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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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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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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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지 않는 것에서 오는 부담이, 열고 나서 닥쳐올지도 모르는 부담보다 견디기 쉬울 테니까.
적어도 지금은 여기서 더 긴장하고 싶지 않아.
"지금은 촬영에 집중하고 싶어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프로듀서에게 편지를 돌려주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위험을 무릅쓰는 경솔한 일은 절대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잘못하면 정체 모를 파트너에게까지 내가 져야 할 짐을 지우고 피해를 줄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런 짓은 정말로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그래. 잘 선택했어. 이건 내가 잘 보관하고 있을게. 나중에라도 보고 싶어지면 말해줘."
"네."
프로듀서는 나에게서 편지 봉투를 받아 양복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제 내 손을 떠났으니 더는 저 편지에 대해 생각하지 말자. 아니, 나중으로 미뤄두자.
"그럼 난 이만-"
"잠깐."
돌연 아스카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프로듀서를 멈춰세웠다.
그녀는 퇴장하려는 프로듀서를 붙잡고 끌고 오더니, 그가 원래 서 있던 자리에 세워두고 나서 다시 돌아와 앉았다.
나와 아스카의 거리가 조금 전보다 훨씬 더 가까워졌다.
"너, 왜 카나하에게 파트너가 누군지 말해주기는커녕 이번 촬영이 2인 촬영이라는 사실을 미리 말해주지 않았던 거지?"
더 가까이 다가왔기에 하염없이 지켜보던 그녀의 옆얼굴이 갑자기 성난 표정을 지었다.
"예로부터 인간들이란 정확하지 않은 사실로부터 자기 멋대로 헛된 생각을 만들어내는 족속이었지. 난 네 덕분에 그 사실을 오늘 뼈저리게 실감했단 말이다."
아스카의 말을 들은 프로듀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의미를 해석하는 동안 나는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아스카, 타치바나를 내 파트너라고 오해했었지.
그럼 지금 프로듀서한테 짜증낸 이유는 그것 때문에?
"푸흡!"
나오면 안 될 감정이 새어나왔다.
"카나하...!"
아스카의 얼굴도 새어나온 감정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미안. 미안, 아스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거 꽤 웃긴 상황이었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카나하에게 제대로 말해주지 않은 이유는 간단해. 이번 파트너가 꽤 별난 녀석이라 놀라게 해 주고 싶었거든."
아스카의 앙심 어린 질책과 그 뒤에 이어진 혼란스러운 상황에 머릿속까지 혼란스러워진 모양인지, 프로듀서는 평소의 날카로운 표정 대신 다소 얼빠진 표정을 한 채 자기 변호를 펼쳤다.
서프라이즈를 위해 말해주지 않았다니.
난 그 서프라이즈 때문에 놀라 마음을 졸였는데.
"...너란 녀석은 꽤나 이상한 곳에서 나사가 빠져 있단 말이지."
"코세키네 프로듀서랑 어울리다 전염된 걸지도."
"하아... 됐다. 이미 지나간 일, 그것도 내 실책이 섞인 일로 이 이상 널 탓할 수는 없겠지."
...사과는, 나중에 확실하게 받아두자.
지금은 일단 촬영에 집중하고 싶으니까.
"이제 나 진짜 간다? 어차피 촬영 때 다시 보겠지만."
"그래. 다시 만나지."
"안녕히 가세요."
+2 이제 뭘 할까.
그런 카나하를 어미오리 따라가는 아기오리 마냥 졸졸 따라가는 아스카.
그러나 그 눈빛의 주변의 모든 이를 경계하는 맹수의 것이었다
그런 내 뒤를 쫒아오는 아스카.
분명 나중에 보자는 말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마치 어미를 따라가는 새끼오리마냥 나를 졸졸 쫒아오고 있었다.
"아스카-"
아니. 정정하겠다.
그녀는 마치 제 새끼를 보호하려는 맹수처럼 내 뒤에서 주위의 모든 것을 경계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아아?"
잘못 물어봤다간 나까지 피볼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째서 저 정도로 주위를 경계하는 걸까.
나를 걱정하니까?
내가 아직 믿음직스럽지 않아서, 그래서 걱정되니까?
그렇다면 아스카에게 전하자.
그녀의 행동에 대한 물음을 전하지 말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내 생각을 아스카에게 전하자.
"네 행동은 고마워. 하지만 이번 일은 정말로 나 혼자 해내고 싶어."
"…그게 무슨 소리지?"
"난 말이지, 네가 필요해. 여태껏 너를 필요로 했지만 앞으로도 필요로 할 거야. 하지만… 언제까지고 너한테 의지할 수는 없잖아."
그리고 먼 미래의 일도 아니잖아.
곧 있을 765와 346의 합동 라이브.
나는 그 곳에 홀로 서야 한다고.
"알고 있지? 아이돌로서의 내 목표는 멋지게 빛나 보이는 것. 나를 믿어준 사람들과 응원해준 사람, 나를 봐준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밝게 빛나는 것. 다른 사람들한테 지지 않는 것. 너한테도 지지 않는 것. 그것이 내 목표야."
"알고 있다. 전에도 그런 말을 했었지."
"그렇다면 이번 한번은 나를 믿어 줘. 이번 일, 혼자서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겠어."
그리고 앞으로의 일들도.
"……"
아스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좋다. 대신, 멋지게 해내고 와라."
"당연하지."
그 응원, 잘 받았어.
아스카를 남겨두고 촬영 장소로 이동하던 도중,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의 곤란해하는 목소리와 그 사람에게 사죄하는 목소리.
나는 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물론 그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로 인해 촬영 장소로 가는 방향과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이 겹쳤을 뿐, 딱히 두 사람 사이의 문제에 개입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장을 입은 사람과 스태프가 문 앞에 선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스태프가 난처해하는 쪽, 미남이 사과하는 쪽.
아무래도 문 안으로 들어가려면 저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어색한 상황은 사절하고 싶었기에 나는 시간이 되는 한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 안 있어, 정장을 입은 남성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다른 쪽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두 사람의 대화가 끝이 났다.
스태프는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정장 차림의 남성은 그곳에 남아 머리를 긁적였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것을 보면, 저 사람이 내 파트너일지도.
"저기…"
나는 자연스럽게 들어가기 위한 목적 반, 궁금증 반으로 내 파트너라고 추정되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네. 왜 부르셨나요?"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정말로, 정말로 멋진 사람이었다.
위험해. 잠깐이지만 두근거렸어.
이러면 안 되는데.
+2 (주사위)
+3 이 의문의 남성에게 어떤 말을 건네면 좋을까.
뭐, 일단 두고 보면 알 테니
"예? 같이?"
살짝 당황한 듯한 반응. 그리고 잠시 동안의 침묵.
설마, 나 또 실수해버린 건가?
안 돼. 오늘 어색한 상황은 충분히 겪었단 말이야.
지레짐작만으로 말을 꺼낸 자신을 탓하고 있을 때, 그 남자는 웃으며 다음 말을 꺼냈다.
"아, 혹시 당신이 에토 양인가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
....
..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던 대화에 끼어든, 예상치 못한 목소리.
나긋나긋하고 상냥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였지만, 그 뒤에 숨겨진 느낌은 비유에 약한 나라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폭풍.
초면임에도 알 수 있는, 저 아이에게서 뿜어져나오는 한기를 표현할 방법은 어디로 향할지 전혀 알 수 없는, 폭풍이라는 단어 하나뿐이었다.
그 아이는 내 앞의 남성에게 자신의 시선을 못박은 채, 어딘가 비어 있는,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또… 마유를 두고…"
"다른 여자와 대화하시는 거, 즐거우신가요…?"
"그, 그런 게 아니야, 마유!"
이 사람, 마유라고 하는 이 사람이… 내 파트너?
방금 전의 내 지레짐작을 받았을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눈 앞의 남자가 당황하고 있었다.
역시 내가 뭔가 실수를 저질렀나?
하, 하지만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아…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거지?
처음부터 나의 행동을 모두, 몇 번이고 되짚어보았지만, 나는 어떤 잘못이 이 순간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3 나, 난 이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하긴, 아스카가 있으니까 어떻게 넘어갈려나...
인사를 하는 거다.
아아 마유 등장이라니 이거 재밌어질 것 같아..
프로듀서를 제외하면 좋은 아이니...
"아, 안녕하세요! 에토 카나하라고 합니다! 이번 촬영에서 파트너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반가워요. 사쿠마 마유라고 해요."
그녀, 사쿠마 마유는 내 인사를 받아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여전히 예의 그 한기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스윽.
내 존재 자체를 흘려버리듯 나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나를 지나쳐간 그녀는, 자신의 프로듀서에게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의 팔을 잡고 팔짱을 낀 다음 나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프로듀서를 붙잡은 채 나를 응시하는 그녀의 눈.
그것은 왠지 모르게 방금 전에 보았던 아스카의 눈빛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마치 '제 새끼를 보호하려는 맹수'같은, 그런 눈빛과.
하지만 어째서 그녀가 나에게 저런 표정을 짓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
내, 내가 그렇게 위험한 사람으로 보이는 건가?
+3 이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혹은, 다음 상황.
카나하에겐 여전히 좀 경계하는 것 같지만...아까보단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마유의 프로듀서가 멀어졌기 때문일까.
메이크업을 하고, 의상을 입자 들려오는 스태프의 알림.
"제 모습, 오늘도 제대로 지켜봐주실 거죠?"
"물론이지."
"우후훗. 그럼 마유는 프로듀서 씨가 마유의 좋은 모습만을 지켜보실 수 있도록 힘내야겠네요."
사쿠마 마유가 그녀의 프로듀서와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홀로 배경지가 깔린 곳으로 들어가 카메라 앞에 섰다.
긴장된다.
연습이 아닌 실전이라는 사실이나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는 사실보다도, 방금 전에 있었던 일들이 나를 더 떨리게 만들었다.
나는 저 둘처럼 촬영 전에 서로 이야기를 나눠 힘을 주는, 그리고 나를 지켜봐줄 사람의 존재를 위안으로 삼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프로듀서는 아무래도 내 쪽을 아스카에게 맡겨놓고 타치바나의 촬영을 지켜보러 간 모양이었다.
나는 혼자와 외톨이는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고야 말았다.
"둘이서 같이 잘 해봐요, 에토 씨."
어느새 프로듀서와의 대화를 끝마친 사쿠마 마유가 내 옆까지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나에게 말을 걸어온 그녀의 한기는 많이 누그러져 있어,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
나를 떨게 했던 그녀의 적개심은 어두운 눈동자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흔적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 원인 모를 적개심이 자연히 사그러들었는지, 아니면 촬영 시간이라는 폭풍의 눈 속에 들어와 잠깐의 고요가 찾아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 덕분에 긴장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덜어낸 긴장의 무게만큼 가벼워진 내 마음 속. 그곳에 남은 틈새를 다른 감정이 메우기 시작했다.
성공하고 말겠어.
그 성공을 예전처럼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실수를 저지르던 내가 아니라는 걸, 나는 그 때보다 더 성장했다는 사실의 증거로 만들어 내가 서 있는 곳 위에 쌓아올리겠어.
그리고 아스카에게 내가 혼자서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어.
그녀가 더 이상 혼자일 때의 나를 걱정하지 않도록.
+2~3 (주사위, 높은 수) 우리들의 촬영 결과.
이런 일에 베테랑인 마유도 "초보라고 들었는데 잘하시네요"라고 할 만큼...
아직 넌 아스카 없인 안 되나봐..(외면)
???????????????????
+1 주사위!
아무튼 이제 그럭저럭 잘 됐으니 됐어어어...
정해진 지시에 따라 포즈를 취하고, 표정과 손의 위치, 팔의 각도처럼 사소해보이는 작은 모든 것을 신경써가며 자기 자신을 통해 무언가를 표현해나가는 작업.
혼자서 연습할 때와 둘이서 같이 하는 것은 정말로 큰 차이였다.
서로가 서로의 표현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것을 단 한 번의 실수, 아니, 잘못된 표현 없이 수행해나갔다.
그렇지만 그것은 순전히 내 파트너, 사쿠마 마유 덕분이었다.
나는 분명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촬영은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나간다기보다,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맞춰 주는 상태에 가까웠다.
두말할 것 없이, 맞춰 주는 쪽은 내 파트너였다.
내 표현을 감싸안듯, 자연스레 하나로 만들어내는 그녀의 표현력은 정말 감탄스러웠다.
파트너의 관록이 엿보이는 그런 실력은 나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는지, 촬영이 막바지로 접어들 즈음에는 나도 감을 잡아 어느 정도는 서로에게 '맞춰 준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 있었다.
홀로서기에는 성공했지만, 혼자서 해내는 데는 반쯤 실패해버렸네.
촬영이 끝나고 난 후의 탈의실.
나와 사쿠마 마유, 둘만이 남아있는 곳.
보는 눈 없이 우리 둘만이 있게 되었지만, 사쿠마 마유는 싸늘한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전히 부드러운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덕분에 촬영이 잘 진행된 것도 있고, 분위기도 꽤 풀어졌으니 그녀에게 한 번 말을 걸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 충동 다음의 이성적인 생각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무턱대고 귀엽다고 하거나 칭찬을 연발했다간 실례가 될 수 있겠지.
그렇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아.
다른 사람에 대해서 먼저 말을 꺼내보자.
"사쿠마 씨의 프로듀서분, 잘 생기셨네요."
"하?"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어버렸다.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큰 실수.
아무래도 최악의 선택지를 골라버린 모양이네.
+3 이 내리막길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졸음의 방해로 내용이 조금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아…
나는 당황한 나머지 거의 생각나는 대로 말을 쏟아냈다.
"제, 제 프로듀서는 그, 조금 허당끼가 있거든요. 이번에도 조금 실망스러운 짓을 했고… 그런데 사쿠마 씨의 프로듀서분은 좋은 사람처럼 보여서-"
"…으려는 건가요?"
"네?"
정신없이 말하는데 열중해버린 나머지 지나칠 뻔 했던 작은 목소리.
그 목소리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심상찮은 무언가에, 나는 얼어붙은 것 마냥 굳은 채, 무의식적으로 거기에 답했다.
"프로듀서 씨는 제 운명의 상대예요. 떨어져서는 한 시도 살 수 없는, 그런 운명의 상대."
폭풍이, 가까이 다가왔다.
"만약 빼앗으려고 하는 거라면…."
내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는 마치 더 이상의 경고는 없다는 듯 말을 흐렸다.
그녀의 차디찬 눈이, 어서 자신의 말에 대답하라는 것처럼 나를 응시했다.
이젠 그녀가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오해.
그녀는 내가 그녀의 프로듀서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고 오해하고 있었다.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에게 흥미가 있다는 듯 말하는 다른 여성의 등장은 그녀를 무엇보다 불안하게 만들고 분노하게 했겠지.
나는 그녀의 마음을 어느정도 이해하며 스스로의 절망적인 눈치와 입방정을 후회했다.
…후회했지만, 동시에 억울해했다.
물론 그녀의 프로듀서가 매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나도 당신이 말한 것처럼 떨어져서는 한시도 살 수 없는, 그런 운명의 상대가 있단 말이야.
그런데 당신의 프로듀서에게서 운명을 느낄 리가…
…어라?
"바, 방금 뭐라고 하셨죠?"
"……역시, 빼앗을 마음이 있-"
"그 전에요!"
떨어져서는, 한 시도 살 수 없다고?
+3 이 예상치 못한 상황은, 또 어떻게 흘러갈까.
앵커가 조금 힘들었기에 약간 변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여러 의미로.
"네…?"
당황스러운 목소리.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낸다면 당황할 만도 하지.
그녀의 말은 그저 비유적인 표현이었을 텐데, 그런 당연한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흥분해서 필요 이상의 반응을 보여버리다니.
난 대체 뭘 기대한 거야.
"우후훗. 그런가요?"
하지만 사쿠마 마유의 어리둥절한 표정은 점차 웃는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무언가를 눈치챈 사람들이 짓는, 그렇지만 어딘가 비틀린 웃음으로.
"카나하 씨."
그녀가 촬영 때보다도 훨씬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옅은 웃음과 달콤하면서도 나긋한 목소리, 그리고 여전히 텅 비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 망막에 맺힌 나의 상을 포근하게 감싸안고 있다고까지 생각되는 묘한 눈빛.
오해가 풀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까지 바뀌었다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을 정도의 급격한 온도 차이.
그 차이는 너무나도 커다란 나머지, 오히려 내 쪽에서 그녀의 변화에 당황하게 만들 정도였다.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1~3 나는…
1. 가르쳐준다.
2. 가르쳐주지 않는다.
사실 위험한 짓일지도 모르지만 사랑에 한해서 마유는 믿어도 되지 않을까
보통 때라면 절대 말해주지 않았겠지만, 저 쪽은 프로듀서를 좋아한다는 폭탄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으니까.
그리고 오해를 확실히 풀고 싶기도 하고.
이 일 때문에 아스카한테 피해가 갈 일은 아마 없겠지.
없어야 할 텐데.
"아스카. 니노미야 아스카예요."
"아스카라면 카나하 씨와 같이 유닛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 전부터?"
"네."
"과연. 이끌려온 건가요. 어쩌면 저희들은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끌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느꼈다?
그녀도 나처럼 자신에게 목숨과도 같이 소중한 운명의 누군가를 만나고 나서, 그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다는 말일까.
그런 게 아니라면, 나에게서 어떤 공통점을 찾은 걸까.
"그런데 방금 그건 왜 물어보신 거죠?"
"궁금해서요. 마유와 비슷한 사람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그래서 물어봤어요."
비슷하다, 라.
그녀가 생각하는 우리 둘의 '비슷함'은, 정말로 내가 생각했던 그 '비슷함'일까?
+3 다음 상황.
그리고 >>+1
마유: 네에 마유도 그런 병(상사병)에 걸려있답니다아
다행이야. 이걸로 한 시름 놨네.
"사쿠마 씨도 그런 병에 걸리신 건가요?"
"네에. 마유도 그런 병에 걸려있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자마자, 그것을 긍정하는 말이 망설임없이 튀어나왔다.
내가 생각하는 뜻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 정도는 당연히 하고 있었다.
그녀가 단순히 자신의 사랑의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병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상관 있는 걸까.
운명을 쫓고 있는 그녀라면, 사랑으로 인한 병을 앓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 그녀라면 내 심정을, 내 괴로움을 알아주지 않을까.
그리고 나에게 도움을 주지 않을까.
+2 (주사위)
+3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녀가 말했다.
연락처를 교환하자고 먼저 말할 정도라면, 나에게 가진 호감이 꽤 크다는 뜻이겠지?
말 몇 마디, 공통점 몇 가지로 이렇게까지 친근한 태도를 보여줄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는데.
역시 사람은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그 후의 인상도 중요하구나.
"안… 해주실 건가요?"
"아! 그,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생각을 좀…"
나는 멋쩍게 웃으며 사쿠마가 내미는 휴대폰을 받아 내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이렇게 또 한 명, 아는 사람이 늘어가는구나.
"우후훗.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여, 카나하."
"아스카?"
반가운 목소리, 반가운 얼굴.
잠깐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그녀의 존재가 가져다주는 충족감은 정말로 대단했다.
아마도 일을 마친 뒤니까 더 그런 거겠지.
"안녕하세요."
"응? 아, 그런가. 카나하의 파트너가 누군가 했더니, 마유 씨였나."
둘은 서로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사쿠마의 표정이 꽤 묘하다.
"이번 촬영, 잘 해냈다고 들었다. 네 말대로 걱정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군."
그녀의 칭찬.
이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네.
"글쎄. 사쿠마 씨가 잘 리드해주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거야."
"그래도 몇 번 안 해본 사람 치고는 꽤 잘 하셨다고요?"
+2~3 이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시작할까.
마유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본다. 그러다가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아스카랑 카나하씨는 사귄지 얼마나 됬나요?"
아스카가 마시던 커피를 뿜는다. 돌직구였다.
계속 이렇게 탈의실에서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지. 아스카만 시간이 된다면 가고 싶은데, 과연 그녀가 시간이 될까.
"저야 괜찮지만… 아스카 너는 어때? 시간 괜찮아?"
"뭐, 조금의 여유라면 있다. 너와 마유 씨, 두 명이 성공적으로 일을 해낸 이 좋은 상황에서 그것을 축하하는데 나의 여유시간을 사용한다면 꽤나 보람차게 시간을 활용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군. 좋아. 가 주지."
"주문 나왔습니다."
쓰디쓴 원두커피 한 잔, 그리고 부드러운 카페라떼와 녹차라떼가 각각 한 잔씩.
아스카는 커피를 받자마자 검은색의 커피가 하얗게 변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설탕을 들이붓기 시작했다.
어른스럽다, 멋지게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블랙 커피를 주문하지만 정작 어린 아이처럼 설탕을 넣어서 마시는걸 볼 때마다 역시 열 네살은 열 네살이라고 생각하게 된단 말이지.
정말 변하지 않는 광경이라니까.
…그런데 나는 그런 열 네살의 여자친구한테 잡아먹히는 신세잖아.
…그만 생각하자.
"그런데 두 분은 언제부터 사귀게 되신 건가요?"
"푸흐읍!"
뜬금없이 튀어나온 폭탄발언.
갑자기 맞은 날벼락에 놀라 사레가 들렸는지 잠깐 콜록거리던 아스카.
그녀는 누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당황한 얼굴로 나와 사쿠마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마, 말한 거냐?!"
"네. 들었답니다. 하지만 그 대신 저도… 꽤나 중요한 사실을 말했으니까요?"
사쿠마가 나를 대신해서 변명해주었다.
내가 물어본 게 아니라 그녀에게서 일방적으로 듣게 된 거지만,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니 그냥 넘어갈까.
"어, 어쩌다보니 말해버렸어. 미안."
"우후훗. 걱정 마세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을 테니까. 중요한건 제가 어떻게 카나하 씨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는지가 아니라 바로 그거잖아요? 어떠한 영향도 없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죠. 그보다도…"
아스카에게 흥미를 보이는 사쿠마의 행동이 그녀의 프로듀서에게 접근하는 것처럼 보였을 내 행동과 겹쳐 보이며 그녀가 느꼈을 기분이 쉬이 짐작되었다.
아니, 그 기분이 어땠을지 짐작할 뿐만이 아니라 나는 그 기분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그것을 이해하며, 거기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녀의 행동은 본심이 아니라 내가 그녀에게 느끼게 했던 불안감과 분노에 대한 복수로 나도 그것을 겪게 하려는 의도를 담은 행동이겠지.
만약 진심이라면 자기 자신의 운명을 제 발로 짓밟는 꼴밖에 안 되니까.
…그래, 그렇잖아. 자신의 프로듀서를 운명이라고 칭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운명'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니, 웃기지도 않는 일이잖아. 다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곤란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면서 넘기면 좋을 일인데, 그런데 어째서 그걸 알고도 점점 그녀의 감정에 가까이 다가가며 분노하게 되는 거야.
+3 웃어야 해, 말아야 해?
이럴 때는 대체 어떤 얼굴로, 어떤 말을 해야 하냐고.
둘 사이에 끼어들어서 직접 아스카의 매력을 알려주죠!
본인이 부끄러워할 정도로 실~컷!
"아스카의 매력이라면 말이죠!"
나는 테이블을 탕! 하고 치며 말했다.
이 쪽으로 몰린 시선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고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아스카의 매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스카의 매력이 알고 싶다면, 알려주면 되는 거잖아!
"어른스러운 척, 마시지도 못할 블랙 커피를 주문하더니 거기에 각설탕을 퐁, 퐁, 하고 넣는 동작 하나하나가 귀여워요. 그걸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마시는 어린 아이스러운 행동이 마음에 들어요."
"카, 카나하?"
이미 늦었어, 아스카!
"그런 게, 전부 다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질투도 심해서 저번에 둘만 있었을 때는 제가 친구랑 전화했다는 이유만으로 제 어깨 쪽을 깨물고 그래서 지금도 키스 마크를 남기기도 했다고요. 그 때는 아팠지만, 너무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상관… 없…"
둘의 표정이 이상하다
…설마 나, 너무 많이 말해버린 건가?
스윽.
뒷자리의 누군가가 일어서더니, 카페를 나갔다.
너무 크게 말했나?
다른 자리에는 안 들리도록 조심했는데.
괜한 불안… 이겠지?
"카나하…"
"어머나. 그런 일까지 하셨군요?"
일단 이 분위기부터 어떻게 좀 해야겠어.
+3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그런 카나하를 보고 어쩔 수 없다는듯이 쓴웃음을 짓는 아스카.
@그나저나 말해도 너무 말했잖냐 카나하... 그런데 하긴, 지금까지 당해온게 있으니...
입 잘못 놀리다가 이게 무슨 꼴이야.
말해도 되는 것과 말하면 안 되는 것쯤은 구분할 수 있었잖아.
정말 무슨 짓이냐고, 이게.
"앞으로는 자중하겠습니다아…"
아, 힘 빠져…
친한 친구끼리는 서로 닮아간다고 하는 말은 아무래도 사실인 모양이었다.
방금 그거, 꼭 아리사가 폭주하는 것 같았어.
슬쩍 아스카를 쳐다보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황급히 눈을 피하면서도 곁눈질하니,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지으며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화나지는 않은 것 같으니 다행이지만, 그래도 좀… 미안하네.
+3 으으, 다음 상황…
그런 바보같은 커플을 보며 사쿠마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깊은 우물에서 길어올린 물과도 같은 차가운 마음이 느껴졌다.
"마유는 두 분이 부러워요. 마유의 운명의 사람은 손조차 잡아주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차가움은 지금껏 보아왔던 밖으로 터져나오는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시리디시린 한탄, 자신에게 향하는 한탄이었다.
그런가.
같은 곳을 바라본 우리와 다르게, 그녀의 운명은 다른 쪽을 향하고 있었던가.
만약 서로가 사랑하고 있다고 해도, 프로듀서와 아이돌이라는 관계니까 더 조심스럽겠지.
실감하지 못했던 사실이지만, 아스카와 나의 관계는 매우 특별한 걸지도 모르겠네. 오히려 저렇게 이어지지 못하는 쪽이 더 일반적일 테니까.
그렇다면... 나는 정말로 운이 좋은 사람이었구나.
나는 아스카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그녀를 만나고, 협조를 얻어내 하루하루 그녀를 만나는 것으로 생명을 연장해오고, 그녀가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고,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고.
운이 좋아서 일어난 이 모든 일들.
어쩌면 이것이 너와 내가 운명으로 맺혔다는 증거가 아닐까.
자칫하면 죽음이 갈라놓게 될 처절한 운명이지만.
+3 불안정한 운명의 짝을 가진 우리들은 이제 또 어떤 일을 겪게 될까.
몰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사쿠마의 앞에서 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네.
주제를 바꾸자.
사쿠마가 힘이 날 만한 주제가 뭐가 있지?
아, 그래. 이거라면 기운을 되찾을지도 몰라.
"그런데, 사쿠마 씨는 어떻게 그 분을 만나게 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을 떠올려서 우울해졌다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기분을 달래는 게 좋겠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텐션이 높아진다면 좋을 텐데.
제발 역효과만 나지 않았으면.
+3 사쿠마의 대답 혹은 다음 상황.
월요일은 귀가가 늦어서 싫습니다.
언뜻보니 프로듀서인거 같다.
어떻게 만났는지를 물었는데, 정작 튀어나온 말은 프로듀서에 대한 칭찬이라니.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소녀를 망가지게 하는 건가.
그래도 목적은 제대로 달성한 것 같으니 일단 들어나 볼까.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마유는 프로듀서 씨를 만나기 전까진 모델 일을 하고 있었답니다? 일이 일인지라 마유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마유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했어요. 비슷한 생각으로 비슷한 행동을 하는, 판에 박힌 사람들 뿐이었지요오."
모델이었구나.
어쩐지 꽤나 능숙하더라니.
"하지만 프로듀서 씨를 만나는 순간 마유가 느꼈던 그 빛은… 그걸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터널 안에서 출구를 바라볼 때 보이는, 그런 빛? 네. 그런 빛이었어요. 제가 걸어갈 길의 끝에 보이는 빛. 따라가야만 하는 빛."
사쿠마는 그 때를 회상하듯 시선을 위로 향했다.
빛… 이라.
"프로듀서 씨를 만나자마자 다가간 것은 아니었어요. 마유, 처음에는 그 분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했답니다? 그 분이 누군지부터 시작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일처리는 어떤지, 평판은 어떤지, 이 외에도 수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었어요. 그래… 마유는 그 때 접할 수 있는 그 분의 모든 정보를 알아냈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스토커?
실례되는 말이라 꺼낼 수는 없지만, 완벽한 스토커잖아.
…대체 사랑이 얼마나 깊은 거야.
"어느 날, 마유는 모델 일도, 그 일로 쌓아왔던 원래의 인연도 대부분 버린 채 용기를 내어 운명에게 다가갔어요. 우후훗. 프로듀서 씨, 그 땐 정말 엄청나게 놀라셨지만 결국 마유를 받아들여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 마유가 보았던 빛을 향해 옆에서 같이 걸어주고 계시답니다."
"마유가 알았던 모든 사실은 새 발의 피보다도 못한 정도였어요. 프로듀서 씨와 함께하며 보낸 시간들이 알게 해준 그 분의 진면목은 마유가 다른 사람을 통해 접하고 상상해왔던 사실보다도 더 완벽했죠. 네에, 완벽… 마유만을 위한 완벽한 사람… 마유를 위해서 훌륭하게 일을 처리해내고, 다른 사람에게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시면서 훌륭하게 평판을 쌓고, 그렇게 마유를…"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달콤하게 녹아들었다.
하지만 그 말, 그 말들은 분명 좋은 목소리였고 녹아버릴 정도의 사랑을 담은 목소리였지만, 그녀의 말은 나에게 똬리를 튼 뱀이 언제 뛰어오를 지 모르는 것과 비슷한 공포를 느끼게 했다.
달콤한 목소리로 구성된 섬뜩한 말.
~♪
아름다운 음악이 그 말을 끊어냈다.
전화기를 받든 수신인, 사쿠마 마유.
그곳에 드러난 발신인, 프로듀서 씨.
+3 그 둘은 어떤 대화를 나눌까.
발신자를 확인한 그녀가 재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네? 아, 스케줄 말인가요? 그렇네요. 깜빡 잊고 있었어요. 여기가 어디나면…"
아무래도 다음 스케줄 때문에 전화가 걸려온 것 같았다.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한 사람은 사쿠마였지만,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어버린 것 같아서 미안하네.
"…거기 있는 카페 아시죠? 네. 거기요. 네? 아, 그런가요…"
이상하다.
사쿠마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분명 프로듀서와 아이돌의 평범한 대화일 텐데, 무엇이 문제기에 저런 표정을 짓는 걸까.
"네. 알겠어요. 그럼…"
전화를 끊은 그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자신의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대화 내용이 궁금지면서도, 눈 앞의 사람에게 어떤 일이 닥쳐온다는 생각에 어쩐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물어보는 게 좋을까?
+1~3 어떻게 하지?
1. 물어본다.
2. 물어보지 않는다.
"…그런 건 아니랍니다."
내 물음에 사쿠마가 어두운 목소리로 답했다.
대체 무슨 내용의 전화였기에 그녀가 이렇게까지 무너진 걸까.
"단지, 다음 스케줄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거든요. 프로듀서 씨의 다른 담당 아이돌, …그 분을 좋아하는 다른 여성과."
"연적이란 말인가?"
"네에. 연적이죠. 저주스러운 연적."
그런 연적과 함께 해야 한다면, 저런 태도를 보일 만도 하지.
같은 일을 하며 매일 마주치는 동료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가로채려는 사랑의 적이라면 말이야.
만약 나라면 그런 연적의 존재에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이제 곧 같은 장소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치면서 속내를 숨기고, 다른 사람들이 저희의 속내를 읽을 수 없도록 덧씌운 가면 위로 사람들이 바라는 모습을 그려내야 해요. 그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연기는… 지치는 일이죠."
"그 사람도 사쿠마 씨가 프로듀서 씨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네. 알고 있답니다아. 알고 있어서, 그래서…"
무엇을 떠올렸는지, 그녀는 대답하자마자 고개를 돌려 우리의 시선을 피했다.
"그 '연적'이란 사람은 누구지?"
"…네?"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튀어나온 질문 하나.
"아, 실례가 됐다면 미안하군. 호기심을 참을 수 없는 성격이라 말이야. 마유 씨가 그렇게 슬픈 얼굴을 짓도록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져서."
하루도 빠짐없이 보는 그녀의 모습이지만, 아스카의 이 행동력은 언제나 날 놀라게 만든다.
저 슬픈 얼굴을 보고도 저런 질문을 서슴없이 던지다니.
…그보다 아스카, 그 말 뭔가 작업멘트 같지 않아? 의식하고 던진 말인지 아닌지가 조금 신경 쓰이는데.
+3 사쿠마 씨는, 아스카의 질문에 무슨 답을 해줄까.
마유P가 '담당'하는 아이돌이어야 하기에 (현재 비중은 없지만)아스카P가 담당하는 아이돌 중 한 명인 시오미 양은 불가능...
재앵커, +1
그런데 린이 나왔었나...?
뭐, 딱히 담당자가 정해진 쪽은 아니었으니 괜찮겠죠.
"아아, 맞아. 그러고보니 마유 씨와 그녀는 같은 프로듀서가 담당하고 있었지."
잠깐만, 누구?
갑자기 튀어나온 익숙한 이름에 내 사고가 혼란에 휩쓸렸다.
시부야 린. 시마무라 우즈키와 친하고 노노라는 아이를 꽤나 좋아하는, 예전에 몇 번 만나 그럭저럭 친해진 쿨한 아이돌.
최근에 만난 적은 없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의 이름이 나올 줄이야.
난감하다.
이럴 때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사쿠마의 연적이었다는 사실보다도, 이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 나를 더 난처하게 했다.
사쿠마의 연적이 차라리 내가 모르는 사람이나 미워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녀에게 실컷 동조해줄 수 있었겠지.
하지만 난 린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고, 또 그녀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3 어떤 말을… 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