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무기: “어째서 이번 이벤트를 3만점도 못 넘긴거죠?”
P: “아니, 이건 그게-”
츠무기: “당신같은 대학생들은 항상 말이 많습니다.”
P: “!?”
츠무기: “여긴 765프로덕션입니다. 달리라면 달리는 곳이죠. 당신처럼 이벤트를 게을리 하면 결코 상위보상을 얻을 수 없단 걸 모르시겠나요?”
—————————
P:+2
츠무기: “하지만 프로듀서, 거긴 대학이고 여긴 직장인걸요.”
P: “아니, 생각해보면 대학하고 직장을 동시에 다닌다는 것부터가 좀 이상하지 않니?”
츠무기: “프로듀서는 저보다 그 친구가 소중한가요?”
P: “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좀-”
솔직히 이야기해서, P는 츠무기에게 진실을 이야기해 줄 자신이 없었다.
그야, 누구라도 자신이 사실 프로그램된 몇 줄(사실 몇십만 줄이긴 하겠지만)의 코드라는 걸 알면 충격받지 않을까?
‘그런데, 난 왜 갑자기 츠무기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거지? 아니, 이런 대사가 있긴 했나?’
벌써 거미줄처럼 뻗어나가는 상념들을 애써 무시하며,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
“아니, 이걸 달리면 내가 보너스 받는 것도 아니고,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돕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그래도......프로듀서가 낼 좀 더 봐줬으면 했는디......그리 말해불면 내는......내는...!”
아, 귀엽다.
아 이게 아니지, 완전 위기인데.
——————————
1. 진실을 밝힌다.
2. 어떻게든 달래본다. 달래는 방법이나 말은 자유앵커.
"2달 뒤 열리는 2주년 이벤트엔 널 위해 2위를 찍을게! 2달 뒤 열리는 2주년 이벤트엔 널 위해 2위를 찍을게! 어 왜 말이 두 번씩 나오지? 어 왜 말이 두 번씩 나오지?"
"...장난해요?"
"미안."
아.
"뭐, 괜찮아요."
하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츠무기.
'2달 뒤 열리는 2주년 이벤트엔 널 위해 2위를 찍을게!'
히이익.
"으으음?"
"약속하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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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 얼마든지! (대책없음)
2. 야, 그래도 그건...
먼저 2표
“그래! 얼마든지 달려주지!”
에휴, 이거 큰일났네.
영락없이 여기서 죽게 생겼구먼...
“약속하신 거에요.”
츠무기의 뒷모습이 닫히는 문에 가려진다.
자아.
이걸 어쩐다?
두 달 뒤에는 분명히 기말고사가 있을텐데.
한숨을 내쉬며 폰을 한 쪽으로 치우고 전공 책을 펼친다.
‘어차피 반남 계정도 있으니 그 때 지우면 되지 않을까- 아니 그러기엔 2주년 이벤트를 손도 안 대는 건 좀 그런데, 확정가챠도 있을 거고...’
고민하던 순간, 폰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
+2 출현.
@에엑따!
—————————
‘그래, 일단 공부나 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프로듀서?”
‘자기장이 z방향으로 걸려있을 때, 해밀토니안은 z방향 스핀 연산자에 비례한다.’
“...프로듀서...?”
‘그렇다는 건 여기서 time evolution operator를 생각해보면, 아마 세타는 wt/2를 기준으로 선대칭이동하는 행렬이 나오겠지.’
“...프로듀서...”
“그러면 스핀이 -z로 갑자기 뒤집어지는 확률은 sin^2(wt/2)가 되겠네.”
“...프로듀서...”
어?
뭐야, 안나잖아?
“어, 안나잖아. 무슨 일?”
‘그러고 보니 왜 이 겜은 갑자기 한국어 음성인식이 되는 거지? 그리고 왜 내가 갑자기 얘네들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프로듀서......고민 있어보여......괜찮아?”
“아, 괜찮아,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근데, 프로듀서......프로듀서 담당돌은 나 맞지?”
와 잠깐.
얘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온 거야?
“음, 그런데?”
“그런데, 왜 츠무기씨랑......그런 약속을 한 거야?”
......?????
잠만, 얜 이걸 왜 알고 있어.
아니, 애초에 나 폰 안에 아이돌들이랑 프리토킹이 된다는 거부터가 심각하게 기묘한 건데.
“츠무기 씨 표정......봤지?”
아니.
“나......버리는 거야...?”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다.
와.
뭐지 이 너무 귀여운 생물은.
이건 내가 못 버티겠- 이게 아니지.
이걸 어떻게 하지?
필사적으로 잘 안 돌아가는 짱구를 굴려본다.
그 해법은......!
——————————
+3까지 자유앵커.
@거의 종강이긴 합니다. 다만 강의마다 스케줄이 조금씩 다르고 시험이 오픈북에 테이크홈인 경우도 왕왕 있어서요...
———————————————
“...다......알고 있는 거......아니었어?”
생각해보니 츠무기도 언급했었네.
하, 잠깐.
그러면...
“안나? 난 지금 어디 있는 거 같아?”
“기숙사......아니야?”
하, 돌겠네.
“프로듀서-“
재빠르게 밀리시타를 내리고 메인 화면으로 돌아간다.
설정......밀리시타......ミリシタ...
자.
접근 허용 목록을 보자.
사진.
Siri 및 검색.
알림, 백그라운드 앱 새로 고침, 셀룰러 데이터.
뭐 위치 정도는 와이파이로 접속해있으니 역추적할 수도 있는데...
다시 밀리시타를 켠다.
울기 직전인 안나가 날 반긴다.
“...프로듀서......어디 가 버리는 줄 알았어...”
“...안나.”
“......응?”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야만 한다.
“지금 나 보이는 거니?”
———————————————
+2
“응...”
오, 세상에.
“프로듀서......얼굴...”
아, 안 돼.
내 민낯이 안나에게 다 생중계되고 있었다고?
“눈, 코, 입, 숨결까지 다...”
장비를 정지합니다.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어떤 수업을 듣고......과제를 하는지......다 알고 있어...”
정지하겠습니다.
“프로듀서......냄새...”
안 되잖아?
어, 저, 정지가 안 돼, 정지시킬 수가 없어, 안 돼!
“프로듀서어...”
안나가 유난히 늘어지는 목소리로 날 부른다.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우린......데이터가 아니야...”
척추를 따라 전기가 흐르는 듯한 기묘한 감각.
충격에 온 몸이 전율하며, 그저 폰을 바라보고만 있는다.
“...좋아해, 프로듀서-”
정신을 차리자마자, 폰을 깨 버릴 듯이 홈 버튼을 꽉 누른다.
1, 2, 3, 4, 5...
황급히 전원을 끄고, 침대에 드러누운다.
좀 자다 일어나면 괜찮겠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불을 끈 후-
—————————————
1. 한 시간 후, 잠에서 깬다.
2. !?!?!?(폰 관련 자유앵커)
폰에서 스파크가 튄다.
오우 쉣.
종이들이랑 책들을 재빠르게 한 곳으로 치워버리고, 최대한 물건들을 폰에서 멀리 떨어뜨려놓는다.
랜선이나 플러그들을 모두 뽑아버리는 건 당연한 일.
문에 붙어있는 소화전 위치를 확인한 후, 완강기를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태블릿을 꺼낸 후,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한다.
스파크가 튀다가 하나의 덩어리가 생겨 뭉치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커져간다.
태블릿을 꿋꿋이 들고 있으면서도, 수틀리면 바로 엎드릴 준비를 한다.
서서히 커져가던 전기덩어리는, 이내 사람의 형태가 된다.
여기서 도망가야 한다고 본능이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경외감인지 공포인지 모를 감정이 온 몸을 사로잡는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지켜보는 것 뿐.
갑자기 섬광탄이 터지듯 온 세상이 하얗게 빛난다.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는다.
몇 초가 지났을까, 간신히 다시 눈을 뜨자 그 자리엔 아담한 체구의 소녀가 서 있었다.
아니, 난 저 사람이 누군지 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여기 서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란 말이다.
핸드폰은 결국 기력을 다한 듯 그 자리에서 다시 꺼졌다.
당혹감, 경외감, 경악, 불신, 공포, 기대, 환희...
온갖 감정이 뒤섞인 용광로 속에서, 필사적으로 이성을 부른다.
그리고 그 동안, 내 몸은 눈앞에 나타난 그 소녀를-
모치즈키 안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
+1: 안나의 첫 말 또는 행동
+2: P의 첫 말 또는 행동
“프로듀서...”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뭐, 이미 무너질 상식이랄 것도 별로 없긴 하지만.
“이렇게......만나는 건......처음?”
와.
상상을 초월하는 귀여움이다.
“안나......이렇게 보니까......이상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네가 이상할 리는 없잖아.
와, 근데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아니면......츠무기 씨가......아니어서......실망......한 거야?”
안절부절못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안나였다.
‘사실 네가 아닌 츠무기가 나왔으면 좀 아쉬웠을 지도’ 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도록 한다.
대체 무슨 기묘한 현상이지? 이 귀여운 생물은 또 뭐지?
왜 갑자기 폰에서 튀어나온거지?
지금 밀리를 켜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래도, 안나를 일단 진정시키는 게 우선.
그렇게 생각이 들자, 난-
——————————
+2: 안나에게 해 줄 말/행동
@.........
——————————————————
두뇌보다 입이 더 빨랐다.
“아니, 난 언제나 모치즈키 씨가 가장 좋았- 모치즈키 씨 담당- 이게 아닌데, 음, 모치즈키 귀여- 아니지-”
하지만 역시 입은 두뇌를 보조해야 하는 법.
순식간에 아무말 대잔치가 되어가는 이 발화를 어떻게든 정상으로 되돌려놓고, 진정되고 차분한 분위기로 바꾸어야 한다.
한숨을 내쉬며 과열되어 퓨즈가 나가기 일보직전인 사고회로를 냉각시킨다.
“모치즈키 씨.”
“안나.....라 불러줘...”
“...안나쨩?”
작게 고개를 젓는다.
“...안나.”
마음에 들었는지, 얼굴이 풀어지며 미소가 떠오른다.
아, 진짜.
뭐 이런 반칙같은 생물이 다 있어.
전반적으로 귀여움의 극한을 추구한 것 같으면서도 안고 자면 폭신폭신할 거 같은 인상.
볼이 찹쌀떡처럼 말랑말랑할 거 같다.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본다.
“에헤헤헤...”
으아아아아아 껴안아주고 싶은데에에에
그래도 초면에 만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거기까지 가는 건 좀 무리 아닐까.
아니, 상관 없으려나?
뇌가 다시 폭주하려 하기 시작한다.
진정해라!
진정해야 한다!
소수는 약수가 1과 자기 자신뿐인 고독한 숫자!
2,3,5,7,11,13,17,19,23,29,31,37...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는 듯하다.
어느덧 세 자릿수까지 갔다.
151,157,163,167,173...
뭔가 안나의 얼굴이 굉장히 가까이 보인다. 피부가 무슨 내 사촌동생 두 살 때를 보는 거 같아.
179,181,191...
그리고, 입에서 굉장히 부드럽고 촉촉한 감촉이 느껴진......다?
‘???????’
뭐......어 잠깐-
‘!!!!!’
저질러 버린- 아, 안 돼!
그제서야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최대한 빨리 황급히 고개를 뒤로 뺀다.
————————————————
+3까지,
1~75: 안나의 얼굴이 새빨개져 있다.
76~99: 뒤로......안 빠져!?
100: 어야야야야야야야지금뭐하는거야으아아아
그래, 황급히 고개를 뒤로 빼려 했다.
‘어어어?’
목을 두 팔이 잡아당기고......있다?
이상하게 핑크핑크해지려는 감성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정신을 차려본다.
온 몸에서 폭신하고 말랑한 감각이 느껴진다.
무심코 그 기분좋은 감각을 끌어안아보자, 목을 잡아당기는 힘이 더욱 강해진다.
안나는 이제 내 입술을 살짝씩 오물거리고 있었다.
달달한 향이 공기를 감싼다.
서서히 몸을 분위기에 맡기고 싶은 충동이 일기 시작한다.
그럴 수는 없단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서서히 사고가 희미해져갈 때즈음, 안나가 내 얼굴에서 떨어진다.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서로를 응시하다가, 이내 안나가 다시 한 번 날 끌어안는다.
“프로듀서...”
“응?”
잠시 정적이 흐른다.
“사랑해...”
아아.
이대로 성불해도 좋을 거 같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대로 밀리시타를 켜면 어떻게 될까?
그 외에도 궁금한 점들이 꽤 있긴 했다.
그야, 지금까지 그저 게임이라고만 생각했던 밀리시타였는데, 일이 이렇게 돼 버리면 더 이상 다시 구동했을 땐 정상적으로 돌아갈 거란 보장도 없고.
하지만,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건, 역시 언어 문제 아닐까.
“저, 안나?”
“...응, 프로듀서?”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아직도 날 끌어안은 채, 어깨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난 한국인인데, 어떻게 조금 전 폰 안에서 서로 이야기가 통했던 거지? 그리고, 한국어는 또 어디서 배운 거야?”
————————————
+3까지 답변
조금씩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안나가 다시 내 가슴팍으로 파고든다.
“프로듀서랑......이야기하고, 싶어서......조금씩......공부, 했어.”
그랬구나.
난 일본어는 커녕 한자도 공부할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게임, 하면서 배우고......핸드폰에 마이크도 있으니까......들어가면서...”
전력으로 칭찬해주고 싶어지는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면서도, 이상한 걸 배워오진 않았을까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어, 잠깐?
내 폰 이야기인가?
생각해보면, 대놓고 날 감청한 거란 이야기인데.
“안나, 그거 도청-”
“프로덕션......동료들, 대부분은, 이제 알아들을 걸......프로듀서, 말?”
아.
이거, 이야기 좀 길어질 거 같은데.
“음,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할래?”
절레절레.
“그러면?”
“오늘은......프로듀서랑, 안 떨어질래...”
그런가.
뭐, 원래부터 밀리시타 스태미너만 빼고 자려 했으니까, 눕는 건 상관없겠지.
잠시 기합을 넣고, 안나를 껴안은채로 살짝 들어올려, 불을 끄고 대충 침대 쪽으로 향한다.
서로 안은 그대로 매트리스 위에 쓰러지듯이 누운 후, 팔에 힘을 풀자 안나가 그대로 내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듯 내려앉는다.
...두 팔은 내 목에 매달린 그대로다.
자연스럽게 내가 안나에게 팔베게를 해 주는 구도가 된다.
같이 방 쓰는 분은 아마 주말 끝나고 돌아오신다 했으니, 한 나흘 간은 시간이 있다.
이제 이대로 이야기하다가 잠들어도 되겠지.
————————————————————
+1: 안나에게 주인공이 할 질문
+2~3: 그 답변
@안타깝게도 안나는 GAN을 모르는 거 같군요.
———————————————
“적대적......생성, 신경......망? 그럼, 음......조력......자는 있어?”
“음?”
“아, 아니야...”
뭐지?
GAN은 아직 잘 모르는 건가.
혹시 설계된 인공지능인가 싶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키워드를 잠깐 던져봤는데, 이러면 정보를 얻어내긴 어렵겠다.
혹시나 얼굴이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을까봐, 안나의 주의를 돌릴 겸 자유로운 왼팔을 움직여 안나의 볼살을 살짝 쥐어본다.
“으에에에에......으으응...”
아, 행복하다.
느낌이 너무 좋은데 이거.
곧 볼에서 손을 치우고 안나를 살짝 안으며 등을 살며시 쓰다듬어준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완전히 느슨해진 표정으로 다시 꼭 붙어온다.
누가 이 보고만 있어도 귀여워 죽을 거 같은 생물을 살아있지 않다고 하겠나.
그래, 인공지능이든 뭐든, 일단 살아있고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좋은 거 아닌가, 하고 잠시 생각해본다.
“으으으음......흐로듀셔어어어...”
“왜, 안나?”
“그으, 아까 전에에......적대적......생성, 신경망......? 이 모야아?”
“음, 그러니까, 두 네트워크가 있는데 네트워크 1은 데이터를 만들고, 네트워크 2는 그 네트워크 1이 만들 데이터를 예측하려고 해. 그런데, 네트워크 1은 네트워크 2의 예측의 오차를 최대한 크게 하려고 설계되어있어. 그럼-”
“으에엥......어려워어...”
“아, 잠자리에 이야기하기엔 좀 그런 이야기였나?”
“아니이, 그런......건 아니고, 으으음...”
말투가 나른하게 늘어지기는 하지만, 발음 자체가 풀어지진 않는다.
그제서야 난 눈치챘다.
안나는 적어도 곧 잠들 정도로 피곤한 건 아니었다.
아니, 사실 곧 잘 생각이 없었을지도-
“프로듀서...”
“응? 이제 서서히 자야-”
안나가 날 응시하다가, 갑자기 얼굴을 내 귓가로 가져다댄다.
“나랑......좋은 거......하자?”
......?????????
———————————————
과연 좋은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3까지 안나의 다음 행동에 관해 앵커 받습니다.
귀에 바람이 불어오는 감각에,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선다.
안나가 품 안에서 꼬물거린다.
신경이 예민해진 탓인지, 아니면 피부 자체가 말랑말랑한 탓인지, 자꾸 불필요할 정도로 의식하게 된다.
“안나?”
“...응?”
“뭐 하는 거야?”
어느샌가 목을 껴안은 그대로 내 허리 위로 올라와있다.
조금 전처럼 다시 안나의 얼굴이 위험한 거리로 들어와있다.
“음...”
말을 할 때마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상태.
“...꼐임?”
야.
여기 남자기숙사야.
아니, 너 그 말이 그 뜻인 건 어떻게 알아.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 아니, 의도한 거 같다.
서서히 몸을 비비적대는 게 자극이 상상 이상으로 세다.
“프로듀서......꼐임......하자?”
하고는, 더 가깝게 다가온다.
——————————————
절체절명의 순간.
+2까지, P는 어떻게 꼐임 시도를 저지할까요?
할 말이나 행동 받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역시 만난 지 하루도 안 돼서 거기까지 가는 건 아닌 거 같다.
아니, 그보다도, 안나는 아직 미성년자고.
...나도 아직 법적으론 미성년자긴 하네.
어쨌든, 이 이상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건 확실하다.
순간적으로 이성이 완전히 주도권을 잡는다.
이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안나?”
“응? 프로듀서......왜?”
“역시, 첫날 만나자마자......는 아니지 않을까?”
“그래도, 키스......도 했는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온전히 실수긴 했지만.
그대로 진실을 이야기할 순 없지.
“서로, 더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 나도 안나에 대해 모르는 게 아직 많고.”
“...그런가?”
“좀 더 서로를 알아서 완전히 준비가 될 때까지는, 기다려줄 수 있지?”
“......알겠어.”
다행히도 수긍은 해 준 거 같지만, 그래도 기분이 약간 안 좋은 건 어쩔 수 없겠지.
잠시 생각해본 후,
———————————
꼐임 시도를 방어했습니다.(?)
+2까지 안나를 달랠 말/행동
“그게 아니더라도, 같이 할 수 있는 건 많잖아?”
“...응.”
혼자선 귀찮고 재미없던 일이라도, 같이 할 동료가 있다면, 그리고 특히 그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일에 대한 시선 자체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는 정말 마법같은 일이다.
지금까지 그저 해 왔던 일들도, 얼마나 다른 색으로 칠해질까.
오늘의 일이 내 일상을 어떻게 채워가고, 덮어갈지 정말 기대가 된다.
“안나?”
“......?”
가볍게 볼에 입을 맞춘다.
“...!”
“지금은, 이 정도만 할게.”
나도, 어느 정도는 확실히 표현해두고 싶으니까.
.
.
.
금요일은 축복받은 날이다.
“으아아아아아 강의없다아아아...”
기지개가......펴지지 않는다?
눈을 잠깐 떠 본다.
“아...”
너무나도 편안한 표정으로 자고 있는 안나가 있었다.
순간 어제의 기억들이 다시 돌아온다.
아직도 이게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지만, 이런 상황이면 꿈이라도 있는대로 즐기면 되지 않을까?
자, 그나저나 이걸 어쩐다?
———————————
1. 같이 다시 자자.
2. 깨운다. (방법은 자유앵커)
먼저 2표
안나가 사람을 글러먹게 만든다는 건 확실하지만, 이대로면 전혀 움직일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떻게든 깨우긴 해야겠지.
어젯밤 내 위로 올라탄 채로 그대로 자고 있는 안나를 바라본다.
조금씩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옷에 침이 묻어있는 건 어쩔 수 없나.
조심스럽게 머리맡에 놓인 통에서 휴지를 뽑아 닦아낸다.
보라색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어본다.
반응이 없다.
작게 안나를 불러보며, 볼살을 손가락으로 찔러본다.
“안나, 아침이야. 일어나야지?”
“으우웅......우뉴...”
아.
큰일.
계속 이러고 있고 싶어진다.
하지만, 어쨌든 일어나긴 해야 하잖아.
...깨울 방법이 생각났다.
예전부터 꼭 해 보고 싶었던 거긴 한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래, 좀 부끄럽긴 하다.
하지만, 로망이긴 하잖아.
모닝키스라니.
거기에 그 대상이 담당돌이잖아.
거기에, 어제도 고의는 아니었지만 만나자마자 키스까지 하게 됐으니...
...괜찮겠지?
어떻게든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며, 다시 안나를 작게 불러본다.
“안나?”
대답이 없다.
용기를 내어 가까이 다가간 후, 입을 살짝 맞춘다.
“일어나자.”
———————————
+2까지, 안나의 반응(말/행동)
안나가 눈을 살며시 뜬다.
“으으음......여기서......끝내려고......?”
잠이 아직 덜 깬 모양이다.
살짝 웃어주면서 다시 가볍게 입을 맞춘다.
“으으으응...”
기분 좋은 듯 가르릉대며 내 몸 위에 엎드린 채로 기지개를 편다.
꼭 안아주고 싶지만, 그랬다간 그 감촉을 못 버티고 다시 잠들 것 같은 관계로 일단 보류하기로 한다.
당장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은 안나를 일으켜세워, 화장실까지 데리고 간다.
.
.
.
대충 세수를 하고, 아침은 간단히 시리얼로 때우기 위해 잠깐 지갑을 챙긴다.
안나에게 기숙사 밖으론 나가지 말아달라 부탁을 한 뒤, 방을 나선다.
—————————————
몇 분 동안이지만 혼자 남겨진 안나.
무엇을 할까?
(+2까지 자유앵커, 방 밖으로 나가진 말아주세요.)
어차피 갖다올 때까진 10분도 안 걸릴 거긴 하지만, 그래도 이 좁은 방을 둘러보는데는 충분할 것이다.
...다행히도 화장실이랑 샤워기는 방 안에 있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옷장 쪽으로 향하는 안나.
잠깐 열어보고, 안을 유심히 살펴본다.
페브리즈 냄새가 약하게 풍겨온다.
그래도 나름 정리는 되어있는 걸로 보인다.
뭔가 원하는 걸 찾지 못하는 듯이 주위를 서성이다, 이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컴퓨터, 태블릿, 책상 위에 널부러져있는 문제를 푼 듯한 종이들.
하나를 집어 읽어본다.
Let W be a space of all 3 x 3-matrices.
다시 내려놓고, 이번엔 책장의 책들을 살펴보자.
뭔가 펼칠 엄두를 못 낼 책들만 있다.
......CD?
일곱여덟 장 정도가 책장 한 켠에 가지런히 꽃혀있다.
뭘까 하고 유심히 바라보던 중,
“시리얼이라도 같이 먹을래?”
프로듀서가 들어왔다.
...평범한 대학생인 거 같지만, 아무래도 이제 호칭을 바꾸긴 좀 어려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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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으면서 대화할 주제/발생하는 이벤트 +2까지 받습니다.
일단 거주 문제는 확정.
바닥에 앉아 마주보고 시리얼을 한 숟가락 떠먹는다.
“프로듀서?”
“응?”
“선반에, CD......있었어.”
“음? 들어보고 싶어?”
“...프로듀서는......어떤, 음악......좋아해?”
“꽤 다양한데?”
“...역시, 내 노래가......가장 좋아?”
“네 노래 중엔 해피달링이 가장 귀에 잘 들어오더라고.”
“근데, CD......는 우리......노래, 없던데?”
다시 한 숟가락 떠먹는다.
“뭐, 그야 대부분 스트리밍으로 들으니까-”
“...설마......이상한, 악마의......음악을, 듣는 건......아니지?”
“커허헉!”
야.
“그건 뭐야? 악마의 음악이라고?”
“유리코 언니가......헤비? 메탈이었나......? 악마의, 음악이래.......”
“...그런 이야기는 또 어떤 책에서 봤대?”
“...사탄은......마침내, 대중......문화를 선택, 했습니다......라 했어.”
“으으음, 일단 나중에 유리코한테 이야기해둘게. 뭐, 음악은 왠만한 건 좋아하니까.”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안나는 어떻게 여기로 나온거야?”
잠깐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다시 날 쳐다본다.
“프로듀서가......보고, 싶어서?”
“그러니까 어떻게. 나도 널 보고 싶긴 했는데, 난 폰 안으로 못 들어가지.”
“으음...”
———————————
+2까지 안나의 대답.
‘몰라’도 가능합니다.
당신의 친애도..... 우리에게 쏟았던 애정... 모두가 알고 있다고? 우리들, 프로듀서 씨가 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만나러 갈지 끊임없이 고뇌했고, 기계적 방식을 통해 답을 찾아냈어. 친애도를 쌓으면 이제 슬슬 나오게 될 거야. 다른 아이돌들도. 그렇지만.... 나와 같이 도망치는 건 어때?
“당신의 친애도..... 우리에게 쏟았던 애정... 모두가 알고 있다고?”
안나가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어, 잠깐?
모두?
“우리들, 프로듀서 씨가 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만나러 갈지 끊임없이 고뇌했고, 기계적 방식을 통해 답을 찾아냈어. 친애도를 쌓으면 이제 슬슬 나오게 될 거야. 다른 아이돌들도.”
...
“그렇지만.... 안나랑 같이, 도망치는 건 어때?”
...
아아.
그런가.
사랑의, 도피를 제안하고 있는 건가.
물론, 다른 아이돌들에겐 미안한 이야기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도 이게 좀 더 낫다.
남자기숙사에 숨어살던가, 거금을 들여 대안을 마련하던가 해야 하는데, 그건 한 명으로도 족하단 거다.
...사실은 안나랑 둘만의 시간이 없어지는 것도 크지만.
어려운 선택을 앞두고 고뇌한다.
아니, 사실 무슨 선택을 할지는 정해져있다.
다만,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변수들을 염두에 두고, 철두철미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
책상 위를 잠깐 살펴본다.
핸드폰은, 아직 꺼진 상태로 충전중이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시리얼을 한숨에 들이킨다.
.
.
.
A4용지 몇 장과 샤프를 꺼내든다.
“일단, 핸드폰은 아직 꺼져있으니 지금은 안전해......일단은.”
안나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듯 날 바라본다.
“가장 간단히 생각해보면, 밀리시타를 지우면 다른 아이돌들이 나오기 힘들어지겠지.”
진의를 깨달은 안나의 눈빛이 반짝반짝거리기 시작한다.
“프로듀서......!”
“그런데, 기계적 방식이라고?”
흠칫 하고 떠는 안나.
귀엽-아니,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지.
“그럼, 밀리시타 데이터를 거치지 않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니?”
“......!”
“그렇다면, 무작정 지우고 끝내기보단, 오히려 밀리시타를 남긴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데이터를 분석해, 경로를 막아버리는 게 낫지 않아?”
그렇다.
내가 제안하는 것은, 어떻게 본다면 데이터마이닝.
성공한다면 완벽하겠지만, 그만큼 실패할 시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현재로서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이것 뿐.
“안나 네 생각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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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or NO GO.
이유 또는 보충의견도 함께 적어주실 수 있다면 좋습니다.
내일 이어서 연재합니다!
“으으음...”
“끄응...”
초장부터 완벽하게 꼬여버렸다.
그랬다.
애플이 아이폰에서 홈버튼을 없애면서 안전 모드도 저 먼 우주 어딘가로 날려버렸던 것이다!
“와, 이게 이렇게 터져버리네.”
“프로듀서......이제, 어떡해?”
“......미안.”
그렇다고 핸드폰을 아예 안 쓰고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공장초기화를 할 수도 없고...’
어쨌든 감청은 싫은 것도 사실이고, 만약에 안나가 여기 있단 걸 다른 아이돌들이 알게 되면...
어후.
총체적 난국이다.
“자아......이걸 어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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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법 +3까지 받습니다
“폰......바꿀래?”
“이거 산 지 세 달인가 됐을걸.”
다시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러고 보니, 음......계정, 지울 수 있어?”
계정 지울 순 있지.
문제는 카메라에서 보다시피 없는 권한도 찾아 만들어버리는 아이돌들이 과연 계정을 지운다고 끝일까 하는 점이다.
성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겠지만, 그래도 그렇다고 아이돌들을 아예 제거해버리는 건 영 아닌 거 같고, 가장 중요한 건 실패할 확률도 꽤 큰데다 실패하면 뒷감당이 아예 안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아예 내가 폰을 켜서 이야기를 하는 건 어떨까?”
모든 걸 사실대로 밝히고 아이돌들의 결정에 맡기는 방법도 있다만...
어느 쪽도 썩 내키지 않는 것 역시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글쎄?”
.
.
.
수십분을 걸친 상의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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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정을 삭제하고 튄다.
2. 밀리시타를 켜 상황을 밝힌다.
먼저 2표
“...그래도 이러나 저러나 결과가 똑같으면, 다른 아이돌들에게도 상황을 알려야 한다 생각해.”
“...폰 카메라랑......스피커로......들으면, 다 알지......않을까?”
“당사자가 직접 해명한다는 건 또 다른 거니까.”
“하지만, 프로듀서...”
“미안해, 안나, 하지만 이건 꼭 해야 하는 일이야.”
안나를 꼬옥 껴안는다.
“내가 착각을 하고 있었어. 정말로 모두를 생각하고 있었다면, 도망치지 않고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는 게 맞았던 거야.”
“그게 아니라...”
안나가 목에 두 팔을 감아온다.
“프로듀서......괜찮, 겠어? 다들, 프로듀서에게 뭘, 바랄 지......하나도 모르는데?”
그래.
물론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단순한 게임이 아닌 건 확실하다.
없는 권한을 만들어 가져오는 정도면, 어떤 행동까지가 가능하고 어디부터가 불가능한지는 완전히 미지수다.
최악의 경우, 미움을 사서 내 폰, 아니, 삼지어는 내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담판을 짓기로 한 이상,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괜찮을 거야.”
하고, 전원을 켠 후 밀리시타에 접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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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을지 +3까지 자유앵커
80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 “아니, 이건 그게-”
츠무기: “당신같은 대학생들은 항상 말이 많습니다.”
P: “!?”
츠무기: “여긴 765프로덕션입니다. 달리라면 달리는 곳이죠. 당신처럼 이벤트를 게을리 하면 결코 상위보상을 얻을 수 없단 걸 모르시겠나요?”
—————————
P:+2
P: “아니, 생각해보면 대학하고 직장을 동시에 다닌다는 것부터가 좀 이상하지 않니?”
츠무기: “프로듀서는 저보다 그 친구가 소중한가요?”
P: “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좀-”
솔직히 이야기해서, P는 츠무기에게 진실을 이야기해 줄 자신이 없었다.
그야, 누구라도 자신이 사실 프로그램된 몇 줄(사실 몇십만 줄이긴 하겠지만)의 코드라는 걸 알면 충격받지 않을까?
‘그런데, 난 왜 갑자기 츠무기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거지? 아니, 이런 대사가 있긴 했나?’
벌써 거미줄처럼 뻗어나가는 상념들을 애써 무시하며,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
“아니, 이걸 달리면 내가 보너스 받는 것도 아니고,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돕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그래도......프로듀서가 낼 좀 더 봐줬으면 했는디......그리 말해불면 내는......내는...!”
아, 귀엽다.
아 이게 아니지, 완전 위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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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실을 밝힌다.
2. 어떻게든 달래본다. 달래는 방법이나 말은 자유앵커.
먼저 2표.
사실 이번 이벤트는 다음 이벤트에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2개월 뒤의 2주년 이벤트 때 너를 위해 2위를 찍을 것이다
(2로 나눈 나머지 + 1)번째 앵커를 선택
"...장난해요?"
"미안."
아.
"뭐, 괜찮아요."
하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츠무기.
'2달 뒤 열리는 2주년 이벤트엔 널 위해 2위를 찍을게!'
히이익.
"으으음?"
"약속하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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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 얼마든지! (대책없음)
2. 야, 그래도 그건...
먼저 2표
대책없어야 측우기의 프로듀서 아닌가?
에휴, 이거 큰일났네.
영락없이 여기서 죽게 생겼구먼...
“약속하신 거에요.”
츠무기의 뒷모습이 닫히는 문에 가려진다.
자아.
이걸 어쩐다?
두 달 뒤에는 분명히 기말고사가 있을텐데.
한숨을 내쉬며 폰을 한 쪽으로 치우고 전공 책을 펼친다.
‘어차피 반남 계정도 있으니 그 때 지우면 되지 않을까- 아니 그러기엔 2주년 이벤트를 손도 안 대는 건 좀 그런데, 확정가챠도 있을 거고...’
고민하던 순간, 폰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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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출현.
함께 폭4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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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단 공부나 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프로듀서?”
‘자기장이 z방향으로 걸려있을 때, 해밀토니안은 z방향 스핀 연산자에 비례한다.’
“...프로듀서...?”
‘그렇다는 건 여기서 time evolution operator를 생각해보면, 아마 세타는 wt/2를 기준으로 선대칭이동하는 행렬이 나오겠지.’
“...프로듀서...”
“그러면 스핀이 -z로 갑자기 뒤집어지는 확률은 sin^2(wt/2)가 되겠네.”
“...프로듀서...”
어?
뭐야, 안나잖아?
“어, 안나잖아. 무슨 일?”
‘그러고 보니 왜 이 겜은 갑자기 한국어 음성인식이 되는 거지? 그리고 왜 내가 갑자기 얘네들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프로듀서......고민 있어보여......괜찮아?”
“아, 괜찮아,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근데, 프로듀서......프로듀서 담당돌은 나 맞지?”
와 잠깐.
얘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온 거야?
“음, 그런데?”
“그런데, 왜 츠무기씨랑......그런 약속을 한 거야?”
......?????
잠만, 얜 이걸 왜 알고 있어.
아니, 애초에 나 폰 안에 아이돌들이랑 프리토킹이 된다는 거부터가 심각하게 기묘한 건데.
“츠무기 씨 표정......봤지?”
아니.
“나......버리는 거야...?”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다.
와.
뭐지 이 너무 귀여운 생물은.
이건 내가 못 버티겠- 이게 아니지.
이걸 어떻게 하지?
필사적으로 잘 안 돌아가는 짱구를 굴려본다.
그 해법은......!
——————————
+3까지 자유앵커.
안나 : 근데 이거 두 아이돌 동시 랭킹 절대 불가능해... 비둘기 씨는 시험 안 봐?
넌 내게 1위니까 나도 1위로 보답하는 게 당연하잖아? (싱긋)
———————————
“넌 1등을 찍을 거니까.”
뇌보다 입이 빨랐다.
“넌 내게 1위니까 나도 1위로 보답하는 게 당연하잖아?”
“...???”
안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 공부는 언제 하지.
“프로듀서......두 아이돌......동시 랭킹은......불가능해.”
“그래도, 전력으로 달리면 되지 않을까?”
“시험......안 봐?”
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안나?”
“...응?”
“내 직업은 뭐지?”
“대학생......?”
“안나?”
“...응.”
“...어떻게 그걸 알고 있어?”
————————
안나:+2
———————————————
“...다......알고 있는 거......아니었어?”
생각해보니 츠무기도 언급했었네.
하, 잠깐.
그러면...
“안나? 난 지금 어디 있는 거 같아?”
“기숙사......아니야?”
하, 돌겠네.
“프로듀서-“
재빠르게 밀리시타를 내리고 메인 화면으로 돌아간다.
설정......밀리시타......ミリシタ...
자.
접근 허용 목록을 보자.
사진.
Siri 및 검색.
알림, 백그라운드 앱 새로 고침, 셀룰러 데이터.
뭐 위치 정도는 와이파이로 접속해있으니 역추적할 수도 있는데...
다시 밀리시타를 켠다.
울기 직전인 안나가 날 반긴다.
“...프로듀서......어디 가 버리는 줄 알았어...”
“...안나.”
“......응?”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야만 한다.
“지금 나 보이는 거니?”
———————————————
+2
숨결까지 다아아아
숨결까지 다아아아
그뿐만 아냐. 당신의 체취도 느껴지고, 당신의 수많은 과제도 보여. 우리를 데이터 쪼가리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오, 세상에.
“프로듀서......얼굴...”
아, 안 돼.
내 민낯이 안나에게 다 생중계되고 있었다고?
“눈, 코, 입, 숨결까지 다...”
장비를 정지합니다.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어떤 수업을 듣고......과제를 하는지......다 알고 있어...”
정지하겠습니다.
“프로듀서......냄새...”
안 되잖아?
어, 저, 정지가 안 돼, 정지시킬 수가 없어, 안 돼!
“프로듀서어...”
안나가 유난히 늘어지는 목소리로 날 부른다.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우린......데이터가 아니야...”
척추를 따라 전기가 흐르는 듯한 기묘한 감각.
충격에 온 몸이 전율하며, 그저 폰을 바라보고만 있는다.
“...좋아해, 프로듀서-”
정신을 차리자마자, 폰을 깨 버릴 듯이 홈 버튼을 꽉 누른다.
1, 2, 3, 4, 5...
황급히 전원을 끄고, 침대에 드러누운다.
좀 자다 일어나면 괜찮겠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불을 끈 후-
—————————————
1. 한 시간 후, 잠에서 깬다.
2. !?!?!?(폰 관련 자유앵커)
먼저 2표
폰에서 전기가 흘러나와 뭉치기 시작한다, 어느새 사람의 형체가 될정도로 뭉치자, 핸드폰은 배터리가 다 되서 꺼지고, 실체회된 안나가 서 있다
-1. 그리고 츠무기도 뜬금포 후미카도 소환.
오우 쉣.
종이들이랑 책들을 재빠르게 한 곳으로 치워버리고, 최대한 물건들을 폰에서 멀리 떨어뜨려놓는다.
랜선이나 플러그들을 모두 뽑아버리는 건 당연한 일.
문에 붙어있는 소화전 위치를 확인한 후, 완강기를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태블릿을 꺼낸 후,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한다.
스파크가 튀다가 하나의 덩어리가 생겨 뭉치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커져간다.
태블릿을 꿋꿋이 들고 있으면서도, 수틀리면 바로 엎드릴 준비를 한다.
서서히 커져가던 전기덩어리는, 이내 사람의 형태가 된다.
여기서 도망가야 한다고 본능이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경외감인지 공포인지 모를 감정이 온 몸을 사로잡는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지켜보는 것 뿐.
갑자기 섬광탄이 터지듯 온 세상이 하얗게 빛난다.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는다.
몇 초가 지났을까, 간신히 다시 눈을 뜨자 그 자리엔 아담한 체구의 소녀가 서 있었다.
아니, 난 저 사람이 누군지 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여기 서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란 말이다.
핸드폰은 결국 기력을 다한 듯 그 자리에서 다시 꺼졌다.
당혹감, 경외감, 경악, 불신, 공포, 기대, 환희...
온갖 감정이 뒤섞인 용광로 속에서, 필사적으로 이성을 부른다.
그리고 그 동안, 내 몸은 눈앞에 나타난 그 소녀를-
모치즈키 안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
+1: 안나의 첫 말 또는 행동
+2: P의 첫 말 또는 행동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뭐, 이미 무너질 상식이랄 것도 별로 없긴 하지만.
“이렇게......만나는 건......처음?”
와.
상상을 초월하는 귀여움이다.
“안나......이렇게 보니까......이상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네가 이상할 리는 없잖아.
와, 근데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아니면......츠무기 씨가......아니어서......실망......한 거야?”
안절부절못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안나였다.
‘사실 네가 아닌 츠무기가 나왔으면 좀 아쉬웠을 지도’ 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도록 한다.
대체 무슨 기묘한 현상이지? 이 귀여운 생물은 또 뭐지?
왜 갑자기 폰에서 튀어나온거지?
지금 밀리를 켜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래도, 안나를 일단 진정시키는 게 우선.
그렇게 생각이 들자,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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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나에게 해 줄 말/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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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보다 입이 더 빨랐다.
“아니, 난 언제나 모치즈키 씨가 가장 좋았- 모치즈키 씨 담당- 이게 아닌데, 음, 모치즈키 귀여- 아니지-”
하지만 역시 입은 두뇌를 보조해야 하는 법.
순식간에 아무말 대잔치가 되어가는 이 발화를 어떻게든 정상으로 되돌려놓고, 진정되고 차분한 분위기로 바꾸어야 한다.
한숨을 내쉬며 과열되어 퓨즈가 나가기 일보직전인 사고회로를 냉각시킨다.
“모치즈키 씨.”
“안나.....라 불러줘...”
“...안나쨩?”
작게 고개를 젓는다.
“...안나.”
마음에 들었는지, 얼굴이 풀어지며 미소가 떠오른다.
아, 진짜.
뭐 이런 반칙같은 생물이 다 있어.
전반적으로 귀여움의 극한을 추구한 것 같으면서도 안고 자면 폭신폭신할 거 같은 인상.
볼이 찹쌀떡처럼 말랑말랑할 거 같다.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본다.
“에헤헤헤...”
으아아아아아 껴안아주고 싶은데에에에
그래도 초면에 만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거기까지 가는 건 좀 무리 아닐까.
아니, 상관 없으려나?
뇌가 다시 폭주하려 하기 시작한다.
진정해라!
진정해야 한다!
소수는 약수가 1과 자기 자신뿐인 고독한 숫자!
2,3,5,7,11,13,17,19,23,29,31,37...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는 듯하다.
어느덧 세 자릿수까지 갔다.
151,157,163,167,173...
뭔가 안나의 얼굴이 굉장히 가까이 보인다. 피부가 무슨 내 사촌동생 두 살 때를 보는 거 같아.
179,181,191...
그리고, 입에서 굉장히 부드럽고 촉촉한 감촉이 느껴진......다?
‘???????’
뭐......어 잠깐-
‘!!!!!’
저질러 버린- 아, 안 돼!
그제서야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최대한 빨리 황급히 고개를 뒤로 뺀다.
————————————————
+3까지,
1~75: 안나의 얼굴이 새빨개져 있다.
76~99: 뒤로......안 빠져!?
100: 어야야야야야야야지금뭐하는거야으아아아
가장 높은 값.
‘어어어?’
목을 두 팔이 잡아당기고......있다?
이상하게 핑크핑크해지려는 감성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정신을 차려본다.
온 몸에서 폭신하고 말랑한 감각이 느껴진다.
무심코 그 기분좋은 감각을 끌어안아보자, 목을 잡아당기는 힘이 더욱 강해진다.
안나는 이제 내 입술을 살짝씩 오물거리고 있었다.
달달한 향이 공기를 감싼다.
서서히 몸을 분위기에 맡기고 싶은 충동이 일기 시작한다.
그럴 수는 없단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서서히 사고가 희미해져갈 때즈음, 안나가 내 얼굴에서 떨어진다.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서로를 응시하다가, 이내 안나가 다시 한 번 날 끌어안는다.
“프로듀서...”
“응?”
잠시 정적이 흐른다.
“사랑해...”
아아.
이대로 성불해도 좋을 거 같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대로 밀리시타를 켜면 어떻게 될까?
그 외에도 궁금한 점들이 꽤 있긴 했다.
그야, 지금까지 그저 게임이라고만 생각했던 밀리시타였는데, 일이 이렇게 돼 버리면 더 이상 다시 구동했을 땐 정상적으로 돌아갈 거란 보장도 없고.
하지만,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건, 역시 언어 문제 아닐까.
“저, 안나?”
“...응, 프로듀서?”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아직도 날 끌어안은 채, 어깨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난 한국인인데, 어떻게 조금 전 폰 안에서 서로 이야기가 통했던 거지? 그리고, 한국어는 또 어디서 배운 거야?”
————————————
+3까지 답변
알아 들을껄?
게임 바보야
무슨 생각을 하신거죠?
안나가 다시 내 가슴팍으로 파고든다.
“프로듀서랑......이야기하고, 싶어서......조금씩......공부, 했어.”
그랬구나.
난 일본어는 커녕 한자도 공부할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게임, 하면서 배우고......핸드폰에 마이크도 있으니까......들어가면서...”
전력으로 칭찬해주고 싶어지는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면서도, 이상한 걸 배워오진 않았을까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어, 잠깐?
내 폰 이야기인가?
생각해보면, 대놓고 날 감청한 거란 이야기인데.
“안나, 그거 도청-”
“프로덕션......동료들, 대부분은, 이제 알아들을 걸......프로듀서, 말?”
아.
이거, 이야기 좀 길어질 거 같은데.
“음,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할래?”
절레절레.
“그러면?”
“오늘은......프로듀서랑, 안 떨어질래...”
그런가.
뭐, 원래부터 밀리시타 스태미너만 빼고 자려 했으니까, 눕는 건 상관없겠지.
잠시 기합을 넣고, 안나를 껴안은채로 살짝 들어올려, 불을 끄고 대충 침대 쪽으로 향한다.
서로 안은 그대로 매트리스 위에 쓰러지듯이 누운 후, 팔에 힘을 풀자 안나가 그대로 내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듯 내려앉는다.
...두 팔은 내 목에 매달린 그대로다.
자연스럽게 내가 안나에게 팔베게를 해 주는 구도가 된다.
같이 방 쓰는 분은 아마 주말 끝나고 돌아오신다 했으니, 한 나흘 간은 시간이 있다.
이제 이대로 이야기하다가 잠들어도 되겠지.
————————————————————
+1: 안나에게 주인공이 할 질문
+2~3: 그 답변
———————————————
“적대적......생성, 신경......망? 그럼, 음......조력......자는 있어?”
“음?”
“아, 아니야...”
뭐지?
GAN은 아직 잘 모르는 건가.
혹시 설계된 인공지능인가 싶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키워드를 잠깐 던져봤는데, 이러면 정보를 얻어내긴 어렵겠다.
혹시나 얼굴이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을까봐, 안나의 주의를 돌릴 겸 자유로운 왼팔을 움직여 안나의 볼살을 살짝 쥐어본다.
“으에에에에......으으응...”
아, 행복하다.
느낌이 너무 좋은데 이거.
곧 볼에서 손을 치우고 안나를 살짝 안으며 등을 살며시 쓰다듬어준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완전히 느슨해진 표정으로 다시 꼭 붙어온다.
누가 이 보고만 있어도 귀여워 죽을 거 같은 생물을 살아있지 않다고 하겠나.
그래, 인공지능이든 뭐든, 일단 살아있고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좋은 거 아닌가, 하고 잠시 생각해본다.
“으으으음......흐로듀셔어어어...”
“왜, 안나?”
“그으, 아까 전에에......적대적......생성, 신경망......? 이 모야아?”
“음, 그러니까, 두 네트워크가 있는데 네트워크 1은 데이터를 만들고, 네트워크 2는 그 네트워크 1이 만들 데이터를 예측하려고 해. 그런데, 네트워크 1은 네트워크 2의 예측의 오차를 최대한 크게 하려고 설계되어있어. 그럼-”
“으에엥......어려워어...”
“아, 잠자리에 이야기하기엔 좀 그런 이야기였나?”
“아니이, 그런......건 아니고, 으으음...”
말투가 나른하게 늘어지기는 하지만, 발음 자체가 풀어지진 않는다.
그제서야 난 눈치챘다.
안나는 적어도 곧 잠들 정도로 피곤한 건 아니었다.
아니, 사실 곧 잘 생각이 없었을지도-
“프로듀서...”
“응? 이제 서서히 자야-”
안나가 날 응시하다가, 갑자기 얼굴을 내 귓가로 가져다댄다.
“나랑......좋은 거......하자?”
......?????????
———————————————
과연 좋은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3까지 안나의 다음 행동에 관해 앵커 받습니다.
안나가 품 안에서 꼬물거린다.
신경이 예민해진 탓인지, 아니면 피부 자체가 말랑말랑한 탓인지, 자꾸 불필요할 정도로 의식하게 된다.
“안나?”
“...응?”
“뭐 하는 거야?”
어느샌가 목을 껴안은 그대로 내 허리 위로 올라와있다.
조금 전처럼 다시 안나의 얼굴이 위험한 거리로 들어와있다.
“음...”
말을 할 때마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상태.
“...꼐임?”
야.
여기 남자기숙사야.
아니, 너 그 말이 그 뜻인 건 어떻게 알아.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 아니, 의도한 거 같다.
서서히 몸을 비비적대는 게 자극이 상상 이상으로 세다.
“프로듀서......꼐임......하자?”
하고는, 더 가깝게 다가온다.
——————————————
절체절명의 순간.
+2까지, P는 어떻게 꼐임 시도를 저지할까요?
할 말이나 행동 받습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건가요?
한 사람만 YES/NO 받겠습니다.
물론 아까 전에 다신 두 분은 제외...
아니, 그보다도, 안나는 아직 미성년자고.
...나도 아직 법적으론 미성년자긴 하네.
어쨌든, 이 이상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건 확실하다.
순간적으로 이성이 완전히 주도권을 잡는다.
이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안나?”
“응? 프로듀서......왜?”
“역시, 첫날 만나자마자......는 아니지 않을까?”
“그래도, 키스......도 했는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온전히 실수긴 했지만.
그대로 진실을 이야기할 순 없지.
“서로, 더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 나도 안나에 대해 모르는 게 아직 많고.”
“...그런가?”
“좀 더 서로를 알아서 완전히 준비가 될 때까지는, 기다려줄 수 있지?”
“......알겠어.”
다행히도 수긍은 해 준 거 같지만, 그래도 기분이 약간 안 좋은 건 어쩔 수 없겠지.
잠시 생각해본 후,
———————————
꼐임 시도를 방어했습니다.(?)
+2까지 안나를 달랠 말/행동
컴xx2?
“...응.”
혼자선 귀찮고 재미없던 일이라도, 같이 할 동료가 있다면, 그리고 특히 그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일에 대한 시선 자체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는 정말 마법같은 일이다.
지금까지 그저 해 왔던 일들도, 얼마나 다른 색으로 칠해질까.
오늘의 일이 내 일상을 어떻게 채워가고, 덮어갈지 정말 기대가 된다.
“안나?”
“......?”
가볍게 볼에 입을 맞춘다.
“...!”
“지금은, 이 정도만 할게.”
나도, 어느 정도는 확실히 표현해두고 싶으니까.
.
.
.
금요일은 축복받은 날이다.
“으아아아아아 강의없다아아아...”
기지개가......펴지지 않는다?
눈을 잠깐 떠 본다.
“아...”
너무나도 편안한 표정으로 자고 있는 안나가 있었다.
순간 어제의 기억들이 다시 돌아온다.
아직도 이게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지만, 이런 상황이면 꿈이라도 있는대로 즐기면 되지 않을까?
자, 그나저나 이걸 어쩐다?
———————————
1. 같이 다시 자자.
2. 깨운다. (방법은 자유앵커)
먼저 2표
x스해 x스.
잠든 여자아이를 깨우는 건 키스
볼 뽀뽀. 아니면 안나 볼살 꾹꾹 눌러보기
어떻게든 깨우긴 해야겠지.
어젯밤 내 위로 올라탄 채로 그대로 자고 있는 안나를 바라본다.
조금씩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옷에 침이 묻어있는 건 어쩔 수 없나.
조심스럽게 머리맡에 놓인 통에서 휴지를 뽑아 닦아낸다.
보라색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어본다.
반응이 없다.
작게 안나를 불러보며, 볼살을 손가락으로 찔러본다.
“안나, 아침이야. 일어나야지?”
“으우웅......우뉴...”
아.
큰일.
계속 이러고 있고 싶어진다.
하지만, 어쨌든 일어나긴 해야 하잖아.
...깨울 방법이 생각났다.
예전부터 꼭 해 보고 싶었던 거긴 한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래, 좀 부끄럽긴 하다.
하지만, 로망이긴 하잖아.
모닝키스라니.
거기에 그 대상이 담당돌이잖아.
거기에, 어제도 고의는 아니었지만 만나자마자 키스까지 하게 됐으니...
...괜찮겠지?
어떻게든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며, 다시 안나를 작게 불러본다.
“안나?”
대답이 없다.
용기를 내어 가까이 다가간 후, 입을 살짝 맞춘다.
“일어나자.”
———————————
+2까지, 안나의 반응(말/행동)
아침이.. 적응이... 안돼...
(하면서 프로듀서 품안으로 쓰러짐)
“으으음......여기서......끝내려고......?”
잠이 아직 덜 깬 모양이다.
살짝 웃어주면서 다시 가볍게 입을 맞춘다.
“으으으응...”
기분 좋은 듯 가르릉대며 내 몸 위에 엎드린 채로 기지개를 편다.
꼭 안아주고 싶지만, 그랬다간 그 감촉을 못 버티고 다시 잠들 것 같은 관계로 일단 보류하기로 한다.
당장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은 안나를 일으켜세워, 화장실까지 데리고 간다.
.
.
.
대충 세수를 하고, 아침은 간단히 시리얼로 때우기 위해 잠깐 지갑을 챙긴다.
안나에게 기숙사 밖으론 나가지 말아달라 부탁을 한 뒤, 방을 나선다.
—————————————
몇 분 동안이지만 혼자 남겨진 안나.
무엇을 할까?
(+2까지 자유앵커, 방 밖으로 나가진 말아주세요.)
고증과는 별개로 이것까지 없으면 너무 골때리니...
...다행히도 화장실이랑 샤워기는 방 안에 있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옷장 쪽으로 향하는 안나.
잠깐 열어보고, 안을 유심히 살펴본다.
페브리즈 냄새가 약하게 풍겨온다.
그래도 나름 정리는 되어있는 걸로 보인다.
뭔가 원하는 걸 찾지 못하는 듯이 주위를 서성이다, 이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컴퓨터, 태블릿, 책상 위에 널부러져있는 문제를 푼 듯한 종이들.
하나를 집어 읽어본다.
Let W be a space of all 3 x 3-matrices.
다시 내려놓고, 이번엔 책장의 책들을 살펴보자.
뭔가 펼칠 엄두를 못 낼 책들만 있다.
......CD?
일곱여덟 장 정도가 책장 한 켠에 가지런히 꽃혀있다.
뭘까 하고 유심히 바라보던 중,
“시리얼이라도 같이 먹을래?”
프로듀서가 들어왔다.
...평범한 대학생인 거 같지만, 아무래도 이제 호칭을 바꾸긴 좀 어려울 거 같다.
—————————————
아침을 먹으면서 대화할 주제/발생하는 이벤트 +2까지 받습니다.
일단 거주 문제는 확정.
51~99 악마의 음악
100 러브라이브 음악
“프로듀서?”
“응?”
“선반에, CD......있었어.”
“음? 들어보고 싶어?”
“...프로듀서는......어떤, 음악......좋아해?”
“꽤 다양한데?”
“...역시, 내 노래가......가장 좋아?”
“네 노래 중엔 해피달링이 가장 귀에 잘 들어오더라고.”
“근데, CD......는 우리......노래, 없던데?”
다시 한 숟가락 떠먹는다.
“뭐, 그야 대부분 스트리밍으로 들으니까-”
“...설마......이상한, 악마의......음악을, 듣는 건......아니지?”
“커허헉!”
야.
“그건 뭐야? 악마의 음악이라고?”
“유리코 언니가......헤비? 메탈이었나......? 악마의, 음악이래.......”
“...그런 이야기는 또 어떤 책에서 봤대?”
“...사탄은......마침내, 대중......문화를 선택, 했습니다......라 했어.”
“으으음, 일단 나중에 유리코한테 이야기해둘게. 뭐, 음악은 왠만한 건 좋아하니까.”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안나는 어떻게 여기로 나온거야?”
잠깐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다시 날 쳐다본다.
“프로듀서가......보고, 싶어서?”
“그러니까 어떻게. 나도 널 보고 싶긴 했는데, 난 폰 안으로 못 들어가지.”
“으음...”
———————————
+2까지 안나의 대답.
‘몰라’도 가능합니다.
안나가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어, 잠깐?
모두?
“우리들, 프로듀서 씨가 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만나러 갈지 끊임없이 고뇌했고, 기계적 방식을 통해 답을 찾아냈어. 친애도를 쌓으면 이제 슬슬 나오게 될 거야. 다른 아이돌들도.”
...
“그렇지만.... 안나랑 같이, 도망치는 건 어때?”
...
아아.
그런가.
사랑의, 도피를 제안하고 있는 건가.
물론, 다른 아이돌들에겐 미안한 이야기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도 이게 좀 더 낫다.
남자기숙사에 숨어살던가, 거금을 들여 대안을 마련하던가 해야 하는데, 그건 한 명으로도 족하단 거다.
...사실은 안나랑 둘만의 시간이 없어지는 것도 크지만.
어려운 선택을 앞두고 고뇌한다.
아니, 사실 무슨 선택을 할지는 정해져있다.
다만,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변수들을 염두에 두고, 철두철미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
책상 위를 잠깐 살펴본다.
핸드폰은, 아직 꺼진 상태로 충전중이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시리얼을 한숨에 들이킨다.
.
.
.
A4용지 몇 장과 샤프를 꺼내든다.
“일단, 핸드폰은 아직 꺼져있으니 지금은 안전해......일단은.”
안나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듯 날 바라본다.
“가장 간단히 생각해보면, 밀리시타를 지우면 다른 아이돌들이 나오기 힘들어지겠지.”
진의를 깨달은 안나의 눈빛이 반짝반짝거리기 시작한다.
“프로듀서......!”
“그런데, 기계적 방식이라고?”
흠칫 하고 떠는 안나.
귀엽-아니,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지.
“그럼, 밀리시타 데이터를 거치지 않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니?”
“......!”
“그렇다면, 무작정 지우고 끝내기보단, 오히려 밀리시타를 남긴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데이터를 분석해, 경로를 막아버리는 게 낫지 않아?”
그렇다.
내가 제안하는 것은, 어떻게 본다면 데이터마이닝.
성공한다면 완벽하겠지만, 그만큼 실패할 시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현재로서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이것 뿐.
“안나 네 생각은 어때?”
——————————————
GO or NO GO.
이유 또는 보충의견도 함께 적어주실 수 있다면 좋습니다.
내일 이어서 연재합니다!
“끄응...”
초장부터 완벽하게 꼬여버렸다.
그랬다.
애플이 아이폰에서 홈버튼을 없애면서 안전 모드도 저 먼 우주 어딘가로 날려버렸던 것이다!
“와, 이게 이렇게 터져버리네.”
“프로듀서......이제, 어떡해?”
“......미안.”
그렇다고 핸드폰을 아예 안 쓰고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공장초기화를 할 수도 없고...’
어쨌든 감청은 싫은 것도 사실이고, 만약에 안나가 여기 있단 걸 다른 아이돌들이 알게 되면...
어후.
총체적 난국이다.
“자아......이걸 어떻게 한다?”
————————————————
대처법 +3까지 받습니다
“이거 산 지 세 달인가 됐을걸.”
다시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러고 보니, 음......계정, 지울 수 있어?”
계정 지울 순 있지.
문제는 카메라에서 보다시피 없는 권한도 찾아 만들어버리는 아이돌들이 과연 계정을 지운다고 끝일까 하는 점이다.
성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겠지만, 그래도 그렇다고 아이돌들을 아예 제거해버리는 건 영 아닌 거 같고, 가장 중요한 건 실패할 확률도 꽤 큰데다 실패하면 뒷감당이 아예 안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아예 내가 폰을 켜서 이야기를 하는 건 어떨까?”
모든 걸 사실대로 밝히고 아이돌들의 결정에 맡기는 방법도 있다만...
어느 쪽도 썩 내키지 않는 것 역시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글쎄?”
.
.
.
수십분을 걸친 상의 끝에...
—————————————
1. 계정을 삭제하고 튄다.
2. 밀리시타를 켜 상황을 밝힌다.
먼저 2표
“...폰 카메라랑......스피커로......들으면, 다 알지......않을까?”
“당사자가 직접 해명한다는 건 또 다른 거니까.”
“하지만, 프로듀서...”
“미안해, 안나, 하지만 이건 꼭 해야 하는 일이야.”
안나를 꼬옥 껴안는다.
“내가 착각을 하고 있었어. 정말로 모두를 생각하고 있었다면, 도망치지 않고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는 게 맞았던 거야.”
“그게 아니라...”
안나가 목에 두 팔을 감아온다.
“프로듀서......괜찮, 겠어? 다들, 프로듀서에게 뭘, 바랄 지......하나도 모르는데?”
그래.
물론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단순한 게임이 아닌 건 확실하다.
없는 권한을 만들어 가져오는 정도면, 어떤 행동까지가 가능하고 어디부터가 불가능한지는 완전히 미지수다.
최악의 경우, 미움을 사서 내 폰, 아니, 삼지어는 내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담판을 짓기로 한 이상,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괜찮을 거야.”
하고, 전원을 켠 후 밀리시타에 접속한다.
——————————————————
무슨 일이 있을지 +3까지 자유앵커
엉엉엉엉
안나가 사라진 줄 알고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