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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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 346 프로덕션 회사의 2020년 1월 3일 12시 00분 경 본 회의실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표이사 미시로입니다. 본 총회는 상법 및 정관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성립되었으며 법정수에 따른 주주가 출석하였으므로, 임시주주총회 개회를 선언합니다.
처음 아이돌 마스터 시리즈가 탄생한지 15년, 346 프로덕션과 신데렐라 걸즈가 탄생한지 8년. 그 세월 동안 지내왔던 모든 것에 나무 못이 박히는 순간이다.
제1호 의안 : 구조조정
그럼 지금부터 346 프로덕션 구조조정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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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반다이 남코 55%
반다이 남코 엔터테이먼트 22%
반다이 남코 아트 9%
E&D Music Entertainment 9%
기타 주주 5%
"의장님!"
수많은 주주들 속에서 한 남성이 번쩍 손을 들고 의장을 불렀다. 미시로 사장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주 미와 아키히로 입니다. 2017년 발 경제위기 이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던 신데렐라 걸즈 프로젝트도 파행을 맞은지 이미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8년간 저희는 소비자들에게 최선의 컨텐츠를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반다이남코 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된 뒤..."
약속된 제스처, 약속된 대본, 그 뿐이었다. 그의 말에 대부분의 주주들이 미시로 사장과 같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새해에는 혁신적이고 미래 시장에 대처할 수 있는 이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그룹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집행부가 내놓은 안건에 대해서 원안대로 승인할 것을 동의하는 바입니다"
"동의합니다"
모두 같은 표정, 같은 어조로 똑같은 소리를 말하고 있다. 공허한 소리가 주주총회를 가득 메웠다.
"주주 여러분부터 제 1호 의안을 원안대로 승인하라는 동의와 제청이 있었습니다. 의의 없습니까"
"없습니다"
그들은 마치 주일기도문을 읽듯 경건하게, 하지만 신성하지 않게 대답했다.
"고맙습니다. 그럼 제 1호 안건에 대해서 원안대로 승인되었음을 선포하는 바 입니다"
의장은 그 무의미한 손으로 무의미한 것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나무 망치를 들었다. 이제 그녀들과 함께했던 8년이라는 세월이 긴 여행을 마치고 추억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깊은 잠을 자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난... 대체 누구지?
>+3까지
1. 의의 있습니다
2. ......
탕 탕
"이의 있습니다!!!!!"
망치가 두 번 내려쳐질때 크게 소리를 질렀다. 살면서 이토록 소리를 지를 일이 있을까. 너무 큰 소리를 내었는지 머리가 어지럽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임원진부터 다른 주주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다. 미시로 사장이 입을 열었다.
"주주총회에 소란을 피우시면..."
"의장님! 저는 지금 안건에 이의가 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미시로 사장은 눈짓으로 가드들을 불렀다. 건강한 체격의 남성들이 내 근처로 다가왔다. 하지만 더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 나는 그녀들의 프로듀서다. 이대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없다.
3개월 전.
가을 하늘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346 프로덕션의 매니지먼트 부서의 프로듀서로 일한 7년이라는 세월도 기울어가고 있는 때였다. 처음 입사했을 무렵인 20대의 혈기왕성한 청년은 아무 것도 바뀐 것 없이 30대 중반의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 뿐만이 아니라 직장 동료들도, 아이돌들도 같은 세월과 같은 추억을 마시며 어른이 되어갔다.
그의 상관인 이마니시 부장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나이는 내년으로 60이 된다. 맨땅에서 신데렐라 걸즈를 만든 우리들의 아버지가 어느새 원로 취급을 받고 있다. 그의 늘어난 흰머리가 더욱 가슴이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가을이 좋아. 같이 늙어가는 마당에 떨어지는 낙엽이 그렇게 쓸쓸하지만은 않더라고~"
무슨 일인가. 그가 나를 불렀을 때에는 언제나 큰 사건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부장님?"
"무슨 일은~ 그냥 이야기나 하자고 불렀지. 너도 이제 결혼할 떄도 됬잖아?"
>+3까지
1. 얘기해 주세요.
2. 이렇게 부려먹으시는데 언제 결혼을 해요.
그에게 날선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편하다. 비록 그 진의가 궁금하긴 하지만 나 역시 에둘러 이야기를 하는 쪽이 편하다. 그리고 결혼 이야기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주제다.
"이제는 나도 물러날 때가 됐나봐"
"애들이 섭섭해 할걸요"
"늙은이 하나 없어진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다 젊은 남자랑 노느라 바쁠텐데"
일부로 약올리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티를 내지는 않았다.
밤 늦게, 집에서 전화를 받았다. 765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후배다. 술을 먹었는지 말이 어눌하다.
밀리언 라이브 시어터 데이즈의 서비스 종료 선언. 도저히 믿기 힘든 소식이었다. 시어터 데이즈가 출시된지 이제 3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형, 멤버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좋을까? 내일 어떤 얼굴로 출근해야 하는 걸까?"
"......"
>+3까지
1. 아직 765 프로덕션은 건재하잖아. 내년이 되면 분명 다른 프로젝트를 기획할거야.
2. 이미 765 프로덕션은 상황이 힘들잖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3. 도대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정말 그럴까요? 며칠 전만 해도 새 라이브에, 신규 컨텐츠도 만든다고 발표했는데... 이젠 윗분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밀리언 라이브를 종료할때도 마찬가지였잖아? 아이돌 시장은 인적재산이 전부야. 그동안 팬 분들에게 쌓아올린 신뢰가 있는데 하루만에 그걸 뒤집을리가 없잖아. 이럴때일수록 프로듀서가 더욱 정신 차려야지"
사실이 그렇다. 내 생각에는 밀리언 라이브 프로젝트를 끝낼만한 이유가 없었다. 분명 조만간 새 프로젝트가 발표될 것이다.
"중지요?"
마케팅 담당자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2달 밖에 남지 않은 아시아 투어가 갑자기 중지된다니, 대체 무슨 소리인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홍보까지 다 끝난 일정을 갑자기 취소한다니요"
"사장님 지시에요. 그리고 완전히 중지도 아니에요. 담당 기획사가 바뀐 것 뿐이에요"
"바뀌다니 어디요?"
"283 프로덕션이에요"
"......"
>+3 까지
1. 아쉽지만 무슨 사정이 있겠지. 다음에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2.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잠시 숨을 돌릴 겸 밖으로 나왔다. A&R 팀장 나카야마씨가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그는 천상 뮤지션이다. 빨갛고 동그란 안경에 온몸에 피어싱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이상한 아저씨처럼 보이지만, 정작 노래를 들어보면 그 누구보다도 여린 소녀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아이러니한 사람이다.
"오, P씨. 과장이 땡땡이쳐도 되나?"
"안녕하세요, 나카야마씨. 무늬만 과장인걸요"
"그러면 안 돼~ 자부심을 가져야지~ 한 대 안피워?"
"네, 끊은지 오래됐잖아요"
"그랬었지 참"
>+3까지
1. 요즘 별 일 있으세요?
2. 이번에 좀 아쉬운 일들이 많아서요.
3. 시어터 데이즈도 종료되었고 저희 아시아 투어도 갑자기 중지되었어요. 뭔가 아시는 것 없으세요?
"아 그거 들었어. 내년이면 아이돌 마스터도 벌써 15주년이잖아"
"아... 네 그렇죠?"
"본사에서도 무슨 생각이 있겠지~ 난 음악만 하는 사람이라 자세한건 몰라? 오히려 P씨가 더 잘 알지 않아? 이마니시 부장님 부서니까 말이야"
"아... 아하하... 뭐 그렇죠... 그냥 물어봤어요"
"그려? 잘 되겠지 뭐"
"......"
오늘 업무도 대부분 끝났다. 내일부터 신데렐라 걸즈 총선거 기간이니까 나름 바쁘긴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되는구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말이지.
맞아. 아시아 투어가 취소되었다는 것도 말해야지. 가장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으니까. 나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3 까지 높은값. 전화를 걸 아이돌.
"네 과장님"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나를 직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에게 불만은 없었지만 조금 섭섭한 것은 사실이다. 그녀가 나를 부를때마다 그녀와 함께 걸어왔던 지난 시간들, 함께 젊음을 부르짖으며 길거리를 배회하던 두 사람의 모습에 희뿌연 연기가 드리운다.
"......왜요?"
"사장님의 결정인 것 같아.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쥐꼬리만한 회사에서, 매니지먼트 총괄 과장님이 모르는 일이면 대체 누가 안다는 거죠?"
"난 그냥 셀러리맨일 뿐이야. 너무 화내지는 마. 물론 나도 아쉽지만, 기회는 반드시..."
"아시아 투어가 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잘 아시잖아요? 또 모르신다고 웃기만 하실 건가요?"
"나도 안 알아본 게 아니야! 나카야마씨도 모르는 일을 내가 어떻게 알아? 카에데, 너무 흥분하지 마. 우리도 열심히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아......"
"은퇴할게요"
"카에데"
"저도 서른 둘이에요. 언제까지 아이돌 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이번 아시아 투어가 끝나면 중국 엔터테인먼트 사와 연결시켜 준다고 약속했던 것 잊으셨어요?"
"그건 내가 아니라 전무님이 한 약속이야"
"정말 질려요. 너무 질려서 더는 견딜 수 없어요. 아시겠어요?"
>+3까지
1. 회사도 뒤숭숭한데 대체 왜 이래? 아이돌이 하고 싶어서 배우 때려치고 온게 누군데?
2.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날 믿어줘. 전무님에게 잘 설명해 볼게.
3. 너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
"당연하죠"
"난 언제나 카에데, 네 편이..."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는 왜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변했을까. 내가 알던 그녀는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못하는 사람이었다. 예전의 그녀 같았으면 오히려 지금의 내 상황을 걱정해 주었을 것이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데뷔 초기에, 내 전적인 실수로 그녀가 과로로 쓰러진 일이 있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그녀는 그녀 스스로 과도한 스케쥴을 부탁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연히 거짓말이지만 오는 사람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카에데에게 왜 그런 거짓말을 했냐고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이 '수술도 끝났는데 이젠 암술이 되고 싶어요. I'm 술이요. 쿠훗...' 이었다.
아니다. 그녀는, 그 무렵의 카에데는 아이같은 어른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카에데의 나이는 고작 스물 다섯이었다. 일반인이었따면 대학 졸업 후 갓 취업한 신입사원 정도의 나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녀는 346 프로덕션 중에서도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가장 큰 어른 중 한 명이었다. 알게 모르게 나 조차도 그녀들에게 의지하고 큰 부담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을때야 비로소 카에데는 자기 자신의 본래 나이로 돌아간 것이 아닐까.
전무님에게 카에데의 은퇴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 갑작스럽게 중지된 아시아 투어 이야기까지 꺼냈다. 전무는 아무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미시로 전무는 미시로 사장의 딸이다. 346 프로덕션이 처음 창립했을 때부터 사장의 밑에서 모든 일을 맡아서 했다고 한다. 346 프로덕션이 반다이남코 홀딩스에 인수되었을 때에도 사장과 전무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했다. 지금도 이 회사의 모든 일은 미시로 전무에게 보고가 된다. 그녀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걔 계약기간 남아있잖아"
"전속계약... 아직 2년 남아있죠"
"근데?"
"......"
>+3 까지
1. 단지 그녀의 의사를 대신 전해드렸을 뿐입니다.
2.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것은 본인도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자유롭게)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을 조금 더 붙잡으려고 해봤자 별 의미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카에데도 안거죠 여기는 이제 떠나야된다는걸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해, 도대체 어떻게 관리를 했길래 그런 소리가 나와?"
"저어... 설득도 해보았는데,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이고 본인도 이제 떠나야 된다고 생각해서..."
"계약금은? 계약기간은?"
"본인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의사가 단순히 일이 하기 싫다는 것 뿐이야? 이봐, 우리가 자원봉사자야? 당신 일이 그런 일 조정하는 것 아니야? 너가 하는 일이 뭐야! 걔네 대변인이나 하라고 니한테 꼬박꼬박 월급 주는줄 알아!!"
전무는 팔짱을 끼고 나를 향해 소리쳤다.
"......"
"위약금 낼 자신 있으면 나가라고 해"
이 일은, 단순히 카에데가 억지를 부려 책임감도 없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이었나? 아니, 그런 일이 아닌 것쯤은 전무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어진 전무의 말이 바로 본심일 것이다.
"조금 잘나간다고 특별대우 해달라고 할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은퇴하겠다고? 다른 애들은 아직 끝나지도 않은 계약을 지들만 갱신한다고 한게 제작년이야! 이기적이어도 정도가 있어!"
>+3까지
1. 시정하겠습니다.
2. 카에데와의 약속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3, 자유롭게
"뭐?"
"두 분이 협상을 하든 뭘 하든 알아서 하시라구요"
"야, P 과장. 너 말 다했어?"
"그럼 아시아 투어를 파투낸 당신이 이기심을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나는 될대로 대라는 식으로 맞받아쳤다. 전무에게 이토록 모욕을 받을만한 일을 한 적은 기억에 없다. 전무는 기가막힌듯 책상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한 서류 뭉치를 들고 나에게 그대로 던졌다. 서류 종이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계약 서류 어디에 그런 약속이 있지? '본 기획사는 계약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메니지먼트 계약을 이행한다' 외에 뭐가 더 있지?"
사실 잘 모른다. 기가막히게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카에데의 단독 계약 갱신에 참석한 것은 맞다.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카에데는 배우로서 해외 진출을 희망했고 전무는 최대한 고려해 보겠다고 한 말 뿐이다. 그 이상은 이상하게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시아 투어? 반다이남코 본사의 결정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우리 재정 상황에 단독으로 대규모 콘서트를 열 수 있을 것 같아? 재정적 지원이 없으면 너가 은행에 가서 집이라도 담보해서 돈빌려 올거야?"
"그 말이 아니잖습니까"
"그럼 뭔데? 도대체 우리 회사에서 카에데에게 얼마나 더 많은 특권을 줘야하지? 정기 신데렐라 라이브 콘서트도 건강 때문에 불참석, 지방 행사도 본인 이미지 때문에 불참석, 기껏 얻어준 지방 방송사 드라마 캐스팅도 배역 때문에 거절, 뭘 더 해줘야 하지?"
"타협점이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그것 때문에 우리가 입은 피해는 누가 책임질거야. 왜 지난 겨울에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는지 잊었어? 그런데도 카에데는 우리와의 약속을 무시하고 본인의 살길만을 찾고 있어. 대체 누가 이기적이라는 거냐고!"
올 초, 유일하게 글로벌 시장에 제공되었던 신데렐라 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는 공식적으로 일본 외의 모든 시장에서 철수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사실 그것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회계팀에서도 마케팅팀에서도 전무도 모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만 한다. 그것 뿐이었나.
"카에데는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더이상 할 말 없어. 계약을 해지하고 싶으면 법대로 하라고"
"네"
삑
"그럼 이제부터 오프 더 레코드로 하지"
"......"
"카에데, 아직도 걔 만나고 있지?"
"......"
"아직도 문제 많다며. 데이트 폭력? 아마 그런 것이었지? 어때? 새로운 것이라도 있어?"
"......"
"무조건 설득시켜. 알겠지"
>+3까지
1. 네
2. 그럴 수 없어
나에 대해서 그렇게 악담을 해놓고, 카에데에 대한 악담을 해놓고 이제 와서 나보고 설득하라고? 카에데는 분명하게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런 사람에게 더이상 무슨 기대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무 말대로 그렇게 불성실한 사람과 굳이 같이 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계약 해지하고 위약금을 받아내면 그게 더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런 의문을 덮어두고라도 나는 그저 시키는대로 할 뿐이다. 쓸대없는 분쟁은 원하지 않는다. 내 일이 서로의 대화를 전달하는 것 뿐이라면 그렇게 해주지.
무엇부터 해야 할까.
>+1
1. 카에데의 '그 사람'을 만나자
2. 카에데를 직접 만나자
그녀는 지금 누구와 사귀고 있는 사이였지?
>+1 카에데의 그 사람 (여성 아이돌 중 한 명)
미유는 내 생각보다 훨씬 달라져 있었다. 원래도 그녀는 마른 체형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지나치게 수척하게 변해있었다. 그녀의 가녀린 팔은 내가 조금만 힘을 주어도 부러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그녀에게 달려있었다.
"무슨...일이신가요?"
"응, 오랜만이네. 잘 지냈니?"
"네...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나를 사형 선고를 내리러 온 의사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냥, 오랜만에 이야기나 할까 하고..."
"그렇...습...니까?"
워낙 작은 목소리라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차분하자. 내가 온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니다.
>+1
1. 아직 만나고 있니?
2. 자유롭게
미유는 내 한마디에 크게 동요했다.
"......"
"아니 다름이 아니고, 카에데가 좀 힘들어 해"
"......"
"도와줘. 너도 카에데가 이대로 은퇴하는 것은 바라지 않잖아"
"저...는... 아무 것도 몰라요......"
"어... 그래? 난 너희 둘이 아직도 사귀는 줄 알고 있었는데..."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거예요...?"
"다시 한 번 생각해줘... 부탁이야... 미유 너도 알고 있잖아..."
"......"
"이대로 가면 전무가... 다 불어버릴지도 몰라... 카에데가 레즈비언이라고 밝혀지면 그땐 정말..."
"이미 다 끝난 일이에요"
미유는 처음으로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충혈된 한쪽 눈이 더 알기 쉽게 내게 다가왔다.
"그래?"
>+1
1. 아직도 카에데가 널 많이 때리니?
2. 자유롭게
"......"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넌 똑똑하고 바른 여자니까 잘 알꺼야. 너는 지금..."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미유가 손수건으로 입을 감싸고 조용히 흐느꼈기 때문이다. 그 작은 손으로 흘러나오는 눈물과 흐느낌을 막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슴을 파고 드는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그 이후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미 전무의 뜻을 모두 전달했다. 더이상 그 슬픈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미유에게 대충 얼버무리고 나 혼자 카페를 빠져나왔다. 이후의 일은 카에데 본인에게 달린 문제다.
카에데가 눈에 띄게 우울한 목소리로 내게 전한 것은 '성급하게 굴어 죄송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카에데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이걸로 잘 된 것일까. 카에데를 억지로 이 회사에 묶어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거운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새... 이게 다 뭐야...?"
사무소에 왠 새가 한 마리 누워있었다. 누가 이런 짓을 했지?
"프로듀서!"
>+1 사무소에 새를 가지고 온 아이돌
"아... 죄송해요. 금방 치료하고 다시 내보낼 테니까요..."
또 길가에 버려져 있는 새를 가져온 모양이다. 호타루는 남의 불행을 결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길을 지나가다 어려움에 처한 모든 것(사람은 물론이고 동물, 식물 등 정말 지나가다 마주치는 그 모든 것)에 항상 신경을 쓰고 다니고 있다.
비둘기인지 뭔지 모르겠는 것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거의 죽은듯 움직이지 않고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호타루는 어디선가 구급상자를 가져와서 능숙하게 다친 상처를 꿰메고 있다.
"호타루 너 말이야..."
"아 죄송해요...! 저어... 스케쥴은 제대로 확인했으니까요... 오늘도... 오후에는 일이 없었죠?"
"...그렇지"
"하...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해주세요... 잘 듣고 있으니까요"
"......음"
>+1
1. 그 새는 어차피 가망이 없지 않을까
2. 자유롭게
내 말을 듣고 호타루는 깜짝 놀란듯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눈이 동그래져서 무엇인가 입술을 씰룩거리다, 이내 고개를 떨구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알고는 있지만... 키워서는 안 돼요"
"왜?"
"불법이에요... 야생 조류를 포획하는 것..."
생뚱맞은 답변에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호타루랑 어울리지 않는 너무 현실적인 답변이었다. 그녀도 의식했는지 싱긋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길러지지 않은 새들은... 함부로 집에서 키워서는 안 돼요. 자유롭게 날라다니지도 못하고... 사는 곳도 달라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금방 죽어버려요"
"새에 대해서 잘 아는구나"
"그렇지 않아요... 단지 불쌍해서... 인터넷을 찾아 보았을 뿐이에요..."
호타루는 상처를 봉합하고 깨끗히 소독했다. 너덜거리는 곳도 붕대를 감아서 단단하게 고정시켰다. 비둘기인지 뭔지 하는 것은 그제서야 푸드덕대기 시작했다.
"대단한데... 의사 해도 되겠어"
"죽을 거예요..."
"......왜?"
"날개가 부러졌어요... 새는 날지 못하면 죽어버려요... 아무리 상처를 치료해줘도... 먹이를 줘도... 곧 죽을 거예요..."
"......"
>+1
1. 날개를 잃어버린 사람도 똑같이 죽어갈 뿐일까.
2. 어차피 죽을 거면 왜 치료를 해줬어?
3. 자유롭게
"프로...듀서...님..."
살다가 보니 호타루에게 투정을 부릴 일도 생기나 싶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내 앞에 누워 죽어가는 새처럼, 아무 말없이 조용히 흐느끼던 미유의 그 모습이 자꾸만 보이고, 카에데의 모든 것을 놓은듯한 목소리가 자꾸만 들려왔다.
"프로듀서님... 사람은 날개가 없잖아요..."
"그,그랬었지... 미안해 호타루쨩... 이상한 소리를 해서..."
"네?"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다. 아직도 내 마음 깊숙한 공간에서의 그녀는 13살의 작은 소녀일 뿐일까. 나는 바로 정정했다.
"아... 아니 미안해..."
"괜찮...아요..."
다시 고개를 들어 본 그녀는 올해 대학을 갓 입학한 싱긋한 20살의 호타루였다. 언제 이렇게 훌쩍 자라버렸는지 모르겠다. 흰 피부에 아름다운 눈은 여전히 빛나는, 물론 아직 앳된 티가 났긴 했지만, 그녀는 더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간호학과 학생에게 무슨 얘기를 하는 거냐 난... 아하하"
"그렇...지 않아요... 아직 전 모르는 것... 투성이에요..."
"아니야. 이제 사무소의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똑똑할 걸?"
"시키씨나... 아키하씨도 있는 걸요..."
"맞다 그 둘이 있었지, 그러고보니 거의 매일 밤마다 난리였지~ 저 책상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숙제를 서로 도와주던 일 기억나?"
"네......"
초창기에는 아이돌 중에서 어린 미성년자들도 많았기 때문에 늘 사무소는 업무와 학업이 공존했었다. 시험기간에는 레슨 도중에도 벼락치기로 공부를 하고, 안무나 대사보다도 기말고사 암기장을 들고 다니며 달달 외우고 다니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기현상도 벌어지곤 했다. 그럴때면 호타루 같은 성실한 아이들은 유미나 후미카와 같이 믿음직한 대학생 언니들이 개인 교습도 해주곤 했었지...
"그때는 참... 생각해보면 이게 아이돌 사무소인지 학교인지... 하하"
"...그렇...네요..."
"......"
마지막으로 사무실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던 모습을 본 것이 언제일까?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기를 쓰며 무엇인가 실마리라도 찾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무엇인가 벽에 막혀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하지만 바로 어제 있었던 일처럼 애타게 그리워졌다. 그 행복했던 시절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사람의 인생은, 그리고 추억은 늘 그래왔듯이 어느 순간의 기준점 이후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임계점을 맞이하곤 한다.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나는 괴로워했다. 호타루는 앞에 가만히 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흐윽... 죄송...죄송해요... 우윽... 으으으으윽..."
>+1
1. 우리는 분명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
2.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다시 돌아가지 못해
3. 자유롭게
"흐윽... 그냥... 아무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
호타루의 미래, 이루워질 수 있을까?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나는 호타루에게 그렇게 다짐하며 그녀의 떨리는 손을 붙잡아 주었다.
"저어... 과장님..."
치바가 굳은 얼굴로 나를 불렀다. 그는 나와 같은 매니지먼트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3년 전쯤 공채로 입사한 부하 직원으로, 자기 주장이 약하고 열정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는 데레스테의 대부분의 메인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예?"
"그... 총선거 말인데요... 중간 투표 결과가 나왔습니다만..."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거의 일주일 동안 카에데의 건으로 인해 온 신경이 그쪽으로 쏠려있었던 동안 어느새 총선거 기간도 절반이 흘러가고 있다. 그동안 웬일인지 딱히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아 안심하고 있던 참이다. 하지만 치바의 썩어가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그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인데..."
"하아... 정말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는 푸념을 늘어놓으며 서류들을 내 앞에 놓고 가버렸다.
올해로 벌써 9회차인가. 각종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번 만큼은 팬들도 크게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밀리언 라이브 프로젝트의 종료로 팬층도 크게 동요하고 있고, 일간지 등에서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되었지? 투표 결과인가? 가장 상위에 있는 인물은...
>+1 중간 선거 1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까. 예전부터 최상위권에서 항상 1위 후보로 거론되었던 녀석이니까. 지금도 우리 사무소애서 가장 인기가 높은 아이돌을 뽑으라면 제일 먼저 손에 꼽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치바의 걱정은 그쪽이 아니었다.
1위 득표수 : 14,874
한 계정당 하나의 득표만을 인정했다고는 하지만, 중간 결과 1위의 득표가 2만도 되지 않는 것은 처음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모든 참가자의 득표 수 합산이 10만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평균이 50만이었다.
"......액티브 유저는?"
"지난달 이벤트가 4만2천정도 되었습니다"
"......"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피로감과 함께 몸이 꺼져가는 것을 느꼈다. 무기력함, 초조함, 불확실함. 다른 아이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3까지
1. 분명 다른 일시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외적이든 대내적이든...
2. 더이상 버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3. 자유롭게
"...그래요?" 갸웃
"그렇지. 아이돌들에게 가서 좀 격려를 해야겠어. 이런 상황일수록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야지"
"그... 그렇군요... 예 알겠습니다 과장님..."
치바는 내 말을 듣고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무엇인가 납득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자기로 돌아가 버렸다. 저 녀석은 늘상 저런식이다. 할 말이 있으면 제대로 할 것이지...
푸치씨는 아이돌 마스터 커뮤니티에서도 유명인이다. 삼십대 중반의 평범한 회사원인 그는 아이돌 마스터 초창기부터 앨범이며 굿즈며, 콘서트는 안 가본 곳이 없는 골수 팬이다. 라이브 뷰잉이나 굿즈 나눔회 등 각종 오프라인 행사의 총대를 맡은 적도 있고, 공식 팬카페는 물론이고 각종 포털 사이트의 커뮤니티에도 메니저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어 아이돌 마스터 팬이라면 한 번쯤은 다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아이돌 업계, 특히 프로덕션의 내부 사정까지 정보망이 있는 듯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항상 어떤 큰 사건이 벌어지면 푸치씨가 등장해 아무도 모르는 뒷이야기들을 밝히고, 프로덕션에 대해서 강도 높은 비판을 글로 쓰곤 했다. 그는 팬덤계에서 믿을만한 사람, 할 말은 하는 큰 형님 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직 프로듀서에게 들은 346 관련 썰'
푸치씨는 지금 화가 나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때문이었다. 총선거 중간 결과에 대해서 회사 내부 사람들의 의견을 마치 직접 들은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다. 그는 격분한 마음으로 댓글을 써내려갔다.
'막장? 무슨 막장? 아이돌들을 막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막장 아냐?'
'난 저 말에 공감해. 솔직히 막장인 애들 많잖아?'
'그건 한 두 명 정도의 사람만 그렇지, 아이돌 전체가 막장이라는 거야? 아이돌들을 격려해줘? 누가 누구를?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애들을 의지도 없고 노력도 안하는 사람들 취급이나 하고 있잖아'
'그 한 두 명의 사람이 누군데?'
'카에데라거나~'
'너희들도 알잖아? 팬들 핑계로 활동도 제대로 안하고, 매일 구설수에 시달리면서 사생활도 더럽고, 회사 이미지나 실추시키고 다른 아이돌들에게 피해만 주는 인간들 말이야'
'당신이 뭘 알아? 싸구려 주간지의 가쉽 기사나 보면서 나쁘게 말하지 마!'
'푸치씨가 말하는 것이면 납득할 수 있어'
'그럼 어쩌자는 거야'
>+1~2
1. 카에데와 미유 같은 문제있는 사람들 때문에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
2. 자유롭게
아무리 그래도 회사 전체는 아니지. 하지만 아무 이유도 없는데, 팬이 줄을리가 없잖아? 분명한 것은 몇몇 아이돌은 확실한 문제가 있다. 그렇게 생각해.
'뭔가 알고 있는 거라도 있어?'
'누구야?'
>+1 그가 생각한 '문제가 있는 아이돌'
'그렇네? 뭐하고 있어?'
'요즘 밀리터리 관련 유튜브를 하고 있던데'
'엔진도 제작년 앨범 이후로 딱히 활동하고 있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 아키가 말이야, 걔 오빠가 조직폭력배라는 소문이 있어서 소속사랑 트러블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
'그래서 안나오는 거야?'
'그럼 그렇지, 끼리끼리 논다고 엔진의 나머지 애들도 문제 많잖아'
'양아치 본성이 어디 가겠어?'
아키가 나를 부른 것은 의외였다. 아키는 자발적인 활동 중지가 아니었음에도 아이돌로서의 일은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본인의 의지라던가 그런 문제는 없었다. 다만 딱히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았다. 엔진의 새 엘범도 계속해서 발매가 늦춰지고 있었고, 이후의 공연도 없었다. 그럼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항상 346 프로덕션 합동 콘서트가 있을때에는 함께 했었고 데레스테의 추가적인 이벤트에도 항상 참석을 해왔다.
아이돌로서의 아키와는 다르게, 밀리터리 매니아로의 아키는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간간히 밀리터리 관련 잡지에도 인터뷰를 하는 등 얼굴을 비추더니 이젠 아에 자기 소유의 서바이벌 경기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본인의 아이돌로서 인지도도 적극 활용해서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지?
"별일이네, 아키가 먼저 만나자고 한 것은..."
"프로듀서, 그 기사 못보셨어요?"
"음? 기사?"
"아무리 그래도 저도 346 소속인데... 너무한 것 아니에요?"
"미안해, 유달리 신경 쓸 일도 많고 해서..."
아키가 핸드폰으로 보여준 것은 한 인터넷 신문사의 어제 나온 짧은 기사였다.
"...'엔진 출신 야마토 아키, 활동하지 않고 있는 것은 오빠 때문?' 잠깐만... '유명 아이돌인 야마토 아키의 오빠가 사실은 지역에서 유명한 조직폭력배라는 소문이 네티즌 사이에서 돌아... 실제로 그녀의 오빠 A씨는 전과 기록이 있는 범죄자이며...' 뭐야 이게? 어떤 놈들이야?"
"제가 묻고 싶은 거예요. 대체 이게 다 뭐에요? 어머니가 아침에 깜짝 놀라서 전화하지 않았으면 저도 몰랐을 거예요"
"참나... 어이가 없네... 이런 쓰레기 기사는 당장 내리라고 할게"
"그러면 좋겠는데... 어떻게 알려진 건지 전혀 모르겠어요. 오빠 얘기는 프로듀서한테만 얘기했잖아요"
"...그렇지"
아키는 무척 곤란해 보였다. 사실이 그렇다. 그녀의 오빠는 조금의 문제가 있었다. 그건 아키의 데뷔 초에서 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알릴 필요도 없었고, 아키와 그녀의 오빠는 어차피 서로 떨어져 지낸지 오래였다. 두 사람의 오래된, 비밀이라면 비밀일텐데, 대체 누가 이런 기사를 썼을까?
>+1
1. 해당 신문사에 대해서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한다.
2. 굳이 논란을 키울 필요는 없으니 최소한의 조치만 취한다.
3. 자유롭게
구체적인 사항은 법무팀과 상의해 회사의 공식적인 루트를 통하여 항의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일반인을 연예인의 가족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매도하는 것이 말이 될 소리인가. 기사의 철회 여부와 상관 없이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하루가 지난 뒤 신문사에서 답변이 왔다. 적법한 절차와 저널리즘에 근거하여 취재한 내용이고, 기사에 실린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중대한 사항이므로 충분히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대답이다. 연예인 사생활이나 캐는 잡쓰레기 비급 주간지 주제에 말은 거창하다.
후속기사가 뜬 것은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아키의 오빠는 최근 집단적으로 벌어진 대규모 대출 사기를 벌인 조직폭력 집단의 간부로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며 그 피해액만 수십억에 달한다는 보도 내용이다. 기사는 경찰의 발표 자료를 인용하며, 조직폭력단의 간부이자 자금책이었으며 불법자금을 가지고 잠적한 B씨의 신원이 아키의 오빠인 A씨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며 보도하고 있었다.
다음날, 경찰이 아키의 본가를 수색하였고 신원이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추가 기사가 보도되었다. 법무팀은 허위사실 유포죄에서 사실적시 명예회손죄로 고소하기로 방침을 바꾸었다. 그와는 별개로 다른 수십가지의 언론사들이 아키의 오빠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었다. 기사 중에는 346 프로덕션이 최초 보도한 신문사에 대해서 압력을 넣었다는 추측성 보도까지 등장하였다. 밤 늦게, 아키는 실시간 검색서 순위를 오르락 내리락 했다.
며칠 후 아키에게로부터 조직폭력배들이 아키의 영업장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곧장 달려갔다. 건장한 남성들이 아키를 둘러싸고 있었다.
"저기 당신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대여섯의 사람들이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네?"
"여성을 둘러싸고 대체 무슨 짓을 하시냔 말씀입니다! 전 아키의 프로듀서에요. 하실 말씀이 있으면 저에게 하세요!"
무리 중 한 사람이 나와 억울한 듯 대답했다.
"우리가 뭘 했다고 그러세요"
"조직폭력단 아닙니까!"
"아니 아저씨. 우리도 억울한 사람들이에요. 저 사람 오빠 때문에 날린 돈이 얼만줄 아세요?"
"그건 아키의 오빠가 한 것이지 여기서 이래봐야 뭐가 달라집니까! 저흰 아무 것도 몰라요"
"저희도 오죽 답답하면 여기까지 찾아오겠어요. 저희가 무슨 물건을 부셨습니까, 행패를 부렸습니까? 저희는 그냥 이야기를 들으러 왔어요. 그 놈 잡는데 실같은 단서라도 없을까 하고요"
아키가 말했다.
"어쨌든 저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했잖아요! 여긴 엄연히 장사하고 있는 영업장이에요! 손님들이 무서워 하잖아요!"
"아니 야마토씨,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에요! 아이돌 하실때 참 솔직하고 털털한 매력이 있어 좋아했었는데 지금 보니 참 속이 좁으시네요. 공인이시면 적어도 가족이 그런 죄를 저지르고 잠적했으면 최소한 죄송하다고는 해야되는 것이 맞잖아요!"
옆에 사람들이 동조했다.
"맞아요!"
사실 나도, 아키도 저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이 곳에 없다는 것을.
>+1
1. 아키가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
2. 아키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니 경찰에 가서 항의하시라
3. 자유롭게
내가 그 말을 꺼내자, 각자 자기의 일을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아키의 오빠는 대출 사기단의 주도자 급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쳤었는데, 경찰에게 꼬리가 잡히자 다른 조폭들도 속이고 홀로 돈을 챙겨 달아난 모양이다. 결론은 그 오빠를 찾아서 구속시키고 돈을 되찾아야 한다는 뜻인데, 워낙 사람들이 억울하고 흥분했는지 도저히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꼬박 밤이 되어 서바이벌 경기장을 닫을시간이 될때까지 쭉 아무 것도 못하고 그저 하소연만 들어줘야 했다. 겨우 그들의 감정이 풀리고 더 할말이 없어졌을때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키가 말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어요. 아무리 설득하고 경찰을 불러도 그냥 저러고 버티는 거에요. 제가 뭘 알겠어요. 오빠랑은 벌써 몇년동안 연락도 안 돼요. 손님들도 겁내서 도망가시고..."
"당분간은 집에 있는게 어떻겠니?"
"하아..."
아키는 답답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도 답이 있을리가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무가 임직원들을 소집했다. 아키의 건 때문이었다. 전무를 비롯한 많은 직원들이 아키를 일단 모든 활동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전무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활동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실 말이 활동 정지이지 은퇴나 다름이 없다. 가뜩이나 엔진의 활동도 뜸해지고 있는 마당에 사안도 중대하고 아키의 나이도 있으니 이대로 은퇴 수순을 밞을 가능성이 크다.
>+1
1. 동의
2. 동의하지 않음
3. 자유롭게
"이야~ 무서운데? 한 번 잘못했다고 단칼에 베어버리네~"
"지금은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과장도 잘 알거 아냐. 이미 아키의 가수로서 생명은 사형 선고를 받은 거야"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아키의 건은 완벽하게 끝났다. 그렇게 생각했을때 전무가 나를 따로 불러내었다.
"그... 저번에 그 신문사 고소 한 것 말이지"
"네, 그쪽도 변호사를 선임했더군요. 사실이긴 하지만 개인 프라이버시를 함부로 공개하면 안되니까요. 분명 저희가 유리할 겁니다"
"그거 철회하지"
"네?"
"아키는 이미 활동 중지 상태고... 그러면 굳이 고소해서 끝장을 볼 필요도 없어졌잖아? 법무팀을 돌리는 것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고"
"아키는 어떻게 합니까?"
"개인이 알아서 고소하라고 해. 회사에서 더이상 관여할 바가 아니잖아"
>+1
1. 전무의 말이 맞다
2. 그래도 도리가 있다
3. 자유롭게
'잠깐 쉬는 것이 어떻냐고요...? 역시 저를 생각해 주시는 것은 프로듀서님 덕분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샘이야?'
'저도 처음에는 당황을 했었는데... 어디까지나 오빠의 잘못이잖아요. 전국을 뛰어디니며 수색할 겁니다. 그리고 찾아내서 벌을 받게 할 겁니다!'
그 뒤로는 그냥 얼버무렸다. 솔직히 말해서 더 듣기가 싫었다. 지쳤다. 더이상 고통받고 싶지 않다. 아키의 특유의 활기찬 목소리가 듣기 거북했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뭘까?
'사실상 은퇴네. 사과 동영상 봤어?'
'푸치씨가 말한 거 진짜였어. 대단해'
'엔진은 죄다 문제가 많네'
푸치씨는 그렇게 감흥은 없었다. 아직 문제가 많았다.
'아직이야. 아직도 데레스테에는 적폐들이 많잖아? 하는 것도 없이 피해만 주는 암적인 사람들'
'적폐라고 했어 ㅋㅋ'
'다른 아이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인간들, 아키는 불쌍하지만 조약돌 정도일까'
'아직 또 있는 거야?'
>+3까지 주사위 높은 값 , 신데렐라 프로젝트에 걸림돌이 되는 아이돌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 프로듀서를 돼지로 만들려고 해서.
토키코... 날 돼지로 만들게 하지 말아죠...
'자이젠 토키코가 사실은 국내 모 대기업의 손녀딸이라는 소문, 알고 있어?'
'어디인데?'
'10위권 안에 드는 증권사래. 그 회사 내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행폐를 부리고 다니는 것 같아. 임직원들을 마치 자기 하인처럼 부려먹는다지?'
'나도 소문 들었어. 회장의 운전 기사가 하나 있었는데, 토키코가 타고 있을때 뒷자리 문을 한 번 깜박하고 열어주지 않았나봐. 그런데 토키코가 그 운전 기사를 그 자리에서 때리고, 회사에서도 잘라버렸데'
'컨셉이 아니었어?'
'미친거 아니야?'
'그런데 평소의 자이젠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기도 하고'
'자이젠은 걔 팬보고 돼지라고 하잖아. 미친놈들'
'팬 사인회에서도 팬들을 마치 벌레 보듯이 하면서, 악수도 거부했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컨셉이겠지'
'컨셉이 그렇게 자연스럽겠냐?'
'구글링하면 썰만 수십개야. 어떻게 이런 애가 아직도 아이돌이라고 붙어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괜히 걔 때문에 다른 애들까지 사과한 적도 있다고'
"뭐 하세요?"
나는 깜짝 놀라 인터넷 창을 꺼버렸다. 어느새 토키코가 뒤에 와 있었다. 토키코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 왔어?"
"방금 전에요. 무슨 일 있어요?"
"아,아니... 아무 일도... 없어"
인터넷 상에서 토키코에 대한 악플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크게 반응이 왔던 것은 처음이었다. 오죽하면 토키코 본인이 등장하지도 않는 346 프로덕션 관련 기사에까지 토키코에 대한 악플이 있을까. 소규모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대형 포털 사이트에도 토키코에 대한 험담과 헛소문이 떠다니고 있었다. 토키코는 알고 있을까? 조심스럽게 떠보았다.
"으,음... 토키코... 요즘... 괜찮아? 별 일 없지?"
"네? 갑자기 왜... 몸은 괜찮아요"
"응... 그런가..."
토키코는 인터넷에 별 관심이 없으니까 모르는 것일까. 다행이라면 다행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가 지나쳤다. 마치 하나의 밈처럼 '자이젠 시리즈'라는 게시글이 마구잡이로 쏟아지고 있었다. 토키코의 예전 방송 영상들을 악의적으로 캡쳐하고 짜깁기한 이미지들은 하나같이 토키코를 인성 파탄자인 것 처럼 묘사하고 있었다. 심지어 토키코가 무슨 증권사의 재벌 3세라는 등의 말도 안되는 루머들까지 퍼트려진 상황이다.
"......"
토키코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오늘따라 좀 이상한데? 무슨 일인데요~ 뭐 숨기는 거라도 있어요?"
>+1
1. 토키코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한다.
2.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3. 자유롭게
토키코는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버렸다. 이야기를 하는 것이 틀렸을까? 토키코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프로듀서님. 나 인터넷 댓글 같은 거 안 본지 오래됬잖아"
"알고 있어..."
"알고 있기는... 그래서 아이돌 데뷔할때부터 지금까지 스마트폰도 쓰지 않고 있는거 프로듀서님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요?"
"......그래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안 좋으니까..."
"하아... 난 신경쓰고 싶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은 무시하고 살면 되잖아요. 제 이름 거론되는 것 싫어요"
토키코는 딱 잘라서 얘기했다. 토키코는 항상 그런 식으로 대응했었다. 데뷔 초에는 심지어 공연장까지 온 안티팬들도 있었지만, 토키코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냥 눈을 질끈 감고,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뿐이었다.
"그래, 미안해. 내가 예민했던 것 같아"
"알았으면 됐어요"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 되었으면 좋으련만, 사건은 1주일 뒤 도쿄의 한 소극장에서 벌어졌다. 토키코의 싱글 발매와 더불어 드라마 캐스팅 기념으로 열린 소규모 콘서트였다. 약 천 명의 토키코의 팬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팬이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토키코님, 데뷔 때부터 쭉 팬이었어요. 그런데...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인터넷 상에서 얼마나 많은 비방이 올라오는지 아세요? 저희 팬들도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데... 더이상 참을 수 없어요. 어떻게 욕을 하고 있는 것을 지켜만 봐요?"
관중 석에서 일어나서 마이크를 잡고 얘기하는 팬에게, 토키코는 무대 위에서 노골적으로 눈쌀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저기... 언제부터 돼지 따위가... 이 토키코님이 하는 일에 토를 달았지?"
"...지금 상황극 하자는거 아니에요. 토키코님 데뷔 초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 알아요! 솔직히 이거 다 컨셉이잖아요! 토키코님은 그냥 평범한 여자라는 거, 오래된 팬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요!"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뭘 어쩌라는 건데?"
>+1
1. 팬과 토키코, 양쪽 모두 말린다
2. 그냥 지켜본다
3. 자유롭게
"토키코"
토키코는 가만히 나를 흘겨보았다. 무엇이 그렇게 불만이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기실로 향했다.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토키코를 붙잡자 토키코는 팔을 뿌리치며 날카롭게 말했다.
"뭔데요?"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제 멋대로 결정하고 통보할 거면 도대체 왜 물어봤어요?"
"뭐가? 아까 그 팬? 팬미팅 하다보면 가끔 그런 무례한 팬들도 있을 수 있잖아"
"그거 말고! 내가 저번에 얘기 했잖아요! 아무런 대응하지 말라고!"
"도대체 왜 그러는데? 난 이해가 안되서 그래, 사람들이 얼마나 너에 대해서 이상한 말들을 퍼트리고 다니는지 알아?"
"몰라,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1
팬카페는 어떻게 반응하고, 법적인 대응은 어떻게 되는지.
그러거나 말거나 토키코는 상관하지 않았다. 상관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 후 얼마간은 잠잠해 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건은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한 번 대중에게 박힌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불만들은 평소라면 아무 사건도 아닐 일들을 기폭제로 만들어 버리고, 어느 순간 터져버리곤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한 TV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나온 사건이었다. 패션 관련 프로그램에서 토키코를 비롯한 여성 패널들이 나와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패션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 방식의 길거리 토크쇼였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때마침 만난 토키코의 한 팬과의 만남이었다. 토키코는 그 남성 팬에게 계속해서 '돼지'라고 부르고 가끔은 '더럽다' '하찮다'라는 언어를 사용하였다. 거기까지는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 남성 팬을 허리띠로 때리는 시늉을 하며 남성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사실 그것은 토키코와 팬들사이의 늘상 있어왔던 퍼포먼스고 팬서비스였다. 실제로 토키코는 다른 사람을 때리지 않는다. 다만 현장 피디의 지시인지는 모르겠지만 편집이 이상해 정말로 때린 것처럼 묘사가 되었다. 게다가 그 남성 팬은 미성년자였다.
토키코는 원래 그런 이미지였고, 여왕님 이미지는 하나의 컨셉으로 소비되었을 뿐이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트러블은 있었지만 인지도가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었고, 대중들도 그냥 특이한 사람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넘어간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절대 다수의 대중의 의견은 '어떻게 저런 막장 인성을 가진 사람이 이제껏 연예인 생활을 하고 있었는가'였다.
토키코에게 비수를 꽂은 것은 그 후 1주일 뒤, 방송국으로부터 하차 통보를 받은 건이였다. 논란이 된 프로그램 뿐만이 아니라 전혀 관련이 없던 음악 프로그램도 짤렸다. 나는 또다시 전무의 호출을 받았다.
"대응 방식에 뭔가 잘못된 것 아니야? 아키의 사건이 벌어진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았어"
"대응 방식... 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문제가 뭐야?"
>+1
1. 많은 우연이 겹친 것 뿐이다.
2. 누군가 우리 회사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
3. 어차피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다. 터질 일이 터졌다.
4. 자유롭게
전무는 되물었다.
"스파이가 있다면 왜 그런 짓을 하는 건가? 무슨 목적으로?"
"그것은... 다른 프로덕션에서 벌인 일이 아닐련지요..."
"그래? 그렇지 않아도 매출이 수직하강을 하고 있는 우리 회사에, 굳이 그런 공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이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하라는 겁니까?"
"자네, 최근들어서 뭔가 쫒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괜찮은가? 여유를 좀 가지고 천천히 생각해 보게. 구태여 그런 위험한 짓을 대체 누가 하고 있다는 건가? 우리 회사 아이돌을 흠집을 낸다고 대체 누가 이득을 본다는 소리야?"
"......"
"하아... 집안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일이 힘들다면 조금 쉬다 오는 것이 어떻겠나"
쉬다 오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내가 없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아닙니다. 다만,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좀 꺼림직한 부분이 있었다는 말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알겠네. 좀 더 관심을 가져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전무실을 나오는데 토키코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토키코...? 날 기다리고 있던 거야?"
토키코는 말없이 끄덕였다.
"할 말이라도 있어? 사무실로 갈까?"
"......아니요. 밖에서 좀 얘기할 게 있어서..."
"밖에서...?"
"네"
"......알았어"
차 안에서 토키코와 단 둘이 앉아있다. 원래는 저녁이나 먹으면서 이야기를 할려고 했지만, 토키코는 그냥 이 자리가 좋다고 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인데?"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프로듀서님"
"죄송...? 뭐가..."
느닷없이 사과를 하는 토키코, 내가 어리둥절해 하니까 고개를 숙이고 다시 한 번 사과를 하고 있다.
"왜... 왜 그래...?"
"저어... 제가 주제넘게 프로듀서님에게 대들었습니다... 제발 다시 프로그램 출연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뭐?"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좀 더 물어보니 토키코는 내가 그녀를 TV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킨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극구 부인했다.
"그럴리가... 내가 그런 힘이 있을리가 없잖아"
"네에...? 그럼... 저는 왜... 짤린 건가요...?"
"......"
>+1
1. 너의 잘못된 언행 때문에
2. 누군가의 음해 때문에
3. 자유롭게
"......"
토키코는 옆자리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눈매는 무서웠지만 눈빛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무서운 쪽은 토키코 쪽일까?
"누가요?"
"지금은 모르지만, 누군가 분명 토키코를 해코지 할려고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는 것 같아"
"왜요?"
"......그냥 싫은게 아닐까"
"......"
"......"
토키코는 납득할 수 없는 눈치였다.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을까요?"
이미 짤렸는데 어떻게 해. 토키코는 불안한지 연신 자신의 빨간 스커트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짧은 스커트가 조금 말려 들어갈때마다 토키코의 허벅지가 보였다.
"프로듀서님"
"......"
>+1
1. 지금은 조금 기다리는게 어떨까
2. 알겠어. 내가 방송국 PD들에게 얘기해볼게
3. 자유롭게
"그게 언제인데요?'
"......글쎄, 계속해서 지켜봐야지"
"......"
"......"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뭘?"
"그만... 그만 연기하고 싶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건데요?"
"......"
"맘 놓고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어, 언제 어딜 가나 답답해요. 가슴이 짓눌린 것 같다구요!"
"......"
>+1
1. 그만 둬 그럼
2. 조금 쉬면 나아질거야
3. 자유롭게
"...네?"
"네가 원하는대로 해"
"......"
"왜? 더 할 말 있니?"
"......"
"그럼 난 이만 가본다"
나는 차문을 닫고 나왔다. 하기 싫으면 그만 둬야지.
다음날 사건이 터진 것은 새벽 4시 쯤이었다. 부하 직원인 치바였다. SNS에 올린 토키코의 글 때문이었다. 황급히 노트북을 켜고 토키코의 SNS 계정을 확인하였다. 단문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자이젠 토키코입니다.
xx의 ox 프로그램에서 제가 했던 실수들에 대해서 사과하고 싶습니다.
제가 했던 발언, 행동들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로 인해 상처받은 시청자 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그런데 있잖아요?
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처음부터 다 연기였어요.'
'프로듀서가 시켰어요.
가만히 있어도 화난 것 같으니까
차라리 이런 컨셉으로 가보자구요.
전 아무 것도 몰랐어요.
너무 어렸어요.
무섭고 힘들었어요.
PD님도 작가님도 다들 시키기만 했어요.
일부러 더 못되게 굴라고 시켰어요.
전 하기 싫었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은 싫어요'
'죽고 싶어.
미친년 연기를 하다 보니까 나까지 미친 것 같아.
다 사라졌으면 좋겠어.'
"......"
'과장님? 글 보셨어요? 어떡하죠?'
>+1
1. 원하는대로 하게 냅둬
2. 드리어 미쳤구나
3. 자유롭게
(우리도 망할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네.)
경찰이 수면제를 먹고 쓰러진 토키코를 발견한 것은 아침 6시, 긴급히 병원에 후송되었지만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
>+2 까지, 주사위 높은 값. 다음 아이돌
하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 없이, 오늘도 내가 그녀를 모시러 차를 끌고 왔다. 아직도 내가 로드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모모카와 극소수의 아이돌 뿐이다. 오늘은 그녀가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날. 시간이 되자 모모카가 그녀의 아파트에서 나와 나를 찾고 있다. 오늘도 짧게 자른 머리를 질끈 묶었다. 그녀는 그녀의 외모 만큼이나 착실하고 바른 사람이었다. 그녀는 나를 찾자마자 총총거리며 달려왔다. 그녀는 눈 주위가 심하게 부어 있었다.
"프로듀서님"
"모모카, 얼굴이 왜 그래?"
"토키코 언니는 어떻게 되셨나요? 아침에 전화가 와서 깜짝 놀라서..."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 지금은 우선 촬영장에 가야지"
"하지만... 하지만! 언니가 갑자기 왜...? 저번주에 통화했을 때에도 되게 밝았는데... 흐윽! 주말에 같이 놀러가자고... 그랬는데..."
모모카는 진정할 수 없는지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물었다.
"언니 괜찮은 거예요? 혹시... 혹시...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허억... 흐윽..."
>+1
1. 지금은 방송이 먼저다
2. 괜찮을 것이다
3. 자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