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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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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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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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지?
누구한테 무슨 말을 해야 내가 처한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좋은 수는 커녕 좋지 않은 수마저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머리가 굳어버려서야, 하는 수 없지.
정면으로 부딪히는 수밖에.
"칸자키한테서 전화가 와서… 그, 바꿔줄게."
나는 아스카에게 그녀의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앞으로 찾아올 결과의 불확실성에, 그녀에게 건네는 손이 떨렸다.
하지만 나는 이미 변명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고 아스카한테 휴대폰을 돌려주지 않았다간 이상한 의심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 방법밖에 없잖아.
"나다. 응? 뭐라고? 잠깐만, 란코. 그게 무슨…?"
도끼눈을 뜨고 나를 슬쩍 노려보는 아스카.
나는 눈빛으로 그녀에게 조용한 애원과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이걸로 충분하다고, 할 만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 이 다음에 또 다시 사과해야겠지.
일단은 칸자키를 어떻게 좀 해 줘, 아스카!
"아니. 그렇지 않다. 때로는 나도 단순한 이유에 의해 움직여야 할 때가 있으니까. 이유? 아아, 프로듀서가 심부름을 시켜서 말이지. 프로듀서가 부탁한 CD를 전해주기 위해 카나하의 집에 왔더니 카나하의 어머님께서 식사를 대접해주시며 '마츠다를 제외한 카나하의 친구가 집에 찾아온 것은 오랜만인데 자고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 오늘 하루 동안 카나하의 생명을 유지할 방책을 겸해 그 제안을 수락했을 뿐이다. 정말 그 뿐이야."
다행히도 아스카는 상황을 빠르게 이해한 듯, 칸자키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거짓 섞인 변명으로 연막을 두르기 시작했다.
방금 자다 일어나서 어떤 상황인지 조금도 몰랐을 텐데, 아스카의 목소리에는 상대방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수 시간은 고민해온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의 차분함이 있었다.
잠의 세계에서부터 그녀를 따라나온 수마의 기운이 아직 그녀의 눈동자에 달라붙어 있긴 했지만, 그 눈동자도 점차 생기를 찾아가는 듯 했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이 악착같은 악마의 집착이 시작된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건 어제 저녁 내가 부주의했던 탓이지."
일단은 한 숨 돌렸나…
+2 칸자키는 과연 아스카의 말에 얼마나 납득했을까.
+3 그리고 이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거야, 아스카…?
사과로 곁잠을 요구하는데...
어느 정도 이야기가 일단락되었는지, 아스카는 칸자키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기 시작했다.
들려오는 단편적인 말을 조합해보면 칸자키가 자신의 용건을 말하는 중인 것 같다.
"그래. 용건은 그것뿐인가? …알았다."
역시나.
칸자키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서 전화를 끊는 아스카.
한숨을 쉬던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움찔.
아픈 사람에게 대체 뭘 시키는 거냐고 묻는 듯한 그 시선 앞에서 죄책감과 긴장에 먹혀버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는 것.
나를 쳐다보던 아스카가 다시 자리에 누울 때까지, 나는 그녀를 곁눈질로 힐끔거릴 수밖에 없었다.
…좀 있다가 나가서 아스카에게 줄 케이크라도 사와야겠다.
"카나하."
어떤 케이크가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아스카가 나를 부르더니 이불을 들어올렸다.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기 시작하는 내 머리.
"안 오고 뭐하나."
"어? 설마… 같이 자자고?"
겨, 곁잠이라니?
"환자를 위험하고 곤란한 상황에 밀어넣고서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나몰라라, 샛길로 빠질 생각은 아니었겠지?"
"다, 당연히 아니지!"
그래서 케이크라도 사다 주려고 했단 말이야.
단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풀리니까…
"그러니까 같이 자줘야겠다."
"어, 어째서 그게 그렇게 연결되는 건데!"
"글쎄? 흔히들 감기는 옮기면 낫는다고 하지 않나?"
능구렁이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스카.
그 시선이 향한 곳에는…
"…알았어."
…두근거리는 심장 탓에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쭈뼛거리며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잔망스러운 연하의 애인이 자신을 놀리는데도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는 내가 있었다.
+3 다음에… 일어날 일은.
인터넷 방송 두세개 보느라 늦어지는 것도 있지만 말이죠... 아무튼 방학에는 더 자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
그 부드럽고 따스한 손에 이끌린 마음이 내리숙였던 고개를 들고 아스카를 쳐다보게 하자, 그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던 아스카와 눈이 마주쳤다.
함께 누워 서로 손을 잡고 애정 어린 시선을 나누는 이 시간에 취해 들떠버린 내 심장이, 점점 격렬하게 뛰기 시작한다.
아스카와 함께해야만 계속 뛸 수 있는 심장이 그녀 때문에 과부화되어 폭주해버리는 아이러니.
설레임 가득한 그 아이러니는 계속해서 다음 순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아스카?"
하지만 아스카는 내 손을 꼭 잡은 채 서서히 눈을 감더니 다시 내가 쫒아갈 수 없는 세계로 여행을 떠나버렸다.
아무래도 피로감이 기대감을 이겼거나 처음부터 나만큼 기대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차근차근 쌓여온 모든 기대가 무너져내리는 실망감이, 아스카에 대한 원망으로 변해간다.
내 눈 앞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괘씸한 연인에게 어떤 처벌을 내리면 좋을까.
저번처럼 잡아먹으려고 했다간 또다시 역으로 잡아먹힐지도 몰라.
게다가 지금은 부모님이 자고 계시는 것도 아니잖아.
좋아. 그런 질척한 짓은 하지 말고 가볍게 이 원한을 풀어보도록 할까.
나는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아스카에게 밀착해, 맞잡은 손 너머로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훔치며, 그 순간을 사진으로 만들었다.
이 사진은, 아스카가 깨면 보여주도록 할까.
이 정도면 윈윈이겠지.
…살짝 아쉽긴 하지만, 화풀이는 이걸로 끝내자.
+3 다음에 일어날 일.
아스카도 잠꼬대인지 카나하를 안는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 카나하의 어머니가 깨우기 전까지 카나하도 그런 아스카에게 안겨 잠에든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아스카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나는 작은 신음마저 흘리는 그녀를 위해 맞잡은 손에 힘을 주며 괜찮다고 속삭여, 불안해보이는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
다행히도 그것이 잘 먹혀들어갔는지, 그녀의 표정이 점차 원래대로 돌아가더니 움직임 또한 멎어들었다.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온 아스카에게 이마를 맞대고, 아프지 말아달라는 주문을 걸어본다.
나는 아스카나 칸자키와는 달라서 이런 주문이 정말로 효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이런 것에라도 걸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마로부터 따스하게 전해지는 느껴지는 그녀의 높은 체온에, 마음이 아파왔다.
해열 시트라도 사다가 붙여주는 것이 좋을까.
케이크 사러 나가면 같이 사서 와야겠네.
이마를 떼자,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또다시 뒤척이기 시작하는 아스카.
"……지 마…"
또다시 잠꼬대를 하는지, 아스카는 뒤척거리다 말고 알아듣지 못할 말을 웅얼거리며 나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내가 마음속으로 빌었던 주문이 다른 형태로 효력을 발휘했는지, 아스카는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좋은 꿈을 꾸며 편히 쉬고 있다는 증거를 보자 내 마음도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나도 이대로 안긴 채 누워서… 느긋하게…
"카나하. 얘. 일어나보렴."
"엄마…?"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네.
"너희 둘, 정말 다정하게 자더라."
엄마는 자면서 흐트러진 내 머리를 정리해주며 자신이 본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아스카 품에 꼬옥 안겨서 자기도 해보고, 우리 딸 좋겠네?"
뭐라고 대꾸할 말을 찾을 수가 없다.
소원을 성취했다… 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기분은 꽤 좋았으니까.
아스카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스카가 날 안아준 덕분인지 정말 푹 자기도 했고.
+3 자,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어머나? 너도 깼니?"
엄마와 내가 대화하는 소리에 부스스 일어나기 시작하는 아스카.
"몸은 좀 괜찮아졌어?"
막 자고 일어나 흐트러진 그녀의 모습.
나를 좋아해서 이런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그 모습이 정말 귀엽게 느껴졌다.
아무튼 푹 자고 일어났으니까 몸 상태가 좀 나아졌다면 좋겠는데.
"으음…"
자신의 이마에 손을 짚어보고 나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는 아스카.
그녀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열은 내린 것 같지만, 근육통이 조금 있는 것 같군. 역시 익숙하지 않은 장소란 정신보다 몸이 더 먼저 반응하는 법인가."
큰일이네. 지금 집에 근육통에 쓰는 약은커녕 파스도 없는데.
아니지. 딱히 상관없으려나? 어차피 해열 시트랑 케이크 사러 나갔다 올 생각이었으니까.
나가서 겸사겸사 케이크도 사오면 되겠지.
한 번 호되게 당했던 추위에 다시 당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이번에는 따뜻하게 입고 집을 나섰다.
시간이 흘러 날이 조금은 풀렸는지 아침만큼 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춥다고 할 정도는 되었다.
마트는 꽤 멀지만 약국과 빵집은 가까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걸어가는 길.
벌써부터 아스카의 온기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7분 정도를 걸어 도착한 약국.
로션 형태의 바르는 약과 파스를 사들고 이번에는 빵집으로 향한다.
어떤 케이크가 좋으려나.
+3 빵집으로 가는 길, 아니면 빵집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까.
약국이 위치한 상가에서 벗어나 자주 가던 빵집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자 유난히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어져 한적해진 그 길이, 마치 아무도 없는 유령의 도시로 가는 길처럼 느껴졌다.
얼마 전에 빵집에 갈 때 봤던 것과 같은 풍경에서 사람이 별로 없어졌을 뿐인데, 왜 이렇게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걸까.
바람에 날리는 낙엽을 구경하며 을씨년스럽고 조용한 거리를 걷고 있으니, 묘한 적막감이 느껴졌다.
적막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케이크를 보고 좋아할 아스카의 얼굴을 생각하려 했지만, 어쩐지 어젯밤의 두려운… 얼굴이 떠올라버렸다.
불안한 적막이 점차 서늘하게 변해갔다.
설마, 그래도 지금 여기서 누가 날 덮치지는 않겠…
갑자기 내 어깨를 잡는 누군가의 손.
"꺄악!"
놀라 비명지르며 급하게 뒤돌아 손을 뿌리치니,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아! 죄, 죄송합니다.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에토 양, 맞으시죠?"
"그, 그런데요…"
멍하게 대답하는 나.
내 팬인가?
아니. 내 팬은 아니야.
말투는 정중하지만, 저 사람의 얼굴은 좋아하는 아이돌을 발견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찾던 것을 드디어 찾아내서 좋아하는 사람의 표정이라고.
"저는 에토 양과 같이 활동하시는 분의 팬인데, 그것과 관해서 에토 양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역시 내 팬은 아니었나.
이 사람, 대체 나한테 뭘 물어보고 싶은 거지?
+1~3 (주사위, 낮은 수.) 도대체 이 정체 모를 사람이 나한테 뭘 물어보려고 접근한 거지?
그럼 전 아스카가 부먹인지 찍먹인지로 하죠
흥분한 나머지 내 팔을 잡으며 자신의 용건을 말해오는 아스카의 팬.
뭐야, 이 사람. 아스카가 좋아하는 것부터 싫어하는 것까지 전부 다 말해달라니.
그걸 왜 물어보는 거지? 그것도 나한테까지 와서?
…설마 말로만 듣던 극성 팬인가?
"저기, 일단 이것부터 놔주시면 안 될까요?"
침착하자.
순순히 말해줄 수는 없지. 아스카의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인데.
이렇게 흥분하고 있을 때 너무 자극했다간 일이 심각해질 수 있으니까 일단 말로 잘 달래면서 넘어가자.
+3 …어떤 말을 하는 것이 좋으려나.
1이므로…….
난 분명 놔달라고 했는데,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아스카의 극성팬은 손에 힘을 주며 나를 다그쳤다.
"이, 일단 이것 좀 놔 주세요. 아프…"
"네? 와프? 와플? 와플인가요?"
뭐야.
"와플이라… 그녀한테 싸구려 와플을 먹일 수는 없죠. 어디가 좋을까… 아! 어디가 좋을지도 알려주시지 않겠어요? 그 분이 자주 와플을 사는 곳이라던가?"
뭔데. 뭐냐고.
이 사람 도대체 뭐야.
어떻게 아프다는 말을 와플로 알아들을 수 있지?
어떻게 남의 말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 거냐고.
내가 아스카에 대한 걸 알려줄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맛이 가버린게 아니라면, 청력이 엄청나게 나쁜 사람이 틀림없었다.
뒷걸음치고 싶다.
지금 당장 여기서 도망쳐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을 기억 속의 인물이 되도록 내 현실에서 추방시키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내 팔을 단단히 사로잡은 손과 함께 나를 좀먹어들어오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색다른 공포감.
그것을 동반자삼은 누군가의 의지에, 그 가시 돛힌 사슬에 매여버려 약해지고 만 내 의지로는 지금도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뿌리치는 것초자 할 수 없었다.
+3 …어떻게 하지?
정중한 태도를 내팽개치고 아무런 말도 없는 내게 분노를 표출하는 극성팬.
무섭다.
차라리 나한테 악의가 있거나 흑심을 가지고 나에게 접근해온 거라면 그나마 나았겠지.
하지만 이 광기가 향하는 대상은 내가 아니다. 내가 아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나를 향한 공포라면 내가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여기서 말을 잘못한다면? 그래서 아스카한테 피해가 간다면?
그러한 두려움에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두려움에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설령 거짓말이라고 해도, 어떻게 당신한테 아스카에 관한 걸 말할 수 있겠어? 당신처럼 위험한 사람이 어떤 일을 저지를 줄 알고?
이렇게 내 나름대로 아스카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하지만…
"말하라니까! 팬의 부탁이잖아! 왜 말하지 않는 거냐고!"
+3 …지금 당장 위험에 처한 나 자신은 어떻게 보호해야 하지?
카나하는 경찰을보고 일단 침착하게 설명. 그 후 약을 사야된다는 생각에 대충 경찰에게 전화번호정도를 알려주고 약을 사가지고 돌아온다.
@맨날 어버버 거리지만 일단 연상이니까요... 일단은...
"모, 모르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움츠러든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 하나뿐.
"어렴풋이 아는 거라도 있을 거 아냐!"
계속해서 나를 다그치는 극성팬.
그런 그를 잠깐씩 보고 지나가는 거리의 사람들.
지나간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무기력해져가는 나.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억지로 버티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드디어 찾아온, 예정된 도움의 손길.
"남성이 여성을 추행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우선 그 손부터 놓아 주시겠습니까?"
"개인적인 일입니다. 경찰 분께서 상관하실 정도로 심각한 일은…"
극성팬이 경찰에게 신경 쓰느라 잠깐, 손에 힘을 뺀 틈을 타서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칠 수 있었다.
그가 나를 노려본다.
하지만 지금은 경찰 앞. 나한테 뭘 어쩔 수 있겠어?
"이 사람이 저를 붙잡더니 다짜고짜 제 친구에 대해서 아는 것을 말해달라며 저를 몰아붙였어요. 놓아달라고 해도 놓아주기는커녕 저에게 윽박질렀고요."
나는 극성팬의 말을 끊고 상황을 설명했다.
전에 경찰에게 도움받은 적이 있어서인지, 나는 조금 전만 해도 엄청나게 공포스러웠던 상황을 꽤나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
"저는 잘못 없습니다! 제가 알아야 할 것들을 물어보고자 했을 뿐이라고요!"
그게 어째서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이야.
"상황은 알겠습니다. 남성 분께서는 잠깐 서까지 동행해주시겠습니까?"
"저도 함께 가야 하나요?"
함께 가야 하면 조금 곤란해지는데.
나는 아스카한테 약을 전해줘야 한다고.
그리고 케이크도 사서 돌아가야 하고.
"아니요. 이미 저희에게 신고해주신 목격자 분들이 몇 분 계시고, 지금 당장은 조금 전에 말해주신 내용으로 충분할 것 같기 때문에 남성 분의 말을 들어보고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 전화번호를 적어주시겠습니까?"
"네."
휴우.
나는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나서, 극성팬을 데리고 사라져가는 경찰을 배웅했다.
이제 정말 살 거나 사러 가야겠어.
일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나서 긴장이 풀렸는지, 나는 멍해진 상태로 집을 향했다.
"카나하? 괜찮은 건가?"
그런 상태를 유지한 채 사들고 온 케이크와 약을 아스카에게 전하자, 곧바로 내 상태를 눈치챈 아스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으, 응? 당연히 괜찮지!"
그래. 괜찮긴 하지.
+1~3 …아스카에게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게 좋을까?
"이상한 사람?"
나는 아스카에게 그녀의 극성팬에 대하여 털어놓았다.
혹시라도 그녀에게 접근하려 할 지 모른다는 불안과 걱정 또한 함께.
"저, 정말 괜찮은 것 맞겠지?"
"응. 마침 신고를 받은 경찰 분이 도와주셔… 서…"
어?
그러고보니 나, 이럴 때 혼자서 제대로 대처한 적이 있긴 하던가?
이런 일을 몇 번이나 겪고서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 하…
"다행이군."
"그럼 그걸로 됐다. 이 다음부터는 내가 조심할 문제니. 케이크, 같이 먹도록 할까."
"…응."
아스카와 함께 케이크를 먹고 있으니, 끊겼던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아이돌이 되고 나서부터 엮여오는 이상한 사람들.
지금까지 잘 넘겨 왔던 그 모든 위기들.
츠가가 접근하기 시작한 것도 그렇고 오늘의 그 일도 그렇고, 만약 내가 아이돌이 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었지.
아스카와 함께하기 위해, 그리고 어렴풋하게 동경하던 사람들처럼 빛나보이기 위해, 나를 응원해준 사람들을 위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는 내 아이돌로서의 목표.
그런 목표만으로 하기에는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과 앞으로 겪을 일들은 너무 가혹한 일들이 아닐까.
예전의 그 나와 아스카를 헌팅하러 온 남성들, 오늘의 극성팬, 그리고 이젠 어느 정도 극복한 츠가와의 그 일까지.
전부 다 내가 무엇을 해서 해결된 일이 아니잖아.
만약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약한 내가 누군가에게 휘둘리게 된다면?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그 일을 제대로 이겨낼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음, 이 케이크 꽤나 맛있군. 가게의 위치라도 알려주지 않겠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일로 피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나중에 알려줄게."
케이크를 조금씩 잘라 먹는 둥 마는 둥, 목으로 넘긴다.
아이돌 일과 관련해서는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이런 일들에 관해서는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만다.
…하지만 내가 아이돌로서 괜찮게 성장했다고 할 수 있을까.
흑심을 품고 접근하는 다른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아이돌 일도 마찬가지잖아.
파트너와 함께했던 그 잡지 촬영에서 보여준 부족한 모습은? 그녀가 커버해준 그 실책은? 앞으로 있을 수많은 일들과 그 속에서 내가 할 실수들은?
정말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걸까? 아스카도 다른 사람과 유닛을 짜고, 나는 앞으로 있을 합동 무대에서 혼자 스테이지에 서야 하는데?
아스카와 함께하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
불안하다.
"하아…"
고민에 빠져 한숨을 내쉬는 내 귓가에 들려온 높은 음색의 소리.
접시에 포크를 내려놓는 그 소리에 놀라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니, 아스카가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왔다.
"이 다음에는 또 뭘 할지 생각해둔 거라도 있나?"
"글쎄…"
이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모르겠는데.
"의외로군. 난 왕자님 역할에 욕심이 남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찼던 내 머리가, 그녀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자극받는다.
"후훗. 그래, 그 표정이야. 난 너의 고민에 빠진 얼굴보다, 그렇게 당황해서 얼빠진 얼굴을 더 좋아한다. 이정도면 이제 나랑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머리가 좀 돌아가겠지?"
그런 걸 원하는 거야?
…그것도 지금?
+3 나는 어떤 말을 할까.
같은 식으로 말하다 본의 아니게 아스카를 더 자극한 카나하. 천성의 유혹수.
몇 번이고 들어왔던 그녀의 짓궂은 말이지만…
"하는, 건…"
내 반응 역시 한결같았다.
"싫지… 않은데…"
부끄러움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건넨 말.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너는 농담도 마음대로 못 하게 하는군."
"그, 그거 농담이었어?"
예상 외의 대답과 그녀의 빨개진 얼굴이, 나의 부끄러움을 더욱 부추긴다.
"그랬다만, 도저히 안 되겠다. 이건 정말 그냥 농담으로는 못 넘어가겠군. 네 반응이…"
그리고 내 부끄러움은 곧이어 복잡한 후회로 바뀌었다.
"농담이었다며!"
"농담이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떻지? 네가 승낙의 의사를 보인 이상 상관 없는 게 아닌가?"
농담이라면 그냥 적당히 넘어가면 되는데, 진담이 되어버렸어.
"하, 하지만 지금은…"
"나를 그렇게 자극해놓고서, 애태우는 건가."
+3 난 나의 실수를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이 위기를 극복해야할까.
나한테 책임을 돌리는거냐면서 아스카는 말하지만. 싫은느낌은 아니다. 그리고... @이하생략
내가 자초한 일이니까.
"…네가 원한다면 상관없어."
"나한테 책임을 돌리는 건가?"
얼굴에 비릿한 웃음을 띄우며 나를 쳐다보는 아스카.
싫은 느낌은 아니지만, 어쩐지 조금 오싹하다.
"아니. 그냥 진심일… 뿐인데."
"너는 정말 사람 안달나게 하는 데 소질이 있군."
아스카가 천천히 다가온다.
크림이 묻은 그녀의 입술이 눈에 띈다.
손으로 닦아주어야 할 테지만, 이미 그런 생각은 버린 채 점점 가까워져가는 우리들은…
벌컥!
"미안하지만 슬슬 돌아갈 때 같은-"
갑자기 돌아간 문 손잡이 소리에, 우리는 저 매너라곤 없는 말이 뒤를 잇기 전에 서로를 밀쳐냈다.
"노, 놀랐잖아, 아빠! 노크는 좀 하고 들어와!"
"…아버지가 딸의 방에 들어올 뿐인데 왜 놀라는지 이해가 안 가는구나. 아무튼 슬슬 돌아가야지?"
소녀들이 방 안에 있을 때는 노크를 하는게 예의인데, 그걸 이해하지 못 하겠다니.
"그, 그렇군. 슬슬 그래야…"
아버지의 난입에 아스카도 적잖이 당황했는지,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근데 너희들, 입술에 크림 묻혀 놓고 뭐 하는 거냐?"
아, 진짜!
+1~3 그녀를 지금 보내는 것이 좋을까?
1. 보내자. 더 오래 잡고 있으면 아스카의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야.
2. 하지만 부모님한테 말하고 조금만 더 논다면… 괜찮지 않을까?
2 고르면 너희 분명...
@한번 끊어진 흐름은 다시 되돌리기 힘들기에...
상식적으로 케이크를 먹고 있으니까 입술에 크림이 묻는 것쯤은 당연한 일이잖아.
하여간 아버지는 눈치가 별로 없다니까…
"아무튼, 아스카 너 슬슬 가봐야 하는건 맞지 않아?"
"그야 그렇다만, 시간의 한계쯤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지 않나."
"안 돼.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라고."
"넌 그렇게까지 날 보내고 싶은 건가."
"네 부모님을 걱정시키기 싫을 뿐이야."
못내 아쉬운 눈치인 아스카를 어르고 달래며, 나는 그녀를 보낼 준비를 했다.
"아빠가 데려다 줄거지?"
"그래야지."
이 시간에 혼자 보낼 수는 없지.
오늘의 그… 일도 있으니까.
+1~3 …나도 같이 가서 배웅해주는게 좋을까?
1. 역시 그게 좋겠지.
2. 아니. 난 집에 있자…
차도를 따라 달리는 소리와 다른 차들의 소음이 섞인, 아쉬움에 빠져 말이 없어진 우리들의 조용한 순간.
아스카와 함께 차에 있는 여느 때처럼 기분 좋은 순간.
하지만 우리들의 한시적인 이별이 가까워지는 순간.
"아스카."
아쉬웠기에, 아쉬움으로 이루어진 침묵을 깬다.
"왜 부르나?"
나의 부름에 창 밖을 바라보던 시선을 나에게로 향하는 아스카.
정말, 아름답네.
+2 어떤 말을 할까.
"그럼, 이만 들어가보겠다."
그녀의 목소리를 내일이 되어서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아쉽다.
헤어지는 것이 아쉽다.
아쉽고 아쉬워서, 그래서 뛰쳐나가, 그녀의 손을 붙잡는다.
우리들은 이별하지만 내가 남긴 온기가 그녀와 함께하도록, 집으로 그녀의 온기를 가져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그녀의 손을 붙잡는다.
"응. 내일 또 보자."
그렇게 건넨 인사는 언제까지 그녀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까.
집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것을 이별의 위안으로 삼는다.
그녀가 사라진다.
"…가는 길에 뭐 사갈까? 아빠."
"그러던지."
나 또한, 집으로 돌아간다.
+1 자기 전에 다른 일을 할까?
+2 한다면, 어떤 일을? 하지 않는다면, 출근하고 나서 생길 일은?
즐거운 출근 시간.
사무실로 들어가 여느 때처럼 인사를 하고 누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을 때, 책상에 앉아 일을 하던 프로듀서가 나를 맞아주었다.
"어서 와."
한 눈에 보기에도 텅 비어있는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나를 맞아준 사람은 프로듀서 단 한 명.
다른 사람들은 일이나 레슨으로 자리를 비운 모양이네.
어제 생각났던 그 편지에 대해서 물어보기 좋은 상황.
"프로듀서, 제가 어제 말씀드렸던 그 편지, 지금 가지고 계신가요?"
거리낄 것 없이, 나는 프로듀서에게 그 편지에 관해서 말을 꺼냈다.
"당연하지."
프로듀서가 양복 주머니에서 꺼내준 편지를 냉큼 받아들어 곧바로 안을 확인하니, 나온 것은 밋밋한 색깔의 편지지 한 장.
여기서 바로 뜯어보는 거냐는 프로듀서의 핀잔에 대충 대꾸하며 그 편지를 읽어내려간다.
'안녕하세요. 당신의 이름 없는 팬입니다.'
SNS에 소개가 올라왔을 때 흥미를 가진 사람 중 한 사람이자 또 전에 노래를 부를 때 가장 가까이에서 봤던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죠.
그건 정말로 좋은 경험이었어요.
왜냐하면 그 때, 친구와 함께 봤던 그 라이브에서 당신이 보여준 모습에 왜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가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어떤 일을 겪어도 변치 않았던 그 미소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줬으면 해요. 왜냐면…
저도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요.
"어때? 무슨 내용이야?"
"그냥… 응원 편지인데요?"
정말로 이렇다 할 것 없는 짧은 내용의 응원 편지.
하지만 내가 여태까지 받아본 적 없는, 그런 편지.
일반적인 루트로 나에게 전달된 편지가 아니어서인지 조금 찜찜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편지를 받아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처음 경험하는 상황에서 오는 새로운 감회와 함께 이름 모를 팬에 대한 감사가 차올랐다.
"이 편지, 제가 가져가도 괜찮을까요?"
"물어보고 가져갈 필요 있어? 너한테 온 편지인데. 당연히 가져가도 돼."
작성하던 서류를 정리하며 대답하는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정리한 서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에게 한 가지를 부탁해왔다.
"참. 저번에 아리스랑 같이 촬영하던 이치노세라는 아이돌 있지? 걔를 보면 연락 좀 해 주겠어?"
남의 체취를 맡아대던, 그 무례한 사람?
그 사람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 걸까.
"그 사람이요?"
"어. 나랑 좀 친한 프로듀서의 담당 아이돌인데, 실종될 때가 많아서 걔 담당이 나한테 찾으면 좀 알려달라고 부탁하더라고. 그런 거니까 그냥 알고만 있어."
"네. 찾으면 연락 드릴게요."
그래도 우연히 마주치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지.
첫 인상이 너무 강렬했다고, 그 사람.
"그럼 간다?"
"네. 수고하세요."
프로듀서가 나가고 나서, 나는 쉬기 위해 소파로 향했다.
편지를 가방에 넣어 테이블에 놓고 소파에 앉으려는 순간 전해지는 물컹한 느낌.
"으와아?!"
깜짝 놀라 급히 일어나 소파를 보니, 전에 시오미 씨가 낮잠용으로 가져왔다고 들은 커다란 담요 밑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머리라고 추정되는 부분을 들춰보자 모습을 드러내는, 전에 본 적 있는 기다란 머리카락.
"이, 이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야…?"
정말로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는 것에서 오는 뭔지 모를 허탈함과 당혹감.
일단 깨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그녀를 흔들어 깨우려 했지만 그녀는 도통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이었지만 다른 사람한테 깔리기까지 하고서 아직도 이렇게 잘 수 있는 거야…?
몇 번 더 깨우려고 해봤지만 전혀 일어나지 않는 이치노세.
아직도 편하게 자고 있는 그녀의 고양이같은 얼굴을 보니, 저번의 일까지 겹쳐서 괜스레 골려주고 싶어진다.
그것을 참을 수 없어, 뺨을 찌르는 것으로 그 묘한 가학성을 살짝 표출해본다.
"우응… 아스카 쨩?"
…하?
왜 아스카의 이름이 여기서 나와!?
"어라? 아니네…? 아스카 쨩의 냄새가 엄청 진하게 느껴지길래 아스카 쨩인줄 알고 일어났는데에…"
읏.
아스카의 냄새라는 말에 반응해버린 나.
순식간에 얼굴 전체로 열기가 퍼져나간다.
이 사람은 자다 일어나서까지 나를 놀리는 거야…?
"왜, 왜 여기서 자고 있는 건가요! 그 쪽 사무실로 돌아가세요!"
나는 축객령을 내림과 동시에 프로듀서에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들었지만, 이치노세는 내가 채 연락하기도 전에 휴대폰을 든 손을 잡아당기더니, 그대로 나를 껴안았다.
"뭐, 뭐 하시는 건가요!"
나는 아둥바둥거리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이치노세는 이내 나를 완전히 끌어안고 다시 소파에 누워버렸다.
물론 곰인형 신세가 된 나도 함께.
"역시 아스카 특유의 이 향기는 참 좋단 말이지~ 냐하하~"
라는 말을 끝으로 다시 잠들어버리는 이치노세.
잠자는 것 하나만큼은 정말로 잘 하는 모양인지, 내가 아무리 버둥거려도 그녀는 일어나기는커녕 더 깊숙히 잠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어이없이 껴안는 베개가 되어버린 내 신세.
이, 이걸 누가 보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변명해야 해, 이걸?!
"…카나하 씨?"
혼란에 빠진 와중에 들려온 타치바나의 목소리.
정말 귀신같은 타이밍의 등장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망했구나, 이거.
+3 …대체 타치바나한테 이 상황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어쩐지 체념한듯한 타치바나의 말.
생각해보면 이치노세와 타치바나, 서로 아는 것 같았지.
아, 이거 설마 경험자의 조언인가.
"여유 시간은 좀 있으니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말만 하세요 가져다드릴게요."
"너무해!"
정말 너무해!
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달란 말이야, 타치바나아아…
"냐하아… 후응…"
가장 너무한건 이 사람이지만!
+3 너무한 상황 다음에 또 일어날 상황!
그러던 도중 아스카가 사무실로 들어온다. 아스카도 아리스와 같이 익숙한거 같긴 하지만 상대가 카나하라는 것에 그 아스카가 살짝 질투하는것 처럼 보인다.
푹신한 소파에 포근한 담요, 따뜻한 누군가까지…
한 숨 자기에는… 정말 좋은 것 같네.
"…핫."
안 되지, 안 돼.
지금 잘 수는 없어!
"다녀왔다."
이, 이제는 아스카까지 와버린 거야?
잠들지 않고 아스카를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느끼면서도, 그녀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어쩐지 마음에 걸린다.
"오늘의 레슨은 꽤나 지치는 …카나하?"
"아, 안녕, 아스카."
등 뒤에서 들려오는 아스카의 어이없어하는 목소리.
나도 이 상황이 어이없는데 아스카라고 다르지는 않겠지.
"…한동안은 안 일어나겠군. 편히 있어라. 그게 좋아."
아스카 또한 타치바나처럼 이치노세와 엮인 적이 있는 모양인지, 나에게 간단한 충고를 해 주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충고보다는 직접적인 도움이라고, 아스카.
익숙해진 나머지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다니, 슬프잖아.
"아쉽군. 세 명이서 함께하기에는 소파가 너무 좁아."
장난스러운 아스카의 말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아스카의 얼굴이 내 옆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분명 장난스럽게 말한 것 같았는데,아스카의 얼굴은 묘하게 샐쭉했다.
방금 전의 말도 그렇고… 설마 이치노세한테 질투하고 있는 걸까?
+3 이제 또 어떤 일이 생길까.
억울한 일은 여기서 끝났으면 좋겠는데.
이후 사무실은 걷잡을수 없울 정도의 난장판으로 변모하고, 그 난장판 속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건...
"어라? 프로듀서는 없나보네?"
타이밍 나쁘게 들어온 두 사람.
한 사람은 시오미.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인데, 대체 누구지?
"으웅… 흐아암~"
다른 두 사람의 등장이라는 적당한 타이밍에 맞춰 깨어난 이치노세.
그런데 어째서 깨어났는데도 나를 놓아주지 않는 걸까.
이 자세 은근히 불편하다고.
"아리스쮸-왕!"
"타치바나입니다!"
"냐하하~ 여전히 사이 좋은걸?"
타치바나를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와 그에 사납게 대꾸하는 타치바나.
이치노세에게 안긴 탓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훤히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일방적으로 타치바나에게 한 쪽이 들러붙는 것 같은데, 사납게 대하면서도 의외로 분위기가 더 험악해지지는 않네.
타치바나, 이런 일도 많이 겪어서 익숙해진 걸까?
"깼네? 좀 전에 왔을 때는 일어날 생각도 안 하더니."
"이 사무실은 편안해서 잠이 잘 오니까 말이야~"
하지만 나는 지금 전혀 편안하지 않은데.
이 상황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타치바나에게서 도움을 구하기는 무리고, 시오미도 나를 도와줄 것 같지는 않고.
아, 있구나.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 내가 지금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슬슬 놓아주지 않겠나. 안겨 있는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줘야지."
"응? 그거, 경험자의 조언?"
"…윽!"
하지만 그 믿음은 순식간에 격침당했다.
그건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소재로 이치노세에게 놀림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 느꼈던 오한이 다시 한 번 내 몸을 휩쓴다.
정말로 싫다고, 그런 식으로 놀림당하는 것은.
"오옹? 거기 안겨 있는 쪽이 말로만 듣던 신입?"
"맞아."
계속 타치바나와 옥신각신하던 목소리가 나에게로 향하며, 흥미를 표하는 콧노래가 점점 가까워졌다.
…나 지금 뭔가 엄청난 것의 관심을 끌어버린 것 같은데.
>>+3 나, 이 다음에 대체 어떤 꼴을 당하게 되는 걸까.
이 창댓의 진행자는 혼돈 전개에 매우 취약합니다. 즉, 그걸 못 써요!
죄송합니다아아아아아...
일단 시키가 차지(?)하고 있으므로 심한 장난은 하지 않지만... 불안하긴 하다.
"그, 글쎄요."
아주 불만족스럽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그걸 입 밖으로 낼 수 있을까.
아스카나 타치바나도 날 구해줄 수 없을 것 같으니 그저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아리스 쨔-앙!"
"왜, 왜 또 저한테 달라붙으시는 건가요!"
다시 타겟 변경인가.
하긴, 이렇게 옴짝달싹 못 하는 사람을 괴롭혀봐야 뭐가 재밌겠어.
미안, 타치바나. 내 몫까지 잘 견뎌줘.
"것보다 프레데리카 씨는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오신 건가요!"
"그거야 당연히…"
프레데리카?
설마 외국인?
아니면 예명 같은 걸까.
>>+3 그녀가 우리 사무실까지 온 이유는.
프레데리카는 아마 '찾았으니까 됬어'라는 느낌 아닐까...
"그럼 이제 가 주시면 안 되는 건가요!"
"하지만~ 아리스쨩 얼굴을 봐버렸기 때문에 프레쨩이 마법에 걸려버린걸?"
"타치바나입니다!"
잘은 몰라도 프레데리카라는 사람은 타치바나를 꽤 좋아해서 자꾸 달라붙으려는 것 같지만... 타치바나의 입장에서는 별로 마음에 안 드는게 당연하겠지.
무엇보다도 꼬박꼬박 이름으로 부르니까 말이야.
이 쪽도 놓아달라고 말해도 안 놓아주니까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타치바나가 지금 겪고 있는 불편에 비하면 이치노세가 들러붙은 것쯤은 별로 큰 걱정거리도 아닌 것 같네.
평생 이러고 있지는 않을 테니 일단은 좀 기다려볼까.
주변 상황을 들으며 아스카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던 와중, 결국 흥미가 사라졌는지 이치노세가 나를 놓아주었다.
자유를 찾은 내가 일어서며 뒤돌아보자 보인 광경은 타치바나의 옆에 앉아 그녀의 태블릿 PC를 들여다보는 금발의 외국인과 그것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시오미와 금발 머리의 여성이 하는 말에 정색한 얼굴로 대충 대답하는 타치바나.
나는 화가 났다기보다는 오히려 체념한 것 같은 그 얼굴을 보며 아스카에게 물었다.
"타치바나, 안 도와줘도 괜찮을까?"
"…괜찮을 거다. 이 정도는 일상이니까."
일상이라니. 난 이런 일상 목격한 적 없다고.
하긴, 타치바나랑 같이 있었던 적은 별로 없으니까 못 보는 것이 당연한가.
"여기 있으면 평화 속에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우리들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겠지. 그래서 말인데, 지금 나와 같이 나가지 않겠나?"
달콤한 제안을 비밀스럽게 속삭이는 아스카.
그 속삭임이 나에게 인지되는 것과 동시에 매혹적인 설득력을 갖춘 단어들로 완성되어, 내 마음을 움직여간다.
아직 레슨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있으니까 나갔다 와도 괜찮을 테고 또 나도 아스카와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싶긴 한데…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장소가 문제다.
"글쎄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미봉책이라서 말이지. 나도 어디로 가야 할 지는 모르겠다."
>>+1~3 어디로 가야 하지?
"아..."
"어이쿠. 아직 다 낫지 않았던 감기 기운이 갑자기... 이거 큰일이군. 쉴 만한 곳으로 데려다주지 않겠나, 카나하?"
아스카와 목적지를 상의하기 위해 말을 걸려고 하자마자 감기 기운 때문에 쉬어야겠다고 주장하는 아스카.
정말 걱정스러운 말이었지만, 웃는 얼굴로 그 말이 핑계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아스카를 보니 실소가 나왔다.
"그래. 쉴 만한 곳으로 데려다줄게. 어디가 좋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옥상은 어떤가?"
"감기 걸렸다면서 옥상?"
감기 기운은 핑계일지 몰라도 최근에 감기로 고생했던 것은 사실이니, 가급적이면 바깥은 피하는 것이 좋겠지.
아무튼 옥상은 안 돼.
"그럼... 정말로 비밀스러운 곳은 어떤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곳."
"그런 곳이 있어?"
멀리 나갈 수는 없으니 프로덕션 안의 장소를 말하고 있는 것일 텐데, 정말로 이 안에 그런 장소가 있다고...?
"있지. 아는 사람만 아는, 아무 부서도 쓰지 않으려 하는 버림받은 장소. 물건이 쌓인 창고가 되어서도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는 비운의 방이."
"카, 카페라던가는..."
"이런, 이런. 감기 환자를 잠깐이라고 해도 밖으로 몰아낼 셈인가?
하지만 카페는 따뜻하잖아.
그런 방은 난방도 안 되어있을 텐데.
그래도 아스카는 가고 싶어하는 눈치인데, 한 번 정도는... 가 줄까...?
"아, 알았어."
결국 호기심과... 아스카의 매력... 아니, 설득력이 이겨버렸다.
+3 그 방에서 일어날 일은...
어쩐지 금지된 장소에 들어오는 것만 같아서 두근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방으로 들어가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자, 한쪽밖에 들어오지 않는 형광등이 희미한 빛을 냈다.
"조금 춥네."
"당연하지. 찾는 사람이 없으니, 난방이 될 리 없으니까. 그래도 건물 내부라서 그렇게 춥지만은 않군. 예상대로야."
예상대로라면, 아스카는 여기에 와 본 적이 없다는 말이려나.
최소한 날이 추울 때에는 와 본 적이 없다는 말이겠지.
희미한 불빛 아래. 먼지를 치우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별 것 없는 이야기 속에서 점점 고조되어가는 분위기.
추위도, 다른 것도 방해할 수 없는 우리들만의 시간.
"으응…"
그 시간 속에서 나의 입술을 훔쳐가는 도둑 한 명.
짧은 순간의 키스였지만, 빠르게 반응하기 시작한 내 몸은 벌써부터 열기를 느끼고 있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꽤 추웠는데, 지금은 왜 이리 더운 걸까.
+3 이제 무엇을 할까. 아니면, 어떤 상황이?
멀어진 두 얼굴이 서로를 바라보며 뜨거운 숨을 뱉어낸다.
그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아스카의 욕망이 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잠깐만'. 이라고 말할 새도 없이 나를 침범하는 그녀.
고조된 분위기가 우리를 이런 방향으로 이끌 거라는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애정이 만들어낸 열기로 자신의 마음에 불을 붙인 아스카는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욕망과 사랑의 연쇄 속으로 나를 끌어들여, 점점 더 거칠게 나를 침범해왔다.
아스카가 나를 탐할수록, 나 또한 아스카가 만들어낸 굴레에 동화되어간다.
"으읏…"
역시 나는, 맹공에 무너져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인 걸까.
…하지만 이런 무너짐이라면,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3 다음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