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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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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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2월 3일이지."
라는 정보를 필두로, 우리들은 프로필상의 거의 모든 정보를 읊어내려갔다.
그 뒤에 이어진 레이스는 조금 더 깊게 파고들어야 알 수 있는 정보들.
첫 라이브 장소, 다니는 학교, 주거지에 이르기까지, 정말 나올 수 있는 정보는 다 나왔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아리사에게서 아스카의 시험 성적까지 나오기도 했으니, 말 다 했지.
물론 나도 아리사의 정보력에 대항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들을 조금씩 풀어냈다.
좋아하는 음료라던가, 말해도 될만한 해프닝이라던가, 그런 것들을.
"므으으… 아스카쨩은 또…!"
물론 아리사도 이에 질세라 다른 정보들을 풀어냈지만, 아직 정보가 남은 것은 아리사 쪽만이 아니었다.
나도 아직 말할 수 있는 정보가 남아있다고!
+3 아스카는 말이야…!
"오호라. 메모, 메모."
아, 아차.
기어코 아리사한테 먹이를 던져주고야 말았…
잠깐.
애초에 이 게임을 제안한 것도 이걸 노린 거 아냐?
"네. 아스카쨩에 대한 카나하쨩의 감상은 잘 들었습니다. 이제 아리사의 차례죠?"
"아니. 잠깐만 기다려."
"에에에? 빨리 승부 속행하자고요!"
이것 봐라.
절대로 멈출 생각이 없다 이거지?
+3 …어떻게 할까.
사본에 수긍해야 할까, 더 해볼까.
걸려 있는 상품이 상품이니만큼…
아니, 내 자존심이 걸린 문제니만큼!
"그래. 해봐."
"아스카쨩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죠."
그렇게 나오시겠다?
하지만 이미 네 속셈은 간파했다고.
거기에 맞서서, 나는…
"그렇지. 아스카는 하는 행동들이 14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몇몇 행동에서 어른스러운 티를 내려고 하는게 정말 귀여워."
아스카의 좋은 점을 계속 설파해주겠어!
나는 아스카를 사랑하고 있는 당사자.
그녀의 행동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사람.
이렇게 내가 아스카를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다보면 아리사의 정보도 언젠가는 바닥나겠지.
+3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아리사 : 흐응... 흠흠.. @끄적끄적.
피로스의 승리였다.
"드디어 이겼다…"
결국 엄청나게 위험한 일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지만…
"그럼 아리사는 잠깐 정리를 좀 할 테니 신경 쓰지 마시고 팬케이크를 즐겨주세요!"
라며 수첩에 자신이 들은 내용을 써내려가는 아리사가, 아무리 봐도 최후의 승자처럼 느껴진다.
이런걸 피로스의 승리라고 하던가?
아무튼 아리사한테 완전히 놀아난 느낌이다.
"오늘 들은 내용, 어디 가서 말하거나 하진 않을 거지?"
"당연하죠! 이 정보는 아리사의 개인 소장용입니다! 아이돌쨩을 위해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요."
"그 말, 엄청 신경 쓰이는데."
"괜찮아요, 괜찮아. 피해는 없을 거라고요?"
없길 바래야지.
만약 내가 발설한 아스카의… 그, 정보들에 의해 아스카가 곤란해지는 상황은 절대 사양이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사본으로 만족해야 했을지도.
+3 하아…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그리고 메모하던 아리사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는데..
"그런데 귀여운 목소리 낼때는 엄청 귀엽다는거, 언제 그런 건가요?"
"네. 아리사도 사본을 만들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아리사는 메모하는 손을 전혀 멈추지 않고 내 말에 대꾸했다.
저건 좀 멈춰주면 안 되는 걸까.
뭐, 그래도 위험한 말은 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귀여운 목소리를 낼 떄는 엄청나게 귀엽다는 것 말이죠, 언제 그런 건가요?"
"커흡! 콜록! 콜록!"
안심하고 밀크티를 마시던 와중 들려운 아리사의 질문.
그 질문이 내포한 뜻은 당연히도…
"그, 그냥 전에 그럴 일이 있었어!"
키스마크를 남겼던 일이나, 깨물었던 일이나…
내가 저 말을 대체 왜 했던 거지!?
"호오?"
이거, 제대로 변명하지 않으면 큰일날지도.
+3 어떻게 변명하는게 좋을까.
그러다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치는데...
카나하 : ㄴ...네가 왜 여기에?!
??? : 내가 여기에 있으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나? 카나하.
@안되면 +1
훨씬 더 무서운 란코를
어설프게 변명했다가 아리사한테 걸리기라도 한다면 아리사가 날 더 옥죄어올텐데.
위험하다고. 아리사, 눈치 빠르니까.
"어…?"
변명을 생각하기 위해서 열심히 눈을 굴려대는 도중 눈에 들어온, 뭔가 무서운 것.
이상한 미소를 띈 아리사의 얼굴보다도 무서운 것.
이 상황에서 아리사보다도 더 무서운 누군가.
"카, 칸자키 네가 왜 여기에?!"
"마왕의 업이란 권좌 위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법. 그런데 어째서 그걸 네 세계의 계측에 대응시키려는 것이지? 에토."
여전히 뭐라는 건지 모르겠어!
대체 칸자키가 어째서 여기에…?
아이돌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리사한테는 잘 된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전혀 아니라고.
+3 우리가 할 대화.
란코 : 실로 흥미로운 내용이었도다. 여조차 모르던 운명의 공명자의 깊이를 둘 다 심연까지 밝히고 있더군. (분노의 오라가 뒤로 보인다)
아리사 : 아바바바바...
우선은 칸자키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방금 왔다면 우리들의 대화를 전혀 듣지 못했을 테고, 그렇다면 전혀 문제될게 없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당당할 수 있다고.
애초에 당당하지 못할 짓을 안 하는게 나았으려나.
"여조차 미처 알지 못했던 운명의 공명자의 심연까지 전부 다 밝히고 있더군? 실로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아, 아바바바바…"
아리사도 일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듯,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걸 어떻게 하지…?
그래.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는 법.
여기서는 아리사와 함께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겠어.
아리사의 도움을 얻을 생각으로 아리사에게 눈짓하자, 아리사는 그에 응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3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넘어가야 할까.
카나하 : 하아?
사실 아리사는 보존용,포교용,감상용 3권을 사뒀던 것이다.
몇 수 앞을 내다 본 거지 이 자식.
세상살이 자체가 아이돌로 하는 체스판일거야...
"하아?"
그거 분명 나한테 와야 할…
…아니지.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이 상황을 벗어나는 거니까.
우선 아리사에게 협력하자.
"가소롭구나. 그런 유혹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다니."
"샘플 있는데, 보실래요?"
"하지만 지식의 샘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열망은 신조차 떨쳐낼 수 없는 것. 보도록 하지."
태도 변환이 너무 빠르잖아.
+3 칸자키의 반응.
하지만 그 내용물이 점점 드러날수록, 결국 칸자키도 표정을 바꾸어가며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스카의 '있을 수 없는' 사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것은 금단의 과실, 그 말 그대로가 아닌가!"
"마음에 드시나요? 마, 만약 마음에 드신다면 부디 이걸 받으시고 선처를!"
"힘의 일부가 이 정도라면 그 온전한 마도서는 엄청난 마력을 지녔을 터… 그것을 넘긴다면 자비를 베풀도록 하지!"
일단 한 고비는 넘겼나.
당장의 책임에서 벗어나자, 방금 전까지 내 가슴을 짓누르던 중압감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무언가가 아직 내 안에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사본과 차이없을 아스카의 사진집 원본을 위해 아스카와의 개인적인 일들을 엄청나게 말해버리고야 만 나의 행동에서 오는 죄책감.
너무 많이 말해버렸다는 것을 내가 자각한 뒤로 형체를 갖춰가다 칸자키의 존재로 인해서 완벽하게 구현되어버린 그 죄책감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사본을 택하는 건데.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적어도 나처럼 아리사의 꼬임에 넘어가는 바보짓을 하지 않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
이미 쏟아져 과거의 강으로 흘러간 물이자, 주워담을 수 없는 일.
다행히도 지금의 비밀은 지켜졌으니 나중의 행동을 조심하면 되는…
…정말, 나쁜 사람이네. 나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아스카에게 용서를 구해볼까.
"정말로 눈감아주시는 거죠?!"
"계약의 진언은 흐트러짐 없는 사슬. 절대로 풀리지 않고 멋대로 풀어낼 수도 없다."
지금 당장 나의 행동이 숨겨진 것에 안도하는 나같은 겁쟁이에겐 그럴 용기가 없지만, 정말로 언젠가는 용서를 구해야겠지.
…슬프네. 이거.
"고비는 넘겼네."
나는 아리사에게 소곤거렸다.
"그렇네요. 이의는 없으시죠? 다 저희를 위한 일이잖아요?"
"있을 리가."
당연히 응해줘야지.
그런데, 칸자키는 어째서 이 거래를 받아들인 걸까.
저게 정말로 협상의 열쇠가 될 거라곤 생각조차 못 했는데.
칸자키가 나처럼 아스카의 화보집에 끌리게 된 이유는 과연 뭘까.
하긴. 흑역사라고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의 희귀한 모습이 담긴 물건이니까.
그런 친구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면에서 보면 꽤 가치있는 화보집이잖아?
그게 꽤 큰 이유였겠지.
뭐, 그래도 나만큼 혹하지는 않았겠지만.
+3 아무튼, 이 다음에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근데 카나하, 란코 기분은 진짜 하나도 모르는거니(...)
재앵커, +1.
셋이서 함께 아스카덕질을 시작.
그런데 카나하의 발언수위가 이상하다.
"나는 잘 모르겠네. 그 때는 아스카를 알지도 못했으니까."
다시 평화로운 대화로 돌아간 것은 좋지만…
"서사시의 첫 운을 떼고, 그 종말을 고했던 의식 말인가? 물론 그런 의식이 있었기는 하나, 다른 미사여구를 붙일 정도는 아니었다."
"알고 계시는 건가요!"
"흥! 당연하지. 마왕을 얕보는 거냐?"
어째서 칸자키 너까지 합세한 거냐고.
아리사는 다른 아이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꽤 흥분한 것 같지만, 나는 전혀 아니란 말이야.
지금은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솔직히 불안하다고.
조금 전의 일을 생각하면…
"그러고보면 두 분 모두 아스카쨩과 함께 활동해오셨으니 에피소드가 많으시겠네요?"
"외롭지 않은 길 위에선 언제나 이야기들이 생겨나 연대기를 이루는 법. 양피지 위에 기록되어 찬란히 빛날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칸자키는 그런 추억들이 정말로 많겠지.
그녀의 말처럼 연대기를 이룰 정도는 아니더라도, 오래 전부터 아스카와 함께해온 만큼의 이야기를 추억으로 가지고 있을 테니까.
내가 가진 추억은 칸자키가 가진 추억에 비교하면 얼마나 되는 걸까.
반? 반의 반?
하지만 나도 그녀에게 꿇리지는 않아.
나에게도 추억은 충분할 만큼 많이 있단 말이야.
"그렇지. 우리 집에 놀러온 아스카랑 같이 잤던 일이라던가."
설령 그것들이 남들에게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추억일지라도.
+3 이제 또 어떤 대화를 나눌까.
같이 잤던 일(중의적)
마츠다가 잇몸을 드러내고 있어!
대체 누가 원인인 거지?!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칸자키의 시선이 나를 꿰뚫고, 그렇게 꿰뚫린 나를 아리사가 멍하니 관찰했다.
상반된 두 가지의 시선에 담긴 감정들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나에게 닿았다.
나의 말에 내가 의도했던 것보다도 더 주의가 끌렸다는 공통점을.
"왜, 왜 그래? 둘 다."
나에게 있어선 중의적인 표현이었지만, 나는 아리사와 칸자키에게 중의적인 뜻을 담아 말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러한 반응이라니.
아무래도 같은 곳에서 잠을 청했다는 순수한 뜻이 아니라,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버린 것 같네.
그렇게 하긴 했지만, 정말로 그런 뜻을 담아서 말하지는 않았는데.
"너…"
"카나하쨩, 그런 말 해도 괜찮으신 건가요…?"
"자, 잠깐만! 너희들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정말로 이런 상황을 유도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그런데 어째서 둘 다 내 말을 이상한 쪽으로 알아들어버린 걸까.
아리사야 뭐 나와 아스카가 연인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 쪽을 자연스럽게 망상해버렸다고 할 수 있지만, 칸자키까지 내 말에 필요 이상으로 반응해버린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한 쪽은 지식의 한계를 드러낸 모양이지만, 여는 다르다. 그런 불결한 오해 따위 할 것 같으냐."
"어?"
오해해서 나한테 그런 시선을 보낸게 아니었다고?
칸자키의 행동에 대한 모든 추측이 미궁속으로 들어가버리는 순간이었다.
그러고보면 이전에도 아스카가 내 집에 놀러 왔다는 말에 조금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지.
…도대체 어째서일까.
+3 그건 그렇고 어떤 말을 해야 아리사의 오해를 풀 수 있을까.
아리사 : 흐음흐음...
카나하 : 그러니까. 이상한 오해는 조금...
아리사 : 흐흥... @살짝 이상한 미소.
뭘 어떻게 해야되는걸까....
"흐음흐음… 그렇긴 하죠. 게다가 카나하쨩은 위험 속에서 일을 강행하는 타입이 아니니까요. 그런 상황 속에서 거사를 치루려고 하지 않았겠죠."
"내 말이. 그러니까 이상한 오해는 조금…"
이렇게 확실한 근거가 있으니까, 아리사도 다른 소리는 할 수 없겠지.
대체 아리사 너는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다니길래 그걸 그렇게 알아들을 수 있는 거야?
"흐응…?"
이상하게도 아리사는 내가 오해를 풀 근거를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미소를 띈 채, 나를 향해 수상한 소리를 냈다.
아리사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저런 소리를 내는 걸까.
대체 어떤 말을 할 생각으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아스카쨩이 덮… 아니, 먼저 대쉬했겠네요!"
"뭐?!"
도대체 왜 생각이 그쪽으로 전환되는 건데!
엄밀히 따져보면 진실에 근접한 말이지만, 그걸 수긍할 수는 없다.
그냥 처음부터 다른 이야기를 꺼냈어야 했어.
내 친구가 이렇게나 이상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을 줄은 몰랐다고.
뭘 어떻게 해야 아리사가 내 말을 곧이곧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여주려나.
솔직히 그… 아리사가 생각하는 일이 사실이라서 다른 핑계도 댈만한게 없는데.
+3 어떻게 해야 하지…?
...야, 너네 그 이상한 짓 몇번 했는데.
에토: (울컥) 탕녀라니 말이 너무 심하지 않아?
칸자키: 허면 공명자를 유혹하여 밤의 장막을 드리운 자를 달리 뭐라고 표현하지?
"뭐, 뭐?"
탕녀라는 말이 뜻하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아이돌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라는 것은 둘째치고, 왜 내가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탕녀라니. 말이 좀 심한거 아니야, 칸자키?"
"허면 공명자를 유혹하여 밤의 장막 속으로 끌어들인 자를 달리 뭐라고 표현하지?"
너무나도 당당하게 나를 매도하는 칸자키의 말을 듣자, 오히려 할 말이 없어졌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몇 가지 말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며 또 다른 말들은 하고 싶지 않은 말들뿐이어서, 도저히 할 말을 고를 수가 없다.
"그, 그런 말은 아이돌로서 NG가 아닐까 싶은데요…"
아이돌 이전에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
나와 아스카의 사랑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지, 쾌락을 필요로 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칸자키, 네 말은 내가 먼저 유혹했다는 모욕 이전에 우리 둘을 전부 깎아내리고 있단 말이야.
자세한 사정은 모르고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이야히가면 안 되는 거라고.
"…칸자키."
+3 그러니까, 나는 너에게 이 말을 해주겠어.
@이번엔 네가 말이 좀 심했다, 란코.
아스카를 위한다면 그런 소리는 하지 말아야 하잖아.
설령 나와 아스카의 관계를 모른다고 해도,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아스카는 뭐가 되는 거야?
아스카를 꾀임에 빠져버린 미련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거냐고.
친구라면, 그런 소리를 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
"카, 카나하쨩… 두 분 다 진정하세요… 여기 카페라니까요? 카페."
"…그래. 그렇지. 카페였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싸우는건 절대로 좋은 생각이 아니지.
하지만 칸자키의 말에 대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겠어.
칸자키의 말을 부숴버리고, 그 실례되는 발언을 취소시켜야겠다고.
"나갈까."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거야, 칸자키."
카페 밖으로 나온 뒤, 나는 칸자키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에게 말을 꺼내는 내 목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놀라울 만큼 가라앉아 있었다.
분노로 인해 격정적으로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의 심정을 대변하는 동시에, 나는 아스카를 대변하기 시작했다.
"네가 한 말이 아스카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는 생각해봤어? 너는 아스카가 같잖은 꼬임에 넘어가버리는, 그런 가벼운 여성이라고 말할 생각이었냐고."
"…같잖은 꼬임에 넘어갔다? 하. 그러는 너야말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말로 여의 동반자를 네 수준까지 추락시키고자 하는게 아닌가?"
아스카를 내 수준으로 끌어내린다는 말이 내 뇌리를 관통한다.
그것을 인지하는 것으로 생겨난 것은 칸자키의 말에 대한 반발과… 긍정이었다.
"말했잖아. 난 아스카가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자고 갔다는 사실을 말했을 뿐, 다른 뜻으로 한 말은 전혀 아니었어. 오히려 그걸 그렇게 받아들인 네 쪽이 더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이렇게 말하면서도, 내심 칸자키에게 약간은 동조하는 마음이, 그녀의 말에 긍정하는 또 다른 내가 생겨나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칸자키에게 내가 아스카와 더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싶었던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그녀에게 긍정하는 또 다른 내가.
…나, 설마 칸자키에게 질투하고 있었던 건가?
아니. 이건 지금 중요한게 아니야.
지금 내가 마주해야 하는 것은 칸자키가 한 말이지, 나 자신이 아니니까.
"나는 여와 공명자의 공명을, 그리고 유대를 믿는다. 단지 너라는 존재를 믿지 못할 뿐."
"자아, 자… 두 분 다 진정해주세요. 싸움은 나쁘다고요."
아리사는 어떻게든 우리 둘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지만, 나는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다.
그것은 나를 노려보고 있는 칸자키, 너도 마찬가지겠지.
미안, 아리사.
조금만 더 고생해줘.
이번에는 네 부탁을 못 들어줄 것 같아.
+3 이제 나와 칸자키는 서로에게 어떤 말을 쏘아낼까.
햣햐아아아아아아
에토(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맹렬히 기분 나쁨.)
"뭐?"
칸자키의 말이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칸자키나 아스카와 보냈던 시간들 덕분에 저 말에 담긴 적대적인 의사만큼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런 시간이 없었다고 해도 대놓고 비유하고 있는데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전언은 끝이다. …이만 돌아가겠다."
뒤돌아서서 나를 노려보며 이별을 선언하는 칸자키.
천천히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녀를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내 말은 전혀 들어주지 않고 영문 모를 적개심을 보이는 그녀에게, 지금은 아무런 말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라, 란코쨩!"
"됐어. 우리도 이만 가자."
그저 칸자키가 그랬듯, 뒤돌아서서 서로에게 등을 보인 채 서로에게서 멀리 떨어져나가고 싶을 뿐.
"…네."
처음부터 좋은 동료는 아니었지만, 만날 때마다 서로를 앙숙처럼 대했던 사이였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싸우고, 이런 식으로 등을 돌려버리게 되다니.
어째서, 어디서 어떻게 틀어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그걸 안다고 해서 뭘 어쩌겠어."
마음속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 중얼거림으로 변해 새어나왔다.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지. 그리고 내 행동에도 변화는 없을 테고.
내가 먼저 잘못한 것도 아닌데다, 내가 먼저 칸자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할 생각도 없으니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했던 추억을 말하는게 죄라면 내가 사과해야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잖아.
+3 …이제 아리사와 뭘 할까.
[펜케이크를 아주 많이 먹나 보군]
아리사에게 부축받으며 온전하지 않은 다리로 정처없이 걸어가기를 십여 분.
칸자키와 헤어진 뒤로 내가 계속 아무런 말 없이 걷기만 하자, 아리사는 그런 내가 걱정스러웠는지 나에게 말을 걸어 놀러 가자는 제안을 해왔다.
"마침 식사도 했으니 에너지는 가득! 이 에너지를 어서 발산해야죠!"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계속 이렇게 텐션이 다운되어 있는 것보단 친구와 함께 놀면서 즐거워하는 쪽이 훨씬 더 나으니까.
거기에 아리사도 지금 내 기분을 뻔히 알고 있으니 괜히 이상한 수작을 걸어서 나의 기분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 그런 쪽으로도 안심할 수 있고.
"그럴까."
아리사라면 분명 내 기분을 빠르게 회복시켜줄 수 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주겠지.
좀 전의 일을 덮어씌울 수 있을 만큼 즐거운 기억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어디가 좋을 것 같아?"
"으음… 지금 카나하쨩이 발을 다친 것도 있으니 자주 이동해야 하는 곳은 좀 그렇겠죠? 가만히 앉아서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할 텐데…"
그래. 지금은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는 친구가 있으니까.
지금은 칸자키를 생각하지 말고 내 옆에 있는 사람만 생각하자.
그런데 왠지 누군가를 잊어버린 것 같단 말이지.
"아! 노래방은 어떤가요?"
"노래방은 빼줘."
"하지만 노래방이 가장 좋은걸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즐길 수 있고, 즐겁고… 어라?"
"왜 그래?"
휴대폰을 들고 무언가를 확인하던 아리사가 돌연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무엇을 보았길래 갑자기 저런 소리를 낸 걸까.
"그게, 아스카쨩한테서 메일이… 보세요."
[펜케이크를 아주 많이 먹는 모양이군?]
"아…"
아스카를 잊어버리고 있었구나.
아스카의 이야기를 하면서, 아스카를 잊어버리고 있었어.
어떻게 아스카를 잊어버린 채로 그녀의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거지?
"일단 미안하다고 전해줘."
"네."
정말 미안해, 아스카.
+3 아스카의 답장은…
"…네."
우리는 아스카의 메일을 계속 기다려보았지만, 아무래도 아스카는 단단히 삐져버린 모양인지 그녀에게선 아무런 답장도 오지 않았다.
아스카는 내가 발을 다친 것 때문에 걱정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나는 아스카와의 추억들을 몰래 팔아먹은 것도 모자라서 그녀를 잊어버리기까지 하다니.
나, 어쩌면 칸자키에게 뭐라고 하기 전에 나부터 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요. 아스카쨩한테 사과해야죠."
"그렇지."
역시 제대로 된 답은 바로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밖에 없겠지.
이건 변명할 여지 없이 아리사와 노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아스카를 기다리게 해버린 나의 잘못이니까.
그러니까 아스카를 만났을 때 그녀가 어떻게 나와도 나는 그걸 받아주는 수밖에 없어.
"슬슬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도와줄래? 아리사."
"물론이죠. 자, 부축해드릴게요."
"고마워."
아리사의 부축을 받으며 나는 346프로로 돌아갔다.
아스카에게 죄책감과 두려움을 품은 채로.
+3 나를 본 아스카의 행동은, 과연…
의 발판
아스카는 일단은 넘어가는 눈치인데...
아리사를 돌려보내고 혼자서 조용하고 어두운 사무실에 들어서자, 어두운 공간 특유의 분위기가 당장이라도 흘러넘칠 것만 같은 나의 죄책감을 자극했다.
그렇게 어두운 침묵에 압도된 채, 나는 숨소리를 죽여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문을 덮은 블라인드의 틈으로 들어오는 빛. 그 빛이 검은색으로 덮인 형체 하나를 드러냈다.
나는 그 형체를 보고 나서야 이곳에서 아스카가 나를 혼자서 외롭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렴풋한 실루엣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나는 불을 켰다.
불을 켜자 보인 것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아스카의 매서운 시선.
나를 책망하는 연인의 눈동자를 피하며,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아, 안녕, 아스카. 불 좀 켜고 있지 그랬어?"
"…네가 병원에 가고 나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긴 하나?"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었다.
단지 아스카가 참을 수 없어 화를 낼 정도로 오랜 시간이었다는 것만 눈치챌 수 있을 뿐.
"미안…"
아스카가 화난 이유, 그 잘못이 나에게 있다는 객관적인 사실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하나밖에 없다.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며 나 자신을 그녀의 마음과 아직도 나를 좀먹으며 들끓고 있는 죄책감에게 맡기는 것.
…그녀가 정해줄 이 작은 이야기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
"지금으로선 너의 미안하다는 말조차 허식으로 느껴지는군. 됐고, 늦은 이유부터 설명해보시지."
그녀의 질문이 나의 죄책감을 한층 더 키워나갔다.
여기서 진실을 말한다면 나의 또 다른 잘못을 밝히게 된다.
또 칸자키와 싸웠던 일을 그녀에게 말해버리게 된다.
설령 아리사와 함께 아스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진실을 이야기해도 칸자키와 싸웠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칸자키가 했던 말은, 정말로 아스카에게 알리고 싶지 않으니까.
그건 숨길 수밖에 없어.
"그게 있잖아, 아리사랑 코인 노래방에 다녀왔거든. 발이 이래서 움직이지는 못하고, 그래도 즐겁게 놀려면 거기가 가장 좋았으니까…"
결국 나는 아스카의 질문에 포장된 거짓을 내밀며, 끈적한 죄책감 속으로 조금 더 이끌려 들어갔다.
"그래. 그렇다면 말이 되는군."
아스카가 나의 말에 수긍하는 기색을 보이는 것조차, 아스카를 향한 죄책감으로 다가와버린다.
+3 이제 아스카는 나에게 어떤 말을 할까.
아스카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나를 부축하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그렇지 않나?"
단단히 삐쳐 있어서 나의 변명을 들어주기 싫거나, 아니면 무언가를 눈치챈 상태라서 거짓말이 멱혀들지 않고 있거나.
어느 쪽이건, 그녀의 말은 내가 아스카에게서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은 이미 모두 막혀 있다고 나에게 알리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았다.
"무슨 소리야. 정말 아리사랑 같이 노느라 늦었다니까."
"그 말은 사실이겠지. 허나, 카나하 너는 나를 너무 우습게 봤다. 아니, 너를 과대평가했다고 해야 하나?"
너를 우습게 보다니, 불가능하지.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하지만 나를 과대평가했다면… 그래. 아마도 그게 정답이겠지.
"넌, 연인에게 거짓을 고하기엔 너무 착해서 말이지."
착하다…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착한 사람이라면 연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겠지.
죄책감이 들만한 일도 전혀 하지 않을 테고.
"하지만 난 너만큼 착하지 않아서, 날 시키에게 넘겼던걸 아직 담아두고 있거든."
시키라고?
그러고보니 그런 일도 있었지.
마음에 담아뒀던 것 같은데, 이 일도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그 일이 내 기억 속에서 옅어지기엔 시간의 개울이 너무 얕았으니, 다른 곳에서 물을 끌어와야 하지 않겠나."
이 상황, 어딘가 익숙하다.
"너에게서."
나와 아스카밖에 없는 사무실.
소파 쪽으로 걸음을 옮겨가는 우리 둘, 아니. 소파 쪽으로 걸어가는 아스카와 거기에 몸을 맡기고 따라가는 나.
내 감각이 경종을 울려온다.
지금껏 아스카와 함께하면서 여러 번 들어온 말투.
나와 아스카. 둘만 있을 때, 그녀가 나를 탐하려 할 때의 전조.
지금? 여기서?
"미, 미안, 아스카! 내가 잘못했어!"
나는 나를 부축하는 아스카에게서 떨어져 나와, 그녀를 마주보며 소파 앞의 테이블에 기대어 섰다.
설마 내가 치러야 할 대가가 이런 것이었다니.
이미 익숙한 일이지만, 그래도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지금 당장 그녀에게 몸을 맡길 수는 없다.
"사과로 괴롭힘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그거 편리하군. 그럼 나도 일단 널 괴롭혀야겠는데?"
하지만 아스카는 내가 걱정하는 모든 것들을 전부 무시하며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녀가 다가오는 만큼 나 또한 탁자를 손으로 짚으며, 슬며시 뒤로 물러났다.
이대로 있다가는 또 어떤 일을 당하게 되는 걸까.
입맞춤일까? 깨물릴까?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나에게 벌을 주려고 할까?
불안한 상상이 계속되는 와중, 칸자키의 말이 기억 속에서 나타나 내 모든 상상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스카를 유혹해 추락시켰다는 말의 파편이 찢겨나간 상상들과 맞물려, 내 사고를 마비시켰다.
"아얏…!"
불안정한 사고에 사로잡혀 뒤로 내딛은 한 발자국.
내가 발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놀라 소파에 주저앉자, 아스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숨에 소파 위로 올라오며 나를 당장이라도 덮칠 것처럼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당장이라도 나를 소파에 눕혀버리고 좋을 대로 유린할 것만 같은 그녀의 움직임을 제지하고자 그녀의 어깨에 손을 뻗었으나, 아스카는 기다렸다는 것처럼 내가 뻗어낸 손을 잡아채 자신의 손으로 붙잡아 그녀의 통제 하에 넣고, 익숙한 움직임으로 입술을 포갰다.
방금 전까지도 칸자키에게 이런 일은 없었다고 하고 왔는데 아스카를 만나자마자 이런 짓을 하게 되다니.
내 의지가 아니라 아스카의 의지지만, 칸자키에게 한 말은 거짓말이었지만, 그 말은 아스카가 나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채워가는 만큼 내 마음에 찔린 채 커져만 갔다.
"후…"
어느새 나를 소파에 눕힌 아스카가 입술을 떼어내며 불만족스럽다는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녀를 받아줄 수 있는 기분이 아니었다.
나는 너를 위해 칸자키의 앞에서 너의 이런 모습을 부정했어.
그런데 네가 나를 이렇게 유린해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해?
"싫다는 듯이 행동하면서, 이렇게 입술이 닿는 가벼운 행위에도 그런 표정을 짓다니. 사실 지금 하고 싶다며 날 유혹하는 게 아닌가?"
결국, 이런 말까지 듣게 되는구나.
"그렇게 유혹하는 표정을 짓는 걸 보면, 더 해줬으면 하는 게 있겠지. 어디, 네 입으로 직접 말해보지 않겠나? 무엇을 원하는지."
"뭐…?"
너를 유혹해보라니.
난 정말로 널 유혹하는 존재일 뿐이야? 아무리 부정해도… 너에게 난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유혹… 그, 그런 거… 내가 언제…"
칸자키가 말한 대로일 뿐이냐고.
"으… 흐윽…"
"카, 카나하?"
너에게서는…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
"흐, 으흑… 흑…"
결국 내 마음의 상처에서 진물이 새어 나오고야 말았다.
+3 어떻게 해야 이 상처가 틀어막아질 수 있을까. 아스카, 네가 어떻게 해야.
미.. 미안하다 억지로 하려거나 그러려던 게...
결국 내가 눈물을 보이자, 아스카는 나에게 급히 사과하며 나를 다정하게 안아 일으켜 앉혀 자신의 품으로 거둬들이면서 내 귓가에 사과의 말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내 머리로는 그녀의 사과를 받아들일 여력이 전혀 없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흐느끼다가, 간간히 숨을 들이켜는 소리만 내며 서운한 마음을 흘려보내 아스카의 어깨를 적실 뿐.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밀어붙이다니. 정말, 내가 나빴어."
나는 말 없이 손을 들어 아스카의 어깨를 내리쳤다.
슬픔에, 한탄에, 자괴감에 먹혀 힘없이 내려간 손이 툭, 소리를 내며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계속해서 그녀의 어깨를 두드릴 때마다 아스카의 몸이 흔들리는 것이 몸 전체로 전해져왔다.
내가 너에게 전하는 고동은 나에게 전해져오는데, 네가 나에게 집어넣은 슬픔은 너에게 전해지고 있을까.
지금 나는 그게 정말로 궁금해.
"미안하다…"
+3 ……이제 또 어떤 일이.
그걸 보면서 카나하무룩
울음을 멈추고 가만히 안겨있는 나를 슬며시 놓아주며 조금 먼 곳에 떨어져 앉는 아스카.
나는 그런 아스카의 행동에 반사적으로 반응해 멍한 눈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물기 어린 시야 속에서, 고개를 떨군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눈을 깜빡여 그녀의 모습을 얼룩지게 하는 눈물을 치워내고 다시 바라본 아스카는, 초점 없는 눈으로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스카."
나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아스카의 이름을 불렀다.
잠겨 있는 목소리가 드러낸, 아직 풀리지 않은 감정의 응어리.
그 응어리가 아스카와 나의 사이에 걸쳐진 운명의 실에 자신을 엮어가며 우리 둘을 휘감았다.
+3 이제 우리들은, 어떤 대화를.
역시 아스카의 그런 독점욕은 확실히 심하다고... 자신도 사생활이라던가 개인적인 일이 있는 사람인데 이번건 정말로 심하다고...
그것을 들은 아스카는 납득하는듯 하나 자신의 그런 독점욕의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혼란해 한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를 꺼냈다.
"너는 나에 대한 독점욕이 너무 심한 것 같아. 나도 사생활이 있고, 개인적인 일이 있어. 그런데 아스카 너는 매번 내 생활을 너에게 맞추려고만 하잖아."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지금 나의 마음을 전부 말하지 않으면 안 돼.
설령 그것이 앞으로 아스카의 행동에 족쇄를 채워버리게 된다고 해도, 난 말해야만 해.
"물론… 이번에는 내가 잘못했어. 널 남겨뒀던 일, 이치노세를 이용해서 널 괴롭혔던 일은 물론 내가 사과해야 하는 일이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사무실에서 날 덮쳐버리면 안 되잖아. 이런 사적인 일은… 구분해줬으면 좋겠어."
만약 조금 전에 사무실에 누군가가 왔다면? 그래서 또 다른 사람에게 우리들의 관계가 들켜버린다면?
지금까지는 잘 넘어갈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이번 건 정말 심했단 말이야."
최대한 조심히 내딛어야 하는 길 위에서 마구잡이로 끌려다니는 기분이었다고.
거기에 칸자키의 말까지 겹쳐져서…
"알겠다."
아스카가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힘없이 말했다.
"역시 너의 의지를 짓밟아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나는 몸을 내밀어 아스카에게 다가가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그녀의 손이 내 팔을 타고 따라올라와, 내 손가락과 함께 그녀의 머리카락에 엉겨들었다.
그런 아스카의 움직임에 저항하지 않고 한 손을 그녀에게 맡긴 채, 나는 아스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여태까지 너와 사랑을 나눴던 게 전부 싫지는 않았어. 대부분은… 나도 어느 정도 즐겼지. 이번이 좀 심했을 뿐이야."
"그런가…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지. 사실… 나도 내 독점욕을 자각하긴 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네가 싫어서, 그만큼 너를 내 것으로 하고자 했었지. 그건, 대체 어째서였을까."
내 손을 쥔 아스카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나도 모르겠군. 내가 어째서 이런 감정을 가져버리게 됐는지."
"모르면 모르는 대로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어쩌면 그게 네가 날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넌 날 그렇게 사랑해줬으니까.
"…날 심하게 대하지만 말아줘."
앞으로는 조금만 더 날 먼저 생각해줘.
+3 우리 둘은… 이제 어떤 일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