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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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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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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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의 마음이 안정되었다고 해도 연정과 미약한 가학심이라는, 절대 가라앉을 일 없는 두 감정이 여전히 아스카에게 작은 장난을 쳐 그녀를 괴롭히게 만들어, 나는 계속해서 아스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위해 그녀를 괴롭히는 어그러진 애정을 쏟아부었다.
"으웅…"
그렇게 아스카 그 자체를 원없이 즐기고 있을 때 들려온 하야사카의 작은 목소리.
아스카의 옆에서 자고 있는 하야사카를 위해 최대한 목소리를 죽인 우리들이었지만 제아무리 작게 만들어진 소리라도 자고 있는 사람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큰 자극이었던 걸까.
어느새 뜨인 하야사카의 눈동자 속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온 미약한 빛이 반짝인다.
"미안. 내가 깨웠어?"
잘 자고 있던 그녀를 괜히 깨워버린 것 같아 사과하는 나.
"아냐… 신경 쓰지 마아…"
졸린 탓인지, 뒤척이며 다시 잠을 청하는 하야사카의 목소리는 평소보다도 훨씬 부드러웠다.
그녀의 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가만히 서서 뒤척이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으니, 하야사카는 얼마 있지 않아 새근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잠에 빠졌다.
"귀엽지 않나?"
"응. 귀여웠어."
아스카의 말대로, 앙칼진 모습을 보여주다 방금처럼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 마음에 드는 반전성을 보여주는 하야사카는 꽤나 귀여웠다.
"하야사카는 이렇게 귀여운 동생 같은데, 왜 누구는 언니를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걸까나."
하야사카도 열네 살이라고 하던데, 왜 같은 열네 살인 누군가는 하야사카처럼 귀여운 짐승이 아니라 사납고 무서운 짐승이 되어버렸을까나.
"그건 네 쪽의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그나저나 나도 너 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있건만, 나에게는 사과 한 마디 없으면서 미레이에게는 사과하는 건가?"
"흥. 애초에 이건 아스카 네 잘못이잖아. 하야사카가 날 껴안고 나서 날 놀려서 내가 보복하게 만든 것도, 지금 이렇게 된 것도 전부 다."
자업자득이라고, 아스카.
>>+3 이제 뭘 할까.
"그래."
아직 아스카를 괴롭히는 것에 질리진 않아 더 하려면 더 할 수도 있었지만, 슬슬 몰려오는 잠기운을 버틸 수 없어진 나는 이만 자리에 누워 자려 했지만, 자꾸만 무엇인가가 내 머릿속에서 그 행위를 방해한다.
아스카의 품에 안겨 좋은 꿈을 꾸고 있을 하야사카.
잠을 청하기 위해 자리에 누우려 할 때마다, 아스카의 옆에 있는 그녀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이대로는 잘 수 없어.
"카나하? 어딜 가는 거지? 내 침대는 1인용이라 세 명이 같이 잘 수 없다는 것은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잠깐만…"
정말 하고 싶은 일 하나만 하고 나서 바로 갈게.
엄청 신경 쓰여서 잘 수가 없단 말야.
"잠깐만… 하야사카좀 안아볼게…"
잠깐 동안이라도 아스카와 같은 침대에 누워 하야사카를 껴안으면 아스카와 간접적으로 맞닿게 되니 아스카를 빼앗겼다는 생각도 들지 않게 될 것 같고, 또 지금처럼 부드러운 이미지의 하야사카를 한 번 껴안아보고 싶기도 해 저지른 일.
어쩐지 그녀를 껴안는다면 잠이 더 잘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으, 므으…"
"포근해…"
생각보다도… 더 편안하고, 포근… 하네…
>>+3 ……
(다음 상황)
그러면서 자리를 바꿀려고 일어나는 아스카의 손을 자기도 모르게 잡는 카나하.
푹신푹신한 침대 위에서 잠에 빠져들어가,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몽롱함에 빠져 있는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린다.
무의식적으로 귀를 기울이게 되는, 계속 듣고 싶은 편안하고 익숙한 그 목소리의 주인은 무언가에 불평하며 투덜대고 있었으나, 어째서인지 그걸 듣는 내 마음은 다른 이의 불평을 듣고서도 고요하기만 했다.
…더 듣고 싶어.
"이번에는 내가 자리를 비켜줄 때인가."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불에 몸이 스쳐 사르락거리는 소리가 그녀의 목소리를 대신하며 내 귓가에 머무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떠라가려는 그 때가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를 기억해낸다.
"가지 마…"
그리고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기 싫어, 잠결에 멍한 정신으로 손을 내밀어 그녀를 찾아 붙잡으려 하자, 그런 내 마음이 내 손을 인도했는지, 서로의 손이 닿았다.
그녀와 닿아 아직 그녀가 사라지지 않은 것을 확인하니, 안심되는 기분이 든다.
>>+3 이제… 또 어떤…
한숨을 쉬고, 또다시 스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면서도 그녀를 붙잡은 내 손을 뿌리치지 않은 채 어딘가로 움직이던 아스카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는지, 침대 한 쪽이 푹 꺼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윽고 아스카는 자유로운 손을 내 머리 위에 얹고 나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기분 좋은 손길로 몽롱한 나를 다시금 매력적인 잠의 유혹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도록 했다.
나는 그 인도에 굴복해, 편안한 기분 속에서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을 만끽하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잘 자, 아스카.
"으웅…"
…어딜까나, 여긴.
내 방이 아니라는 건 확실한데.
자면서 헝클어진 머리를 습관적으로 정리하며 머릿속에 떠다니는 단편적인 기억들을 모아 하나의 온전한 기억으로 재구성하자 이곳이 기숙사에 있는 아스카의 방이라는 것과 내가 하야사카와 함께 침대 위에서 잠들었다는 것, 그리고 잠결에 아스카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던 것들이 기억난다.
아직 희뿌연 안개에 싸인 듯 기억나지 않는 것도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분명 난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바닥에 내려와 아스카와 같은 자리에서 자고 있었다는 것.
침대 위에는 하야사카만이 곤히 자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이려나.
>>+3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시간을 보니 평소보다는 살짝 늦은 기상시간이여서 아스카를 깨우는데...
잠꼬대인지 새벽에 카나하 때문에 못 잤다면서 오해발언을 뿜어낸다. 미레이는 그걸 듣고 물음표를...
"흐아아아아암…"
어차피 생각나지도 않는 일에 계속 매여 있는 것보단 궁금증을 놓아주고 편한 마음으로 멍한 아침을 즐기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아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겨 그저 멍하니 앉아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보며 잠을 깨우고 있으니, 어느새 일어나 하품하는 하야사카가 내 관심을 끌었다.
"보자, 지금이 몇 시… 으아! 늦었잖앗!"
아직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피곤할 텐데도 생각하지 않는 편안함을 누리길 선택한 나와 달리 시간부터 확인하는 그녀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하야사카를 보며 그녀 또한 아스카처럼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집에서 지내는 나와 달리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만 하는 아이돌로서의 습관을 가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환경 탓인지, 아니면 태생부터 나와 다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보다 더 성실해 보이는 것은 변함 없겠지.
반면 아스카는…
"빨리 일어나라굿! 늦었단 말이야!"
"조금만 더…"
…의젓해보이는 하야사카와 달리 엄청나게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
같은 기숙사에서 지내는 같은 열네 살들인데 왜 이렇게 다른 걸까.
"새벽에 카나하 때문에 못 잤단 말이다…"
"…내가 잘 때 뭔 짓 했어?"
"난 아무런 기억도 없는데…"
다른 이유가 나 때문이었나.
"아스카아… 그래도 기상 시간이면 나가봐야지…"
"맞아!"
"조금만… 3분이면 되니까 제발…"
어젯밤의 일은 거의 기억에 없었지만, 그래도 아스카가 일어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나 때문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 책임감이 생겨, 나는 하야사카와 함께 아스카를 깨워보려고 했으나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3분 잔다고 하면서 정말로 3분만 자는 사람이 어딨어, 아스카.
그만 일어나야지.
"빨리 일어나는게 좋을… 응?"
아스카를 깨우다 말고, 하야사카가 갑자기 무언가에 반응했다.
"왜 그래? 하야사카."
"방금 문 두드리는 소리 나지 않았어?"
"그러고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나가볼게."
이 시간에 아스카의 방에 찾아올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텐데, 그녀의 방문을 두드린 사람이 과연 누구일지 생각하니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떠오르려고 했지만, 아직 졸린 탓인지 그 생각은 전혀 구체화되지 않고 희미한 윤곽만 잡힐 뿐이었다.
과연 누구려나.
프로듀서일까?
"안녕."
"방황하는 짐승이 어째서 여기에?"
이 말투, 이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나도 사정이 있었다고."
"여의 공명자는?"
"아스카? 아스카라면 안에 있어. 그런데 안 일어나려고 하네. 카나하 때문에 잠을 설쳤다나 뭐라나."
"…누구? 탕아의 이름이 어째서 지금 이 곳에서 나온단 말인가?"
아, 생각났다.
…자, 자, 잠깐만.
지금 칸자키한테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들켜버린 거야?!
>>+3 아침부터 찾아온 이 위기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혹은, 어떤 상황이 생길까.
"뭐 해? 서 있지만 말고 들어오라고."
예기치 않은 칸자키의 방문에 놀라고 있을 새도 없이 칸자키와 나, 그리고 아스카 사이에 일어난 일을 알 턱이 없는 하야사카가 칸자키를 방으로 들여, 나는 졸지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로 칸자키를 대면하게 되었다.
"그래, 공명자의 업에 서린 어둠이 이것이었나."
차라리 잠기운에 취한 상태로 칸자키의 앞에 선다면 멍한 눈빛으로 그녀의 모습을 흐려버릴 수라도 있었겠지만 사라질 것 같지 않던 잠기운은 야속하게도 칸자키를 만나자마자 싹 달아나버려, 나는 맨 정신으로 칸자키의 앞에 서게 되었다.
"아, 안녕, 칸자키."
나에게 죄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이 자리, 아스카의 방에서 칸자키를 만난 이상 그녀에게 한해선 나는 어쩔 수 없는 죄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더군다나 나는 이미 칸자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그녀가 찾아왔을 때 숨어버린 적이 있었기에 죄인이 된 기분을 더욱 떠나보낼 수 없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칸자키에게 인사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었다기보단, 해야 할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3 이제 나한테… 어떤 말을 할 거야? 칸자키.
그나저나 아스카 너는 왜 아직도 자고 있는 거야…
나의 인사를 받은 칸자키가 눈을 샐쭉이며 한 차가운 말에서 그녀가 지녔던 말투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그녀가 지금 어떤 심정으로 나에게 묻고 있는지 짐작케 하여 나를 순식간에 압도한다.
"아스카랑 같이 와서… 지금까지 쭉…"
아이돌로서 지금까지 지켜왔을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버릴 정도로 칸자키가 분노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내뱉은 진실이 나의 마음 속 양심을 옥죈다.
그렇게 옥죄인 양심과 칸자키의 앙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이 밖으로 나오려 하듯 내 몸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해, 나는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어 내 몸을 진정시켜보려 했지만, 이미 나의 제어에서 벗어나 칸자키에게 압도된 나의 몸은 내 생각에 따라주지 않았다.
"그럼 내가 왔을 때는. 그 때는 어떻게 된 거야."
"창 밖에 숨어 있었어…"
"하아…"
지금 이 순간, 칸자키가 화나 있는 지금만큼은 난 그저 죄를 인정해야하만 하는 죄인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아무런 거짓도 말할 수 없고,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이 몸도 마음도 떨리는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아스카가 깨어나주기만을 빌 뿐.
"너는…"
"으응? 란코가 아닌가? 흐아암… 좋은 아침이로군."
우리들이 주고받은 이야기들의 작은 폭풍 속에서 더는 잘 수 없었는지, 칸자키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타이밍 좋게 일어난 아스카.
하지만 그녀가 한 말은 상황을 개선하기는커녕 상황을 악화시키는 말이었다.
"…잠깐."
곧 그녀도 그것을 깨달았는지, 그녀의 표정이 점점 경악한 사람의 그것으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3 우,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면… 그녀가 우리에게 무슨 행동을 할까…
자신이 부른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미레이가 부르게 되었다고...
미레이도 분위기를 보고 일단 장단을 맞춰준다. 아리스에게 이야기 들었어가지고 궁금했었다고...
정신을 차린 아스카가 칸자키를 달래기 위해 나섰지만,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그녀의 비책은 다름아닌 이 사태를 변명하는 것.
그렇게 효과적인 방법은 아닐 것 같은데, 아스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카나하를 이곳으로 부른 사람은 내가 아니라 미레이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스카?
"어, 어! 맞아! 내가 불렀어. 아리스한테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어떤 사람인지 내가 직접 보고 싶어졌거든."
다행히도 하야사카가 분위기를 보고 장단을 맞춰주어 한 고비는 넘겼지만, 칸자키가 그것을 믿고 말고는 별개의 문제인 데다가 하야사카를 이용해 우리들의 위기를 회피하는 것만 같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정말, 이걸로 괜찮은 걸까.
>>+3 칸자키는 아스카의 변명과 하야사카의 호응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하야사카의 말을 곱씹어보던 칸자키가 어느 정도 진정한 듯 평소의 말투를 되찾아, 나의 불편한 마음은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펼쳐 보아라. 여행의 지도를."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해보라는군."
하지만 칸자키는 아스카와 하야사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하야사카를 추궁하기 시작에 내 마음에 얹힌 짐을 곧바로 늘려 나는 결국 이전보다 더한 부담감을 떠안게 되어버렸다.
거짓말을 하게 된 하야사카에게도, 곤경에 처한 아스카에게도, 나로 인해 상처받았을 칸자키에게도 모두 미안해진다.
그렇지만 누구를 도울 수도 없고, 칸자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방관자가 되어간다.
마치 산 채로 말라죽는 것처럼.
>>+3 하야사카는 어떻게 대답할까.
이거 사실대로 말하면 미레이도 큰일 나겠는걸.
"여행의 시작은?"
하야사카는 그녀와 내가 함께했던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 일로 칸자키의 질문에 대답했지만, 칸자키는 긴장한 나머지 말을 더듬는 하야사카를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하야사카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시작? 그 전에? 그 전에는… 이, 일이 끝나고 돌아와보니까 마침 기, 기숙사에 도착한 둘을 발견해서, 그, 그대로 방에 와서 코우메가 와서 같이 영화 보자고 하기 전에는 줄곧 셋이서 수다… 떨고 있었는데?"
"…도착하고 나서 줄곧?"
칸자키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하야사카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꾸며내고야 말았지만, 칸자키는 그녀의 대답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는지 다시 진지한 말투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그, 그래!"
"그런데 내가 왔을 때는 왜 없었지?."
"아… 그, 그게… 그 때는 코우메가 불러서…"
"그리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면, 밖에 나와서 일하던 여의 공명자는 도대체 누구였다는 거지?"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싸늘하게 내뱉는 칸자키의 말에, 하야사카의 표정이 점점 울상이 되어가며, 결국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는 악순환에 계속해서 생겨나는 거짓말 위에 칸자키의 불신이 쌓여가는 또 다른 악순환이 겹쳐, 끔찍한 고리가 만들어졌다.
아스카도 하야사카도, 그리고 나도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을 정도의 냉랭한 분위기가 휘몰아친다.
이렇게 두 명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버리게 될 줄 알았다면 아스카를 따라오지 말 걸 그랬어.
"…아스카가 데려온 거 맞아, 칸자키."
이제 그만할 때가 됐어.
나 때문에 너희 둘이 이렇게까지 마음고생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고.
"하아… 그래. 처음부터 진실을 말하는 편이 좋았겠지. 카나하의 말이 맞다. 그녀를 이곳, 나의 세계로 끌고 와 이 상황에 세워 둔 사람은 바로 나다. 하야사카가 아니라."
"일이 이렇게 되게 해서 미안. 내가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한 순간에 세 명에게 잘못을 저질러버리다니.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다는 욕심은, 아무래도 가지면 안 되는 욕심이었나보네.
"…갈게."
>>+3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일단 분위기 상으로 뭔가 있었다는걸 자각하고 카나하를 도와준다
방을 나와 터덜터덜 걷는 내 발걸음마다, 내 안에서 부서져버린 무언가가 떨어진다.
지금 부서져가는 것이 내가 아니라 아스카의 제안을 별 망설임없이 받아들인 과거의 나라면, 그 때의 결정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나 누가 따라오지는 않았을까 싶어 후회막심한 눈으로 뒤돌아본, 내가 걸어온 길 위에는 나의 미련과 비애가 눈에 보일 듯 짙게 깔려있었다.
"…가야지."
뭘 망설이는 거야.
"저기…"
"꺄앗!"
누, 누구?!
"괜찮으신가요오…?"
다시 걸어나가기 위해 뒤돌아본 그곳에 보이지 않던 얼굴이 있어 놀란 가슴을 추스리고 보니, 나를 놀라게 한 사람은 전에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 사쿠마 씨…"
"표정이 많이 안 좋으신데,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아뇨. 아무 일도…"
굳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사쿠마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거짓말로 사쿠마의 걱정 섞인 질문을 회피하려 했지만, 내가 거짓말을 늘어놓기 시작하자마자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던 그녀의 눈이 거짓말임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날카롭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 눈을 보니 다른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버린 내가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한다는 것에 에 말문이 막혀, 나는 목에서 튀어나오려던 거짓말을 재빨리 억눌러 수습하고 다른 말을 꺼낸다.
"…부럽네요. 사쿠마 씨는."
지금 상황에서 그녀를 보며 느낀, 내 진심 일부를.
이 세상에는 연적과 좋게 지낼 수 있는 사람도 있는데, 왜 나는 그런 축복을 못 누리는 걸까.
"역시, 무슨 일이 있으셨나 보네요."
"복도에 서서 이야기하기는 좀 그런 주제 같으니까, 마유의 방에 가서 이야기하지 않으실래요? 지금은 한가해서 이야기를 들어드릴 시간은 많답니다."
"네… 감사합니다…"
나는 목적지가 생겼지만, 죄책감으로 방황하는 내 마음은 언제쯤 목적지를 찾게 될까.
사쿠마와 이야기하며 마음을 추스릴 수 있다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3 사쿠마 씨의 방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말을 잘못했다고 곧 깨달은 카나하였지만... 다시 집어넣기는 힘들겠지.
사쿠마는 자신의 방으로 나를 데려와 앉히고 나를 향해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내가 겪고 있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그 다정함에, 마음 속에 박혀 있던 조각난 감정의 파편들이 녹아붙어, 점점 원래대로의 형상으로 돌아가며 마모되어 사라져버린 나의 일부분을 채워간다.
"어떻게 된 거냐면…"
어차피 사쿠마도 나와 아스카의 관계를 알고 있으니 딱히 숨길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나는 비유적인 표현 없이 나에게도 사쿠마처럼 연적이 있었다는 것과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을 간추려 설명했다.
"그래서 마유를 부러워하셨던 거로군요."
"…네."
같은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서로 인지하고 있는 운명의 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적을 좋지 않게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 연적과 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어떻게 보면 가면이라고 할 수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이상적인 경쟁 관계라고 할 수 있는 그녀와 그녀의 연적, 시부야 린의 관계.
나는 그것이 정말로 부러웠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마유는 당신이 부럽답니다? 자신의 운명의 짝과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축복받은 거니까요."
나도 내가 축복받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쿠마가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이젠 부러움을 넘어 내 사정을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부러워하는 사쿠마에게 질투까지 느껴진다.
사쿠마는 나와 다르다.
아스카를 만나면서 가끔씩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 평생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녀와 만나야만 한다는 사실을 곱씹으며 만약 하루라도 내가 아스카를 만나지 못해 죽어버리게 된다면 아스카가 그것을 평생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걱정하고 때론 두려워해야 하는 나와는 다른, 병에 시달리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런 내 상황을 알게 된다면 사쿠마는 정말로 날 부러워할 수 있을까?
이런 운명마저?
"하지만 전 사쿠마 씨보다 더 불행하다고요! 저를 아스카와 이어준 운명도,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라도 떨어져있으면 죽어버린다는 웃기지도 않는 희귀병 때문인데, 그래도 제가 부러우신가요?"
…아차.
"…방금 말은, 비유였어요."
이런 것까지 말해버릴 정도로 자제력을 잃어버리다니.
>>+3 그,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혹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저… 무슨 말이라도…"
단순히 내가 비유하며 빗댄 상황이 적절치 않아 사쿠마가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면 조금 어색해하고 끝날 일이었겠지만 진실을 덮기 위해 변명한 지금, 알 수 없는 표정을 얼굴 위에 띄운 사쿠마의 눈빛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아 마음이 점점 불편해져간다.
"네… 비유 아니에요. 못 믿으시겠지만."
사쿠마는 대체 어떻게 내가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믿지 않을 말을 덮기 위해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걸까.
내가 거짓말을 못 하는 걸까?
>>+3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런 병은 몇개든 걸려줄 수 있다고... 하는데 눈이 무섭다.
하지만 곧 다시 눈빛이 돌아온 마유는 란코와 어떻게 이 일을 풀고 싶냐고 물어본다.
뜻밖의 답이 들려온다.
"마유의 사랑을 이룰 수만 있다면 마유는 그런 병 따위 몇 개든, 몇 번이든 걸려줄 수 있으니까요. 만약 그 분이 마유를 바라보게 할 수 있다면…"
저주스러운 병조차 부럽다는 뜻밖의 답에 놀라 사쿠마를 쳐다보자, 생각에 깊이 잠긴 사쿠마의 눈이 나를 반긴다.
"마유는 정말 뭐든지 하고 싶은 심정이니까요."
어떤 어두운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탁하고 무서운 두 눈이.
"아무튼, 어떻게 하고 싶으신 거죠?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하고 싶은 건가요?"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로 남고 싶어요."
물론 칸자키는 내 연적이었다.
이런 사이를 빌미삼아 아스카에게서 칸자키를 떨어뜨려 놓는 것도 가능할 테지만, 나에겐 칸자키 서로를 보기만 해도 불편해하는 지금같은 사이로 남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칸자키를 아스카에게서 떨어뜨리기는커녕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그녀의 옆에 머물게 하고 싶었다. 내가 칸자키와 멀어진다면 아스카가 걱정할 게 분명했기에, 그녀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칸자키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
"그런데 이런 잘못을 저질러버렸으니,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3 제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줘, 사쿠마…
카나하는 란코를 어렵고 무서운 애처럼 생각하는거 같은데 란코는 되게 여리고 겁많은 아이라고 알려준다.
아스카는 그 자리에 있을 뿐인데 란코는 아스카가 멀어진다는 생각에 두려워 하고 있는게 아닐까.
@4시에 쓰는사람이 있다니... 없는 줄 알고 적당히 썼는데...
잠시 생각하던 사쿠마가 나에게 답을 내놓는다.
"카나하는 란코를 어렵고 무서운 사람으로 생각해서 대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지만, 란코는 사실 겁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여리고 겁이 많은 아이니까요."
"란코가 카나하에게 화내는 이유도 그래서겠죠. 둘이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볼 수록 아스카가 자신에게서 떠나가는 것 같아 두려울 테니까요. 아스카는 언제나 그녀와 함께할 적, 그 자리에 있었고 그녀의 옆에 누군가가 다가왔을 뿐이지만, 그녀가 멀어지는 것 같았을 거랍니다."
그녀가 내놓은 답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서로에 관한 근본적인 오해를 되짚어주는 것이었다.
확실히, 나는 칸자키를 잘 알지 못하고 그녀가 나에게 보여준 모습들만 보아왔기 때문에, 그녀가 내 앞이 아닌 다른 곳에선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를 무서워해 잘 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쿠마의 말이 어느정도 수긍되었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모든 시기와 질투 속에 아스카가 자신의 옆에서 떠나갈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숨어있었다면,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스카는 여전히 칸자키의 옆에서 떠나가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다가간 내가 그녀의 옆에 있는 한 칸자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그 진실을 그녀의 여린 마음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할 수 있는 걸까.
어떻게 해야 우리들의 꼬이고 꼬인 관계를 순탄히 풀어헤칠 수 있는 걸까.
>>+3 사쿠마는 나에게 또 어떤 조언을 해줄까.
아니면,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막상 란코앞에서 약속잡을려고하니 말이 잘 안나오는 카나하
"그렇다면 잘 됐네요. 그걸로 란코와의 관계를 개선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지만…"
안 그래도 칸자키와 나의 꺼림칙한 관계 때문에 그 날의 약속을 불안해하던 참이었는데 이런 일까지 터져버리고 말았으니 정말로 불안하고,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리사가 우리들의 일정을 계획해주기로 했는데, 내가 그녀의 계획을 망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기도 했다.
"아직 정확한 날짜를 정하지 않았는데 지금 칸자키 앞에서 언제 만나자는 약속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말이 잘 안 나오네요…"
그리고 이런 이유도 있었고.
"어떻게 해야 칸자키에게 말을 붙일 수 있을까요."
>>+3 이제 나는 어떤 말을 들을까.
아니면, 이제 어떤 상황이 생길까.
원하신다면 마유가 도와드릴까요..?
"으음… 원하신다면 마유가 도와드릴까요?"
사쿠마의 힘을 빌려 칸자키에게 말을 붙이고, 그녀와의 관계를 개선한다…?
"말씀은 고맙지만, 그건 좀 무리가 아닐까 싶어요."
"어째서죠…?"
"저희 둘만의 약속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긴 좀 그러니까요. 칸자키가 둘만의 약속에 사쿠마 씨를 데려가고 싶다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감도 안 잡히는 것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일은 제가 해결하고 싶어요."
내가 해결하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내 고집일지도 모른다.
사쿠마가 그 날 나와 칸자키 사이에서 우리 둘이 서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면 더 잘 해결될 지도 모르는데다, 이미 아리사에게도 도움을 구했으니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아리사에게 부탁한 것은 어디까지나 칸자키와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도록 계획을 짜주는 역할이었지, 직접 나서서 우리를 이끄는 역할이 아니었기에 아리사가 내게 전달한 계획을 통해 칸자키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오로지 내 몫이었다.
게다가 이 일에 사쿠마를 끌어들인다면, 그녀의 힘으로 관계 개선을 이루어낸다면 그것은 다른 연결고리를 끌어와 그녀와 나를 강제로 결속하려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용기내어 칸자키에게 다가가 그녀가 아스카가 자신의 옆에 머무른다는 확신을 가지고 나를 인정하게 만들어 그녀의 동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하여 그녀와 나의 약속이 피워낼 과실이 칸자키가 정말로 나를 좋게 생각하는 달콤한 과실이라는 확신을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했지, 다른 사람의 말 때문에 칸자키가 억지로 나를 그녀의 세계 안에 품으려 하는 건지 의문스러운 것으로 만들어선 안 되었다.
게다가 사쿠마에게도 말했듯이 우리 둘만의 약속에 사쿠마를 끌어들이는 것에 칸자키가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면 오히려 문제 해결에서 동떨어지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사쿠마의 제안을 거절한다.
>>+3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자신없다고하니 마유는 그렇게 피해다니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반박한다
그 말을 듣고 역시 남은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란코에게 간다
"하지만… 아직 자신이 없어요. 분명 오늘의 일로 화가 나 있을 텐데, 그런 상태의 칸자키에게 말을 걸자니…"
나를 도와주려는 사쿠마의 제안을 혼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뿌리챈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꺼내기에는 너무나도 염치없는 말이었지만 혼자서 칸자키와 담판짓겠다는 각오만을 다진 채 칸자키에게 저지른 잘못의 무게에 눌려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던 나는, 그렇게 사쿠마의 호의를 짓밟아버리는 말을 해버릴 정도로 구석에 몰려 있는 상태였다.
"마유도 각오를 앞서지 못하는 그 마음은 알겠어요. 물론 이해하죠. 하지만 그렇게 피해다니기만 한다면 뭐가 달라지죠?"
"그건…"
"계속 그렇게 피해다니신다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사쿠마의 지적에, 하려던 말들이 입 안을 맴돌다 무의미하게 사라져간다.
몇 번을 생각해봐도 지금은 사쿠마의 말처럼 내가 움직여서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해야 할 때였지, 용기가 없다는 핑계로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문제가 나를 지나쳐가기만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되는 때였다.
그래. 용기를 내어 부딫혀 봐야지. 어쩌면 아직 늦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아니. 설령 늦었다고 해도 지금 바로 칸자키를 찾아가 정말 제대로 사과하고, 어떻게 해서든 칸자키의 마음을 풀어서 나의 실수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도록 끊어버려야만 해.
사쿠마의 말대로 지금 나한테 남은 선택지라곤 그것밖에 없으니, 이 한 가닥의 실이라도 붙잡아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자리에서 일어서서, 칸자키를 찾으러 가자.
수십, 수백 번을 미안해해야 한다고 해도, 그녀에게 제대로 사과하는 거야.
"이야기, 고마웠어요."
"마유가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네요."
…가자.
"꼭 화해하시길."
>>+3 내 각오는, 무슨 상황으로 이어질까.
일단 아냐에게 자기소개를 하고 란코가 어딨는지 알고있냐고 묻는데... 아까 스케쥴 때문에 나갔다고 한다.
...찾아가야 되는걸까 고민하는 카나하.
호기롭게 사쿠마의 방을 나온 것까지는 좋은 흐름이었지만 그 후로는 아무런 계획도 없는 나였기에, 복도에 기대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한다.
우선 칸자키가 아직도 아스카의 방에 있을 것 같진 않으니까, 먼저 칸자키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알아내야겠지.
"자기 방에 갔으려나?"
"저기…"
칸자키를 향한 생각에 빠져 있는 나에게 찾아온 누군가의 목소리.
"음, 왜 부르셨나요?"
주변을 신경 쓸 여유조차 두지 않고 생각에 집중하고 있어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그 낯선 목소리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한 가지 생각이 제대로 놀랄 수조차 없도록 내 머릿속을 잔뜩 채우고 있었기 때문인지, 나는 금세 평정을 되찾고 그 목소리에게 답할 수 있었다.
"누구… 시죠?"
조금 이상한 시선으로 나를 지켜보던 이국적인 여성.
그녀가 던져온 말은 나를 회한에 빠지게 했던 그 질문이었지만, 어젯밤 아스카에게서 들은 말 덕분인지, 그 질문도 이제는 그렇게까지 절망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에토 카나하라고 해요."
내 이름을 듣자 무언가 떠오른 것이 있는지,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나에게 어느정도 친근한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복도, 여기에 서서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그냥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요."
아, 그렇지.
이 사람에게 칸자키의 행방을 물어보면 대답해줄지도 몰라.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해도 이걸로 첫 단추를 끼울 수는 있으니, 물어보는 편이 물어보지 않고 찾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
"저, 혹시 칸자키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란코, 라면 일 때문에 밖으로…"
하필 일 때문에 밖으로 나가다니.
이렇게 된다면 찾아가기도 힘들지만 굳이 찾아가서 민폐 끼치기도 싫은데.
…그래도 가야 하나?
>>+3 …어떻게 해야 하지?
카나하는 망설이다가 지금 란코를 만나러 가도 폐가 아닐지 묻는다
나를 보던 의문의 여성이 먼저 내게 말을 걸어오며 나의 반응을 살핀다.
…칸자키가 일을 위해 떠났다는 말을 듣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서였을까.
여기서 그녀에게 받을 수 있는 도움이라면 칸자키가 어디로 갔는지 물어보는 것일 텐데, 만약 내가 그렇게 한다면 칸자키를 지금 따라가겠다는 의지를 굳히는 것이 된다.
지금처럼 그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는 받을 수 없는 도움.
그렇기에, 나는 그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그녀에게서 다른 도움을 받기로 했다.
"만약 제가… 제가 지금 칸자키를 만나러 간다면… 폐가 될까요?"
된다면, 되지 않는다면, 찾아가고, 찾아가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위해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한다.
>>+3 내 질문에 당황하는 소녀는 나에게 뭐라고 답할까.
언제 끝나는지 알고있냐는 말에 아냐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마 저녁때쯤 끝날거 같다고 말한다.
그때까지 뭘 하는게 좋을까...
"그렇겠죠…"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을, 예상한 대로의 말이었지만 내심 다른 답을 바라고 있었는지 그녀의 질문에 힘이 빠져버린 나는 맥없이 그녀의 말을 긍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언제쯤 끝나는지 아시나요?"
"음…"
고개를 숙인 채, 지금을 포기하고 나중을 기약하기 위해 꼭 물어봐야 할 질문을 던진다.
"아마도 저녁, 그 쯤에 끝날 것 같아요."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가 내놓은 답을 들으며, 나는 새로운 의문에 도달한다.
저녁까지, 뭘 하지?
"란코, 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겁니까?"
고민에 빠져 벽 속에 몸을 묻을 듯이 기댄 채 한숨을 내쉬는 나를 멀뚱히 쳐다보던 소녀가 나에게 건넨 말.
"네. 하지만 시간이 나지를 않네요."
"좋습니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고 배웠으니, 같이 란코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지 않으시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서 무심하게 답하자, 이번에는 소녀의 고마운 제안이 나에게 찾아왔지만 역시 처음 보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기는 어색하기도 하고 공연히 다른 사람의 시간을 잡아먹는 것 같기도 해, 그녀와의 동행에 응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아뇨. 말은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사양할 것 없습니다. 여기에는, 란코 만큼 재밌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녁까지 지루하진 않을 겁니다."
"그, 그래도…"
역시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맞는 것 같아 어딘가로 가 홀로 시간을 지새우며 칸자키에게 할 말을 다듬을 생각으로 소녀의 선심을 거부했지만, 소녀는 그에 개의치 않고 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3 나, 나는 어디로 끌려가는 걸까?
"네."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을 아나스타샤라고 소개한 그녀의 선의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아무도 쓰지 않아 한산한 이른 아침의 연습실이었다.
이미 아무도 없는 연습실은 몇 번 본 적이 있어, 꽤나 익숙한 광경이었지만 평소엔 그래도 면식있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던 연습실에 오늘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 함께 오게 되니 무언가 새로워 보이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여긴 왜…?"
"란코를 기다리고 있으니, 란코의 노래라도 부르면서 연습하면 어떨까 싶어서 데려왔습니다."
"…네?"
그, 그거랑 이거랑 대체 무슨 상관이길래?
"자, 연습하죠!"
"후우… 지치네요…"
전에도 들어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칸자키만의 언어로 가득한 칸자키의 노래는 내가 소화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소하기도 했고 또 칸자키의… 노래라는 이유도 있어 그녀의 노래는 꽤나 부르기 힘들었다.
"여기 있었네?"
"미나미!"
그렇게 힘들어 쉬고 있을 때 찾아온 또 다른 사람.
그 사람에게 친근감을 보이는 아나스타샤와 달리,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심적으로 지쳐버린 나에겐 다른 사람의 등장을 반길 여유 따위는 전혀 없었다.
"응? 이 애는…"
"누군지 알고 있는 겁니까? 미나미."
"응. 몇 번 이야기를 들었거든."
"안녕하세요…"
지친다…
"그런데 왜 둘이 같이 있는 거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이제 슬슬 점심시간이니까, 같이 점심이라도 먹으러 갈래? 카나하."
"아, 네…"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김에 만난지 얼마 안 돼 영 어색하다고 해도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아, 나는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는 그녀의 제안을 수락했다.
>>+3 우리는 어디로 갈까.
앵커의 나머지 부분은 다음 진행 부분에서 해결하겠습니다아...
"두 분, 꽤나 친해 보이시네요."
아직 주문한 것들이 나오지 않은 무료한 시간에 내 앞에서 서로 이야기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서로의 관심사가 맞아떨어지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어쩐지 나와 아스카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느껴져 무심코 꺼낸 말.
"친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도 너처럼 둘이서 함께 유닛 활동을 하고 있거든."
"러브라이카, 라는 유닛입니다."
"러브라이카…"
그래서였을까.
이 두 명도 나와 아스카처럼 2인조 유닛으로 활동하는 누구보다 가까운 동료 사이였기에 우리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나는 그것을 느껴 이 둘이 이야기하는 모습 위에 아스카와 나의 모습을 겹쳐보았던 걸까.
나는 아스카가 있는 곳에서 내 발로 걸어나와 스스로 고립된 채 변변한 말상대 하나 없이
"참. 란코한테 볼 일이 있다고 했지?"
"네."
"란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란코가 요즘 고민이 많은 것 같아."
"고민… 이요?"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 있었던, 내가 지금 고민에 빠져버린 것처럼 줄곧 여러 가지 고민에 빠져 허우적거렸을 칸자키의 모습과 마음의 파편이 나에게 와서 박힌다.
>>+3 그녀는, 어떤 고민을 했을까.
"아스카… 와요?"
아스카보다는 나와 더 마찰이 심했던 칸자키였기에, 잠깐 동안 내 앞의 두 사람에게 나와 관련된 고민을 늘어놓고 그 고민을 들은 두 사람이 그 고민 때문에 나를 이곳으로 데려와 함께 이야기해보려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뜻밖에도 그녀들이 언급한 고민의 주체는 내가 아닌 아스카였다.
"꽤 긴 이야기였는데, 란코가 했던 말들을 짧고 비슷하게 옮겨보자면 이래."
"요즘 들어 자꾸만 란코의 마음이 란코를 괴롭힌다면서, 자신은 감성과 이성의 영역을 나누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아이돌 활동을 해나가고 싶은데, 아스카를 향한 감성이 계속해서 이성을 방해해서 아이돌 활동이 벅차다고 하더라."
낯선 사람에게서 전해듣게 된 고민이, 칸자키가 내 생각보다도 더 무거운 것을 등에 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칸자키가 두 사람에게 털어놓은 고민은 아이돌 활동이 힘들다는, 내가 자괴감에 빠져 스스로 걸어들어갔던 고민의 늪과 어느 정도 비슷한 것이었지만 그 고민을 불러일으킨 원인은 나의 것과는 전혀 다르면서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단순히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고민의 뿌리 중 일부가 나에게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가슴에 가시가 박힌 듯, 찌르는 듯한 아픔이 느껴진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아니. 이건 내가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거겠지.
"란코의 말로는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스카와 떨어져서 솔로로 활동하게 되니 더 외로워졌다고 하던데, 슬퍼질 때마다 평상시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으로 그걸 가리려고 해봤지만 오히려 가끔 그 모습이 벗겨져버려서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고 했어."
"또 감정 때문에 자신의 아이덴티티조차 잃어버리지만 인간이라는 감정의 동물의 몸을 입은 이상 떨쳐낼 수 없는 인간의 일부지만 그걸 버리고 싶다고 했는데, 대체 아스카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썩어들어가던 칸자키의 마음이 점점 나에게 드러날수록 칸자키의 마음 일부가 내 마음에 박힌 가시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아프게 돌아가,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잠자코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아스카와 란코 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니까 란코가 나한테 말했던 고민의 내용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란코는 꽤나 긴 시간동안 혼자서 외로워했던 것 같아."
칸자키를 괴롭게 하는, 아스카를 향한 감정이 연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연정을 가로막은 존재가 나라는 사실 때문인지, 단순한 의문조차 나를 겨냥하는 것만 같다.
아스카를 향한 칸자키의 연정, 보답받지 못하고 있는 그 감정 때문에 칸자키가 괴로워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나였으니, 칸자키가 품고 있을 저 커다란 고민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책임을 지고 싶다.
칸자키를 좀먹어가는 고민이 결국 칸자키를 무너뜨린다면 그 여파는 도미노처럼 아스카를 슬퍼하게 하고, 그녀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나 또한 아프게 만들 것이 분명하니까, 칸자키의 고민을 덜어주고 싶다.
내가 그녀의 고민을 완전히 해결해줄 수는 없다.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조금이나마 그녀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래야만 하는 게 아닐까.
>>+3 그녀의 고민을 듣고 난 지금, 또 어떤 일이 나를 맞이할까.
지, 지금 상황에서 이 앵커는 무리!
재앵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