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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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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잡았으니 이제 데이트계획을 세워야한다고 하니까 미나미도 도와준다고한다
잠시 잊고 있었던 내 옷차림에 대한 문제로 잠시 굳어버렸던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 것은 아스카가 먼저 걸어온 말이었다.
"바라던대로 잘 끝냈어. 약속은 잡았으니까 이제 데이트 계획만 세우면 될 것 같아."
닛타 씨가 있기는 하지만, 칸자키와 있었던 일을 다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약속을 잡았다고 알리는 거니까 이정도의 말은 딱히 비밀로 취급하지 않아도 문제 없겠지.
"그런가. 좋은 일이군."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되었다니 기쁘네."
"감사합니다."
기쁜 성공을 누군가가 축하해주니 별 것 아닐 수 있는 그 작은 말에 기뻐하던 마음이 더욱 커져 넘쳐흐를 것만 같아, 나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띈 채아스카의 옆에 앉으며 내 마음을 더 풍요롭게 해준 작은 말에 작은 감사로 보답했다.
"그런데 데이트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 나도 도와줄까?"
"네? 아, 네! 그래주시면 저로선 감사하죠. 부탁드릴게요!"
아스카와 내가 머리를 맞대고 세운 계획보다는 세 명이서 함께 세운 계획이 더 풍부하면 풍부했지 나빠질 일은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되어, 나는 나를 도와주겠다는 닛타 씨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럼 이제 계획을 세우고 나서 아리사와 함께 그 계획을 보충해나가면 준비가 끝나는 거겠지.
그러면 한 시름 놓을 수 있을 거야.
+3 자, 이제 어떤 이야기가 오가려나.
아스카는 그저 쿡쿡거리고 있다.
"응, 응. 그런 느낌이지."
서로 평상시의 칸자키에 관한 이야기를 이야기를 나누며, 그것을 바탕으로 나에게 어느 장소가 좋을지 조언해주는 두 사람.
"그런데 카나하. 너 혹시 란코랑 사귀는 거야?"
그렇게 이야기가 나오던 도중 나와버린, 이상한 이야기 하나.
"네, 네? 제, 제가 란코, 아니, 칸자키랑요? 아, 아, 아, 아니에요!"
다른 사람도 아닌 나에게, 한 사람을 놓고 칸자키와 연적이라는 미묘한 관계에 놓여 있는 나에게 칸자키와 사귀고 있냐며 찔러들어오는 헛짚어도 너무 이상한 곳을 헛짚어 당황한 나머지, 나는 그 말을 제대로 부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긍정처럼 보이는 부정만을 남기고야 말았다.
"그래…?"
아니나다를까, 애매한 부정의 말이 오히려 확신을 불러일으켰는지 나를 보는 닛타 씨의 시선은 마치 솔직해지지 못하고 거짓말으로 본심을 덮으려 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그것과 같았다.
"크흡."
그 오해가 우스운지, 제대로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나서줘야 할 아스카는 나를 도와주기는 커녕 이 우스운 상황을 즐기려 하는지, 나를 위해 나서주지 않고 그저 쿡쿡거리며 웃기만 했다.
웃지 말아줘, 아스카…
나한테는 나름대로 심각한 일이란 말이야.
+3 이제 또 어떤 일이 생기는 거야…?
그러자 미나미는 카나하에게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그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미나미 : 그런데 보통 친구랑 데이트 하는데 상담까지 하나?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거지...
멈추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는 오해.
"데이트라고는 했지만, 연인의 데이트는 아니다. 란코와 카나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니까."
"어? 정말로?"
아무리 재미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자신의 연인에 대한 오해가 계속해서 깊어져가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는지, 아스카가 직접 나서서 오해를 해명해준 덕분에 나는 부담스러운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스카가 조금 괘씸하긴 하지만, 그래도 오해에서 벗어났으니까 이걸로 된 거겠지.
"…미안. 이상한 오해를 해버렸네."
"괜찮아요."
"그런데 보통 친구랑 데이트하는 걸로 이렇게 상담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아?"
"네…?"
오해가 풀리자 닛타 씨가 자연스레 품게 된 의구심에 의해 찾아온 더 힘든 질문.
그 질문에 머리가 굳어버려, 나로서는 어떻게 해야 이 질문을 부드럽게 넘길 수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애초에 오해를 해결한 사람도 내가 아니라 아스카였는데, 내가 닛타 씨의 질문에 대해 제대로 둘러대거나 할 수 있는 걸까.
…그래도 해보기는 해야겠지.
+3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래. 그렇게 하자.
"사실 제가 칸자키와 그렇게 많이 친하지 않아서요. 지금까지 친구가 별로 없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칸자키와 친해지고 싶은데 다른 사람과 친해진 경험이 별로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뭐, 그렇지. 그래서 내가 도와주려는 거고."
"아… 그랬구나…"
애초에 칸자키와 친해지고 싶지만 처음으로 겪어보는 연적 관계였기에 경험 부족으로 인해 그녀와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모르는 것이 사실이라 아스카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던 거였으니까.
진짜 사정은 조금 숨겨져 있지만, 닛타 씨에게 한 말도 조금 덜 말했을 뿐이니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얼추 납득해주겠지.
"잘 생각했어. 나도 힘껏 도와줄게."
"…네.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그녀는 나의 말에 납득하며 의욕을 불태우는 눈치였다.
+3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카나하는 그것을 들으면서 이런 언니가 한 명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던 도중 아나스타샤가 방에 찾아온다. 무슨 일이지?
"…그렇죠."
칸자키와 몇 번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했으니, 아직 친하지 않다고 해도 나에게 칸자키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쯤은 쉬운 일이었다. 아니, 쉬운 일이었어야 했다.
하지만 칸자키와 내 사이에 서서 우리의 사이를 벌리고 있는 벽은 단순한 낯설음의 벽이 아니라 마음 속 더 깊숙한 곳에 뿌리를 박고 있는 것이었기에 어색해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것이 뻔하다.
…그러니까, 더 어려운 일이니까 어색해하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겠지.
"그러니 먼저 란코의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본다던가 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될 거야."
"칸자키의 관심사라면… 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던가, 그러면 되는 걸까요?"
"응. 그럴 거야."
"후훗. 이렇게나 챙겨주는 모습이라니, 마치 언니같지 않나? 이 참에 언니라고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뭐야, 그게."
아스카의 장난기 가득한 말에 곤란하다는 듯 대답한 나였지만 아스카의 말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내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하며 정말로 한 번쯤, 장난치듯 언니라고 불러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과 친밀해지고 가까워지는 것은 정말로 좋은 일이니까, 칸자키와 친해지기 전에 이렇게 또 다른 사람과 친해져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정말로 이렇게 나를 잘 생각해주는, 내가 어려운 일들을 털어놓으면서 상냥한 말을 건네받을 수 있는 언니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미나미 언…"
쭈뼛거리며 언니라는 말을 꺼내려 해 보았지만, 하필이면 때를 맞춰 노크 소리가 들려와 놀란 나머지 나는 말끝을 삼키고 소리가 들려온 문을 바라보았다.
이, 이렇게 말이 끊겨버리니까 꽤 창피하네…
"미나미, 있습니까?"
"어라?"
몇 번 들어본 익숙한 목소리를 듣게 되고 나서야 알게 된, 나를 창피하게 만든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아나스타샤였다.
+3 그녀가 닛타 씨의 방에 찾아온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미나미."
닛타 씨가 문을 열고 맞이한 아나스타샤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떤 일이 생겼기에 저런 표정을 하고 있는 걸까.
"데이트, 왜 안 오신 겁니까?"
…데이트?
"데이트? 아, 맞아! 미안, 아냐! 깜빡했어!"
아나스타샤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가 밝혀지자, 방금 전까지 나에게 데이트에 관해 조언해주던 사람이 정작 자신의 데이트를 까먹고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허탈한 감정과 함께 그녀의 말에 대한 불신이 생겨난다.
물론 그 불신은 잠시 동안만 존재했을 뿐, 나에게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그녀가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잊은 채 우리와의 이야기에 열중하게 만들었던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니 생겨난 조그만 책임감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너무합니다, 미나미."
"미안! 정말로 미안!"
+3 이제 어떻게 해야 하려나…?
아냐는 곧 괜찮다며 잘못은 카나하에게 없다며 상냥하게 말을 한다.
그런것을 보고 더욱 찔리는 카나하...
"그게, 카나하가 란코랑 데이트를 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서 도와주느라 그만 잊어버렸어. 미안해."
"그건 나중에 해줄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이 곤란해하는데 도와주지 않을 수 없잖아?"
"저기…"
서로 투닥거리기 시작하는 둘을 보자 조그만했던 책임감이 점점 자라나 나를 압박해, 나로 인해 데이트 약속을 망치고 만 아나스타샤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느라 중요한 약속을 깨버리고 만 닛타 씨에게 미안해지는 감정을 견딜 수 없어진 나는 두 명의 싸움을 멈추기 위해 그 둘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아닙니다. 카나하의 잘못이 아니니까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맞아. 약속을 깜빡한 내가 나쁘지."
…내 잘못이 아니라는 말에 죄책감이 내 마음 더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것은 어째서일까.
"슬슬, 빠져주는게 좋지 않겠어?"
"글쎄…"
그 악의 없는 추궁에, 얼굴 위에 살짝 곤란한 빛을 띄우며 아스카와 소근거린다.
정말 도망치는게 좋을지도.
+3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라고 죠셉이 그랬어
"좋아. 갈까."
잠깐의 소근거림으로 우리들이 내린 결론은 역시나 이만 이곳에서 나가자는 것이었다.
두 명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또 급격하게 이상해진 분위기 때문에라도 이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겠지만, 한창 칸자키와 친해질 궁리를 하던 중에 이렇게 되니…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드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두 분이서 좋은 시간 보내세요."
"나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네. 미안해."
"사람의 인생사에는 이런저런 일이 있는 법. 우리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말은 여유롭게 했지만, 우리들은 이미 견디기 힘들만큼 어색해진 분위기에 눌려 인사를 하고 난 뒤 마치 도망치는 사람들처럼 재빠르게 방에서 나와 문을 닫고 나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적막한 복도에서 바라보는 아스카의 얼굴.
"도움은 됐나?"
그녀가, 나에게 웃어주며 말한다.
"응. 꽤 많이."
"그거 좋은 소식인데?"
+3 이제 우리들은 무엇을 할까.
그것은 아스카도 마찬가지였는지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고 복도를 걸어 아스카의 방에 도착해, 이제 정말로 우리들만의 시간이 생겨났다는 생각에 설레여하는 나를 놔두고서 아스카는 그녀의 방을 살짝 지나쳐간 다음 뒤를 돌아봐 나와 눈을 맞추며, 무언가를 말했다.
"조금, 걸을까."
서로가 서로만을 바라보며 사랑을 채워가는 둘만의 시간 속에서, 내가 바라는 것이 생겨났다.
"…그럴까?"
아스카의 방을 지나쳐 바깥으로 나오자 멀리, 그리고 가까이 보이는 건물들 사이사이에서 스며나오듯 높게 펼쳐진 이미 어둑해진 하늘을 보며 저녁의 차가운 공기를 가슴 속 깊이 들이마신다.
그렇게 차가운 공기로 머릿속에 들어찬 잡념들을 식혀내고 나서 온전히 아스카와의 데이트에 임할 준비를 하고 나서 그녀와 함께 걸어가니, 오늘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 때문에 쌓인 피로가 모두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나한테는 아스카가 절실히 필요한가보네.
언제나 이렇게 그녀의 옆에 있을 수 있다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러려면, 앞으로도 힘내야겠지.
"카나하."
"왜? 아스카."
다정하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데이트를 만끽하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 흘러간다.
+3 이제 우리들은, 또 무엇을.
내 잘못이 아니야(외면)
당황하는 카나하와, 장난스럽게 웃는 아스카
왜 그랬냐고 묻지만 아스카는 그저 웃지요
아주 짧은 시간 닿았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여운을 남기는 그것의 정체를 알아차린 나는 아스카의 행동에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당황한 나머지 내 옆에 서서 장난스럽게 웃는 아스카의 입술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뻐끔거렸다.
"왜 그랬어?"
겨우 마음을 정리하고 나서, 뺨에 스며든 아스카의 흔적이 만들어내는 부끄러운 기류에 휩싸인 채 아스카의 어깨를 툭, 치며 그녀에게 불만스럽게 이유를 묻는다.
만약 아무도 없는 곳에 둘만 있었다면 나도 그녀의 행동에 적절하게 호응해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사람이 지나다녀 누군가가 우리의 행동을 볼 수도 있는 바깥.
만에 하나라도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 있는 일은 자제하는게 좋을 텐데, 어째서 아스카는 내 뺨에 키스한 걸까.
물론 좋기야 하지만… 지금 내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유는 좋아서만이 아닐 거라고, 아스카.
…불안하단 말이야.
"후훗."
"왜, 왜 웃는 거야…"
하지만 불안해하는 나와는 다르게, 뭐가 그리 재밌는지 손을 입가에 가져다대며 웃는 아스카가 정말로 야속하다.
내가 곤란해하는 모습이 그렇게 재밌는 거야? 아스카.
…흥.
+3 이제 또 어떤 일이 생기는 걸까.
설마 또 부끄럽거나 그런 일은… 생기지 않겠지?
카나하는 무심코 내가 곤란해하는게 그렇게 재밌냐고 묻는다.
잠깐 고민하다가 솔직히 말해 그렇다고 하는 아스카
아스카에게서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시선을 외면하며 생채기난 내 마음을 어필한다.
"미안하다. 어린아이같은 욕망을 누르지 못하고 그만 저질러버렸군. 역시, 나도 아직은 미완성이라는 건가."
그거, 열 네살이 할 말이 아니지 않아? 아스카.
"치. 아스카 넌 내가 곤란해하는게 그렇게 재밌어?"
무심코 아스카에게 꺼낸 나의 본심.
연하한테 우습게 여겨지거나 귀여움받는 상황은 언니로서의 위엄이 안 서는건 둘째쳐도 꼭 다른 사람이 날 놀리는 것 같아서 조금 무안해진다고.
무, 물론 장난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또 아스카 너는… 꽤나 멋져서 연하의 어린 아이한테 귀여움받는다는 인상이 별로 없어서 우리밖에 없을 때라면 네 장난을 잘 받아주었겠지만, 그래도 네가 밖에서까지 나를 곤란하게 만들면 정말 창피해져.
그런데 넌 그걸 즐기는 것 같단 말이야, 아스카.
"솔직히 말하자면, 네 반응이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잠시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 없던 아스카가 꺼낸 말은 곤란해하는 나의 모습이 그녀에게 있어 즐거움으로 다가온다는, 다소 멍해지는 말이었다.
나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아스카의 입에서 그런 말을 직접 듣게 되니까… 뭔가 좀 그렇네.
"…흥!"
그러니 계속 삐져 있을 거야.
흥.
+3 자. 날 달래보라고, 아스카.
아니면 내가 보복할 테니까.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아무리 애인이라고 해도 이미 하룻밤, 네 방에서 신세를 졌는데 더 머무르기는 조금 그런데, 너한테서 그런말을 들어버리면 뿌리치기 어려워지잖아.
"돼, 됐어. 리드는 무슨. 애초에 오늘은 집에 가서 잘 생각이었고."
"정말로 갈 생각인가? 나를 놔두고?"
"또 놀리기나 할 거면서…"
"아니. 오늘은 그러지 않겠다. 그러니 하룻밤만 더, 어떤가?"
+3 어째야 할까…
자, 이제 제대로 말할 때야.
"역시…"
내가 그녀의 방에서 또 다시 밤을 보내기를 거절하는 뜻을 전하려 하니 거기서 풍겨나오는 거절의 말에서 곧잘 풍겨나오곤 하는, 특유의 미안해하는 분위기로 내가 어떤 말을 하려는지 알아챘는지 슬픈 표정을 짓는 아스카의 얼굴을 보자, 나는 거절의 말을 차마 끝맺지 못하고 뒷말을 삼켰다.
"…이대로 끝내기는, 좀 아쉽겠지?"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슬픈 그 표정에 결국 함락되고야 만 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원래 하려던 말과는 정 반대의 말.
…분명 거절하려고 했던 건데, 어째서 내 머리는 아스카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지자 아스카와 함께 보내는 또 다른 밤을 상상하며 기뻐하는 걸까.
어째서 내 가슴은 콩닥거리면서 오늘 밤에 얻게 될, '그녀와 함께한 기억'에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는 걸까.
어째서, 미소짓는 아스카를 따라 내 입도 웃게 되는 걸까.
"좋아. 그럼 조금만 더 걷다가 돌아갈까? 너무 늦게 돌아가면 곤란해지니까."
"알았어."
뭐, 상관 없나.
이유라면 어차피 하나뿐일 테니까.
"아! 돌아가기 전에 뭐라도 사갈까?"
"호오? 우리만의 작은 장소에서 열었던 티 파티가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로군. 좋아.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 때보다 더 근사하게 파티를 열자고, 카나하."
"그래. 그러자."
이런 간단한 대화만으로도 입가의 미소를 커지게 만드는 내 마음이 바로 그 이유일 테니까.
그러니까 거절하지 못했는데도 점점 들뜨고 있는 거겠지.
…정말 좋아해, 아스카.
+3 자아, 뭘 사서 돌아갈까나.
그런데 이 케이크를 보고 있자니 묘하게 누가 생각나..(딸기투성이)
기숙사로 향하는 발걸음을 잠시 돌려 주스와 과자를 조금 사고서, 파티의 메인 디쉬를 구하기 위해 작은 베이커리의 문을 열자 딸랑, 딸랑 하며 울려퍼지는 방울 소리가 우리를 맞이한다.
"이 케이크, 귀엽네… 저기 아스카, 이거 사자!"
"네 말대로 꽤 귀엽게 생겼군. 좋아. 이것도 사고, 이것도…"
잘 구워진 빵들이 줄지어 늘어선 채 피워올리는 정감가는 향기에 식욕과 함께 오늘 밤에 대한 기대를 늘여가던 나와 아스카가 선택한 오늘 밤의 즐거움은 빵 몇 가지와 귀엽게 생긴 작은 케이크였다.
생크림으로 하얗게 칠해진 케이크 위에 저며진 딸기가 딸기투성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많이 놓여 있는 것을 보니, 묘하게 누가 떠오르려 한다.
분명 아는 사람 중에 이 케이크를 좋아할 것만 같은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게 누구였더라?
"…아."
"왜 그러지?"
타치바나, 딸기 좋아했었지.
…타치바나랑 다시 한 번 더 놀고 싶어지네.
그래도 지금은 아스카만 생각해야겠지.
"별 거 아냐. 계산하고 나가자."
+3 아스카의 방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니면, 어떤 일을 할까.
나란히 걷는 발소리와 경쾌한 말소리가 한가득 울리는 적막한 복도를 걷고 걸어 다시 한 번 아스카의 방 앞에 도착해 문을 여는 아스카의 뒷모습을 바라다보다,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아스카를 따라 들어가 함께 바닥에 앉아, 들고 온 물건들을 가지런히 꺼내놓는다.
달콤짭짤한 먹거리를 한 가지, 한 가지 늘어놓을 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케이크만큼 달콤한 식욕과 그것보다도 더 달콤하고 농밀할 연인과의 시간에 대한 욕망.
"자. 준비는 얼추 된 것 같으니 슬슬 먹어볼까?"
"응!"
아스카와 동시에 케이크를 조금 떠올려 입 안으로 넣자, 기대했던 만큼의 달콤함이 혀 위에서 사르르, 녹아간다.
"맛있어…"
파티의 시작은 정말 순조롭네.
+3 이제 어떤 이야기를 할까나? 어떤 일을 할까나?
"저, 저기, 아스카?"
나의 입으로 들어갔어야 할 것이 아스카의 입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나중을 위해 남겨두었던 즐거움을 이미 빼앗겨버린 나는 그녀가 그것을 음미하는 것을 차마 제지하지 못하고 멍하니 지켜만 보다, 그녀가 그것을 삼켰을 때쯤에서야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왜 그러지?"
내가 어째서 당황하는지 알 수 없다는 듯,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내가 그녀를 부른 이유를 묻는 아스카의 말이 내 억울한 마음을 키워간다.
물론 아스카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억울하기만 할 뿐 화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지막 딸기를 빼앗겨버려 심통난 내 마음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다.
"미안하게 됐군. 네가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남겨두었던 이 딸기의 새콤달콤한 감미로움을 전해줄 수야 있겠지만 아쉽게도 이미 삼켜버린 것을 되돌려낼 방법은… 존재하지 않겠지."
"…너무해."
"물론 나도 네 즐거움을 빼앗아버려 미안해하고 있어."
"그러니… 내가 그 대신이 되어주겠다. 그걸로 나를 용서해주면 안 되겠나?"
댓가를 치르겠다는 아스카의 말이 나의 귀에 들어와 박힌다.
이런 결과를 기대하고 너를 닦달했던 건 아닌데, 네가 그런 말을 해버린다면 심통난 내 마음이 어떻게 달래질지… 기대하게 되어버리잖아.
물론 딸기 따위보다 아스카 네가 백 배, 천 배 더 좋아서, 그래서 고작 딸기 하나로 네가 나한테 무언가를 해준다고 생각하니 조금 양심에 찔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대되는건 어쩔 수 없다고.
"…어떻게 해줄 건데?"
+3 그러니 말해줘.
어떻게 내 딸기 대신이 되어줄 거야?
무엇을 하려는지, 분위기잡힌 목소리로 작게 말하던 아스카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턱밑을 부드럽게 훑더니, 곧이어 그녀의 얼굴이 나를 한 번 덮치고 나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제자리로 돌아가, 태연한 시선으로 나를 마주본다.
내 딸기의 몫을 자신이 대신해주겠다던 아스카가 선택한 길은, 그녀의 딸기만큼 붉은 입술을 내 입으로 직접 전해주는 것.
"아스카."
하지만…
"이리 와."
…이걸로는 부족해.
아스카가 나에게 키스할 때보다 빠르게 그녀를 덮쳐, 아스카를 껴안은 채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그녀의 입을 열고, 그 안을 침범해 그곳에 남아있는 딸기의 맛이라도 느껴보겠다는 듯 이곳저곳을 누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아스카는 분명 급작스러운 키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이 가져간 새콤달콤한 맛을 전해주려는 것처럼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놀랄 만큼 적극적으로 나의 진득한 키스에 호응해왔다.
케이크의 달콤함이 아직까지 남아있어서인지, 끈적한 분위기에 젖어들어가는 연인들의 키스가 가진 위험할 정도의 달콤함 때문인지, 혀 끝에선 이상하리만치 달콤한 맛이 느껴졌다.
"하아…"
"후우우…"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 함부로 내 딸기를 먹은 댓가를 치렀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
…그런데 왜 네가 제대로 된 댓가를 치르게 했다는 느낌은커녕 너한테 휘둘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걸까?
왜 그렇게 만족스럽게 미소지으면서 내가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거야, 아스카? 응?
"아스카, 너 설마…!"
그녀의 미소가, 교활한 웃음으로 변한다.
+3 다, 다음 상황!
니노미야 양이 뭘 할지에 대한 앵커에 주인공의 행동이 걸린다면, 역시 이렇게 하면 되는 거겠죠.
뭐, 그래도 일단 리드는 했으니까요.
"자, 잠깐만, 아스카…"
"뭘 망설이지? 어차피 너도 이렇게 될 건 짐작하고 있었잖아?"
물론 나도 어느 정도 꽁냥거리기는 할 생각이었어. 바깥에 나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걷고, 같이 먹을 것을 사면서 만들어진 좋은 무드가 네 방 안까지 끌려 들어와 줄곧 이어져 왔는데, 그런 방 안에서 너와 둘만이 있는데,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하지만 이렇게 멀리까지 갈 생각은 전혀 안 했단 말이야!
"그렇지만 여기… 기숙사잖아…"
"우리 사이에 언제부터 그런 게 문제가 되었지?"
"…그래도."
만약 다른 사람들이 듣게 된다면…
"그런 게 문제라면…"
"아, 아스카?!"
"…네가 조용히 하면 되는 일이 아닐까 싶은데."
누, 눈이 무서워!
+3 이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거야…!?
...작가님의 댓글은 발판이었던가.
아스카가 본심을 드러내고 난 후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그녀의 요구대로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하며 아스카에게 포식당하고, 잔뜩 잡아먹힌 뒤에는 몸 이곳저곳에 아스카의 흔적을 상흔처럼 새긴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
이렇게 되어선 딸기도, 리드도 빼앗겨버린 꼴이잖아.
…어쩌면 처음부터 아스카에겐 딸기도 나도 똑같은 게 아니었을까?
결국 메인 디쉬 다음의 디저트는 나였잖아.
"…내가 리드하고 싶었는데."
훌쩍, 콧소리를 내며 이미 풀 길이 요원해진 억울함을 한껏 드러낸다.
"내… 내가, 리드하게… 해 준다고 그랬잖아!"
억울해서, 서러워서 눈가에 응어리졌던 마음이 내 뺨을 타고 보란 듯이 흘러내린다.
…기대했었단 말이야.
+3 아스카는 나의 눈물을 어떻게 하려 할까. 어떻게 멈추려 할까.
늦어서 죄송합니다아아
오늘… 아니, 어제 어디를 다녀오느라…
울때 제일 예쁜가보다
갑작스럽게 받은 탓인지 아스카의 입술을 살짝 씹어버린 카나하. 그 후 아스카는 소원 한 가지를 들어준다고 협상한다.
@이미 해버린거 이정도는 괜찮을려나
"흐읍…?!"
무너져내린 내 마음 한구석을 막아내기 위해 아스카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나와 입술을 맞대고 천천히 나를 달래주는 것.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던 탓에 놀라 어설프게 받아주느라, 상냥한 키스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스카의 입술을 살짝 깨물어버렸지만 아스카는 그에 개의치않고 다정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스킨십을 이어나갔다.
"하아…"
길고 긴 키스가 끝나고, 서로를 안은 채 동시에 만족스러운 한숨을 터트리자 서로의 숨결이 만나 섞여간다.
"소원… 하나 들어주지. 그걸로 네 화가 풀어진다면."
"정말로?"
아직, 아스카의 달래기는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3 어떤 소원을 비는 게 좋을까…?
아니면, 나중을 위해 남겨둘까?
그렇다면 이 소원은 나중을 위해서 남겨둘까.
"다음을 위해 아껴둘래. 지금 쓰기는 너무 아까워."
"그런가? 알겠다."
날 껴안은 그녀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과연 기분 탓일까, 아니면 정말로 아스카가 이상한 생각을 품은 걸까.
"자, 그럼 아직 시간은 많으니 오랫동안 즐겨보지 않겠나?"
"아스카아아…"
나를 안아올려 침대로 데려가는 아스카.
아무래도 내가 잡아먹히는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시 한 번 실컷 잡아먹히고 나서야, 우리들의 파티는 드디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제 쉴 수 있어…
"소원, 다음에 쓰겠다고 했지."
"응."
"미안하지만 기한 종료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아스카!"
나는 아스카에게 항의하려 했지만, 이미 잠에 빠져들었는지 아니면 일부러 내 말을 무시하려고 하는 건지 아스카는 나에게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아, 결국 나에게 남은 것은 이제 와선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된, 무의미한 소원 뿐이었다.
"뭐냐고, 이게…"
결국 상처뿐이잖아.
소원, 진작 쓸 걸 그랬나.
"이런… 거… 흐암, 반칙…"
+3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니면 어떤 일을 할까.
"으웅…"
"카나하. 아침이다. 슬슬 일어나야지."
편안한 어둠 속에 파뭍혀 있는 나를 부르는 누군가의 어렴풋한 목소리.
"카나하?"
"나좀 내버려 둬… 아스카…"
그 목소리의 주인이 밤중의 저질렀던 일을 떠올려버린 나머지, 나는 그녀에게 무심코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피곤한데에…"
"하지만 계속 누워 있으면 안 되지 않나. 자, 그러니 아침부터 먹도록 하자고. 카나하."
…그런데 오늘따라 아스카의 목소리가 묘하게 다정하네.
내가 자는 동안 아스카가 미리 준비해두었던 아침 식사를 내놓는 동안 그녀는 내 화를 풀어주려는 듯, 계속해서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지만 간밤의 배신으로 맺힌 앙금이 아직까지도 안에 남아 있었던 나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녀의 말을 시큰둥하게 흘려넘기며 작은 식탁 위에 차려지는 음식들을 구경하기만 했다.
그렇게 아침의 공복과 아스카에 대한 실망으로 쓰라린 배를 부여잡고 하나, 둘씩 식탁 위로 올라오는 음식들의 매혹적인 자태를 바라보다 언뜻 깨달은 무언가.
아스카가 직접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샌드위치와 스파게티, 그리고 까지, 아스카가 아침 식사로 준비한 모든 음식들은 전부 다 언젠가 내가 그녀에게 '네가 직접 만들어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던 음식들이었다.
나에게 있어선 최고에 가까운, 먹기조차 아까운 음식들.
혹시 아스카도 밤의 일이 마음에 걸려, 나에게 사과하기 위해서 이러는 걸까?
"잘 먹을게, 아스카."
만약 그런 거라면… 조금 마음이 풀렸을지도.
+3 이제 우리들은, 또 무엇을.
어허 다행
감동과 가 섞인 감정에 취해 울렁거리는 가슴 때문에 아스카가 차려다준 아침을 도저히 먹을 수 없어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고 있으니, 아스카는 어느샌가 자신의 포크에 스파게티를 한가득 감아 내 입가로 가져왔다.
혹시라도 흘릴세라 포크를 받혀든 아스카의 손과 그 너머에서 나를 지켜보는 애정어린 눈빛.
"아~"
나보다 먼저 일어나 정성스레 준비했을 아침을 직접 먹여주려는 그녀의 애정어린 손길에 내 마음이 움직였는지 다시 한 번 그녀에 대한 애정이 샘솟아, 그녀를 미워하던 내가 있던 자리에는 이제 도저히 그녀를 미워할 수 없는 나만이 남아있었다.
그런 내가, 맛있는 기쁨을 느낀다.
그녀를 용서하고 다시 한 번 그녀와 함께하는 산뜻한 아침을 맞이하기로 결심해, 불만스러운 앙금을 훌훌 털어 불편했던 기분을 모두 날려버리고 평소대로의 나로 돌아와 아스카가 걸어오는 말을 받아주고, 그녀가 했던 것처럼 스파게티를 먹여주기도 하며 우리들은 먹구름이 지나쳐간, 활짝 개인 아침을 보냈다.
"슬슬 헤어질 시간인가."
"그렇겠지? 휴일도 아니고, 특별한 스케줄도 없으니까."
"우상의 모습에 가려져 있다지만 결국 너나 나나 학생의 신분에 얽매여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로군. 우리같은 학생의 업에 묶인 자는 증표가 없다면 그 업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곧 찾아올 이별의 순간은 피할 수 없겠지."
조금도 남기지 않고 아침을 해치운 우리들은, 단 둘이서만 있을 수 있는 지금을 단 한순간이라도 낭비하지 않으려는 생각에 나란히 앉아서 곧 다가올 이별의 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카나하, 어디서 휴대폰이 울리는 것 같지 않나? 내 폰은 여기 있다만, 혹시 네 폰이 울리는 게 아닌가?"
"어? 그러네?"
아스카의 말을 따라 전화가 왔음을 알리려 한껏 떨며 울고 있던 그것을 잡아드니, 액정 위에 그려진 단어 하나가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누군지 드러났다.
"여보세요? 프로듀서?"
[카나하. 지금 어디야?]
전화를 받자마자, 프로듀서의 매우 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스카네 방… 인데요?"
[다행이다! 저번의 일도 있고 그래서 내가 발품을 좀 팔아 봤는데, 정말, 정말 급하게 일거리를 하나 잡을 수 있었어. 그러니까 일단 대충 준비해서 밖으로 나와줘. 데리러 갈 테니까. 알겠지?]
"어… 네."
이렇게 급작스럽게 일거리가 생겨버리다니.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프로듀서가 이상한 일거리를 잡아오지는 않았겠지.
좋아. 열심히 하자!
아스카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준비를 마치고 나가 프로듀서의 차를 타고 도착한 한 스튜디오.
그곳에서 알게 된, 프로듀서가 가져온 일이란…
"…아무리 저에 대한 프로듀스 방침이 '귀여운 이미지'라고 하지만 그래도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동요를, 그것도 어린아이들처럼 귀엽게 부르는 일은 좀 아니지 않아요, 프로듀서?"
…조금, 너무 급하게 가져온 게 아닐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말 급하게 잡은 기회라 놓칠 수 없었어. 그러니까 너그러이 봐주면 안 될까?"
"물론… 그렇죠. 프로듀서가 일을 거저 받아오는 건 아닐 테니까요."
그래, 그렇네.
나에게 최후 통첩이 떨어진 만큼 프로듀서도 자신이 책임진 아이돌의, 나의 실적을 최대한 올려주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리저리 뛰어들어 얻어낸 노력의 산물이 바로 이 일일 텐데 너무 불평해서는 안 되겠지.
생각해보면 그렇게 이상한 역을 맡은 것도 아니고 그냥 어린 아이와 어울려주는 역할을 맡은 거잖아?
이 정도는 다른 사람이 보는 내 이미지에서 그렇게 벗어난 역할도 아니니까 너무 그러지 말자.
"그럼 불평은 이걸로 끝내고, 프로듀서가 힘내서 가져와주신 일인 만큼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 프로듀서."
앞으로를 위해서, 그리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2 아스카는 이곳에 따라왔을까?
+3 (주사위)그리고, 나는 얼마나 급하게 섭외된 것일까.
이상한 일은 아니라 다행이라고 하지만 웃음을 참고 있다..
급하게 잡아온 일이라기에 조금의 여유도 없이 바로 일에 뛰어들어야 할까봐 걱정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현장에서 프로듀서가 해준 말에 따르면 갑자기 생긴 일거리라 급히 준비하고 현장으로 올 필요가 있었을 뿐이지, 아직 촬영까지는 그럭저럭 여유가 남은 모양이었다.
"루루루, 루, 루루…"
그래도 스케줄에 올라와 있던 일과 갑자기 찾아온 일의 압박감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어, 잔뜩 긴장한 채 내가 불러야 할 동요의 멜로디를 나지막이 흥얼거리며 나름대로 촬영을 준비하는 것으로 긴장감을 줄이려 해본다.
"그게 네가 오늘 불러야 할 노래인가."
나지막한 노랫소리만큼이나 조용하게 나의 옆을 찾아와 앉는 아스카.
"너에게 참 잘 어울리는, 귀여운 곡이 아닐 수 없군 그래."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겠다며 나를 따라왔던 너.
너의 존재로 인해, 긴장해 얼어붙었던 내 안의 무언가가 한순간에 녹아내린다.
"하아… 난 좀 더 멋진 일이 하고 싶었는데."
"뭐, 그래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지 않나."
그저 궁금해서 나를 따라온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이상한 일을 맡게 될까봐 걱정해 나를 따라왔다는 고백과도 같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아스카의 말.
그 말을 듣자 어쩐지 심장 부근이 간지러워져 나도 모르게 헤실거릴 뻔 했지만, 정작 내가 바라본 아스카의 얼굴은 걱정했다는 투의 말과는 다르게 재미있어 견딜 수 없다는 듯 웃음을 참고 있어, 내 감정을 빠르게 사그라뜨렸다.
"…치잇."
"미안, 미안. 하지만 방금건 어쩔 수 없었다고."
>>+3 흥.
이제 어쩔 거야, 아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