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프로듀서 씨를 위해 열심히 연습했지만... 흐윽...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아서... 흑흑... 죄송해요..! 우아아아앙!”
“괜찮아. 토모카. 네 마음만으로 충분해. 그러니까 울지마. 응?”
같은 일이라거나...
“뭘 멍때리고 계신 거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뭐 그럴 리가 없겠지.
“그보다 어째서 종이 접시에 올려진 채 바닥에 둔 거야?”
“프로듀서 씨야말로 어째서 저랑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으시죠?”
“에?”
“얼른 이쪽 바닥에 정좌해주세요.”
“으응?”
“두 번 말하지 않습니다. 어서요.”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니 일단 접시 앞에 토모카를 보며 정좌했다.
“이걸로 식사 준비가 되었네요~ 아, 죄송해요. 특별 양념을 깜빡했네요.”
“특별 양념...?”
뿌직.
갑자기 들린 무언가가 망가지는 소리.
그리고 분명 내 눈높이에 있던 토모카의 발이 바닥에 놓인 고기만두를 짓이기고 있었다.
고기만두는 순식간에 자신의 형체를 잃고 마치 토사물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네. 그럼 드셔주세요.”
“저기... 토모카. 혹시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니? 있다면 가르쳐주지 않을래? 물론 이건 먹을 거야! 그래도 네가 이러는 이유를 모르면 내가 또 실수할지도 몰라.”
차라리 토모카의 취미라거나 스트레스가 쌓였다는 거면 괜찮다.
문제는 내가 정말 무슨 짓을 저질러서 토모카가 화가 났다면 내가 또 같은 짓을 했을 땐 이런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단 점이다.
“그렇네요~ 제 구두에 달라붙은 이 찌꺼기들을 깨끗하게 핥아 드신다면 가르쳐드릴 수도 있어요.”
“에?”
“두 번 말하지 않는다고 지금 두 번째 말하고 있습니다. 이건 벌이 필요하겠는데요~?”
“아... 아냐! 먹을게.”
지금도 고기만두의 육즙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토모카의 구두의 혀를 가져다 대...
“잘 먹겠습니다는요?”
“ㅈ... 잘 먹겠습니다.”
이번에야말로 토모카의 구두에 혀를 가져다 대어 달라붙은 만두피와 속재료를 핥아먹는다.
뜨겁지만 만약 중간에 그만두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워 혀와 입천장이 데이면서도 샅샅히 핥았다.
그리고 은근히... 비누 냄새가 난다..?
종이 접시를 준비한 것도 그렇고 구두도 미리 한번 닦은 건가...
이런 부분은 참 토모카답다고 할까...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드셨네요?”
“남의 구두 핥기는 힘없는 사회인의 기본이라고! 이걸로 너희에게 얼마나 많은 일거리를 얻어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랬던....건가...
지금 돌이켜보면 꽤 상처 입힐 법한 말들을 많이 했었다.
그땐 내가 밥도 안 먹고 다니던 차에 그런 맛없는 요리가 나온 탓에 너무 무신경했던 것 같다.
그 아이들도 제대로 준비할 시간도 없이 급하게 만들어서 나한테 준 거였는데...
적어도 맛있는 척이라도 해줘야 했던 것을...
“이제 아시겠나요? 자신의 죄가 얼마나 깊은지...”
“응... 잘 알았어.”
“그러신가요. 그럼 우선 제 도시락을 전부 드셔주세요. 물론 웃는 얼굴로.”
“그래. 고마워. 날 위해 이렇게 멋진 도시락을 준비해줘서.”
“우후훗.”
바닥에 짓뭉개진 고기만두에 얼굴을 박고 혀와 이빨로 입안에 쑤셔넣어간다.
콧구멍도 입술도 혀도 입천장도 뜨겁지만 며칠 굶은 놈처럼 게걸스럽게 집어삼킨다.
접시 밖으로 튀어 바닥에 떨어진 조각들도 싹싹 비우고 얼굴에 붙은 조각까지 남김없이 핥아먹자 토모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부 드셨군요?”
“응. 정말로 맛있어.”
“후훗, 좋은 미소네요. 그런데... 설마 이 정도로 벌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 아직 부족하지.”
“네. 그러니 지금부터 절 따라 공주의 성으로 와주세요. 제가 철저하게 재교육 해 드릴게요.”
“잘 부탁해.”
“그럼 물과 전기 중 어느 쪽으로 교육받고 싶으신가요?”
“둘 다.”
“우후... 후후훗... 정답이에요. 역시 프로듀서 씨네요. 특별히 수온을 좀 따뜻하게 하고 시간을 줄여드릴게요.”
“필요없어.”
“우후후후후후훗... 이따가 카나쨩과 우미 씨에게 사과할 때도 지금 제게 하는 것처럼 기분을 맞춰주셔야 해요~?”
토모카는 굉장히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의외로 토모카는 기분을 맞춰주기 쉬운 쪽에 속한단 말이지.
“그럼 특별히 얼음물과 죽지 않는 아슬아슬한 수준의 전압으로 5시간 동안 논스톱으로 교육해드릴게요.”
“그래... 고마워. 카나랑 우미랑 그리고 나를 위해서 네 도시락을 희생해줘서.”
“뭔가요? 그래선 마치 제가 프로듀서 씨께 진짜 실력으로 담은 도시락을 조공하고 싶어하는 것 같네요.”
“훗... 나중에 먹을 기회가 있다면 좋겠네. 토모카의 진짜 도시락.”
“그건...” ‘나중에... 꼭...’
그 후 토모카의 사랑이 듬뿍 담긴 교육을 받고 카나와 우미에게 사과하러 갔다.
두 사람 다 용서해주면서 다음엔 더 맛있는 도시락을 만들겠다고 말해줬다.
정말... 이렇게 좋은 아이들이 또 있을까.
*
어제는 좀 큰일이긴 했지만 유익한 점심시간이었다.
그 탓에 못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오늘은 한숨도 못 자고 일만 했지만...
오늘의 도시락은 누가 만들어주려나...
츠무기가 요리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못 할 것 같기도 한....
이상한 곳에서 엉뚱한 실수를 할 것 같아.
“매우 불손한 생각을 하시는 것 같군요.”
“아니 전혀. 그럼 식탁에 가자.”
*
“여기요.”
츠무기가 건네준 도시락을 열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가라아게..?”
“네. 무언가 문제라도..?”
“아니. 뭔가 전통 일식이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했거든. 그런데 가라아게라니 의외다 싶어서.”
“분명 전 일식을 중심으로 요리를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잘 하는 것은 가라아게입니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가라아게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만드는 것도 잘 하는 줄은 몰랐거든. 이렇게 또 츠무기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어서 기뻐.”
“ㅁ... 뮤슨 소릴 하는 깅가?!”
“그럼 잘 먹을게.”
가라아게 외에는 샐러드, 단무지 매실장아찌 정도인가.
묘하게 편의점 도시락이 떠오르는 반찬이다.
뭐 편의점 도시락 내용물을 통만 바꾼 건 아니겠지.
일단 가라아게 하나를 베어먹었다.
“우물우물... 으음! 맛있어! 튀김옷이 아직도 바삭거리고 안쪽은 부드럽고 육즙도 충분해! 정말로 가라아게 잘 하는구나!”
“당연합니다. 가라에게는 안미츠 다음으로 위대한 음식이니까요.”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까... 묘하게 그리운 맛이라고 해야 하나... 예전에 몇 번이고 이 맛을 봐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당신도인가요? 실은 저도 이렇게 당신에게 요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익숙한 느낌이 납니다. 분명 처음 있는 일인데 낯설지가 않아서... 당신은 가라아게에 소스를 뿌리시지요?”
“어... 응. 그런데 내가 말 했던가? 너랑 가라아게를 먹을 땐 항상 널 따라서 레몬즙을 뿌렸었는데...”
“네. 저는 가라아게에 레몬즙 이외의 것을 뿌리는 것은 매우 무례하고 파렴치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당신에게 드린다고 생각하니 당연하다는 듯이 소스를 준비하고 말았습니다.”
대체 뭐지..?
이 위화감... 아니 위화감이 없는 게 위화감이라고 해야 하나...
마치 츠무기의 요리를 먹는 것 자체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느껴져.
“일단 남은 것들은 다 먹을게.”
“네. 부디...”
가라아게 자체는 매우 맛있고 또 이상하게 입맛에 맞아서 도시락은 순식간에 텅 비었다.
그렇지만 이 묘한 기시감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지나가던 유리코에게 이야기하자 나랑 츠무기는 전생에 부부였네 어쩌네 하는 헛소리를 늘어놓길래 적당히 츠무기에게 상대하게 하고 일로 돌아왔다.
*
어제는 정말 이상한 일을 겪었다.
그러고 보니 도시락을 받기 시작하고 1주일이 지났네.
처음엔 귀찮기도 했는데 하다 보니 나름 즐겁다.
그리고 오늘은 또 누가 어떤 도시락을 가져다줄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싸주는 것만으로 고맙긴 한데 하다못해 이빨 자국이라도 잘라주면 안 돼? 무슨 몇 년차 부부도 아니고 전날 먹고 남은 걸...”
“부부라니 아직 그런 말은 일러...”
거기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이걸 보고 나니 김이나 새우튀김, 닭가슴살도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 어묵... 나랑 간접 키스한다고 생각하면 이득이지 않아?!”
“않아. 그런 거 신경쓰는 타입도 아니잖아.”
“그렇지...”
“뭐 그래도 그렇게까지 나쁜 기분도 아니야.”
“에?”
“그만큼 너와 나 사이에 벽이 없단 소리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막 나쁘게 생각할 것도 아니지.”
오히려 이 정도로 잘 만든 도시락 속에 그런 거 하나 들어 있는 게 너무 부담 갖지 않은 것 같아 마음도 편하고.
게다가 그거 빼고 다른 것들은 정말 맛있다.
새우튀김은 바삭바삭하고 계란말이엔 치즈가 들어있고 간도 적당하고 닭가슴살에선 닭 비린내가 전혀 안 난다.
어느 순간 말하는 것도 잊고 밥에 집중했다.
“후우, 잘 먹었어. 맛있더라.”
“후훗. 그렇게 잘 먹어주니 만들어준 보람이 있네. 오늘 밤 어울려줄래?”
“고맙지만 일이 썩어 넘치고 있어. 나중에 가자.”
“체엣 뭐 어쩔 수 없지. 프로듀서가 바쁜 건 잘 알고 있고.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
차라리 너무 튀겨서 숯덩이가 되었다면 납득이라도 했을 거다.
그런데 이건 아무리 봐도 다크매터...
육안으로도 무언가 검은 오라가 뿜어져 나오고 주변 공간이 일그러져 보인다.
이걸 먹으면 난 어떻게 되는 걸까...
“자, 사양하지 말고 먹어봐!”
“어... 응.... 그게...”
아니 이건 절대 먹어선 안 되는 것이다.
리오에겐 미안하지만...
‘프로듀서 씨~?’
이 목소리는... 토모카!?
‘또 같은 잘못을 반복하시려는 건가요? 아직 교육이 부족했나 보네요~’
맞아...
토모카에게 배웠잖아...
설령 아무리 끔찍한 결과물일지언정 아이돌이 날 위해 만들어준 도시락은 그것만으로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그러니 웃는 얼굴로 맛있게 먹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각오가 약해지기 전에 다크매터를 집어 그대로 입안에 털어넣었다.
까득... 까드득... 까득까득.....
“맛있어. 리오. 고마...워.”
그리고 내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
꿈을 꾸었다.
이상한 계약서 때문에 시즈카가 고양이가 되고 후우카가 누드촬영을 하고 유리코와 안나가 변태행위를 밝혀서 정조대를 찬 채 근신 당하거나 리오가 카오리에게 도시ㄹ... 윽 머리가..!!
그리고 코토하가 스바루의 오빠들과 데이트를 하거나 아미마미가 과한 장난을 치거나 선배가 그만두거나 내가 츠무기랑 결혼했다.
765에서 이상한 시상식을 하거나 내가 283 프로덕션의 프로듀서가 되었는데 안나가 정조대를 풀어달라고 찾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발렌타인데이엔 1년 동안 내 모든 권리를 걸고 게임을 해서 미즈키가 이겨 1년 동안 미즈키와 함께 살며 엽기적인 마술을 익히고 보여주며 살기도 했다.
이상한 꿈이었다.
*
눈을 뜨자 보인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선생님~!!”
갑자기 옆에 있던 사람이 뛰쳐나갔다.
주변을 둘러보자 이곳이 병원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찾아온 의사에게 사정을 들어보자 난 인간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섭취해 기절하곤 1주일 정도 사경을 헤맸다고 한다.
내가 현실과 매우 비슷하면서도 다른 세계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자 그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는 차원의 경계가 얇아져 평행세계를 본 것이라고 한다.
그럼 어떤 나는 츠무기와 결혼하고 어떤 나는 미즈키와 동거한 건가...
*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이 알려진 건지 아이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하지만 그 안에 리오의 모습은 없었다.
리오는 그날 이후 출근도 안 하고 방에 틀어박혔다고 한다.
“그거 알아? 우리가 프로듀서 군에게 도시락을 만드는 걸 보고 올스타즈도 걔네 프로듀서에게 도시락을 싸주게 되었어.”
“선배에게? 헤에...”
그쪽도 아마미나 가나하, 타카츠키 같이 믿고 먹을 사람과 키사라기, 후타미처럼 영 불안한 사람도 있으니 어쩌면 곧 나랑 같은 처지가 될지도 모르겠네.
“후타미 자매에게 받을 땐 고역이겠네. 언니 쪽은 좀 여자로 변했지만, 동생 쪽은 여전히 아이니까.”
“응? 아미쨩도 여자잖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선배가 죽지만 않으면 큰 문제될 것도 아니고.
“흐응~ 도시락이라고 하니 말인데 프로듀서 군은 요즘 아이돌에게 도시락 받는 거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으음... 뭐 처음엔 성가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엔 꽤 즐겁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
“그런 와중에 내가 망쳐버린 거네...”
“아니라니까. 오히려 매일 다른 아이돌에게 도시락을 받을 수 있다니 그게 조금 실패한 거라 해도 사치스러운 일이지.”
“그치만 도시락 먹고 쓰러진다는 건...”
“아아 정말이지. 그 이야긴 이제 그만하자. 자, 여기 더 마셔.”
“뭐야. 평소엔 못 마시게 하면서...”
“그래서 내가 주는 술은 못 마시겠단 거야?”
“그거 내 대사잖아... 뭐 받을 거지만...”
“그래. 괜한 생각은 마시고 잊어버려.”
뭐든 술로 해결하는 건 좋지 않지만, 이럴 땐 술이 약이다.
오늘 밤은 좀 날뛰어도 어울려줘야지.
*
그런데...
“에헤헤~ 후로듀샤균~~~ 한잔더~~!”
“너무 마시게 했다....”
중간까진 내가 마시게 했지만, 어느 순간 취한 리오에게 억지로 따르고 마시고 하다 보니 어느새 병이 몇 개나 굴러다니고 있다.
어우 머리야.
지끈거려... 어지러워...
“리오... 이제 그만...”
“에에~ 아직 뎌 마쉬고 시퍼~!”
“부탁이야... 머리도 속도 안 좋아...”
“히잉~ 그렴 먀지먁으로... 이리와바....”
“무슨 일인... 읍?!”
“쪼옥.... 헤헤 오늘은 고마워 프로듀ㅅ... 어윽.”
아니...
이건 아니지...
너무하잖아..!
“이렇게 방에 불러서... 단둘이서... 죽도록 술 먹이고... 키스하고... 죽어버리는 거냐!!”
네가 유혹한 거라고~!
어웁!
소리치며 일어섰더니 갑자기 속이... 화장실!!
“우웨에에에엑!!!”
*
으음....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
아침에 일어나니 리오네 방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고...
리오가 일어나기 전에 방을 둘러보니까 옷도 멀쩡하고 사고는 안 친 것 같은데....
일단 얼른 집으로 돌아와 씻고 다시 출근했는데 숙취 때문에 죽을 것 같아...
어느새 점심시간인데 솔직히 오늘은 누가 도시락을 싸왔다고 한들 먹을 수 있을지...
“프로듀서가 매번 식사를 거르는 걸 걱정해서 다른 사람들이 도시락을 싸오기 전부터 몇 번이고 우동을 만들어 드리려 했는데 그걸 전부 다 매몰차게 거절해놓고 다른 사람들이 싸온 도시락은 맛있다면서 잘만 드시고...”
“그건....”
“뭐에요! 프로듀서 씨를 생각하는 마음은 다 똑같은데 왜 다른 사람들 마음만 받아주고 저만 이렇게 차별하는 거예요! 정말... 정말로 너무하잖아요!! 흐윽... 우아아아앙!!”
“아앗?! 미안해! 내가 잘못했으니까 울지 마?!!”
시즈카는 쉽게 눈물을 그치지 않았고 결국 하루종일 시즈카를 달래줘야 했다.
*
어제는 큰일이었지...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난 우동 안 좋아해...
밍밍하고 꼬들면도 아니고...
그래도 그렇게 상처받았을 줄이야....
“하아...”
“지쳐 보이네요.”
“코토하... 뭐 조금... 오늘은 네가 도시락을 만들어준 거니?”
“네. 드시겠어요?”
“물론이지. 가자.”
*
코토하가 내민 도시락은 겉보기엔 평범했다.
평범했는데...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다고 할까... 너무 살아있다.
반대로 아예 맛이 죽은 것, 다 타서 숯덩이인 것, 아예 다크 매터인 것까지...
여태까지 문제였던 것이 전부 한 곳에 모여 만들어진 도시락이었다.
그나마 나도 내성이 생긴 건지 쓰러지진 않았다.
“저기 코토하... 요리 하는 거 처음이었니?”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대로 레시피 대로 만든 거예요! 다만 레시피가 너무 두리뭉실해서...”
“두리뭉실하다?”
“그... 소금 약간이란 건... 정확히 얼마인 거죠?”
“으...응?”
“소금 약간이 정확히 몇 그램인지... 참기름 한 술이면 어떤 숟가락으로 한 술인지... 살짝 볶으라는 건 어느 정도 세기의 불에서 얼마나 볶으란 건지... 중불이라고 해도 가장 화력이 센 가스레인지에서 중간화력인지 중간 화력인 곳에서 중간화력인지 모르겠고...”
“그래서.... 어떻게 했어?”
“소금 약간은 1g으로 하고 한 술이면 일반 숟가락으로 했고, 살짝 볶으란 건 1분 정도 볶았고 중불은 중간 화력인 곳에서 중간화력으로 했어요.”
“그렉구나...”
이상하다.
왜 코토하에게서 리오의 얼굴이 보이지..?
그리고 이 다크매터는 어디서 나온 거지?
적어도 레시피엔 없었을 텐데...
“요리엔 숨은 맛을 넣으면 좋다고 들어서...”
“숨은 맛으로 다크매터를 넣었다라...”
애초에 초심자는 어레인지 같은 거 해선 안 된다가 기본일 텐데...
“일단 코토하... 요리를 제대로 배우... 으윽?!”
가... 갑자기 배가...
설마 어제 먹은 우동이 아직 남아서 오늘 먹은 것과 화학반응을....?!
설마 도시락 먹고 두 번이나 쓰러지게 될 줄이야.
의사랑 간호사도 어이없어하더라.
일주일 만에 다시 돌아오냐고.
똑똑
“네.”
“실례하겠습니다.”
“에밀리? 아까 다른 애들이랑 다 같이 왔을 때 있었잖아? 뭐 놓고 갔어?”
“아뇨, 그... 이걸 전해드리려고요.”
“이건.... 도시락?”
“네. 깨어나시곤 병원에서 나오는 밥만 드시니까 가끔은 다른 것도 드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봤어요. 안 그래도 코토하 씨의 다음 차례가 제 차례이기도 했고요.”
“그랬구나. 고마워.”
침대의 테이블을 펴 에밀리가 가져온 도시락을 열어보았다.
형형색색의 채소가 보기 좋게 담겨 있고 중앙에 생선조림이 담겨 있다.
“가능한 장에 무리가 가지 않게 채소를 중심으로 만들고 밥도 질게 했지만 그러면 안 드실까 봐 생선도 같이 넣었어요. 생선도 구이나 회는 좋지 않으니 긴 시간 졸였고요.”
“밥 위에 놓인 매실이나 반찬에 있는 채소류도 전부 장에 좋은 것들이네.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잘 먹을게.”
질은 밥 위에 생선과 채소들을 얹어 한입에 집어넣었다.
엄청 맛있어...
아니 단순히 맛있기만 한 게 아니야...
엄청 먹기 편하고 맛도 잘 어우러져 있고 내가 좋아하는 맛으로 이루어져 있어...
“에밀리... 이거 대단해... 뭐라고 해야 하나... 정말 나만을 위한 아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먹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한테 딱 맞아.”
“그...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뭐하지만, 사실은 이거 꽤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것입니다. 지도자님의 업무량과 식사량, 생활습관 등을 고려하면 머지않아 쓰러지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를 대비해 미리 지도자님이 얼른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자 이 요리를 연구했습니다. 쓰러지신 원인은 예상을 벗어났지만요.”
“내가 쓰러질 거라고 예상하고 만든 거라고?”
“네. 지도자님이라면 저희가 아무리 말려도 일을 줄이시지 않을 테니까 최소한 빨리 건강해지셨으면 하는 마음에 3개월에 걸쳐 준비했습니다. 건강과 맛... 그리고 지도자님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내 입맛은 어떻게...”
“다른 분들이 지도자님께 도시락을 대접하시면서 어떤 음식에 혹은 어떤 맛에 호평하셨는지 여쭤보았습니다.”
날 위해서 그렇게까지...
그래서 이 도시락이 나한테 딱 맞는 거구나.
맛만으로도 지금껏 먹은 도시락 중에 최고일 텐데 이거 하나를 위해 준비한 시간과 노력이 남달라...
“더 이상 의문의 여지도 없어. 에밀리 네가 만들어준 도시락이 최고야.”
“그, 그건 과찬이에요. 아직 순서가 돌아오지 않으신 분들도 많이 있잖아요.”
“어떠려나...”
*
그 뒤로 다른 아이돌들에게도 몇 번이고 도시락을 얻어먹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 누구도 에밀리에게 이길 수는 없었다.
은근슬쩍 에밀리의 도시락을 자주 먹을 수 있도록 순서를 바꾸거나 핑계를 대거나 하다가 어느샌가 에밀리의 요리가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결국 점점 더 자주 에밀리의 요리를 먹게 된 나는 점점 더 에밀리의 요리에 빠져들었고 2년 정도 지났을 땐 매일 에밀리의 요리를 먹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에밀리와 함께 있는 시간도 늘어났고 눈치챘을 때 난 이미 요리만이 아닌 에밀리 자체에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시간을 흘러 에밀리가 18살이 되는 날 에밀리에게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지도자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나요?”
“응?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지도자님이라... 이제 그 호칭을 들을 수 없다니 뭔가 기분이 묘하네.”
“들을 수 없다니 무슨 뜻이죠..?”
“야야... 설마 남편에게까지 그런 호칭을 쓸 생각이었어?”
“앗! 그... 그렇네요. 확실히 고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럼 서ㅂ...”
“잠깐 기다려. 아직 식은 시작하지 않았으니까 그때까진 지도자님으로 불러줬으면 해.”
“네? 음... 알겠습니다. 그럼 전 마지막으로 준비를 할 테니 지도자님은 먼저 하객분들을 만나주세요.”
“그래. 좀 이따 보자. 에밀리.”
“네. 지도자님!”
*
끝났다!
다른 창댓에서도 열심히 프로듀서를 돌봐주는 에밀리가 이쪽 창댓에서도 마무리 신부!
이걸로 일상물 창댓은 끝입니다.
다시 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영 떠오르는 주제도 없고 이제 쌓아둔 채 외면하고 있던 레포트나 기말 준비도 해야하고...
비대면으로 기말을 본다면 전부 오픈북이겠지... 정말 싫다...
오픈북이면 적어도 책을 보면 답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그럼 지금껏 이 일상물 창댓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49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건... 고기만두?”
“네.”
아직 겉에서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만두다.
조금 의외네..?
“실은... 프로듀서 씨를 위해 열심히 연습했지만... 흐윽...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아서... 흑흑... 죄송해요..! 우아아아앙!”
“괜찮아. 토모카. 네 마음만으로 충분해. 그러니까 울지마. 응?”
같은 일이라거나...
“뭘 멍때리고 계신 거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뭐 그럴 리가 없겠지.
“그보다 어째서 종이 접시에 올려진 채 바닥에 둔 거야?”
“프로듀서 씨야말로 어째서 저랑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으시죠?”
“에?”
“얼른 이쪽 바닥에 정좌해주세요.”
“으응?”
“두 번 말하지 않습니다. 어서요.”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니 일단 접시 앞에 토모카를 보며 정좌했다.
“이걸로 식사 준비가 되었네요~ 아, 죄송해요. 특별 양념을 깜빡했네요.”
“특별 양념...?”
뿌직.
갑자기 들린 무언가가 망가지는 소리.
그리고 분명 내 눈높이에 있던 토모카의 발이 바닥에 놓인 고기만두를 짓이기고 있었다.
고기만두는 순식간에 자신의 형체를 잃고 마치 토사물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네. 그럼 드셔주세요.”
“저기... 토모카. 혹시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니? 있다면 가르쳐주지 않을래? 물론 이건 먹을 거야! 그래도 네가 이러는 이유를 모르면 내가 또 실수할지도 몰라.”
차라리 토모카의 취미라거나 스트레스가 쌓였다는 거면 괜찮다.
문제는 내가 정말 무슨 짓을 저질러서 토모카가 화가 났다면 내가 또 같은 짓을 했을 땐 이런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단 점이다.
“그렇네요~ 제 구두에 달라붙은 이 찌꺼기들을 깨끗하게 핥아 드신다면 가르쳐드릴 수도 있어요.”
“에?”
“두 번 말하지 않는다고 지금 두 번째 말하고 있습니다. 이건 벌이 필요하겠는데요~?”
“아... 아냐! 먹을게.”
지금도 고기만두의 육즙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토모카의 구두의 혀를 가져다 대...
“잘 먹겠습니다는요?”
“ㅈ... 잘 먹겠습니다.”
이번에야말로 토모카의 구두에 혀를 가져다 대어 달라붙은 만두피와 속재료를 핥아먹는다.
뜨겁지만 만약 중간에 그만두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워 혀와 입천장이 데이면서도 샅샅히 핥았다.
그리고 은근히... 비누 냄새가 난다..?
종이 접시를 준비한 것도 그렇고 구두도 미리 한번 닦은 건가...
이런 부분은 참 토모카답다고 할까...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드셨네요?”
“남의 구두 핥기는 힘없는 사회인의 기본이라고! 이걸로 너희에게 얼마나 많은 일거리를 얻어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보다 이제 네가 왜 이런 짓을 한 건지 알려줘!”
“뭐... 좋아요.”
+3까지 토모카가 이런 짓을 한 이유를 적고 굴려주세요. 작은 값 갑니다.
“그건...”
“두 사람 다 프로듀서 씨가 자기 요리를 싫어한다며 울고 있었답니다?”
“우... 울었어?!”
“네. 그건 또 참 서럽게 울고 있었죠.”
그랬던....건가...
지금 돌이켜보면 꽤 상처 입힐 법한 말들을 많이 했었다.
그땐 내가 밥도 안 먹고 다니던 차에 그런 맛없는 요리가 나온 탓에 너무 무신경했던 것 같다.
그 아이들도 제대로 준비할 시간도 없이 급하게 만들어서 나한테 준 거였는데...
적어도 맛있는 척이라도 해줘야 했던 것을...
“이제 아시겠나요? 자신의 죄가 얼마나 깊은지...”
“응... 잘 알았어.”
“그러신가요. 그럼 우선 제 도시락을 전부 드셔주세요. 물론 웃는 얼굴로.”
“그래. 고마워. 날 위해 이렇게 멋진 도시락을 준비해줘서.”
“우후훗.”
바닥에 짓뭉개진 고기만두에 얼굴을 박고 혀와 이빨로 입안에 쑤셔넣어간다.
콧구멍도 입술도 혀도 입천장도 뜨겁지만 며칠 굶은 놈처럼 게걸스럽게 집어삼킨다.
접시 밖으로 튀어 바닥에 떨어진 조각들도 싹싹 비우고 얼굴에 붙은 조각까지 남김없이 핥아먹자 토모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부 드셨군요?”
“응. 정말로 맛있어.”
“후훗, 좋은 미소네요. 그런데... 설마 이 정도로 벌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 아직 부족하지.”
“네. 그러니 지금부터 절 따라 공주의 성으로 와주세요. 제가 철저하게 재교육 해 드릴게요.”
“잘 부탁해.”
“그럼 물과 전기 중 어느 쪽으로 교육받고 싶으신가요?”
“둘 다.”
“우후... 후후훗... 정답이에요. 역시 프로듀서 씨네요. 특별히 수온을 좀 따뜻하게 하고 시간을 줄여드릴게요.”
“필요없어.”
“우후후후후후훗... 이따가 카나쨩과 우미 씨에게 사과할 때도 지금 제게 하는 것처럼 기분을 맞춰주셔야 해요~?”
토모카는 굉장히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의외로 토모카는 기분을 맞춰주기 쉬운 쪽에 속한단 말이지.
“그럼 특별히 얼음물과 죽지 않는 아슬아슬한 수준의 전압으로 5시간 동안 논스톱으로 교육해드릴게요.”
“그래... 고마워. 카나랑 우미랑 그리고 나를 위해서 네 도시락을 희생해줘서.”
“뭔가요? 그래선 마치 제가 프로듀서 씨께 진짜 실력으로 담은 도시락을 조공하고 싶어하는 것 같네요.”
“훗... 나중에 먹을 기회가 있다면 좋겠네. 토모카의 진짜 도시락.”
“그건...” ‘나중에... 꼭...’
그 후 토모카의 사랑이 듬뿍 담긴 교육을 받고 카나와 우미에게 사과하러 갔다.
두 사람 다 용서해주면서 다음엔 더 맛있는 도시락을 만들겠다고 말해줬다.
정말... 이렇게 좋은 아이들이 또 있을까.
*
어제는 좀 큰일이긴 했지만 유익한 점심시간이었다.
그 탓에 못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오늘은 한숨도 못 자고 일만 했지만...
오늘의 도시락은 누가 만들어주려나...
+3까지 누가 만들지 적고 굴려주세요. 큰 값 갑니다.
“츠무기..?”
“뭔가요. 그 반응은? 당신은 제가 도시락 하나 변변찮게 대접도 못하는 여자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
+2가 주사위로 츠무기의 도시락 퀄을 정해주세요.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못 할 것 같기도 한....
이상한 곳에서 엉뚱한 실수를 할 것 같아.
“매우 불손한 생각을 하시는 것 같군요.”
“아니 전혀. 그럼 식탁에 가자.”
*
“여기요.”
츠무기가 건네준 도시락을 열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가라아게..?”
“네. 무언가 문제라도..?”
“아니. 뭔가 전통 일식이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했거든. 그런데 가라아게라니 의외다 싶어서.”
“분명 전 일식을 중심으로 요리를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잘 하는 것은 가라아게입니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가라아게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만드는 것도 잘 하는 줄은 몰랐거든. 이렇게 또 츠무기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어서 기뻐.”
“ㅁ... 뮤슨 소릴 하는 깅가?!”
“그럼 잘 먹을게.”
가라아게 외에는 샐러드, 단무지 매실장아찌 정도인가.
묘하게 편의점 도시락이 떠오르는 반찬이다.
뭐 편의점 도시락 내용물을 통만 바꾼 건 아니겠지.
일단 가라아게 하나를 베어먹었다.
“우물우물... 으음! 맛있어! 튀김옷이 아직도 바삭거리고 안쪽은 부드럽고 육즙도 충분해! 정말로 가라아게 잘 하는구나!”
“당연합니다. 가라에게는 안미츠 다음으로 위대한 음식이니까요.”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까... 묘하게 그리운 맛이라고 해야 하나... 예전에 몇 번이고 이 맛을 봐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당신도인가요? 실은 저도 이렇게 당신에게 요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익숙한 느낌이 납니다. 분명 처음 있는 일인데 낯설지가 않아서... 당신은 가라아게에 소스를 뿌리시지요?”
“어... 응. 그런데 내가 말 했던가? 너랑 가라아게를 먹을 땐 항상 널 따라서 레몬즙을 뿌렸었는데...”
“네. 저는 가라아게에 레몬즙 이외의 것을 뿌리는 것은 매우 무례하고 파렴치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당신에게 드린다고 생각하니 당연하다는 듯이 소스를 준비하고 말았습니다.”
대체 뭐지..?
이 위화감... 아니 위화감이 없는 게 위화감이라고 해야 하나...
마치 츠무기의 요리를 먹는 것 자체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느껴져.
“일단 남은 것들은 다 먹을게.”
“네. 부디...”
가라아게 자체는 매우 맛있고 또 이상하게 입맛에 맞아서 도시락은 순식간에 텅 비었다.
그렇지만 이 묘한 기시감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지나가던 유리코에게 이야기하자 나랑 츠무기는 전생에 부부였네 어쩌네 하는 헛소리를 늘어놓길래 적당히 츠무기에게 상대하게 하고 일로 돌아왔다.
*
어제는 정말 이상한 일을 겪었다.
그러고 보니 도시락을 받기 시작하고 1주일이 지났네.
처음엔 귀찮기도 했는데 하다 보니 나름 즐겁다.
그리고 오늘은 또 누가 어떤 도시락을 가져다줄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3까지 오늘 도시락을 챙겨줄 아이돌을 적고 굴려주세요. 중간값 갑니다.
“코노미구나. 안녕.”
“오늘 도시락 담당은 나야.”
“그래? 기대되네.”
“후후, 그렇게 말해주니 기뻐. 자, 가자?”
“응.”
코노미라면 믿을 수 있지.
대낮부터 술을 마시게 할 리도 없고.
+2가 코노미의 도시락 퀄을 정해주세요.
“와아... 역시 믿음과 신뢰의 코노미. 맛있어 보여.”
“흥, 당연하지! 요리도 레이디의 소양이라고!”
“그럼 잘 먹겠습니다.”
김이 얹어진 두둑한 밥에 새우튀김, 정석인 계란말이에 닭가슴살 샐러드 그리고 어묵 쪼가리... 어묵 쪼가리?
“코노미... 이 어묵 쪼가리 네 어젯밤 안주지?”
“엣...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싸주는 것만으로 고맙긴 한데 하다못해 이빨 자국이라도 잘라주면 안 돼? 무슨 몇 년차 부부도 아니고 전날 먹고 남은 걸...”
“부부라니 아직 그런 말은 일러...”
거기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이걸 보고 나니 김이나 새우튀김, 닭가슴살도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 어묵... 나랑 간접 키스한다고 생각하면 이득이지 않아?!”
“않아. 그런 거 신경쓰는 타입도 아니잖아.”
“그렇지...”
“뭐 그래도 그렇게까지 나쁜 기분도 아니야.”
“에?”
“그만큼 너와 나 사이에 벽이 없단 소리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막 나쁘게 생각할 것도 아니지.”
오히려 이 정도로 잘 만든 도시락 속에 그런 거 하나 들어 있는 게 너무 부담 갖지 않은 것 같아 마음도 편하고.
게다가 그거 빼고 다른 것들은 정말 맛있다.
새우튀김은 바삭바삭하고 계란말이엔 치즈가 들어있고 간도 적당하고 닭가슴살에선 닭 비린내가 전혀 안 난다.
어느 순간 말하는 것도 잊고 밥에 집중했다.
“후우, 잘 먹었어. 맛있더라.”
“후훗. 그렇게 잘 먹어주니 만들어준 보람이 있네. 오늘 밤 어울려줄래?”
“고맙지만 일이 썩어 넘치고 있어. 나중에 가자.”
“체엣 뭐 어쩔 수 없지. 프로듀서가 바쁜 건 잘 알고 있고.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
“그래. 다음에 분명 드라마 촬영이었지. 태워줄게.”
“잘 부탁해.”
오늘 코노미의 컨디션은 매우 좋았고 감독에게도 칭찬받았다.
*
자, 오늘은 누구일까.
어떤 도시락이 나오려나.
+3까지 누가 만들었을지 적고 굴려주세요. 작은 값 갑니다.
“오늘도 마실 시간 없어.”
“어째서 내가 부르면 무조건 술 이야기라도 생각하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도시락 먹으란 이야기라고!”
“아... 오늘 너구나.”
코노미 다음에 리오라니...
순서가 안 좋네.
“자, 얼른 오라고!”
“그래그래.”
리오의 요리라...
먹어본 적... 없네?
+2가 주사위로 리오의 도시락 퀄을 정해주세요.
“도시락.”
“아니... 요리...”
“돈까스!”
“돈까스...”
차라리 너무 튀겨서 숯덩이가 되었다면 납득이라도 했을 거다.
그런데 이건 아무리 봐도 다크매터...
육안으로도 무언가 검은 오라가 뿜어져 나오고 주변 공간이 일그러져 보인다.
이걸 먹으면 난 어떻게 되는 걸까...
“자, 사양하지 말고 먹어봐!”
“어... 응.... 그게...”
아니 이건 절대 먹어선 안 되는 것이다.
리오에겐 미안하지만...
‘프로듀서 씨~?’
이 목소리는... 토모카!?
‘또 같은 잘못을 반복하시려는 건가요? 아직 교육이 부족했나 보네요~’
맞아...
토모카에게 배웠잖아...
설령 아무리 끔찍한 결과물일지언정 아이돌이 날 위해 만들어준 도시락은 그것만으로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그러니 웃는 얼굴로 맛있게 먹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각오가 약해지기 전에 다크매터를 집어 그대로 입안에 털어넣었다.
까득... 까드득... 까득까득.....
“맛있어. 리오. 고마...워.”
그리고 내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
꿈을 꾸었다.
이상한 계약서 때문에 시즈카가 고양이가 되고 후우카가 누드촬영을 하고 유리코와 안나가 변태행위를 밝혀서 정조대를 찬 채 근신 당하거나 리오가 카오리에게 도시ㄹ... 윽 머리가..!!
그리고 코토하가 스바루의 오빠들과 데이트를 하거나 아미마미가 과한 장난을 치거나 선배가 그만두거나 내가 츠무기랑 결혼했다.
765에서 이상한 시상식을 하거나 내가 283 프로덕션의 프로듀서가 되었는데 안나가 정조대를 풀어달라고 찾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발렌타인데이엔 1년 동안 내 모든 권리를 걸고 게임을 해서 미즈키가 이겨 1년 동안 미즈키와 함께 살며 엽기적인 마술을 익히고 보여주며 살기도 했다.
이상한 꿈이었다.
*
눈을 뜨자 보인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선생님~!!”
갑자기 옆에 있던 사람이 뛰쳐나갔다.
주변을 둘러보자 이곳이 병원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찾아온 의사에게 사정을 들어보자 난 인간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섭취해 기절하곤 1주일 정도 사경을 헤맸다고 한다.
내가 현실과 매우 비슷하면서도 다른 세계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자 그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는 차원의 경계가 얇아져 평행세계를 본 것이라고 한다.
그럼 어떤 나는 츠무기와 결혼하고 어떤 나는 미즈키와 동거한 건가...
*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이 알려진 건지 아이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하지만 그 안에 리오의 모습은 없었다.
리오는 그날 이후 출근도 안 하고 방에 틀어박혔다고 한다.
“프로듀서 씨.”
“토모카구나. 다른 애들이랑 같이 안 돌아가도 돼?”
“괜찮습니다. 그보다...”
토모카는 나에게 다가와선...
“참 잘했습니다. 가르친 보람이 있네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아... 이것이 성모의 쓰다듬인ㄱ...
딱콩!
“아얏!”
“그래도 마무리가 어설펐어요. 쓰러져버리다니 리오 씨가 얼마나 상처받으셨겠어요.”
“으응... 알고 있어. 퇴원하면 리오에게 찾아가 봐야지.”
“제대로 리오 씨를 위로해주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래. 그땐 정말 봐주지 말아줘.”
“물론이에요. 그럼 저도 이만 돌아갈게요.”
좋아.
다행히 내일이면 퇴원해도 된다고 했으니 바로 리오에게 가보자.
*
일단 리오의 집으로 오긴 했는데 과연 열어줄까.
초인종을 누르자....
1~33: 무반응.
34~66: 돌아가!
67~99: 들어와...
100: 어서와!
먼저 2표 갑니다.
“들어와...”
“실례할게.”
초인종을 누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리오가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했다.
리오의 방은 생각보다 꽤 소녀스러운 느낌이 나는 귀여운 방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자취남 같은 방을 예상했는데 역시 여자애란 건가.
“.......”
“......”
문제는 리오가 침대에 앉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
음... 역시 내가 먼저 이야기를 이끌어야겠지.
+3까지 리오와 할 이야기, 있을 일 등을 적어주세요.
그건 겨우 맛없단 말로 형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만...
분명 숯덩이를 씹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묘한 시큼함이 느껴지는 괴식이었지만...
“그야... 네가 만들어준 도시락이니까. 그런 소중한 걸 남길 수는 없잖아.”
“카나쨩이나 우미쨩 건 맛없다고 했었다며...”
“맛없다고 한 거지 남긴 적은 없어. 그 아이들 것도 전부 먹었는걸.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맛없다고 한 걸 후회해서 제대로 사과도 했고. 그랬기에 더더욱 네 도시락을 다 먹은 거야.”
“그래도...”
“자, 지난 일에 대한 건 그만 말하자. 그보다 너만 괜찮다면 내가 지금부터 요리 가르쳐줄 수 있는데 어때?”
“엣 프로듀서 군이..?”
“이래 봬도 요리 나름 한다고? 할 시간이 없고 귀찮아서 안 하는 거지. 기초적인 것 그리고 그 돈까스 정도라면 가르칠 수 있어. 어때?”
“으음... 조금 미덥지 못하긴 해도... 알았어. 잘 부탁해!”
그렇게 리오에게 요리를 가르쳐주게 되었다.
*
가르쳐주게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얏! 베였어!”
“그러니까 왼손을 둥글게 말아서 자르라니까!? 하다못해 손가락을 쭉 피는 것만큼은 하지 마! 반창고 가져올게.”
“고마워!”
칼을 다루는 게 영 어설프다거나
“에... 엣취! 꺄악! 튀김가루가!?”
“콜록! 콜록! 재채기를 하더라도 손으로 입을 막으라고...”
“하지만 지금 손이 반죽 범벅이라...”
“나중에 닦으면 되잖아! 내가 치울 테니까 넌 반죽에나 더 신경 써.”
“상냥해!”
요리 도중에도 다른 것에 신경을 쓴다거나
“앗 뜨거! 기름이 튀었어!!”
“그러니까 왜 수영복에 에이프런 차림으로 튀기는 건데?!”
“그치만 남자애들은 이런 거 좋아한다고 했단 말이야!”
“좋아하지만 그건 적어도 기름에 화상 입지 않을 정도로 숙달된 이후에 하라고! 약 발라줄게.”
“엄마 같아!”
“철부지 딸에게 요리 가르치는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
여전히 핀트가 어긋나 있다거나 등등 문제가 많았다.
*
그렇게 한참 동안 요리를 가르쳤고 그나마 먹을만한 게 만들어졌을 땐 이미 해가 진지 오래였다.
“이거... 정말로 내가 만든 거야?”
“그래...”
“고마워... 네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절대 못 했을 거야...”
“뭘. 그럼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 난 이만...”
“잠깐 기다려! 뭘 돌아가려는 거야?! 밤은 이제부터라고? 기껏 만들었으니 이걸 안주 삼아 함께 한잔하자!”
“아니 그래도...”
“내 비장의 술을 딸 테니까 응? 조금만 놀다 가~”
“하아... 알았어. 대신 너무 많이 마시진 마.”
“좋았어! 금방 가져올테니 기다리고 있어!”
아깐 그렇게 풀 죽어 있더니 쌩쌩해졌구만....
+3까지 밤에 마시며 있을 일, 할 이야기 등을 정해주세요.
“선배에게? 헤에...”
그쪽도 아마미나 가나하, 타카츠키 같이 믿고 먹을 사람과 키사라기, 후타미처럼 영 불안한 사람도 있으니 어쩌면 곧 나랑 같은 처지가 될지도 모르겠네.
“후타미 자매에게 받을 땐 고역이겠네. 언니 쪽은 좀 여자로 변했지만, 동생 쪽은 여전히 아이니까.”
“응? 아미쨩도 여자잖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선배가 죽지만 않으면 큰 문제될 것도 아니고.
“흐응~ 도시락이라고 하니 말인데 프로듀서 군은 요즘 아이돌에게 도시락 받는 거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으음... 뭐 처음엔 성가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엔 꽤 즐겁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
“그런 와중에 내가 망쳐버린 거네...”
“아니라니까. 오히려 매일 다른 아이돌에게 도시락을 받을 수 있다니 그게 조금 실패한 거라 해도 사치스러운 일이지.”
“그치만 도시락 먹고 쓰러진다는 건...”
“아아 정말이지. 그 이야긴 이제 그만하자. 자, 여기 더 마셔.”
“뭐야. 평소엔 못 마시게 하면서...”
“그래서 내가 주는 술은 못 마시겠단 거야?”
“그거 내 대사잖아... 뭐 받을 거지만...”
“그래. 괜한 생각은 마시고 잊어버려.”
뭐든 술로 해결하는 건 좋지 않지만, 이럴 땐 술이 약이다.
오늘 밤은 좀 날뛰어도 어울려줘야지.
*
그런데...
“에헤헤~ 후로듀샤균~~~ 한잔더~~!”
“너무 마시게 했다....”
중간까진 내가 마시게 했지만, 어느 순간 취한 리오에게 억지로 따르고 마시고 하다 보니 어느새 병이 몇 개나 굴러다니고 있다.
어우 머리야.
지끈거려... 어지러워...
“리오... 이제 그만...”
“에에~ 아직 뎌 마쉬고 시퍼~!”
“부탁이야... 머리도 속도 안 좋아...”
“히잉~ 그렴 먀지먁으로... 이리와바....”
“무슨 일인... 읍?!”
“쪼옥.... 헤헤 오늘은 고마워 프로듀ㅅ... 어윽.”
아니...
이건 아니지...
너무하잖아..!
“이렇게 방에 불러서... 단둘이서... 죽도록 술 먹이고... 키스하고... 죽어버리는 거냐!!”
네가 유혹한 거라고~!
어웁!
소리치며 일어섰더니 갑자기 속이... 화장실!!
“우웨에에에엑!!!”
*
으음....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
아침에 일어나니 리오네 방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고...
리오가 일어나기 전에 방을 둘러보니까 옷도 멀쩡하고 사고는 안 친 것 같은데....
일단 얼른 집으로 돌아와 씻고 다시 출근했는데 숙취 때문에 죽을 것 같아...
어느새 점심시간인데 솔직히 오늘은 누가 도시락을 싸왔다고 한들 먹을 수 있을지...
+3까지 누가 가져왔을지 적고 굴려주세요. 가장 큰 값 갑니다.
“카오리... 안녕...”
“괜찮으신가요?”
“어어... 혹시 네가 오늘 도시락 가져왔어?”
“네... 그런데 드실 수 있으신가요?”
“괜찮아... 가자.”
“네...”
그래도 기왕 만들어줬는데 안 먹을 순 없겠지.
그런데 카오리는 요리를 잘할까?
+2가 주사위로 도시락 퀄 정해주세요.
카오리가 내민 도시락은 꽤 크기가 컸다.
아마 군인인 아버지의 양에 맞춘 거겠지.
“어디... 오? 뚜껑을 조금 열었을 뿐인데 벌써 맛있는 냄새가 나네!”
냄새만 맡았을 뿐인데 갑자기 군침이 돌며 없던 입맛이 생겨난다.
뭐지 이건...
분명 그냥 도시락인데... 밥에서 빛이나!!
“잘 먹겠습니다. 우물우물우물우물... 꿀꺽...”
“무슨 일 있나요? 입맛에 안 맞아요?”
“하음... 우물우물... 바사삭... 우물우물... 후루룩...우물우물우물...꿀꺽.”
“프로듀서 씨?! 그렇게 급하게 드시면 체해요!”
“와구와구... 냠냠... 쩝쩝... 아구아구... 뇸뇸뇸뇸.... 쪼오옥.... 꿀꺽.... 맛있어...”
“우... 울고 있어...”
아아....
음식이란 게 이렇게 맛있을 수 있을까...
이건 정말... 아니 도저히 이걸 표현할 방법이 없다.
“카오리... 정말로 고마워. 이건 정말 내 평생 최고의 한 끼일 거야.”
“그...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쁘네요. 그보다 자, 일단 눈물부터 닦아드릴게요.”
“응 고마워.”
카오리에게 눈물을 닦이면서도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오늘만큼 점심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 적은 처음이다.
*
어제는 정말 최고였어.
자, 오늘은 또 누구려나.
이젠 정말 매일 이 시간만 기다리게 된다.
+3까지 누가 만들어왔을지 적어주세요. 중간값 갑니다.
@100이면 엔딩 직행인데 아쉽...
“안나? 아, 혹시 오늘 도시락은...”
“응... 안나가 만들...었어.”
“그렇구나. 그럼 먹으러 갈까?”
“응..!”
안나의 도시락이라....
좀 걱정이긴 한데...
*
“여기...”
“이건... 토끼 주먹밥..?”
안나가 건네준 것은 주먹밥.
그것도 토끼 얼굴 모양으로 만들어진 주먹밥이었다.
“설마 이 나이 먹고 이런 소녀 아니 유녀틱한 도시락을 받게 될 줄이야...”
“싫어...?”
“아냐. 가끔은 이런 것도 좋지.”
세 마리 토끼 중 하나를 집어 크게 베어 물었다.
응.
평범한 주먹밥 맛이다.
맛이 없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맛있지도 않고.
우리가 기대하는 주먹밥의 맛 그 자체였다.
물론 이런 음식은 그걸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법이다.
“응. 잘 만들었네.”
“정말!? 다행이다! 모양 만드는 거 엄청 연습했거든!”
“귀엽게 잘 만들어졌어. 집어서 베어먹어도 안 무너지고.”
“에헤헤... 아... 다 먹고... 시간, 있어?”
“갑자기 다시 off가 되었네. 시간이라... 게임?”
“응... 이벤트... 시작했어...”
“좋아. 다행히 쓰러져있는 동안 성인들이 총동원돼서 사무작업을 밀어준 덕에 여유가 좀 있어.”
“기다리고 있을게..!”
물론 그럴 시간적 여유 따위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도 아이돌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하니까 오늘은 야근이다.
아니 아마 계속...
*
일이... 안 끝나....
쓰러져있던 동안 쌓인 프로듀서만 할 수 있는 업무가 너무 많아...
선배나 아키즈키도 매정하지.
좀 해주면 덧나나...
아, 배고파....
+3까지 이번에 도시락 가져올 사람을 적고 굴려주세요. 작은 값 갑니다.
“이 시간에 나타났단 건 오늘은 메구미인 모양이네.”
“응응. 눈치가 빠르네. 그래서 시간 돼? 꽤 일이 많아 보이는데...”
“뭐... 밥 먹을 시간 정돈 있어. 가자.”
옛날이었다면 거절했을 테지.
뭐 메구미라면 요리 퀄리티는 걱정할 거 없겠지!
*
그리고 기대는 좋은 방향으로 배신당했다.
“맛있어! 정말 맛있어!”
“냐하하~ 그렇게 칭찬해도 더 이상 나오는 거 없어~”
“메구미라면 분명 맛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어!”
“맛있게 먹어주니 나도 만든 보람이 있네! 아, 저녁은 어떻게 할 거야? 괜찮다면 저녁도 같이 먹지 않을래?”
“안 먹는데?”
“응?”
“점심 먹으면 됐지 뭘 저녁까지 먹어.”
“퇴근... 언제 해?”
“밤 11시..?”
“.......”
“왜?”
“저녁도 만들어올게.”
“아냐 괜찮아. 너 오늘 5시까지 레슨이잖아. 그럴 시간도 없을 테고 지쳤을 텐데 쉬어.”
“무리. 그런 소릴 듣고서 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그치만 일이...”
“그치만 하루 압수! 저녁에 나도 도와줄 테니까 제대로 먹어!”
“으음.... 하아, 알았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좋아. 이따 6시에 다시 올게!”
오늘은 적당히 끝내고 내일 밤새야겠네.
오히려 밤새는 게 더 일상이란 느낌이기도 하다.
나 정말 맛이 가긴 했구나...
*
어제 저녁은 메구미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대가로 지금 난 더 쌓인 일과 마주하고 있다.
오늘은 철야근무다~!
얼른 점심이나 먹고 싶다.
+3까지 만들어올 캐릭터를 적고 굴려주세요. 큰 값 갑니다.
@ 너무 무난하게 점수가 잘 나오니 루즈해져서 앞으로 두세 번 더 좋은 숫자 나오면 엔딩 보겠습니다.
“유리코..? 오늘은 오프... 혹시 오늘 도시락 담당이 너야? 오프인데 굳이 가져오지 않아도...”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괜찮아요! 자, 어서 식탁으로 가요!”
“으응... 알았어. 이것만 저장하고.... 가자.”
유리코라....
뭐 안나도 무난했는데 유리코도 괜찮겠지.
+2가 주사위로 유리코 도시락 퀄을 정해주세요.
heartful이 아니라 heartfull이지만...
밥 위엔 핑크 하트가 놓이고 그 위에 LOVE가 대문짝만하게 써져 있고 하트 모양 계란말이 하트 모양 소시지, 하트 모양 오이 등등...
“저기 유리코 아무리 그래도 이건...”
“무,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조사해보니 대부분 남자분께 드리는 도시락은 이런 느낌이라고...”
“러브코미디 만화에서 조사했니?”
“제대로 잡지에서 조사한 거예요! 이거요!”
“젝시잖아...”
결혼 전문 잡지에서 도시락 만드는 법을 조사한다니 처음 들어본다...
차라리 신칸센에서 파는 도시락을 조사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니.
“그... 그래도 맛은 괜찮다고요!”
“뭐... 이렇게까지 솜씨 좋게 만들 수 있으니 요리는 잘하는 거겠지. 잘 먹겠습니다.”
한 입 입에 집어넣자...
음? 으으으으으음?!?!
“ㅍ... 프로듀서 씨?”
“유리코...”
“네..?”
“정말로... heartful한 맛이네...”
설마 이렇게 빨리 최고가 갱신되어 버릴 줄이야....
뭐라고 할까...
객관적으로도 분명 맛있지만 이건 정말 오직 나만을 위해 연마된 기술로 오직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란 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거야말로 내 평생 먹는 최고의 음식일지도...
“유리코. 지금까지 39명 중 1/3이 요리를 해줬지만 네가 최고야. 아마 다른 사람 중에서도 너보다 잘 만들 아이가 과연 있을지...”
“정말인가요?!”
“응. 참고자료는 좀 어긋나긴 했지만...”
“에헤헤...‘어긋난 거 아닌데...’”
“응?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레슨 가야 하니까 도시락통인 나중에 돌려주세요!”
그렇게 유리코는 쌩하고 나가버렸는데...
너 오늘 오프잖아...
*
어제 유리코 도시락은 대단했지.
카오리를 이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 지 채 3일 만에 갱신이라니...
지금부터 “1인당 2명씩 5분”이 아직 안 나온 아이돌을 적고 굴려주세요. 1~2나 100이 없으면 엔딩 내겠습니다. 원래라면 더 재밌는 내용이 나올 주제인데 역량부족으로 영 루즈해져서 죄송하네요...
참고로 지금껏 나온 아이돌은 카나, 우미, 카렌, 히나타, 아유무, 토모카, 츠무기, 코노미, 리오, 카오리, 안나, 메구미, 유리코입니다.
“시즈카. 아 오늘은 너구나.”
“네. 얼른 오시죠.”
“어어 응...”
뭐지...
묘하게 차가운데...
혹시 만들기 싫었는데 억지로 만든 걸까.
*
“여기요.”
“이건....”
“우동입니다.”
“아니...”
“우동입니다.”
우동 국물이 원래 이런.... 시꺼먼 색이었나..?
면이... 녹아 있는 것 같은데...
“뭐 하세요? 얼른 드세요.”
“어? 으응...”
그래... 리오의 다크 매터도 먹었는데 이걸 못 먹을 이유는...
“후루룩.... 우우웁?!?!?!”
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
국물맛은 리오의 다크매터 뺨치는 끔찍함인데 면이 미끌거리면서 끈적거리면서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아내리곤 혀와 입천장에 달라붙어서 그 맛이 떨어지질 않아!
우동 장인이라 불리는 시즈카가 이런 우동을 내오다니...
“저기... 시즈카...”
“뭡니까?”
“어째서 이런 우동을 만든 건지... 알려주지 않을래..?”
“어째서죠?”
“이걸... 다 먹기 위해서...”
“....”
+3까지 시즈카가 이딴 우동을 만든 이유를 적고 굴려주세요. 중간값 갑니다.
@ 다 나오는 거 에바
이게 뭐에요!! 프로듀서를 생각하는 마음은 다 똑같은데 왜 사람을 차별하는 거에요!!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세요!! 으아아아앙!!
“그건....”
“뭐에요! 프로듀서 씨를 생각하는 마음은 다 똑같은데 왜 다른 사람들 마음만 받아주고 저만 이렇게 차별하는 거예요! 정말... 정말로 너무하잖아요!! 흐윽... 우아아아앙!!”
“아앗?! 미안해! 내가 잘못했으니까 울지 마?!!”
시즈카는 쉽게 눈물을 그치지 않았고 결국 하루종일 시즈카를 달래줘야 했다.
*
어제는 큰일이었지...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난 우동 안 좋아해...
밍밍하고 꼬들면도 아니고...
그래도 그렇게 상처받았을 줄이야....
“하아...”
“지쳐 보이네요.”
“코토하... 뭐 조금... 오늘은 네가 도시락을 만들어준 거니?”
“네. 드시겠어요?”
“물론이지. 가자.”
*
코토하가 내민 도시락은 겉보기엔 평범했다.
평범했는데...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다고 할까... 너무 살아있다.
반대로 아예 맛이 죽은 것, 다 타서 숯덩이인 것, 아예 다크 매터인 것까지...
여태까지 문제였던 것이 전부 한 곳에 모여 만들어진 도시락이었다.
그나마 나도 내성이 생긴 건지 쓰러지진 않았다.
“저기 코토하... 요리 하는 거 처음이었니?”
“처음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대로 레시피 대로 만든 거예요! 다만 레시피가 너무 두리뭉실해서...”
“두리뭉실하다?”
“그... 소금 약간이란 건... 정확히 얼마인 거죠?”
“으...응?”
“소금 약간이 정확히 몇 그램인지... 참기름 한 술이면 어떤 숟가락으로 한 술인지... 살짝 볶으라는 건 어느 정도 세기의 불에서 얼마나 볶으란 건지... 중불이라고 해도 가장 화력이 센 가스레인지에서 중간화력인지 중간 화력인 곳에서 중간화력인지 모르겠고...”
“그래서.... 어떻게 했어?”
“소금 약간은 1g으로 하고 한 술이면 일반 숟가락으로 했고, 살짝 볶으란 건 1분 정도 볶았고 중불은 중간 화력인 곳에서 중간화력으로 했어요.”
“그렉구나...”
이상하다.
왜 코토하에게서 리오의 얼굴이 보이지..?
그리고 이 다크매터는 어디서 나온 거지?
적어도 레시피엔 없었을 텐데...
“요리엔 숨은 맛을 넣으면 좋다고 들어서...”
“숨은 맛으로 다크매터를 넣었다라...”
애초에 초심자는 어레인지 같은 거 해선 안 된다가 기본일 텐데...
“일단 코토하... 요리를 제대로 배우... 으윽?!”
가... 갑자기 배가...
설마 어제 먹은 우동이 아직 남아서 오늘 먹은 것과 화학반응을....?!
“윽...”
결국 난 또 쓰러지고 말았다.
@ 에밀리편은 내일...
의사랑 간호사도 어이없어하더라.
일주일 만에 다시 돌아오냐고.
똑똑
“네.”
“실례하겠습니다.”
“에밀리? 아까 다른 애들이랑 다 같이 왔을 때 있었잖아? 뭐 놓고 갔어?”
“아뇨, 그... 이걸 전해드리려고요.”
“이건.... 도시락?”
“네. 깨어나시곤 병원에서 나오는 밥만 드시니까 가끔은 다른 것도 드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봤어요. 안 그래도 코토하 씨의 다음 차례가 제 차례이기도 했고요.”
“그랬구나. 고마워.”
침대의 테이블을 펴 에밀리가 가져온 도시락을 열어보았다.
형형색색의 채소가 보기 좋게 담겨 있고 중앙에 생선조림이 담겨 있다.
“가능한 장에 무리가 가지 않게 채소를 중심으로 만들고 밥도 질게 했지만 그러면 안 드실까 봐 생선도 같이 넣었어요. 생선도 구이나 회는 좋지 않으니 긴 시간 졸였고요.”
“밥 위에 놓인 매실이나 반찬에 있는 채소류도 전부 장에 좋은 것들이네.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잘 먹을게.”
질은 밥 위에 생선과 채소들을 얹어 한입에 집어넣었다.
엄청 맛있어...
아니 단순히 맛있기만 한 게 아니야...
엄청 먹기 편하고 맛도 잘 어우러져 있고 내가 좋아하는 맛으로 이루어져 있어...
“에밀리... 이거 대단해... 뭐라고 해야 하나... 정말 나만을 위한 아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먹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한테 딱 맞아.”
“그...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뭐하지만, 사실은 이거 꽤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것입니다. 지도자님의 업무량과 식사량, 생활습관 등을 고려하면 머지않아 쓰러지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를 대비해 미리 지도자님이 얼른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자 이 요리를 연구했습니다. 쓰러지신 원인은 예상을 벗어났지만요.”
“내가 쓰러질 거라고 예상하고 만든 거라고?”
“네. 지도자님이라면 저희가 아무리 말려도 일을 줄이시지 않을 테니까 최소한 빨리 건강해지셨으면 하는 마음에 3개월에 걸쳐 준비했습니다. 건강과 맛... 그리고 지도자님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내 입맛은 어떻게...”
“다른 분들이 지도자님께 도시락을 대접하시면서 어떤 음식에 혹은 어떤 맛에 호평하셨는지 여쭤보았습니다.”
날 위해서 그렇게까지...
그래서 이 도시락이 나한테 딱 맞는 거구나.
맛만으로도 지금껏 먹은 도시락 중에 최고일 텐데 이거 하나를 위해 준비한 시간과 노력이 남달라...
“더 이상 의문의 여지도 없어. 에밀리 네가 만들어준 도시락이 최고야.”
“그, 그건 과찬이에요. 아직 순서가 돌아오지 않으신 분들도 많이 있잖아요.”
“어떠려나...”
*
그 뒤로 다른 아이돌들에게도 몇 번이고 도시락을 얻어먹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 누구도 에밀리에게 이길 수는 없었다.
은근슬쩍 에밀리의 도시락을 자주 먹을 수 있도록 순서를 바꾸거나 핑계를 대거나 하다가 어느샌가 에밀리의 요리가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결국 점점 더 자주 에밀리의 요리를 먹게 된 나는 점점 더 에밀리의 요리에 빠져들었고 2년 정도 지났을 땐 매일 에밀리의 요리를 먹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에밀리와 함께 있는 시간도 늘어났고 눈치챘을 때 난 이미 요리만이 아닌 에밀리 자체에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시간을 흘러 에밀리가 18살이 되는 날 에밀리에게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지도자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나요?”
“응?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지도자님이라... 이제 그 호칭을 들을 수 없다니 뭔가 기분이 묘하네.”
“들을 수 없다니 무슨 뜻이죠..?”
“야야... 설마 남편에게까지 그런 호칭을 쓸 생각이었어?”
“앗! 그... 그렇네요. 확실히 고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럼 서ㅂ...”
“잠깐 기다려. 아직 식은 시작하지 않았으니까 그때까진 지도자님으로 불러줬으면 해.”
“네? 음... 알겠습니다. 그럼 전 마지막으로 준비를 할 테니 지도자님은 먼저 하객분들을 만나주세요.”
“그래. 좀 이따 보자. 에밀리.”
“네. 지도자님!”
*
끝났다!
다른 창댓에서도 열심히 프로듀서를 돌봐주는 에밀리가 이쪽 창댓에서도 마무리 신부!
이걸로 일상물 창댓은 끝입니다.
다시 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영 떠오르는 주제도 없고 이제 쌓아둔 채 외면하고 있던 레포트나 기말 준비도 해야하고...
비대면으로 기말을 본다면 전부 오픈북이겠지... 정말 싫다...
오픈북이면 적어도 책을 보면 답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그럼 지금껏 이 일상물 창댓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이 아니라 모레 올리게 된 건 야강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