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진행중
댓글: 4215 / 조회: 17715 / 추천: 32
일반 프로듀서
관련 링크가 없습니다.
글 진행은 반드시 댓글로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총 3,107건의 게시물이 등록 됨.
421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이 솔직하기 그지없는 반응이 묘하게 귀여워서, 축 처진 머리를 꼬옥 안아준다.
블라인드 틈으로 들어오던 노을 빛이 푸르게 사그라지며 이제 떨어져야 함을 알리지만, 지금 이 기분으로 그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아스카, 정말 아무도 안 오는거 맞지?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 하는 것처럼, 아스카의 머리카락이 아래로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졌다.
조금 전까지 나를 힘들게 했던 모습과 대비대는 솔직하기 그지없는 반응.
그 반응이 묘하게 귀여워서, 위로해주고 싶어진 나는 무심코 그녀의 머리를 꼭 안아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아스카."
여전히 말이 없는 아스카에게 한 마디의 위로를 건네며 천천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자, 아직까지도 아스카를 생각하는 내 마음에 맺혀 있던 작은 응어리가 모두 풀려 녹아내리며 서서히 다른 감정으로 환원되어갔다.
역시 이렇게 귀여운 애인에게 오랫동안 화를 내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어느새 블라인드 틈으로 들어오던 노을빛이 푸르게 사그라지며 우리가 이제 그만 떨어져야 함을 알려왔지만, 나는 도저히 아스카를 내 품 안에서 놓아줄 수 없었다.
지금 이 기분으로 그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너와 같이 있고 싶어.
…아스카, 정말 아무도 안 오는거 맞지?
나는 아스카의 몸을 살짝 뒤로 밀어내, 그녀가 나를 마주볼 수 있게 했다.
죄의식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아스카의 눈이 나를 담은 채 깜빡이는 것과 동시에, 나는 그 매혹스러운 얼굴 위로 나의 입술을 한 차례 가져다대었다.
내가 선사한 달콤한 입맞춤에 아스카의 얼굴에서 죄의식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나는 그녀를 소파 위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번엔, 내 차례네."
평소와는 다르게, 아스카는 내가 넘어뜨린 그대로 얌전히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기듯 반쯤 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아스카.
아스카는 나에게서 지금껏 이런 시선을 받고 있었던 걸까.
어쩐지, 그녀가 이해되는 것도 같다.
나는 아스카의 허벅지를 어루만지며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읏…"
자신이 평소에 난폭하게 다뤘던 사람에게서 부드럽게 자극당하는 기분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그것은 나로서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귀여워, 아스카."
사랑을 담아 자그마한 움직임으로 연인을 자극하고, 자신의 움직임에 맞추어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변하는 연인의 아름다운 얼굴이란 정말로 중독적이라는 것.
그것만큼은 확실해.
…이러다 정말로 널 이해해버릴 것 같아.
+3 내가 그녀에게 할 것, 혹은 다음 상황.
@반전 없는게 반전이라죠
아스카를 애무하고 그녀의 표정을 관찰하기를 반복할수록 서로가 받는 자극은 점점 커져가며, 공기중으로 새어나와 나에게서 아스카에게로, 아스카에서 나에게로 전해졌다.
서로를 만족시키기 위해 순수하게 정제된 사랑을 섞는 것으로 열락과 함께 조금씩 쌓여간 피로가 나를 붙들고 늘어져, 나는 아스카의 곁에 누워 그녀를 사뿐히 껴안는 것으로 다시 없을 것 같은 순간을 끝냈다.
아직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가쁘게 숨쉬는 아스카의 따스한 숨결이 머물다 간 나의 목이, 그녀의 숨으로 달아올랐다가 다시 차갑게 식어갔다.
"슬슬, 옷 입어야겠지?"
다시 평소대로의 우리들로 돌아가자는 나의 요청.
처음으로 얻어낸 주도권이자 앞으로는 얻기 힘들 기회를 놓아줘야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처럼 옷을 거의 걸치고만 있을 때 누군가가 들어온다면 정말 큰일로 번져버릴 테고, 또 우리 둘 다 너무 지치고 잔류하는 희열이 몸을 헤집는 것에 들떠버려 움직이기조차 힘들 정도였으니까.
"그래. 시간도 늦었으니까."
아스카의 말을 듣고 시계를 보고서야, 나는 지금이 꽤 늦은 시간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블라인드 너머로 들어오던 빛도 이미 새카맣게 시들어버린지 오래.
그 동안 아무도 사무실에 오지 않은 채, 우리가 연인으로서의 사적인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기적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같이 돌아가지 않겠나? 네 허물어진 몸이 겪기에 평소에 네가 돌아가는 길은 너무 험난하다고 생각된다만."
나를 걱정해주는 그녀의 말이, 꽤나 기쁘다.
"네가 바래다주겠다면 당연히 같이 가야지."
그런 기적의 뒤에 너와 함께 돌아가는 행복을 맛볼 수 있게 되었는데, 내가 거절할 이유가 어딨겠어.
내 대답은 언제나 네가 원하는 대답일 거야, 아스카.
+3 집에 돌아가며 나눌 대화, 혹은 생길 일.
아스카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걸음을 내딛으며 집으로 돌아가던 길.
한 마디 대화할 때마다 한 걸음씩 내딛으며 우리들이 헤어질 장소로 가는 도중, 아스카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내 이름을 불렀다.
"왜 그래? 아스카."
나는 어쩐지 망설이는 듯한 그녀의 말에 조용히 대답했다.
아스카의 얼굴이 붉게 보이는 이유는 차갑게 파고들어오는 밤기운 때문일까, 나에게 하려는 말 때문일까.
"집에 돌아가서, 그, 계속하지 않겠나?"
"계, 계속?"
내가 되묻자, 아스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희를 연장하고 싶다는 뜻을 확실히 알려왔다.
"피곤한데…"
"정말 안 되나?"
+3 …어쩌지?
시무룩한 얼굴로 어리광부리는 아스카를 보자, 절대 하지 않으려던 말이 내 의지에 반해 튀어나왔다.
역시 연인의 어리광이란 엄청나게 위험한 무기인 것 같다.
"정말인가? 그렇다면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겠군."
내뱉은 말은 이미 엎질러진 물.
어쩔 수 없이 연장전을 치러야 할 것 같네.
하지만 가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
"우선 엄마한테 전화부터 할게."
네가 간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니까.
또 내가 다쳤다는 것도 미리 알려둬야 하고.
"그렇다면 나도 네 어머니를 뵐 준비를 해둬야겠군."
엄마, 많이 놀라려나.
빨리 알리지 않았다고 혼날 것 같은데.
+3 엄마는 내 전화에 어떻게 반응할까.
아니나다를까, 소식을 알리자 엄마에게선 바로 잔소리가 튀어나왔다.
[다쳤으면 엄마한테 먼저 말했어야지!]
"나도 병원에서 진단받고 난 다음에 엄마한테 말하려고 했단 말이야."
하지만 병원에서 아리사를 만나는 것으로 나의 머릿속 일정이 흐트러지기 시작해, 결국 아스카를 화나게 하고 말았었지.
그런데 이젠 엄마까지 걱정시키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리사를 만나기 전에 엄마한테 메시지라도 보낼걸 그랬나.
[넌 다른 때도 그렇고 왜 엄마한테 이런 심각한 일을 숨기려고만 하는 거니?]
"숨기려고 한 적 없다니까."
정말로 까먹었을 뿐이야.
아리사만 그때 병원에 없었다면 엄마한테 전화했을 거라고.
…아리사랑 같이 놀러가는 대신.
[하아… 됐다, 됐어. 이미 지난 일인데 더 말해서 뭘 어쩌겠니. 언제쯤 집에 도착할 것 같아?]
"음… 좀 걸릴 것 같아."
아스카와 아주 개인적인 시간을 너무 오랫동안 보내서 말이지.
[그래. 얼른 들어오렴. 맛있는거 해 놓을게.]
"응. 끊어."
내가 전화를 끊자, 아스카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하셨지?"
"맛있는거 해 놓으시겠다는데?"
"그거 좋군."
그러고보니 나, 아스카가 사는 곳에 놀러간 적이 없구나.
언제 한번 놀러가볼까.
+3 집에 가서는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
"엄마가 뭘 해놓으시려나?"
"이런, 이런. 나와 함께하는 것보다도 곧 먹게 될 음식을 더 기대하다니. 못됐군."
"하지만 아스카 너와 함께할 식사 시간인걸. 나 혼자가 아니라 너와 같이 먹는 거니까 기대되는 거란 말이야."
물론 혼자 먹을 때도 기대는 했겠지만, 이렇게까지 들뜨진 않았을 거야.
네가 옆에 있을걸 알고 있으니 이 정도로 기대하고, 들뜰 수 있는 거라고.
"정말, 내가 너보다 엄마의 요리를 더 기대했다고 생각한 거야?"
"아무리 봐도 그래 보였다만. 물론 네가 음식을 기대했다고 해도 그 기대의 기저에는 혈육의 인연이란 끊어낼 수 없는, 넘어서기 힘든 가치가 있으니 조금 실망하는 걸로 끝났을 거다."
"치. 결국 삐진다는 거잖아."
그녀의 말에 가볍게 혀를 차며 대답하자, 아스카가 실소하며 대답했다.
"부정할 수 없군."
다른 사람이 보기엔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소중한 대화를 나눠가던 평온한 시간.
"흠? 카나하. 저기 지나가는 저 사람, 란코같지 않나?"
"응…?"
"란코!"
누가 알았을까. 이런 식으로 이 좋은 시간이 방해받게 될 것을.
그저 한 사람이 뒤돌아보는 것만으로 행복해하던 마음이 어둡게 물들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3 …칸자키는 우리를 보고 어떻게 반응할까.
"벌써 돌아간 줄 알았는데,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아스카가 말을 걸자, 감정을 삭이려는 듯 떨리기 시작한 칸자키의 주먹이 내 눈길을 끌었다.
어느샌가 꽉 쥐어진 채였던 그 주먹을 보자, 내 심장이 무언가에 꽉 붙잡혀버린 것처럼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서로의 존재가 잘못된 키가 되어 어긋난 마음에 시동이 걸려버린 칸자키와 나.
"어딜 가고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겠나? 물론 십중팔구 너만의 개인적인 용무겠지만, 역시 이런 우연한 조우는 사람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법. 그러니 내가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해서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군. 그 대신 너도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어긋남의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아스카는 칸자키가 놀란 이유가 우리들과의 갑작스러운 만남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여전히 반가운 표정을 한 채 칸자키에게 다가가며 다시 한 번 말을 걸었다.
"세계를 넘나들며 내로라하는 보물들을 모아 비밀스러운 욕망을 충족하는 것 또한 마의 법도. 그것을 실행하러 가는 길이었노라."
아스카가 한 질문에 애써 고개를 들어 답하는 칸자키의 모습은, 한순간 매우 슬퍼 보였다.
단 한순간.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칸자키의 반응은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단 말이지.
"…란코?"
"한 차례의 대답이란 한 차례의 질문을 불러오는 등가교환의 계약. 이번에는 여의 공명자가 답할 차례 같군."
아스카도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칸자키의 이름을 불렀으나, 칸자키는 아스카에게 질문을 선언하는 것으로 아스카의 반응을 덮어씌워 지워버렸다.
"그러니 묻노라. 공명자여, 그대가 지금 지옥과 천국 사이의 연옥을 떠돌며 목적으로 하는 이상이란 과연 어디인가?"
+3 이 알아듣지 못할 질문에 아스카는 어떻게 대답할까.
참고로 저 란코어는 둘이서 어딜 가고 있냐는 질문입니다.
란코: (하이라이트off+카나하를 째려봄)
아스카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놀러가는 장소, 나의 집을 에덴으로 비유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것으로 그녀가 나와의 시간을 얼마나 행복하게 생각하는지 나에게 되새겨주는 아스카에게서 나는 나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 보낼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칸자키는, 칸자키는 나를 째려보는 것으로 원인 모를 적의를 불태워 그 불씨를 내게 날려보냈다.
칸자키의 저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어째서 우리들은 이렇게 반대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걸까.
마치 서로가 서로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우리 슬슬 가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칸자키와 대면하기 껄끄러워진 나머지 안절부절못하는 티를 내며 아스카를 재촉했다.
+3 아스카는 과연 어떻게 대답할까.
란:여도 가겠노라.
카:응?
란:여도 가겠다.
"여도 가겠노라."
"응?"
갑자기 등장한 것도 모자라서 난데없이 우리 두 사람만의 단란한 한 때를 만들어주어야 할 장소에 따라가겠다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나한테 못되게 구는 거냐고, 칸자키 얘는!
"여도 가겠다고 말했다."
"그, 그건 좀 곤란하다만."
아스카가 곤란해하며 거절의 뜻을 내비쳤지만 칸자키는 눈에 힘을 주며 아스카를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여의 공명자여. 우리들의 영혼의 공명은 서로를 위한 것이 아니더냐? 그렇다면 그대는 이 몸을 그곳으로 이끌어야 하는 운명. 혹시 그대는 에덴이라고 칭한 곳에 여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 그런 건 아니다."
아스카는 말을 멈추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에게 거절할 명분이 있을 리 없었고, 아스카에게서 나오지 않은 적절한 답이 나에게서 나올 리도 없었다.
즉, 나로서는 거절 불가.
이대로 칸자키와 같이 집에 가서 노는 수밖에 없다.
"어서 안내해주지 않겠나?"
어쩌지.
"이곳이 바로 에덴과 게헨나가 양립하는 그 곳인가. 생각하던 것보다는 조금 다르군."
결국 칸자키가 집 앞까지 같이 와버렸잖아.
이거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3 이 다음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하아…
다소곳한 그녀의 모습은 인형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워서, 화를 낼 때와는 다른 의미로 주눅
들게 만든다.
불안한 마음과 껄끄러운 마음을 모두 끌어안고 칸자키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자, 미리 기다리고 있었는지 엄마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손님을 보자 조금 당황하며 나를 잠깐 바라보긴 했지만.
"처음 뵙겠습니다. 따님의 동료인 칸자키 란코라고 합니다."
"그래. 잘 왔어. 마음껏 놀다 가렴."
방금, 칸자키가 무슨 말을…?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칸자키의 꾸밈없는 말과 지금까지 나에게 보였던 행동과 전혀 다른, 예의바른 인사.
처음 보는 칸자키의 행동에 놀라 아스카를 바라보니, 아스카도 살짝은 놀란 눈치였다.
나는 칸자키를 오래 알고 지내지 못해 그녀가 원래 이렇게 행동하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지만, 아스카조차 놀라는 것을 보면 칸자키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일 자체가 흔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어째서, 갑자기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걸까.
다행히도 엄마가 요리를 충분히 해 뒀기에, 사람 한 명 늘어난 것으로 음식이 부족해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칸자키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주의를 사로잡아, 그런 상황에 대해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나는 칸자키를 곁눈질하며 관심을 쏟고 있었다.
고스로리 풍의 복장에 예쁜 외모. 거기에 다소곳한 모습이 더해져 누군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완벽한 인형이라고 해도 좋을 아름다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칸자키의 모습.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는 따라할 수조차 없을 것 같은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가져, 그녀가 나에게 화를 낼 때와는 다른 의미로 나를 주눅들게 만든다.
"카나하. 혹시 어디 안 좋니? 아까부터 계속 깨작거리기만 하던데."
물론, 이런 말을 듣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어디 안 좋기는. 발만 빼면 팔팔한걸."
+3 이제 또 어떤 일이 생길까…
카나하: (소곤소곤) 밥 먹다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란코: 눈_눈(심기불편)
"괜찮다. 내가 보기엔 카나하 네가 가장 매력적이니까."
주눅든 모습을 내비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음식을 입 안으로 밀어넣고 있을 때, 아스카의 속삭임이 느닷없이 치고들어와 번개처럼 내 마음을 강타했다.
"바, 밥 먹다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예상치 못한 말에 아스카를 질책하듯 속삭였지만, 나의 말에서는 좋아하는 기색이 전혀 숨겨지지 않아 이미 질책보다는 애교에 가깝게 변해 있었다.
말에서도 숨겨지지 않았으니, 분명 내 뺨도 그걸 숨기지 못하고 발갛게 물들어 있겠지.
그런데 아스카는 어떻게 나의 마음을 알았을까.
어떻게 나의 마음을 알고서 그런 말을 한 걸까.
아니.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중요하지 않지.
그러니 그저 연인이라서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끝내자.
중요한 것은, 아스카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을 해 주었다는 거니까.
덕분에 조금은 마음이 풀린 것 같네.
고마워, 아스카.
이제 편하게 식사할 수 있겠…
"…켁."
아스카에게 우연찮게 내 마음을 드러내고 고개를 돌리자마자, 맞은편에서 나를 정말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는 칸자키가 보이며 나를 또다시 압박한다.
방금 이야기가 들렸을 것 같진 않은데…
…설마 내가 아스카와 이야기를 해서 저런 눈으로 날 보고 있는 건가?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가능성있잖아.
+3 이제 어떻게 하는게 좋으려나…?
그런 어머니가 식사 중인 손님들에게 건넨 말은 에덴에서 뱀(?)을 쫓아낼 기회가 될까, 아니면 아담(?)마저 추방 시킬 실언이 될까.
"그보다 둘은 자고 갈 거니? 보니까 갈아입을 옷은 안 가져온 거 같은데, 오늘 빨래를 해버린 바람에 입을만한 옷이 두 벌밖에 안 남아서... 미안하구나"
그런 어머니가 식사 중인 손님들에게 건넨 말은 에덴에서 뱀(?)을 쫓아낼 기회가 될까, 아니면 아담(?)마저 추방 시킬 실언이 될까.
"잘 먹는구나, 둘 다."
우리 셋 사이에서 어떤 기류가 흐르는지 알 길이 없는 엄마는 그저 딸과 딸의 친구가 자신이 차린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지만, 감정 싸움의 중심부에 위치한 나로서는 그 미소에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
그저 억지 미소로 답할 뿐.
"그보다 둘은 자고 갈 거니? 보니까 갈아입을 옷은 안 가져온 것 같은데, 하필이면 오늘 빨래를 해버린 바람에 입을만한 옷이 두 벌밖에 남지 않아서… 미안하구나."
은은한 미소를 만면에 띄우며 우리를 계속 지켜보던 어머니가 돌연 미소를 지우고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꺼낸 말.
그것은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입을 옷이 두 벌밖에 없단 말은 우리 셋 중 이 집에서 자고 갈 수 있는 사람은 단 둘뿐이라는 이야기.
내가 내 집을 놔두고 칸자키와 아스카를 위해서 외박할 수는 없으니, 결국 칸자키와 아스카 중에서 한 명만이 나와 함께 우리 집에서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좋아. 칸자키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갈 이유는 없으니까, 곧 아스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어.
설마 칸자키가 저 말을 듣고서 나와 함께 있으려고 하지는 않겠지?
왠지는 몰라도 날 껄끄러워하니까.
"그런가요. 이거 곤란하네요. 저도, 아스카도 에토와 함께 자고 갈 생각이었거든요."
저기, 잠깐만, 칸자키. 방금 뭐라고?
"…그래. 정말 곤란하게 됐군."
아스카의 중의적인 말과 난감한 시선이 정말로 심각하게 와 닿았다.
이대로라면 핑계를 대서 칸자키를 쫒아내기는커녕 오히려 아스카가 쫓겨날 수도 있는, 그녀의 말대로 정말 곤란하게 된 상황.
어머니가 식사 중인 손님들에게 건넨 말이 아스카와 나를 위한 에덴에서 뱀을 쫓아낼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아담을 추방시켜 이브를 짝에게서 떼어내고 뱀의 아귀로 집어넣는 실언이 되어버릴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이 위기를 대체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칸자키를 대놓고 내쫓을 수는 없다. 그건 엄마가 용납하지 않을 테고, 또 아스카도 나와 함께하기 위해 친구를 그렇게까지 내모는 짓은 절대 원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만 칸자키와 함께 하룻밤을 보내는 일은 더더욱 하고 싶지 않았다.
아스카조차 아직 알지 못하는, 나와 칸자키만이 알고 있는 우리 둘 사이의 갈등의 골은 메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어 나와 칸자키가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분명 그 심연과도 같은 틈 속에 빠져버리게 될 테니까.
분명히 그렇게 되겠지.
그런 꺼림칙한 일은,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다고.
아무튼 이대로 놔뒀다간 정말로 칸자키와 불편한 하룻밤을 지새우게 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기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3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눈물을 머금고 둘 다 돌려보내는 수밖에.
그래. 이 편이 가장 깔끔한 방법이야. 내가 조금 포기하는 대신 아무런 탈 없이 끝내는 방법.
"모처럼 와준 둘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정이 사정이니만큼 오늘은 같이 못 자겠네. 미안."
"카나하?"
내 특단의 조치에 칸자키는 의외로 평온한 표정으로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였지만,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내 말에 수긍하는 칸자키와 달리 아스카는 나를 쳐다보며 허탈한 듯 내 이름을 불렀다.
내 선택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쉬워하는 와중에 미미한 분노가 섞여 자기 자신조차 어찌 해야 할 줄 모르는 혼란이 아스카의 얼굴에 떠오르는 것을 보며, 나는 그녀에게 마음속으로 사과했다.
"안타깝네요. 에토의 집에 와보는 것은 또 처음인지라, 밤늦게까지 셋이서 수다라도 떨기를 기대했었는데…"
정말로?
"참. 제가 알기로는 아스카가 저번에 에토와 함께 자고 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에토가 이렇게까지 말한 시점에서 실례가 된다는 것은 알지만 이번에는 제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없을까요? 에토와는 아직 둘만의 추억을 만들지 못해서, 이번에 그런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아스카와 함께 셋이서 놀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다는데, 미안하지만 양보해줄 수 있겠니? 아스카."
아무래도 칸자키의 말이 엄마의 동정심을 제대로 자극한 모양이었다.
하긴, 칸자키와 미묘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나조차 흔들리고 말았을 정도로 가련한 표정이었는데 어떻게 엄마가 동정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런 일은, 불가능하지.
"어쩔 수 없나. 저런 말을 듣고 거절한다면 새카만 색으로 마음을 칠할 뿐이니, 지금 이 순간에 있어 거절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잘 모르겠지만 아스카는 승낙한 것 같고… 카나하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괜찮겠어?"
"난… 괜찮아. 응. 괜찮아."
아스카까지 양보해준 상태에서 내가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란, 전혀 없었다.
이유 없는 거절은 분노와 의심을 낳을 뿐이니까.
그러니까 최대한 멀리해야 하는데, 지금은 할 수 있다면 그 최악의 선택이라도 하고 싶다고, 정말.
아스카, 너는 무슨 생각으로 칸자키에게 양보한 거야?
칸자키, 너는 무슨 생각으로 나에게 접근해오는 거야?
아스카가 쉽게 포기해버렸다는 사실도 매우 신경 쓰였지만, 그것보다도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바로 칸자키의 속내를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가려진 칸자키의 생각이 얼마나 검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
오로지 그것 하나가 내 모든 신경에 틀어박혀 나의 인지를 강탈해가고, 내 심장을 붙잡아 요동치게 만든다.
공포. 그래, 공포.
내가 느끼는 감정은 바로 공포다.
지금 나는 칸자키가 정말로 공포스럽다.
과연 오늘 밤에는 어떤 일이 생기는 걸까.
"이제 슬슬 씻고 잠에 들 시간이로군. 너도, 란코도."
"…그렇지."
식사를 끝낸 우리는, 내 방 침대 위에 앉아 엄마가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여가시간을 보냈다.
약간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 둘은 대화를 조금이나마 나누었지만, 칸자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간식에도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우선, 란코. 너 먼저 씻는게 좋지 않겠나? 카나하는 발을 다쳤으니 샤워하기 좀 오래 걸릴 테고, 난 곧 이곳을 떠나 다음을 기약해야 할 몸. 이곳에서 씻을 이유가 없지."
칸자키는 아스카의 말을 듣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 또한 조금 전의 나와 같이 거절하고 싶어도 거절할 명분은 없는 상황.
"…알겠다."
마지못해 칸자키는 아스카의 말을 수락하고, 욕실로 떠나갔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칸자키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할까."
"응."
남은 시간은 조금밖에 안 되지만, 끝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서로를 사랑하면서 생겨난 가슴속의 빈 공간을 충만히 채워주는, 연인들 특유의 애틋한 분위기를 피워낼 수 있었다.
"카나하. 하고 싶은 말이… 아니,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뭔데? 말해봐."
칸자키가 샤워를 시작했는지, 욕실에서 샤워기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아스카가 나를 밀어 침대로 넘어뜨리며 할 말을 고르듯 내 귓가에 한숨을 불어넣자 희락과도 닮은, 정신이 녹아버릴 듯한 간지러움이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잠깐만이라도 좋으니, 너에게 미안할 짓을 저지르고 싶다."
그녀답지 않게 자신만의 쾌락을 쫒으려는 듯한 조급한 키스가 나의 입술을 열어젖히고, 마치 습격자가 도망갈 수 없는 사냥감을 희롱하듯 맹렬하게 혀를 섞어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듯 내 입안을 아스카의 타액으로 채워나갔다.
"흐읍… 하아… 하아…"
"후우…"
숨을 돌리느라 입술을 떼어낸 아스카와 나의 얼굴 사이로 이어진 한 줄기의 타액이 끊어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금 헤어지기에는 내가 너무나도 아쉽다. 너무나도 아쉬워서, 지금 이대로 너를 부서뜨릴 것만 같다. 그러니… 조금 죄책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겠나?"
그런 거, 물어보지 않아도 되잖아.
나는 아스카의 목을 껴안으며 끊어져버린 입맞춤을 계속―
벌컥!
갑자기 들려온 문 열리는 소리.
예상 밖의 상황에, 우리는 뒷수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 그대로 머리가 새하얗게 비어버린 채, 아무런 말 없이 방문 앞에서 우리를 쳐다보는 칸자키를 응시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를 안심하게 했던 샤워기 소리는, 어느샌가 멎어 있었다.
+3 ……
※상황 앵커입니다.
이런, 발판이 아니잖아?! 받아라, +1! 토스!
아무래도 카나하와 아스카의 관계를 이미 눈치채고 일부러 떡밥을 뿌렸던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란코는 일단 문을 닫고 다시 나갔지만... 침묵이 더 불안하다.
@그런데 의외로 란코의 관심이 아스카가 아니라 카나하였다는 반전도 먹힐거 같...크흐흠.
마치 우리가 이런 일을 벌일 줄 알았던 것처럼 지금 당장이라도 '역시 그랬구나'라며 중얼거릴 것만 같은 표정.
이런 돌발 상황에서 보여주기에는 너무나도 태연한 표정에, 한 가지 의심이 싹튼다.
칸자키가 나와 아스카의 관계를 이미 눈치채고 일부러 우리들을 속인게 아닐까 하는 의심.
단순한 의혹으로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도 맞아떨어지잖아.
"라, 란코…"
아스카가 칸자키를 불렀지만 칸자키는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
대답을 대신할 문소리조차 남기지 않은 완벽한 침묵이, 어쩐지 불안하다.
칸자키가 문을 닫고 나갔지만 그렇다고 하던 일을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불안함과 초조함을 원동력으로 삼아 칸자키를 따라 뛰어나갔다.
얼어붙은 아스카를 남겨놓은 채 그녀를 대신하여, 나 혼자서.
"칸자키! 잠깐만! 어, 그게 있잖아?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그게…"
정신없이 방에서 나와 칸자키를 불러세운 나는 무언가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했지만 결국 횡설수설하며 뜻을 가진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내가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만 보여줄 뿐이었다.
이럴 거라면 대체 왜 따라나온 걸까.
급하게 따라나오느라 혹사시킨 발목에서 시큰거리는 통증이 나를 질책하듯 밀어닥쳤다.
"욕실이 비었다. 이제 씻는게 어떤가."
칸자키는 공허한 눈으로 그런 나를 비웃듯, 아니, 비웃는 것처럼 여겨질 만큼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로 나에게 씻을 것을 권했다.
"어, 응…"
생기 없이 텅 비어버린 눈이 주는 위압갑에, 나는 어째서 그녀의 명령에 따르는지도 모르는 채 불편한 발을 이끌고 혼자서 욕실로 들어갔다.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내 머리 위로 쏟아져내린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적지근한 물이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누비며 그곳에 깃들어있던 잡념을 털어내자 긴장이 풀려 생각이 자유로워진 나는, 뒤늦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칸자키가 마음만 먹는다면 아스카와 단 둘이서만 있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칸자키의 눈에서 얼핏 보였던, 무언으로 이루어져 내보여지지 않는 공허와도 비슷한, 내가 표현할 길 없는 어두운 마음.
혹시라도 그 마음이 아스카를 표적으로 삼아 터져나와 칸자키가 아스카를 심하게 혼내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에, 나는 머리카락에서 물기도 제대로 닦아내지 않고 수건으로 대충 몸을 가린 채 욕실에서 나와 내 방으로 향했다.
"아스카! 칸자키!"
내가 들어간 그곳에는, 생각했던 것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 내 눈앞에 그려지고 있었다.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아스카와 그녀의 앞에 앉아 하염없이 울고만 있는 칸자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토록 서럽게 울고 있는 걸까.
+3 그리고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카나이데」치기레타나미다
「가지 말아줘」 흩날리는 눈물
もっともっと約束を作りたかった
못토못토야쿠소쿠오츠쿠리타캇타
좀 더 많이 약속을 만들고 싶었어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어, 나는 아스카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나도 잘 모르겠다. 란코가 갑자기 들어오더니 내 앞에 앉았기에, 딱히 별다른 일은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란코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만… 갑자기 울기 시작해서 당황스러워하는 찰나에 네가 들어온 . 나도…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도 모르겠군. 새까맣다. 정말로."
아무 말도 없이 울기 시작했다니.
도대체 네 안에 뭐가 쌓여 있었길래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슬퍼했던 거야, 칸자키.
어째서 아스카의 앞에서 그렇게…
"일단 진정시켜야 할 것 같으니, 도와주지 않겠나."
"…알았어."
+3 우리의 행동과, 그에 대한 칸자키의 반응.
카나하는 자신이 그런 차림인건지도 깜빡할정도로...
그런 둘 덕분인지 눈물은 멈춘거 같지만 란코는 깊게 한숨을 쉰다.
말을 하려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카나하의 차림이 신경쓰이는거 같다.
"그, 그건…"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긴 했지만, 막상 아스카도 칸자키를 어떻게 달래줘야 하는지 감이 서지 않는 듯 했다.
할 수 없이 나와 아스카는 우선 되는대로 칸자키를 달래기 시작했다.
무작정 달래는 방법이 어느 정도 먹혀들었는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 북받쳤던 감정이 다시 가라앉은 것인지 칸자키는 점차 진정해가며 우리들을 안심시켰다.
"후우…"
완전히 진정한 칸자키가 깊게 한숨 쉬더니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의아해하는 것도 같은 칸자키의 시선에 나까지 덩달아 의아해진다.
왜 나를 이렇게 뚫어지도록 쳐다보고 있지?
"하던 일은 마저…"
칸자키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나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자신의 말을 짧막하게 끊어버렸다.
마치 말하기 부끄러운 무언가를 언급하려다 포기한 사람처럼.
내가 하던 일이라면 분명 샤워를 하다가 왔었지.
그런데 그게 왜…
"으와아!"
샤, 샤워하다가 급하게 나왔었지, 참!
"미안!"
나는 도망치듯 다시 욕실로 향했다.
+3 샤워를 끝내고 나서, 어떤 일이 생길까.
나는 샤워를 마치고 난 다음, 내 방에서 옷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거실에서 아직 좋은 냄새가 나는 새 옷을 한결 개운해진 몸 위에 제대로 걸쳐입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가, 칸자키와 이야기하고 있던 아스카에게 말을 걸었다.
"아스카, 너도 샤워할래?"
아스카는 칸자키처럼 자고 갈 것도 아니고, 또 아스카가 샤워 후에 갈아입을 옷도 없었지만, 나는 아스카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우리 집에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에 결국 그녀에게 샤워를 권했다.
"나쁘진 않다만, 꼭 나까지 씻고 갈 필요는 없지 않아?"
"레슨 후에 아직 안 씻었잖아?"
발을 다쳐 병원에 갔던 일을 시작으로 아스카와 조금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나로서는 아스카가 정말로 안 씻었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그래도 사무실에서 맡았던 아스카의 자극적인 냄새를 생각해보면…
…아니. 이건 생각하지 말자.
정말로 변태같으니까.
"그래. 그랬었지. 그걸 잊고 있었군. 그럼, 욕실을 좀 쓰도록 하지."
"몸을 정결하게 하는 의식에는 주관자가 필요한 법. 이 몸이 돕도록 하겠다."
칸자키의 말에 아스카가 어째서인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다지 나쁜 생각은 아니다만, "
잠깐만. 방금 설마 칸자키가 아스카가 샤워할 때 따라들어가려고 했던 거야?
정확히 뭐라고 했는진 이해할 수 없지만, 칸자키의 말에 정당성을 부여한 말이 어떤 말이건간에, 그것은 정말 되도 않는 핑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왜나면 칸자키의 말대로라면 가장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은 나였으니까.
발을 다쳐서 움직이기 불편한 사람이 혼자서 샤워했는데 다른 사람의 샤워를 도와주겠다고 나서다니.
그것도 이미 샤워를 마친 사람이.
언어도단이다.
"혼자서는 절대 안 돼. 나도 같이 가."
내 선에서 칸자키의 제안을 끊어낼 마땅한 핑계가 없기도 했고, 또 자꾸만 칸자키가 아스카 앞에서 울던 모습이 떠올라 어쩐지 칸자키와 아스카를 절대로 둘만 있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 나의 궁여지책.
"하아… 카나하. 너까지 그러면 내가 거절할 수 없잖아."
"응?"
왜 내가 잘못했다는 것처럼 말하는 건데?!
…아니지? 생각해보면 내 잘못 맞나?
내가 이 말을 꺼내지만 않았다면 아스카가 먼저 칸자키의 말을 거절했을 테니까.
골치 아프네, 정말.
+3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당연히 좁아터져 씻기 힘들어하는 셋.
몸 분다..!
그렇지.
네 말이 맞아, 아스카.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로 가치있는 행위야. 혼자일 때와 함께일 때는 체감하는 모든 것부터가 달라지니까.
"하지만 이런 좁은 공간에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물론… 그 말도 맞아.
지금처럼 좁은 욕실에 세 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있으니 정말 불편하다고.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칸자키를 못 들어가게 했을 텐데.
"내가 란코 네 선의를 거절하려던 이유도 이거였단 말이다."
나 때문에 고생을 겪게 된 아스카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정말 미안해, 아스카. 하지만 널 칸자키와 둘이서만 있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단 말이야.
그 결과로 이렇게 욕실이 북적여서 네가 샤워하는 것조차 방해해버리게 되었지만, 이렇게 될걸 내심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 안의 무언가가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고.
…물론 그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세 명 전부가 불편해하는 지금같은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하아… 빨리 끝내는 수밖에 없나. 미안하지만 도움은 필요 없으니, 그, 내가 씻고 있을 동안 다른 곳을 봐준다면 좋겠는데. 물론 우리 셋 모두 기본적인 생물학적 분류는 동일하지만, 그래도 숨겨야 할 것은… 존재하니까."
"어, 응… 알겠어."
"네 말대로."
우리 둘은 아스카의 말에 수긍하며 욕실의 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샤워기의 물소리, 곧이어 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나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물이 흐르는 아스카의 머리카락을, 몸의 곡선을, 그리고 그 외 말하기 힘든 이것저것을.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이상한 걸까, 아니면 아스카가 나를 이상하게 만든 걸까.
+3 아무튼,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슬쩍슬쩍 보이는 란코의 다이너마이트 한 몸매를 보고 살짝 부럽다고 느끼던 중 아스카가 그걸 눈치챈거 같다. 살짝 히죽거리는거 같은데...
란코가 다 씻고 그런 둘을 보고 나가자면서 먼저 나가버린다.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걸까..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아스카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그게 아니면 내 본성이 원인인지 안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애초에 신경 쓰이는 게 당연하잖아.
바로 뒤에 아스카가 있다고.
몇 번이고 욕망을 드러내며 나를 서슴없이 탐해오면서 나를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달콤한 무언가로 채워진 깊은 늪으로 인도해 서서히 그녀가 있는 곳까지, 늪의 심층부까지 나를 가라앉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만들어버린 나의 연인이 바로 뒤에 있는데,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어.
그러니 아스카가 나의 숨겨진 마음을 일깨웠다고 해 두자.
조금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이미 것을 욕망 가득한 상상으로 나 자신에게 증명해버린 이상 나의 욕망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내봐야 득 될 것도 없으니까.
"꺄앗!"
벽에 기댄 채 이상한 망상에 혼자 들떠 우물쭈물대다 발을 헛디뎌버린 나.
나는 무엇이 무엇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늘여진 욕실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는 동안 발을 다급히 움직여 중심을 잡으려고 했지만, 너무 놀라 내가 벽에 기대 있던 이유조차 잊어버린 채 행한 발버둥은 아픔으로 이어지며 붕괴를 가속할 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그저 곧 있을 충돌의 순간에 두려움을 느끼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던 매우 짧은 순간이 지나고 나서 찾아온 것은 고통도, 험악하고 축축한 욕실 바닥도 아닌 나를 뒤에서 붙잡아주는 누군가의 손길이었다.
"고, 고마워, 아스카."
"조심했어야지."
나는 나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아스카의 얼굴에 정신을 빼앗겨,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그저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로 인해 방금 갈아입은 옷이 따스하게 젖어들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미안하다. 너무 오래 잡고 있었군. 나도 너무 놀란 나머지 내가 샤워중이었다는 사실을 깜빡 잊어버려서 말이지. 등 쪽이 꽤나 젖은 것 같은데, 괜찮겠어?"
나는 아스카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벽을 짚고 일어섰다.
"생각보다 많이 젖지는 않은 것 같아. 애초에 잠깐 닿았을 뿐인데 걱정할 정도로 심하게 젖을 리가 없잖아?"
"그도 그렇지."
"그러니까 마저 샤워…"
샤워.
내가 스스로 입 밖으로 낸 말이 욕실 안에 울리며,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아스카의 자취와 맞물려, 예전의 기억 하나가 희뿌연 수증기처럼 모락모락 떠오른다.
아스카와 함께 샤워하며 서로를 씻겨주던, 여전히 생생한 기억이.
그 기억을 눈에 담고 아스카를 바라보자, 아스카도 나와 같은 기억을 떠올렸는지 묘하게 달아오른 눈빛을 이 쪽으로 향했다.
부끄러웠지만 행복했던 추억과 아쉽게 잘려나간 한 순간의 키스의 애틋함이 눈빛 사이로 전해지며 교차한다.
달콤씁쓸한 분위기에 취해, 나는…
"너희 둘의 그 파렴치한 행위는, 나의 존재를 그렇게 쉽게 잊어버릴 정도로 기분이 좋았던 건가."
평소에 듣던 것과 비슷하지만 어쩐지 힘이 빠진 것 같은, 그리고 평소의 위압감이 많이 약해진 말이 둘만의 분위기에 훼방을 놓으며 끼어들었다.
+3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까.
아 망할 >>+1
굳이 따지자면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는 쪽이니까.
같은 성별의 연인.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연인이 서로 키스하는 장면을 다른 사람에게 대놓고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세상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들은 그런 쪽의 사람들이 아니란 말야.
"그래. 좋다. 특별히 그 사과를 받아들여주지."
여전히 특유의 별난 기운이 빠진 채, 독기만 남아버린 것 같은 말투로 말하는 칸자키.
그녀의 말투가 갑자기 변한 이유는 여전히 알 길이 없었다.
"헌데, 너희가 경험했던 것이 대체 얼마나 강렬했길래 나… 여의 존재조차 잊어버리고 쾌락을 위한 행위에 빠질 수 있었는지, 그건 조금 궁금하군."
그 독기가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공명자의 입술이 열렬히 원한 짝은 여의 입술이 아닌 다른 이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여는 그 선택을 존중하겠다."
칸자키의 말이 가져다준 충격이 내 마음 속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사실상의 고백을 듣고 나서야, 나는 칸자키가 지금까지 나에게 보여주었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칸자키의 연적이었어?
"허나… 달마저 사라져버리는 오늘, 여의 마음을 완전히 버릴 수 있도록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여의 마음에 깃든 이 심장을 태워버릴 업화가 사그라지도록 의식을 치뤄주지 않겠나?"
"자, 잠깐만, 란코. 나, 나는…"
"부탁할게, 아스카."
칸자키의 말을 듣고 어찌 할 줄 몰라 우물쭈물하는 아스카.
아스카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해야 한다. 칸자키에게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따져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야 하는데, 도저히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단서는 많았지만 칸자키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도 못하고, 여태껏 그녀의 앞에서 아스카와 가까운 그녀를 질투하고, 아스카와의 애정을 과시하려 노력했던 내가 너무나도 우습고 혐오스러워서, 그게 칸자키의 마음을 후벼파 상처를 새기는 행위였다는 것을 자각하고 나니 남의 애인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말조차 상처가 될 것 같아서, 차마 그만두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아스카를 쳐다보며 그녀가 거절해주길 바랄 뿐.
…하. 내가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이었다니.
칸자키가 아픔을 참고 쥐어짜낸 말을 아스카가 거절해주길 바라고 있다니.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해서 결국 애인에게 모든 일을 떠넘겨버리고 바라만 보는 겁쟁이였다니.
정말, 내가 싫다.
+3 란코의 부탁과 이런 이기적인 나의 기대 사이에서, 아스카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나는 카나하와 신세계를 보기로 했어. 아무리 너라도 그와 같은 경치를 볼 수는 없다.
거절 한다고 해도 그 후가 문제이고 승낙한다면 카나하가 분명 화낼게 분명하다. 자신은 선택할 수 없다고 한숨을 쉴 뿐이다.
역시 거절해줬구나, 아스카.
"…알았다."
아스카의 대답을 듣자, 칸자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일까. 아스카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그래. 그렇게 대답할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래. 패자에게 이미 약속된, 벗어날 수 없는 결말이겠지."
문을 열어젖힌 칸자키는 나가기 직전 우리 둘에게 웃어보였지만, 그 웃음은 아무리 봐도 제대로 된 웃음이 아니라 마음이 메말라버려 바닥을 드러내고 만, 그런 웃음이었다.
"…따라가봐도 되지? 아스카."
"물어볼 것도 없지 않나."
역시 저런 칸자키를 혼자 둘 수는 없다.
달래주는 역할에 가장 걸맞는 사람은 아스카겠지만, 아스카는 지금 당장 욕실에서 나가기 좀 그런 상황.
지금 칸자키를 달래줘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
"성역을 저버린 건가."
따라나온 나를 보며 씁쓸한 목소리로 추궁하듯 묻는 칸자키.
무언가 말해야 하는데.
나를 쳐다보는 저 텅 비어버린 눈을 되돌려야 하는데, 이럴 땐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하는지 그 시작조차 알지 못해 말조차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의미없는 소리를 내며 우물쭈물하는 나.
"공명자의 입에서 너에 대한 애정을 확인했으니, 이것은 여의 패배다. 거대한 흐름에 휩쓸린 자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그것을 주도한 자 역시 한낱 인간의 동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칸자키는 내가 이겼다고 했지만, 왜 내가 져버린 것 같은 걸까.
"어머? 벌써 가려고?"
현관으로 향하는 칸자키를 발견한 엄마가 그녀를 불렀지만, 칸자키는 멈추지 않고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신었다.
"네. 역시 에토에겐 아스카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낄 틈은… 전혀 없더라고요."
다시 영업용 태도인지 무엇인지 모를 말투로 어머니에게 인사를 고하는 칸자키.
쓸쓸한 미소를 한 채 사실상의 패배 선언을 한 그녀의 뒷모습이 너무나 처량하다.
당장이라도 붙잡아,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3 내가 할 행동, 혹은 상황.
하지만 나는 칸자키를 붙잡을 수 없었다.
칸자키를 보내면 아스카가 자고 갈 수 있다는 이기적인 계산이 아니라, 해줄 수 있는 말 하나 없는 내가 그녀를 붙잡아봐야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래서 쓸쓸하게 떠나는 칸자키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 자신을 책망한다.
책망하며 우울해하고, 비탄으로 마음의 벽을 쌓아 좁은 방을 만들어 스스로를 수감해 긍정의 빛이 한 점도 새어들어오지 않는 아늑하지만 고통스러운 회한을 받아들인다.
내가 더 연상이잖아. 나이가 많잖아. 언니잖아.
그런데 직접 나서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처음부터 끝까지 아스카와 칸자키, 둘에게만 맡겨놓고 그녀들이 마음을 정리하는 모습을 구경하기만 하다니.
내가 언니 행세를 잘 못하는 것은 어쩌면 내가 처음부터 언니 취급 받을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어서가 아니었을까.
"너희 무슨 일 있었니?"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방금 상처난 기억을 헤집는다.
…아프다.
아파서, 입을 열면 소리없는 비명이 새어나올 것만 같았기에 나는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쟤도 네 병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칸자키가 떠난 현관과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힘내라며 나를 격려해주는 엄마를 뒤로하고 다시 아스카에게로 돌아갔다.
"란코는?"
"갔어."
아스카는 어느새 샤워를 마치고 어두운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타월 하나만 걸친 채 물기를 뚝 뚝 떨이뜨리는 모습은 꽤나 매혹적이었지만, 달리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른 생각을 하기엔 너무 지쳐 있는 걸까.
"머리 말리는 걸…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
"알았어."
나에게 드라이어를 맡긴 채 돌아앉은 아스카.
그녀의 하얀 등을 보며 정성스럽게 머리를 말려주던 중, 아스카의 어깨가 미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아스카."
나는 드라이어의 전원을 끄고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뒤에서 안아주었다.
툭, 하고 그녀의 턱에서 떨어진 눈물이 내 팔에 닿아 산산조각났다.
+3 이제 나는 어떤 행동을 할까. 아니면, 우리 둘에게 어떤 상황이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