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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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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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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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나를 나무라고 있었지만, 아스카의 얼굴에 피어난 실소가 장난기어린 작은 웃음으로 자라나 만개한 표정으로 나는 그녀가 즐거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알았다. 약속하지."
아무래도 아스카의 뜻을 넘겨짚어 괜한 소리를 하게 된 것 같아 얼굴이 뜨거워진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 따위 없었는데 내가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을 들은 아스카가 지금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혹시나 나의 요구가 오해 속에서 잘못 받아들여지지는 않을지 불안 섞인 궁금증이 피어오른다.
내가 그녀의 장난을 원하지 않아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해서 섭섭해하지는 않을까?
아니면 내가… 그런 생각만 하게 됐다고 생각할까?
"그, 그러니까… 내가 방금 그 말을 한 이유는…"
"나도 네 마음은 알고 있으니 그렇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장소가 장소니, 혹시라도 내가 그랬다가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되었겠지."
어느 쪽이건 그다지 받고 싶지 않은 오해였기에, 그 오해가 생겨날 뿌리부터 뽑아내기 위해 나는 쭈뼛거리며 그녀에게 장난치지 말아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던 이유를 설명하려 했지만, 아스카는 그것보다 한 발 빠르게 내 모든 불안을 종식시켰다.
아스카가 오해하지 않았다는 것과 그녀가 내 마음을 들여다봐주었다는 사실이 정말로 다행스러운, 안도의 순간이었다.
"그럼, 카나하를 데려가도 괜찮겠나?"
"마음대로 하렴. 카나하도 원하는 것 같고."
그렇게 부끄러운 말 하지 말아줘, 엄마…
+3 기숙사로 가는 동안, 아니면 기숙사로 가서는 또 어떤 일이 생길까.
방에 애인 데려오는거 아니라고 누가 개드립 쳐줬으면(?)
복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때때로 우리를 스쳐지나가는 익숙한 얼굴과 처음 보는 사람들 모두가 누군가의 우상이 된 아이돌들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이 기숙사 건물이 대단한 곳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이 꽤 많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네?"
"뭐, 그렇지. 학생들이 사용하는 기숙사라면 저녁의 빈 시간을 틈타 복도에 나와 있는 경우가 많겠지만, 우리는 아이돌이니까. 우리의 일과는 우리가 맡은 일에 따라 결정되니 다른 기숙사와는 좀 다를 수밖에. 그래도 오늘은 사람이 좀 적은 게 사실이로군."
"그건… 그렇겠네."
다르게 생각해보면 남들이 쉴 시간에도 우리들은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말도 되겠지.
사람들이 쉬는 동안 그들의 무료함을 달래줄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것도 우리들의 역할 중 하나니까.
나도 언젠가는 쉴 틈 없이 바빠지려나.
"아리사가 여기 왔으면 엄청 좋아했겠다."
"저런, 지금 날 옆에 두고 바람피우려는 건가? 못됐군."
"설마."
그냥 생각났을 뿐이야.
"응?"
아스카의 방으로 이동하던 도중, 반대편에서 지나가던 사람 중 한 명이 우리를 보며 의문 가득한 감탄사를 흘려, 우리들의 발길을 멈춰세웠다.
"이 애는 처음 보는데, 아스카 네가 데리고 왔니?"
함께 걷던 두 명 또한 그녀의 일행이었는지, 그녀가 우릴 보고 멈춰서자 그녀들 또한 멈춰서 우리를 쳐다보았다.
"아, 사나에 씨인가. 맞아. 내가 데리고 온, 내 동료다."
"역시나. 친구 데려왔다고 너무 늦게까지 놀고 그러면 안 된다?"
"헤에~? 밤마다 제일 소란스러운 게 누군지 잊어버린 모양이네☆"
사나에 씨라고 불린 사람의 충고에 술냄새를 풍기며 끼어든 양갈래머리의 여성.
몸을 흐느적거리며 그녀에게 엉기는 모습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꽤 많이 취한 모양이었다.
"근데 어린 애들이 이런 시간에 친구를 데리고 와? 애인이라도 데려오는 거냐? 짜샤들아☆"
옆에 있는 사람을 넘어 우리들에게까지 미친 술주정이, 간담을 서늘하게 꿰뚫는다.
"그, 아니, 그게, 그럴 리가 없잖아요!"
"마, 맞아. 우린 그저 친할 뿐이라고."
"애인이란 말에 그렇게 필사적으로… 애인이목이려나? 우후훗."
술김에 장난스럽게 내뱉은 말이 불러온 파장을 염려한 우리는…
…어라?
"애인이목. 그러니까-"
"거기까지!"
…말장난?
+3 …나는 이 말장난에 대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카나하, 일단 아이돌 아니었던가...?
생각해보니 처음 본다는 말은 내가 아이돌인지 모른다는 말이잖아.
…조금, 슬픈걸.
"아니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이 기숙사에선 처음 본다는 말이었어. 애초에 외부인은 출입금지인데다 너랑은 몇 번 마주쳤으니 아이돌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
"아…"
오해였구나.
+3 이 다음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아니면, 무엇을 할까.
"하아…"
나는 그녀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은 방 안을 둘러보다, 그녀가 앉았을 의자에 앉아 조금 전에 있었던 대화의 편린을 손 위에 올려놓고, 마치 보이지 않는 장난감을 굴리듯 심란한 마음을 가득 담은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문지르며 나 자신의 인지도에 대한 생각을 펼쳐나갔다.
아이돌이 되어 활동하면서, 나는 내가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활동 자체에 있어 딱히 불만스러운 점은 없었다.
단지 가끔씩 내 한계를 깨닫게 되는 지점이 종종 있다는 것이, 그렇게 커다란 벽을 마주할 때마다 지금까지 연습해온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리고, 커다란 벽 앞에서 초라해지는 나를 되돌아보는 것이 힘들 뿐이었다.
지금도 그런 때였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넘어간지 오래인 벽 앞에 정체해있는 나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이 때.
이 때만큼은, 내가 정말로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아스카."
"왜 그러지? 아까부터 한숨만 쉬고."
"나, 잘 하고 있는 걸까?"
마음 속에서 고동쳐 더는 혼자 안고 갈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리고 만 그 고민을, 너에게 터놓는다.
기대하는 대답 없이, 단지 너의 목소리가 나를 위로해주길 바라며.
"나는 네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만 인기도 없고, 아이돌로서 잘 하는 것도 없고…"
"하지만 성장하고 있잖아?"
"그거 가지고 되는 걸까…?"
내가 성장하는 만큼, 내가 넘어야 할 벽도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단 말이야.
그리고 아이돌이 되고 나서 생긴, 몇몇 사람들에 대한 안좋은 기억들이 나를 붙잡고 늘어져서, 너를 따라가는 길 위로 발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버거워서 가끔씩은, 정말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도 있어.
첫 무대가 내 가슴 속에 채웠던 빛은 어디로 간 걸까, 대체.
"…잠깐, 내 이야기를 해볼까."
고민에 휩싸여 몸을 움츠린 내 뒤로 아스카가 천천히 다가와, 마치 내 고민을 품으려는 것처럼 나를 뒤에서 껴안는다.
"무슨 이야기?"
"내가 신인일 적, 너와 비슷할 때의 이야기."
나와 비슷할 적의 너라니.
나처럼 인기가 없을 때의 너도, 나와 같은 고민에 빠진 너도, 어느 쪽으로 생각해봐도 네가 나처럼 그랬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지금의 나와 비슷한 네가 있었다니.
…이렇게 계속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단, 네 이야기를 들어보는 쪽이 좋겠지.
+3 좋아. 네 이야기를 들어볼게, 아스카.
프로듀서도 그때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어 언제나 레슨에 레슨. 비일상을 찾아서 선택한 길이 또다른 일상이 된다고 생각하니 답답함이 날로 더해져 갔지.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
지금을 반복되는 일상으로 만들고 있는 건, 나인게 아닌가...
나는 지금 내가 있는 곳을, 내가 보는 경치를 전력으로 알고 느끼고 있는 건가?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아스카의 얼굴을 슬쩍 바라본다.
그녀의 두 눈 위에서 수정처럼 반짝이던 그녀의 망막이, 시간을 넘어 예전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과거의 그녀를 돌아보는 듯 살짝 흐려져 있었다.
"그래도 프로덕션에서 지원해준 덕분에 나름대로 레슨은 충실하게 해 나가고 있었지만… 일이 없으면 아이돌이라고 할 수 없지 않나."
"그렇지…"
"그 땐 프로듀서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언제나 레슨에 레슨. 비일상을 찾아서 선택한 길 위에서 나를 갈고닦는 과정이 또다른 일상이 되어간다고 생각하니, 답답함이 날로 더해져만 갔다."
내 앞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아스카의 과거.
"…그렇게 불안한 하루하루를 지새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
"지금을, 미래를 반복되는 일상으로 만들고 있는 건 바로 나인게 아닌가? 나는 지금 내가 있는 곳을, 내가 보는 경치를 전력으로 알고,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인가?"
그 과거 속의 이야기가, 그녀가 했던 고민이 나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어두운 생각들과 자연스레 연결되며, 나와 그녀의 마음을 잇는다.
"한 번 고개를 쳐든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를 옭아매는 사슬이 되었다. 사슬의 근원을 흩어 풀어버리고자 해도 결국 나에게 주어진 일거리라고는 레슨뿐. 두 눈마저 구속당해 내가 원한 경치조차 볼 수 없게 되어 나에게조차 나 자신을 증명할 수 없게 된 깊은 나락 속에서, 사슬은 점점 단단해져만 갔다."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진 선 하나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연인을 동정하게 만들고, 그녀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게 해, 나를 껴안고 있는 나의 연인이 그 누구보다도 나의 마음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어두운 과거의 이야기를 들으며 용솟음치는 복잡한 마음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이것 때문일까.
"…그래서, 너는 어떻게 했어?"
어떻게 했길래, 그 사슬에서 풀려날 수 있었던 거야?
+3 도대체… 어떻게?
1.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와 함께.
2. 소수의 팬들과, 작은 응원으로.
3. 자유 앵커.
"혼자서는…?"
다른 이의 존재를 암시하는 아스카의 말에, 반사적으로 한 사람을 떠올린다.
나보다 더 오랫동안 아스카의 옆을 지켜왔던, 그녀의 수많은 모습을 지켜보며 생겨났을 오래된 유대로 묶인 또 한 명의 동료이자 자신의 마음마저 아스카의 곁에 묶어버린… 나의 연적을.
"그래. 나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던, 또 다른 비일상의 추구자이자 아마도 지금 네가 생각하고 있을 그녀와 함께,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때로는 의지하며, 또 어떤 때는 상대방을 위로하고, 경험을 나누며 서로의 옆을 지키면서 다른 누군가가 지쳐 넘어지려 할 때마다 서로를 일으켜세워주는 동료가 있다고는 하나, 힘든 길이라는 것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있어,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지."
빙글, 하고 아스카가 의자를 돌린다.
그와 함께 돌아가는 내 세계가, 너를 마주본다.
"그러니 네 고민을 마음 속에 전부 끌어안은 채 놓아주지 않으려 하지 말고, 나를 조금 더 의지하고 그것을 내 앞에 꺼내, 보여줬으면 좋겠다. 나는 언제나 네 옆에 있을 테니까."
그리고 네가 나에게 손을 건넨다.
"…응."
그 뿌리칠 수 없는 손을 잡아 아스카의 말에 응하자, 가볍게 움켜잡은 손에서 손으로, 혈관을 타고 흘러 전달되는 그녀의 따스한 마음이 나를 조금 더 안도하게 만든다.
>>+3 방 안에서 서로 손을 잡고 있는 이 묘한 분위기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카나하도 마냥 싫지는 않아서 눈을 감고 입술을 살짝 내미는데...
노크소리와 함께 타천사가 강림한다.
이미 여러 번 느껴본 분위기였지만 여전히 처음과 같이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에 조금 거칠어진 숨을 몇 번 내쉬자, 내 숨결에 섞인 잔열에 이끌렸는지 살짝 상기된 아스카가 몸을 굽히며 한쪽 손으로 내 턱을 들어 나의 눈을 그녀에게 맞추고, 그녀의 얼굴을 점점 나에게 가까이 하기 시작했다.
아스카의 얼굴이 향하는 곳은 역시나 나의 입술.
분명 심한 장난을 치지 말아달라는 조건으로 따라온 아스카의 방이었지만, 그렇지만 키스뿐이라면. 별다르게 큰 소리 낼 일 없는 키스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갈등할 필요도, 아무런 말도 필요없이 나는 그녀의 목에 팔을 두르고, 눈을 감고, 입을 살짝 열어 아스카의 애정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얼굴에 닿는 뜨거운 숨결을 느끼면서 그녀의 입술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 순간의 기다림이 나를 애타게―
똑. 똑, 똑.
"안에 있나?"
…하고 있을 때, 타천사가 우리에게 광림했다.
>>+3 …어, 어쩌지? 내가 있는 걸 보면 칸자키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모르는데, 어떻게 하지?
말로는 태연스럽게 대꾸하지만, 얼굴은 새파래진 채 손으로 베란다를 가리키는 아스카.
그녀의 지시를 따라 베란다로 나가, 그녀가 문을 닫고 커튼을 치는 것을 보며 필연적인 단절을 받아들이고 나니, 바깥의 추운 날씨가 뼛속 깊은 곳까지 사무친다.
"하아…"
설마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춥네…
>>+3 이제 어떤 일이 생기려나.
"하아…"
"세상을 멸할 위협은 없도다, 나의 공명자여. 단지 그대가 지옥의 악마들을 무사히 따돌렸는지 확인하러 왔을 뿐."
아스카와 내가 스스로 서로의 사이를 갈라놓은 유리와 천막을 넘어 베란다로 들려오는 아스카와 칸자키의 목소리.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외로운 가슴 속에 사무쳐, 나는 추운 바깥에 홀로 남겨진 채 몸을 웅크렸다.
우수에 휩싸인 채 마음 속으로 잠겨드는 냉기를 쫓아내기 시작한 지 몇 분이 지났을까.
"이제 돌아가려는 건가?"
"그렇다."
그녀들의 짧은 만남이 끝나감을 알리는 작별의 대화가 그녀들의 말을, 목소리를, 작은 웃음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고요한 내면에 귀기울인 채 찬바람에 얼어붙어 붉어져가던 귓가를 파고들었다.
잘 가라는 인사로 그녀들의 대화가 마무리되고 얼마 안 있어, 차라락, 하는 소리와 함께 나를 지키는 동시에 내 두 눈에서 아스카를 빼앗아가던 얕은 장막이 걷혀지고 드디어 그녀의 모습이 다시금 내 망막 위에 새겨졌다.
"…추워."
"미안하다. 벌써 온 몸이 다 얼었군."
"곧 봄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추우니까."
창문을 열고 다시 아스카의 방으로 들어가며 어쩔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심 품었던 작은 불만을 뚱한 목소리로 털어놓자 진심으로 사과하는 아스카에게 미안해져, 나는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아직 추운 날씨를 탓하며 책임을 돌렸다.
애초부터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으니, 추웠다고 불평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이제 뭘 하면 좋으려나?"
"글쎄다."
지만, 이미 바깥의 냉기에 서리가 끼어버린 나의 마음과 칸자키를 대면하며 식어간 그녀의 마음은 엇갈림이 아닌 암묵적 동의를 통해 미묘한 분위기를 모두 흩어버렸다.
"나는 슬슬 일을 준비하러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네가 여기서 뭘 하면 좋을지 모르겠군."
"아… 그렇지…"
그랬었지.
>>+3 그녀를 배웅하고 나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좋을까.
이 안된다면 그냥 누워서 쉬는걸로..피곤해지기도 했고
아스카가 떠나가고 나 혼자 그 방을 독점하게 되자, 다른 일들에 치여 구경할 새 없었던 그녀의 방에 대한 궁금증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애정에서 비롯된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시선을 옮겨가며 둘러본 방 안은 기숙사라서 그런지 의외로 평소의 이미지와는 달리 수수했으나, 군데군데 놓인 아스카의 개인적인 물건들이 '아스카의 방'이라는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주변에 가득한 아스카가 남긴 흔적을 유심히 탐닉하자, 그녀의 사생활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가 끓어오른 나는 눈으로만 좇던 아스카의 자취를 손으로 만져보기 시작했다.
"어라?"
그렇게 손길이 이끌리는 대로 아스카의 물건들을 집어보기하고 하고, 소중하게 쓰다듬어도 보다가 낮부터 꽤 오랫동안 돌아다닌 영향인지 피곤함이 몰려와 아스카의 침대에 잠깐 누워볼까, 생각하며 가운데가 볼록 솟아난 이불을 치워내자 드러난 한 가지 물건.
"이건…"
이전에 아스카에게 선물로 주었던 커다란 인형.
그것이 아스카의 방 안, 그것도 침대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니 그녀가 나의 선물을 소중히 해 주었다는 생각에 가슴 한구석이 찡해지며, 이런 선물을 해줄 수 있게 한 나의 사소한 재능이 정말로 고맙게 느껴졌다.
"읏차."
원래의 목적대로 아스카가 몇 번이고 몸을 뉘었을 침대에 누워, 눈 앞에 보이는, 이 방에서 거의 유일한 나의 흔적을 품에 껴안자 콧잔등에 닿은 인형에서 아스카의 향기가 나며 침대에 배어들어 나를 감싸던 비슷한 향취와 어우러진다.
어쩌면 아스카도 지금처럼 이 침대에 누워, 이 인형을 끌어안은 채 잠들지는 않았을까.
>>+3 이 따스한 행복을 누릴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 본문에 나왔던거같기도 하고(가물)
..하여간 앵커 탓도 있지만 슬슬 병 나아도 카나하는 아스카 없으면 못 살거같은데
카나하는 놀라서 튀어오르듯 뒤로 물러선다
어둡고, 편안하다.
따스하고 포근한 무언가에 휩싸여 푹신푹신한 무언가를 품에 안은 채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던 달콤한 잠에서 막 깨어나 몽롱한 정신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늑함에 취해 둔해졌던 정신이 점차 현실로 빠져나오려 해, 야속하게도 내가 아스카의 침대 위에 누워 그녀의 인형을 껴안고 있다는 기분좋으면서도 들키고 싶지 않은 사실을 기억해버린 탓에, 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일어났나."
"흐와?!"
눈을 뜰 때 들려온 누군가의 목소리와 아직 불투명한 시야에 보인 누군가의 얼굴에 놀란 나머지, 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튀어오르듯 뒤로 물러섰다.
"너무하군. 애인이 돌아왔는데 그런 행동이라니."
"아, 아스카…?"
아스카의 침대 위에 멋대로 누워 잠을 청한 것을, 그것도 그녀의 인형은 껴안고 잠들었다는 부끄러운 사실을 덮어버리고 싶어, 아직도 품에 있던 인형을 들어올려 얼굴을 가린다.
얼굴을 가린 인형에 배어든 아스카의 향기를 무심코 맡아버리고 마는 나 자신이, 더욱 부끄럽게 여겨진다.
>>+3 너는… 이렇게 창피해하는 나에게 어떤 말을, 어떤 행동을 할 거야? 아스카.
"아니. 꿈은… 안 꿨어."
"그런가."
아스카의 침대가 너무 편안했다고는, 그리고 그녀가 내 선물을 잘 간직해주고 있었던 것이 기뻐 꿈조차 닿지 않는 깊은 잠 속에서도 행복해할 수 있었던 거라고 말하기에는 나의 용기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역시 장소가 마음에 들었던 걸까?"
그런 나를 놀리듯, 뒤로 물러선 나에게 성큼 다가오는 아스카.
속마음의 일부를 들켜버리고 말아 그녀와 눈을 마주칠 수 없게 된 나는 인형으로 눈마저 가리며 아스카를 보지 않으려 했지만, 스르륵하는 소리를 내며 다가온 아스카는 그녀의 손으로 내 뺨을 만지며 그녀의 존재를 나에게 완전히 각인시켜버렸다.
"저런. 나는 네 행복한 얼굴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숨어버리다니. …얼굴, 보여주지 않겠나."
"짖궂어…"
내 뺨을 어루만지며 놀란 나를 얼러 달래는 아스카에게 항복해, 얼굴을 가렸던 인형을 조금 내리자 보인 것은 정말로 가까이 밀착한 그녀의 얼굴.
인형에 가려졌던 숨결이 교차하며, 서로의 폐를 채운다.
>>+3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라면서 건내받은건 딱 봐도 맛있어 보이는 쿠키.
밖에서 쿄코가 나눠주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둘만의 간단한 티파티가 시작된다.
아스카가 그녀의 등 뒤에서 무언가를 꺼내 부끄러워하는 내게 건넨다.
그녀가 건넨 것은 정성이 묻어나는 손길로 예쁘게 포장된, 매우 맛있어보이는 쿠키였다.
"쿠키잖아? 어디서 났어?"
아스카가 직접 만들었다기엔 쿠키가 담긴 비닐 주머니의 포장이 너무 아기자기해 그녀가 만들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고서 물어본 말.
"이 앞에서 나눠주는 것을 받아왔다."
"이 시간에? 누가?"
"이가라시 쿄코라고 하는데, 네가 알지는 모르겠군."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을 동반한 아스카의 친절한 대답을 들으며 일어나 앉아, 인형을 잠시 내려놓고 두 손 가득 잡히는 그녀의 선물을 받아든다.
이걸 나에게 주었다는 뜻은 분명 같이 먹자는 뜻, 이겠지?
"지금 같이 먹을래?"
"그것은 이미 내 손을 떠난 물건. 그런데 그걸 내게 나눠준다고 하면 당연히 거절할 수 없지."
"잠시 기다려준다면 쿠키에 어울릴 음료라도 가져오도록 하겠다. 밀크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곳의 라운지에 비치된 차는 꽤나 좋은 차들이니 네 마음에 들 거다."
"그래. 기다릴게. 다녀와."
곧 시작될 우리들만의 작은 티파티가 나를 기대하게 만든다.
단순히 쿠키나 차를 즐기는 자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스카의 방에서 그녀가 나를 위해 가져와준 다과를 그녀와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게 너무나도 즐거워서, 기대해버리고 만다.
이 기대는, 비록 우리들의 티파티가 보잘것없다고 해도 기꺼이 충족되겠지.
>>+3 아스카가 돌아오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우리들은 어떤 일을 할까.
아니면, 어떤 상황이 생길까.
방문한 이유는 코우메가 공포영화 같이보자는데 미레이가 둘이서보기에 좀 그러니까(무서워서) 같이볼 희생양(?)을 찾으려고
"어서 와."
"자.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
돌아온 아스카를 환영하며 그녀가 내민 컵을 받아들자, 예쁜 색깔의 차에서 과일 향기가 물씬 풍겨난다.
나를 위해 차를 가져다준 아스카의 정성이 듬뿍 담겨 있는 것만 같은 그 향기를 깊숙히 삼키며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자, 혀 끝에 상쾌한 맛이 감돈다.
"맛있어…"
"네 입에 안 맞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걱정은 기우였나."
"당연하지."
다시 한 모금의 차를 입 안에 머금자 풍겨오는 과일향과 섞인 찻내음 뒤로, 또 다른 향기가 풍겨왔다.
아스카가 들고 있는 컵에서 느껴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향기.
"너는 역시 커피인가보네."
"내가 어떻게 이걸 포기하겠나. 내 나이대에 맞지 않는, 작은 일탈을."
여전한 너의 모습에 미소지으며, 나는 쿠키를 꺼내 너와 함께 나누었다.
"거의 다 먹었네."
또 한 번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들의 작은 티파티는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적은 양의 쿠키로 시작한 파티인 만큼, 이렇게 빨리 끝나는 것은 당연했지만, 그것을 알아 최대한 아껴 먹으며 연장해가던 파티가 끝나버린다는 것은 역시 아쉬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
"차도, 쿠키도 있다니. 나도 기숙사나 들어올 걸 그랬… 응?"
"희한하군. 이 시간에 누구지? 란코는 아닐 텐데."
때아닌 밤에 찾아온 노크 소리.
그 소리가 내 말을 끊으며 우리들의 아쉬움이 있던 자리를 궁금증으로 대신 채우면서도 내심 칸자키가 온 게 아닐까 싶어 불안했지만, 다행히 그녀가 온 것이 아닐 거라는 아스카의 말에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칸자키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안심하는 내 모습에 살짝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누구… 흠?"
"안녕…"
"안녕."
"누군가 했더니 너희들이었나."
문이 열리자 보인 손님의 정체는, 한 쪽 눈을 가린 여자아이와 안대를 한 여자아이였다.
분명 이름이… 쇼코랑 미레이였던가?
"내 방에는 어쩐 일이지? 코우메. 미레이."
"영화… 같이 보자고 했는데… 둘이서만 보기에는… 조금 그렇다길래… 같이 볼까 해서…"
아, 쇼코가 아니라 코우메였구나.
그건 그렇고 영화라.
오늘같은 밤이라면 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지만, 그 영화의 장르는 어떤 쪽을 지향하고 있지?"
"호러…"
…호, 호러 영화라니.
방금 그 생각은 아무래도 취소해야 할 것 같네.
>>+3 …보, 볼까?
오늘 밤, 잘 수 있을까...
"도, 도움 요청 같은 거 아니거든?! 하나도 안 무섭다곳!"
"뭐, 무섭지 않은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너도 그렇지?"
나, 나는 꽤 무서운데 말이야, 아스카? 무서운 걸 보면 오늘 밤은 분명 잠을 설치고 말 거라고.
하지만 아스카 네가 무서워하지 않고 의욕을 보이고 있는데 내가 그걸 꺾어버릴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너와 같이 보는 수밖에 없겠네.
어, 어쩌면 놀라서 달라붙는다던가… 그럴 지도 모르고.
"그보다… 안에 있는 사람은… 누구…?"
"아, 그렇지. 이 쪽은 에토 카나하.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만 나와 같은 유닛을 이루는, 내 동료다."
"아, 안녕…?"
"카나하? 그럼 이 쪽이 합동 라이브에 나간다는 그 사람?"
합동 라이브라는 말에, 조금 전에 들었던 아스카의 이야기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우울함에 빠진 채 들었던 이야기였지만 그 우울함을 아스카가 함께 이겨내겠다는 결심으로 떨쳐낸 지금은 아스카의 경험에서 들었던, 그녀가 걸어갔던 길과 합동 라이브를 위해 레슨을 받는 지금의 내가 겹치며 나도 그녀처럼 될 수 있다는 믿음만이 충만해질 뿐,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 미레이 네가 말한 그대로다."
"그런데, 카나하 너는 괜찮겠나? 만약 네가 싫다면 나도 거절할 의향이 있다만."
"아냐. 나도 괜찮아."
이전에 생각했던 대로의 이유에 너와 함께 한다는 명분까지 더해지니, 이젠 정말로 거절할 수가 없네.
오늘 밤, 잘 수 있을까…
>>+3 영화를 보면서, 과연 어떤 일이 생길까…
그것을 보며 도리어 재밌다는 듯이 그 둘을 놀리는 아스카.
그와중 코우메는 두 사람간의 묘한 분위기를 눈치....챘나?
잔인한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았지만, 때로는 등장인물들이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습격당하는 장면을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작스럽게, 때로는 위협이 다가오는 것을 우리들에게 알려주어 앞으로의 전개를 알려주고, 그것을 등장인물이 뒤늦게 깨닫게 하는, 매우 무서운 영화.
"히야아아아앗!"
"꺄악!"
그런 영화를 보면서 놀라 다른 사람에게 안겨드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나한테 안겨든 사람이 아스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
"…자, 잠깐 놀랐을 뿐이니깟!"
나를 붙잡았던 황급히 떨어지며 아무도 믿지 않을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나에게 있어 더 신경 쓰이는 쪽은 놀란 가슴도, 옆에서 날 붙잡았던 누군가도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역시 무서웠던 모양이군."
그렇게 재밌다는 것처럼 놀리지 말라고! 아스카 너도 놀랐잖아! 놀라는 거 다 봤어!
하여간 그런 눈으로 놀리기나 하고 말야.
심술궂다니까, 정말.
"꺄아아아!"
"으햑!"
다시 한 번 무서운 장면이 나타나 우리들을 놀라게 한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전과 달리 아무도 누군가에게 안겨들지 않고, 그저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움찔거리며 반사적으로 누군가를 안으려 하는 신경을 제어할 뿐이라, 아스카가 다시 한 번 더 나를 놀릴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짖궂음이 남긴 섭섭한 마음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녀에게 무언가 짖궂은 일을 하고 싶게 해, 나는 내 옆에서 움찔거리던 하야사카를 껴안으며 아스카에게 미묘한 눈빛을 보냈다.
"…카나하."
그 행동에 돌아오는 아스카의 대답은 역시나 불편함이 섞인 눈빛이었다.
"꽤… 재미 있는 상황… 이네… 두 명… 사이가 꽤 좋은 것 같아…"
"그래. 아주 좋지."
"응. 정말 좋아."
이런 장난으로 서로를 도발할 만큼 좋은 사이지.
…결국 지는 쪽은 거의 나였지만.
>>+3 이제 어떤 일이 생기려나?
주인공과 히로인의 뜨거운 키스로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B급 엔딩.
미레이는 낯 뜨거운지 왠지 밀이 많아졌다.
그런 미레이를 살짝 놀리는 코우메.
그것을 보고 있으니 아스카가 시선에 들어오는데...
하지만 아스카가 간간히 나에게 보내는 시선으로 그녀는 나와 달리 다른 사람을 껴안았던 나의 행동을 아직까지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꽤나 신경 쓰였지만, 애초에 아스카가 먼저 나를 놀리는 잘못을 저질렀고 나는 거기에 조금 보복했을 뿐이니 별다른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애써 무시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런 거니까 별다른 일은 없겠지.
아무튼 그렇게 영화 감상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자, 어느새 영화의 끝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보게 된 끝은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끝까지 살아남는 전형적인 해피 엔딩으로, 내가 알고 있는 클리셰에 충실한 엔딩이었다.
"뭐야 이게! 왜, 왜 갑자기 서로 키스하면서 끝나는 거냐곳!"
…살아남은 남녀 두 사람이 키스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는 정말 흔한 엔딩.
솔직히 지금까지는 정말 무서운 분위기를 잘 유지하고 있었기에 이런 엔딩이 나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해 조금 허탈한 기분이었지만, 고통받는 사람의 심정을 잘 표현해내었던 영화 때문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었던 두 사람이 결국 행복해졌으니 아주 나쁘다고는 할 수 없는 엔딩이었다.
"이건 공포 영화잖앗! 그런데 왜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는 말도 없이 갑자기 이렇게 사랑하게 되는 거나고! 왜!"
"하지만… 이런 것도… 좋지 않아…?"
"하나도 안 좋거든!"
"후후… 부끄러운… 모양이네…?"
"아냣!"
그 엔딩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이 좋은 두 사람을 보며 내가 본 엔딩을 생각하고 있으려니, 내가 일부러 잊고 있던 사람이 생각나, 다시 신경 쓰이기 시작해, 아스카의 입술을 바라보며,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생각하며, 불청객이 찾아와 방해받았던 우리들의 스킨십을 다시 떠올린다.
>>+3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영화가 끝나 내가 막 일어나려는 찰나, 시라사카가 또 다른 DVD를 꺼내며 우리에게 방금의 스릴을 이어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 왔다.
솔직히, 생각같아서는 거절하고 싶은 제안이지만 시라사카의 눈은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눠 들떴는지 반짝이고 있어, 우리들은 그녀의 제안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
물론 무서운 영화를 또 본다면 아스카와 서로 달라붙는다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공포 영화가 주는 스릴과 스킨십 사이의 오싹한 감각 때문에 무서운 영화를 다시 보기에는 내 담력이 너무나도 작았다.
하아, 이거 정말 곤란하네.
>>+3 어쩌는 게 좋으려나.
이 아니라니 +1
"꺄아아!"
"흐야아아아아악!"
그리고 아까와 비슷한 상황이 다시 연출되었다.
무서운 장면과 그 장면에 집중하는 시라사카, 그 옆에서 나를 껴안은 하야사카와 나를 쳐다보는 아스카까지.
모두 다 좀 전에 있었던 일들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반복되는 일에 우리들의 마음이 쌓여갔다는 것일까.
>>+3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드디어 영화가 끝나고 스텝롤이 올라오는 것으로, 우리는 공포심으로 인해 더디게 흘러가 몇 년처럼 길게 느껴지던 시간 속에서 드디어 해방되어 평상시의 시간, 평소대로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른 영화도 있는데… 볼래…?"
하지만 우리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을 꽤나 즐거워하던 시라사카가 오늘 밤을 공포의 불길로 태워버리고 싶었는지, 아쉬워하는 기색 없이 또 다른 DVD를 꺼내 드는 것을 보며 나는 속으로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공포스러운 영화 두 편의 기억이 뇌리에 새겨진 상태에서 또 다른 공포를 내 머릿속에 집어넣는다면 정말로 오늘 밤은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지만, 시라사카의 행복을 부수는 일은 나로선 도저히 무리였다.
"글쎄다. 코우메, 지금은 밤도 늦었고 일행들도 여러모로 한계인 것 같으니 인간의 에고 깊은 곳에 숨겨진 공포를 자극하는 것은 나중에 이어서 하는 게 어떨까 싶다."
그렇게 내가 새로운 영화가 가져다 줄 공포와 오늘 밤의 악몽을 생각하며 누군가의 행복과 나의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하며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스카가 나서서 시라사카를 설득해주었다.
"역시… 그렇겠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정말 즐거웠어…"
"그래. 지금은 밤도 늦었으니까, 다음에 다시 보자."
그렇게 즐거운 모임의 종료를 선고 받고 나서 아쉬운 기색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즐거워하는 시라사카를 보며 이 모임이 끝난다고 그녀가 느꼈던 행복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사실에 힘입어 용기를 얻은 나도 아스카의 의견에 힘을 보탠다.
이렇게 말하면 나중에도 시라사카와 함께 공포 영화를 보며 그녀에게 어울려줘야겠지만 그, 그 때도 오늘처럼 아스카와 함께 볼 테니까… 여,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면 나쁘지만은 않겠지.
"그럼 난 이만 방으로 돌아갈 테니까…"
"나도… 가볼게… 같이 봐 줘서… 고마웠어… 그 아이도… 재미있었다고 전해달래…"
그렇게 진이 빠져 흐느적거리는 하야사카와 흐뭇해하는 얼굴로 DVD를 챙겨 든 시라사카가 방에서 나가기 위해 일어서는 것으로 길고 길었던 상영회가 막을 내리며 나와 아스카에게 드디어 쉴 수 있는 여유가 찾아왔다.
하야사카와의 해프닝과 그 해프닝으로 인한 아스카의 질투 어린 시선, 그리고 영화 두 편의 내용까지 겹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는 정말 간만에 찾아온 것 같은 그 여유를 활용하고자 침대에 앉아 쉬면서 그 두 명이 방을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시라사카가 말한 그 아이는 과연 누구였을까.
…하야사카겠지?
"후, 정말 힘들었어. 너도 그렇… 꺄악!?"
시라사카와 하야사카가 복도로 나가고 문이 닫혀 바깥과 완전히 차단된 우리만의 공간이 만들어지자마자, 아스카가 내 어깨를 밀치며 그렇지 않아도 지친 나머지 당장 쓰러져버릴 것 같던 나를 침대로 쓰러트린다.
내 몸이 한 차례 푹신한 침대 위에 튕기는 것과 동시에, 나를 밀친 아스카가 침대에 팔을 짚은 채 내 위에 엎드려 작은 감옥을 만들어내며 조금 전에 보았던 질투 어린 시선을 나에게 똑바로 꽂아내린다.
영화를 보며 내가 하야사카를 안았을 때 보았던, 살짝 무섭긴 했지만 아스카가 시라사카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며 나를 걱정해주고 있는 것이라 여겨 아스카에게 고마워하고 안심한 나머지 나에게 초점을 맞추었던 이 무서운 눈빛을 잊어버렸던 지금 그녀가 다시 보여온 눈빛.
나를 잡아먹으려는 맹수의 그것과도 같은 그녀의 눈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자줏빛 눈동자가 무서울 만치 아름답다고 생각해버린다.
그녀가 이런 눈빛을 하게 만든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나 자신.
그렇기 때문에 맹수를 깨워버린 내가 어떤 일을 겪어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어, 나는 떨리는 눈꺼풀을 꼬옥 감고 나에게 닥쳐올 일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스카는 내 위에 엎드린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미레이가 안겨드는 거, 꽤나 마음에 든 것 같더군."
아무런 짓도 하지 않고 나를 책망하지도, 원망하지도, 힐난하지도, 질책하지도 않는, 단지 질투심만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어땠나? 그녀에 대한 감상은."
그녀의 마음 속에 숨어 눈빛으로만 드러나던 질투심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다.
"확실히, 그녀는 나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 굳이 표현하자면 동류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그것이 너의 취향이라면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 나의 그런 면이 너를 끌어당겼을 텐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런 소중한 개성을 진창에 박아버릴 순 없으니까."
그리고 흘러든다.
혼자만을 위한 작은 감옥 속에 갇혀, 두려움과 애정으로 두근거리는 가슴 속으로.
"그래도 내 앞에서 불륜이라니, 너무 심한 악취미 아닌가?"
그렇게 아스카의 질투심을 가슴 속에 모두 모은 나는 아스카를 달래 질투 속의 적의와 내 심장을 붙잡은 두려움을 한꺼번에 제거해 순수한 사랑만을 남기기 위해 아스카의 목에 팔을 감고, 그녀를 내 입술 위로 끌어내렸다.
"그런 게 아니라는 것쯤,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숨막힐정도로 달콤한 스킨십을 서로의 숨결에 섞은 뒤 한마디의 말을 남기고, 다시 아스카를 탐하길 반복한다.
"좋아해, 아스카."
그렇게 애정만이 남은 연분홍빛 공기 속에서, 나는 쐐기를 박듯 아스카를 좋아한다는 말로 나의 취향에 대한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무언가 내가 좋아하는 특징이 있어서가 아냐. 언젠가 말했지만, 첫 눈에 반했을 뿐이야. 그러니 좀 전처럼 다른 사람을 두고 취향이니 좋아한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말아줘."
내 말을 듣고 멋쩍은 표정을 하는 아스카를 끌어안으며, 나는 그녀에게 내 솔직한 감정을 터놓는다.
"…서운하니까."
그리고 다시 한 번, 아스카를 원하는 마음을 불태운다.
"글쎄? 네가 잘 반응해줘서 재미있었달까나?"
"저런. 그런 쪽의 취향이었나."
"...그런 거 아냐. …애초에 날 먼저 놀린 사람이 누구였는데."
장난스러운 농담을 하며 살포시 웃다가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감정을 느끼자마자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탐해, 다시 혀를 섞어갔다.
"하웁... 읍...."
심한 장난은 치지 않겠다는 약속이 없었다면, 분명 키스만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말았겠지.
어쩌면 그런 약속을 해버렸기 때문에 끊임없이 서로를 탐하며 부족한 욕망을 채우려는 걸지도.
똑, 똑.
똑.
끈적하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소리가 방 안을 채워갈 때, 그 소리에 섞여 방 안으로 들어온 노크 소리가 창문을 열어 환기라도 한 듯 순식간에 공기를 바꿔버렸다.
바뀌어버린 공기에 재빨리 적응해 천천히 흘러내리는 타액으로 엉망이 된 입 주변과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고 문을 열자, 우물쭈물하며 우리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하야사카가 보였다.
"미레이? 여긴 어쩐 일이지?"
"이, 인형을 놓고 가서…"
자신이 가져온 인형을 놓고 갔다며 방 안으로 들어와 바닥에 떨어져 있던 그녀의 인형을 집어드는 하야사카.
그녀의 손에 들린 인형은 손바닥 한 뼘만한, 내가 아스카에게 선물했던 인형과 똑같은 모습의 작은 인형이었다.
아스카도 그렇고 하야사카도 그렇고 다 저 인형을 좋아하는 걸 보면, 요즘 중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인형이려나.
"저… 하야사카?"
"왜, 왜 그랫?"
그런데 어째서인지, 하야사카는 인형을 찾고 나서도 아스카의 방에서 나갈 생각이 없는 듯 쭈뼛거리며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어째서지?
다른 볼일이 있는 걸까?
"…그, 그래! 코우메랑 자는게 무서워서 그런다, 왜! 눈만 감으면 귓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구!"
그녀가 무슨 말을 하지 않을까 싶어 아스카와 함께 가만히 바라보자, 하야사카는 속이 꽤나 켕겼는지 묻지도 않은 걸 소리치며 속내를 내보였다.
아무래도 혼자 자기 무서워서 우리와 같이 자고 싶다는 것 같은데…
>>+3 …어떻게 하지?
하지만 기숙사의 1인실은 세 명이 한 곳에서 자기엔 너무 좁아, 한 명은 다른 두 명과 떨어져 혼자서 자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자. 이리 올라오는 게 좋지 않겠어?"
침대 위에 올라가 있던 아스카가 먼저 나서서 하야사카와 함께 자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그녀의 결정에 딱히 서운하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혼자 자고 싶지 않아서 우리들을 찾아온 하야사카를 혼자 재울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바닥에서 재울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 이 방의 주인인 아스카를 두고 내가 하야사카와 함께 침대에서 자는 것은 내가 불편했기에, 나는 아스카의 결정을 이해하며 조용히 하야사카에게 내 자리를 양보해주었다.
"자, 잠깐! 뭐 하는 거얏!"
그렇게 자리를 양보하고 바닥에 깔린 이불에 누워 잠을 청하려는 중 갑자기 들려온 하야사카의 다급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놀란 내가 재빨리 일어나 앉아 침대 위를 바라보자, 내가 보게 된 것은 발버둥치는 하야사카를 말없이 껴안고 있는 아스카였다.
"무서워하는 거잖아?"
"그, 그래도!"
얼핏 보기에는 무서워하는 하야사카를 아스카가 안아 달래주려는 모습이었겠지만, 그녀의 행동이 하야사카를 껴안았던 나에 대한 복수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녀의 행동을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하야사카가 보는 앞에서 항의할 수도 없는 노릇.
어쩔 수 없이, 나는 아스카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한순간에 들끓기 시작한 가슴을 안은 채 바닥에 마련된 나 혼자만의 자리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잠을 청하려 했지만 아스카의 행동이 내 머릿속에 머무르며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는 탓에, 나는 단 1초도 잠들 수 없었다.
"…이건 좀 곤란하게 됐군."
그렇게 하야사카를 껴안는 나의 행동에 아스카가 느꼈을 감정이 이런 것임을 느끼며 잠을 설치고 있을 때 들려온 아스카의 목소리.
어째서인지 곤란해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다시 한 번 일어나 앉아 침대 위를 쳐다보자, 이번에는 잠들어있는 하야사카에게 안겨 있는 아스카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과 완벽하게 반대되는 상황.
하야사카에게 껴안기고 하야사카를 껴안았던 나와 비슷한, 하야사카를 껴안고 하야사카에게 껴안겨 곤란해하는 아스카의 모습을 보자, 조금 전에 느꼈던 감정이 점점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변해갔다.
이것도, 아스카가 느꼈을 감정일까.
>>+3 이제 또 어떤 상황이 생길까.
아니면, 자고 일어나서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될까.
"카나하?"
콕콕.
내가 이런 어수선한 마음을 갖게 해버린 아스카가 조금 원망스러워 그녀의 부드러운 뺨을 손가락으로 몇 번, 하야사카에게 잡혀 옴짝달싹 할 수 없었던 아스카는 난감해하는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꽤나 재밌기도 하고, 또 귀엽기도 한 반응을 보였다.
콕콕.
그런 반응을 보인다면 멈출 수 없잖아.
난 네 귀여운 모습을 더 보고 싶은걸.
"저기, 그만해주지 않겠나?"
"…흥."
이번에는 조그만 항의를 보내는 그녀의 입술을, 콕. 콕.
>>+3 이 중독성 있는 장난을 계속 저지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자신이 께운건지 묻는 카나하. 하지만 미레이는 아까전까지 튕기던것하고는 다르게 신경 쓰지 말라면서 부드럽게 이야기 하고 다시 잔다.
그러는 미레이에게 갭모에를 느끼는 두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