건지..."
"응? 아카네쨩이 그랬다고?"
"......"홱
우와아... 살벌하네, 이거.
한순간이지만 분명 저 둘, 마카베를 째려봤었지.
따스한 시선으로 마카베를 바라보는 로코랑 엄청 대비되는 장면이었어.
제발 오늘은 평화로웠으면...
>>+3 다음 상황.
원래 마카베 양은 로코 양을 '한다 씨'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뭐, 여기서는 아직 성을 모른다는 것으로...
미술 숙제를 끝내고서도 계속 있던 로코.
수학은 자신있다면서 아카네와 나를 도와주었던 마카베.
그리고 아카네.
"다 돌아갔네."
"그렇네요."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츠무기.
혼자 사니까, 자신을 부를 사람도 없겠지.
타임 리미트가 없다는 건가.
"츠무기는 언제 돌아가려고? 곧 해도 지는데."
지금은, 직접적으로 물어보자.
"돌아가봐야 할... 까요?"힐끔
"글쎄? 더 있고 싶다면 있어도 괜찮아."
"휴우..."
안심한 것처럼 보이네.
"...P."
"왜? 츠무기."
"P의 어머님은... 저를 좋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모양이네요."
"내가 제대로 설명을 못 드려서 그래. 네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은 엄마도 알고 있지만..."
그걸 알고 있어도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겠지.
자식의 아픔을 아는 엄마니까.
"...제가 설명드려도 괜찮을까요?"
"츠무기 네가?"
"네. 제가 직접 해명하고 싶습니다."
...괜찮겠지.
"알겠어."
>>+2 해명에 대한 P母의 반응
>>+3 다음 상황
츠무기는 천천히 입을 열어, 모든 것을 설명했다.
일의 정확한 경위부터 나와 나누었던 이야기까지, 정말 모든 것을.
"아무리 그래도 너와 P가 같이 있는 것에는 반대야. P한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거라고."
"엄마!"
"역시... 그렇겠죠."
어째서 설명을 들었는데도 그러는 거야!
하아... 여기서는 내가 나서서 엄마에게 제대로 말할 수밖에.
>>+1~3
1. 하지만 엄마, 그건 과거의 일일 뿐이잖아.
2. 하지만 저는 P를 좋아한다고요.
"하지만..."
츠무기?
"하지만 저는 P를 좋아한단 말이에요..."
"......"
표정, 읽을 수가 없네.
엄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알고 있었니?"
무거워진 목소리로 나에게 질문하는 엄마.
"하아..."한숨
그 질문에 맞춰 정직하게 고개를 끄덕거리자 터져나오는 한숨.
저 한숨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에 대한 마음을 고백한 츠무기를 향한 한숨일까, 나를 향한 한숨일까.
>>+3 P母가 할 말.
"...엄마."
"말 안 들리니?"
"......"
츠무기의 집 앞.
"미안."
우선은, 엄마의 태도를 사과하자.
내 잘못도 어느 정도는 있으니까.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뭔가, 어디서 들어본 대화 같은데.
하아... 엄마는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그 일은 츠무기의 잘못이 아닌데, 대체 왜.
"...들어가 봐."
"저기..."
"왜 그래?"
"잠깐 쉬다 가지 않으실래요?"
나쁘지는 않겠지.
츠무기와 천천히 대화하다보면 엄마에게 츠무기에 대한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떠오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리고 츠무기는 괜찮다고 했지만, 좋아하는 사람의 어머니에게서 자신을 부정당했으니 마음이 아플 거야.
잠깐이나마 같이 있어준다면... 도움이 될 테니까.
"그래. 잠깐 신세 좀 질게."
"여전히 누추하지만, 들어오세요."
츠무기의 말 그대로 여전히 비어있는 집.
난방도 켜지 않아 추운 집 안이 차가운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느낌이야.
>>+3 다음 상황.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앵커는
집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 한기랄지, 어색한 차가움이 그들을 강타한다. 말이 없던 츠무기가 차라도 내와야 했다는 것을 깜빡했다는 듯이 말하며 일어서다가 p에게 몸을 겹친다.
p: "이거 데이트신청이야?"
얼굴이 빨개지는 츠무기 그리고 수줍게 끄덕인다
오히려 한기와 어색한 공기가 나와 츠무기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듯한 느낌.
차가운 집 안에서, 우리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춥지는 않으신가요? 감기에 걸리셨다는 것을 진작 생각했어야 했는데. 차를 내올테니 편하게 계세... 우와앗!"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츠무기의 자세가 한순간 무너지며 그녀의 몸이 나에게 안겨져왔다.
소설이나 만화의 주인공에게나 생길 법한 일이잖아, 이건.
"......"
"......"
서로 얼굴을 붉힌 채 다시 어색해진 분위기.
이런 분위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분위기를 돌릴 방법을 전혀 모르겠어.
"P."
다행히도 츠무기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 걷혀졌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걸.
가장 무안한 쪽은 츠무기일 텐데, 그녀에게 이런 역할을 맡겨버리다니.
"곧 있을 학교 축제에서... P와 같이 있어도 될까요?"
"그거 데이트 신청이야?"
재차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끄덕이는 츠무기.
이젠 이런 생각 하면 안 될 것 같지만... 귀엽네.
그나저나 축제라. 내가 그 때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일단 지금 당장은 거절하기 힘들지.
츠무기, 말은 안 해도 꽤나 힘든 상태일 테니까.
"생각해볼게."
대답은, 미뤄두자.
"......네."
"차, 내왔어요. 난방도 켜 놓았으니 곧 따뜻해질 거예요."
"고마워."
추웠는데 잘 됐네.
"......P."
나를 어둡게 부르는 츠무기.
이번에는 어떤 말을 꺼내려고 하는 걸까.
왜 저렇게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을 거는지 도통 짐작이 되지 않는다고.
"자고... 가지 않으실래요?"
"......"
...어려운 부탁이네.
분명,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이러는 거겠지.
불안한 걸까.
>>+3 P의 대답.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아직 학생이고, 나는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걸.
아직 다른 애들을 향해서도 마음을 정해야 하는데, 그런 관계는 가질 수 없지.
"네?"
"......아!"화아악
어라?
반응이 왜 이렇지?
설마 내가 착각한 건가?
"다, 다, 당신은 바보입니까!"
전에도 들어본 말... 이네.
"친구로서! 외로워서! 자고 가라는 말이었는데! 당연히 그런 일이 아니라고요!"
"아... 그... 미안."
>>+1~3
1. 자고 간다.
2. 그래도 역시 자고 가는건 안 될 것 같다.
설마 그 쪽으로 해석하셨을 줄이야...
"감사합니다. 오늘은... 외롭지 않게 잠들 수 있겠네요."
...웃었네, 츠무기.
그래. 오늘은 츠무기의 외로움을 달래주도록 하자.
상처받은 친구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그 전에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물론 그 전에 허락을 받아야겠지만."
"아주머님에게서... 말인가요?"
"응."
보나마나 허락해주지 않겠지만, 나도 생각이 있단 말이지.
"아무튼 츠무기네 집에서 자고 가려고."
[안 돼. 당장 돌아와.]
역시 생각대로인가.
그렇지만 허락해주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는 이상, 나도 물러설 수는 없어.
엄마에게는 미안하지만.
"하지만 이미 시간이 늦었잖아. 그리고 지금 감기 때문에 집까지 가기 힘들단 말이야."
[엄마가 왜 이러는지 알잖니. 핑계대지 말고 어서 돌아와.]
"왜 그러는지 아니까 이러는 거야. 난 괜찮다고."
[하아... 좋아. 맘대로 하렴. 지금 네 고집을 꺾어봐야 뭐하겠니.]
[집에 돌아오면, 그 때 다시 이야기하자. P.]
"응."
좋아. 허락은 얻어냈어.
"괜찮으신가요? 그렇게까지 하시면서 자고 가실 필요는..."
"난 괜찮아."
외로워하는 사람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곁에 있어달라고 하는데, 두고 갈 수는 없잖아.
>>+3 다음 상황.
심지어 일단 나갔다 온 츠무기는 씻어야 되기까지도 하는데...
츠무기는 별 신경 안 쓰고 목욕하러 들어가버렸다.
어떻게 해야되지...
츠무기가 자고 가라고 한 말이 '친구로서' 한 말이라는걸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네.
혈기왕성한 사춘기 특유의, 그, 상상력이 자꾸만 이상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
특히 지금처럼 목욕을 하겠다면서 욕실로 들어간 상황에서는 더더욱!
목욕하는 츠무기라던가...
"하아... 난 뭘 신경 쓰는 거냐고, 정말."
변태같아.
자괴감들어.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
일단 방도 따뜻해졌으니 누워나 있자.
누워서 다른 생각을 하는 거야.
다른 생각을.
>>+3 다음 상황
모르는 P
놀란나머지 뛰어들어가는 p
그리고 보이는건...
키* 요*카게: 후후후 상스럽게도 「발*」해버렸답니다.
"꺄아아악!"
뭐, 뭔 소리야?!
욕실 쪽에서...
츠무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츠무기! 무슨 일이야!"
내가 본 것은, 욕실에서 넘어져 있는 츠무기.
목욕을 마치고 나서 넘어졌는지 다행히도 수건을 두르고 있어 보이지 말아야 할 곳은 안 보였지만, 넘어진 탓에 수건이 흐트러져서 노출된 살결이...
"뭐..."
"뭘 보고 있나! 퍼뜩 나가래이!"
"미안!"
욕실에서 바삐 나와 생각해보니까, 노크 정도는 하고 들어갔어야 했던 것 같아.
혹시 이상한 오해라도 생긴다면 어떻게 하지?
츠무기와는 좋은 친구로 남고 싶다고.
"하아..."
젠장, 방금 본 광경이 눈 앞에 어른거려.
>>+3 다음 상황.
그야, 모두가 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걸.
"그만!!!!"
"그만!"
"좀 전의 이야기는... 꺼내지 말자고요. 서로 창피할 뿐이니까."화아악
"...미안."화아악
사과하려고 꺼낸 말이었는데, 차라리 안 꺼내는게 나았을 것 같네.
나도 참 바보같지. 그걸 언급하면 저런 반응이 나오는게 뻔하잖아.
이제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하려나.
"저기, 츠무기."
"네?"
"문화제 준비라던가, 오늘의 부활동이라던가는 어땠어?"
보나마나 평소대로의 우리 동아리였겠지만, 지금은 이런 걸로라도 화제를 돌려야 해.
안 그러면 또 이상한 생각이 들 것 같단 말이야.
"오늘의 부활동은..."
">>+3."
"그저 다른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인형을 만들고, 배치하고...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도 없는, 그런 평범한 하루였죠."
나를 보며 아쉬운 듯이 말하는 츠무기.
어쩌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고 한 이유는 내가 없어서였을지도.
"그렇지만 오늘 하루 자체는... 나쁘지 않네요."
"내가 있어서?"
"무, 무슨!"화악
아무런 생각 없이 한 말에 얼굴을 붉히는 츠무기.
"...트,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푸흣."
"웃지 마세요!"
미안. 웃음이 절로 나왔어.
부끄러워하는 츠무기는 귀엽구나.
그래도 일부러 괴롭히면 안 되겠지.
>>+3 다음 상황.
늦어지면 스토리가 꼬이는데...
츠무기: 그럼 P도 슬슬 씻고 오시는 게 어때요?
이 말이 어쩐지 야하게 들려서 곤란하다.
"나, 나?"
"네. 남의 집이라고 불편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런 말을 들어도 곤란할 뿐이거든?!
그게, 그, 그 말이 어쩐지 야하게 들린단 말야!
거기에 남의 집이란걸 자꾸 의식하게 되어버릴 테고, 거기다가 여자애가 혼자 사는 집...
...나 뭔 생각을 하는 거냐고, 진짜!
"돼, 됐어."
"혹시 제가 신경 쓸까봐 그러신다면 전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네가 아니라 내가 문제라고, 내가!
왜 이런 남성들의 생리를 몰라주는 건데...
다른 면에서는 똑부러지면서.
"끄응..."
>>+3 다음 상황.
욕조에 담긴 물을 보니 더더욱 착잡해진다.
...이럴거면 차라리 먼저 씻게 해주지-! 라며 소리없이 불평해보지만...
하아, 알았어, 알았어.
목욕하면 될 거 아냐.
"......"
이걸 어쩐다.
츠무기의 압박 때문에 목욕하러 들어오긴 했지만...
욕조에 담긴 물을 보니까...
"...분명 여기서 츠무기가 목욕했던 거지."
더 착잡해진다고.
게다가 물, 미리 받아놨잖아?
처음부터 목욕시킬 생각이었구만.
이럴 거라면 차라리 먼저 씻게 해주지 그랬어...
뭐, 그래도 기왕 이렇게 된거, 몸이나 담궈볼까.
"하아..."
"따뜻하니 좋네."
감기 때문에 힘든 몸이 데워지니까 조금 편안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날 배려해준 걸지도 모르겠네.
"......"
젠장. 츠무기랑 같은 욕조라는 생각이 왜 자꾸 나는 거야.
>>+3 다음 상황.
이거 어떻게 하지...
찝찝하지만 일단 입었던 옷을 다시 입을까...
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대책없이 세탁기에 빨아버린 츠무기. 츠무기도 깨닫고 서둘러 중지 시켰지만... 이미 축축한 옷들이...
앵커는
이불을 펴 놓은 츠무기.
조금 감기 기운도 있어 피곤한 p가 바로 누워 잠에 들어버린다.
다음 날 아침, 왠지 개운한 느낌으로 일어난 p가 츠무기에게 인사하지만 자신이 잠결에 뭐라고 말했는지 p를 빨간 눈으로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