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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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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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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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저기… 힘내세요. 응원할게요."
그녀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
"저한테 그런 연적이 있었다면 어땠을지… 상상도 되질 않네요. 자! 이런 어두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프로듀서와의 좋은 추억은 없나요?"
거기에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단순한 응원만을 남기며 그 문제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주제를 돌렸다.
스케줄이 잡혀 있다고 하니, 그녀와는 곧 헤어지게 되겠지.
그 때 적절하게 헤어지는 걸로 끝내면 되는 거야.
그걸로 이 이야기는 끝. 그저 그렇더라, 하고 알아두는 걸로 끝내면 돼.
"좋은 추억이요? 프로듀서 씨와 함께하는 순간 하나하나가 좋은 추억인걸요? 우후후…"
사쿠마도 그런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그녀는 내가 꺼낸 주제에 맞춰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낭만적인 말… 이지만 말하는 사람이 사람이다보니 다르게 와닿네.
+3 이제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어째 끝에 다 린의 개입이 있어 뒷맛이 쓰다
첫 번째 만남이 운명을 발견한 순간이라면, 두 번째 만남은 운명을 붙잡은 순간일까.
"정말 많은 순간들이 떠오르네요. 일이었지만 프로듀서 씨와 함께 바닷가에 갔던 적도 있었어요. 또 촬영 예습을 위해 같이 과자를 만들어 다른 분들께 선물하고, 남은 과자를 같이 나누어 먹었던 적도 있었죠. 마유의 사랑이 담긴 과자를 프로듀서 씨가 정말로 맛있게 드셔주셨다는 사실이 마유의 입 안을 달콤하게 채우는 순간이었어요."
그녀의 말에서 달콤한 기억이 전해져왔다.
비록 둘 다 일과 관련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기억이라는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이 자신을 바라봐주고, 자신과 함께하며 자신의 사랑이 담긴 무언가를 좋게 평한다.
설령 그 기억의 밑에 깔려있는 것이 비즈니스 관계라는 방해물이라고 해도 그것이 행복한 기억을 만들 수 없게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그 장벽이 없었다면 더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겠지만.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마유와 린 씨는 부딫히고 있었네요. 프로듀서 씨에게 스카우트를 부탁했을 때는 프로듀서 씨에게서 승낙을 받아내자마자 린 씨가 사무실로 들어와서는 마유를 보고 누구냐고 물었거든요. 또 바다에 갔을 때는 다음 촬영이 린 씨의 촬영이 있어 즐기자는 말을 할 틈도 없었고 마유와 프로듀서 씨가 함께 만든 과자를 함께 먹고 있을 때에도 린 씨가 들어와서는 결국 셋이서 같이 먹게 되었었죠."
"그런 일이... 있었군."
새로이 언급된 또 다른 장벽.
그 사람의 존재가 사쿠마에게서 전해진 기억의 일부분을 자신의 색으로 퇴색시키는 것을 느끼며, 나는 또 다시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런 사랑 이야기는... 사절인데.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고 계시나요?"
사쿠마가 나에게 물었다.
"그런 뒷이야기는... 생각 못 했으니까요."
나는 나도 모르게 당혹감을 드러내버린 나 자신을 애써 수습하며 말했다.
뒷맛이 쓰다.
"후후. 마유는 괜찮답니다. 앞으로의 일이라면 마유도 걱정되지만, 방금 말한 일들은 모두 이미 지나가 추억으로 남은 일들이잖아요? 린 씨의 존재도 그 순간의 일부니까, 마유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 달갑지않은 사람의 존재가 아니라 프로듀서 씨와의 추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좋아했던 순간에 흠집을 내는 일이잖아요?"
그녀의 긍정적인 사고에 가슴속에서 단단하게 응어리졌던 무언가가 느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그녀를 걱정할 일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흐-응.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지. 내가 달갑지 않은 존재라서 그런 걸까?"
정말로 뜬금없이 들려온 목소리.
꽤나 민감한 이야기를 하는 도중이었기에 다른 아는 사람이 말을 걸었어도 놀랐겠지만, 그 목소리는 그것을 넘어 어느 정도의 공포마저 가져다 줄 정도였다.
나와 아스카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리, 린?"
"네가 어째서 여기에 있지?"
우리 둘은 매우 놀란 상태였지만, 사쿠마는 이상하게도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가만히 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올 줄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프로듀서 씨와 통화할 때 목소리가 들려서 린 씨가 마중나오실 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늦게 오셨네요?"
정말로 알고 있었던 거였다니.
린이 올 걸 알고 있으면서도 방금 전과 같은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니.
자신감일까, 아니면 연적을 향한 도발일까.
"이 카페를 찾는데 좀 고생했거든. 아무튼 둘 다 간만이야."
린 또한 동요하거나 화내는 기색 없이 사쿠마의 말에 대꾸했다.
좀 전의 대화를 들은 후라 조금 거북하긴 했지만, 린의 반응이 생각보다 무덤덤했기 때문인지 나는 생각보다 쉽게 그녀에게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그렇네. 오랜만이야, 린."
"만나서 반갑다."
아마 그건 아스카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물론 그녀도 나도 더 꺼낼 말이 없어 그 이상 대화를 지속할 수 없었지만.
+3 조용히 신경전을 펼치는 둘 사이에 낀 우리에게 또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
잠깐 짬이 나서 진행.
그 점을 언급하면서 마유를 칭찬. 의아해하는 둘이지만 마유도 린이랑 비슷하게 린을 칭찬해준다.
그러는 둘을 보면서 아에 사이가 나쁜건 아니구나 하며 납득하는 카나하.
@연적인 만큼 둘에 대한건 둘이 가장 잘 알고 있겠죠...?
"우후훗."
둘은 잠깐 눈을 맞대고 신경전을 펼치는 듯 하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뭘 그리 쫄고 있어? 설마 지금 우리가 여기서 싸우기라도 할 줄 알았어?"
"헤?"
어라?
"연적이라고 해서 싸우기만 하는 건 아니랍니다. 프로듀서 씨의 앞에서라면 모르겠지만…"
"뭐, 그렇지. 마유는 일단 프로듀서가 관계되지만 않으면 꽤 착하니까. 나한테도 예외는 아니라서 평소에는 꽤 좋은 동료가 되어주고 있고."
"어머? 마유는 언제나 착하다고요?"
"싸우지 않는다니 다행이지만, 너희 둘… 대립 관계, 서로 양 끝에 선 사람들치고는 생각보다 사이가 좋은 것 같은데?"
나처럼 어리둥절해하는 아스카.
보통… 자신을 달갑지 않다고 했던 사람, 그것도 연적한테 이렇게 칭찬을 해 주던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말했지만 프로듀서와 얽힌 일만 빼면 좋은 동료니까 그렇지. 아무튼 너희도 친하게 지내서 나쁘지는 않을 거야."
"우훗. 그건 린 씨도 마찬가지랍니다."
이 둘, 생각만큼 사이가 나쁜 건 아니구나.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대립하는 사이지만, 그 외에 사적인 감정은 없다는 걸까.
진작 이런 사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었을 텐데.
뭐,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까.
"자, 그럼 잡담은 그만하고 슬슬 가볼까?"
"네에. 가죠. 프로듀서 씨가 기다리고 계시겠네요."
"이걸로 오늘의 촬영이 드디어 끝났다는 느낌이군."
분명 피곤해해야 할 사람은 나였는데, 어째서인지 아스카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럼, 카나하. 우리도 이만 가볼까?"
"응."
우선 프로듀서한테 가보는게 좋으려나.
마음같아서는 바로 집에 가고 싶지만, 사쿠마처럼 다음 스케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바로 사라져버릴 수는 없으니까.
+3 다음 상황.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나로선 알기 어렵지만, 저런 관계도 멋질지도..
이번 촬영 결과에 대해 프로듀서가 어떤 말을 해줄지 궁금하다.
결과에 대해 칭찬해줄까?
또 내가 실패할 뻔 했던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그는 과연 어떤 말을 할까.
그런 생각으로 가득한 채 아스카와 대화하는 중에 보인 무언가.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사쿠마가 서 있었다.
"어? 사쿠마 씨네?"
"음, 정말이군. 린은 어디로 가고 어째서 저기 혼자서 서 있는 거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품어진 의아함.
린은 어디로 갔길래 혼자 저기에 서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던 찰나, 택시 한 대가 그녀가 서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택시의 문이 열리자, 아니나다를까. 린이 보였다.
원래 자기가 타고 왔던 택시를 타고 픽업하러 온 걸까.
린의 표정 보이지 않았지만, 사쿠마는 린과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택시에 탑승했다.
연적이라는 관계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태도.
이후 일정이 겹쳐서라지만 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면 정말로 사이가 좋은 것 같다.
택시 운전사 때문이라고 해도 저렇게까지 사이 좋은 척 할 이유는 없을 테니까.
"신기하네."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연적에 대한 반감과 좋은 동료에게 갖는 동료애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니.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나로선 알기 어려웠다.
"꽤 멋지지 않아? 저런 관계."
그래서 저런 관계도 멋질지도… 라고 생각해버렸다.
"보통 인간의 감정은 저런 관계를 용납하지 않겠지. 이분법. 흑백논리. 적이면 적, 아군이면 아군이라는 사고만으로 행동하니까. 그런 점에서 보자면… 그래. 멋지군."
+3 자,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아닙니다
시키 : 아까는 잘 봤어~
우리가 프로듀서를 찾아갔을 때는 마침 타치바나의 촬영이 끝나 모두 해산하고 있던 때라, 타이밍 좋게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듀서."
"어, 카나하. 오래 기다렸지?"
"아뇨. 잠깐 나갔다 와서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잘 생각했어. 이번 촬영은 조금 까다로워서, 보다시피 꽤 오래 걸렸거든. 너희가 기다릴까봐 걱정했는데 아니라니 다행이네. 그래서, 촬영은 어떻게 됐어?"
촬영 전에 있던 일들은 모두 제외하고, 나는 촬영이 어땠는지를 프로듀서에게 설명했다.
혼자였을 때는 잘 됐던 일이 둘이 되어서는 잘 안 되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망칠 뻔한 촬영을 사쿠마의 리드로 그럭저럭 따라가다가 마지막에는 어느 정도 감을 잡게 되었다는 것까지.
"그래? 감을 잡았다니 다행이네. 그런데 카나하, 넌 그 촬영을 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
그것을 모두 들은 프로듀서의 말.
내 의견을 묻는 그의 눈은 평소처럼 날카로웠고, 진지했다.
"저는…"
+3 나는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느꼈을까.
앵커의 후반부는 이 다음에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변변한 일 하나 해내지 못하는 존재.
그게 나였으니까.
아스카에게 큰소리쳐놓고 실패할 뻔 했으니까.
만약 상대가 나의 실수를 커버할 만큼 능숙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예전처럼,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내 버렸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봤을 거야.
물론 나 혼자서는 잘 할 수 있었어. 그 점에서 보자면 나는 분명 나아졌지.
하지만 상황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나는 거기에 따라갈 수 없었어.
인도해주는 사람이 있어, 나를 탈출구로 데려다줬을 뿐이야. 나는 한 게 없다고.
"…카나하."
"어?"
말이 없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아스카가 내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반사적으로 그 목소리에 반응해 아스카를 쳐다보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넌 지금도 자기가 무력하다고 느끼나? 아니, 질문을 바꾸지. 만약 다음에 다른 사람과 함께 촬영하게 된다면 오늘처럼 무력할 것 같나?"
말없이 흔들리는 눈동자가 나를 꿰뚫는다.
다음, 이라면… 과연 어떨까.
저번의 경험을 토대로 삼아 혼자서도 해낼 수 있게 되었으니 오늘의 경험을 통해 다음에는 잘 해낼 수 있게 될까?
분명 촬영이 끝날 즈음에는 어느정도 감을 잡았고 또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아니, 오히려 내가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그것만으로 내가 성장할 수 있을까?
"후으응? 뭘 하고 있는 걸까낫!"
머릿속을 생각으로 잔뜩 채우고 아스카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한창 고민하던 와중, 누군가가 나를 뒤에서 갑자기 껴안았다.
"꺄앗?!"
새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달콤한 달링 앞에서 그런 무서운 얼굴로 혼을 내면 안 된다고, 아스카 구운~"
"…시키."
시키라면, 타치바나의 파트너잖아?
아직 안 돌아갔던 거야?
"저, 저기, 조금만 떨어져주시면…!"
답답하고, 당황스럽다.
+3 이제 불청객은 어떤 반응을?
무슨 말이냐고 되묻는 아스카에게
"뭐랄까. 둘이 뭔가 연결되어 있는듯한 느낌이랄까?" 같은 애매모호한 대답을 내놓는 시키.
오히려 나에게 더 달라붙어오며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더니...
크게 숨을 들이켰다.
"힉!"
갑자기 왜 남의 냄새를 맡아대는 거냐고!
나는 도움을 청하는 얼굴로 아스카와 프로듀서를 번갈아 바라보았지만 둘 다 난처한 기색만 표할 뿐, 나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선을 피하기까지 하는 건 정말 너무하잖아요, 프로듀서!
"으음~? 네 체취, 아스카랑 꽤 닮았네?"
"닮다니?"
"냄새가 똑같다는 말은 아니야. 뭐어어, 둘의 행동 습관이나 사용하는 미용용품은 다를 테니 아스카 네 체취와 다른 체취를 가지는게 당연한 거겠지만? 그런데... 으음..."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운 듯, 말을 멈추더니 내 냄새를 다시 한 번 크게 맡고 나서 말을 이어나갔다.
"말로 표현하긴 어려운데, 뭐랄까. 둘의 냄새가 이어지는 느낌?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스카랑 둘이 서로 꼬옥~ 붙어다니다보니 이렇게 된 거려나? 냐하핫."
아직도 부족한지, 그녀는 다시 한 번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3 저, 정말 당황스러운데...
이제 또 어떤 일을 겪게 되는 거야, 나는?
P: 페로몬?
시키: 응응 페로몬~ 역시 좋아하...
카나하: 우오아아앗아아아앗
"으흐응~ 역시 아스카랑 비슷한 냄새가 나! 이건 역시 페로몬? 페로몬일라나? 냐하하~"
"페로몬? 어이, 시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의아한 듯 묻는 프로듀서였지만, 어쩐지 프로듀서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자기 아이돌이 눈앞에서… 그… 추행을 당하고 있는데 도와주려고 하지도 않고 있잖아.
"응, 응! 그래, 맞아! 페로몬! 역시 서로 사귀~"
"우와아아아으아아아앗!"
나는 예고도 없이 튀어나온 폭로를 최대한 무마하려고 애썼지만, 생각대로 될 리 없었다.
"흠?"
그리고 프로듀서가 그걸 놓칠 리도 없었다.
뭔가 알아차린 것 같은데, 정말로 알아채버린 걸까.
"오옹? 아스카의 향기가 가장 짙은 부분 발견! 어디~ 어디~ 한 번 볼까~"
"자, 잠깐만요!"
갑자기 목 부분의 옷을 끌어당기려고 하는 그녀.
나는 그에 저항해 최대한 옷을 여몄지만, 결국은 역부족이었다.
아, 아직 키스마크, 안 사라졌는데.
"오야오야, 이거 흥미로운데? 아스카쨔앙도 그렇게 생각하려나?"
"크, 크흠!"
창피해…
+3 다음 상황.
...어색했겠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이, 일도 끝났으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 수고하셨어요, 프로듀서!"
그래서, 나는 도망쳤다.
어색하게 흐름을 끊어버리고 방 안에서 달려나오는 것으로 모든 것에서 등을 돌리고 안전한 곳으로 향할 기회를 확보했다.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숨이 가빠지고 몸이 떨렸다.
대체 뭐야.
대체 뭐냐고, 저 사람.
왜 나한테 그런 짓을 한 건데?
아스카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게 흥미로워서? 반응이 재미있으니까?
자기 자신의 행동 때문에 당황할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는 거냐고!
물론 그녀의 행동이 어땠건간에, 당혹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도망쳐나와 내가 잘 대처해야 할 일을 회피하는 것은 최선의 선택지는커녕 최악의 선택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내가 당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에게 최선의 선택지란 존재하지 않았다.
차라리 내가 철면피였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이런 일에도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어색하게 도망치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어.
"하아... 하아..."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던 내 옆에, 그림자 하나가 생겨났다.
누군가가 다가와 있었다.
+2 나를 쫓아온 사람은... 누구일까.
+3 이제 또 어떤 일이 생길까.
와이파이 문제로 썼던 걸 조금 전에 날려먹었...
으, 원본이 더 나았는데에...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던 프로듀서가 '축하한다'는 말을 던진다.
"나 참. 걸어서 돌아갈 작정이었어?"
말은 퉁명스러웠지만, 나와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는 프로듀서의 행동에선 그가 나에게 가진 미안함이 잔뜩 새어나오고 있었다.
"태워 줄게. 타고 가."
프로듀서가 몸을 돌리며 따라오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아,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거기에 응해, 천천히 움직이는 그를 따라 주차장으로 향했다.
애초에 돌아가기 곤란한 것은 사실이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프로듀서의 도움이 필수적이었기에 응할 수밖에 없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확히는 도로를 달리는 프로듀서의 차 안.
조금 전까지 쉽게 대화를 나눴던 우리 둘이었지만, 지금은 어색한 분위기에 사로잡혀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앞좌석에 달린 거울 너머에 비춰진 프로듀서의 복잡미묘한 표정.
그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프로듀서가 보는 나도 저런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축하한다."
한참을 그렇게 있고 나서야 던져진 말.
"네…?"
"사귀게 됐잖아?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좋아하는 사람과 맺어졌는데 축하해야지. 물론 프로듀서로서 담당 아이돌이 애인이 생겼다는데 축하하기는 좀 그렇다만… 넌 예외니까."
"아…"
"그리고 좀 전에도 네 상담자 역을 아스카한테 빼앗겨버렸는데 여기서라도 프로듀서 노릇을 해야 하지 않겠어?"
복잡미묘한 표정이 사라지고, 살짝 웃는 얼굴이 나타났다.
"피. 제가 곤란해하는 걸 보고만 계셨으면서. 그것 때문에 여기서 점수 따시려고 그러는 거죠?"
"그, 그건 지나간 일이잖아!"
농담을 하며 살짝 나아진 분위기가 상쾌하게 차 안을 채웠다.
+3 다음 대화 내용, 혹은 다음 상황.
카나하 : (뜨끔)...그, 그럼요 물론이죠^^;;
"네."
윗사람에게서 조심해달라고 듣는 것은 어렴풋이 '조심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여태까지 했던 것처럼 되는대로 달라붙는다면 타치바나나 그 냄새 맡는 여성한테 들켰던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들킬 가능성이 많으니까, 정말로 조심해야겠어.
만약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키게 되었을 때 지금처럼 들키고 난 다음의 일이 잘 풀린다는 보장도 없으니 정말, 정말로 조심해야 해.
"그리고… 아스카 쟤, 언제나 어른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해서 까먹을 수도 있지만 아스카는 아직 너보다 세 살 어린 아이야. 물론 내가 보기에는 너희 둘 다 어린 애들이지만 그래도 네가 언니니까 언니로서 절도 있게 사귀어야 한다?"
"그, 그럼요. 물론 그래야죠. 제가 언니니까요."
언니로서의 절도라.
죄송해요, 프로듀서. 이미 그 언니는 동생한테 잡아먹히는게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래랍니다.
"뭐, 아무리 프로듀서라지만 제 3자가 연애에 너무 간섭하는 것도 좋지 않겠지. 아무튼 내 말은 여기까지. 다시 한 번 축하한다, 카나하."
"네."
우리들은 집으로 가는 길 위를 순조롭게 달려갔다.
+3 이제 어떤 말을 해 볼까. 아니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까.
그러다 카나하의 휴대폰에 전화가 온다.
발신인은 아스카.
"프로듀서!"
"농담이야, 농담."
"정말…"
우리는 차 안에서 별 것 아닌 농담을 나누는 것으로 시간을 때웠다.
프로듀서의 농담이 조금 짖궂어서 곤란했지만, 그러한 짖궂음 안에서 나와 아스카의 연애 관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느껴졌기에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 ~~~♪♪
그렇게 우리가 실없는 이야기를 하는 도중, 착신음이 울렸다.
프로듀서는 아니고, 내 쪽인가?
"전화? 누구야?"
"아스카… 요."
나는 프로듀서에게 대답하며 전화를 받았다.
"아스-"
[왜 날 빼놓고 둘이서만 돌아갔는지 당장 설명해보시지?!]
전화를 받자마자 터져나온 아스카의 호통.
그것은 지금까지 잊고 있던 것을 상기시켰다.
어떻게 해도 변명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망각을.
"어? …아아아! 맞다!"
아스카가 워낙 크게 말했기에 프로듀서도 아스카의 말을 들은 눈치였다.
차가 한순간 빙글, 하고 돌더니 우리가 왔던 길을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카나하 네가 걱정돼서 찾고 있었더니 프로듀서도 같이 사라졌고! 혹시나해서 주차장에 가보니 차도 없고! 심지어 프로듀서는 전화도 안 받았단 말이다! 아무리 나에 대한 생각이 무의식 속에 파묻혔다고 해도 이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미, 미안, 아스카! 지금 차 돌리고 있어! 금방 돌아갈게!"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가서 아스카를 태우는 해프닝을 벌이고 난 뒤 겨우 돌아온 나의 집.
돌아오는 길 내내 날 괴롭게 만든 어색한 분위기와 부루퉁한 아스카의 표정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 차에서 내리자, 아스카가 나를 따라서 내렸다.
어라? 여기 우리 집인데?
아스카, 네 집은 다른 곳이잖아?
"아스카?"
"누구 때문에 시간도 깎여버렸으니, 오늘은 네 집에 들러서 쉬도록 하지. 우리 집까지 가기에는 너무 피곤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집에서 쉬었다 가는 것보다 바로 집에 돌아가는 것이 더 나아 보이는데.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아스카의 '시간이 깎여버렸다'는 말이 나오게 한 주범 중 한 명이 나인데.
따, 딱히 싫지도 않고 말이지.
"곤란한가?"
그녀가 매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 화날 만 하지.
"아냐. 괜찮아."
내가 허락하자마자, 그녀는 매서운 눈빛을 거두어들였다.
설마 방금 그거, 화난 게 아니라 위협용이었어?
"그럼 잠시 너의 보금자리에 민폐를 끼치도록 하지."
그런데 지금 집에 누가 있었나?
+2 엄마가 오늘은 늦게 들어오신다고 했던가? 긴장해서 그런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3 …그건 그렇고 집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우리 둘.
그러다가 카나하는 연인들끼리 집에... 라면서 쓸대없는 망상으로 자폭을 하게 되는데...
엄마에 대한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나는 우선 아스카를 집 안으로 들였다.
"실례하지."
내 신발 옆으로 그녀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인다.
아스카가 맨 처음 한 행동은 내 방으로 가는 것.
습관적으로 냉장고를 확인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내 방으로 들어간 아스카를 따라 들어가니, 침대에 걸터앉아 방 안을 두리번거리는 아스카가 보였다.
창문을 등진 채 고개를 옆으로 돌린 아스카의 모습은 예전에 아스카가 '귀여운 방'이라고 평가했던 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멋진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 멋진 이질감에, 나는 현실에서 떨어져나온 기분이 들었다.
마치 소설에 나오는 한 장면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어느 날 일상의 공간에서 비일상적인 존재와 운명적인 만남을 겪는, 그런 장면 속의 주인공이.
내가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스카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때, 그녀가 눈길을 나에게 돌렸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내가 보고 있었던 내 집에 와서 쉬겠다는 아스카와 이야기 속에서 튀어나온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멋진 아스카는 어디로 갔는지, 뻣뻣한 아스카만이 남아 있었다.
물론 나도 그녀 못지않게 뻣뻣했지만.
"저, 저녁이라도 먹을래? 먹은 거라고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신 것밖에 없으니까 슬슬 배고플 것 같은데."
"그래. 부탁하지."
이럴 때는 역시 식사 이야기가 좋지.
그런데 지금 냉장고에 먹을만한 반찬이 없는데… 레토르트 식품도 없고.
그렇다면 직접 만드는 수밖에 없나?
"알았어. 금방 만들어줄게!"
요리 잘 못하지만, 그래도 아스카가 먹을 건데 힘내서 잘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야지!
"준비되어 있는게 아니라 직접 만드는 건가… 그렇다면 나도 돕지."
"응? 그럼 같이 만들까?"
아스카와 함께 만드는 요리라.
분명 좋은 추억이 되겠지.
그리고 혼자가 아닌 둘이서 요리를 한다면 실패 확률도 줄어들 테고.
자, 힘내볼까!
앞치마를 갖춰 입고, 손을 씻고.
인터넷에서 찾은 레시피대로 냉장고에 있던 재료를 손질하며 식사를 준비한다.
오가는 것은 단순한 이야기, 전해지는 것은 요리 재료와 식기 뿐인 것처럼 보였지만, 연인과 함께하는 것은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오가게 하고, 또 전해지게 만들었다.
"앗…"
"아, 실례."
살짝 닿은 손의 감각이 전해지는 것으로 감정이 오가는 것처럼.
분위기가 달콤하게 무르익어간다.
나는 아스카의 손길을 재현하려는 듯, 무의식적으로 손이 닿았던 부위를 쓸어내렸다.
그, 그러고보니 지금 여기엔 우리 둘밖에 없잖아?
연인들끼리 집에 있는 거니까, 어쩌면 이런 것보다 더…
"더, 더 나가서… 아으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우와앗!"
치이이이이익!
"꺄앗!"
아스카 쪽에서 들린 커다란 소리.
놀란 내가 그녀 쪽을 쳐다보자, 수증기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피어나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녀가 다쳤을까 걱정하며 재빠르게 아스카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아, 으응. 다친 곳은 없다. 다만, 이 된장국이 폭발해버려서 말이지."
된장국이 폭발을 해…?
"역시 프라이팬에 하려고 한 게 문제였던 건가 싶군."
프라이팬에!?
"푸흡!"
웃었다?
"너 때문이다. 단 둘이서만 요리하고 있으니,"
그녀의 장난스러운 한 마디가,
"나도 들떠서 이런 실수를 저질러버리는군."
내 사고를 이상한 쪽으로 맹렬히 회전하게 만들었다.
어, 어, 어, 어쩌면 오늘 정말로 사랑의 레슨이 초급편에서 중급편으로 넘어갈지도.
그렇지만, 그렇지만…!
"아, 아무리 둘뿐이라고 해도 여기서는…!"
"응?"
아차.
너무 나가버렸다!
+3 내, 내 생각없는 말주정 뒤에는 어떤 상황이 올까…
아니 너네 지금까지 초급이었어?? 농담이겠지!
카나하: /////
아스카: 농담이다. 우선 밥부터 먹도록 하지.
귀에 대고 이야기하다니, 반칙이야.
"농담이다. 우선 밥부터 먹도록 하지. 물론 밥을 먹기 전에… 이것부터 처리해야겠지만."
맥빠지는, 또 다시 날 놀리는 것 같은 말.
하지만 여기저기 튀어오른 채 우리를 반기는 된장국의 잔혹한 모습을 보자 나는 아스카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저런 꼴을 방치해놓을 수는 없지.
치우는데 조금 걸리겠네.
+2 (주사위)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요리는, 얼마나 맛있을까.
+3 밥을 먹는 중에, 혹은 먹고 나서 일어날 상황.
그런데 하필이면 적당히 집은게 멜로영화이였고... 정말로 중급(?)과정으로 넘어갈려고 했지만...
카나하의 엄마가 돌아온다
된장국이 빠지긴 했지만 그런대로 훌륭한 식탁.
"잘 먹겠습니다."
"잘 먹도록 하지."
과연 맛은 어떨까나.
"어때, 아스카?"
"과연. 꽤 맛있는데?"
"응? 정말이네?"
우리들이 만든 요리는 정말 어리둥절할 정도로 좋은 맛이었다.
내 요리 실력은 내가 잘 아니까 어리둥절할 수밖에.
혹시라도 이상한 맛이 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네.
아스카 덕분이려나, 이건.
"좋은 식사였다. 만족스럽군."
준비부터 끝까지, 모두 다 정말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불만스러운 점이 단 하나 있었지만.
"변변찮은 식사였지. 좀 더 좋은 음식을 못 내줘서 미안."
더 좋은 요리를 준비해주지 못했다는 것.
좋은 경험과 대비되는 그 불만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따지자면 요리 하나를 망친 내가 더 미안해해야 한다만."
"그런가?"
그렇게도 되는 걸까.
"이제 뭐 할까? 영화라도 볼래?"
"영화? 추천하는 거라도 있나?"
암묵적인 수긍에, 나는 서랍에서 DVD 하나를 꺼냈다.
"추천하는 영화는 딱히 없고… 이거나 볼까?"
부모님이 사두신 거라서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못 볼 건 아니겠지.
두 분, 영화 취향은 꽤 까다로우시니까.
+3 과연 내가 고른 영화에선 어떤 장면이 나올까.
앵커의 뒷부분은 이 다음에 해결하도록 하죠.
후후
후후후...
역시 꽁냥거리다가 갈등도 하다가 그런 연인이 단둘이 집에서...우연히 두근거리게 되는...그런 장면....
헤헤 헤헿ㅎㅎ헤
...밤이라 텐션이 이상하군요 어쨌든 발판함
그리고 절묘한 카메라 앵글로 주인공들의 얼굴과 손 등을 비추며 그런 행위가 시작됐음을 묘사하나 직접적으로는 알몸 하나, 목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장면.
그러나 안 보여주는 게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는 강도높은 배드신이 초장에 나온다.
영화 자체는 서로의 만남에서 운명을 느끼고, 서로에 대한 갈등을 사랑과 애정으로 해소하며 서로가 함께하는 것으로 행복을 나눈다는 전형적인 로맨스 스토리였다.
하지만 그 스토리 밖, TV 앞에는 어느 순간부터 그런 전형적인 이야기에 무서울 정도로 몰입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영화를 보는데 너무나도 몰입한 나머지 자신이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될 정도였다.
내가 이토록 빠져들 수 있는 이유는 아마 이 영화의 연인들을 누구보다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
나도 저 사람들 못지않은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있으니까.
나 또한 아스카에게서 운명을 느꼈다. 첫 눈에 반한 나의 운명은 그녀의 운명에 휘감겨 제멋대로 엉켜들어가, 그녀의 곁에 나를 속박했다.
아스카는 내 엉킨 운명을, 속박된 운명을 그녀의 손으로 풀어내고 자신의 운명과 완벽하게 엮어 연인이라는 매듭을 만들어, 목숨으로 속박된 관계가 아닌 서로 함께하는 관계를 자아내는 것으로 나에게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운명과 겨우 이어질 수 있었다.
그녀와 같은 길을 걸으며 많은 일들을 겪었다.
좋은 일들이 있었던 만큼 나쁜 일들도 많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일들을 헤쳐나갈 용기를 주었다.
언젠가 추억으로 남을, 지금처럼 함께 영화를 보고 있는 잠깐의 시간만으로도 넘치는 행복을 느끼게 만들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을 보며 아스카와 함께했던 지난날의 추억들을 떠올려본다.
나도 저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처럼 데이트를 통해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녀가 좋아하는 패션을 경험해보기도 했지.
그래, 그리고 저 사람들처럼 함께 호텔에도 들어갔었…
…어?
갑자기 예상 외의 배경으로 흘러가는 영화의 전개에, 머리 속의 경고등이 울리기 시작했다.
급하게 다시 들어 확인한 DVD 패키지의 표지 구석에, 마치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작게 쓰여진 'R-18'이라는 표시가 자리잡고 있었다.
내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영화는 마치 이제와서 후회해도 늦었다는 듯이 전개되고 있었다.
호텔 방에 들어가자 이상야릇하게 깔리는 분위기와 함께, 두 주인공의 입술이 겹쳐진다.
떨어지지 않는 두 입술 사이에서 거친 숨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하고, 이윽고 두 사람은 침대 위로 몸을 던진다.
카메라는 바닥으로 하나, 둘 씩 던져지는 옷가지들을 비추고, 뒤이어 두 명의 그림자가 침대 위에서 겹쳐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곤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과 함께, 침대보를 파고드는 두 사람의 손가락을 보여주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제 알겠어. 이 영화, 그냥 감상용이 아니었구나.
난 조심스럽게 아스카 쪽을 바라보았다.
14살의 중학생 앞에서 이런 영화를 틀었다는 자괴감보다도, 나는 두려움을 먼저 느끼고 있었다.
"허, 참…"
왜냐하면…
"너의 기대를 배신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건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바램을 보여주다니, 너무 대담해진 거 아닌가?"
굶주린 늑대 앞에 다리 다친 토끼를 던져준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 오해를 풀고 이 상황을 넘겨야 하는지, 아니면 다가오는 운명에 몸을 맡겨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아스카는 나의 어깨를 붙잡아 순식간에 소파 위로 넘어뜨린 뒤, 나의 위로 엎드렸다.
"정말이지, 저 영화… 우리 둘이 했던 것과 똑같지 않나? 그 때는 상처 받았다며 나에게서 사과를 받아간 주제에…"
그녀의 입술이 내 귀 옆으로 다가와…
"사실은... 좋았던 거 아닌가?"
속삭였다.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가, 마치 굴복하라는 듯이 파고 들어와 나의 머리 속을 헤집는다.
안돼, 이 아이를 멈추게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연상인데, 언니인데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게……"
"응?"
"상냥하게, 해줘…"
이 아이에게 부탁하는 것 뿐.
"…그럴 생각이다."
그녀는 귀엽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내 볼을 간질이며 대답했다.
나는 안도감과 작은 두려움 뒤에 기대감을 품으며, 눈을 감았다.
나를 지배한 연인이 서서히…
나를 삼키려 다가오고 있을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아주 작은 울림이었지만, 극도로 흥분하여 민감해진 우리들의 귀에는 천둥과도 같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처음 보는 신발이 있는데, 친구 데려왔니?"
아스카가 황급히 나에게서 떨어져나갔다.
+3 ……어, 어떤 일이 생길까, 이제.
아니 카나하도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유혹수 다 됐는걸
그리고 아스카..14세의 공격력이 아니다..
라면서 전혀 그쪽에대해 면역이 없는걸로 착각해주시는데...
일단 더 파고 들어오게 되면 곤란하니까 대충 긍정한다음에 일단 아스카를 소개. 영화가 틀어져 있던 TV를 대충 끈다.
엄마는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얼굴이 붉어진 이유를 영화 때문이라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자식의 일이라면 눈치 백단이 되는 사람들이 바로 부모 아니던가.
더 파고들어오게 되면 곤란하기에, 나는 대충 엄마의 말에 긍정하면서 주제를 돌리기로 했다.
"으응. 그냥 평범한 영화인지 알고 틀었는데, 그, 저런 장면이 나와서…"
나는 여전히 송출되고 있는 낯뜨거운 장면을 가리킨 다음, 부끄러워하는 척 TV를 꺼버렸다.
이걸로 어느 정도 관심을 돌릴 수 있겠지.
"표지만 보면 그렇긴 하니까. 이 엄마는 카나하를 이해한단다?"
아무리 봐도 놀리는 얼굴이라고요, 엄마.
"그, 그건 그렇고, 이, 이쪽, 아니, 아스카는 전에도 봤지?"
"이 엄마 아직 치매 안 왔단다. 잘 지냈니, 아스카?"
"안녕하세요. 어머님."
"아 참, 내 정신좀 봐. 카나하, 가서 간장이랑 양파좀 사줄래? 깜빡 잊고 왔지 뭐니?"
"간장이랑 양파?"
어려울 것 없는 심부름인 동시에, 엄마의 관심을 돌릴 절호의 기회였다.
"알았어. 지금 갔다 오면 되지?"
설마 아스카 혼자 있을 때 추궁하진 않을 테니까.
"응. 그리고… 이 아주머니가 아스카랑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런데, 카나하가 심부름 간 동안 잠깐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지 않겠니?"
"이야기 상대라면 어려울 것은 없지만…"
예상 외의 상황에 내 의견을 구하려는 듯, 아스카가 나를 힐끔거린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라니?
게다가 날 심부름 보내는 걸 보면 내가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거잖아.
부모와 자식간의 이야기도 아니고, 엄마가 아스카한테 그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는 엄마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엄마는 애매한 미소만 얼굴에 띄울 뿐이었다.
나는 아스카를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어떤 말을 하시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쁜 말은 아닐 것이다.
엄마가 내 병이나 내가 좋아하는 상대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병을 숨겼던 것에 화를 내기는 했어도 병에 대해서 다른 말을 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냥 아이돌 활동에 관해서 물어보고 싶은 거겠지, 아마.
가끔은 자식의 친구한테 물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있으니까.
내 행동을 본 아스카가 엄마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녀올게요."
"응. 다녀오렴."
그럼 일단 자리를 피해줄까.
+3 (주사위) 마트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마트까지 가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했기에, 어차피 늦을 거 두 명의 이야기가 진행되도록 할 겸 나는 마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과연 엄마와 아스카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역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돌 활동에 관해서 물어보고 싶다는 것은 나의 단순한 추측.
정답은 무엇일까.
마트에서 간장과 양파, 그리고 남는 돈으로 간식거리를 사들고 온 나는 느긋하게 집 안으로 들어섰다.
"다녀왔습니다."
"오, 어서 와라."
내가 신발을 벗고 있을 때, 아스카가 방에서 나와 나를 맞이해주었다.
다녀왔냐는 말 한 마디도 없이 부엌에서 정신없이 돌아다니시는 걸 보면, 엄마는 요리하느라 꽤 바쁘신 모양이었다.
무언가 맛있는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한다.
"둘이 무슨 이야기 했어?"
나는 아스카에게 심부름 내내 나를 괴롭혔던 의문을 풀어놓았다.
"흐음."
그러자, 아스카는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에 뜸을 들였다.
나쁜 말을 들은 것 같지는 않은데, 왜 고민하고 있는 걸까.
+1~3 아스카는 나에게 대답해줄까?
1. 대답해준다.
2. 비밀로 한다.
고맙다?
"'자신의 딸이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다'고, '여태껏 옆에 있어줘서 그 아이가 힘을 낼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나보다 큰 어른이 고개를 숙이는 감사 인사를 받는 것은… 솔직히 말해 불편했다. 이젠 너와 함께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기에 거기에 대해서 감사 인사를 받자니 부담스러웠던 걸까."
그렇구나.
엄마는, 아스카에게 고마워하고 계셨구나.
사랑하는 자식이 그런 엄청난 병에 걸려버렸다는데 걱정하지 않을 부모는 없다.
내 경우 아스카에게서 도움을 받고 나서 말했기에 조금 나은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걱정으로 가슴이 타들어가셨겠지.
애잔한 감정이 내 심장 부근을 태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애인이 가족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나쁘지만은 않았다."
나는 부엌에 있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잠깐 동안 보인 엄마의 옆얼굴.
엄마의 눈이 약간 발갛게 부어오른 것처럼 보였던 것은…
…과연 기분 탓이었을까.
+3 …자, 그럼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아니면 어떤 행동을… 할까.
조별과제 싫어요...
아닙니다
지금 울어버리면 분명 걱정할거라는 말과 함께.
단어가 되지 못한 말에 울음소리가 섞여 튀어나왔다.
"이런. 나중에 말할 걸 그랬나."
갑자기 눈물을 보여서 놀랐는지, 아스카가 당황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잠깐 동안 굳어있던 그녀가 한 팔로 내 머리를 감싸듯 껴안아 천천히 쓰다듬었다.
"지금 울면 분명 걱정하실 거다. 그렇지 않나?"
나를 달래는 목소리.
나는 아스카의 어깨를 적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은 곧 그쳤지만, 나의 몸을 타고 흐르는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참, 아스카. 온 김에 자고 가지 않을래?"
그런 와중에 들려온 엄마의 말.
나는 조급하지 않게, 아스카에게서 슬쩍 떨어졌다.
"하지만 엄마, 아스카는 갑자기 온 거라 잘 때 갈아입을 옷이 없는데?"
나야 좋지만, 아스카가 곤란하잖아.
"네가 원한다면 아무것도 입지 않고 함께 자줄 수 있는데, 그런 게 상관 있나?"
대답이 돌아온 곳은 아스카 쪽이었다.
아스카의 이상한 속삭임에, 얼굴이 터져버릴 것만 같이 뜨거워졌다.
아으, 정말. 넌 어떻게 그런 말을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는 거야.
+3 다음 상황.
아스카는 그 말을 듣고 '아쉽게 됬네. 그렇지 않나?'라면서 놀린다.
아마 장난이였던거 같다.
@너무 나갔으면 돌려놓는게 앵커의 임무죠!
내, 내가 예전에 입던 옷들?
아스카한테…
음, 그래. 딱 맞겠어. 맞고말고.
…뭔가 분한데.
"이것 참 아쉽게 됐군. 그렇지 않나?"
아스카가 한번 더 속삭였다.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듯한 목소리.
조금 전의 말은 장난이었던 것 같다.
아니, 아니지. 장난이었을게 분명하잖아!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정말로 헷갈렸던 것 같잖아…
승자는 없었지만 패배자는 있었다.
"다, 다음부터 그렇게 놀리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푸흡. 노력하지."
+3 하아… 다음 상황.
이 애는 어쩌다 이런 방향으로 급성장을...음 근데 나도 부추겼구나
하지만 역시 지쳤던건지 아스카는 카나하의 어깨에 툭하고 기대며 조금 일찍 자버린다.
@랄까 왜 이번에도 제가 쓸려고 하니까 앵커 자리가 비어있는거죠...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고 나서 우리들은 슬슬 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먼저 목욕을 마친 나는 아스카와 교대한 뒤, 그녀가 입을 옷을 찾아 문 앞에 가져다놓았다.
어디에 놔뒀는지 알 수가 없어서 찾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지만.
내가 예전에 입던 티셔츠와 헐렁한 바지.
아스카가 내 집에서 자고 간다는 사실보다, 내 옷을 그녀가 입을 거라는 생각이 나에게 더 큰 자극으로 다가왔다.
부끄러우면서도 기쁜, 이상한 기분.
나는 방으로 돌아와 내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스카와 떨어지고 나니 뭔가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아니, 맑아졌다기보단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생겼다는 표현이 맞겠지.
"…그러고보니 그건 뭐였을까?"
그렇게 여유가 생기자 자연스럽게 생각난 것 하나.
이전에 받았던 수수께끼의 편지.
그 편지가 생각나자, 자연스럽게 그것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올랐다.
나한테 온 편지니까, 언젠가 보기는 해야겠지.
아무래도 이 궁금증은 내가 그 편지를 열어볼 때까지 날 괴롭힐 것 같다.
침대에 누워 심심하게 뒹굴거리고 있으니, 기다리던 소리가 들려왔다.
욕실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히는 소리.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다시 찾아올 연인과의 시간.
그것도 내 집에서, 개인적인 공간에서 아스카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여어. 오래 기다렸나."
그녀가 도착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웃음이 나왔다.
"옷은 잘 맞아?"
"딱 맞는군."
나는 일어서 앉아 그녀를 맞이했다.
아스카의 물기어린 피부가 눈에 띈다.
그녀가 내 옆에 앉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다음에 할 말을 생각했다.
"그, 오, 옷은… 느, 느낌이라던가, 어때?"
하지만 아스카에게 신경이 팔린 내 입에서는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아스카의 시선을 피하며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어깨에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아스카가 내 말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스카…?"
그녀가 내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아직 자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인데, 지쳤던 걸까.
나는 그녀가 깨지 않도록 그녀를 바로 눕혀주었다.
침대에 앉아 누운 그녀를 바라본다.
내가 내려다보는 그녀는, 정말로 예뻤다.
"잘 자, 아스카."
아쉽지만, 자는 사람을 깨울 수는 없지.
이야기를 하며 지새는 밤은 미래의 재미로 남겨 둘까.
+3 다음 상황.
진짜 얼마만이지(..)
재앵커, +1
보는 것 만으로도 부드러워 보이고, 실제로도 부드러웠던 이 귀여운 입술이 날 얼마나 괴롭혔었는지 생각하니 괘씸한 마음이 샘솟는다.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온 주제에 먼저 꿈나라로 가버렸으니, 이건 복수해도 좋다는 뜻이겠지?
사락, 사락.
에쿠스테를 뗴어낸 채 자고 있는 얼굴은, 평소의 멋진 분위기와는 전혀 달라보였다.
이렇게 보면 아스카가 중학생이라는게 실감되는데 말이야.
그렇게 곤히 잠든 아스카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다가 한순간 눈이 머문 곳.
그녀의 입술.
그곳을 잠깐 스쳐지나간 눈길이, 자신이 지나갔던 곳으로 자연스레 이끌려 꽂히듯이 멈췄다.
잠결에 살짝 벌어져 따뜻한 숨결이 나오는 입술.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부드러운지 알 수 있고, 실제로는 더 부드러웠던 이 귀여운 입술이 나를 괴롭혔던 것을 생각하니, 괜스레 괘씸한 마음이 샘솟았다.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온 주제에 먼저 꿈나라로 가버리다니.
이건 복수해도 좋다는 뜻이겠지?
+1~3 (주사위, 높은 수)그럼 무슨 짓을… 아니, 무슨 장난을 쳐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