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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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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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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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밀회를 즐기고 있다는 배덕감이 먼지가 날리는 것 따윈 신경 쓰이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날아오른 먼지 하나가, 남들의 눈에 띄지 않고 싶어 둘보다 먼저 창고에 들어와 숨어있었던 한 소녀의 코를 간질여 버렸다.
"엣취!"
나를 계속해서 탐해오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듯 점점 더 거칠게 나를 공격해오는 아스카.
이성의 고삐가 풀려버린 그녀처럼 모든 것을 놓아버린 나 또한 그녀의 탐욕에 맞춰,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아, 아스카…"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 이상하지. 때로는 누군가를 위하고, 때로는 가슴이 녹아버릴 것처럼 아려오면서도 때로는 이렇게 누군가를 괴롭히려는 잔혹성을 가지고 있다니."
"읏…"
귀를 간질이는, 낮게 깔린 매혹적인 목소리.
"그런 이중성 속에서 갈등하면서도 결국은 이렇게 원초적인 방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나의 사랑을 이렇게 네가 온전히 받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카나하 너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거다."
그 목소리에 영혼을 매이며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아스카를 바라다보자,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아니, 미소와 비슷한 무언가가.
최고조를 넘어 위험한 곳까지 다다른 분위기에 취해 나를 넘어뜨리는 아스카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녀에게 몸을 맡기며 먼지 쌓인 짐들 위로 쓰러져가는 우리들.
그렇지 않아도 숨을 쉬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먼지까지 날려 숨이 막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욕망 가득한 키스를 멈추지 않는 우리들의 가쁜 호흡에 서로의 숨결이 섞여갔다.
흩날려 날아오른 먼지가 서서히 우리들의 위로 덮여가지만, 어째서인지 지금 당장 떨어져 더러운 먼지를 털어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런 욕구보다도 우선시되는 또 다른 욕구에 지배당했기 때문일까.
상자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서로의 숨소리가 섞이는 느낌은 침대 위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달라, 이 밀회에 중독성을 더해주던 중-
"에취!"
그 밀회가 파멸으로 치달았음을 알리는 재채기 소리와 함께 이성이 제어권을 되찾으며, 모든 동작이 정지되었다.
침묵.
먼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의 침묵이 이어졌다.
누가 먼저,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알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
"…아, 아무도 없는쿠보인데요오…"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은 상대편이었다.
+3 …저 '아무도 없는쿠보' 씨를 향해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대체 어떤 노노인거지....
일단은 연상인 카나하가 아무도 없는쿠보 씨한테 적당히 뭐라도 마시고 가지 않곘냐면서 일단 먹는걸로 유혹해보는데...
…아무래도 아스카는 아직 패닉에 빠져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한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나설 수밖에.
나, 일단은 연상이니까.
"저기, 아무도 없는쿠보 씨?"
"아, 아무도 없으니까 말 걸지 말아주셨으면 하는데요오…"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한 사람은 아스카 혼자뿐이 아닌 것 같다.
축하해. 동료가 생겼어, 아스카. 중2병은 아니겠지만.
"뭐라도 마시고 가지 않으실래요? 계속 여기 있으셨을 것 같은데."
"으우우…"
+2 (주사위, 51 이상일 경우 성공) 과연 '아무도 없는쿠보 씨'는 이런 사탕발림에 넘어올까?
+3 넘어오건 넘어오지 않건, 다음에 할 행동 혹은 일어날 일.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자, 상자 사이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는 한 여자아이가 보였다.
저런 곳에 있었다니.
도대체 왜 이런 곳까지 와서 숨어있었던 걸까, 이 아이는.
그건 그렇고 이 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으우우우…"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여자아이는 팔을 들어 열심히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아, 누군가 했더니 노노였나."
드디어 침착함을 되찾았는지, 아스카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역시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히익!"
"…이제 이해가 되는군. 이런 곳에 숨어있을 사람은 별로 없지."
대체 얼마나 놀랐으면. 이름을 불린 것만으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놀란 이유가 우리들 때문이긴 하지만, 우리도 있는 줄 몰랐으니까… 라는 변명으로는 어림도 없겠지.
"이거 난감하게 됐는걸. 들킨 것도 문제지만 노노를 놀라게 해 버렸어. 하아,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모르겠어. 좋은 생각 있나, 카나하?"
"그러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우리들의 관계는 이상한 관계로 보이겠지.
평범하게 생각해서는 평범하지 않게 보이는 관계.
그걸 알게 되어버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른단 말이야.
이치노세에게 들켰을 때는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하려나…
"무우리이…"
+3 정말로 어떻게 하지?
아니, 이걸 물어봤자 의미 없겠군. 비밀로 해 줄 수 있겠나?
아스카가 선택한 것은 정석적인 대처법이었다.
"그, 그럴 테니까 린 씨에게는 제가 어디 있는지 말하지 말아주세요!"
린?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더라니, 예전에 린한테 시달리던 그 애였구나.
말하는 걸 보면 지금도 시달리는 모양이네.
"알았어. 말하지 않을게."
…잘 끝나서 다행이야.
그 후 몇 번이나 다시 묻는 모리쿠보에게 몇 번이나 약속하고서, 우리는 다시 창고 밖으로 나와 온 몸에 붙은 먼지를 털어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친 짓이었지.
아무리 사람이 안 온다고 해도 사내에서 이런 짓이라니.
게다가 그렇게 더러운 장소에서.
…그런데 왜 아쉬운 걸까.
+3 스, 스킨십의 시간은 끝난 것 같은데, 이제 또 어떤 일이 생길까.
"…다음부터 밀회는 다른 곳에서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군."
계속해서 털어내고 또 털어내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먼지.
먼지도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 반가워서 계속 달라붙어 있으려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너희 둘, 거기서 뭐 해?"
리, 린?
설마 창고에서 나오자마자 만나게 될 줄이야.
노노를 찾아다니다가 여기까지 온 건가?
그렇다면 큰일이잖아.
"…왜 둘 다 먼지투성이야?"
"찾을게 좀 있어서. 오래된 물건들을 들춰가면서 그걸 찾다보니 먼지투성이가 되어버렸네."
"잘 됐네. 나도 마침 찾을 게 있었는데. 너희도 도와주지 않을래?"
그렇게 말하며 한 발짝, 내딛는 린.
"자, 잠깐만!"
"이, 이 안은 지금 먼지투성이다!"
모리쿠보와의 약속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너무 필사적이었던 탓일까.
"역시, 이 안에 노노가 있구나?"
결국 우리가 숨기던 것이 들통나고야 말았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이 안에는-"
"그렇게까지 감싸줄 필요 없어. 그 아이는 자길 찾는 사람마다 나한테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거든."
그런… 건가?
하지만 내 눈에는 정말로 공포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 그런건 안 통한다는 걸 알았을텐데, 바뀌지 않고 매번 똑같다는게 귀엽지 않아?"
뭔가, 무섭다.
이대로 린을 들여보내면 우리에게도 큰일이 날 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어.
+3 …린한테 무슨 말을 해야하지?
여기서 못 막아도 딱히 약속을 어기는 건 아니-
예를 들면 마유가 프로듀서를 끌고 어딘가로 간다거나(...)
...가능할까?
여기서 모리쿠보를 다른 곳에서 봤다고 말해 시간을 끌려고 해도 린은 이미 이 안에 모리쿠보가 있다고 단정했으니 걸려들지 않겠지.
어떻게 한다…?
"글쎄. 난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는데…"
둘러대는 것으로 시간을 끌며 혹시 아스카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까 싶어 바라본 옆쪽.
아스카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처럼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분명 아스카도 나만큼이나 난처할 텐데, 어째서 저렇게 한가롭게…
그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는 행동에 살짝 어이없어진 나는, 대체 어떤 중요한 내용이길래 지금 보내야 하는 것인지 알기 위해서 아스카의 휴대폰에 시선을 집중했다.
한순간, 얼핏 볼 수 있었던 메시지의 내용은 내 생각보다 중요한 내용이었다.
수신인, 모리쿠보 노노.
아스카의 대처는 모리쿠보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요즘 프로듀서랑은 어때? 진전이 좀 있어?"
시간을 끄는 것.
이것밖에 없지.
+3 린은 어떤 대답을 할까.
대답 없이 한숨만 내쉬는 린.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연애 사정이 어떤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긴, 사쿠마가 있으니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좋아. 일단은 민감한 주제니까, 이걸로 시간을 끌 수 있겠지.
"그런 이야기로 내 발을 묶을 생각이었나본데, 잘못 생각했어. 아무래도 너희는 비켜줄 생각이 없는 것 같네."
가장 민감할 이야기를 던졌는데도 걸려들지 않다니.
아니, 어쩌면 오히려 가장 민감한 이야기를 미끼로 던졌기에 알아차렸을지도.
연적 때문에 고생하는걸 뻔히 알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이 타이밍에 꺼내는 것은 수상한 점이 있으니까.
역시 다른 이야기를 꺼냈어야 했어.
"이렇게 되면 정말로 곤란한데. 비켜주지 않을래?"
하지만 여기서 비킨다면… 우리는 더 중요한 것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렇게 필사적으로 자신이 어디 있는지 말하지 말아달라는 사람을 보면, 그대로 해줄 수밖에 없잖아.
최소한 모리쿠보가 아스카의 메시지를 볼 때까지는 시간을 벌어야…!
쿠당탕.
창고 속에서 들려오는, 누군가가 급하게 움직이는 소리.
아스카의 문자를 보고 모리쿠보가 움직이는 소리겠지.
"하아… 정말이지. 노노! 문 열어! 아무리 일하기 싫다고 해도 자꾸 도망다니면 안 되잖아!"
"하, 하지만 정말로 무리인데요오…"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소리치는 린과 그에 대답하는 작은 목소리.
그 대화가 밝힌 내막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매우 달랐다.
린 때문에 도망친 게 아니라, 일하기 싫어서 도망친 거였어?
"뭐야, 둘 다. 왜 그렇게 놀란 표정을 하고 있어?"
"아, 아무것도 아냐."
"뇌내의 불일치로 인한 현상이다. 별로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아무튼 비켜줘. 카나하 네가 말했던 프로듀서와의 진전을 위해서라도 내가 노노의 의욕을 올려줘야 된다고. 프로듀서가 노노의 일을 가져왔는데, 노노는 일이 싫어서 이렇게 계속 도망친단 말이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일 때문이었다니.
정말 생각도 못 했던 이유였다.
보통 일하기 싫어서 저런 곳에 숨기까지 할 아이돌은… 없을 테니까.
+3 이제 어떻게 할까.
"그래야겠지."
결국 우리는 린을 도와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린 때문에 무리쿠보가 곤란해한다고 생각해서 도와주려고 했는데, 일이 싫어서 숨어 있었던 것을 알게 된 이상 도와줄 명분보다는 도와주지 않을 명분이 더 커졌으니까.
모리쿠보가 우리에게 보복하지는 않을까.
우리들의 비밀스러운 교제가 들켜버릴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우선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밖에.
모리쿠보, 꽤나 소심한 것 같으니까.
"끄응차!"
"아와와와…!"
셋이서 함께 용을 써도 틈새만 보일 뿐 열리지 않는 창고의 문.
그 틈새로, 우리를 엿보는 모리쿠보의 긴장한 눈이 보였다.
"후우."
"안 열리네."
"…미안. 사정도 모르고."
+3 어떻게 해야 모리쿠보를 나오게 할 수 있을까.
린은 아까 본게 뭐냐면서 도리어 묻고...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어버린다.
"으, 으우우… 그건 절대로 무우리이… 그, 그렇게 하시면 모리쿠보는 아까 본 것을 말해 버릴 건데요오…"
지금, 뭐라고…?
소심한 아이라고 생각해 방심하고 있었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로 일어나버리다니.
아무래도 꽤나 궁지에 몰린 모양이었다.
문제는, 나와 아스카까지 궁지에 몰렸다는 것.
"아까 본 일? 아까 본 일이 뭔데?"
"자, 잠깐만! 린! 이, 일단 서로 약점을 잡고 흔들기보다는 평화롭게 해결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부끄러워하는 것을 내세워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은 행동이니까."
말려야 해.
둘 사이의 일 때문에 우리들의 관계가 까발려지는 것은 사양이라고!
"왜 너희가 갑자기…"
우리가 린의 편을 들었다, 모리쿠보의 편을 들었다하는 것이 조금 불편했는지, 린이 투덜거렸다.
"뭐, 그래. 노노가 자신의 시집을 다른 사람한테 내보이기 싫어하는걸 잘 아니까, 최대한 그런 협박은 하지 말아야겠지. 내가 경솔하긴 했어."
"아, 아무튼 여기는 아무도 없으니까 가 주시면 고맙겠는데요…"
이젠 정말로 어느 쪽의 편을 들기도 애매해져버린 상황.
+2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까.
+3 (주사위) 우리가 사용한 방법은, 모리쿠보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까.
카나하는 그에 맞춰서 차와 과자까지 준비해주겠다고 하는데... 린은 왜이렇게 필사적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이렇게 된 이상 린도 떨어트려서 동지로 만든다..린마유다..(착란)
아스카, 그거 정말로 가능한 약속이야?
다른 사람의 책상을 마음껏 쓰게 해 주겠다니, 쇼코라는 아이돌은 그렇다쳐도 그 책상의 주인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멋진 곳이 생기는 거라고? 그러면 모리쿠보 너도 좋지 않겠어? 응?"
나중에, 나중에 생각하자.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단 아스카에게 맞장구쳐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실현해야 할 약속을 걱정하는 것보단 그녀를 회유하는게 우선이니까.
"그래도 무리인데요… 모리쿠보는 지금 이 공간만으로도 만족하는 건데요… 그리고 그 장소는 너무 뻔해서 자주 들킬 것 같은데요…"
하지만 모리쿠보는 전혀 설득되지 않았다.
설마 모리쿠보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석상처럼 굳어버린 아스카.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함께 굳어버린 나의 반응이 이상하게 여겨졌는지, 린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있잖아. 너희 둘, 왜 그렇게 필사적인 거야? 이건 노노랑 나의 일인데."
"그, 그거야 당연히 동료 아이돌이 곤란해하고 있으니까…?"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급히 머리를 굴렸지만 나오는 답이라고는 뻔한 답뿐.
"형편없는 변명이네. …어차피 노노가 말했던 일과 관련 있는 거겠지."
이, 이 정도 짐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자꾸 캐묻는다면 위험해질지도.
"노노."
우려와는 달리 우리의 사정은 제 알 바 아니라는 듯 노노에게로 관심을 돌리는 린.
일단 한 고비는 넘겼나.
"네 심정은 알겠지만, 다른 사람의 사정을 이용하는 행위는 조금 에러가 아닐까?"
"으우우…"
"물론 나도 네 약점을 건드렸어. 그건 사과할게. 하지만 노노 네가 한 행동은 달라. 이번 일은 분명 노노 너도 동의한 일이었어. 그런데 그렇게 갑자기 도망쳐버리고, 남의 약점을 잡으면 안 되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조금 전보다 더 작게 들려오는 모리쿠보의 목소리.
린의 말에 설득된 것인지, 동물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그 목소리는 한껏 떨리고 있었다.
"정 힘들다면 프로듀서와 이야기해보는건 어때? 프로듀서도 노노가 정말로 싫다면 억지로 일을 시키지는 않을 거야."
싫다는 말 없이, 문이 조금 열렸다.
"네… 일단 이야기를… 이번 일이 그렇게 싫은 건… 아니니까요… 단지… 조금 준비가 안 되어서…"
창고에서 천천히 걸어나오는 모리쿠보.
그녀에게 다가간 린이, 다정하게 먼지를 털어주기 시작했다.
"정말, 왜 여기까지 와서 숨은 거야, 노노. 이렇게 먼지투성이가 되어서는."
…린이 노노의 엄마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우리는 린과 모리쿠보가 그녀들만의 시간을 갖도록, 또 우리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그녀들을 뒤로하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고 했다.
"거기 둘, 잠깐 기다려."
우리를 붙잡는 싸늘한 목소리.
"창고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노노가 그런 말을 한 건지,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재차 언급된 우리들의 일.
하지만 이번에는 곁다리로 지나가는 것이 아닌, 제대로 꺼내지고야 말았다.
"설마 노노를 괴롭혔다거나 그러지는 않았겠지? 만약 그랬다면… 너희 둘,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것도 최악의 오해가 덧붙은 채로.
+3 린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해명해야 할까.
믿어주면 좋겠군.
노노: 실제로 모리쿠보는 멀쩡쿠보인 건데요... (새빨개진 얼굴로) 이 이상 말하는 건 무-리-인데요....
"저, 정말인데요… 모리쿠보는… 머, 멀쩡쿠보인 건데요… 아으으…"
나와 아스카의 그렇고 그런 행동을… 떠올렸는지, 모리쿠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더, 더이상 말하는건 무-리이…"
"뭐, 그렇다면 다행이고. 이만 갈까? 노노."
모리쿠보의 일이 아니어서일까.
린은 다시 모리쿠보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우리도 슬슬 갈까?"
"찬성이다. 여기에는 딱히 볼 일이 없으니 말이지."
+3 이제 어디로 갈까.
"동감이야."
창고에서 어느 정도 멀어져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먼지를 털어주는 우리들.
역시 이성의 끈을 놓는다는 것은 위험해다.
이렇게 먼지 때문에 더러워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그 더러운 곳에서 뒹굴다니.
미치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일이라고.
…아, 사랑에 미쳤었던가.
"이제 카페나 가도록 할까."
"찬성."
중간에 끊겨버린 밀회가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또 다시 그렇게 엄청난 짓을 벌일 의욕도, 기운도 없었다.
그저 난방이 잘 되는 따스한 카페에 들어가서 아스카의 얼굴을 마주보며, 따뜻한 밀크티를 한 잔 마시고 싶었다.
지금은 그런 행복만으로 충분하다.
지친 표정을 한 너도 나와 같은 심정일까.
+3 카페에 가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이래서는 듣는 귀가 많으니, 조심해서 이야기를 꺼내야겠지.
짙은 갈색의 액체가 그녀의 목을 타넘어가는 것을 보며, 나는 할 말을 골랐다.
"아스카."
"왜 그러지?"
아스카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다.
좋아한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중요한 것들부터 사소한 것들까지, 내 전부를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그 말을 전부 다 꺼낼 시간은 없다.
"앞으로는 뭘 해볼까?"
그래서, 나는 앞으로 할 말들을 남겨두고 너와의 미래를 바라보기로 했다.
그 미래 안에서 남겨둔 말들을 모두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들도 많지만, 학교에, 아이돌 일에, 시간이 별로 없잖아."
"막상 하려고 하면 고민되기도 하지. 다른 사람을 상대로는 별 것 아닐 고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고민으로 변하는 순간이란."
"꽤 힘들지, 그런 고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고민이라.
아스카는 나와 사귀며 그런 고민을 몇 번이나 했을까.
그것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 전에 아스카가 해보고 싶은 것을 먼저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스카 넌 뭘 해보고 싶어?"
만약 내가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곳에 가보고 싶어하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해도 난 그녀에게 져줄 수밖에 없겠지.
나는 언제나 아스카한테 져주는 역할이니까.
가끔은 이겨보고 싶지만.
+3 아스카는 무엇을 해보고 싶어할까.
나도 좋아할 수 있는 거라면 좋겠네.
@그나저나 골뱅님 핵직구ㅋㅋㅋㅋ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자신의 바램을 말하는 아스카.
밀크티를 한 모금 삼키며, 그 말을 곱씹는다.
둘만의 라이브.
정말 매혹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두 유닛에 소속되는 형식이라지만 아스카가 다른 사람과 유닛을 짜게 되고, 나는 언젠가 무대에 홀로 서야 하는 지금같은 상황.
그런 말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분간은 힘들겠지?"
"…사정이 있으니 말이다."
다음에는 꼭, 할 수 있었으면.
+3 다음으로 나눌 이야기.
생각해보니, 얘네 유닛명까지 앵커로 정해놓고서 유닛명을 써본 적이 없네요.
@써본 적이 없으면 쓰게 만들면 되죠!
"유닛으로서의 활동도 얼마 없었지."
지금까지 많은 것을 해온 것 같으면서도, 한 것이 별로 없는 것만 같다.
"프로듀서는 계획하고 있는 이벤트라도 있는지 모르겠군."
이것은 거의 온전히 프로듀서의 몫.
우리가 일을 원한다고 해도 프로듀서가 그 일을 가지고 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다.
그렇다면, 등을 떠밀어볼까.
"그럼 프로듀서한테 한번 물어볼까?"
"그 녀석에게? …하긴. 생각이 있다면 그런 일을 준비해주고 있었겠지. 그것을 미리 알게 되어도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겠군. 선물을 미리 풀어보는 느낌이려나."
그럼 아스카도 찬성했으니, 프로듀서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기대해볼만한 전화네.
생각해둔 일이 없어도 이 전화를 계기로 일을 잡아줄 테고,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기대될 테니까.
+3 프로듀서는 과연 어떤 일을 계획해두고 있을까.
설마 정말로 아무 생각 없지는 않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군요!
단독은 무리겠고... 아이돌의 과거, 현재와 미래 컨셉의 살짝 큰 토크쇼로.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안녕, 카나하.]
여유가 있었는지, 아니면 습관인지 신호음이 세 번도 채 가기 전에 프로듀서가 전화를 받았다.
형식적으로 보이지만 목소리에는 친근함을 담은 인사를 나누고 난 뒤, 나는 아스카와의 대화로 끓어오른 열망을 담아 우리들의 용건을 전화기의 건너편으로 전달했다.
[신경 쓰고 있었구나? 미안.]
우리의 말을 듣고 프로듀서로서 자신이 맡은 유닛에 소홀했다고 생각한 것일까.
프로듀서가 사과했다.
일부러 소홀히한 것이 아니라면 미안해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담당하는 아이돌이 우리들 말고도 여러 명이나 있는 상황에서 바빠서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면 충분히 납득 가능하니까.
당장 칸자키만 봐도 꽤 바쁜데, 칸자키의 일을 가져다주고, 케어해줘야 하는 프로듀서가 안 바쁠 리가 없겠지.
[안 그래도 나도 그게 신경 쓰여서, 너희 둘이 같이 할만한 일거리를 준비하고 있었어.]
"그게 정말인가?"
역시, 잊지 않고 있었던 건가.
[그래. 너희 둘만 하게 될 일은 아니고 다른 아이돌들도 함께 하게 될 거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너희 둘이, 같은 유닛으로서 맡게 된 일이라는 점에 있으니까.]
"좋아. 내 생각도 같다. 그래서, 그 일거리는 뭐지?"
같은 유닛으로서 맡게 될 일이라.
얼마만일까, 이게.
[토크쇼야.]
"토크쇼? 토크쇼라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그거 말씀이시죠?"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해보지 않은 일이 망설여지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해진 주제에 대답하는 것이나 질의응답을 하는 것은 라이브를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니까.
또 잡지 촬영이나 드라마 촬영과도 전혀 다르니까.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 앞에 나 자신을 드러내게 되는 것.
그것을 견뎌내고, 또한 다른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말을 해야 하는 일이 바로 토크쇼.
"그거 좋네요. 아스카 너는 어때?"
"감지덕지지."
자신없지만, 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왜냐면 이번 일은 나 혼자가 아니고, 낯선 사람과 함께하는 것도 아니니까.
자상 든든한 지원군이, 자신감을 가져다줄 사람이 함께 하게 될 테니까.
그러니까.
+3 결심의 뒤에는, 어떤 대화나 사건이 이어져 따라붙을까.
감기 걸린 아스카를 주인공이 집에서 간호(?)해 준 거라던가.
누가, 진행을 맡는다고?
불안감.
몇 시간 전의 행동이 내 발목을 잡아, 옥죄는 느낌.
"흠, 노노가 진행을 맡는다니 의외인걸."
하지만 나와 달리 태평한 아스카.
토크쇼라는 것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내야 하는 일.
그러려면 자극적인 소재를 꺼내는 것이 좋다는 것쯤은 당연한 사실.
모리쿠보라면, 그러기 위해서 우리들을 이용할 수도 있을 텐데, 넌 어떻게 그렇게 태평할 수 있는 거야?
아니지. 프로듀서 앞이라서 숨기고 있는 걸지도 몰라.
[내 생각도 그래. 이런 일과는 안 어울리는 애라고 생각했는데, 걔 프로듀서가 어떻게 구워삶은 건지 모르겠다니까.]
"저기, 아스카."
조용히 그녀를 부른다.
"왜 그러지?"
"모리쿠보가 진행자라면... 그 일에 대해서 꺼낼 수도 있지 않을까?"
일부러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할 필요도 없이, 불안감에 졸아들어가 작아진 목소리로 불안을 나누자 아스카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서히 변해가는 아스카의 얼굴.
그것은, 나와 같은 불안감을 지닌 얼굴이 아니었다.
걱정할 것 없다는 듯 웃는 아스카의 얼굴.
"걱정 마라. 노노는 그럴 애가 아니니까. 조금 전에는 자신이 궁지에 몰린 나머지 그랬겠지만, 노노는 다른 사람을 생각해줄 줄 아는 아이다.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을 보증하는 아스카.
그녀의 그 장담이, 불안을 씻어내려가며 그녀가 내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역시 난 네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네.
일상 생활도, 아이돌 활동도.
[얘들아? 왜 아무 대답이 없어?]
+3 이제 어떻게 할까.
아니에요 프로듀서
그리고 마침 스케줄 때문에 이동 중이던 노노와 마주친다.
노노는 둘을 보자마자 얼굴이 새빨개져서 도망치듯 스쳐지나간다.
[나? 사무실에 들어와서 일 하고 있어.]
"알겠어요. 저희도 슬슬 들어가려고 했으니 거기서 뵐게요."
[그래. 천천히 와.]
전화가 끊기고 난 후, 우리들은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토크쇼라. …기대되면서도 불안하네."
"자신에게 확신이 없다면, 경험이 없는 일은 불안해지는 법이지. 이번에는 너 혼자도 아니고 나도 함께다. 그 불안 정도는 같이 들어주기로 하지."
조금밖에 남지 않은 음료를 앞에 두고 나눈 이야기.
그 짧은 이야기가 또다시 나 자신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난 언제쯤 나 자신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을까.
아이돌로서,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확신부터가 필요하지 않을까.
…앞으로 나아가면서, 내가 그 확신을 얻을 수 있을까?
아마도 이번 일로는 어렵겠지.
"처음 하는 일이니까 불안하다는 거지, 못 할 만큼 불안한건 아니야. 네가 있는데 내가 뭘 걱정하겠어?"
하지만 이번 일은 최소한 실패하진 않을 거야.
너와 함께하는 일은, 실패한 적 없으니까.
"그렇게 평가해주니 고마울 따름이군."
우리는 잠시 동안 말없이 남은 음료수를 마저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한 번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조금 먼 길을 걸으면 으레 따르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나란히 서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가고 있었다.
"앗!"
"죄, 죄송… 히익!"
그러던 와중 부딫혀온 누군가.
나에게 있어 그것은 앞을 제대로 보지 않은 내가 잘못한 일이었기에,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부딫혀온 사람에게 사과하려고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우으…"
잔뜩 붉어진 얼굴로 멋쩍은 듯 서 있는 모리쿠보.
"미, 미안! 내가 앞을 제대로 못 봐서…"
"무-리이!"
"자, 잠깐만!"
그녀를 괜히 의심했다는 죄책감까지 겹쳐, 진심으로 사과하기 위해 말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모리쿠보는 빠른 속도로 나의 앞에서 사라져버려, 내가 사과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사과를 받기 싫은 것은 아닐 텐데, 왜 도망친 걸까.
혹시 오늘 목격했던 일 때문에 우리 두 사람이 껄끄러운 걸까?
"여, 역시 사람이 있는지 잘 확인해야 했는데…"
"이미 늦은 일이다. 누굴 탓하겠나. 모두가 피해자인 것을."
글쎄. 우린 가해자 아닐까.
+3 사무실에 가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그리고 새로 바뀐 타이틀 이미지가 매우 좋군요 저게 그 도촬사진인가
"네."
우리들이 처음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한 주제는, 토크쇼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 지에 대한 것.
아스카는 경험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학생이었던 나에겐 그런 쇼는 거실에서나 접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TV에서만 보았던 그곳에서, 나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게 된다.
드라마 촬영과 궤를 같이하는 일이지만, 이번엔 연극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최대한 대비해야겠지.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너한테는 생소한 일이라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 내가 준비해둔게 있지."
나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는 말을 듣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초심자의 불안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스카와 함께라는 말을 들을 때부터, 내가 일을 망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내가 어느 정도로 잘 해낼 수 있는지, 불안했다.
그렇지만 프로듀서가 준비해준 것으로 내가 교정되고 성장할 수 있다면, 이런 불안은 언제든지 뒤로 미뤄둘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는 준비가 철저한데, 넌 꼭 다른 중요한 곳에서 허당같은 면을 보인단 말이지."
"나도 그 점은 인지하고 있으니까 비판은 봐줘."
"그러니까, 내가 준비한 건…"
+3 프로듀서는 나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을까.
"연습이요?"
연습이라니.
정말로 간단한 말이었다.
연습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사실. 프로듀서가 그런 당연한 것으로 생색내려고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과연 프로듀서는 나를 연습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했을까.
"토크쇼라면 여러 가지 말에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하잖아? 하지만 카나하 너는 영 그렇지 못할 것 같단 말야."
"그렇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답할수도 있어야 하고."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토크쇼에 임하는 것.
프로듀서가 말한 것들은 나도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들이었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나에게 되짚어줄만큼 중요한 것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 뭘 준비했다는 건지 말해주지 않겠나?"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어렵다면 어려운 거야. 카나하에게 다른 사람의 말상대를 시키는 거지."
프로듀서의 말 그대로, 간단하다면 간단한 특훈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나에겐 상대가 누군지에 따라 엄청나게 어려워질 수도 있는, 그런 훈련 방법.
"누군가요? 제가 말상대를 해야 하는 사람은."
"그건…"
"여기 이 프레쨩이지롱!"
이 사람, 아직도 사무실에 있었던 거야…?
이거, 뭔가 잘못 걸렸다는 느낌이 든다.
+3 어떤 대화가 나를 혼란스럽게 할까.
4차원이 3배 증가한 초미인이다요~
라는 형상이 뒤에 보일 정도로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프레데리카.
카나하가 따라갈수 있을리가...
뭐, 뭐야, 대체?
종잡을 수 없는 대화 패턴의 연속.
내가 뭐라고 말해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혼돈스러운 말들.
타치바나가 이 사람을 괜히 피하려는게 아니었다는 것을, 여실히 느껴버리고야 말았다.
프로듀서와 아스카를 바라보지만, 도움은 오지 않는다.
나를 위한 훈련인데, 저 둘이 날 어떻게 도와주겠어.
아니지.
아스카 너는 좀 도와줘도 되잖아! 같이 토크쇼에 나가는데!
"…프로듀서."
"왜?"
"아스카도 토크쇼에 나가잖아요? 그러니 이쯤에서 교대하거나 같이 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카, 카나하?"
처음부터 이래야 했어, 아스카.
우리 둘, 함께 나가잖아?
+3 혼돈은 어떤 방식으로 다시 한 번 다가올까.
"흐흥~"
"흐응흐흥~"
별 거 없네.
그냥 하나가 돼서 대화하면 되는 거였잖아.
"프레데리카~"
"프레데리카~"
"프레데리카~"
뭐가 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이 사람과 이야기하는 거, 꽤 즐거울지도.
자, 그럼 다시 한 번.
"흥흥흐흥~"
이 콧노래, 중독성 엄청나네.
"다녀왔습니다, 프로듀…"
한창 새로운 즐거움에 빠져 있을 때 사무실로 들어온 타치바나.
아무래도 다른 일을 마치고 온 모양이었다.
"흐응흐흥~"
"프레데리카~"
"…서?"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놀란 얼굴로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타치바나.
하지만 바뀌지 않는 상황에, 타치바나는 결국 문을 연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렇게 가만히 있지 말고 같이 놀면 좋을 텐데.
"아무래도 내가 대화 상대를 잘못 고른 모양이네. 하아…"
+3 흥흥흐흥, 흐응흐흥…
아리스를 놀리는것도...생각보다 재밌다...
"와아~"
"자, 잠깐만요! 저까지 어울려줘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에요!?"
"그저 단순히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타치바나도 같이 이야기하지 않을래? 꽤 재밌다고?"
맞아.
서로 대화하는 상황은, 평범한 상황이잖아?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돼, 됐어요!"
"그러지 말고~ 아리스쨩!"
"타치바나입니다!"
뭘까.
처음에는 타치바나가 불쌍해보였는데, 어쩐지 저 대화를 들으니 점점 타치바나를 놀리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번만… 딱 한 번만, 놀려볼까?
+3 어떤 말을 해 볼까…?
질투심을 숨기지 않는 프레데리카는 아리스를 홀린 이 목소리를 빼앗겠다며 주인공을 꼬옥 안고 뽀뽀를 강행하려 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간드러지는 목소리.
아스카에게 들려주었던 것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들려준 적 없던 목소리.
"네, 카나하 씨."
"응?"
"…어레레?"
이건 기대하던 반응이 아닌데.
내가 기대하던 반응은 좀 더 히이익! 하면서 놀릴 맛이 나는…
어라?
타치바나, 분명 이름으로 부르면 싫어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그냥 답해준거지?
"타치바나, 너 지금…"
방금 전까지 뭔가가 크게 이상해졌던 기분이 든다.
마치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쓸려서 제대로 나아갈 수 없는 배처럼.
"빈틈 발견!"
타치바나를 보며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재차 확인하려는 도중, 나를 덮친 프레데리카.
왜 갑자기 내가 타겟이 된 거야…?
"아리스쨩을… 아리스쨩을 혼자서 채가다니! 배신자!"
"아리스가 이름을 허락한 또 하나의 타인이 탄생했나. 하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결의를 깨버렸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슬픈 일. 물론 그것이 카나하 네 의지는 아니겠지만…"
아스카 너는 또 뭐라고 하는 거야?
"하는 수 없지! 아리스쨩을 홀려버린 이 목소리! 프레쨩이 접수해서 아리스쨩을 겟☆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츄~"
"자, 잠깐만요?"
나를 붙잡아, 입술을 내밀고 천천히 다가오는 혼돈.
이런다고 타치바나의 태도가 바뀌지는 않을 텐데, 왜 이러는 걸까.
솔직히 그냥 장난치고 싶어서 이러는 거로밖에 안 보이지만, 이 상태로라면 난 정말로 입술을 빼앗거버릴지도 모른다.
아, 아스카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키스당하고 싶지 않아!
"하아…"
타치바나는 그런 이상한 논리로 뒤얽힌 우리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들어주시지도 않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프레데리카 씨가 절 이름으로 불러도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만해주세요. 카나하 씨가 곤란해하시잖아요."
"아리스의 말이 맞다.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원래 목적으로 돌아가는게 어떨까 싶은데."
"타치바나입니다."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지 않나?"
아스카의 말대로, 지금은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라고!
아무나 좀 구해줘!
"아리스쨩, 만약 아리스쨩이 말린다면… 아리스쨩에게 츄~ 해버릴지도 모른다구?"
"자, 잠깐만요. 프레데리카 씨.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프레데리카의 말을 듣고 무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스카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도 들은 사람마냥 놀라는 타치바나.
…솔직하게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쁜 거래는 아닌 것 같다.
+3 …어쩌지?
그렇다면 카나하 쪽에서 키스를 '하면' 되는게...?
@수가 싫다면 공으로 나가면 되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