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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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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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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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하가 괴한에게 납치당한다.
괴한의 정체는 어제의 그 헌팅남.
재앵커, +1
촬영이 있는 건 아스카 뿐이었다.
나는 아스카가 준비하는 걸 도와주고 나서 졸린 눈으로 아스카를 배웅해주고 있었다.
"다녀오마."
"잘 갔다와…"
아스카가 탄 차량이 완전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고 나서, 나는 다시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흐아암…
할 일이 없다.
이제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촬영장에 따라가기는 이미 늦었고, 그렇다고 혼자 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니자니, 어제처럼 안 좋은 일이 생길까 겁나는데.
"맞아! 아리사가 있었지."
나는 어제 전화통화에서 아리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어제는 시간이 없었지만 오늘은 시간이 넘쳐나니까 일단 전화부터 걸어 볼까.
아리사 너는 언제나 도움이 되어주는 정말로 고마운 친구라니까.
정작 아리사가 시간이 없다면 말짱 꽝이지만.
보자, 아리사의 전화번호가…
여기 있다.
+2 아리사는 시간이 있을까?
+3 다음 상황.
……のヮの
"안녕, 아리사. 시간 있어?"
[물론이죠! 있고말고요!]
즉답이었다.
듣고 싶었던 답이 나오자, 나는 그녀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저런, 저런. 그렇다면 이 아리사가 나설 차례로군요!]
"언제 올 수 있어? 어디서 만날까?"
[흐음, 흐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프로듀서 씨의 차를 타고 간다면… 빠르게 가도 몇 시간은 걸리겠는데요?]
몇 시간이나 걸려?
으음, 그동안 뭘 하면서 갭을 메운다?
아, 그래. 아리사랑 대화라도 해야겠다.
"그 쪽은 별 일 없었어?"
[별 일이라고 해봐야 미즈키쨩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정도밖에 없는데, 흥미가 있으시다면 들려드릴까요?]
"아, 아냐. 됐어."
[아쉽네요. 재미있는 이야기였는데… 그건 그렇고 카나하쨩은 별 일 없으셨나요?]
아리사에게 일부러 말하지 않았던 여배우의 난동을 비롯해서 어제 있었던 그 일.
그리고 아스카와 나의 스킨십이 엄청나게 진도를 나간 것까지.
별 일은커녕 큰 일들만 가득했다.
하지만 전자도, 후자도 딱히 아리사에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리사는 믿음직한 친구였지만, 그렇다고 이미 지나간 일들까지 끄집어내면서 위로를 받는 건 분위기를 망치는 일만 될 테고 나도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아스카와의 키스는 말했다간 엄청나게 흥분해서 달려들 것 같고.
"글쎄. 지금은 딱히 별 일 없는데?"
거짓말은 아니라고 생각한 일이었지만, 그 말은 곧바로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호텔 방의 문이 열린다는, '별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누가 이 방의 문을 열고 있는 거야?
호텔 직원? 호텔 직원인가?
"다녀왔어."
"아스카?"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아스카였다.
분명 촬영장으로 가고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촬영은 어쩌고 온 거야?"
"지시도 없이 표류하지 않기 위해, 놓고 온 물건을 되찾으러 왔다."
대본 놓고 갔구나.
[옹? 아스카쨩이 온 건가요? 그런데 어째서? 촬영하러 갔다면서요? 저기요? 카나하쨩?]
"그런데 누구와 통화하는 중이지?"
+2~3 다음 상황!
점검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아리사야. 그냥 심심해서 통화하고 있었어."
나는 걸터앉아있던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스카는 내 통화 내용에 흥미가 생겼는지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뒤쪽에 서서 통화를 재개하려는 나에게 달라붙으며 그녀의 턱을 내 어깨에 걸쳤다.
다시 앉을 생각이었는데 이러면 앉을 수가 없잖아.
뭐, 이건 이것대로 좋으려나.
"미안. 기다렸지?"
[아뇨, 아뇨! 이 정도는 당연히 기다려야죠!]
다시 아리사와 통화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어깨에서 느껴지던 무게감이 사라졌다.
그 대신, 아스카의 부드럽고 따스한 키스가 내 뒷목에 꽃을 피웠다.
[아무튼! 어디서 만나는 게 좋을까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아리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의 목소리에 반응한 것처럼 아스카가 이빨을 세워 내 목을 살짝 물고 잘근거리기 시작했다.
"아스카…?"
또 짖궂은 장난인가?
하긴, 촬영하러 가면 또 얼마간 못 볼 테니 일단은 하고 싶은 만큼 장난치게 놔둘까.
[오잉? 방금 목소리가 조금 이상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아스카가 장난을 좀 치고 있어서."
[이야아~ 청춘이네요~]
아리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아스카가 나를 무는 강도가 조금 심해졌다.
"그 능글거리는 목소리… 는 뭔데."
갑자기 느껴지는 통증에 놀라, 나는 말을 더듬어버렸다.
[뭐긴요! 당연히 부러움의 표시죠. 므흐흐흐…]
말을 더듬거린 것 때문에 아리사가 무언가를 눈치채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녀는 아스카의 장난 때문에 말을 더듬었다고 생각했는지 별다른 말을 해오지 않았다.
따끔거리는 목에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도록 노력하며, 나는 아리사와의 통화를 계속해나갔다.
"전에 만났던 거기서 만날까?"
[거기까지 가기는 좀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요?]
잘근.
살짝 따끔하다.
"다른 곳으로 찾아올 수 있어?"
[이 아리사를 뭘로 보시는 건가요! 아리사는 이미 아스카쨩과 카나하쨩이 묵고 있는 호텔도 알아 뒀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두 분의 뒤를 따라갔겠습니까!]
잘근.
자국이 남지는 않을까.
"흔히들 그런 걸 스토커라고 하던데."
[스, 스토커라뇨! 아리사는 그런 흉악한 사람들과는 다르다고요! 아리사는 어디까지나 선의로 다가간 거라고요! 선의로!]
"넌 그랬을지 몰라도 우린 너 때문에 엄청 놀랐다고."
꽈악.
"아야…"
점점 강도가 강해지는데?
슬슬 말려야 할 것 같네.
아파.
[어라? 카나하쨩? 어디 아프신가요?]
꽈아악.
"아흣…!"
나는 점점 심해지는 통증에 결국 비명을 질러버리고 말았다.
처녀의 피를 탐하는 흡혈귀의 날카로운 이빨처럼 내 목을 강하고 깊숙하게 파고들어가는 통증은 아스카가 나를 더 거칠게 다뤄감에 따라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아릿해져갔다.
부드러운 압박과 함께 느껴지던 간지러운 연인의 장난은 어디로 가고, 고통만이 남아버린 걸까.
[카나하쨩? 카나하쨩! 괜찮으신가요?]
"괜찮… 읏…!"
아스카가 나를 유린하는 정도는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에 아랑곳않고 더욱 커져만 갔다.
"흐아으… 아윽!"
결국 아픔이 섞인 목소리가 입 밖으로 신음과 섞여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 나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틀어막았지만, 아니나다를까. 아리사의 걱정어린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작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더는 안 되겠어.
나는 아리사에겐 미안하지만 통화를 종료해버리고 아스카를 떼어낸 다음 그녀를 따끔하게 혼낼 생각으로 홱,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스카는 내가 뒤돌아보자마자 내 어깨를 밀쳐 나를 침대 위에 쓰러뜨렸다.
아스카가 흉폭하게 물어댄 목 부근이 침대에 쓸려 아려왔다.
"드디어, 서로의 시선이 맞춰지게 되었군."
아스카는 낮게 깐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의 팔과 다리로 나를 가두려는 것처럼 내 위로 엎드렸다.
나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자줏빛 눈은 매우 어둡게 느껴졌다.
그녀의 아담한 입술이 그 너머에 숨긴 이빨을 당장이라도 드러날 것 같아 무서웠다.
어째서 아스카가 나에게 이런 짓을 하는지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왜 이러는 거야! …아팠다고."
"이유라, 이유라면 많지.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너다. 바로 네 행동 때문이다."
아스카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행동?
혹시 내가 그녀의 심기를 거슬렀던 걸까?
그렇다면 사과해야겠지.
하지만, 무엇을?
"나와 단 둘이 있으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그 입술을 놀린 것은 크나큰 죄. 그런 괘씸한 반항은 억눌러버리지 않으면 안 되겠지."
…내가 잘못한 거야? 겨우 그런 이유였어?
겨우, 겨우 그런 이유로 날 그렇게 아프게 할 필요는 없었잖아.
"아스카. 내 말좀…"
"그럼, 벌을 줘야겠지."
"흐읍?!"
내가 갖게 된 슬픈 생각을 아스카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차분히 항변하려 했지만, 아스카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벌'로 내 입술을 막아버렸다.
전혀 달콤한 상황이 아닌데도 왜 나는 그녀의 입술에서 달콤함을 느껴버리는 걸까.
처음으로, 나는 결코 미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미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조용히 눈물흘렸다.
아스카가 미워서, 미워하는 것이 미워서.
몇분 후, 전화벨이 울리며 그때까지도 나에게 이어져있던 '벌'의 구속을 끊어내기 시작했다.
아스카가 전화를 받기 위해 나에게서 멀어지면서 되찾은 자유.
그 자유를 만들어낸 이야기의 내용이 반쯤 타들어간 나의 사고로 전해져 들어왔다.
"아, 네. 그렇죠. 네. 대본을…"
촬영, 늦었겠지.
"…미안하군. 너무 빠져서 본분을 잊고 있었다. 나머지는 다음에 하도록 할까."
아스카는 그 말을 남기고 급히 방을 나섰다.
평소라면 그녀의 귓가를 스쳐지나가며 따라나갔을 나의 인삿말은 나오지 않았다.
한 가지만 욕심부리고 싶다.
제발 다음에는 이런 일이 아니라 서로에게 행복한 일이 생겨났으면.
기억을 씻는 눈물이 조금씩,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이것은 슬픈 기억이어야 할까, 좋은 기억이어야 할까.
나를 신경 쓰며 스킨십을 해온 아스카에게서 느꼈던 달콤함만을 기억해야 할까?
아니면 친한 친구와 통화한 것만으로 나를 아프게 했던 씁쓸함도 기억해야 할까.
정말 모르겠어.
맞아.
아리사와 통화중이었지.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갑자기 끊어버렸으니 걱정하려나.
나는 어느샌가 떨어뜨렸던 휴대폰을 주워들고 통화 기록에서 아리사를 찾아내었다.
멈칫.
그녀에게 통화하려는 순간 생각나버린 아스카의 반응.
그 기억이 불러일으킨 기묘한 작용이 나를 굳혀버렸다.
"…잠깐 흥분했던 것 뿐이야."
그래. 잠깐 흥분했던 거야.
아스카는 착하잖아.
손가락이 움직이고, 음악이 작게 울려퍼진다.
"…아리사."
아리사가 전화를 받자마자 잔뜩 잠긴 내 목소리가 그녀를 기습했다.
[무슨 일 있으셨나요?]
그러자 그녀가 나에게 조용히 물어왔다.
"아냐. 별 거 아니었어."
나는 여전히 잠긴 목소리로 둘러대었다.
나와 아스카 간의 일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 일에 대한 위로의 말보다 더 직접적으로 위로가 되는 일이었다.
바로 친구와 신나게 노는 것.
"그건 그렇고 언제쯤 올 거야? 마중나갈게."
+2~4 아리사는 어떤 말을 해 올까.
1. 내가 돌린 화제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2.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묻는다.
??
뭐죠 이 전개(당혹)
얀스카가 되어가고 있는 거야...?
일단 앵커는 2번
앵커는 당근 2번빳따죠!
나는 일부러 말을 돌렸건만, 아리사는 내가 새롭게 연 이야기의 길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조금 야속하지만, 내가 걱정돼서 물어보는 거라고 생각하니 미워할 수만도 없다.
"별 거 아냐. 정말로."
하지만 이건 정말 말해줄 수 없어, 아리사.
+2~3 말해줄 수 없는 나와 캐묻는 아리사. 우리들의 대화는 어떻게 이어져나갈까.
아이돌 스토커의 직감을 얕보지 마라 카나하!
친구가 힘들어하는데 가만히 있는 사람은 없어요
눈치 빠른 말에 내 몸이 움찔거렸다.
휴대폰 너머의 아리사에게 그 옴직임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괜스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말이 없으신 걸 보니 맞는 모양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부정할까? 둘러댈까?
내가 고민하는 사이, 아리사가 다음 말을 꺼냈다.
[말하기 힘드신 거겠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카나하쨩, 힘들어하고 계시잖아요?]
나를 걱정하는 말.
[아리사는 카하나쨩의 친구예요. 친구가 힘들어하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다고요. 그러니까, 조금은 억지지만… 말해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나를 위한다는 말.
하지만 아리사의 말에 거짓은 없겠지.
적어도, 날 상처주기 위한 건 아니잖아.
선의에서 비롯된 말.
아리사는 그런 말로 나에게 지독한 요구를 하고 있었다.
상대가 아파할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서 먼저 알아야 할 아픈 마음을 들려줄 것을.
+3 …어떻게 할까.
댓글 알림이 없어지다보니 그, 까먹게 되네요.
자아, 창댓 재가도오옹...
아이러니하다. 도움의 손길 때문에 스스로 상처를 헤집으며 아파해야 한다니.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것은 아리사에게 꺼내기 힘든 말이었겠지.
자기 스스로 자기는 내가 힘들어할 때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했으니까.
[질투, 일까요.]
"아마 그렇겠지?"
아리사는 내가 힘들게 설명한 사항을 단 두 글자로 줄여버렸다.
질투.
물론 나도 아스카가 아리사를 질투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타인, 그것도 아스카가 질투로 칼끝을 겨누었던 본인에게서 듣는 것은 또 달랐다.
너는 과연 아스카의 행동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많이 아프셨나요? 상처는요?]
"괜찮아..."
아스카가 깨문 곳은 정말로 괜찮았다.
정확히 말하면 흉터가 남지 않을 정도만 괜찮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사실과는 별개로 내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호, 혹시 안 괜찮으신 거라면!]
"아, 아냐! 정말로 괜찮대도! 의심된다면 와서 확인해보면 되잖아?"
[으흠. 그거야 그렇지만...]
이상한 곳에서 의심을 받으니, 나도 모르게 볼을 부풀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
분명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편안해질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일이 지나가버린 일이라서는 아니겠지.
이런 친구가 있다는 건 역시 좋은 일이다.
+3 다음에는 또 어떤 일이.
그런것을 아리사에게 말하니 아리사는 당연히 폭주(...)
마중나가겠다는 나의 말에 아리사는 내가 어느 호텔에 숙박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으니 따로 마중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아무도 없는 방 안에 틀어박혀 아리사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밖으로 나가 사람들 틈에 끼어 있으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았기에 나는 조금 억지를 부려 마중나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전철이 들어온다는 알림과 함께 쏜살같이 지나가는 창문들 사이로 낯선 사람들이 보였다가 사라져갔다.
열차가 멈추고 나서, 안내 음성과 함께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이미 익숙해진 그 소음들이 마치 정적처럼 느껴진다.
"카나하쨩!"
그 시끄러운 정적을 한 마디의 짧은 말이 파고들었다.
"늦었잖아."
"부, 부끄럽게도 전철을 놓쳐서 말이죠!"
"그런데 용케 날 찾았네?"
아직 인지도는 낮다고 하나, 나도 엄연한 아이돌이다.
변장이 필수라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변장을 해 봤는데, 바로 들킬 줄이야.
"므흐흐… 아리사, 아이돌의 변장이라면 다 꿰뚫어볼 수 있다고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은데.
아이돌의 변장을 간파하는 법이라던가, 어떤 아이돌이 주로 하는 변장이라던가.
물론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자! 가볼까요!"
"정말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어."
우리들은 조금 전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자기 멋대로 행동하다니."
딱히 아스카를 흉볼 생각은 없지만, 마음속에 응어리졌던 것이 흘러나와 이야기의 흐름 속에 섞여버린다.
'아팠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말해도 괜찮은 걸까, 라는 생각과 함께 아스카에게 미안한 감정을 품으면서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나는 과연 나쁜 걸까, 나쁘지 않은 걸까.
"카나하쨩이 갑자기 이상한 반응을 보이셔서 정말 놀랐다고요.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처음부터 메시지로 대화하는 게 더 나았을까.
그렇게 했다면 이런 일로 고민하지 않아도 됐을까.
그건 그렇고, 반응이라.
아리사의 말이 일으킨 연쇄 작용에, 생각 하나가 스쳐지나간다.
내가 아리사와 통화하는 것에 대한 아스카의 어른스럽지 못한 반응. 그 행동을 시간이 지나고 난 지금 다시 돌아보니, 그 때와는 다른 감상이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을지도."
"네?"
"그냥, 언제나 어른스럽게 행동하던 아스카가 아이처럼 질투하는 것 같아서 살짝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나는 그 생각을 곧바로 아리사에게 꺼내놓았다.
이 생각은 아리사에게 내 연인에 대한 좋지 않은 말을 늘어놓은 것에 대한 죄책감에서 나온 걸까, 아니면 단순히 그녀를 감싸기 위한 진실된 변명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죄책감이건 변명이건, 어찌 보면 아스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을테니 근본적으로는 같은 걸지도.
"호오오?"
내 이야기를 들은 아리사가 고개를 움직이자 그녀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마치 전파를 수신한 안테나 같다.
"흥미로운 말이네요. 므흐흐…"
아, 큰일이다.
폭주할 낌새를 보이고 있어.
+3 다음 상황.
둘 다 한창 나이고 설마 그런 것까지?!
"아스카는 아직 중학생이라고."
말은 이렇게 해도, 정작 내가 아스카에게 잡아먹히는 중이지만.
"혹시 그렇고 그런 것까지 진도를 빼셨다거나~?"
"얘, 얘가 못하는 말이 없어 정말! 아이돌이 그런 말 해도 되는 거야?"
"뭐 어때요? 므흐흐… 사생활에 관한 귀중한 정보에 대한 정보 요구 해결을 위해서라면…"
사생활이라는 걸 알면 가만히 놔둬 주면 안 될까.
사생활 침해는 범죄라고, 범죄.
"아, 아무튼 거기까지는 아냐."
"그럼 어디까지 나가셨는데요?"
너무 집요하잖아!
"비밀."
+3 다음 상황.
거의 하긴 했지만.
...표정은 이미 절찬리 오해중인 표정 같지만 내버려 두자
아리사는 '일단은'에 힘을 주어 말했다.
고개를 계속 갸웃거리면서 나를 쳐다보는게, 엄청나게 궁금한 것 같다.
그리고 표정은…
아무리 봐도 절찬리에 오해하고 있는 표정이잖아.
"이, 이 이야기는 넘어가고, 이제 뭐 하고 싶은 일같은 거 없어?"
일단은 내버려두자. 그게 상책이야.
"하고 싶은 일이요? 으음, 아리사가 하고 싶은 일이라…"
고민하던 아리사가 흥미로운 것이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2 아리사가 하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둘이서만 놀고 싶어한다.
"응?"
고심한 것치고는 심플한 대답.
너무나도 심플한 대답에 혹시 다른 뜻이 숨어있을까 의심되어 아리사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지만, 다른 생각을 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말 그걸로 괜찮아?"
"네. 뭘 하고 놀아도 상관없어요. 카나하쨩도, 저도 아이돌인지라 서로 놀 시간은 줄어가기만 하고… 이럴 때 놀지 않으면 언제 또 놀 수 있을 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아리사는 카나하쨩과 함께, 평소처럼 놀 수만 있다면 만족합니다!"
그렇지. 그랬었지.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가기만 했지.
나는 아스카가 너의 빈자리를 채워주어서 괜찮았지만, 아니, 빈자리를 느낄 틈조차 없었지만 너는 아니었던 모양이네.
"정말 평소처럼 놀기만 하는 걸로 되겠어?"
"네!"
"좋아. 알았어."
아리사는 평소처럼 노는 것으로 괜찮다고 하지만 나는 그녀를 최대한 즐겁게 해 주고 싶다.
즐겁게 놀려면, 그래서 아리사를 만족시켜 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힘들지만 전혀 나쁘지 않은 고민으로 내 머릿속이 채워져간다.
"그럼 관광은 어때? 친구들끼리 이런 곳에 왔는데 명소에 안 가볼 수는 없잖아?"
"오오, 그렇죠! 카나하쨩은 생각해두신 장소가 있나요?"
"나? 난 딱히 없는데."
사실 이 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고.
+3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까.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행동을 했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그렇네. 그렇게 덥지도, 춥지도 않고 하늘도 개여 있어서 보기 좋고."
"정말로 온 세상이 훤히 보일 것 같은, 그런 날씨 같지 않나요?"
밖을 돌아다니고, 맑게 개인 하늘 아래서 풍경을 감상하고.
"조금 전에 봤던 고양이, 정말로 귀엽지 않았나요?"
"귀여웠지. 아아, 강아지 보고 싶다…"
"그건 그렇고 방금 생각난 건데 말이죠! 카나하쨩이 소속된 346 프로덕션에 있는 아이돌 중에는 고양이 컨셉의 아이돌이…"
잠깐 들른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고양이와 함께 놀고, 나무그늘이 진 벤치에 앉아 잠깐 쉬며 이야기를 나누고.
"카나하쨩은 요 며칠간 뭐하고 지내셨나요?"
"요 며칠간? 글쎄, 네가 알고 있는 걸 때면 딱히 별 거 없었는데, 아리사 너는 어땠어?"
한적한 가게에서 허기를 달래며 못 본 사이 있었던 일들을 말하고.
어찌 보면 시덥잖은 행동들 뿐이었지만 우리는 거기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3 자, 이제 어떻게 할까.
"어떤데 그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우리들의 주변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인지하고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 있는 것은 당연하게도 낯선 사람 한 명.
내가 긴장으로 조금 굳어 있을 때, 그 사람이 아리사에게 말을 걸었다.
"마츠다 아리사? 맞죠?"
갑작스레 말을 걸어온 누군가는, 아무런 자기소개도 없이 우리 주변에 계속 서 있었다.
"그런데요?"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네, 후훗."
아리사를 알고 있는 눈치인데, 아리사의 팬인가?
+2~3 다음 상황.
그렇게 말하곤 그 사람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아앗?!"
얼굴을 보자마자 아리사는 놀란듯 하다.
도대체가 누구길래 그러는거지?
"변장을 했다고 알아보지 못하다니...팬실격이에요..!"
"아는 사람이야?"
"모르시는 건가요?!"
이번에도 굉장히 놀란듯 하다. 크게 놀랄일인가?
"흠흠...설명해드리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서 아이돌세계를 빛나게 해준 존재! 그녀야말로 아이돌중의 아이돌이라 할수있는 아이돌 오브 아이돌! 바로!"
두구두구두구....어째서인지 드럼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765프로덕션에 대선배이신 아마미 하루카씨라고요!!"
짝짝짝짝, 박수소리가 들렸다. 박수를 치고있는 건 아리사뿐이였지만,
"그렇게 대단한 분이시구나..."
"아하하...그렇게까지 대단한 건 아니지만..."
아리사가 말하는 하루카씨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은 멋쩍은 듯 하였다.
궁금증을 참다못한 나는 그 사람의 정체를 물어보았다.
"아, 미안. 지금 모습으로는 못 알아보겠지."
그러자, 그 사람은 자신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아아앗?!"
나에게는 충분한 대답이 되지 않았지만, 아리사에게는 충분했던 것인지 아리사는 그 사람이 드러낸 얼굴을 보자마자 놀란 듯 소리질렀다.
아리사 쪽을 바라보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아리사가 보였다.
도대체 저 사람이 누군데 아리사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은 확실한데.
"우으으… 아무리 변장이 달라졌다지만 이 아리사가 선배이자 동경하는 아이돌을 알아보지 못하다니… 이건 팬으로서 자기 자신에게 실격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어요!"
"선배? 아는 사람이야?"
"카나하쨩은 모르시는 건가요?!"
아리사는 이번에도 굉장히 놀란 듯 했다.
아니, 내가 저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는 것에 더 놀란 것처럼 보였다.
내가 모른다는게 그렇게 크게 놀랄 일인가?
"흠흠! 그럼 설명해드리도록 하죠! 아이돌의 세계, 서로 다른 우상들이 저마다의 빛을 밝히는 세계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초신성처럼 그 세계를 빛나게 해준 존재! 그녀야말로 아이돌 중의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죠! 바로!"
두구두구두구, 하는 드럼 소리가 어울릴 것 같은 소개다.
"765프로덕션의 대선배이신 아마미 하루카 씨라고요!!"
짝짝짝짝.
자신이 소개한 아이돌에게 보내는 아리사의, 팬의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아하하… 그냥 편하게 대해도 돼. 내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아리사의 소개를 들은 내가 급하게 예의를 차리자, 내 눈 앞에 서 있는 우리들의 대선배가 아리사의 부담스러운 소개와 갑작스럽게 변한 내 태도에 멋쩍어하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나랑 만난 적 있지 않아?"
명랑한 목소리로 내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그녀.
정말로 만난 적이 있을까 싶어 기억을 더듬어보니, 머릿속에서 잠자던 기억 하나가 깨어났다.
"아! 그 때!"
"후훗. 기억났어?"
대선배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도 당황스럽지만, 만난 적도 있는 사람인데 기억조차 못 하다니.
솔직히 당황스럽다.
아리사가 놀랄 만도 했네…
"앉아도 될까?"
"네."
"물론이죠!"
+2~3 우리는 어떤 대화를 나눌까.
"으응?"
아주 잠깐이었지만 예전에 만난 적이 있기도 하고, 편하게 대해도 된다고 했으니 이름으로 불러도 상관없겠지.
"맞아요! 어째서 하루카 씨가 여기 계신 겁니까!"
그건 그렇고 아리사는 이 사람을 '하루카 씨'라고 부르는구나.
다른 아이돌을 -쨩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서 그런지, 조금 새롭네.
그만큼 아리사에게 중요한 사람이란 걸까?
"그게 말이지…"
+2 하루카 씨는 어쩌다 이곳으로 오게 된 걸까.
두 번째 앵커는, 이 다음에 해결할게요오...
"네, 네?!"
뭐지?
말로만 들었던 연예계의 어두운 음모같은 건가?
아리사는 이런 사람을 선배로 둔 거야?!
"…은 당연히 농담."
그럼 그렇지.
"전국 라이브 투어를 하다가 이 지역 사정 때문에 라이브가 연기돼서, 오래간만에 관광중!"
"그러고보니 그런 일이 있었죠. 그런데 어떤 사정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촬영 때문에 일이 있었다는데?"
촬영?
짐작가는 것은 있었지만, 나는 별다른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설마 그거겠어?
"것보다 엄청난 우연이 아닌가요? 일은 따로지만 이렇게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다니! 이것이 바로 운명!"
"그럴까나? 후훗."
선배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은 내가 만나본 그 어떤 선배보다도 위에 있는 사람.
그 사실이 아무래도 신경쓰여 나는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있었다.
"카나하쨩이라고 했었나?"
"네? …네."
그런 나에게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카나하쨩은 어째서 아이돌이 되기로 했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긴장하며 집중하고 있던 나에게 던져진 질문은,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질문.
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평범하지 않은 질문이었다.
"그건…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사정?"
의외의 답에,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아리사를 바라보았다.
"그럼 아이돌 활동은 어때? 즐거워?"
그리고 우리 둘의 무거워진 표정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화제를 돌렸다.
배려심이 깊은 걸까.
좋은 선배… 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즐거운 일은 많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즐겁고, 아직 한 번 뿐이었지만 무대 위에 서는 것도 즐거웠고, 정말로 많은 게 즐거웠어요!"
"그래? 그렇다면 잘 됐네!"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즐거운 일도 확실히 많지만, 아이돌이란 게 정말로 즐거운 건지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다소 뜬금없이 튀어나온 부정적인 말에, 생그럽게 웃던 그녀의 얼굴이 의문을 표하는 얼굴로 바뀌어갔다.
아이돌 일은 확실히 즐거웠다. 하지만 '아이돌'이 정말로 즐거운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즐거운 일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일들도 많이 있었으니까.
"카나하쨩…"
"즐거운 일도 많았다면서? 혹시 지금 어떤 문제라도 있는 거니?"
사정을 알고 있는 아리사와 나를 생각해주는 선배의 걱정이 전해져왔다.
하지만 그녀의 두 번째 질문에는 답할 수 없었다.
"아뇨. 그냥 여러 가지로 힘들어서요. 아이돌은… 정말로 즐거운 걸까요?"
+3 이제 어떤 말이 튀어나오게 될까.
하지만 카나하의 답이 되어줄 수 있을진 모르겠네. 아이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분명 각자 다른 거니까.
그래도 분명 즐겁고 싶은 거지? 빨리 찾을 수 있으면 좋겠네. 아이돌이 미소짓지 않으면, 팬도 미소지을 수 없잖아?(손가락을 뺨에 올려 스마일을 그린다)
나 또한 아이돌 활동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믿고 의지할 동료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거기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카나하 네 답이 되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아이돌이란 무엇인가, 아이돌이 정말로 즐거운 것인지에 대한 답은 분명 각자 다른 거니까 자기 자신이 찾아나가는 수밖에."
당연한 말이다.
돈 때문에 아이돌을 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로 아이돌 활동이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도 있으며 다른 이유 때문에 아이돌을 하는 사람도 있다.
설령 같은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라도 서로가 가진 이유는 제각기 다르겠지.
그렇다면 나는?
죽지 않기 위해서 아이돌을 시작한 나는 어떤 이유를 찾아야 하는 걸까.
"그래도 분명 즐겁고 싶은 거지?"
"네."
그렇지만 나는 정말로 즐거워지고 싶다.
아이돌 활동의 단편적인 일만을 즐거워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아이돌이 된 것, 그 자체를 즐거워하고 싶다.
"빨리 찾을 수 있으면 좋겠네. 아이돌이 미소짓지 않으면 팬도 미소지을 수 없잖아?
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와닿지 않았을 단어.
하지만 엉망인 사인을 받아들고서 좋아하는 사람을 본 뒤로 내 마음 속에서 무게가 커져버린 단어.
…그런 사람을 위해서라도, 웃을 수 있게 되어야지.
+2~3 이 다음에는 또 어떤 대화가 이어질까.
하루카 "흐응~ 좋을 때구나. 흐흐. 선은 잘 지켜야한다?" 엄마미소
카나하 "?!"
아리사 ".....?"
아리사 : 후흥. 카나하쨩~? @히죽히죽
어떻게 웃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이건 하루카 씨가 말한 대로 내가 찾아나가는 수밖에 없겠지.
"흐응~"
그런 나를 옆에서 바라보던 하루카 씨가, 갑작스레 장난기어린 소리를 내었다.
"왜 그러시나요?"
"좋을 때다 싶어서."
"네?"
그런 소리를 낸 이유가 궁금해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영문 모를 말 한 마디.
어째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생각하던 나는, 나를 쳐다보던 하루카 씨의 시선에 생각이 미쳤다.
그 시선은, 내 얼굴보다 더 아래쪽을 향하고 있었다.
더 아래쪽, 내 등과 가까운 곳.
그곳에 있는 것과 그녀의 말을 연관짓는다.
내가 무엇을 보였는지 알게 되어 놀란 내게, 그녀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선은 잘 지켜야 한다? 후훗."
"선이요? 카나하쨩, 이게 무슨 소린가요?"
분명 그녀는 어머니같은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데, 사악하게 보이는 것은 어째서일까.
"후으응? 카나하쨩? 방금 그건 무슨 소리였을까요오~?"
그런 그녀와 달리, 히죽거리며 웃는 아리사의 얼굴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악당처럼 느껴졌다.
+3 …이제 나는 어떤 일에 처하게 될까.
>>+1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지갑에서 내가 먹은 음식값만큼 돈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 다음, 두 명이 내 행동에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앗!"
"카, 카나하쨩!"
도망쳤다.
둘로부터 도망쳐나오고 난 다음, 나는 아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갑자기 왜 도망가신 건가요!]
물론 이런 대화가 따라나왔고.
"그… 헥, 곤란… 곤란해서 말이야."
이런 행동을 하면 엄청 수상해보인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거기에, 갑자기 뛰쳐나가버리는 게 별로 좋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상대는 아리사라고…!
+3 다음 상황…!
@뭔가 등장시키고 싶었어요
[뭐냐고요, 정말!]
잡혔다간 정말로 심각한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나는 아리사와 전화하면서도 계속 발을 놀렸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다 설명해줄 테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갑자기 뛰쳐나가셔서 저희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더군다가 카나하쨩 체력도 별로 좋지 않잖아요! 지금도 힘들어서 숨을 잔뜩 몰아쉬고 있으시면서!]
"역시… 잘 안다니까…"
그러니까 빨리 도망쳐야지.
너라면 내가 어느 쪽으로 도망쳤을지도 다 알 것 같다고.
[하아…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죠. 카나하쨩을 찾아서, 찾아서 어떻게 된 일인지 듣고야 말겠습니다!]
"그럼 안 잡히도록 조심해야겠… 꺄앗!"
전화에 신경을 쏟고 있을 때, 갑자기 어깨에서 충격이 느껴졌다.
내가 부딫힌 것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앞을 바라보니, 나보다 키가 좀 더 큰 여성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앞을 좀 더 잘 봤어야 했는데.
"괘,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카나하쨩? 괜찮으신가요? 그나저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어라? 설마?]
일단은 사과가 먼저다.
아리사와의 통화는 조금 나중에 계속해도 늦지 않아.
"시, 실례했습니다!"
내가 사과하자, 그녀는 금색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원망이 담긴 눈빛은 아닌데, 왜 나를 계속 쳐다보는 걸까.
"어딘가, 닮은 느낌이네요."
"네?"
영문 모를 말 한 마디.
"머리카락의 색이라던가, 몸매라던가가 어쩐지 저와 여러모로 닮은 느낌이 듭니다. ……신기해."
그 두가지 점에서는 확실히 닮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걸 빼면 그렇게 많이 닮은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잃어버린 자매라던가?"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뭐랄까, 조금 엉뚱한 사람이네.
[카나하쨩!]
맞아. 아리사와 통화중이었지.
"왜 그래?"
[지금 다른 사람과 같이 있으신 건가요?]
"응."
"저기, 통화 중에 죄송하지만 혹시 선글라스를 쓴 갈색 머리의 여성을 보신 적 없으신가요? 으므므… 분명 이쪽으로 갔는데… 위기라고, 미즈키."
선글라스에 갈색 머리카락?
분명 하루카 씨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 갈색 머리카락이었고.
이 사람, 설마 하루카 씨를 찾고 있는 건가?
이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그건 그렇고 무언가 이상하다.
어쩐지 닮은 것 같다는 말과 저 사람의 이름에서 무언가가 떠오르려고 하지만, 안개처럼 형체가 잡히지 않는다.
내가 뭘 잊고 있는 거지?
"저기 저 쪽에 있는 가게에서 봤던 것 같은데요?"
일단 모르는 척 가르쳐줘볼까.
[저기, 카나하쨩. 혹시 지금 같이 계시는 분이 연보라색 머리카락에 금색 눈을 가지신 키 160cm 정도의 여성분이신가요?]
내가 탈출했던 가게의 위치를 가르쳐주는 동안, 아리사가 갑자기 같이 있는 사람의 인상착의에 대해 질문을 해왔다.
그것도 꽤 높은 정확도로.
지금 보니 키도 얼추 160cm 정도로 보인다.
아리사가 분명 조금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으니, 아는 사람이겠지?
정말로 하루카 씨를 찾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같은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일까?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2~3 과연 이 미지의 상황 앞에는 또 어떤 미지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