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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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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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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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재능 있는 오리지날 캐릭터를 지양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재능 있는 작가가 영감을 받아 작품의 방향을 바꾸고 카나하에게 관심이 생겼다고 해서 카나하가 풍부한 재능을 기반으로 하는 메리 수형 오리캐가 되었다는 건 아니니까요. 오히려 지금도 종합적인 재능은… 음… 좋다고 하긴 힘들죠.
그리고 정말로 싫어하는 수준이었다면 노노와 아이콘이고 뭐고 없이 바로 재앵커 걸어버렸을 겁니다.
음, 메리 수 맞나…?
그, 혹시 불편하셨다거나 그랬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아…
"카나하 씨. 감독님이 부르십니다."
잠깐 짬을 내어 아스카에게 붙어 있을 때, 스태프가 감독의 호출을 알려왔다.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자 여전히 의자에 앉아 다음 대본으로 추정되는 것을 들여다보며 스태프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감독의 모습이 우리들의 눈에 잡혔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나를 본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앉으라고 하면서 자리를 권했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감독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말이야, 내가 우리 메인 작가한테 '난 이거 마음에 드는데 네가 보기엔 어떻냐'면서 네 연기를 보내줬거든?"
상황에 따라서 매우 긴장할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진한 기대감을 주고 있었다.
그나저나 메인 작가한테 저렇게 말했다는 것을 보면 사적으로 친한 걸까?
"그런데 말이야, 자기도 마음에 들었는지 각본 내용을 조금 수정하겠다고 하더라고."
"저, 정말인가요?"
"당연하지. 그리고 자기한테는 네 연기의 재능이 보인다면서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됐는지나 네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길래 그걸 전해주려고 불렀어."
"그럼 배우는 바꾸지 않고 카나하가 연기한 장면으로 가는 겁니까?"
"아, 당연히 안 바뀌죠. 이거 아스카 양이 카나하를 데려온 덕분에 정말 잘 됐는데요?"
아스카의 물음에 감독이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정말로 고맙다는 듯 말했다.
생각해보니 아스카한테는 존댓말이잖아.
왜 나한테는 반말을 하는 건지 심히 궁금하지만, 그래도 이 타이밍에 물어보는건 좀 이상하겠지.
"아직 프로라고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데뷔 무대라고 할 수는 있겠군. 축하한다."
감독의 축하와 거의 동시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 거의 전부에게서 나를 축하하는 말들이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약간은 부담스러운 축하의 홍수에 휩쓸리자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당혹스러웠다.
이렇게 축하받을 정도의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부담스러운 모양이군."
내 심정을 완벽히 파악한 아스카가 나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그녀의 속삭임으로 주의를 돌려, 부담스러운 축하의 여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응. 조금."
"축하할 만 하니까 하는 거지. 너를 인정한 그 작가는 최근 장편 드라마 몇 편의 각본을 맡아서 성공시켜 이름이 나기 시작한 작가니까. 넌 그런 사람의 눈에 든 거다."
아스카의 속삭임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작가가 내 해석과 연기를 좋게 봐줬단 말이야?
어쩌면 나를 축하하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가 조금 과해보였던 것은 그 작가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네.
"뭐야! 뭐냐고, 대체!"
잦아들어가는 축하의 말들 속에 날카로운 소리가 불협화음이 되어 끼어들었다.
"다들 뭐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이딴, 이딴 게 대체 뭐라고!"
불협화음의 근원은 곧장 나에게로 쏘아지듯 뛰어들어오며 내 멱살을 잡고 나에게 욕을 퍼부었다.
"야, 너! 너같은 년이 대체 뭐라고 굴러들어와서는 이딴 식으로 나한테 모욕을 주는 건데! 이 망할 년이 왜 갑자기 튀어나와서는 방해질이냐고! 네가 뭔데!"
"놔, 놔 주세요…"
+3 이, 이 다음 상황은…?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인다면 저런 표정일까 싶을 정도로 흉악한 표정이다.
아이돌이 됬다하면 잘 팔리는게 아이마스 세계관이니까요...
아, 찾았다.
무섭다.
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 처음부터 당신 잘못이지, 내 탓이 아니잖아!
여배우의 돌발 행동에 스태프들이 제지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아스카가 그들보다 먼저 행동하여 여배우의 손목을 낚아채 나에게서 떼어냈다.
그리고 나서 마치 잡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손으로 잡게 된 벌레를 다루는 것 같은 거친 움직임으로 자신이 잡고 있던 그 여배우의 손을 내던지듯 풀어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후우… 후우…… 하으…"
아스카 덕분에 억센 분노의 손아귀에서 풀려난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진정해. 난 괜찮아."
"이게 무슨 짓이야! 손목에 자국 났잖아! 기가 막혀서 진짜!"
나는 여배우의 말을 듣고 다시 화를 내려는 아스카를 진정시키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나를 전혀 봐주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나를 덮친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역겨운 무언가를 쳐다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은 흔히 사용되는 비유인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저런 표정일 것'이라는 비유가 딱 들어맞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깟 손자국 따위는 문제도 아냐. 너야말로 잘도 이딴 짓을…!"
또 다시 일이 격화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스카. 그만. 그만 해. 스태프분들이 알아서 하실 거야."
그렇게 되는 것은 절대 사절이었기 때문에, 나는 아스카를 말리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내 호소는 뒤늦게나마 그녀에게 닿아 그녀의 분노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하아… 정말로 괜찮나?"
"괜찮다니까."
나는 괜찮으니까 화내지 마.
내가 보고 싶은 건 네 분노가 아니라 다정함이라고.
나를 걱정해주는 이런 다정함 말이야.
하지만 다정해질 필요 따위 없는 사람도 있는 법.
나는 아직도 씩씩거리는 여배우를 마주보고 서서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을 날렸다.
"당신이 이겼어요. 이렇게 날뛰는 걸 보면 당신 말대로 이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건 당신이 더 어울렸을 지도 모르겠네요. 아주 훌륭하게 증명해 주셨어요."
정말로 하고 싶었던, 가능하다면 저 여배우의 머릿속에 끌로 새겨넣고 싶은 소심한 보복.
"뭐? 야! 너 이리 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볼 일이 다 끝났다고 판단한 나는 그 말만을 남긴 채 스태프가 잘 처리해줄 것을 기대하며 아스카와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이렇게 누굴 자극하는 게 별로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멱살을 잡히고 욕까지 들었는데 그냥 물러서줄 수는 없지.
그래, 이걸로 끝이야.
저 사람과 다시는 만날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
+3 그럼 이제 뭘 할까. 아니면, 어떤 일이 생길까.
돌아오자마자 호들갑스럽게 카나하가 다친곳이 없는지 살펴보는 아스카
+1
아스카가 호들갑스레 카나하가 다친 곳이 없는 곳을 살펴본다.
조금 민망할 정도로 호들갑스럽게.
뒤쪽에서 악에 받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스태프들이 그 여배우를 끌고 가는 모양이었다.
미친 듯이 화내는 것도 원래 배역대로였는데, 퇴장하는 것까지 비슷하네.
어울린다는 말이 정말로 허세는 아니었어. 정말로.
우리는 적당한 자리에 있는 테이블을 찾은 다음 그곳에서 휴식하기로 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아스카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괜찮나? 정말로 다친 곳은 없고?"
그러더니 내 안부를 다시 물으며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얼굴이나 목 부근에는 상처가 없는 것 같은데…"
"괜찮아. 저기, 아스카? 괘, 괜찮다니까?"
나는 괜찮다며 아스카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그에 굴하지 않고 더욱 호들갑스럽게 내 몸에서 상처를 찾기 시작했다.
호들갑스러운 수준을 넘어 민망해질 지경이었다.
이상한 생각으로 이러는 건 아니겠지 싶을 정도로.
"내가 그 사람한테 맞은 것도 아니고 내동댕이쳐진 것도 아닌데 멀쩡한 게 당연하잖아. 왜 이러는 거야?"
"혹시 모르니까!"
물리적으로 상처가 생길 틈이 없었잖아.
하아, 이런 과보호는 좀 싫은데 말이야.
+3 다음 상황.
...뭐, 설마.
"ㅇ,아, 내가 남긴 키스마크인가...."
라면서 자신이 한 짓을 새삼 돌이켜보며 얼굴이 새빨개진 아스카는 다시 촬영하러 가고. 홀로 기다라고 있는 카나하에게 프로듀서의 전화가 온다.
"봐라, 여기 상처가…!"
아스카가 정말로 호들갑스럽게 외쳤지만 그것도 잠시뿐, 아스카는 이내 얼굴을 붉히며 한쪽 손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아, 내, 내가 남긴 키스마크인가."
"뭐야, 정말. 난 괜찮다니까 자꾸 그래."
아스카가 쑥쓰러워하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색한 상황에서 탈출하려고 했는지, 정말로 안심했는지 이만 촬영을 준비하러 가야겠다는 말만을 남긴 채 훌쩍 떠나버렸다.
홀로 앉아서 촬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아스카의 촬영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날 보면 아스카가 다시 키스마크를 상기해서 연기가 흐트러지기라도 할까 싶어서 차마 구경하러 갈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프로듀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이야기 들었어.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살짝 다급한 목소리.
이미 아스카에게서 들었던 말이었지만 프로듀서는 자세한 사항을 모를 테니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되었다.
정말, 아스카 너는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떤 거냐고.
"네. 괜찮아요."
[다행이네.]
잠깐의 침묵.
[미안. 그런 경험을 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아니예요."
+2~3 프로듀서가 할 말과 내가 할 말, 혹은 다음 상황.
이번 단역일로 나올 출연료가 꽤 쏠쏠할 거 같다.
[재밌는 일은 없었지만, 신나는 일이라면 있어.]
신나는 일?
프로듀서가 한 말은 엄청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프로듀서가 신이 난다고 할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정말 궁금한데.
[지금 네가 찍은 드라마 쪽과 정식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중이야. 이번 일로 너한테 돌아갈 출연료가 꽤 될 것 같아.]
신나는 일이란 일 쪽의 이야기였다.
프로듀서답다면 프로듀서다운 건가.
[잘 해줬어, 카나하.]
프로듀서가 새삼스럽게 나를 칭찬했다.
"저보다는 일을 받아온 프로듀서 덕분이죠."
[맞아. 내 덕분이기도 하지. 그래도 네가 잘 해낸 건 잘 한 거야.]
+3 다음 대화 내용.
어떻게 알아낸건지는 의문
[거기까지 따라간 거야?]
"자기 말로는 자기도 사정이 있다고 하는데… 모를 일이죠."
우선 아리사의 말이니까, 왠지 신뢰가 되지 않는다.
친구로서 친구를 믿어주는 것이 도리겠지만, 아리사의 말은 너무 변명처럼 느껴진단 말이지.
[아무튼 난 일이 있으니 이만 끊을게. 다음 주에 일도 있고 하니까, 거기서 최대한 즐기고 와.]
"네."
즐기려고 해도 예기치 않게 맡은 배역 때문에 즐길 시간이 확 줄어 버려서 문제였다..
아스카의 스케줄도 생각보다 빡빡해서 여유가 잘 나지 않는 것도 그렇다. 오늘 아침에도 촬영 시간이 앞당겨져서 같이 밥 먹을 시간도 없었으니까.
오늘 아침을 못 먹었던 것이 생각나자, 배가 고파졌다.
생각난 김에 오늘 촬영이 끝나면 어제처럼 아스카와 식도락 탐방을 떠나볼까?
내가 어제 아스카와 먹었던 음식들을 떠올리며 오늘은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어디에 가서 놀지 생각하고 있을 때, 아리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카나하쨔앙~!]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시끄럽게 들뜬 목소리.
[이렇게 카나하쨩도 드라마 데뷔를 하게 되시는 겁니까!]
그리고 아리사가 들떴던 이유.
나는 그 이유를 듣자마자 아리사가 알 턱이 없을 일을 알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라 물었다.
"어, 어? 아, 아리사,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다 아는 수가 있죠! 므흐흐…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아리사는 자신의 정보력에 대해 엄청난 궁금증을 만들어내고 나서,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렸다.
[참, 지금 시간 있으신가요?]
"아니. 아직은 없어. 왜?"
아스카도 기다려야 하고, 각본이 수정된다니 혹시 모를 추가 촬영을 기다려야 하기에 여유 시간은 많았지만 혼자서 어디에 놀러 가거나 할 시간은 사실상 없었다.
그런데 왜 아리사가 시간이 있냐고 묻는 걸까.
수다 떨고 싶어서 그런가?
[오늘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얼마 안 걸리니까 지금 출발하면 두 시간쯤 후에는 도착할 겁니다!]
정말로 오늘 오려고 할 줄은 몰랐는데.
그런데, 얼마 안 걸린다고? 그건 무슨 소리지? 출발한다는 말을 보면 지금 당장 오고 있는 중이라는 건 아닌데.
"아리사 너 설마 학고 땡땡이치고 여기 주변에서 묵고 있는 거야?"
[무,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저희 극장의 아이돌분이 일거리가 잡혀서 카나하쨩네가 있는 곳에서 두세 시간쯤 떨어진 곳에 가게 되었는데 보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길래 마침 잘 됐다 싶어 거기에 자원해서 따라왔을 뿐이라고요!]
자기도 사정이 있다는 말은 그런 뜻이었나.
이 무슨 우연의 일치람.
"그럼 지금은 한가한 모양이네."
[네. 카나하쨩이나 아스카쨩이 맡은 일처럼 단기간 내에 할 일이 많은 건 아니라서요.]
여기가 이상한 거지, 여기가.
아무리 단편 드라마 촬영이라지만 그걸 3일 내에 다 찍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3 다음 상황.
물론, 잘 즐기라는 인사는 빼놓지 않고.
"맞다. 타치바나한테 전화해볼까?"
아리사와의 전화를 끝내고 나니, 타치바나에게 사과하고 약속도 다시 잡을 겸 전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사실 더 일찍 했어야 하는 건데.
나는 망설일 것도 없이 타치바나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연결음이 흘러나오는 동안, 나는 타치바나에게 할 말을 생각해보았다.
우선 사과를 먼저 하고 약속을 다시 잡으면서 미안하다는 의미로…
[여보세요?]
하지만 제대로 생각할 틈도 없이 타치바나가 전화를 받고야 말았다.
전화 걸기 전에 미리 생각해놓을 걸 그랬네.
[저기, 여보세요?]
"아, 안녕, 타치바나."
[용건이 뭔가요.]
약간 심통이 난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화가 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미안해. 나도 놀러 온 게 아니라 사정이 있었어. 대신 다음에 꼭 사줄게!"
[당연히 그러셔야죠. 카나하 씨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자기 스스로 과거를 끄집어낸 타치바나의 목소리가 약간 거칠어졌다.
무리도 아니지. 한껏 기대했을 텐데, 그 기대가 배신당했으니까.
이건 정말 제대로 보상해주는 수밖에.
[그래도 나중에 란코 씨와 같이 카나하 씨의 친구를 만나서 그 분과 같이 결국 카페에 가서 딸기 파스타를 먹었으니 미련은 없지만요.]
내 친구를 만났다고?
그래도 타치바나가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어찌저찌 잘 되긴 했네.
"알았어. 아무튼 다음에는 내가 사 줄게. 시간 되면 말해."
[네. 물론 약속을 어긴 벌로 다음 약속은 더 신경 써주셔야 하는 건 당연히 아시겠죠?]
"으, 으응."
타치바나와도 어찌저찌 통화를 끝내고 나서 얼마 뒤, 잠깐 시간이 난 아스카가 나를 찾아왔다.
"으하, 정말 힘들군."
"좀 넉넉하게 잡으면 안 되는 거였을까? 애초에 3일 내에 드라마 한 편을 전부 찍는다니, 말도 안 되잖아."
내가 불만을 토로하자, 아스카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카나하. 너 혹시 토호쿠에서 촬영하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던 건가?"
"어? 아니었어?"
"당연히 아니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잖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일을 받은 당일 시작된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스케줄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구나.
"그렇구나…"
내 오해를 부정하는 아스카의 웃음기어린 목소리를 듣자,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렇지. 상식적으로 3일 안에 끝날 리가 없지.
"아무튼 시간도 났으니 데이트나 갈까."
"정말?"
이번에는 시간이 꽤 난 모양이네.
그럼 어디 가서 뭐라도 먹을까?
아니면 다른 걸 해볼까.
+3 다음 상황.
처음에는 아스카에게 남은 시간이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 같았기에 주변에서 끼니를 때울 생각이었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주변에 관광차 들른 사람들이 자주 가는 꽤 유명한 곳이 있어 다행히도 시간을 걱정하지 않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사람들이 꽤나 많이 와 있었다.
이리저리 지나다니는 사람들 틈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즉흥적인 결정으로 온 곳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변장만 하고 왔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관광지를 즐기기 시작했다.
즐거웠다.
사진을 찍는다던가 하는 눈에 띌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겠지.
너에게도 마찬가지라면,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나중에 피울 이야기꽃의 씨앗이 된다면 정말 좋겠어.
충분히 즐기고 나서, 우리는 주변에 있는 작은 가게에 들렀다.
작은 가게라고 해도 광광객들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파는 가게라서 작았을 뿐, 사람은 많았지만.
"이거, 귀엽지 않아?"
"지역 명물인가. 이것들 또한 우리와도 같은 우상.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지."
내가 열쇠고리를 하나 집어들어 그녀에게 보여주자, 그녀는 또다시 영문 모를 말을 늘어놓았다.
"결론은?"
"귀엽군."
+2~3 즐거운 시간과 함께 덧칠될 기억들은 과연 어떤 일들로 이루어져 있을까.
...근데 발판이 아니다. 관광지에서 둘이 꼭 붙어서 셀카나 찍으라지!
아스카가 휴대폰을 들고서 나를 불렀다.
같이 사진을 찍으려는 거라고 짐작하며 아스카의 옆에 가서 붙으니, 역시나 짐작했던 대로였다.
"우리들의 추억을, 순간을 영원으로 붙잡는 것에 인위적인 연출을 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도록 할까."
"그럴까?"
딱히 포즈를 취한다던가 하지 않더라도 좋은 사진이 찍힐 거라고 확신하지만, 그러는 편이 더 즐거울 것 같네.
내가 포즈를 취하자, 아스카도 따라 포즈를 취했다.
찰칵.
"잘 찍혔어?"
"아주."
사진 속에 담긴 나와 아스카의 즐거운 한 때.
아스카에게 부탁해 사진을 전송받고 나서 이 다음에는 무엇을 할 지 아스카와 의논하고 있을 때, 남성 두 명이 이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경계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거기 여성분들?"
"인원도 맞는데, 저희랑 같이 노실래요?"
두 남성의 목적은 헌팅.
이건 어떻게든 거절할 수밖에 없겠네.
"죄송해요."
"사정이란 게 있어서 말이지."
+3 다음 상황.
..여기가 아니군.
아, 카나하가 니노미야 양을 구해줄 차례라는 것인가...!
하지만 두 남성 중 더 근육있는 남성이 아스카의 팔을 잡으며 우리들의 정중한 거절을 거친 방식으로 거절했다.
지금 저 사람은 자기가 꼬시려는 사람이 14살이라는 건 알고 그러는 걸까.
아니. 처음부터 모르니까 접근했겠지.
아스카를 강압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남성의 동행인도 말릴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주위 사람들도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어, 아스카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이라는 최악의 상황.
"그 손, 놔 주세요."
나는 아스카를 억지로 끌고 가려는 그 남성에게 말했다.
"저흰 이미 거절했잖아요. 사람도 많은데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팔이 떨린다.
저 사람들한테도 내가 떠는 게 보일까?
최대한 자극하지 말자.
일단은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해.
주변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관심을 끄는 건 자제하고 싶으니까.
"저희가 소리만 질러도 도와줄 사람은 많으니까, 그만 놓아 주셨으면 하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써먹지 말라는 법은 없지.
...먹힐까?
+3 ...다음 상황.
분노폭발하는 아스카사노바
구르는 것은 그녀의 운명? (のヮの)
"그럼 어디 질러 보시던가!"
조용히 넘어가기 위해 상대를 설득시키려던 나의 악의 없는 협박은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낳고 말았다.
안정적인 해결을 위했던 부질없는 노력의 결과는 나를 내치려는 남성의 폭력적인 팔짓이 되어 곧장 나에게로 꽂혀들었다.
"꺄악!"
"소리 지르건 말건 신경 안써! 조금 같이 놀자고 그러는 건데 왜 내빼냐고! 어?"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향하는 것이, 그 시선만큼이나 거대한 웅성거림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며 우리들을 옹호하고 상대를 나무라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폭력이라는 행위는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의지를 쉽게도 꺾어버렸다.
나는 사람들이 나서주기를 기다렸다.
고작 바닥에 구른 것 가지고 연인을 도울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맞서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움을 구해야 하는데도, 그래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도저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예상치 못했던 폭력은 좋지 않은 기억을 깨워내 나를 겁쟁이로 만들어버렸다.
겁쟁이가 된 나는 사람들의 관심이 대충 맞춰쓴 가면을 벗겨내고 우리들을 드러냈을 때 내 앞에 선 두 사람이 우리에게 드러낼지도 모르는 보복의 이빨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악의로 벼려진 칼날이 또 다시 내 일상을 찔러 파괴하는 것에 대한 우려로 흔들리고 있었다.
며칠 전, 노래방에서 있었던 '그 일'처럼.
"이... 자식이...!"
도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내가 지키려다 실패한 사람이 자신을 붙잡은 남성에게 저항하고 있었다.
그 움직임에, 남성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것만으로는 일이 해결될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일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아스카의 저항을 본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화약더미에 성냥이 던져진 것처럼 비난으로 변화하며 타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나서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두 명은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는 소리 질러 보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더니, 막상 다른 사람들이 나설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니까 그 용기가 꺾인 모양이지?"
아스카는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팔을 잡고 있던 남성을 똑바로 쳐다보며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태도로 말했다.
+3 그리고, 아스카는...
카나하가 도움을 청하지 못한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네요.
제 탓입니다...
아, 아하하하...
아스카는 또다시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그 말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사람들의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 소란의 원인이자 소란을 끝낸 것은 바로 우리 주위에 몰려 있던 사람을 헤치며 비집고 들어온 몇 명의 경찰이었다.
일상 생활에서는 만나게 될 심각한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게 경찰이었지만, 지금같은 때에는 그만큼 반길 수 있는 사람도 드물었다.
신고를 받고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을 테니 누군가가 빠르게 신고를 해 두었던 모양이었다.
누군가가 우리를 도우려고 행동했었다는 사실이 나에게 위안이 되어 다가왔다.
"경찰입니다.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에이 씨…"
이제 완전히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했는지, 남성은 욕지거리를 흘리며 아스카의 팔을 놓아주었다.
잡혀 있던 팔이 아팠는지, 아스카는 다른 손으로 자신의 팔을 감싸 약하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팔을 감싼 손으로도 다 가려지지 않은 남성의 손자국을 보니 더 빨리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내가 원망스러워졌다.
"미안. 내가 좀 더 일찍 다른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했다면..."
아스카는 사과하는 나를 보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너는 네가 잘못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나 사과를 해왔지. 그것이 사소한 잘못이건, 단순히 네가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건 가리지 않고."
나는 잘못했다고 생각했고, 사과하는 게 당연했으니까.
그런데 아스카 너는 뭘 말하고 싶은 거야?
"자신의 잘못을 알고 그것을 사과하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판단 중에서 절대 다수가 세운 규범에 부합하는 '좋은 쪽'으로 규정된 덕목이지만, 지나치면 자학이 될 뿐이다. 넌 정말로 네가 지금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나?"
"응."
"어째서지?"
간단하잖아.
해야 할 걸 못... 아니, 안 했으니까.
"들키는 게, 들키고 나서 생길 일들이 두려워서 너를 도와주지 못했는걸."
그래서 죄책감으로 물든 내 마음이 나한테 말을 걸어오고 있어.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서 점점 더 나를 조여오고 있다고.
괴로운데, 그걸 어떻게 외면하란 말이야.
난 그렇게 못 해...
"그래? 그런데 내가 너를 원망하는 것처럼 보이나?"
"…아니."
네가 날 원망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것과 이건 다르잖아.
+2~3 이 다음에는 어떤 상황이 생길까.
이렇게 무서워지기도 하는 P지만, 드라마 촬영 중인 배우가 경찰소에 다녀온다는 전무후무한 사례 앞에선 그도 감독에게 연신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한 일이 아스카에게는 자학으로 보였다니.
반박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두 분."
우리들의 대화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자, 경찰이 우리들을 불렀다.
"발생 경위 등의 파악을 위해 잠깐 서까지 동행해주시겠습니까?"
우리들을 부른 이유를 듣자, 원래는 없었어야 할 걱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사정 청취는 당연히 있을 일이었지만, 그래도 정말로 없었으면 하는 일이었는데.
과연 우리가 시간 내에 촬영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시간 내에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겠지.
나는 걱정을 담아 아스카를 바라보았다.
빛나야 할 그녀의 눈이, 포기를 담은 채 상황에 수긍하고 있었다.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에 도착한 우리는 어떻게 된 상황이었는지를 경찰들에게 설명했다.
옆에 앉아 있는 남성들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거짓 없이 있었던 일들 그대로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저건 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경찰 나으리,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하지만 두 남성의 철면피는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두꺼웠다.
그들은 경찰 앞에서조차 거짓을 진실인 양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잘못이 없다. 이 여자들이 먼서 꼬시다가 지갑을 훔쳐가려고 했다. 우리는 피해자일 뿐이다. 폭력을 쓴 적도 없었다.
말같지도 않은 뻔뻔한 거짓말로 우리들을 몰아가고 탈출구를 마련하려는 그들의 가련하고 가증스러운 음모가 우리들을 할퀴어 상처입히려고 했지만 다행히도 경찰들은 두 남성이 늘어놓은 거짓으로 점철된 말들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고 우리는 거기에 항변할 필요조차 없었다.
"목격자 분들이 계신데 자꾸 그렇게 발뺌할 셈입니까?"
"목격자건 뭐건 저흰 그런 적 없다니까요? 나와보라 그래요 그 목격자!"
물론, 두 남성도 그에 지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을 반복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거짓말에 매여 있어야 하는 거야?
어차피 우리들의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나는 몰라도 아스카에게 이런 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목격자의 말을 토대로 하는 경찰과 피해자인 우리. 그리고 우리들의 반대쪽에 서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계속 토해내는 남성들.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진실과 훼손된 진실 사이에 붙들려 표류하고 있을 때,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다.
"아스카! 카나하!"
연락을 받고 바로 달려온 프로듀서가 우리를 불렀다.
우리가 거기에 답하며 반가운 얼굴을 맞이하려 할 때, 프로듀서는 우리가 인사할 틈도 주지 않고 남성들에게 가서 멱살을 움켜쥐며 일으켜 세웠다.
물론 경찰들이 그를 말리려고 일어났지만 멱살을 움켜쥔 채 무언가를 속삭이기만 할 뿐, 아무런 짓도 하지 않자 경찰들은 그를 일단 내버려두기로 한 듯 다시 자리에 앉아 프로듀서를 주시했다.
멱살을 잡힌 남성은 프로듀서가 날카로운 인상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데도 짓밟아버리고 싶은 뻔뻔함을 계속 유지하며 그가 자신에게 있어 무시해도 되는 존재인 것마냥 코웃음쳤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속삭이기 시작하자 그 태도는 바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나빠지기 시작하는 표정.
그 추잡함으로 살찌운 가증스러운 철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나에게 속으로 고했다.
'드디어 끝났다'고.
촬영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프로듀서에게 물었다.
"일찍 오셨네요?"
"곧장 달려왔으니까. 그리고 과속도 좀 했고."
운전 중인 프로듀서의 앞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조금 거친 말의 내용과 맞지 않게 평소보다도 부드러워진 목소리에서 그의 감정이 느껴졌다.
"민중을 지키는 자들 앞에서 대놓고 도덕성을 내버리다니, 조금 안일했다고 생각하지 않나."
내가 대화의 샘을 만들자, 아스카가 프로듀서에게 말을 걸었다.
아스카가 꺼낸 대화 주제는 프로듀서가 남성들에게 한 말.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은 없었지만 역시 그건 협박이었겠지. 그것도 아주 강력한.
그렇지 않고서야 말 하나로 그 사람들에게서 사과문에 소정의 보상금까지 받아낸 걸 어떻게 설명하겠어.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말자.
"그래도 널 탓할 수는 없지. 고맙다."
"저도 고마워요. 프로듀서가 없었다면 정말…"
말을 하던 도중, 물방울이 떨어졌다.
보이고 싶지 않았던 두려움이 안심한 내 마음 속에서 빠져나오며 형체를 갖춘 채 밖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스카가 조용히 나를 안아주었다.
돌아가는 길은 조용했다.
"우리도 상황은 이해하지. 이해하는데, 우리도 사정이라는 게 있잖아."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다시 돌아온 촬영장.
분위기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우리가 늦은 것은 갑작스레 일어난 사고 때문이었지만, 촬영장에 가만히 있었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었으니 촬영이 늦어진 것은 순전히 우리의 책임이었다.
"안 그래도 시간이 없는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잘못 때문에 가장 먼저 고개를 숙인 사람은 프로듀서였다.
+3 …이제 어떤 일이 생길까. 혹은 어떤 행동을 할까.
나는 잠시 자판기가 있는 곳에 다녀오고 나서 촬영 장소로 다시 이동했다.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아닌, 어떻게 될지 지켜보고 싶었던 조마조마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컷!"
감독의 컷 싸인과 동시에 가상의 세계를 구성하던 모든 것이 풀어져나가기 시작했다.
배우, 스태프, 카메라, 조명, 그 외의 여러 가지들.
"조금 삐걱거렸지만, 그래도 한 번에 마쳤네. 다행이야."
어느 샌가 나의 옆에서 아스카를 함께 지켜보던 프로듀서가 나에게 말했다.
"그렇네요. 혹시나 시간을 끌게 되면 어쩌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네요. 그건 그렇고 죄송해요. 저희 때문에 고개까지 숙이시고…"
"아냐. 가서 마음껏 놀라고 했던 건 나잖아.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 너희 둘이 예상이나 했겠어?"
"예상했다면 가만히 있었을 텐데 말이죠."
지금 해봐야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하아, 큰일날 뻔 했군."
우리가 이야기하는 동안, 아스카가 돌아왔다.
"수고했어. 자, 여기."
나는 아스카에게 자판기에서 미리 뽑아두었던 음료수를 건넸다.
차가웠던 음료수는 이미 미적지근해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이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네.
+3 다음 상황.
앵커는 +1로-
촬영이 끝났으니 호텔로 귀환, 그리고 일련의 사건 때문 인지 살짝 욕구불만이 된 카나하는 아스카에게 Deep❤️kiss를 시전한다!
차 안에서는 침묵만이 흘렀지만, 불편한 침묵은 아니었다.
오히려 귀갓길을 혼자 걷는 것 같은 편안한 침묵이었다.
호텔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우리는 프로듀서를 배웅한 다음 방으로 올라갔다.
먼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서는 아스카를 뒤따라 안식의 공간에 들어서자, 신발을 벗을 틈도 없이 아스카가 나를 덮쳐왔다.
순식간에 벽까지 밀어붙혀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스카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 뿐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무엇을 원하기에 또 다시 나를 밀어붙힌 것일까.
아스카에게 저항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궁금증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늘은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지."
그녀가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진득한 감정으로 덮힌 채 불타고 있는 그녀의 눈은 전혀 피로한 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촬영 시간이 앞당겨져서 너와 함께하며 유대감을 기를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 날아갔고, 일의 결과로서 허락받아 너와 함꼐하게 된 시간마저 조그만 추억을 남기고 악의로 산화해버렸으니, 솔직히 말해서 난… 지금 꽤나 욕망을 채우고 싶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녀가 손을 뻗어 나의 얼굴에 가져다대고, 엄지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옆으로 쓸어내듯 만졌다.
나는 그 행동이 함축한 뜻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녀가 나에게 하려는 행동을 알고 나서도 저항할 생각은 여전히 들지 않았다.
저항할 이유 따위 없잖아.
내가 왜 그러겠어.
"운명이 우리를 여기까지 내몰았으니, 시시각각 덮쳐오며 우릴 방해하는 운명 따위 다 제쳐놓고 내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
아스카는 여전히 내 얼굴에 손을 댄 채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그녀의 눈 속에서 번들거리는 정열적인 욕구에 뒤덮힌 채 작게 비치는 내가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로 조금, 정말로 조금,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만 다가가며 그녀를 받아줄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알렸다.
기다렸다는 것처럼, 그녀의 존재가 나와 맞닿으며 거칠게 나의 내면을 탐색해갔다.
+3 ……이 다음은?
앵커는 카나하가 아스카사노바에게 무릎베개를 해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걸로. (+@ 카나하가 무릎을 탁탁 치면서 아스카를 유혹하는것도 보고싶네요)
아무튼 카나하는 진행자의 실수로 또 연하한테 잡아먹혔-
나와 아스카의 모든 것이 녹아내려 한데 섞이는, 그런 기분.
서로를 탐닉하던 얼굴이 멀어져갔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우리들의 얼굴 사이로 생긴 한 줄기의 연결점이 창문으로 들어온 빛을 받아 선명하게 드러났다.
"만족했어?"
얼굴에 홍조를 띄운 채 여전히 숨을 몰아쉬는 아스카를 보며 내가 물었다.
"아니."
"나도."
계속 방해받아왔던 사랑 때문에 불붙어버린 연인들의 욕망은, 쌓여만 갔던 욕구는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되면서도 서로의 욕망을 해소해나갔다.
연인과의 가장 강렬했던 경험이 끝난 후, 우리는 호텔에서 가볍게 끼니를 때웠다.
키스의 여운 때문이었을까. 모든 음식이 달게만 느껴졌다.
가장 달게 보였던 것은 아스카의 입술이었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다음에 기회가 또 있겠지?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어. 정말로.
식사를 마치고 나서 우리들은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TV를 시청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휴대폰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여러 가지 소식들을 접하는 복합적인 시간이었지만.
평상시라면 충분히 즐거웠을 상황이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연인의 깊은 키스도 한 참이니까, 조금 더 낭만적인 상황이라면 좋을 텐데.
나는 지금을 낭만적인 상황으로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생각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서 서로와 약간 떨어져 있는 우리들에게서 해법을 찾았다.
"아스카."
나는 아스카를 불렀다.
그녀의 고혹적인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왜 불렀지?"
나는 새삼스럽게 그 시선에 사로잡혀, 잠깐 동안 내가 하려던 일을 잊고야 말았다.
기분 좋은 매혹에서 헤어나오는 것은 아쉬웠지만 지금은 아스카의 눈에 담긴 비일상을 닮은 마력에 몸을 맡기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정신을 차려야 할 때였다.
나는 풀어져있던 몸에 다시 힘을 주며 내 무릎을 두 번 두드렸다.
내 생각을 전하는 데는 그 행동만으로 충분했다.
"정말 만족할 줄을 모르는 녀석이로군. 좋아. 네가 나의 접촉을 갈구하는데 내가 그걸 외면하면 안 되겠지."
아스카는 그렇게 말하며 재빠르게 내 무릎을 베고 누웠다.
그렇게 웃는 얼굴로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말하면 설득력이 없다고.
나도 지금 웃고 있지만 말이지.
나는 아스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쿠스테를 풀어낸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느끼며,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아스카."
그리고 조금 짖궂은 질문을 던졌다.
"너, 키스 잘 하더라? 혹시…"
"…처음이다."
+2~3 이제 어떤 일이나 대화가 이어질까.
어느 부위로 막을지는..
서로가 처음이라는 것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어 다가왔다.
기뻐하는 감정이 목소리에서 드러나 살짝 과하게 기뻐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주체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스카의 반응은 나와는 영 딴판으로, 그녀는 난감한 것처럼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하아, 귀찮군."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서 내 입을 막아버렸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기습에 심장이 폭주하며 내 몸 전체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젠 처음도 아니지만, 반응은 지금이 더 좋군."
…짖궂어.
+3 다음 상황.
아닙니다
"카나하?"
가까이 다가온 아스카의 말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가만히 누워서 상황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가까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발소리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대신 침대 위에 깔린 이불과 무언가가 마찰하는 소리로 바뀌었다.
그 소리도 오래 가지 않아 사라졌다.
그녀가, 내 뒤에 있다.
"이런 일로 토라질 줄은 몰랐다. 정말로 널 화나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 일단… 내 쪽을 좀 봐주지 않겠나."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녀를 바라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
아스카가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것이 즐거워서 웃음을 띈 채.
"잠깐, 설마…!"
내 웃는 얼굴을 본 아스카가 무언가를 직감하고 경악했지만, 그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나는 아스카가 나를 기습했던 것처럼 그녀를 기습해 끌어안고서 귀에 속삭였다.
"이제 내 차례야."
토라지긴 누가 토라졌다고 그래. 난 처음부터 토라진 것도, 화난 것도 아니었어.
기습 공격을 했다는 것은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뜻이잖아?
처음부터 나는 네가 시작한 전쟁을 받아들였을 뿐이었다고!
"자, 잠깐만, 카나하…"
"어라아? 반응이 이상한데?"
나는 그녀의 몸에서 나의 온 몸으로 전해지는 반응을 놓치지 않고 다시 속삭였다.
흐흥, 아스카는 귀가 약한 걸까나.
약한 곳을 알아냈으니, 이제 역공할 시간이야.
나는 그녀의 귀에 상냥하게 입맞춘 다음 귓불을 잘근잘근 씹었다.
역시나, 그녀는 재미난 반응을 보여주었다.
"자, 다음은 어떻게 해 줄까?"
그녀의 반응을 좀 더 지속시키기 위해 나는 그녀의 귀에 다시 속삭였다.
"다음은… 너도 당해주면 좋겠는데!"
"꺗?!"
내가 우위를 점한 것에 도취되어 방심하고 있을 때, 아스카가 갑자기 나를 밀쳐냈다.
순식간에 시야가 뒤집어지며 아스카의 역공이 시작되었다.
"카나하 네 귀는 얼마나 약한지 볼까!"
"자, 잠깐만, 타임! 타임… 흐야앗!"
"호오라, 꽤 귀여운 반응이잖아."
귀가 녹아버릴 것 같다.
순간 이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지만, 어렵게 잡은 주도권을 쉽게 넘겨줄 수는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이판사판으로!
"에이잇!"
"우왓!"
다시 역으로 덮친다!
"흐아아아암…"
피곤해…
"아스카… 일어나. 아침이야…"
나는 나를 껴안은 채 잠들어있던 아스카를 흔들어 깨웠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마지막 기억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서로가 항복할 때까지 귀랑 목덜미를 깨물어대던 것.
어제 저녁까지 그러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렸구나.
엄청 부끄러운 소리도 여러 번 냈던 것 같은데.
"벌써 아침인가…"
아스카가 일어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너무 피곤한데… 그냥 좀 더 잘까…?
+3 그러고보니 오늘이 2박 3일의 마지막 날인데… 무슨 일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