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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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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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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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하는 남은 시간동안 대본을 체크한다. 어려운 내용은 없어 보이지만 역시 짧은 시간 안에 동요를 제대로 외워야 한다는게 문제네..
"자, 나중에 보자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나서 인사하며 자리를 뜨는 아스카.
안심하고 돌아가는 아스카를 보니 나를 지켜봐줄 사람이 한 명 줄어버렸다는 생각에 살짝 불안해지긴 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불안해졌기에 불안감을 없애고 그 자리를 자신감으로 메우기 위해 잘 해내야겠다는 각오를 더욱 다지며 나는 대본을 잡아들고 하나하나 체크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본의 체크라도 해도 내가 들고 있는 것은 어차피 어린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아침 프로그램의 대본.
같이 촬영하게 될 아이들이나 방송을 볼 아이들을 배려했는지 몇 번이나 체크해봐도 딱히 어려운 내용은 없었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짧은 시간 안에 내가 불러야 할 동요를 제대로 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아…"
율동도 없이, 모두가 일렬로 서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기만 하면 되었기에 짧은 시간 안에 외워야 할 동작이 많다던가, 그런 건 아니었기에 잘하면 외울 수 있을 지도 몰랐지만 역시 처음 부르는 노래를 완벽하게 불러내야 한다는 것은 역시 이래저래 부담스러웠다.
"가능하려나…?"
만약 촬영의 기회가 몇 번이라도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프로듀서가 정말 급하게 잡아온 일이라는 말이 아주 생생하게 이해될 정도로 현장의 일이 급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한 번에 해내지 못한다면 그걸로 끝이라고 봐도 될 수준.
"…해내자. 해내야지."
만약 내가 이걸 한번에 해낼 수 있다면, 그렇다면 앞으로의 활동에 도움이 될 지도 몰라.
어차피 한번에 해내야만 한다면… 그냥 성공하는 게 아니라 멋지게 성공해보자.
"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3 촬영 도중에는 어떤 일이 생기려나.
나는, 잘 해낼 수 있으려나.
재앵커, +1
촬영이 끝나고 각자의 자리로 떠나는 스태프들과 나.
정신없이 촬영에 임하느라 클로징 멘트를 마치고 나서도 촬영이 끝났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는데, 한적한 자리를 찾아가 앉는 이 순간이 되고서야 촬영이 끝났다는 것, 내가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성공적으로 촬영을 마쳤다는 것이 이제서야 실감된다.
"후우…"
"…다행이네. 일이 잘 풀려서."
안도하는 한숨과 함께 허공에 내놓는, 자축의 혼잣말.
아이들이 얌전하고 낯을 가리지 않아 촬영이 순조로웠던 것도 다행이었지만 무엇보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성공적으로 동요를 외우고, 내가 생각해도… 꽤나 귀여울 정도로 잘 불러내 내게 주어진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프로듀서의 노력과 나를 선택해준 사람들에게 보답한 것이었다.
"그래. 여유가 많지 않아서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했는데 별 문제 없이 끝나서 나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특히 동요는 정말 귀엽게 잘 불렀었지. 수고… 프흡, 수고했어, 카나하."
동요를 부르던 내 모습이 프로듀서가 보기엔 꽤나 재미있었던 모양인지, 동요 이야기를 꺼내고 나서 손을 입에 가져다대고 웃음을 최대한 참으려 하지만 결국 웃음소리를 흘리고 마는 프로듀서.
"왜 웃으시는 건가요."
안 그래도 촬영 전에 내 앞에서 웃음을 참던 아스카의 일도 있는데 프로듀서까지 이러다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한테 이 일을 직접 가져온 프로듀서가 이러면 안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일이 잘 풀려서 즐거우니까. 나같은 사회인한테는 이만한 즐거움이 없다고."
"거짓말."
"거짓말이라니? 사실인걸."
"아무튼 잘 해줘서 고맙다. 다시 한 번 말하는 거지만 정말 수고했어, 카나하."
그래도 누구랑은 다르게 꽤 빨리 수습하시네요, 프로듀서.
+3 자. 이제 촬영도 잘 마쳤는데, 어떤 일이 생기려나?
아니면 뭘 하려나?
조언을 받고 해서 확실히 좀 더 편해지긴 했지만 역시 조금 힘든데...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때 아냐와 만난다. 어차피 어제 들었을테니 아냐에게 말 해주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으니... 아냐는 데이트플랜은 보통 가는 사람들 끼리 짜는게 편하다고 말해준다.
란코랑 짜라는 걸까...
아스카도 스케줄이 있다면 좋았으련만, 아쉽게도 아스카의 일정은 그녀가 학교에 다녀온 뒤에 몰려있어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기에 아스카가 학교를 일부러 빼먹지 않는 한 그녀를 만나는 것은 시간이 꽤나 지나야 가능한 일.
그래도 이틀 동안이나 같이 있었으니까, 오늘은 잠깐 만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네.
"그러고보니 칸자키랑 데이트하는 거… 어떻게 하면 좋으려나."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나니 칸자키와의 데이트에 관한 생각들이 조금은 정리된 덕에 약간 자신감이 붙긴 했지만, 아무래도 칸자키와는 여태까지 티격태격한 기억밖에 없어서 그런지 내가 그녀와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물론 이야기라면,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라면 이미 제대로 결심하고, 각오를 다졌으니 해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것을 위해 필요한 첫 번째 조건인 '이야기를 꺼내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
물론 칸자키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녀는 분명 나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 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내가 말을 걸어도 무시하거나 그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아직 서먹한 우리 둘이 제대로 이야기하기 위해선 최대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어색함을 지울 필요가 있었다.
그것을 위해 아리사에게 데이트 플랜을 부탁하고, 또 그녀가 참고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플랜을 짜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받긴 했지만 이전보다 부담감이 덜해져 편해지기만 했을 뿐.
아직, 갈 길이 멀다.
"음료수라도 사올까."
이렇게 고민하지만 말고, 잠깐 밖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
사무소 내의 자판기에서 뽑은 음료수가 굴러나와, 그걸 집기 위해 몸을 숙여 자연스레 바라본 바닥.
그 어딘가에, 나를 향한 누군가의 발끝이 놓여 있었다.
나를 향한 발끝을 보고서 호기심이 든 내가 몸을 세우자, 보석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아니. 보석이 아니라 누군가의 두 눈이.
"안녕하세요."
"안녕, 하신가요."
아나스타샤였나.
어제의 일 때문에 아나스타샤에겐 미안한 감정이 있어일까, 어쩐히 그녀와는 대화하기가 좀 꺼려진 나는 혹시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까 싶어 그녀를 살짝 피해 자판기 자리를 양보했지만 그녀는 어쩐 일인지 자판기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표정, 안 좋으시네요."
"아… 그, 그런가요?"
고민하고 있던 것이 내 얼굴에 드러났던 걸까.
"무슨 일, 있으신가요?"
"딱히 아무런 일도…"
잠깐만.
어차피 내 표정을 알아차렸다면, 그것 때문에 말을 걸어왔다면 그냥 내가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지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어제의 일로 닛타 씨를 계속 추궁했다면 그녀에게서 내 사정을 대충은 전해들었을 텐데, 이 기회에 더 많은 사람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잖아?
…이야기해볼까.
"실은―"
"그래서 데이트 플랜을 짜려고 하는데, 그걸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굳어버려서,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런 계획은, 보통 가는 사람들 끼리 짜는게 편하지 않나요? 그 편이 서로의 의견을 바로바로 들어볼 수 있고 의견이 맞지 않으면 바로바로 조율할 수도 있어서, 저도 미나미와 함께 놀러갈 때면 둘이서 함께 계획을 짜니까요."
아나스타샤가 내놓은 답은, 혼자서 고민하지 말라는 것.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는 것보다는 본인과 같이 생각해보는게 좋지 않겠냐는, 칸자키에게 가진 복잡한 감정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거부해왔던 정말로 기본적인 답.
칸자키와 함께, 라.
"그렇네요. 칸자키의 생각은 한 번도 안 들어봤는데, 역시 그녀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겠죠."
그래. 해보자.
+3 어디 있어, 칸자키?
…고는 했지만 사실 내가 아는 방은 아스카와 닛타 씨의 방 뿐이라 칸자키의 방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는데 말이지.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고 싶어도 지금 여기엔 아무도 없고…"
이럴 줄 알았으면 프로듀서한테 칸자키의 방이나 칸자키의 일정을 물어봐둘걸 그랬어.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이 기숙사라 이곳으로 오기는 했지만, 사실 오늘의 스케줄에 따라 아스카처럼 학교에 있다가 일하러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하지만 프로듀서도 히이라기 씨의 스케줄이 있다면서 날 사무소에 데려다주고 바로 떠났으니 지금쯤 일 때문에 몹시 바쁠게 뻔해서 지금 당장 프로듀서에게 물어볼 수는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려나?"
+3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해?
아직 오전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긴 기숙사니까, 누가 지나다닐 확률은 꽤 높잖아?
만약 누가 지나간다면 칸자키의 방이 어딘지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는 거고, 만약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해도 기다려서 나쁠 건 없지. 어차피 지금은 남는 게 시간인데.
"좋아. 그럼 일단 기다려보자."
아무나 좀 지나가줬으면 좋겠네.
되도록이면 아는 사람이나 말 붙이기 편한 사람이라면 더 좋겠고.
+3
1. 어? 저기 누군가 오네? (+오는 사람)
2. 아무도 오지 않네…
우연한 만남을 갈구하는 기다림 속에서 만난 사람은 결국 한 명도 없었다.
일이 원하는대로 됐다면 꽤나 쉽게 풀려서 정말 좋았겠지만,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 빙빙 돌아서 갈 수밖에 없게 됐네.
"하아… 이젠 또 뭘 어떻게 해야 하지?"
프로듀서는 다른 일 때문에 바빠 물어볼 수 없고, 칸자키에게 다짜고짜 전화하기는 좀 그래서 기다리기 시작할 때 메일을 보내 놨는데 움켜진 폰에서는 아직도 답장이 없고, 거기에 지나가는 사람조차 오지 않아 텅 빈 이곳만큼이나 내 머릿속도 공허해지네.
그래도 여기 계속 있는다고 무슨 수가 생기지는 않을 테니 이제 그만 일어나자.
"읏차!"
그리고, 다시 힘내보자!
칸자키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3 …그런데 이제 뭘 하면 되려나?
카나하도 일단 몇번 들락거렸으니 얼굴은 익었을테고...
마지막으로 찾아보고 정 안되면 집으로 돌아가자
이곳도 기숙사는 기숙사니까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겠지? 기숙사 사감이라던가, 아니면 관리인이라던가 하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그 사람한테 물어본다면 칸자키의 방이 어디인지 알려줄지도 몰라.
그냥 외부인이 와서 알려달라고 한다면 알려주지 않겠지만, 나도 엄연히 칸자키와 같은 곳에 소속된, 그것도 서로 같은 프로듀서가 프로듀싱하는 아이돌이니까 볼 일이 있다고 하면 아마도 알려줄 거야.
"읏차."
그러니까 그만 기다리고 이만 일어서서, 누군지 모를 그 사람을 찾아보자!
관리인실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관리인에게 물어볼 것이 있는 사람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해있거나 시설 약도에 표시되어있을 테니까 수많은 기숙사의 방 중에서 칸자키의 방을 찾는 것보다는 쉽게 찾을 수 있겠지.
"자. 가보자."
+3 관리인실을 찾고 난 다음엔, 어떤 대답을 듣게 되려나.
나의 예상대로 목적지가 나와 있었던 약도를 보고서 몇 분 동안 걸어가, 목적지의 문을 가볍게 몇 번 두드린다.
"네. 무슨 일로 오셨죠?"
"저기… 칸자키 란코의 방을 찾는데요…"
노크를 하고 나서 문을 열자 보인 것은 깔끔하게 정돈된 방과 그곳의 책상에 앉아 있는 한 사람.
자신의 기억 속에서 나를 찾는 듯한 아주 잠깐의 침묵 뒤에 기숙사의 관리자로서 손님을 맞는 그 사람에게 그가 하고 있는 것과 같은 낯선 이를 보는 눈빛을 보내며 내 용건을 말한다.
"칸자키 란코라면 잠시 나간 걸로 되어 있네요. 외출 사유가 개인적인 일로 되어 있는데, 아마 한두 시간 후면 돌아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다행스럽게도, 나는 혹시나 외부인으로 취급받아 제대로 된 대답을 얻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걱정했던 내 물음에 대한 답을 꽤나 쉽게 받아낼 수 있었다.
나를 알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이 기숙사에 출입하는 사람이 외부인일리 없다는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행이네.
"아, 네… 감사합니다."
결국 기숙사에 없다 이거지.
칸자키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이렇게 된다면 나에게 남은 선택지란 그저 멍하게 기다릴지, 아니면 그래도 유의미한 일로 시간을 보내며 기다릴지에 대한 선택만이 남아 있었다.
그냥 기숙사에서 가만히 기다리는게 좋으려나, 아니면 나가서 뭐라도 하면서 기다리는게 좋으려나.
+3 어째야 할까…
금방 돌아오길 기다리고 기다려 보자.
..시간 때우려고 폰을 만지다보니 무심코 에고서치가 떠올랐는데, 그만두는게 좋을라나..
결국 기다림에 지친 내가 선택한 길은 잠시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칸자키를 마저 기다리겠다는 것.
"역시 시간 때우기는 카페가 좋다니까."
사람들 틈에 섞여 나홀로 떨어져 있다는 고독감이 조금은 달래져서일까.
느리게 흘러가던 시간이 다시 원래 속도로 돌아온 것만 같다.
그래, 시간 가는 것도 모를 정도로…
…잠깐만. 지금 몇 시지?
"아…"
원래 있으려 했던 시간을 훌쩍 넘어 벌써 30분을 넘겨버린 카페에서의 시간.
이대로라면 칸자키와 엇갈려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르게 카페를 뛰쳐나와 기숙사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점점 다리가 아파오고 숨이 차올라 그동안 받았던 레슨 덕분에 늘어난 체력으로도 감당하기 힘들어질 만큼 달리고서도 억지로 힘을 짜내어 달려 겨우 도착한 기숙사의 입구.
"하아… 후우… 하아, 하아…"
더 이상 서있기조차 힘들어질 때까지 전력을 다해 달려왔지만 칸자키가 이미 지나갔을지, 아니면 아직 지나가지 않았을지 알 수 없는 기숙사의 입구를 보는 내 지친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뿐이었다.
만약 정말로 내가 카페에 있는 동안 칸자키가 여길 지나갔다면…
"…만신전의 사제도 아닌 자가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는 거지?"
한계에 다다른 폐와 심장이 격렬하게 날뛰어 터질 것만 같은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려 할 때 들려온 누군가의 목소리.
"카, 카흐윽, 하아… 칸자키…?"
숨을 고르는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던 발소리와 함께 내 뒤로 다가왔을 너를 보며, 너에게 처음으로 활짝 웃어보인다.
"다행… 이다…"
정말로.
+3 칸자키… 너는, 후우… 나를 보고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네.
발판 달고 나서 앵커를 다는건 하루 정도가 지나도 앵커가 안 달렸을 때 해 주세요!
재앵커, +1!
안심하고 웃는 나를 보며 한숨쉬더니, 언제나의 어려운 말을 해오는 칸자키.
하지만 엇갈릴 줄 알고서 좌절하다 정말 우연히 칸자키와 만나게 된 지금은 칸자키가 사용하는 저 어려운 말이 몹시 반가워져, 그녀가 한 말의 뜻을 모르는데도 왠지 나를 걱정해주는 것처럼 긍정적인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다시 한 번 미소짓는다.
"헤실거리긴."
"헤헤… 미안."
작게 중얼거리는 칸자키에게 미소 띈 사과를 보낸다.
생각해보면 칸자키에게 딱히 사과할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나는 왜 그녀에게 사과하고 있는 걸까나?
뭐, 상관없나.
"…따라와라."
어차피 칸자키를 만났고, 이제 그녀의 방에 가서 그녀와 이야기할 거니까.
다른 자잘한 일들은 그냥 무시해도 되겠지.
+3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나!
복도를 한 걸음, 또 한 걸음 걸어 발소리가 울려퍼질 때마다 칸자키를 우연히 만나 들떴던 마음은 점차 빠르게 식어가 칸자키의 방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전부 사라져버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칸자키의 뒤에서 잠시 망설이다, 이내 마음을 다잡고 그녀의 방 안으로 들어간다.
칸자키의 방은 아스카의 방과 똑같은 구조의 아담한 방이었지만, 군데군데 놓여 있는 개인적인 물건이나 레이스가 달린 방의 커튼 등, 칸자키의 취향이 듬뿍 담긴 물건들로 치장된 그 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아스카의 방과는 전혀 달랐다.
그래도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지금 나와 마주보고 앉아 있는 이 방의 주인이 아스카가 아닌 칸자키라는 것이겠지만.
그래서인지, 여기선 왠지 공간 그 자체한테서 배척받는 듯한 느낌이 드네.
언젠가는, 이곳에 있으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되겠지?
"요즘은 잘 지내?"
"금단의 과실이란 언제나 달콤한 법."
장소에 짓눌리는 불편한 압박을 조금이라도 떨쳐내보려 먼저 말을 건네 안부를 묻자, 나를 잠시 응시하다 말을 꺼내는 칸자키의 일상적인 말투에선 불편해하는 나와는 달리 어떠한 불편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이 방이 편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좋아.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
"칸자키. 데이트 장소, 생각해봤어?"
"음?"
"역시 네 의견을 참고해봐야 할 것 같아서. 혼자 하는 데이트가 아니니까."
그리고 네가 즐겨 줬으면 좋겠으니까.
"으음…"
+3 칸자키는 어떤 답을 할까.
역시 다음 스케쥴 때문일까.
은근히 무신경한 칸자키의 말투로 미뤄보자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말이려나?
칸자키가 조금만 더 쉽게 말해준다면 이해하기 편할 텐데, 아무래도 이건 칸자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내 잘못이라고 해야 할 것 같고.
아스카는 칸자키의 말을 잘 알아듣던데, 만약 나도 그랬으면 칸자키와 이야기를 조금 더 잘 나눌 수 있었을까?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좋겠네.
"딱히 없어?"
확인차 물은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칸자키.
다행이다. 정확히 알아들었어.
"덧붙여, 허례 따위 없는 의식과 공물만이 받들어질 것이다."
이건… 정말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그러니, 최대한 육신의 고난이 없는 쪽으로 준비하도록."
고개를 갸웃거리고만 있던 나를 보던 칸자키가 덧붙인 말.
꽤나 쉬워진 듯한 그 말은, 내가 잘 알아듣지 못 하는 것 같아서 해준 말이었을까.
아무튼, 육신의 고난이 없는 쪽이라면 최대한 날뛰거나 하지 않는 얌전한 게 좋다는 거겠지?
하긴. 칸자키는 솔로로 활동하면서 인기가 많아져서 지금은 스케줄이 꽤나 잡혀 있을 테니까 나와 놀면서 체력을 빼놓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할 테니 최대한 가만히 있는 쪽으로 데이트 플랜을 짜야겠지.
"알았어. 그렇게 할게."
+3 …이제 어떤 이야기를 하지?
아니라면 이야기 나온 김에 그걸 해 두는게 좋을지도..일정 짜기에도 좋고
재앵커, +1
그럼 그 밖에 희망사항은 없나 물어보고 일어나자
"아아."
"좋아. 별다른 희망사항은 없어?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
칸자키의 다른 희망사항을 물어보는 것으로 볼일이 끝나, 자리에서 일어나 칸자키의 방에서 나갈 채비를 한다.
볼일은 이미 다 끝났으니 여기에 오래 있는다고 해서 좋을 것도 없고, 오히려 칸자키를 더 불편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나는 여기서 이만 퇴장해주는게 좋겠지.
칸자키의 희망사항은 알아듣는 일부터가 고역일 것 같지만, 이 경우에는 의견 교환이라기보단 참고를 위해 듣는 거니까. 칸자키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아스카에게 전해주고 그 말에 대한 해석을 부탁하면 어떻게든 될 거야.
+3 칸자키는 어떤 말을 할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살짝 어버버 하고 있으니 란코는 둘이서 하는 데이트니까 자신의 의견만 중요한게 아니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이것저것 정하다보니 어느정도 윤곽이 보이는거 같다.
"어?"
내가 물어본 것은 다른 희망사항이 없냐는 것.
그렇다면 그 질문을 나에게 돌린다는 말이 뜻하는 바는 단 한 가지.
칸자키 너, 지금 나의 희망사항을 물어보고 있는 거야?
"그, 글쎄? 갑자기 그런 말을 들어도… 잠깐만 생각 좀 해볼게, 응?"
갑작스럽게 나의 의사를 물어보는 질문에 답할 말이 없어, 말을 더듬어가며 어떻게든 나의 요구를 말해보고자 필사적으로 머릿속 생각의 톱니바퀴들을 억지로 돌려보지만, 지금까지 '칸자키를 위한' 것들만 생각했던 나에게 '나를 위한' 것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제물이 없는 불경한 의식이란 업화만을 낳는 법. 마왕에게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단 것은 절대 속일 수 없노라."
"아무리 이계의 존재라 하나, 무릇 경계를 넘어 교류를 나누기 위해 행해지는 거룩한 언약을 지배하는 것은 언약을 맺는 주체 중 어느 한 쪽이 아니다. 그것을 생각해라, 이방인이여."
나를 위한 것도… 중요하다는 걸까?
그렇네. 이 데이트의 계획을 짜기 시작했을 때, 칸자키와 좋은 사이가 되기 위해서 이 데이트에서 칸자키의 마음에 드는 것들로 분위기를 띄워 그녀가 즐기게 하고, 그녀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생각만 했지 나에 대한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았어.
처음부터 이번 약속은 우리 둘을 위한 것이면서도 너를 위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었지만, 너는 나를 생각해주는 거구나. 칸자키.
내가 이 데이트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를 알고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래. 내 희망사항도 말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서 생각해볼게.
칸자키의 희망사항만 듣고 나서 바로 나갈 생각이었는데, 어찌저찌 좀 더 머물게 됐네.
+3 나의 희망사항, 나에게 좋은 데이트가 되기 위한 희망사항이라… 뭐가 있으려나?
으와아아
앵커 후반 부분은 이 다음에 처리할게요 으와아아
늦어서 죄송합니다아ㅏ
역시 '나를 위한' 것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보는게 좋겠지. 그러면서도 칸자키가 좋아할 것이어야 할 테고.
그렇다면…
"귀여운 거려나? 인형이나, 그런 거."
귀여운 것들라면 백화점이라던가, 그런 곳에 가서 인형이나 악세서리를 구경하고 사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게 아닌 이상 그렇게 체력 뺄 일이 없을 테고 칸자키도 귀여운 것을 싫어하지는 않을 테니 이 정도면 칸자키에게도 무리는 아니겠지.
"아! 귀여운 물건들이 잔뜩 있는 카페라던가, 그런 곳은 어때? 조용한 곳에서 뭐라도 마시면 좋지 않을까?"
"신월의 안식처인가. 마를 봉하는 결계의 영향이 없는 곳이라면, 그래. 괜찮겠군."
칸자키가 말하는 결계가 뭘 뜻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 아이디어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네.
그럼 여기선 칸자키의 말대로 나도 좀 욕심을 부리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도록 할까!
"그리고 또 어디가 좋을까?"
"으으음…"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서로의 의견을 늘려나가고 조율하면서 틀을 만들어나가면 되는 거야!
+3 그런데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후에는… 음… 뭘 하지?
쿠마모토 사투리 어려워요
그래도 퀄리티 높은 란코어입니다
"자. 이제 얼마 안 남았네."
방금 막 칸자키와 인사를 나누고 그녀의 방에서 나온 참이었지만, 칸자키와 함께 이야기하며 약속날의 일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강 윤곽을 잡고 난 지금도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직 꽤나 많이 남아있었다.
우선 해두어야 할 것은 현장 답사.
계획을 세워놓기만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니 몇 군데 정해둔 장소를 미리 다녀와서 데이트 장소를 추려내야 한다.
생각같아서는 칸자키와 함께 가서 바로바로 의견 교환을 하고 싶고, 또한 이쪽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스케줄이 꽤나 많아진 지금의 칸자키를 데리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혼자 가자니 다른 사람의 의견이 필요할 듯 싶은 난관.
"같이 갈 사람 없나?"
아무래도 주변에 시간이 남는 사람과 함께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일단 아스카는 시간이 남는지 어떤지 모르겠고, 다른 사람이…
"…타치바나?"
타치바나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른스러운 구석이 있으니 보다 객관적으로 의견을 내줄 수 있을 테니까 타치바나와 같이 가는 것도 좋겠지.
그러고보니 요즘 타치바나랑 별로 못 놀았던 것 같은데, 겸사겸사 타치바나랑 더 친해질 겸 도움을 요청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같네.
그런데 왜 누굴 잊고 있는 것 같지?
"일단 타치바나한테 연락해볼까."
"…어라?"
타치바나에게 연락하기 위해 그녀의 연락처를 찾는 도중 스쳐지나간 한 명의 이름.
타치바나와 이름이 비슷한, 나의 절친한 친구이자 내가 데이트 플랜을 맡겼던 사람.
그리고 데이트 시기가 정해지면 가장 먼저 알려주기로 했던 사람.
"맞아. 아리사가 있었지?"
스케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물어봐야겠지.
+2 아리사, 전화 받으려나?
+3 전화를 받는다고 해도…
1. …시간이 있으려나?
2. …시간이 없으려나?
(+2에서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 +3 다음 상황.
시간은 있다는게 좋겠죠. 이왕 전화도 받았는데...
[여보세요? 카나하쨩?]
아, 받았다.
"안녕, 아리사. 시간 있어?"
[지금은 조금 바쁘지만, 잠깐이라면 괜찮습니다!]
역시 아리사도 스케줄로 바쁜 걸까.
만약 아리사의 스케줄이 함께 답사를 다녀올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다면, 그렇다면 내가 같이 답사를 다녀와달라는 부탁으로 괜스레 그녀에게 부담을 지우게 되지 않을까 싶은 조마조마한 마음이 가슴을 조여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가요?]
"그게… 칸자키와의 약속 일자가 잡혀서 알려주려고. 다른 부탁도 있고."
[오호? 드디어 정해진 겁니까! 그런데 다른 부탁은 뭔가요?]
"오늘 칸자키를 만나서 그날 할 일들의 윤곽을 대강 맞추기는 했는데, 장소는 역시 직접 가보고 정해야 할 것 같아서. 일단 네가 플랜을 짜주기로 한 것도 있고 해서 아리사 네가 같이 가서 의견을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혹시 시간이 될까?"
시간이 충분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겠지.
아리사에게 의존하느라 피해를 끼칠 수는 없으니까.
[물론이죠!]
"어?"
[내일은 어떠신가요? 원래 내일은 오프라 아이돌쨩들을 쫓아… 아니, 아이돌쨩을 탐구하면서 지내려고 했지만 그런 중요한 일이라면 잠깐 미뤄둬야겠죠.]
"나야 고맙지만, 아리사 넌 괜찮아?"
[므후후… 당연히 그 날 놓치는 아리사의 시간은 나중에 따로 보상받을 생각이니까요?]
"그래…"
그러면 그렇지.
대가를 요구할 생각이 역력한 아리사의 말에 아이돌에 열을 올리던 평소의 아리사를 상대하는 것마냥 기운이 조금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노골적으로 속을 드러내는 아리사 덕분에 그녀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생각보다는 그녀와 거래한다는 생각이 강해져 그녀에게 부탁하는 나의 부담 또한 줄어들었다.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팍팍 부탁할 거라고, 아리사!
"좋아! 내일로 하자!"
나도 내일은 한가하니까!
…프로듀서가 오늘처럼 갑자기 일을 잡아오지만 않는다면.
+3 좋아. 이제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될까나?
아니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나?
라고 하면 자꾸 그그실일되더라
아스카에게서 하룻밤만 더 보내고 가면 안 되겠냐는 답장이 왔지만 어젯밤 있었던 일이 떠올랐던 것과 이미 이틀씩이나 신세를 진 결과 내 방의 침대가 그리워진 탓에 차마 그 부탁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귀가하는 발걸음에서 아쉬움이 묻어나온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이미 거절해버렸는걸.
"이 길이 이렇게 길었던가?"
평소보다 더 길게만 느껴지는 길 위를 걷자니 지루해져, 혼자에게만 들리도록 중얼거리는 속마음과 함께, 해야 할 것이 없어져 지루함이 담긴 눈으로 거리를 훑는다.
그러던 중 의식하게 된 게임 센터 한 곳.
"한번 가볼까…?"
무엇인지 모를 이끌림에, 심심함을 잠시 달래고자 그곳으로 들어간다.
가끔은 집으로 가는 중에 이런 곳도 들르곤 하는 거니까.
게다가 이대로 끝내기엔 아쉽잖아? 너무 해야 할 일에 치여 살았다는 느낌이라고, 오늘은.
그러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겠어?
+3 뭐가 있을까나? 뭘 하면 좋으려나?
결국 안 하려던 인형뽑기로 손이..
그래도 하나쯤은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것저것 손대보았지만 생소한 게임들은 역시 손에 익지 않아 금방 끝나버려, 원하던 만큼의 재미는 얻지 못한 채 동전만 소모해버린다.
"다른 거 없으려나…"
충족되지 않은 심심함을 달랠 거리를 갈구하지만, 주변에 보이는 즐길거리들은 전부 다 나에게는 생소하거나 별로 즐길 수 없는,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들이었다.
아니. 전부가 아니라, 하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기들이지.
게임 센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중 하나이자 내가 게임센터에 올 때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즐겨버린 나머지 이곳을 돌아다니면서 몇 번 마주쳤으면서도 여태껏 손대지 않았던 그게 남아있으니까.
그래. 크레인 게임이라면… 나도 즐길 수 있어.
"…하지만 괜찮을까?"
크레인 게임을 할 때마다 매번 좋게 끝나지를 않아서 안 하고 있었던 거잖아?
혹시라도 또 그렇게 된다면…
…아냐. 생각해보면 그건 전부 너무 과하게 즐겨버려서 일어났던 일들이니까, 아주 잠깐만, 인형 몇 개만 뽑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면 문제될만한 일은 하나도 없어.
그래. 몇 번만 하고 거기서 바로 끝내자.
+3 오늘의 인형 뽑기 결과는 어떠려나~
"어라?"
…려 했으나 내가 점찍어두었던 기계 안에 있었던, 수북히 쌓여 파묻혀버리고 싶을 만큼 따스해보이고 복슬복슬해보이는 공간을 만들어내던 인형들은 전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고, 투명한 창 너머로 보이는 것은 나를 자극하던 그 광경이 아니라 차가운 바닥을 드러낸 채 얼마 남지 않은 인형 몇 개만을 품은 황량한 모습이었다.
"이게 뭐야?"
허탈함과 황당함에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흘려보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다른 누군가가 내가 챙기려 했던 재미를 잔뜩 챙겨간 모양이네.
물론 크레인 게임이 이거 한 대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에 하나 더 있으니 딱히 문제될 건 없지만, 그래도 여기 있는 인형들이 마음에 들었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이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지지 말고 끝까지 즐겨 볼까?
"하지만 그러면 직원 분들이 불쌍한데…"
이미 내가 초래한 파멸적인 결과로 게임 센터의 직원 분들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여러 번이나 봐 왔는데, 다른 사람이 이미 그런 상황을 만든 지금, 정말 나까지 그래도 되는 걸까?
다른 사람이 지나치게 즐겼다고 해서 나까지 그렇게 한다면 안 되는 거잖아.
애초에 난 적당히 즐기려고 다짐했단 말이야.
그래도… 엄청나게 재미있을 텐데…
"일단 몇 개 뽑고 생각하자."
+3 …인형을 뽑는 도중에는 별 일 없겠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