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들도 대충 정리가 끝났고, 바닥에 먼지도 쓸었으니 이제 아카네가 대걸레만 가져오면 청소 끝. 부실에 하나밖에 없는 작은 소파에서 쉬고 있던 로코 옆에 앉아 아카네를 기다린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소파에 따라 앉은 츠무기가, 로코의 옆이 아닌 자신의 옆에 앉는다. 양 옆에 여자를 끼고 앉아있는 이 광경을 아카네가 보면 또 놀릴게 분명하다.
...내 무릎 위에 앉았다.
이 녀석이 날 놀리는 거야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말이 아니라 이렇게 행동으로 날 놀려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뭐하는 거야?"
"앉을 자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왜 지금 앉냐고. 대걸레 가지고 왔으니까 청소나 마저 해야지."
"뭐어~ 아카네쨩으로서도 청소가 빨리 끝나면 좋지만~ 아카네쨩, 대걸레를 무려 두 개나 세척하고 달려온 나머지 온 몸의 여기저기에 피로가 만땅! 그런 아카네쨩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혹시 그런 아카네쨩이나 쉬고 있는 다른 두 명을 혹사시킬 생각이었어?"
아니. 당연히 너랑 내가 해야지.
그리고 혹사시킨다니, 가장 체력이 남아돌 녀석이 그런 말을 해봐야 설득력 없거든?
앞서가면서 먼저 말을 꺼내는 아카네. 오늘도 심술 부려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그래도 그 심술을 받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P와 같은 학교에 진학하길 잘 했다며, 입부한 걸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재밌는 동아리를 만들어줄 테니 P도 열심히 보조해달라고 부탁한다.
학교 현관에 다다라서야 고개를 돌린 그녀의 얼굴이 묘하게 붉어 보이는 건 저녁 노을 때문일까.
확실히 좋은 하루긴 했어.
일단 부실도 얻었고, 청소하면서 그... 유대라고 할 만한 것이 생겼는지 여전히 껄끄럽긴 하지만 시라이시와 그럭저럭 대화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리고 내 후배 한 명이 편하게 있을 곳을 만들어 준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참, 좋은 하루였지.
"다행이네. 그런데 그거 알아, P쨩? 아카네쨩한테도 오늘은 엄청 좋은 하루였다?"
"왜. 부실이 생겨서?"
"헤이 헤이, 아카네쨩은 그런 속물이 아니라고?"
아니었던 거냐.
난 나름대로 진지했는데.
"P쨩."
"응?"
조금 진지해진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아카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분위기를 잡는 건지.
"오늘도 심술부려서 미안."
"됐어. 네가 나한테 장난치는게 한 두 번이냐. 사과하지 마."
"아아~ 싱겁구만! 아카네쨩의 심술궂은 장난이 너무 마음에 든다거나 하는 좀 더 팍팍 튀는 말을 원했는데!"
뭐라는 거냐.
"...언제나 아카네쨩의 심술을 받아줘서 고마워."
"안 받아줄 리가 없잖아."
고맙다는 말을 들어야 할 만큼 대단한 일도 아닌데.
애초에 나는 너한테 평생 고마워해야 할 거라고. 그런데 그깟 장난쯤 못 받아주겠냐.
"역시 P쨩과 같은 학교에 진학하기를 잘한 것 같네."
"P쨩, 오늘은 아카네쨩이 보기에도 꽤 즐거워 보였다는거 알아?"
"그랬어?"
"그랬지. 왜냐면 P쨩, 중학생 때부터 평소에는 울적함의 화신이었잖아? 고등학교 와서도 그건 변한 것 같지 않고."
...예전에 당한 일 때문에 성격이 많이 바뀌긴 했지.
그러고보니 오늘은 말을 꽤 많이 했네.
"뭐, 그렇다는 거야."
말을 마친 아카네는,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있잖아, P쨩. 아카네쨩이 좀 전에도 말했었지? 오늘은 아카네쨩에게도 좋은 하루였다고."
학교 현관에 다다라서야 다시 말을 꺼낸 아카네.
아카네는 걸음을 멈추더니, 평소의 활발함을 담아 빙글,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카네쨩이 만든 동아리 덕분에 P쨩이 아카네쨩에게만 보여주는 활기를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게 된 것 같아서, 아카네쨩, 정말로 기뻤어."
"그러니까... 앞으로도 P쨩이 입부한걸 후회하지 않도록 정말 재밌고 즐거운 동아리를 만들어줄 테니, P쨩도 아카네쨩을 열심히 보조해줘?"
얼굴을 붉힌 채 머뭇거리는 시라이시.
다행히도 나의 사과를 받아주었는지, 그녀는 다른 말 없이 나를 흘끔거리다가 아직 굳어 있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미소지었다.
"뭐... 이, 이건 조신하게 행동하지 못했던 제 책임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미안."
시라이시가 알아채게 되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시라이시를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한데, 그래도 좀 조심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는 남네.
"자, 갈까요. 아직 한참 더 놀 수 있잖아요?"
시라이시가 쉽게 넘어가주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시라이시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는 것.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손을 풀라고 하는데, 차마 그럴 수가 없네.
이건 또 어째서일까.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이 보면 분명히 연인 사이로 오해할 것 같은데, 이거.
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예를 들면 저기서 나를 바라보는 양갈래머리 소녀라던... 가...
코인 노래방에 들어가보고 싶다는 츠무기.
남녀 단 둘이 한 공간에 들어간다는 상황에 두근두근하지만, 이렇게 밖에서 같이 걷다가 남들이 보고 오해 받는 것보단 낫겠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안에 들어가서 무슨 곡을 부를까 정하고 있는데, 문에 달린 창문 너머로 어디서 봤던 거 같은 묶은 머리가 살랑거린다.
설마 내 추측이 맞진 않겠지.
그냥 비슷한 헤어스타일의 알바생일 거야.
알바 첫날이고 수줍음이 많아서 서비스로 나온 과자를 가져다주러 들어갈 용기가 없는, 그런 알바생.
응. 그렇겠지.
설마 로코겠어?
"N... Nice to meet you예요, P 선배."
"혹시나 했는데, 정말로 로코 너였냐."
"로, 로코 씨? 여기까지 따라오신 건가요?"
"이, 이건 그러니까, This situation은 Perfectly하게 Coincidence예요! 그러니까 Roco가 Stalking했다던가 그런 Misunderstand는 하지 말아주세요!"
설득력은 별로 없지만... 일단은 믿어주자.
로코도 얼마나 당황스럽겠어.
"그렇다면 어째서 여기에 계신 거죠?"
"그게... Roco의 Next art의 주제가 Game이라, Game center에서 Art의 대략적인 Shape를 Thinking하고 있었는데, P 선배와 츠무기가 함께 This place로 Enter하는 것을 Detection해버려서... 므우우우...! P 선배와 츠무기는 Shameless person인 건가요?! Boy and girl이 함께 이런 장소에...!"
얘 반응이 왜 이래?
창피한 줄 모르는 사람이냐니, 코인 노래방에 오는데 왜 창피...
"로코, 너 설마 우리가 뭐... 이, 이상한 일..."
으, 나까지 창피하네.
"...이라도 할 줄 알았던 거야? 아니지? 응?"
"......!"
"아우우우..."
순식간에 모두의 얼굴이 달아오르는 꼴이라니.
"로, 로코 씨의 관념은 조금 수... 수정될 필요가 있어보이네요."
손부채질로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는 시라이시와 창피함에 굳어버려 이상한 소리만을 내고 있는 로코.
하... 이제 또 뭘 어떻게 해야 하냐.
"그럼 그럼 분위기도 좋으니까, 점수 내기를 해 볼까?"
"점수 내기입니까. 굳이 이런 좋은 분위기에서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나 볼까요."
"Usually, betting이라면 Prize가 있어야 하잖아요? 어떤 Prize를 거시려는 건가요?"
보나마나 아카네쨩 인형이라던가 그런 거겠지.
"상품은! 바로바로... 별거 없어. 그냥 하던 대로 있으면 돼."
"뭔가요, 그게."
"Fun을 위한 Betting... 인가요?"
"아니지, 아니지. 그러면 재미 없는걸? 당연히 어느 정도 메리트는 있다고?"
영문 모를 소리구만.
상품도 없는데 메리트가 있다니.
그런건 보통 내기라고 하지 않잖아?
"패자 둘은 떠나는 거지! 즉, 승자만이 P쨩을 독식하게 된다는 말씀!"
야, 잠깐만. 상품이 나야?!
"내 의사는 상관 없는 거냐!"
"부장의 권리랍니다~"
그딴 권리 내세우는 부장은 탄핵받아 마땅해!
"...백 번 양보해서 그걸 받아들여는 주겠는데, 나중에 나랑 둘이서 한 번 놀 수 있는 걸로 해 주면 안 되겠냐? 지금 떠나는건 꽤 슬프잖아."
또 이 떠들썩한 분위기가 내 마음에 들기도... 하고.
"에에... 그럼 뭐, 그런 걸로 할까?"
"아무튼 내기 시작! 모두 자신있는 곡을 골라보라고! 물론 P쨩도 하는 거다?"
"응? 나도?"
"잠깐만요. 그럼 P 씨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게 된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당연하잖아? P쨩이 우리 셋 중 하나와 데이트할 권리를 얻게 되는 거지!"
"......!"
"......!"
데이트라니!
그런 거 할 생각 없어!
하아... 그냥 적당히 놀면 되겠지.
어차피 놀아야 할 거, 기왕이면 이겨볼까.
내기 때문에 분위기가 우중충해지긴 했지만, 3점의 설움을 오기로 승화해낸 아카네와 아카네에게 고무받은 로코가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려줘서, 정말 재밌게 놀 수 있었지.
하아, 그 때까지만 해도 그 내기의 우승 상품에 대해서는 정말로 별 생각 없었는데 말이지.
그런데 지금은...
"그게 무슨 소리야?"
"말했잖습니까. P 씨를 제 집에 초대하겠다고."
모두가 한가해진 점심 시간, 나를 불러내더니 노래방에서 얻은 권리를 행사하겠다며 다짜고짜 집에 초대하다니.
왜 나를 네 집으로 초대하는 건데, 시라이시?
"그러니까, 이해가 안 된다고. 그... 보통 여자애들이 남성을 집에 초대하지는 않잖아?"
"친구가 아니라면 그렇겠지요."
만난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친구로 생각해주는 거냐.
이거 조금 고마운데.
...아니, 이게 아니지.
감동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정말 괜찮아? 너 자취한다며?"
이게 가장 문제라고, 이게.
집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살면서 남성을 집에 들이다니.
무, 물론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애가 외간 남자를 자기 집에, 그것도 혼자 사는 집에 초대하는게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일단 승낙하건 뭘 하건, 그 이전에 이걸 확실히 해 둬야겠어.
속셈이 뭔지 살짝 떠보자.
"그런데 왜 하필 너희 집이야? 놀 거라면 같이 갈만한 곳은 많이 있잖아?"
"당연히, 집이 아니라면 곤란한 일을 부탁드리려고 하기에 집으로 초대하는 겁니다만? 이것도 생각하지 못하다니, P 씨, 당신은 바보입니까?"
바보라니.
아니, 보통은 이해되지 않는게 정상일 거라고?
난 지극히 정상이란 말이야! 왜 내가 바보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일단 진정하자.
"난 그 일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잖아. 바보라는 말은 좀 과한 게 아닐까 싶은데."
"아뇨. 당신은 바보입니다. 정말, 모르는 일 투성이면서 바보가 아니라니..."
"...하지만 P 씨의 말도 일리는 있군요. 자신의 집에 초대하면서 초대하는 이유를 밝히지 않다니, 보통은 그러지 않겠죠."
"제가 P 씨를 집에 초대하려는 이유는 >>+3입니다."
"제가 P 씨를 집에 초대하려는 이유는, 중학생 때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제대로 사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이유였던 거냐."
확실히 다른 장소에서 꺼내기엔 곤란한 이야기네.
사실상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인 나에게, 그것도 반에서 겉돌고 있는 아웃사이더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서 손길을 내밀 정도의 책임감을 짊어져버린 시라이시에겐 공공장소보다는 사적인 장소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확실히 더 편하겠지.
좋아. 납득했다.
"알았어. 그 초대, 받아줄게."
나한테 너무 책임감 가질 필요 없다고 제대로 말해둬야겠어.
책임감 때문에 자꾸 다가오다가는 또 어떤 오해가 생길지 모르니까.
지금도 시라이시와 같이 있을 때면 나를 쳐다보는 다른 녀석들의 시선이 꽤 묘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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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지만 그렇게 말할 것까진 없잖습니까..."
어쩐지 시라이시한테 상처를 입힌 것 같아서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로코도 그간 힘들었을 텐데 저런 말을 듣고 상처받았을 거라고.
"오야오야? 동료의 독설을 발판삼아 호감도를 얻어내다니. 이거 P쨩이 가장 나쁜 사람 같은데?"
"장난치지 마. 난 진지하다고."
장난칠 생각이 드냐, 너는.
"로코... 라고 부르면 되려나? 아무튼 이 조각상, 직접 깎아서 만든 거지? 나로서는 네 감각을 이해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잘 만든 것 같아. 손재주가 없으면 이렇게 세밀한 표현은 힘들잖아?"
"아..."
점차 화사해지는 로코의 표정.
위로가 먹혀든 모양이네. 잘 됐어.
"Compliment, Thank you예요!"
"뭐어, 뭐어. 아무튼 이 아카네쨩의 동아리에 온 걸 축하하도록 하지! 이걸로 로코쨩도 귀여운 아카네쨩 인형 전파에 힘써주길 바래!"
"......"
시라이시, 꽤 침울해 보이네.
...나중에 사과라도 해야겠다.
>>+3 다음 상황.
작년에는 동아리의 수가 적어 이 부실을 사용한 동아리가 없었다는데, 그래서인지 엄청 더럽구만.
상태가 좀 나쁘긴 하지만 용케 이런 부에 부실을 붙여줬구만, 니세레브 선생.
일단 청소부터 할까.
"그나저나 안 쓰던 곳이라서 그런지 먼지도 많고 잡동사니도 꽤 많이 있네. 일단 청소부터 할까?"
"Very good idea! Roco도 Assist해드릴게요!"
"그럼 아카네쨩은 응원 역할로~"
"안 돼. 너도 거들어."
"으에에!"
부장이라고 해서 빠지거나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
물론 아카네도 어느 정도는 농담이겠지만, 그런 장난기가득한 모습보다는 부장으로서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이러니까 왠지 P 씨가 더 부장 같네요."
봐, 이런 소리까지 나오잖아.
"오? 그거 괜찮은데? 이참에 P쨩한테 부장 넘겨버릴까나?"
"안 받아. 이런 동아리 부장 자리 따위."
"어흡! 아카네쨩의 동아리가 그렇게 안 좋은 취급이라니! 아카네쨩, 마음이 아픕니다...!"
"청소나 해, 청소나."
"이 Box는 어디에 놓으면 Fine인가요?"
"응, 그건 저 쪽에 놔두면 될 것 같아."
"라져예요!"
생글거리면서 청소를 도와주는 걸 보면 로코는 아마 여기가 마음에 든 모양이네.
...하지만 또 어떤 갈등이 생길지 모르니까 속단은 금물이겠지.
그건 그렇고 이렇게 넷이서 부실을 청소하고 있으니까, 정말로 이상적인 학교생활에 가까워진 느낌이네.
아카네가 말한 유쾌한 학교생활에는 흥미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건 내 자기합리화였나.
"Next work는 뭔가요, P 선배!"
"그럼 이제 이걸 저쪽으로 가져가서 쌓아주면 좋겠... 어? 시라이시?"
로코에게 주려던 짐을 낚아채듯 빼앗는 시라이시.
"로코 씨에게만 일을 부탁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P 씨."
"그거야 너나 아카네는 할 일이 있었으니까 그랬지."
"그렇다면 지금은 제가 이 일을 맡아도 괜찮겠군요?"
"지금이라면야 상관은 없지만..."
상관은 없지만, 알아서 청소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로코한테 맡긴 일거리를 빼앗아가는 건데?
이 녀석, 평소에는 날카로운 지식인이라는 이미지인데 가끔은 이렇게 이상해진단 말이지.
"아카네쨩도 질 수 없지! P쨩! P쨩! 아카네쨩도 열심히 일할 테니 어서 일거리를 달라고!"
이거야 원, 정말 부장이 되어버린 것 같구만.
아카네 너는 서류상 부장으로 괜찮은 거냐...?
>>+3 다음 상황.
근데 시라이시의 표정이?
"옛썰!"
양손에 대걸레를 하나씩 들고 복도를 뛰어가는 아카네.
저러다 넘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데.
"P 선배! 이걸 Use해서 Roco가 Art를 만들어 Room을 Decorate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P 선배는- 우와앗!"
무언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는지 나에게 뛰어오다 바닥에 놓아두었던 기자재에 걸려 넘어지려는 로코.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지만, 다행히도 내 근처였기 때문에 넘어지기 전에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괜찮아?"
"아... Roco는... 그게... 괜찮..."
창피해서인지 자꾸 시선을 피하네.
뭐, 그럴 만도 하지.
"놀랐을 텐데 쉬고 있어. 우선은 나랑 시라이시가... 시라이시?"
뭐야. 쟨 또 왜 저래.
왜 넋이 나가 있는 거야?
"어이, 시라이시?"
"아, 네! P 씨."
"내 말 들었지? 일단 로코는 좀 쉬게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우선은 둘이서 힘내보자."
"둘이서..."
살짝 얼굴을 돌리는 시라이시.
어쩐지 눈이 웃고 있는 것 같은데?
"네. 둘이서 힘내보죠."
>>+3 다음 상황.
그런데 어째서인지 소파에 따라 앉은 츠무기가, 로코의 옆이 아닌 자신의 옆에 앉는다. 양 옆에 여자를 끼고 앉아있는 이 광경을 아카네가 보면 또 놀릴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상처인 p는...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이걸로 짐은 대충 정리가 끝난 것 같네요."
"그러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 그럭저럭 깨끗하진 부실.
꽤나 더러웠던 곳이 이렇게 바뀌게 되니까 좀 만족스럽네.
물건 정리도 다 했고, 바닥의 먼지도 쓸었고, 창문도 닦았고.
이제 아카네가 가져올 대걸레로 바닥만 닦으면 청소는 끝인가.
"일단 아카네가 올 때까지 좀 쉴까?"
부실에 있던 작고 낡은 소파 하나.
거기서 쉬고 있던 로코의 옆에 앉아 정돈된 부실을 다시 한 번 바라다본다.
기자재를 보관하던 장소치고는 좀 작지만, 부실으로서는 알맞은 크기.
어쩌면 정말로 좋은 동아리 생활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만, 이거.
"수고하셨어요."
"어..."
조신하게 소파에 따라 앉는 시라이시.
지쳤을 테니 쉬는 것은 좋다만, 왜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는 거야?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여자들끼리 앉지 않아?
시, 싫다고 말할 수도 없고.
"...너도 수고했어."
양 옆에 여자를 끼고 있으니, 괜히 심장이 뛴다.
보, 보통 나같은 쑥맥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당연한 반응이긴 한데, 그걸 빼고서도 심장이 뛰는 이유는...
...아카네가 이 상황을 목격한다면 날 아주 두고두고 놀려먹을게 분명하다는 거지.
>>+1~3 (주사위, 높은 수.) 다음 상황.
원래는 아카네가 타이밍좋게 들어오는 상황까지 써야겠지만, 꼭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이번에는 앵커 분들에게 상황을 맡기도록 하죠!
p 「...뭐하는 거야?」
아카네 「앉을 자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대걸레를 들고 나타난 아카네.
타이밍 너무 좋은 거 아니냐, 너?
"뭐야, 벌써 끝난 거야?"
"네. 이제 바닥만 닦으면 마무리입니다."
철퍽.
아카네는 대걸레를 내려놓더니...
"하아~ 편한걸~"
"무, 무슨?! 아카네 씨?!"
...내 무릎 위에 앉았다.
이 녀석이 날 놀리는 거야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말이 아니라 이렇게 행동으로 날 놀려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뭐하는 거야?"
"앉을 자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왜 지금 앉냐고. 대걸레 가지고 왔으니까 청소나 마저 해야지."
"뭐어~ 아카네쨩으로서도 청소가 빨리 끝나면 좋지만~ 아카네쨩, 대걸레를 무려 두 개나 세척하고 달려온 나머지 온 몸의 여기저기에 피로가 만땅! 그런 아카네쨩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혹시 그런 아카네쨩이나 쉬고 있는 다른 두 명을 혹사시킬 생각이었어?"
아니. 당연히 너랑 내가 해야지.
그리고 혹사시킨다니, 가장 체력이 남아돌 녀석이 그런 말을 해봐야 설득력 없거든?
"아니면 양손에 꽃을 쥔 지금 이 시간을 포기하기 싫었다던가?"소곤
아카네의 소근거림.
하지만 대놓고 로코와 시라이시에게 들리라고 한 속삭임.
"아, 아으... Ro, Roco는... 그런 게..."
"파렴치한..."
"야아아... 너 임마 진짜..."
세 명의 얼굴이 동시에 붉어진다.
그렇게 엄청난 전과를 올리고서 나 몰라라 하는 태도로 내 몸에 등을 밀착시켜오는 아카네.
활동적인 면과는 다르게 의외로 작은 체구로 이렇게 안겨오니까 뭔가 인형같아서 귀엽긴 한데...
"기분이다! 아카네쨩은 은혜에 보답하는 성격이니까, 자리를 내준 P쨩에게는 상으로 아카네쨩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게 해 주겠어! 어때? 이 정도면 돼?"
"......"
...살짝 짜증나.
>>+3 다음 상황.
아카네의 얼굴이 붉게 물들만큼
"어, 어? P쨩, 뭔가 평소보다 다정한..."
평소처럼 머리를 헝클어트리는 쓰다듬이 아닌 애정 가득한 쓰다듬.
물론 정말로 애정이 담긴 것은 아니고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만 그래도 아카네에게는 꽤나 의외였는지, 그녀는 얌전히 앉아 나한테 머리를 맡겼다.
"조금만 쉬다가 바로 청소하는거다. 너랑 나랑 같이."
"뭐, 뭐어... 그것도 나쁘진 않으려나? 빠, 빨리 놀아야 하니까."
...귀가 붉네. 말도 더듬거리고.
뭐야, 설마 부끄러워하는 거야?
푸흡. 이거 정말 의외인데? 아카네가 부끄러워하다니.
앞으로도 이런 방법으로 얌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이런 방법은 한 번만 통하는 법이지.
일단은 지금 얌전해진 걸로 만족할까.
"......"
"......"
>>+3 다음 상황.
@ 적당한 앵커가 있다면 활용해 주는 것이 도리.
갑자기 움츠러들며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는 로코.
"로코,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Nothing! 정말로 Nothing이에요!"
어딘가 이상해보이는 모습에 걱정이 되어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아무것도 아니라는 대답뿐.
힘든 일이 있다면 나한테 말해주면 좋을 텐데.
...그다지 도움이 되어주지는 못 하겠지만.
"그래?"
아무것도 아니라는 로코를 뒤로하고, 나는 아카네를 조금 더 쓰다듬었다.
이렇게 쓰다듬어보는 것은 나도 처음이라 손가락에 느껴지는 감촉이...
"P 씨."
"어? 왜 그래, 시라이시?"
아차차. 너무 빠질 뻔 했네. 위험했어.
그나저나 시라이시는 아까부터 계속 나랑 아카네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던데, 대체 무슨 할 말이 있길래 쳐다보고 있었던 걸까.
"일을 가장 열심히 한 것은 아카네 부장이 아니라 저와 로코 씨입니다만, P 씨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부장 단 한 명이로군요. 저희들을 차별하시는 겁니까?"
하아?!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어?!
어떻게 이게 그렇게 연결되는 건데?!
억울하다고!
갑자기 왜 이렇게 날이 선 거야, 이 녀석은?!
"차별이라니. 이건 이 녀석이 멋대로 부탁해온 거잖아."
"그렇다면 저도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겠습니다."
"정당한 보상? 어이, 시라이시. 너까지 왜 이래...?"
"저는 안 된다는 건가요? 역시 지금의 그 행동은 차별입니까?"
차별이 아니라 이건 친구끼리 장난치는 거잖아.
이런 장난쯤은 자주 한다고. 오래 알고 있던 사이니까.
하아... 됐다. 그냥 내가 접어주는 게 낫지.
"알았어. 네가 원하는 보상이 뭔지부터 이야기해봐."
"저, 저기, P 선배!"
"응? 왜, 로코?"
째려보지 마, 시라이시.
왜 갑자기 로코를 째려보고 그래.
이야기하는 도중에 부르는게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로코도 할 말이 있으니까 날 불렀겠지.
"Ta, Talk하시는 중에 Sorry하지만... Ro... Roco도 Very diligently하게 Work... 했는데요."쭈뼛쭈뼛
서, 설마 너도 시라이시한테 동조하는 거야?
어쩌면 방금 그 이상한 행동도 이것 때문에?
아오, 이럴 줄 알았으면 쓰다듬지 말고 그냥 평소에 하던 대로 꿀밤이나 한 대 먹이는 건데!
"...알았어. 로코 너도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봐."
>>+2 로코가 요구한 것
>>+3 츠무기가 요구한 것
하루 데이트 권을 세트한다!
나 참,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남성한테 이런걸 요구하는지.
"알았어, 알았어. 시라이시는?"
아카네와 로코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시라이시를 쳐다보자 이상한 표정을 짓는 시라이시.
나도 좋아서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
"미리 말하지만, 저는 머리를 쓰다듬어달라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래 주면 고맙고.
부탁이라고 해 봐야 어차피 사소한 거겠지. 음료수를 사달라던가...
"내일 하루는 저와 어울려 주시겠습니까?"
어이. 어이, 어이.
정말 내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녀석이구나, 너?!
"거절은 하지 않겠지만, 왜 하필 나야?"
"말했잖습니까. 보상을 원한다고."
"아니, 애초에 고생은 나도 했거든?"
"그건 그렇지만 저는 P 씨와 친해지고 싶으니까요."
...직설적이네.
아무리 본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나는 그녀 때문에 꽤나 고생했던 사람이니까,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래도 이렇게까지 접근해오다니.
자신이 책임을 지고 내 중학생 시절을 보상해주려는 거야, 뭐야?
정말로 보상받고 싶었던 예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그런 친절 필요없다고.
...하지만 거절은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들어줄 수밖에 없나.
"알았어. 내일 하루는 어울려줄게."
......?
아카네, 방금 움찔거린 건가?
"그거 흥미로운데? 아카네쨩, 확 따라가 버릴까나?"
장난의 징조였냐!
"부, 부장은 오지 말아주세요!"
"에이~ 츠무기가 그렇게까지 P쨩과 친해지려고 애쓰는데 부장이 근처에서 지켜봐줘야 하지 않겠어?"
"제가 선배거든요?"
"Roco도......"중얼
하아...
청소는 대체 언제 하냐...
으, 청소하느라 지친 팔로 계속 쓰다듬는 것도 꽤 힘드네...
>>+3 다음 상황.
가방을 챙기고 츠무기와 내일 어디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아카네가 오늘 방과후에 어울려달라고 한다.
"그럼 그 곳에서 만나도록 하죠. 시간은 꼭 지켜주세요."
"알았어."
내일의 약속 시간을 정하기 위해 부실 앞 복도에 나와 함께 남아있었던 시라이시도 사라지고, 이제 정말로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뭔가 보람찬 하루였네.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청소해본게 얼마만이더라?
로코는... 조금 걱정되었는데 돌아갈 때 꽤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걸 보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그럭저럭 적응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자, 그럼. 나도 집으로 돌아갈까.
계단을 내려가니 보이는 창가에 기대어 선 작은 여자아이 한 명.
아카네, 쟤 설마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오, P쨩."
"여기서 뭐 해?"
"당연히 P쨩을 기다리고 있었지? 저기 P쨩, 잠깐만 어울려주지 않을래?"
여전히 장난스럽지만, 뭔가 진중한 분위기가 섞여 있네.
...조금 어울려줄까.
창문이 늘어선, 아무도 없는 복도를 아무런 말도 없이 앞서서 걸어가는 아카네.
나도 덩달아 조용해진다.
>>+3 다음 상황.
그리고 P와 같은 학교에 진학하길 잘 했다며, 입부한 걸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재밌는 동아리를 만들어줄 테니 P도 열심히 보조해달라고 부탁한다.
학교 현관에 다다라서야 고개를 돌린 그녀의 얼굴이 묘하게 붉어 보이는 건 저녁 노을 때문일까.
복도를 걸어가며 대뜸 말을 꺼내는 아카네.
"그랬지."
확실히 좋은 하루긴 했어.
일단 부실도 얻었고, 청소하면서 그... 유대라고 할 만한 것이 생겼는지 여전히 껄끄럽긴 하지만 시라이시와 그럭저럭 대화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리고 내 후배 한 명이 편하게 있을 곳을 만들어 준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참, 좋은 하루였지.
"다행이네. 그런데 그거 알아, P쨩? 아카네쨩한테도 오늘은 엄청 좋은 하루였다?"
"왜. 부실이 생겨서?"
"헤이 헤이, 아카네쨩은 그런 속물이 아니라고?"
아니었던 거냐.
난 나름대로 진지했는데.
"P쨩."
"응?"
조금 진지해진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아카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분위기를 잡는 건지.
"오늘도 심술부려서 미안."
"됐어. 네가 나한테 장난치는게 한 두 번이냐. 사과하지 마."
"아아~ 싱겁구만! 아카네쨩의 심술궂은 장난이 너무 마음에 든다거나 하는 좀 더 팍팍 튀는 말을 원했는데!"
뭐라는 거냐.
"...언제나 아카네쨩의 심술을 받아줘서 고마워."
"안 받아줄 리가 없잖아."
고맙다는 말을 들어야 할 만큼 대단한 일도 아닌데.
애초에 나는 너한테 평생 고마워해야 할 거라고. 그런데 그깟 장난쯤 못 받아주겠냐.
"역시 P쨩과 같은 학교에 진학하기를 잘한 것 같네."
"P쨩, 오늘은 아카네쨩이 보기에도 꽤 즐거워 보였다는거 알아?"
"그랬어?"
"그랬지. 왜냐면 P쨩, 중학생 때부터 평소에는 울적함의 화신이었잖아? 고등학교 와서도 그건 변한 것 같지 않고."
...예전에 당한 일 때문에 성격이 많이 바뀌긴 했지.
그러고보니 오늘은 말을 꽤 많이 했네.
"뭐, 그렇다는 거야."
말을 마친 아카네는,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있잖아, P쨩. 아카네쨩이 좀 전에도 말했었지? 오늘은 아카네쨩에게도 좋은 하루였다고."
학교 현관에 다다라서야 다시 말을 꺼낸 아카네.
아카네는 걸음을 멈추더니, 평소의 활발함을 담아 빙글,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카네쨩이 만든 동아리 덕분에 P쨩이 아카네쨩에게만 보여주는 활기를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게 된 것 같아서, 아카네쨩, 정말로 기뻤어."
"그러니까... 앞으로도 P쨩이 입부한걸 후회하지 않도록 정말 재밌고 즐거운 동아리를 만들어줄 테니, P쨩도 아카네쨩을 열심히 보조해줘?"
나를 바라보며 웃는 아카네의 얼굴이 묘하게 붉어보이는 것은, 저녁 노을 때문일까.
"그래. 최선을 다할게."
나를 향해 웃어주는 그녀의 앞에서, 나 또한 웃으며 대답한다.
>>+3 다음 날, 시라이시와 내가 만난 약속장소.
"안녕, 시라이시."
우리들이 만나기로 약속한 곳은 게임센터.
약속 당시, 어째서 게임센터에서 만나자는 거냐는 질문에 시라이시는 보통 남학생들은 게임센터를 좋아하지 않냐며 나를 배려한 듯한 말을 했었지.
게임센터라. 확실히 나도 좋아하는 곳이지.
최근 몇 년간은... 같이 갈 친구는 없고, 혼자 가기도 좀 그래서 와본 적 없지만.
뭐, 시라이시 덕분에 좀 놀아보겠네.
그럼 모처럼이니 신나게 즐겨볼까?
>>+3 다음 상황
...그런데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그녀가 힘차게 움직일 때마다 아슬아슬하게 보일락말락 한다.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르겠어...
평소 학교에서 보여주는 날카롭고 단정한 태도와 달리 이곳저곳을 누비는 시라이시.
어쩐지 눈이 반짝거리는 것만 같다.
나보다도 더 재밌어하는 것 같은데, 설마 날 생각해서 약속 장소를 여기로 잡았다는 말은 핑계였나?
그건 그렇고...
"거기서 뭘 하고 계신가요? 빨리 따라오시지 않고."
아까부터 신경쓰였던 건데,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힘차게 움직일 때마다 너무 아슬아슬하게, 그, 보일락말락한단 말이지.
어딜 쳐다봐야 하는 거냐고, 나.
>>+3 다음 상황.
그, 그렇게 달려오면...
"얼굴이 붉..."
힐끔.
나를 부르는 시라이시의 말에 응답하는 부끄럼 섞인 힐끔거림.
"...어, 어, 어딜..."
시라이시는 그것만으로도 내 행동의 이유를 눈치챘는지, 얼굴을 붉혔다.
아, 이런.
이거 100% 오해받겠는데.
"으데를 쳐다보는기꼬, 문디 자슥!"
...응?
"시라이시. 너, 사투리...?"
"시, 신경 쓰지 마세요!"
과연. 당황하면 사투리가 나오는 타입인가.
이런 사람을 정말로 만나볼 줄이야.
...그래도 무례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니까, 일단은 사과할까.
"아니, 그... 네 옷이 옷이다보니 자꾸, 그게, 본의아니게... 미안."
하... 사과 하나 제대로 못 하다니.
솔직히 당황스럽긴 하지만 사과는 제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 바보같은 자식아!
이거 뺨 맞는 걸로 끝나면 다행이겠구만.
>>+3 다음 상황.
...잠깐, 저기 있는 양갈래머리 소녀는 설마 미치ㅋ...로코는 아니겠지?
얼굴을 붉힌 채 머뭇거리는 시라이시.
다행히도 나의 사과를 받아주었는지, 그녀는 다른 말 없이 나를 흘끔거리다가 아직 굳어 있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미소지었다.
"뭐... 이, 이건 조신하게 행동하지 못했던 제 책임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미안."
시라이시가 알아채게 되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시라이시를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한데, 그래도 좀 조심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는 남네.
"자, 갈까요. 아직 한참 더 놀 수 있잖아요?"
시라이시가 쉽게 넘어가주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시라이시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는 것.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손을 풀라고 하는데, 차마 그럴 수가 없네.
이건 또 어째서일까.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이 보면 분명히 연인 사이로 오해할 것 같은데, 이거.
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예를 들면 저기서 나를 바라보는 양갈래머리 소녀라던... 가...
"으엑?!"
"왜 그러시나요? 놀랐잖습니까."
"아, 아무것도 아냐."
저 애... 설마 미치코... 아니, 로코는 아니겠지?
>>+3 다음 상황.
@수라장이에요!!
남녀 단 둘이 한 공간에 들어간다는 상황에 두근두근하지만, 이렇게 밖에서 같이 걷다가 남들이 보고 오해 받는 것보단 낫겠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안에 들어가서 무슨 곡을 부를까 정하고 있는데, 문에 달린 창문 너머로 어디서 봤던 거 같은 묶은 머리가 살랑거린다.
"나보다는 시라이시 네가 더 재미있어했던 것 같은데?"
인형 뽑기에서 나온 인형을 든 채 아직도 들뜬 얼굴을 한 시라이시를 보니, 괜스레 놀려주고 싶어져 진심을 담아 조금 짖궂게 놀려본다.
"무, 무슨! ...그렇지 않아요."
부끄러운지 인형으로 입을 가리며 시선을 피하는 시라이시.
순수한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그 귀여운 몸짓에 괜히 미소가 새어나왔다.
이런 시라이시는 꽤 귀엽구나.
"또 해보고 싶은 거라도 있어?"
게임센터는 나를 위해서 선택한 곳이라니까, 최대한 시라이시에게 맞춰줘야겠지.
아무리 봐도 나보다 시라이시가 더 재밌어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물어보는 것이 맞을 거야. 응, 그렇고말고.
"다음은 코인 노래방에 가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으음..."
코인 노래방이라. 조금 무리 아닐까.
한창때의 남녀 단 둘이서 한 공간에 들어간다?
그런 두근거리는 상황, 난 감당 못 한다고.
"안 되나요...?"
하, 하지만 안 되는 것은 아니잖아.
생각해보니까 어차피 이렇게 둘이서 다녀야 하는데, 밖에 있으면 오해할 사람이 더 생겨날 것 같기도 하고.
오해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니까, 시라이시의 부탁도 들어줄 겸해서...
"아, 아니. 괜찮아. 나는 상관 없어."
...응. 그런 거니까.
절대로 시라이시의 시무룩한 표정 때문에 승낙한 게 아니니까!
"시라이시는 어떤 노래 부를래?"
"저요? 글쎄요..."
...결국 와버렸네. 코인 노래방.
솔직히 말해서 남녀 단 둘이서 이런 곳에 와본 경험은 몇 번 있긴 했지.
그 때의 상대는 아카네. 남들이 오해하건 말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상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
묘하게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 예쁜 전학생과 단 둘이 이런 곳에 오게 되다니.
예상은 했지만 너무 두근거린다고!
"천천히 골라.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알겠어요. P 씨는 고르셨나요?"
"나? 나, 나는 아직..."
말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시선을 향하는 시라이시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그녀의 눈을 보자 반사적으로 시선을 피해버린 나.
진정해. 상대는 그냥 나한테 죄책감을 가진 전학생일 뿐이야.
우선 천천히 시선을 마주치고... 응?
...잠깐만. 문 밖에 누가 있나?
"이상하다...?"중얼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왜 하필 우리가 있는 방 앞에 있는 거지?
그나저나 저 묶은 머리, 어딘가 익숙한데. 저런 곱슬머리를 어디서 봤더라?
아, 그래. 좀 전에 게임센터에서도 몇 번 봤었지.
...설마? ...정말로?
>>+3 다음 상황.
아무래도 로코는 노래방이라면 그... 그렇고 그런 짓이 연상되는 모양이다...
설마 내 추측이 맞진 않겠지.
그냥 비슷한 헤어스타일의 알바생일 거야.
알바 첫날이고 수줍음이 많아서 서비스로 나온 과자를 가져다주러 들어갈 용기가 없는, 그런 알바생.
응. 그렇겠지.
설마 로코겠어?
"N... Nice to meet you예요, P 선배."
"혹시나 했는데, 정말로 로코 너였냐."
"로, 로코 씨? 여기까지 따라오신 건가요?"
"이, 이건 그러니까, This situation은 Perfectly하게 Coincidence예요! 그러니까 Roco가 Stalking했다던가 그런 Misunderstand는 하지 말아주세요!"
설득력은 별로 없지만... 일단은 믿어주자.
로코도 얼마나 당황스럽겠어.
"그렇다면 어째서 여기에 계신 거죠?"
"그게... Roco의 Next art의 주제가 Game이라, Game center에서 Art의 대략적인 Shape를 Thinking하고 있었는데, P 선배와 츠무기가 함께 This place로 Enter하는 것을 Detection해버려서... 므우우우...! P 선배와 츠무기는 Shameless person인 건가요?! Boy and girl이 함께 이런 장소에...!"
얘 반응이 왜 이래?
창피한 줄 모르는 사람이냐니, 코인 노래방에 오는데 왜 창피...
"로코, 너 설마 우리가 뭐... 이, 이상한 일..."
으, 나까지 창피하네.
"...이라도 할 줄 알았던 거야? 아니지? 응?"
"......!"
"아우우우..."
순식간에 모두의 얼굴이 달아오르는 꼴이라니.
"로, 로코 씨의 관념은 조금 수... 수정될 필요가 있어보이네요."
손부채질로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는 시라이시와 창피함에 굳어버려 이상한 소리만을 내고 있는 로코.
하... 이제 또 뭘 어떻게 해야 하냐.
>>+3 다음 상황.
로코도 아는 노래 정도는 있을거잖아.
하지만 시라이시는 꽤 불만스러운 듯하다.
...이 친숙한 목소리는 왜 또 여기서 들려오는 건데!
"아카네 부장까지 따라온 겁니까!"
"헤...?"머-엉
"그렇지만 걱정되니까 따라올 수밖에 없잖아?"
걱정된다니.
여기 네가 걱정할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되거든?
"P쨩이 최근 2년간 노래방을 가본 것은 이 아카네쨩과 단 둘이서뿐! 멀리서만 지켜보던 아카네쨩은, 불안해졌던 것이었다! 과연 P쨩이 다른 사람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일을 내지는 않을지!"
"그런 걱정 따위 필요없어!"
걱정된다는 사람이 나였냐!
"부장과 선배가..."중얼
"단 둘이서..."중얼
"너희는 뭘 중얼거리는 거야. 애초에 아카네 녀석이 내 유일한 친구였으니 노래방을 간다면 둘이 같이 가는 것이 당연했다고."
...아카네한테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나 때문에 아카네가 다른 많은 것들을 포기했다면...
"뭐어~ 걱정할 만한 일은 안 일어난 것 같고,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P쨩? 츠무링?"
"츠, 츠무링...?"
"어감 좋잖아? 츠무링."
미안, 시라이시.
저 녀석이 별명을 지은 이상 나도 어쩔 수 없어.
"어쩔 거냐니. 뭘?"
"가엾고 가엾은 우리 둘을 쫒아낼 것인가... 아니면 같이 놀 것인가!"
"하아... 기왕 온 거 어떻게 하겠어. 같이 놀아야지. 그 편이 더... 떠들썩하고 좋을 것 같고."
"어이쿠? 눈은 왜 피하실까아~?"
이런 말 하는게 창피해서 그런다, 창피해서.
"로코도 아는 노래 정도는 있지?"
"네...? 네! Of course!"
"좋아. 그럼 신나게 놀까?"
"이예이!"
그래. 떠들썩한게 좋지.
"......"휙
시라이시...?
...마음에 안 드는 건가.
하긴, 아카네랑 로코한테 방해받았다고 생각할 이유는 충분하니까.
그래도 같이 잘 놀아주었으면 좋겠는데.
>>+3 다음 상황.
갑자기 시작되는 노래배틀!!
"...응. 그렇네."
이렇게 여러 명이서 오는 노래방은... 정말로 재밌구나.
"그럼 그럼 분위기도 좋으니까, 점수 내기를 해 볼까?"
"점수 내기입니까. 굳이 이런 좋은 분위기에서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나 볼까요."
"Usually, betting이라면 Prize가 있어야 하잖아요? 어떤 Prize를 거시려는 건가요?"
보나마나 아카네쨩 인형이라던가 그런 거겠지.
"상품은! 바로바로... 별거 없어. 그냥 하던 대로 있으면 돼."
"뭔가요, 그게."
"Fun을 위한 Betting... 인가요?"
"아니지, 아니지. 그러면 재미 없는걸? 당연히 어느 정도 메리트는 있다고?"
영문 모를 소리구만.
상품도 없는데 메리트가 있다니.
그런건 보통 내기라고 하지 않잖아?
"패자 둘은 떠나는 거지! 즉, 승자만이 P쨩을 독식하게 된다는 말씀!"
야, 잠깐만. 상품이 나야?!
"내 의사는 상관 없는 거냐!"
"부장의 권리랍니다~"
그딴 권리 내세우는 부장은 탄핵받아 마땅해!
"...백 번 양보해서 그걸 받아들여는 주겠는데, 나중에 나랑 둘이서 한 번 놀 수 있는 걸로 해 주면 안 되겠냐? 지금 떠나는건 꽤 슬프잖아."
또 이 떠들썩한 분위기가 내 마음에 들기도... 하고.
"에에... 그럼 뭐, 그런 걸로 할까?"
"아무튼 내기 시작! 모두 자신있는 곡을 골라보라고! 물론 P쨩도 하는 거다?"
"응? 나도?"
"잠깐만요. 그럼 P 씨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게 된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당연하잖아? P쨩이 우리 셋 중 하나와 데이트할 권리를 얻게 되는 거지!"
"......!"
"......!"
데이트라니!
그런 거 할 생각 없어!
하아... 그냥 적당히 놀면 되겠지.
어차피 놀아야 할 거, 기왕이면 이겨볼까.
(주사위)
>>+1 P의 점수
>>+2 아카네의 점수
>>+3 츠무기의 점수
>>+4 로코의 점수
@Akanechan...
"크윽!"
"P쨩, 패배 확정이네에?"
"기죽으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요."
3... 점.
"으와아아앗?!"
"패배 확정이라고 그랬던 사람이 누구더라?"
"Punitive justice..."
7... 점...?
뭐야, 다들 왜 이래.
"Roco는 이런 Impossible한 Score 따위 Admit할 수 없어요!"
"하지만 노래방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걸?"
"그래. 정말로 거짓말을 하지 않지."
"으극."
그리고 마지막, 65점의 시라이시.
"불만족스러운 점수지만, 일단은 1등이니 만족스럽군요."
"축하해, 시라이시."
내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서 조금 마음이 편하네.
이번 내기로 잡을 약속은, 오늘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자.
"아, 아카네쨩의 점수가..."
"Roco에게는... Chance조차 없는 건가요..."
저 둘, 10점도 안 되는 점수가 나와버렸으니 정신적 충격이 대단하겠지.
나까지 그랬다면 어땠을지...
...그래도 일단 저 둘한테는 이겼으니까.
>>+3 다음 상황.
그런데 왜 집에 초대하는 거지...?
내기 때문에 분위기가 우중충해지긴 했지만, 3점의 설움을 오기로 승화해낸 아카네와 아카네에게 고무받은 로코가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려줘서, 정말 재밌게 놀 수 있었지.
하아, 그 때까지만 해도 그 내기의 우승 상품에 대해서는 정말로 별 생각 없었는데 말이지.
그런데 지금은...
"그게 무슨 소리야?"
"말했잖습니까. P 씨를 제 집에 초대하겠다고."
모두가 한가해진 점심 시간, 나를 불러내더니 노래방에서 얻은 권리를 행사하겠다며 다짜고짜 집에 초대하다니.
왜 나를 네 집으로 초대하는 건데, 시라이시?
"그러니까, 이해가 안 된다고. 그... 보통 여자애들이 남성을 집에 초대하지는 않잖아?"
"친구가 아니라면 그렇겠지요."
만난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친구로 생각해주는 거냐.
이거 조금 고마운데.
...아니, 이게 아니지.
감동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정말 괜찮아? 너 자취한다며?"
이게 가장 문제라고, 이게.
집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살면서 남성을 집에 들이다니.
무, 물론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지?!
"P 씨. 빨리 대답해주세요. 승낙인지, 거절인지."
>>+3 다음 상황.
속셈이 뭔지 살짝 떠볼까.
...일단 승낙하건 뭘 하건, 그 이전에 이걸 확실히 해 둬야겠어.
속셈이 뭔지 살짝 떠보자.
"그런데 왜 하필 너희 집이야? 놀 거라면 같이 갈만한 곳은 많이 있잖아?"
"당연히, 집이 아니라면 곤란한 일을 부탁드리려고 하기에 집으로 초대하는 겁니다만? 이것도 생각하지 못하다니, P 씨, 당신은 바보입니까?"
바보라니.
아니, 보통은 이해되지 않는게 정상일 거라고?
난 지극히 정상이란 말이야! 왜 내가 바보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일단 진정하자.
"난 그 일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잖아. 바보라는 말은 좀 과한 게 아닐까 싶은데."
"아뇨. 당신은 바보입니다. 정말, 모르는 일 투성이면서 바보가 아니라니..."
"...하지만 P 씨의 말도 일리는 있군요. 자신의 집에 초대하면서 초대하는 이유를 밝히지 않다니, 보통은 그러지 않겠죠."
"제가 P 씨를 집에 초대하려는 이유는 >>+3입니다."
역시 그건 밖에서 하기는 곤란하겠지.
게다가 그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츠무기라면.
(츠무기 루트로 가는 정석적인 것입니다만, p가 사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카네 루트를 타게 되겠죠 후후
물론 타도 아카네 루트로 갈 겁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아, 지금은 일이 있으니 좀 나중에...
"...그런 이유였던 거냐."
확실히 다른 장소에서 꺼내기엔 곤란한 이야기네.
사실상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인 나에게, 그것도 반에서 겉돌고 있는 아웃사이더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서 손길을 내밀 정도의 책임감을 짊어져버린 시라이시에겐 공공장소보다는 사적인 장소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확실히 더 편하겠지.
좋아. 납득했다.
"알았어. 그 초대, 받아줄게."
나한테 너무 책임감 가질 필요 없다고 제대로 말해둬야겠어.
책임감 때문에 자꾸 다가오다가는 또 어떤 오해가 생길지 모르니까.
지금도 시라이시와 같이 있을 때면 나를 쳐다보는 다른 녀석들의 시선이 꽤 묘하다고.
>>+3 다음 상황.
가방에 책가지 따위를 넣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아카네가 다가와서 시라이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