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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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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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댓은 "한 학생의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이어지는 창댓입니다.
전 창댓을 보고 오지 않으셔도... 무방하지는 않겠네요.
이 창댓에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하니, 오리지널 캐릭터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비밀 메시지같은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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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게 들어간 나의 견제에 놀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인지, 칸자키는 별 저항 없이 떨어져니왔다.
그렇게 되고 나서, 나는 아스카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말이 좀 심하잖아.오염이라니."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칸자키는 벌을 부풀리며 무어라 말하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했고...
결국 우리들은 투닥거리기만 하고 제대로 된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서로 헤어져버렸다.
아스카, 정말 지친 표정이었지.
...아쉽다.
모든 것이 아쉽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내가 한 수 접어주는 게 더 평화롭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 빙법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도 오늘은... 아스카에게서... '그 말'을 들었으니까.
응,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거지.
+2 둘과 헤어지고 나서 아직까지도 밖에 남아있던 나는...
1. 집으로 돌아갔다.
2. 저녁길을 걷기 시작했다.
+3 다음 상황.
부끄러움과 자괴감에 뒤척이다 결국 밤잠을 설치고 마는데.
"다녀왔습니다."
"늦었네?"
"친구들이랑 노느라."
사실은 노는 것보다는 투쟁에 더 가까웠지만.
"아빠는?"
"일이지 뭐겠어. 그이도 요즘 참 바쁘다니까?"
요즘 아빠 얼굴 보기가 힘드네.
저녁은 밖에서 해결했기에, 나는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친구들, 특히 아스카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학교에 가야 하고, 프로듀서한테 말해서 서류도 받아야 하고, 일도 해야 하는 데다가 오늘은 쉬는 날이었음에도 꽤나 고단한 하루였기에 일찍 자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평소보다 일찍 자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눈을 감을 때마다, 부드러웠던 아스카의 입술이, 나의 입술과 몇 번씩이나 닿았던 그 아담한 입술이 생각나버린다.
부끄럽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내가 변태인 것 같아, 자괴감까지 들어버린다.
그래서 결국은...
"흐아아아아아암..."
한 숨도 못 잤다.
+2 (주사위) 현재 졸린 정도.
+3 학교에서 생길 일.
내가 시켰지만☆
사랑의 힘인가...
"어제 말했던것, 언제 할래?"
@어제 말했던것 : >>1143
졸려...
꾸벅꾸벅 졸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수업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머리속이 엉망진창이야.
그래도 오늘 해야 할 일을 잊지는 않았으니 그건 다행이려나.
아, 맞아. 아스카한테 어제 이야기했던 것에 대해서 말해볼까.
[어제 말했던 거, 언제 할래? 우리 집에 오는 거.]
답장이 바로 올 것 같지는 않으니, 조금만 자 볼까...
......
+3 ......
어으...
"카나하쨩!"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일어나세요!"
이 익숙한 목소리와 존댓말...
조금만 더 자면 안 될까?
나 오늘 밤 샜다고...
"조금만 더 잘래..."
"지금도 많이 주무셨잖아요!"
그런가?
그건 그렇고...
"아리사? 흐암... 여긴 웬 일이야?"
얘가 왜 여기 있는 걸까.
아, 맞아. 학교였지.
머리가 너무 멍해...
+3 아리사는 왜 나를 찾아온 걸까.
졸려...
카메라다.
그렇게 말하며 아리사가 나에게 보여준 것은, 어떤 인터넷 블로그였다.
나와 칸자키와 아스카가 같이 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는.
같이 있을 수도 있는 건데, 왜 아리사는 따지듯이 말하고 있는 걸까.
"이런 일이 있었다면 아리사한테도 알려주셨어야죠!"
그런 거였냐.
"아니 뭐... 갑자기 생긴 일이라서..."
"카나하쨩이 점점 아리사한테서 멀어져가는 것 같아 아리사는 슬픕니다. 아아, 이 슬픔을 어찌해야 할지!"
과장은.
"알았어, 알았어. 다음부턴 알려줄게... 흐암..."
졸려.
"그래서 말인데요!"
또 뭐가 있는 거야...?
+3 아리사가 할 말...
"응? 어, 나 오늘 약속 있는데..."
내가 아직 기약없는 선약을 핑계로 대자, 아리사는 기대감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스카쨩입니까!"
"응."
나는 그렇게 말하며 아스카에게서 답장이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다.
우리 둘만의 시간을 보낼 거라고, 우리 둘만의 시간을.
역시나, 답이 와 있었다.
+2 아스카가 보낸 답장의 내용.
살아남아라 카나하
뭐라고?
아스카는 내 병에 대해 알고 있으니, 이 일이 예전부터 계획되어있던 거라면 나에게 알려주었을 것이 틀림없다.
정말로 갑자기 생긴 일인 것 같은데, 왜 아무도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던 거야?
아스카, 너라면 알려줬어야지.
프로듀서도 마찬가지고. 왜 둘 다 나한테 연락 한 통 없이 이러는데?
"카나하쨩?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졌는데요?"
아무래도 뜻밖의 소식에 당황한 나머지 얼굴에 드러낸 모양이다.
일단 아리사에게 말하고 조언을 구해볼까.
"아스카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2박3일간 토호쿠로 로케를 가게 됐다는데?"
"네? 그거 큰일이잖아요!"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자, 아리사 또한 안색이 어두워지며 깜짝 놀라 소리쳤다.
"쉿! 쉿!"
물론 갑작스런 큰 소리에 놀란 반 친구들이 이쪽을 바라보았기에, 나는 아리사에게 주의를 주었고.
"아, 아차..."
아리사 또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우리 둘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에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아리사와 함께 교실을 나서면서, 근처에 있던 오늘 하루 내내 비어있던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어째서인지, 그 책상이 매우 신경쓰였다.
그러고보니 오늘 누군가를 못 본 것 같은데, 아마 이 책상의 주인이겠지.
...그런데 그게 누구였지?
학교 바깥.
수업종은 우리가 나올 때 이미 울린 상태였지만, 지금은 비상사태였으므로 잠깐 수업에서 빠지기로 했다.
어차피 우리 둘 다 아이돌이니까 핑계거리는 충분하고.
"아스카쨩이나 프로듀서한테 연락은... 아니지. 방금 아셨을 테니 연락할 시간은 없으셨겠네요."
"응. 이제 연락해봐야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들어보였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 거 아닐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나는 먼저 프로듀서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아스카에게 먼저 연락해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이런 일 쪽에서는 아스카보다 프로듀서가 더 도움이 될 테니까.
나는 프로듀서에게 전화를 건 다음, 스피커폰을 켰다.
뚜루루거리는 신호음이 울릴 때마다, 프로듀서가 너무 바쁘거나 다른 일이 있어서 전화를 받지 않는 게 아닐지 조마조마해진다.
[어, 카나하. 마침 전화 잘 했어.]
그런 조마조마한 마음을 붙잡은 상태로 속을 태워가는 시간은 다행히도 얼마 되지 않았다.
[갑자기 아스카한테 일이 생겨서 말이야. 2박 3일동안 토호쿠에-]
나는 급한 나머지, 프로듀서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알아요. 아스카한테 들었어요."
"어쩌실 건가요?"
[네 친구도 있었나.]
우리 둘의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지만, 정작 프로듀서는 아무런 걱정도 없는 것 같았다.
생각해둔 것이 있는 것처럼.
[나라고 바보는 아니야. 당연히 카나하 네 생각도 했지.]
그리고 그 생각은, 오래지않아 알 수 있었다.
"뭔데요? 프로듀서."
[카나하 너도 토호쿠에 가야지. 별 수 있어?]
내가... 아스카와 같이 토호쿠에?
따져보면 이게 맞는 일이긴 할 것이다. 아스카가 촬영 때문에 나와 하루 이상 떨어지게 되는 상황이라면 프로듀서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나도 같이 보내거나 일을 안 받는 것 뿐일 테니까.
[일단 스케줄은 조정해 놨고, 부모님이랑 학교에는 이미 말해놨어. 미시로 그 사람한테 말해서 널 보내는 것도 경비로 처리하기로 했고. 아직도 널 좋게 생각하는 모양이더라.]
"네?"
그리고 물론 사전 작업도 이미 되어있는 상태였다.
"오호, 역시 일처리가 빠르시군요?"
[갑자기 생긴 일이었으니, 그만큼 빨리 처리해야 하는 건 당연하잖아. 아무튼 넌 토호쿠에 가서 편하게 놀다 오면 돼. 다른 애들 일이 있어서 난 널 데려다주고 바로 돌아가야 하니까, 나머지는 둘이 알아서 하고.]
"...알겠어요."
[끊을게.]
"네."
토호쿠까지 가야 한다니.
그것도 오늘 당장.
"후..."
마음 편히 관광이라고 생각해보려고 해도,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지가 않는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끌려다녀야만 한다는 게 새삼 실감되었으니까.
"이렇게 됐네. 아무래도 오늘은 너랑 못 어울려줄 것 같아."
안 그래도 너와 보내는 시간이 적어져서 미안한데.
다음에는, 정말로 다음에는 같이 놀아줄 테니까.
+3 이제 아리사는 어떤 말을 할까.
그나저나 이제 아스카한테도 연락해봐야겠지.
저하고는 다음에 같이 놀아도 되지만, 아스카쨩은 카나하쨩에게 떼어놓을수 없는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약간 투덜거릴 수도 있었을 텐데, 언제나 내 옆에 있어주었던 친구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하긴, 나를 이해해주고 있으니까.
"이제 아스카쨩한테 연락해보셔야죠?"
"그래야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프로듀서에게 전화를 걸 때와는 달리 마음에 여유가 생긴 나는 천천히 아스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프로듀서가 아스카한테도 말해뒀을 게 분명하니까, 우린 계획이나 세워두면 되겠지.
[나다.]
거의 신호가 울리자마자,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일이 이렇게 돼서 나도 곤란한 참이다만, 프로듀서가 그래서 활로를 마련해두었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
전화를 받자마자 나를 안심시키는 걸 보면, 내가 불안해할까봐 걱정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추측일 뿐이지만.
"방금 프로듀서한테 들었어."
[운명이 씌워낸 굴레에 엮여 일어난 일이라지만... 어쩐지 미안하군.]
"아냐. 놀러가고 좋지 뭐."
+3 아스카가 할 말.
[일 때문에 오래는 힘들겠지만 가능한 한 둘만의 시간을 보내도록 하지.]
"기대할게."
어쩔 수 없이 가는 거라고 해도, 내 병을 상기시키는 일이었기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고 해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정말로 좋은 일이라서, 기대할 수밖에 없다.
나한테 미리 말해주지 않았던 것쯤은 용서하고도 남을 정도로 기대된다고, 정말.
[나도 기대하는 중이다. 머나먼 객지에서의 밀회라, 꽤 낭만적이지 않아?]
"그래, 그렇네."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 네가 원하는 대로지. 안 그래?]
너무 속 보였나?
그래도 낭만적일 것 같기는 하다.
내가 생각했던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방해 없이 둘이서만 있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그것도 다른 지방에서라니.
꼭 둘이서 여행을 가는 것 같잖아.
"두 분, 이상하게 사이가 좋아지신 것 같은데요? 말투도 약간 사근사근해졌고."
그렇게 내가 대화와 생각 속에 빠져 있을 때, 잊고 있던 나의 친구가 우리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미심쩍은 얼굴로 내 얼굴과 휴대폰을 번갈아 쳐다보며.
[마, 마츠다! 너도 있었던 거냐!]
"당연하죠! 카나하쨩의 위기 상황이었는데!"
아스카가 말이 없어졌다.
뭔가 부끄러워하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지만, 이건 덮어 둘까.
"참, 그런데 언제 출발하는 거야?"
아직도 미심쩍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아리사와 말이 갑자기 없어져버린 아스카 사이에서, 나는 화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궁금한 점을 알아보고자 아스카에게 질문을 던졌다.
[프로듀서한테서 듣지 못한 건가?]
다행히도, 그녀는 다시 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리사는 여전했지만.
"응. 못 들었는데?"
[출발의 때는...]
+3 언제?
널 태우러가
"아, 맞아. 그래야겠네."
2박3일동안 집 밖에 나와있으려면 챙겨둬야 할 게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아스카의 말로 미루어보면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으니 지금 당장 챙기러 가야겠지.
보자, 옷이랑 화장품이랑...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제 시간에 못 맞추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당장 옷 고르는 것만 해도 시간이 엄청 걸릴 판이니까.
...그냥 여행도 아니고, 아스카와 함께하는 여행이니까. 그만큼 신경 써야 해.
그래도 프로듀서가 데려다준다고 했으니까, 아스카랑 따로 출발한다고 생각하면 시간은 넉넉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조금 있다 보도록 하지.]
"알았어. 좀 있다 만나!"
통화를 종료하고 나서, 나는 부리나케 뛰어갈 준비를 했다.
"아리사. 이런 거 부탁해서 미안한데 내 가방이랑 그런 거 나중에 우리 집에 가져다주지 않을래? 그리고 선생님한테 말도 좀 해줘."
"맡겨만 주십쇼!"
이렇게 급한 일이 생겼을 때는 언제나 아리사에게 의지해왔기에,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대부분은 간단한 부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들이었지만 나한테는 충분히 고마운 일들이었으니까.
"잘 놀다 오세요. 대신 다음에는 아리사랑 놀아주시는 겁니다?"
"응! 갔다 올게!"
오늘도 친구와의 추억에는 감사가 쌓여만 간다.
"조금 더 늦게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나왔군."
어라.
이게 어떻게 된 걸까.
"그런데 가방은 어디 있지? 안 가지고 나왔나?"
아리사에게 뒷일을 맡기고 급히 학교를 나오자마자 내가 본 것은 낯익은 차와 그 차의 운전석에 앉아있는 프로듀서, 그리고 뒷좌석에 앉아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아스카였다.
사고가 정지한 상태의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 차에 다가가서 뒷문을 열었다.
뒷좌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스카뿐만이 아니었다.
익숙한, 내 집에 있어야 할 여행가방이 뒷좌석에 놓여있었다.
"어... 이건...?"
"보다시피, 네 짐이다."
"아스카의 짐이랑 다른 걸 싣고보니 트렁크가 다 차서 뒷좌석에 놔둔 거야. 앞으로 옮겨 줄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게 왜 여깄어요?"
내가 질문하자, 프로듀서가 뒤를 돌아보며 유쾌하게 답해주었다.
"누구 말대로, 난 준비가 빨라서 말이지!"
"카나하 네 부모님에게 알리면서 양해를 구해 집 안으로 들어간 다음 필요한 짐을 챙겨왔다. 시간이 조금 부족해서, 미리 움직일 필요가 있었거든."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내, 내 방에 들어갔다 나온 거야?"
"그렇다만."
내가 방을 정리해놨던가?
아니었던가?
아으으, 이럴 줄 알았으면 꾸며놓거나 하는 건데!
+3 ...내 방에 대한 아스카의 감상.
아스카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었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움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네가 볼 땐 귀엽게 느껴졌을지 몰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최선의 모습만을 보이고 싶은 법이잖아.
그런데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자신의 방을 보여 버리다니, 창피하다고.
"후훗, 부끄러워하는 건가?"
"몰라!"
짓궂게도 아스카는 그런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이 쯤 되면 내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일부러 내 방에 들어간 것처럼 생각될 지경이다.
"부끄러워 할 것 없다. 너의 생활공간은 편안한 분위기에 취해버릴 정도로 좋은 곳이었으니까."
"그만 하라니까!"
그렇게 잠깐 동안 투닥거리고 나서, 슬슬 출발해야 한다는 프로듀서의 말을 들은 나는 내 짐을 앞좌석으로 옮긴 다음 아스카의 옆에 앉았다.
내 여행가방 안에 어떤 옷들이 들어있을지 신경 쓰였지만, 그래도 아스카나 엄마가 골라준 옷들일 테니까 최악의 선택까지는 아닐 것이다.
아니지. 엄마가 골라줬다면 별로 안 좋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스카가 골랐다면 그 옷을 입은 내가 보고 싶다는 뜻일 테니까 괜찮겠지.
나중에 생각하자. 옷이 마음에 안 들면 가서 사면 돼!
...생각해보니까 나, 전에 인형 뽑는데 다 써서 돈 별로 없었지.
여러 가지로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가슴에 품은 기대의 불빛은 그대로였다.
"자, 출발한다."
"네."
"어서 출발하자고. 우리들이 발을 내딛게 될 오래된 신세계로."
나는 길을 달리는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멀미가 나는 건 아니었다. 다만 다른 곳으로 떠나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탔을 뿐이었다.
어느덧 평생을 떠안고 가야 할 짐이 만들어낸 불편함도 사라져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그 짐 때문에 불안해하고, 불편해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즐거운 분위기에 나를 온전히 맡길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토호쿠로의 여행, 나를 기다려주고 있던 아스카.
어쩐지 오늘은 깜짝 선물을 잔뜩 받게 되었네.
"...어라?"
그런데 아스카가 나를 기다려주고 있던 것을 생각하자, 무언가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프로듀서와도 어느 정도 관련 있는 의문이었지만, 운전 중인 사람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기에 나는 그 의문을 아스카에게서 해소하기로 했다.
"아스카."
"왜 그러지?"
"통화한 시간상 프로듀서나 네가 나와 통화하고 있었을 때는 출발한 이후란 말이지?"
"그렇지. 문제라도 있나?"
있지. 사소한 문제가.
"프로듀서랑 내가 통화할 때 아스카 너도 같이 있었을 텐데, 그러면 너도 아리사가 나와 같이 있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 때 내가 같이 있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아스카에게서 한 가지 답을 들은 나는, 프로듀서에게 들리지 않도록 아스카에게 다음 질문을 속삭였다.
"그런데 너는 말을 조심하지 않았잖아. 그것 때문에 아리사가 뭔가 낌새를 챈 것 같단 말이야. 혹시 아스카 너, 일부러 그런 거야?"
"그, 그럴 리가!"
아스카는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린 듯, 얼굴이 빨개진 채 소리쳤다.
나는 프로듀서가 이쪽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싶어 운전석을 바라봤지만, 프로듀서는 그냥 친한 아이돌 두 명이 벌이는 해프닝으로 생각했는지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이쪽을 돌아보기는커녕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운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럼 그건 뭐였는데?"
나는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는 프로듀서처럼 프로듀서에게서 주의를 돌려 다시 아스카를 바라보며 추궁했다.
"몰랐으니까! 말했잖아! '그 때 내가 같이 있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아스카의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해보니, 해석에 따라 프로듀서가 나와 통화할 때 아스카는 프로듀서와 같이 있지 않았기에 아리사가 있는 것을 몰랐다는 뜻을 가질 수도 있는 말이었다.
내가 잘못 해석했던 걸까, 아스카의 변명일까.
"그 때 같이 없었던 거야?"
"주유소에 들렀을 때 전화가 왔었다. 프로듀서는 전화를 받자마자 밖으로 나가버려서 나는 그게 카나하 네 전화였는지 알 틈조차 없었고."
그랬던 거였나.
하긴, 아스카가 프로듀서한테 물어보면 바로 들킬 거짓말을 하거나 이렇게 부끄러워하면서까지 고기를 낚으려는 어부처럼 아리사한테 떡밥을 뿌려줬을 것 같지는 않다.
아리사의 위험성은 아스카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
방금 전에도 신세를 졌던 친구한테 위험성이라고 하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네.
"...나는 너의 이해자로서 그런 오해를 참아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에게도 납득되지 않는 점은 분명 존재해. 이번에는 내가 너에게 질문할 차례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납득되지 않는 점? 그, 그게 뭔데?“
"넌 어째서 내가 아니라 프로듀서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던 거지?"
아스카의 역공이 시작되었다.
+3 나의 대답.
+4 아스카의 대답.
뺨이 새빨개져 있다.
나는 굳이 이유를 생각해가며 변명할 이유가 없었기에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를 아스카에게 말했다.
캥길 것이 없었던 나는, 아스카의 질문을 발판삼아 추가적으로 공격을 날렸다.
"그리고 이 문제를 알게 되면 아스카 너는 분명 먼저 나한테 연락해줄 거라고 믿었으니까."
내가 아스카가 나에게 이 일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던 것을 꼬집자, 아스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슬쩍 돌렸다.
창에 비치는 그녀의 얼굴은 때 아닌 저녁놀의 빛이 깔린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솔직히 나 조금 서운해. 왜 그랬던 거야?"
"너도 알다시피, 그것은 갑작스럽게 생겼던 일이었다. 너에게 연락할 겨를이 없었어."
아스카는 여전히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자기 자신을 변호하며 또다시 서운한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난 없는 틈을 만들어내서라도 너에게 그 소식을 전할 책임이 있었다. 연락할 틈이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짓은... 닮아빠진 변명에 불과할 뿐이겠지. 그래. 난 그 때 너에게 연락했어야 했다. 너를 챙겼어야 했다. 너에게 연락해서 이러저러한 일이 생겼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말해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자기변호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이내 자학과 비슷한 것으로 바뀌었다.
아스카는 여전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내 얼굴을 똑바로 보기 힘든 것처럼.
"알고 있으면 됐어. 그리고 어차피 내가 안전할 걸 알고 있었잖아? 그냥 다음부터는 나한테 빠르게 알려주기만 하면 돼. 그렇게까지 자책할 건 없어."
아스카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탓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또한 이렇게 몰아세울 생각도 아니었고.
"하지만 나는 네가 안전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너에게 사과해야만 한다. 네가 언제나 경계해야 하는 폭탄을 떠안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대응책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여겨 네가 겪을 불안감을 무시해버렸으니까."
나는 손을 뻗어 아스카의 손 위에 얹었다.
생각 같아서는 부드럽게 안아주고 싶었지만, 프로듀서도 있었고 또 우리 둘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서 그럴 수는 없으니까 이걸로 만족해야겠지.
"그 정도면 됐어. 그냥 좀 서운할 뿐이었다니까? 왜 그렇게까지 네 탓을 한 거야?"
아스카가 내 괴로움을 알아주는 것은 좋다. 내가 서운하게 생각했던 일에 미안하다며 사과해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나보다 더 괴로워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지금의 너는 너무 멀리 나갔어.
"글쎄... 어쩌면 운명의 악의와 서로의 의지로 엮인 동반자를 신경 쓰지 못한 것을 깨달아버린 사람이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쏟아낸 말이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우리들의 대화는 응어리를 남긴 채 끝나버려, 분위기를 조금씩 어색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무슨 일로 토호쿠까지 가는 거야?"
+3 아스카는 어떤 촬영 때문에 토호쿠까지 가는 것일까.
# 아스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슬쩍 돌렸다.
창에 비치는 그녀의 얼굴은 때 아닌 저녁놀의 빛이 깔린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응. 말한 적 없어.
"단편 드라마 촬영이야."
"단편 드라마?"
내가 되물었다.
"맞아. 일단 저 쪽에서 준 자료를 읽어보기는 했지만, 부족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 아무리 단편 드라마라고 해도 준비할 시간은 있어야 할 테니 촬영 당일에 연락을 하지는 않을 텐데, 오늘에서야 연락을 받은 실정이니까.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생겨서 아스카를 대타로 쓰려고 했던 것 같아."
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프로듀서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게 가장 합리적이니까.
나한테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그래서 제대로 준비도 못 하고 내몰린다면 과연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괜찮아. 아스카 너는 잘 해낼 거야!"
하지만 그녀라면 정말로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에, 나는 걱정하는 아스카를 응원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미소를 띈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나를 믿는 너를 위해서라도 잘 해내야겠군. 이거, 짐이 무거운데?"
그녀가 내 응원을 받아주었다.
"그래. 잘 할 수 있을 거다."
프로듀서 또한 그녀를 응원해주었다.
우리들의 대화는 또 다시 끊겨버리고 말았지만, 분위기는 좋아지고 있었다.
"참, 토호쿠로 가면 하고 싶은 것이나 가고 싶은 곳이 있나?"
좋은 분위기에 힘입어서였을까.
아스카가 즐거워보이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며 끊겨진 대화마저를 곧장 이어갔다.
"응! 있어!"
나는 그녀가 이어낸 대화를 함께 이어나가며, 그것을 씨실과 날실삼아 즐거운 추억이라는 보드라운 기억의 천을 또 하나 자아내기 시작했다.
"카나하."
으응...?
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일어나. 다 왔어. 짐 풀어야지."
"짐...?"
그 누군가... 아니, 아스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자, 눈부신 빛 때문에 찡그린 눈 사이로 낯선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낯선 풍경과 호텔 하나.
"벌써 도착한 거야...?"
"도착했으니까 깨운 게 당연하잖아."
깨워?
...아.
오늘 잠을 설쳐서였는지, 아무래도 차 안에서 잤던 모양이다.
꿈도 꾸지 않고, 편안하게.
앞좌석에 놔두었던 짐을 챙기고나서 먼저 걸어가는 아스카를 뒤따라 호텔로 들어가니, 데스크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프로듀서가 보였다.
"아뇨. 저는 곧 가야 해서요."
"그럼 이 방으로 드릴까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프로듀서는 그 사람에게서 열쇠를 받아들고 나서 우리를 보며 말했다.
"가자. 방 잡아 놨어."
"자. 여기야."
프로듀서를 따라서 간 곳은, 꽤나 아늑해 보이면서도 창 밖으로는 좋은 풍경이 보이는 방이었다.
아마도 여기가 아스카의 방이겠지?
내 방도 이랬으면 좋겠네.
아니지. 프로듀서가 옆 방으로 잡아줬을 테니까 비슷하겠지?
프로듀서는 들뜬 나와 달리 조용히 짐을 풀고 있던 아스카에게 열쇠를 건네주었다.
"그럼 난 가볼게."
그리고, 그 말만을 남긴 채 문으로 향했다.
내 방 열쇠도 전해줘야 한다는 걸 잊어버린 걸까?
"네? 제 방 열쇠는요?"
"네 방도 여긴데?"
하지만 내가 내 방에 대해서 물어보자 돌아온 것은 의외의 대답이었다.
잊어버린 게 아니었어? 내 방도 여기란 말이야?
내가 아스카와 같은 방을 쓴다고?
순식간에 복잡해져버린 머릿속을 정리하는 동안, 프로듀서는 그 날카로운 인상으로 진지하게 방을 하나만 잡은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카나하 너와 관련된 비용은 경비로 처리해주겠지만 자기 선에서 해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면서 되도록이면 적게 쓰라는 미시로 그 사람의 지시가 있었거든. 설령 너희 둘이 함께 있는 걸 다른 사람이 보거나 스캔들이 일어난다고 해도 아스카한테 급하게 일이 생겨서 아스카와 네 일정과 관련해서 생긴 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네가 토호쿠까지 왔다고 둘러댈 수도 있고, 또 전무 측에서도 어느 정도 막아줄 테니까 문제될 건 별로 없지. 거기에 성별도 같으니까 문제는 없잖아?"
분명 현실적인 이유였고, 좋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나도 반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가, 같이 생활하다 보면 서로 이, 이런저런 모습을 보고 말 텐데...
부끄럽다고!
"아무튼 난 바쁘니까 이만 가본다."
그렇게 말하며, 프로듀서는 방을 나갔다.
프로듀서가 나가자, 아스카는 조용히 다가오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짐은 내가 미리 풀어놨으니 좀 쉬어."
"응... 고마워."
"배고플 텐데, 뭐라도 먹을까?"
...넌 왜 이렇게 침착한 거야, 정말.
+3 아직 시간은 좀 있는 것 같고... 일단 뭘 할까.
의 발판
호텔 룸서비스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여러 곳을 돌아다녀보는 게 좋을 것 같았고, 아스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준비를 하면서 내 짐가방의 내용물들을 살펴보니, 챙겨야 할 것은 다 챙겨진 것 같았다.
가장 큰 문제였던 옷들도 내 마음에 드는 옷들이었고.
누가 골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잘 골라놨네.
그럼 어떤 옷을 입어볼까나.
어떤 옷을 입을지는 결국 꽤 오랫동안 고민하고 말았다.
아스카에게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입고 있던 교복을 잘 개어놓은 뒤, 아스카에게 가서 고민 끝에 고른 옷을 보여주며 말했다.
"어때?"
"보기 좋군. 아주 예쁘다."
아스카는 다행히도 내가 고른 옷에 좋은 반응을 보여주었다.
고민했던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른 옷들도 좋게 봐줄까?
기대되네. 후훗.
낯선 곳에서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스카와 함께 여기저기 다니는 것은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여러 가지 풍경, 여러 가지 물건들, 그리고 함께 먹은 길거리 음식들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우리가 함께 여기저기 다녔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토호쿠를 한껏 즐긴 우리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아, 재밌었다. 아스카 너는?"
"아아. 나한테도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
정적.
즐거움의 여운이, 만족스러운 조용함이 우리들의 주위에서 흘러가고 있었다.
"...카나하."
그런 기분 좋은 정적 속에서, 아스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그래?"
"도와줬으면 하는 게 있는데, 괜찮을까?"
물어볼 것도 없어.
언제나 괜찮다고, 나는.
"당연하지. 뭔데?"
"연기 연습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연기 연습이라...
이건 나로서 무리가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아스카가 도와달라고 하는 거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 도움을 바라고 있으니까, 최선을 다해야지!
"알았어."
...그런데 레스토랑에서 연기 연습은 좀 아니지 않아, 아스카?
+2 아스카가 맡은 역할.
+3 내가 연기하는 역할.
(다 써놓고 50분가량 안 올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에 빠져, 자신의 입지와 자신의 감정, 그리고 상대방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톱스타.
"오늘은 일이 너무 많아서요."
그리고 그녀에게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이 자신과 관련된 것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그녀의 매니저.
오랜 시간 함께한 그들의 이야기.
그런데 이런 스토리로 단편 드라마를 만드는 거야, 요즘은?
+2~3 다음 상황... 아니, 대사.
사, 사실 신나게 잤던 게 더 큰 이유지만 말이죠. のヮの
아스카가 다음 대사를 읊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제대로 연습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괜찮아보인다.
"그거야 당신이 바쁘니까 저도 시간이 없는 거죠."
상대의 마음을 모르는 서운한 말.
알 도리는 없었겠지만, 상대도 그걸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서운한 말이겠지.
"저도 쉬고 싶다고요."
"그럼 시간 좀 내봐. 아니면 같이 휴가라도 낼까?"
"지금 일정들이 꽤 많아서 무립니다."
나는 대본에 쓰여있는 대로 차갑게 말하려 노력했다.
내 연기는 과연 어떨까.
도움이 되고 있기는 한 걸까.
그리고 이런 우려와는 별개로, 자꾸만 아스카를 힐끔거리게 된다.
왜 이렇게 아스카가 신경 쓰이는 걸까.
+2~3 다음 대사.
"좋아하시기 때문, 아닌가요?"
매니저는 그녀의 말에 담담하게 대꾸했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앞쪽이 생략된 말.
하지만 매니저를 잘 알고 있던 그녀는 잠깐 씁쓸한 표정을 짓고 나서, 매니저의 말을 긍정했다.
"맞아. 좋아하니까 하는 거지."
일도 좋아하지만, 누군가 또한 좋아하기에.
중의적이지 않은 물음에 던져진 중의적인 말.
"저도 그런 당신을 위해서 이러는 거니까, 이해해주세요."
당연히 그 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매니저는 얄밉게 대답했다.
그녀가 던진 말의 속뜻을 이해하고 그것까지 고려한 듯한 대답에, 그녀의 표정이 잠깐 밝아졌다.
"어련하시겠어."
하지만 그녀가 착각하는 일은 없었다.
+3 다음 상황.
…연기 연습은 빠르게 끝내야겠습니다.
이거, 생각하는게 엄청 힘들어요!
"어쩐지 이 주인공한테는 몰입이 참 잘 돼. 이유가 뭘까?"
그녀가 나를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대강 짐작은 된다. 분명 대본 속의 두 사람과 얼마 전의 우리들을 비교하고 있는 거겠지.
누군가를 좋아해서 그것을 어필하는 한 사람과 그것을 알아주지 않은 상대방.
하지만 나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나는 삐친 표정을 지어보이며 아스카에게 말했다.
"애초에 아스카 네가 자꾸 간만 보고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잖아."
난 그 매니저랑 달리 널 좋아한다는 걸 아주 오래 전에 너한테 알려준 상태였잖아.
그 점을 파고들면서, 조금 투덜거려볼까.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그런 행동만 하고, 제대로 네 마음을 전해줄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러니까 그건 네가 나빴던 거라고."
"난 내 마음을 행동으로 충분히 전했어. 네가 오해하고 있었을 뿐이야."
"그래도 오해하지 않게 빨리 말해줬으면 됐잖아..."
반쯤은 웅얼거림에 가까웠던 나의 말을 끝으로 사랑에 대한 논쟁은 끝이 났다.
애초에 정말로 책임을 물으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말싸움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으니까.
물론 아스카도 마찬가지였겠지.
"아무튼 어울려줘서 고맙다. 역시 혼자 하는 것보다 이 편이 훨씬 낫군."
"응? 벌써 끝이야?"
"설마. 나머지는 돌아가서 다시 하도록 하자고."
하긴. 레스토랑에서 음식 놔두고 연기 연습은 좀 그렇지.
"참, 카나하."
연기 연습을 위해 멈추었던 식사를 재개하기 위해 테이블에 놓아두었던 식기를 집어들던 나에게,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왜?"
"네 연기 말인데..."
+2 (주사위) 나의 연기 점수.
+3 아스카가 할 말.
점점 퀄리티가 내려가는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너무 평소같아서 연기인 줄 몰랐어."
내가 생각해도 꽤나 자연스럽기는 했다.
적어도 뻣뻣하게 대사를 읽기만 한 건 아니었으니 만족스러운 연기였기도 했고.
하지만 아스카의 말이 칭찬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이전의 대화와 연관지어보면 아스카가 방금 한 말은 매니저를 나와 비교하는 말이 될 수 있었으니까.
"그거 칭찬이야, 비꼬는 거야?"
"글쎄? 어느 쪽일지는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치, 모르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그래도 굳이 생각해보자면...
둘 다일까?
"...일단은 칭찬으로 알아들을게."
최대한 좋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나는 나도 모르게 약간 상심한 티를 내며 말했다.
"매우 좋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네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에 나 또한 맡은 역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지."
날 달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본심을 드러낸 것일까.
아스카는 다시 한 번 나에게 고마워했다.
뭐, 못 한 건 아니고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니 좋은 거겠지.
최대한 좋게 생각하자.
"돌아가서도 잘 부탁해."
"응."
그래도 결론은 내가 너한테 도움이 된다는 거네.
다행이야. 짐만 되지 않아서.
+3 다음 상황.
말인즉슨 잘못해서 맞으면 X나 아프단 말이지.
그리고 카나하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손가락으로 훔쳐서 낼름 핥아먹는 아스카쭈앙
사실 음식 자체는 우리가 연기 연습을 하고 있을 때 나왔지만, 연습 때문에 못 먹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였다.
음식은 약간 식어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은 수준을 뛰어넘어 꽤나 맛있었다.
그나저나 프로듀서가 경비 아껴야 한다고 그랬는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니까 조금 미안해지네.
다음부터는 평범한 식당이나 룸서비스로 해결할까?
"맛있나? 보는 내가 즐거워질 정도로 좋은 얼굴을 하고 있군."
열심히 음식을 탐닉하던 나에게 아스카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좋은 말이었지만, 아스카가 나를 지켜보았다는 사실이 상기되어 새삼 부끄러워졌다.
나는 먹던 것을 마저 삼키고 나서 대답했다.
"응."
너와 함께라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았지만, 그런 부끄러운 말은 못 하겠어.
"하긴, 누군가의 우상이라는 신분에도 칠칠치 못하게 이렇게 묻히면서 먹을 정도라면... 짐작할 만 하군."
아스카는 그렇게 말하며, 반쯤 일어서서 몸을 내 쪽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그녀는 내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이 다가온다.
그녀의 손가락이 내 입가에 닿았다.
"헤...?"
아스카는 손가락으로 내 입가를 닦아주고 나서, 그 손가락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예상 외의 상황에, 얼굴이 폭발할 것처럼 뜨거워졌다.
그녀는 태연하게 그런 행동을 하고 나서, 나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아스카 넌 예전부터 이런 행동으로 날 부끄럽게 해왔었지.
그 때는 내 마음을 자극하면서 내 마음의 한구석을 아릿하게 만들었고.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까...
인정하긴 싫지만 좋아 죽겠어, 정말.
"읏..."
...그래도 부끄러워.
내가 나이가 더 많은데 왜 자꾸 리드당해야 하는 거야?
"문제라도 있나? 얼굴이 빨간데."
문제는 없어.
널 좋아하는 게 문제라면 몰라도.
+3 이 다음에는... 누가 또 어떤 일을 할까.
다른 사람이 보진 않았겠지?
부끄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