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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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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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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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이제 많이 쌓인 인형을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가에 고민하는 카나하
아쉬움을 동반하면서도 묘한 만족감을 불러일으키는 그 '마지막'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을까.
마지막 동전으로 뽑아낸 인형을 손에 들고 가볍게 감싸쥐자, 손 안에 놓인 인형과 함께 내가 얻으려 했던 만족감이 움켜잡힌다.
"끄응… 차!"
"재밌었네. 오늘도."
그렇게 한가득 채워진 손을 머리 위로 들어 기지개를 한 번 켜는 것으로 오늘의 인형 뽑기를 마치고 지금껏 내 손 안으로 가져왔던 인형들을 보며 여운에 젖는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껏 인형을 뽑으면서 제대로 자제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분명 몇 개만 뽑겠다고 했던 내 옆에 놓인 인형들은 결코 '몇 개'로 표현될 양이 아니었다.
진짜 어떻게 처리해야 하려나?
다른 사람한테 줄까?
+3 어떻게 하지?
피자 토핑이 아니다.
뽑아낸 인형들을 종이 가방에 모아담아 들고서 집으로 걸어가는 길.
그래도 기계가 텅텅 비어댈 때까지 뽑아댄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아슬아슬한 선에서 그만두었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이 인형들을 가지고 나오면서 양심의 가책은 딱히 느끼지 않았겠지만 이미 인형이 털려버린 곳에서 이렇게 많은 수의 인형을 가지고 나와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내 손에 들린 인형들을 굉장히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발걸음이 푹푹 패이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이것들을 어째야 하려나..."
이전에도 뽑은 인형들이 너무나도 많아 더는 내 방 안에 장식용으로 놓아둘 수가 없을 정도라 아직도 비닐봉지 안에 든 채 옷장 한구석에 처박혀 있는 인형들이 한가득인데, 이것들까지 집으로 가지고 간다면 내 옷장 안은 정말로 포화 상태가 될 거라고.
그래서 오늘은 좀 적게 뽑으려고 했지만 결과는 결국 이 모양이네.
이 인형들을 다른 누군가한테 주던지 해서 빠르게 처리해버린다면 이 여러 가지 마음의 짐들에게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지만, 문제는 '누구'에게 주어야 하냐는 건데...
"지금이라도 기숙사로 돌아가서 아는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올까?"
어라?
이거 꽤 괜찮은 방법 같은데?
이렇게 귀엽고 폭신폭신한 솜뭉치 인형들을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을 테고, 또 설령 안 받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몇 명한테만 선물하면 끝날 양이라 그런 사람들이 있어도 별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야.
"역시 그게 좋겠네."
그리고 그 사람들과 좀 더 친해질 수도 있겠지.
"그럼 가볼까?"
아무리 생각해도 더 좋은 수가 있을 것 같지 않아, 내가 떠올릴 최선의 수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려 뒤돌아보자 내가 되돌아가려는 길의 풍경과 함께 익숙한 무언가가 나의 시야에 잡힌다.
조금 먼 곳에서 이 쪽으로 다가오는 아이들 몇 명.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익숙한 아이 하나.
"니나?"
그러고보니 니나, 인형옷을 꽤 좋아했지?
그럼 이 인형들도 꽤나 좋아할 것 같으니, 굳이 기숙사까지 갈 것도 없이 니나한테 인형을 주고 같이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인형을 나눠주면 되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함부로 인형을 나눠주다 어떤 의심을 받을 지 모르니 함부로 나눠줄 수 없지만 니나와 나는 모르는 사이가 아니니 니나의 친구들도 날 믿고 이 인형들을 집으로 가져가서 잘 보살펴 주겠지.
옷장 안에 들어가거나 장식용 인형이 되는 것보다는 아이들에게 가는 편이 더 의미있을 것 같고.
좋아. 작전 변경.
"어? 신삥 언니!"
내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니나도 나를 발견했는지, 아이의 입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기 힘든 니나 특유의 호칭과 함께 아이들의 무리가 내 쪽으로 조금 더 빨리 다가오기 시작했다.
"안녕, 니나!"
그리고 이제, 작전 개시!
+3 자아, 니나! 내 인형들을 기쁘게 맞아줘!
제발 냉담하게 내치지만 말아줘...
토요일까진 모바일로 써야 하는데, 역시 이건 모바일로 쓰기 힘들어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기뻐해서 도리어 이쪽이 무안해진다.
이거 분량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모바일로는 쓰기 힘든데... 모바일로 쓰다가 날려먹은 기억도 꽤 있고...
하아, 그래도 써야겠죠... 이미 하루 넘게 안 썼으니까...
아이들에게 인형을 나눠주기 위한 작전의 첫 단계로, 자연스럽게 인형을 건네주는 상황을 위해 니나들 쪽에서 먼저 내가 들고 있는 인형들에게 관심을 갖게 할 필요도 없이, 어린 아이들 특유의 호기심이 먼저 그녀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이거? 인형이야."
"이게 전부 다 인형...?"
"응."
니나가 인형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막상 인형을 주겠다는 이야기를 꺼내려니 내 사정 때문에 순수한 아이들을 이용하기만 하는 것 같아 그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몇 개 가질래?"
하지만 인형을 하나 꺼내 눈가로 들어올려보는 니나와 그런 니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 속에 맺힌 순수한 빛을 보자 내 사정 때문에 그 아이들을 이용하면 안 된다는 내 양심의 목소리보다도 인형을 나누어주지 않는다면 꺼져버릴 지도 모를 그 빛이 나에게 더 와닿아, 나는 요동치는 마음을 억누르고 하려던 말을 꺼낼 수 있었다.
"받아도 되는 겁니까?"
"응. 난 집에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니나, 신삥 언니 열라 좋아합니다!"
내가 건넨 인형 몇 개를 작은 품 안에 가득 안은 채 나를 좋아한다는 말로 최고의 감사를 표현하는 순수한 아이의 시선.
내가 준 인형을 생각보다도 더 좋아해주는 니나의 반응에, 어쩐지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니나들에게 인형을 주려는 나의 행동은 분명 호의에서 나온 것이 맞지만, 그래도 내 사정을 따져보고 그녀들에게 인형을 넘겨 내 과도한 욕심이 불러일으킨 상황을 모면하려는 생각 따위 하나도 없는 순수한 호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이런 죄책감 따위 없이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온 마음을 다해 이 아이들과 함께 웃을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속물 언니라서 미안해, 니나.
"너희들도 가질래?"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지! 자. 받아."
너희들이 이 인형을 받고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그걸 보는 내 양심의 가책은 더 커지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이 마음은 과연 뭘까 궁금하네.
자. 이걸 받고 너희들도 니나처럼 웃어줘.
+3 인형을 다 나누어주고 나면... 어떤 일이 생기려나.
거절할 일도 아니라서 핸드폰을 꺼냈는데.. 사무실에선 별로 쓰는걸 본 기억이 없는데 의외로 좋은 기종 쓰네 니나.
내가 원하던 대로 그곳애는 이제 인형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지만 내가 원하던 대로의 결과를 얻고, 또 그러기 위해 건넨 인형들이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 내가 만들어낸 그 순수한 행복이 인형들이 사라진 내 손을 가득 채우규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를 위해 아이들을 이용했다는 생각에 내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았다.
나의 욕심과 부족한 자제심이 이 아이들에게 뜻밖의 선물이 되었다곤 하지만, 그걸 마냥 뿌듯해하기만 할 수는 없겠지.
그건 내가 잘못한 일을 선행으로 덮으면서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자기합리화에 불과할 테니까.
그럼, 내 마음을 찌르는 가시가 늘어나기 전에 이제 그만 니나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편이 좋겠지.
"신삥 언니!"
"응? 왜 그래? 니나."
그런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길을 돌리려 할 때, 니나의 목소리가 나를 붙잡는다.
"니나, 다른 사람이 선물을 주면 보답을 해야 한다고 배운 거에요!"
그리고, 내 우려대로 내 마음을 찌르는 가시가 하나 더 생겨난다.
"그런데 지금은 신삥 언니한테 줄 게 없어서.."
"괜찮아. 마음만 받을게."
"그래도... 아! 그럼 신삥 언니한테 언제든지 연락해서 보답을 쳐할 수 있도록, 니나와 번호를 교환해주세요!"
딱히 거절할 이유 없는 제안에, 휴대폰을 꺼내들고 니나가 휴대폰을 꺼내길 기다린다.
"잠시만 쳐 기다려주시는 거에요!"
"천천히 해도 돼."
니나, 의외로 좋은 휴대폰 쓰는구나.
사무실에서 폰을 쓰는 걸 별로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내가 쓰것보다 좋은 기종이네.
...그리고 더 비싸기도 하고.
어쩌면 이것도 인기 차이 때문이려나.
아스카나 칸자키와 비교해본다라면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나보다는 인기 많은 아이돌이니까.
...열심히 하자.
"신삥 언니?"
"으, 응?"
"뭘 그리 얼빠져 있는 겁니까?"
"아냐. 그냥 뭘 좀 생각하고 있었어."
니나와 번호 교환도 했고, 이제 정말 집으로 돌아가볼까.
날 기다리고 있을 내 방의 침대로.
"그럼! 난 이만 가볼 테니까, 나중에 연락해줘?"
"네!"
나중에 봐, 니나.
+3 푹 쉬고 나서 찾아올 내일.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려나.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밝은 햇빛이 눈꺼풀을 때릴 때 쯤에서야 일어날 정도로 푹 자버렸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머리맡에 있던 핸드폰을 들자 보이는 아스카가 보낸 세 통의 메시지.
잘 잤냐는 말 뒤엔 니나와 함께 인형을 들고 찍은 사진이 있고, 이 인형들의 출처가 궁금하다는 투의 메시지가 있었다.
...설마 어린아이에게도 질투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며, 아무래도 또 가야할 거 같은 게임센터에 미리 죄송한 마음을 보냈다.
"벌써 아침이네…"
어린아이의 순수한 웃음에 푹, 푹 찔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제 있었던 다른 많은 일들 때문일까.
집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내다 어느덧 잘 시간이 되어 침대에 몸을 뉘인 것이 바로 방금 전 같은데,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느덧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밝은 햇빛이 내 눈꺼풀을 때리고 있었을 정도의 긴 시간을 편안한 잠 속에 빠져 보내버리고 만 채였다.
이런 때가 되어서야 일어날 정도로 푹 자버릴 정도로 지쳐 있었구나, 나는.
"몇 시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자버린 것이 아닐까 걱정된 나머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머리맡에 있던 핸드폰을 들고 화면을 들여다보았지만, 정작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시간보다도 화면 한구석에 띄워진, 조그만 알림이었다.
이미 원래 목적 따위는 잊어버린 채 확인한 그 알림의 내용은,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서 세 통의 메일이 왔음을 알리는 것.
아스카에게서 온 그 세 통의 메일 중 첫 번째 메일은 잘 잤냐는 말이 써진 평범한 메일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메일은…
"이, 이게 뭐야?"
아스카가 나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나서 보낸 메일 두 통에는, 각각 내가 니나에게 인형을 나눠주고 나서 니나와 함께 찍었던, 인형을 들고 나란히 선 니나와 내가 찍힌 사진과 그 인형들의 출처가 궁금하다는 투의 말이 약간 날카롭게 쓰여 있었다.
"이렇게까지 반응할 일은 아닐 텐데…"
아스카, 너 설마 니나한테까지 질투하는 거야?
"설마… 아냐. 아스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어린 아이에게까지 질투심을 품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국은 '아스카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곳으로 생각이 선회하고 만다.
이건 아스카를 믿어주지 못하는 내가 나쁜 걸까, 평소의 행동으로 내가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아스카가 나쁜 걸까.
"어쩔 수 없네. 한 번 더 들르는 수밖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가장 나쁜 사람은 아스카에게 인형을 선물하지 않은 내가 되어버리고 말 테니까.
그런 일로 꽁해진 아스카는 보고 싶지 않단 말야.
또… 아스카가 좋아하는 모습이 보고 싶기도 하고.
죄송해요, 게임 센터의 여러분.
저, 한 번만 더 욕심부릴게요.
"그럼 오늘 하루도, 힘차게 보내 볼까!"
+3 자! 오늘도 이어질 힘찬 하루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사건아, 어디 한 번 와 보라고!
라고 했지만, 의무가 저를 부르는군요.
길었습니다. 길었어요. 정말 긴 창댓이었어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 참고로 끝내는 거 아니니까요? 연재 주기는 엄청나게 느려지겠지만, 그래도 쓸 거니까요?
그러니 기다려주시길!
꼭 다시 만나요오..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 그 길 위에는 분명 지금까지 몇 번이나 걷고 걸었을 길인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얼룩진 내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만 같다.
뭘까, 이 기분은.
“...응?”
마치 어딘가에서 음악이 들려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분위기 속에서, 정말로 음악이 들려온다.
익숙하고 익숙한 벨소리와 그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전화기 위에 표시된 익숙한 단어 하나.
[안녕, 카나하.]
“이 시간에 웬 일이세요?”
보통 이런 시간에 나한테 전화를 걸어오는 이유라면 하나밖에 없었기에, 어째서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을지 짐작하면서도 의례적으로 던진 질문.
[좋은 소식 하나 전해주려고.]
오래지 않아,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돌아온다.
[오늘은 학교에 안 가도 될 것 같아. 일자리가 하나 생겼거든.]
"일자리라고요?"
의례적인 질문에 되돌아온 예상된 말.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라는 단어는 상상 이상의 효과를 불러일으켜, 나를 들뜨게 만든다.
나뿐만이 아니라 나처럼 아이돌로서 궁지에 몰려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뜨게 만들었을 말.
"어떤 일인데요?"
이제 차근차근 그 말을 쫓아가야 할 시간이겠지.
[간단... 하지는 않은 일이야. 어떤 주제를 놓고 아이돌들을 모아서 대회를 여는 한 예능 프로그램인데, 이번 주제가 바로 인형 뽑기더라고. 너한테 알맞는 자리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가져와버렸지. 그거라면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 아이돌잖아? 너는.]
"네... 그렇죠."
프로듀서의 말대로, 그것 하나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가져온 그 '일'은 단순히 인형만 뽑으면 되는 대회가 아니라 아이돌로서의 자신을 내보이고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끌 줄 알아야 하는 자리.
벼랑 끝까지 내몰려 절박해진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자 무거운 족쇄처럼 느껴지는 일이었다.
[대답이 시원찮네. 걱정하는 거야?]
"그게..."
[미안해. 내가 먼저 노력해서 너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최대한 많이 경험시켜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
"아니에요."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오히려 프로듀서가 아닐까.
프로듀서가 그간 일을 설렁설렁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닐 텐데, 일을 별로 못 따냈다는 것은 다른 원인이 있었다는 말도 될 테니까.
설령... 나라던가.
+3 나는, 이제 무슨 말을 할까.
아니면... 프로듀서에게서 어떤 말을 듣게 될까.
쉬다보니 감이 좀 떨어진 것 같네요. のヮの
이렇게 된 이상 압도적인 실력으로 일단 인지도부터 올려보는것도
큰 부담을 가지지 말라고 위로한다.
역시, 내 책임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을 외면해서는 안 되겠지.
“그러니까 절 걱정한다거나 저에 대해서 너무 부담을 가진다거나 하지는 말아주세요.”
[무슨 소리야? 왜 네가 나한테 미안해하는 건데?]
“그간 일이 없었던 게 프로듀서가 일을 못 해서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프로듀서도 저를 위해서 지금까지 계속 노력해주셨을 텐데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잖아요. 오히려 제가 좀 더 활동을 잘 했다거나, 좀 더 매력이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랬더라면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아스카에게 아무런 거짓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둘이서 서로의 길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을 텐데.
그랬더라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잖아.
[그런 말 하지 마.]
프로듀서의 한 마디 말이, 자신을 비난하며 부서져가는 마음 속에서 한껏 썩혀진 수렁에 빠지려는 나를 건져낸다.
[나보고 부담을 가지지 말라면서 네가 부담을 가지면 어쩌자는 거야.]
“하지만…”
[네 말대로 부담 따위 다 떨쳐버리고 힘낼 테니까 너도 너무 마음 쓰지 말아줘.]
그래도 되는 걸까.
“…네.”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좋아! 그럼 이제 이번 일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볼까?]
"더 이야기해야 할 게 남아 있었어요?"
[당연하지. 인형 뽑기 대회라고는 했지만, 이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그냥 대회가 아니라 예능 방송인 만큼 인형 뽑기만 하지는 않을 거야. 당연히 뭔가 있지.]
그냥 인형만 잘 뽑으면 되는 게 아니었다니.
쉽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건 생각보다 더 어렵잖아.
[예를 들면 일정 시간 동안 인형을 뽑고 나서 인형에 써있는 미션을 클리어해야 그 인형을 점수로 인정해준다거나, 그런 식으로 방송 분량을 만드려고 할 거야.]
"쉽지 않겠네요."
[그렇겠지.]
+3 하아… 이제 또 어떤 이야기로 제 힘을 더 빼놓으실 건가요, 프로듀서.
우리 사무소에서 비교적 익숙할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슈코라던가..
"저랑 차이가 많이 나겠네요. 그런 분들이라면."
그런 사람들이라면 나는 모르는, 관심받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을 테니 나같은 예능 초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되겠지.
[왜 그렇게 해석되는지는 몰라도, 내 말은 사무소 내에서 예능 쪽에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거였어. 우리 사무소에는 예능 방송 때문에 스카이다이빙까지 했던 애도 있으니 조언 듣기는 정말 좋겠지.]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그런 걸 알려달라고 하기는 좀..."
[물어봐도 딱히 뭐라고 그럴 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부담스럽다면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마침 슈코도 그런 쪽에는 비교적 익숙할 테니 슈코한테 물어봐도 괜찮을 거야. 그리고 처음부터 경험을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 기억해주면 좋겠어. 지금은 나아가는 과정이니까.]
물론 경험 없이 시작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경험 부족이 모두에게 나의 실패를 용납하게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한이 있다고 해도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될 너무나도 중요한 과정인데, 그런 중요한 일을 실패했을 때 내가 경험 부족이라고 해서 결과가 나빠지지 않는다면 정말로 다행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프로듀서의 말은 사실이니까.
경험이 없는 나니까, 그 간극을 메꿀 수 있도록 다른 사람에게서 경험을 전달받고, 부담감을 버린 뒤 긴장을 풀어 혹시 모를 실수도 없애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목소리가 조금 나아졌네.]
"프로듀서 덕분이죠."
[좋아! 그럼 곧 도착하니까 그 때 보자. 카나하.]
"네."
...그렇네.
지금은 나아가야 할 때니까, 힘든 생각들은 나중에 하도록 할까.
+3 그런데 사무소에 가서 슈코를 잘 찾아서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설마 다른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즉, 다른 큰 일 없으면 기숙사에 있을텐데..
만약 슈코가 사무실에 있다면 말을 빨리 전해두는게 좋을 테고, 만약 없다고 해도 다른 사람한테 말을 전해달라고 하거나 같이 찾아보자고 미리 부탁해둔다면 그건 그것대로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럼 지금부터 내가 가장 의지하는 동료이자 현 상황에서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지금 이 시간이라면, 사무실에 있겠지? 아스카.
[카나하? 이 아침부터 웬 일이지?]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내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한 건가? 하긴, 소중한 것과의 단절이란 괴로우니까.]
"뭐어, 어느 정도는 정답이네. 실은 방금 전에 슈코한테 조언을 받을 만한 일이 생겨서, 사무실에 슈코가 있는지 알아보면서 네 목소리도 들을 겸 전화했어."
[그런가? 이 쪽에게 첫 번째 용건이 있는 게 아니라니 괘씸하지만, 그래도 물어볼 사람으로 날 먼저 생각해주었으니 그 정도는 봐주도록 하지.]
삐진 듯하면서도 어쩐지 날 놀리는 듯한 목소리에 괜히 심통이 난다.
살짝 놀려주고 싶지만, 지금은 일이 좀 급하니까 나중으로 보류.
"그래서, 슈코는 지금 사무실에 있어?"
[아니. 오늘은 딱히 일이 없는지 사무실에 오지도 않았다. 지금은 아마 기숙사에 있겠지.]
"그래? 그럼 기숙사까지 찾으러 가야 하려나?"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슈코를 찾는 데 얼마나 걸릴 지도 모르고, 또 시간이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 시간 내에 의미 있는 조언을 얻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아무튼 고마워. 좀 있다 봐, 아스카."
[그래. 빨리 달려오라고. 보고 싶으니까.]
+3 프로듀서가 오고, 쏜살같이 달려가, 아스카를 만나고 나선 어떤 일이 생기려나.
마지막 '보고 싶으니까'가 심쿵
쿠후후...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싸지방에서 쓰시는건가...?
그래도 나중에는 싸지방에서도 쓸 수 있겠죠...
soon...
그, 그래도 정말 며칠 내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이제부터 자주 쓸 테니 용서해주세요...
아무튼 이렇게 계속 글 진행이 나중에 이어진다는 말만 올리기는 좀 그러니 추가 앵커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1 자, 과연 저희의 주인공은 하야미 양을 바로 찾으러 갈까요? 아니면 그녀의 애인이 그녀를 붙잡고 놔주지 않... 아니, 모종의 일이 생겨 사무실에 잠시 머물게 될까요?
"나 왔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익숙한 사람.
보고 싶다는, 빨리 와달라는 말 한 마디로 내가 이곳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오게 만들어버리는 사람.
그리고 내가 보고 싶어했던 만큼 나를 기다렸을 사람.
"많이 기다렸지?"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지만, 그런 게 무슨 상관이겠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나를 맞아주고, 나는 그 옆에 자리를 잡는다.
"슈코는?"
그렇지만 지금은 급한 일이 있으니까, 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뤄두고 물어봐야 하는 질문부터 먼저 꺼내야겠지.
"미안하다. 사무실은 물론이고 기숙사에도 없는 모양이더군. 내 생각엔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운 듯 싶다만, 확실하지는 않다."
"알겠어. 전화는?"
"해 봤지만 꺼져 있었다."
결국 찾지 못했다는 아스카의 말 뒤에 이어진,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말에 조금만 더 찾아본다면 슈코가 어디로 갔는지, 그 단서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그녀의 흔적이라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건 그렇고, 내 앞에서 자꾸 다른 사람만 찾고 있으니 기분이 영 좋지 않은데."
슈코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 아스카가 돌연 나를 책망하듯 낮아진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며 다른 사람으로 가득한 내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이건 네 잘못이니 조금만, 놀아주지 않겠나?"
"하지만 시간이..."
"잠깐이면 된다. 잠깐이면 되니까..."
...그래. 잠깐이라면, 잠깐만이라면 괜찮겠지.
"알았어. 그럼 조금만 같이 있어 줄게."
+3 이 잠깐 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아스카.
아 이게 아닌가
슈코가 들어온다. 아무래도 카나하의 프로듀서의 전화를 받고 찾아온거 같은데...
으에에에엑?
뭐야 이 커플... 너무 대담해...
무언가를 생각하듯 내 말을 곱씹던 아스카가 갑자기 나를 넘어뜨린다.
반응할 새도 없이 소파에 눕혀진 내 시야에 아스카가 가득히 차오르고, 내게 드리워진 그녀의 머리카락이 나를 간질인다.
"뭐야, 갑자기."
깔아뭉개듯 내 위에 올라와 두 눈을 빛내는 아스카의 시선을 피하며 묻는 말.
잠깐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모습이 바로 앞에 있지만, 이렇게 피하지 않으면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말겠지.
"시간이 조금밖에 없다면 그만큼 강렬하게 물들여야 하지 않겠어?"
아스카의 대답에 얼굴이 살짝 뜨거워진다.
"...몰라."
그녀의 말에 애매한 대답을 남기며 흘긋, 아스카를 훔쳐보자 여전히 날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내 마음을 살짝 흔들어놓는다.
지금 이대로 나를 아스카한테 맡겨버린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마음대로 해."
포기하듯 말을 내뱉으며 그녀를 바라보기 무섭게 가까워지는 아스카의 얼굴.
익숙한 감촉이 한 번, 두 번, 계속해서 내 입술을 부드럽게 감싸안는다.
서로 맞닿고, 숨을 교환하던 아스카는 그걸로 만족할 수 없었는지 이내 더 안쪽까지...
"프로듀서? 왜 와보라고 한..."
...헤?
+3 뭐,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거야?!
저 이제 못 쉬어요...?
뜨거웠던 공기가 순식간에 식어버리고, 내 심장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게, 더 이상 아스카와 붙어 있지도 못할 만큼 시리게.
"아... 흐아...? 슈, 슈코오...?"
몸도, 마음도 모두 얼어붙는 혹한의 추위 속에서 내가 내뱉을 수 있는 소리란 말조차도 되지 못한 채 조각난 단어들뿐.
"아, 미안. 잘못 찾아왔네. 그럼 좋은 시간 보내~"
"잠깐만! 슈코!"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는지 우리를 남겨두고 사무실을 나서려는 슈코를 황급하게 잡아세우려던 내 말이, 이미 닫혀버린 문에 부딪혀 나에게 되돌아오고 나서야, 머릿속을 잔뜩 채운 서릿발이 녹아내리며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야.
지금 당장 슈코를 잡지 못한다면 슈코에게서 조언을 얻기는커녕 제대로 된 변명마저 할 수 없게 되어버려, 손 쓰기에 늦어져버려.
변명할 거리조차 없는, 너무나도 확실해서 누가 봐도 오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뭐라고 말은 해야 하잖아! 이렇게 보내버리면 안 되는 거잖아!
나는 너에게서 들어야만 하는 말이, 조언이 있어. 앞으로의 나를 위해서도, 아스카를 위해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너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고!
"아스카! 먼저 가볼게!"
그러니까 놓치지 않아!
+3 늦지 않을까?
지금부터 이렇게 달려가도, 슈코를 잡을 수 있을까?
슈코도 어디로 달려간건 아니겠고... 그러므로 잡는다!
황급히 뛰어가 문을 박차고 나서서 슈코를 찾은지 얼마 되지 않아,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슈코가 눈에 들어온다.
여유롭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영문 모를 상황에서 도망치려 한 게 아니라 정말 자리를 비켜주려고 나갔던 걸까.
다행이다.
"안 나와도 되는데, 왜 나왔어? 느긋하게 있지 않고."
"잠깐... 이야기 좀..."
"이야기?"
다시 한 번 달려, 슈코에게 말을 걸지만, 어째서인지 무슨 말을 꺼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원래 슈코를 만나려 했던 목적이 가득했던 머리로 혼란에 빠지지 않고 슈코를 따라잡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슈코가 한 말에 슈코를 만나려 했던 목적과 슈코가 방을 나간 이유, 그리고 나를 얼려버렸던 당혹감이 되살아나버린 지금, 슈코에게 어느 말을 먼저 꺼내야 할까.
어느 말을 먼저 꺼내야 아스카와 나의 관계를 얼버무리고 슈코에게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어느 말을, 어떻게 말해야?
"왜 아무런 말이 없어?"
"그게, 잠시만..."
숨을 고르는 척 시간을 벌어보지만, 생각의 실타래가 얽히고 얽혀 뒤섞인 머릿속은 결국 백짓장.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아.
+3 ...어쩌지?
"사무실에는... 왜 온 거야? 프로듀서가 불러서 왔어?"
슈코, 분명 사무실에 들어올 때 프로듀서를 찾으면서 왜 불렀냐는 말을 했으니까 프로듀서가 불러서 온 게 분명할 테지만, 지금처럼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라면 이런 뻔한 질문이라도 해야 말을 꺼낼 수 있겠어.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용건을 말해봐야지.
물론, 아스카와의 그... 일에 대한 변명도 좀 하고.
"응."
"그거, 아마 나 때문에 불렀을 거야."
"너 때문에?"
"맞아. 나 때문에."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공중에 붕 뜬 채 어떻게든 이어나가려 했던 대화가 점점 땅에 내려앉는다.
이대로만 가면 안정적으로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줄 정도로.
"그게, 오늘 갑자기 예능 일이 잡혔는데,
너도 알겠지만 난 예능이 처음이잖아."
처음이라서, 어쩔 줄 모르겠으니까.
"그런데 프로듀서가 슈코 너한테 조언을 받으면 도움이 될 거라고 해서, 널 찾으려고 했거든. 아마 그것 때문에 널 불렀을 거야."
그래서, 가능한 모든 도움을 다 받고 싶으니까.
"...도와 줄래?"
그러니까 도와줘, 슈코.
+3 ...도와줄 거야?
"정말? 정말 도와줄 거야?"
가까운 곳에서 번뜩인 희망에게 고마움을 담아 두 손으로 그 희망을 붙잡는다.
그 때문에 슈코가 좀 놀란 모양이지만, 가까스로 붙잡은 희망은 그만큼 소중하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꼭 붙잡을 수밖에 없어.
"다행이다..."
"꽤나 특이한 반응이네."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마음졸였는데...
"그런데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응?"
"예능 일도 종류가 많으니까. 어떤 일인지부터 먼저 말해줄래?"
"아..."
그렇지. 그래야지.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까먹어버릴 정도로 간절했던 걸까, 나는.
"그러니까 그게..."
+3 이 설명이 끝나면, 어떤 말을 듣게 될까...
짧아서 죄송합니다아아아
그리고 다른 아이돌들의 예능방송을 보면서 자신의 캐릭터 잡기를 하라고 한다.
"으응."
몇 분에 걸친 나의 구체적인 설명이, 슈코에게서 매우 간단한 말이 되어 튀어나온다.
너무 뭉뚱그려진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슈코가 말한 대로 생각하니 어쩐지 여태껏 부담을 가지던 일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라고 느껴지는 듯 하다.
역시 경험자는 다르단 걸까.
"그럼 긴급 레슨의 첫 스텝은 질문 리스트를 만드는 걸로 시작해볼까?"
"질문 리스트?"
"예능의 목적은 사람들을 웃기는 거잖아? 그런데 웃기는 방법이란 참 다양하거든. 너도 예능 방송을 봐서 알겠지만 방송에서 곤란한 질문을 해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질문을 하거나 질문에 답하면서 나오는 말로 농담따먹기도 하고 그러잖아?"
확실히, 지금껏 봤던 예능에서 질문이 빠졌던 적이 있냐고 하면 당연히 없다고 해야겠지.
그런데 나, 예능에 나간다면서 이런 기본적인 것도 생각 못 했던 거야?
...아무리 머리가 얼어붙은 상태였다고 하지만 나도 참 굉장히 처참한 녀석이네.
"그러니 예상되는 질문과 그에 따른 리액션을 미리 생각해놔야 하지 않겠어?"
"그렇네."
리액션, 인가.
"리액션이라면 캐릭터도 중요하겠지?"
"당연하지. 웃기는 데 치중한 나머지 원래 이미지마저 깨버리면 안 되니까. 물론 이미지를 망가뜨리면서 재미를 주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차차 생각해보고, 일단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 네 캐릭터와 그에 따른 리액션부터 생각해봐야겠지?"
"내 캐릭터?"
내 캐릭터라...
...그게 뭘까.
"내 캐릭터라고 해도,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기본적인 문제라는 거지. 카나하 너는 처음부터 어떤 컨셉을 가지고 아이돌을 시작한 게 아니잖아? 게다가 아직 활동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아서 남들이 너를 보고 이렇다 생각할, 완전히 정립된 캐릭터가 아직 없다고 봐도 좋을 거야. 물론 네가 보기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고."
역시 그렇겠지.
"그러니까, 캐릭터부터 만들자는 말이지?"
"맞아. 우선 다른 아이돌들이 예능방송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면서 너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봐. 나는 그동안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 올 테니까."
"...알겠어. 고마워, 슈코."
"이거 가지고 뭘."
드디어 첫 단추를 어떻게 꿰매야 할지 정해졌나.
슈코 덕분에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으니 이제부턴 거기에 집중해서 좋은 결과, 아니, 최고의 결과를 얻어내도록 해야겠지.
그건 그렇고 방송을 보면서, 라...
방송을 꼭 혼자 봐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도움도 받을 겸 아스카와 같이 보는 건 어떠려나.
프로듀서를 빼면 아이돌로서의 나를 아스카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테니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또... 긴장도 누그러질테고.
...그래도 되는 거겠지?
응. 그래도 되겠지.
+3 슈코는 어떤... 질문을 가져오려나?
장난을 쳐올 것 같진 않지만, 뭐랄까, 좀... 떨리네.
간만에 쓰니까 영 안 써지네요오...
모바일이 불편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짖굳은 웃음을 지으며 '좋아하는 사람은 있나'를 물어오는데...
이래서 내가 모바일로 안 쓰려고 하는 건데!!
후우... 내일... 내일 써서 올릴게요...
사지방에서 쓰던가 해야지 원...
방송 영상을 참고하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자료실에는 찾기 쉽도록 분류와 아이돌별로 영상이 모아져 있었지만 아스카의 추천을 받거나 내가 출연할 방송과 비슷한 느낌의 방송을 찾다 보니 다른 아이돌들의 예능 방송 영상을 찾아서 가져오는 데 시간이 예상 외로 많이 들어 우리가 휴게실에 올 때쯤엔 슈코가 질문을 가지고 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슈코는 오지 않아 결국 우리 둘 뿐.
처음 생각했던 대로 아스카와 둘이서 방송 영상을 보게 되었지만...
"으음..."
한 방 안에 아스카와 나란히 앉아 있으니 영상에 집중하지 못하고 저절로 아스카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게 되는 나의 두 눈 때문에 차라리 슈코가 와 있었다면 좋았을걸, 싶어진다.
적어도 그랬다면 우리 둘만 있는 게 아니었을 테니 이렇게까지 신경 쓰이진 않았을 텐데.
왜 꼭 이럴 땐 내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는 걸까.
"카나하."
다시 한 번 아스카를 쳐다보던 나의 눈이, 나를 부르며 고개를 돌리던 아스카의 눈동자를 마주한다.
"역시 신경 쓰이는 건가."
나를 꿰뚫어보는 듯한 눈으로 눈을 마주치던 아스카가,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말을 건넨다.
...알 수밖에 없겠지.
"응. 조금."
"그렇게나 집중하기 힘들면, 다른 방법은 어떤가?"
"다른 방법?"
"아직 다음 약속자의 도착까진 시간이 남았을 터. 네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면 나와 이야기하며 앞으로의 계획을쌓아갈 수도 있겠지."
"음... 어떤 식으로?"
"예를 들자면, 카나하 너는 아직 무대 경험은 많지 않지만 잡지 촬영이나 드라마 촬영의 경험은 있으니 그 연기의 경험을 살려 속이 검은 캐릭터나 남을 속이는 캐릭터로 나간다던가 할 수 있지 않겠어?"
일리 있는 말이네.
그간 내가 아이돌로서 했던 활동들은 대부분 잡지 촬영같은 거였으니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모두 다 꾸며진 모습들 뿐이잖아.
어차피 보여진 모습이 없으니 드라마의 경험이라도 살려서 확실한 캐릭터를 어필하는 방법도 나쁘지는 않겠어.
그래도 속 검은 캐릭터는 전혀 내키지 않지만.
"오~ 그거 괜찮네."
"왔나."
"슈, 슈코!"
슈코에 대한 생각을 서서히 지워가며 대화에 빠져들려 하던 순간, 그간 열리지 않던 문이 열리며 슈코가 들어온다.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쁘다고 할 타이밍.
기다릴 때는 안 오고 하필 지금 들어오다니.
호, 혹시 밖에서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다가 들어오지는... 않았겠지?
"일단 다짜고짜 질문 타임!"
"뭐? 이렇게 갑자기?"
"예능이니까. 질문이 언제 어디서 들어올지 모르잖아? 토크쇼도 아니고."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 나를 도와줄 사람을 바라보았지만, 내게 보이는 그 사람의 모습이란 슈코의 말에 동감하는지 나를 빤히 바라보는 모습뿐.
지금 여기에 내 편은 없다는 게 느껴진다.
"...그렇네."
씁쓸하긴 하지만 이건 꼭 해야 할 연습이니까. 일단 부딪혀봐야겠지.
"좋아. 첫 번째 질문은 간단한 걸로 갈게. 현재 나이는?"
"여... 열일곱 살."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되는 거지?
이렇게까지 긴장할 일이었던가, 이게?
"벌써부터 그렇게 굳어버리면 앞으로의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힘들지 않겠나?"
"나, 나도 알아..."
말하지 않아도 안단 말이야...
"아직은 갈 길이 멀어보이지만 이건 차차 익숙해지면 되니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까?"
"응. 그렇게 해줘."
"그럼 다음 질문. 게임은 얼마나 좋아해?"
"으음... 꽤 좋아해.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게임들을 해보는 게 재미있어서, 요즘은 휴대폰으로도 게임을 해볼까 하고 있어."
준비도 없이 답하려니 조금 힘들긴 해도 그렇게 어렵진 않네.
이 정도라면 쉽게 익숙해질지도 모르겠어.
"가장 존경하는 아이돌은 누구?"
여전히 쉬운 질문이네.
한 사람밖에 없잖아.
"아스카. 니노미야... 아스카."
말해버렸다.
"...본인 앞에서 무슨 소리냐, 그게."
하지만 진심인걸.
너는 나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나에게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 진심은 받아줬으면 해.
너도 나도 창피해지는 말이긴 하지만...
"으흐응~ 그렇단 말이지?"
짖궂어보이는 웃음을 띄며 속 모를 말을 흘리는 슈코.
갑자기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저런 말을 흘리는 걸까.
혹시 우리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를 감지하기라도 한 것일까.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
불안하게만 느껴지는 미소가 한층 짙어진 슈코에게서 튀어나온 질문 하나.
"응. 있..."
무의식적으로 대답해버린 그 질문이 나를 무너뜨리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헤?"
"흐응... 있구나? 좋아하는 사람."
"아, 그게, 그러니까, 팬 분들이 나를 좋아해주시는 만큼 나도 팬 분들을 좋아하니까 그런 뜻으로 한 말인데 그렇게 알아들어버리면 곤란... 한... 데..."
틀렸다.
이건 틀렸다.
아직도 저 미소가 얼굴에 한가득이잖아.
"예능용으로는 심심할지 모르지만 아이돌로서는 좋은 답이네. 안 그래~?"
"으, 응!"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야?"
마, 말 안 해!
더 이상은 네 미끼를 물지 않을 거라고!
난 바보가 아니란 말이야!
+3 이제... 뭘 어떻게 할 거야, 슈코?
죄송합니다...
알면서도 삐지는 아스카와이이가 보고 싶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