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자유가 눈 앞에 있어.
앞으로 몇 발짝. 몇 발짝만 앞으로 더 내딛는다면 그것을 쟁취할 수 있다고.
정말로 쉬운 일이야.
아니, 정말 쉬운 일이야?
학교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일이?
하지만 난 정말로 지쳤는걸.
"헤이! 거기 소년!"
소년?
붉은 단발의, 꽤 귀여워보이는 소녀 한 명.
언제 여기까지 올라온 거지?
"지금 당장이라도 마음을 고쳐먹고 이리 오시게, 소년!"
웃기시네.
파란색 리본, 너 2학년이잖아.
3학년한테 무슨 소년 타령...
이게 아니지.
"...무슨 상관이야."
"우연히 올라온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을 발견했는데 그냥 놔둔다니. 무서워라, 무서워라! 이 천사같은 아카네쨩은 그런 짓 못 한다고!"
"천사는 무슨. 난 지쳤어..."
방해자에 대한 반발심과 함께 내딛어진 한 발자국.
그래, 이제 얼마 안 남았...
"에잇!"덥썩
"우왓?!"
가, 갑자기 무슨 짓이야, 이게!
"무슨 짓이야! 위험하잖아! 이거 놔!"
"그러는 그 쪽이야말로! 자꾸 그렇게 흔들다간 이 아카네쨩마저 같이 떨어져버릴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만들고 싶어?"
"놓으면 될 거 아냐!"
"그러니까! 떨어지려는 사람을 놓을 수 있겠냐고!"
결국 교착 상태 발생.
나는 편하게 이 세상을 하직하지도 못 하는 거냐.
편한 일이 없어, 편한 일이.
"그러니까, 애들이 너무 괴롭혀서 죽기로 했단 말씀?"
결국 옥상 중앙까지 끌려나온 채 고개를 끄덕.
"바보 아냐! 아카네쨩이 목숨을 버릴 각오로 구해낸 사람이 바보라니, 충격! 충격! 대충격이야!"
"난 진지했다고! 사소한 걸로 트집이 잡혀서 날 죽일 듯이 굴고, 그게 벌써 1년...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어! 선생이건 뭐건 다 그 망할 놈들이랑 한 패였다고! 정말 지금 당장 죽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단 말이야!"
처음 보는 애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아무튼 처절한 자기 변명이네.
다시 생각해보니 자살은 조금 무섭구만.
...그렇지만 이걸 더 겪어야 한다니.
그게 더 무섭네. 망할.
"여기 있잖아? 믿어줄 사람."
"뭐...?"
"자아 자아, 그러니까 이야기해보라고?"
이게 중학교 졸업까지 1년만을 남겨두었던 어느 날의 일.
그 때 친해진 소녀의 이름은 노노하라 아카네.
다른 애들의 눈치 속에서도 나와 어울려주던 고마운 후배.
덕분에 악착같이 버텨서 결국 졸업할 수 있었지. 졸업 직전에는 관심이 없어졌는지 괴롭힘도 없어졌었고.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연락을 받아주다니, 정말 고마운 녀석이야.
그리고 2년 후의 지금은...
"응?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실까아? 이제는 학교에서도 이 귀여운 아카네쨩을 볼 수 있어서 감격했어?"
얼마 전,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왔지.
이 녀석은 어째 바뀌는 게 없네.
뭐, 나는 이 녀석 덕분에 조금 바뀌었으려나.
"감격은 무슨."
"그렇게 차갑게 굴면 아카네쨩, 외로워서 죽어버린답니다?"
"네가?"
"그야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학교잖아? 이 학교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직 P쨩밖에 없고~"
나 같은 것도 아니고 너라면 빠르게 친구를 사귈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참, 그거 기억나?"
"그거라고 하면 어떻게 알아?"
"그거 있잖아, 그거! 아아아아아주 예전에, P쨩과 처음 만난 날에 내가 했던 이야기!"
무슨 이야기를 말하는 건지, 원.
솔직히 그 날의 기억은 방금 전의 그게 다인데.
"새 학교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다면 정말로 유쾌한 스쿨 라이프를 만들어주겠다고 했잖아!"
"그랬던가?"
"그랬다고!"
하지만 지금은 괴롭힘당하고 있지도 않으니까 충분히 좋은 스쿨 라이프인데 굳이 유쾌해질 필요가 있는지 참 의문이다, 야.
"우후훗. 만나고 싶었어요. 여기서 다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요. 잘... 부탁드려요?"
쭈뼛거리면서 미소를 짓는 시라이시.
악의 없는 악마의 미소가 따로 없군.
"...너,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알아?"
"당연히 알고 있어요. 그래서 잘 부탁드린다고 했던 거예요. 예전에 있던 일들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제대로 마주해서..."
"거기 둘, 전학생이 와서 반가운건 알겠는데 곧 수업 시작하니까 너무 떠들지 말지 그르냐?"
사실 이 녀석이 나한테 사과할 일은 아닌데 말이지.
그저 내가 우연히 시라이시와 만나서 우연한 기회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걸 우연히 알게 된 시라이시를 좋아하던 놈이 우연을 가장해 나를 지옥으로 밀어넣었을 뿐이잖아?
네 사과 따위는 필요 없지. 그렇고말고.
...그렇다고 해도 사건의 근원이 바로 옆에 있으니 기분이 더럽긴 하구만.
젠장, 옛날 생각 난다.
수업이 끝나고 찾아온 쉬는 시간. 예상대로 급우들이 옆자리에 찾아와 신입생에게 친한 척을 한다.
바로 옆에 있는 나를 무시하는 듯한 이 상황에서 벗어나 수업 종이 칠 때까지 교실 밖을 방황하고 싶지만, 왠진 몰라도 교실 문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알짱거리는 아카네라는 녀석 때문에 진퇴양난이다.
왁자지껄, 와글와글.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시라이시에게 승냥이 떼처럼 달라붙는 급우 녀석들.
시라이시는 당황한 기색이 보이긴 했지만 침착하게 녀석들이 하는 말들에 응수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지만 겉도는 나와는 확연하게 다른 이 온도 차이라니.
하아, 이렇게 무시당하는 것만 같은 이딴 상황은 질색인데, 이 교실에서 정말 벗어나고 싶구만.
"후우..."
정말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러고 싶은데 말이지.
...교실 문 앞에서 자꾸 알짱거리는 아카네만 아니었다면.
좀 전부터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저기 서서 이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지금 녀석한테 걸리면 또 유쾌한 스쿨 라이프니 뭐니 하면서 날 귀찮게 할 게 뻔하단 말이지.
하아, 수업 종이 칠 때까지 어디 얌전한 곳에 틀어박혀 있고 싶은데.
진퇴양난이야, 진퇴양난.
"야, P! 넌 시라이시한테 물어볼 거 없어?"
"...딱히 없어."
겉돌고 있다고는 해도 인식이 나쁘지는 않아서 이렇게 말을 걸어와주는 녀석들이 친절한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너의 그 친절이 정말로 부담스럽구나.
젠장. 그냥 아카네한테 붙들리는게 좋으려나.
아니면 나가서 확 도망쳐버려?
"그래서, 여기까지 끌려와 줬으니까 말이나 좀 들어보자. 네 계획이란게 뭔데?"
"P쨩의 유쾌한 스쿨 라이프를 위한 작전... 그 두 번째!"
예감이 별로 좋지 않은데.
"귀여운 여자친구를 사귀어서, 이른 나이에 아빠가 되어보는 건 어떄?"
"기.각."
딱!
"아야야..."
"누구 인생 망칠 일 있냐?"
"우우... 장난인데..."
장난이 너무 나갔다고, 너!
나 참, 아빠가 된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좀 생각해보고 그런 장난을 쳐라.
"그래도 앞 부분은 장난이 아니라고? 귀엽고 귀여운 여자친구를 사귀어본다거나?"
"왜 네 작전은 자꾸 여자친구를 만드는 쪽으로 가는 건데?"
"그거야 여자친구 하나 없는 P쨩의 위험할 정도로 잿빛인 청춘이 불쌍하니까?"
"너, 너한테 그런 동정 받고 싶지 않아!"
애초에 나는 여자친구를 안 만드는 거라고!
...못 만드는 것도 있지만.
"...그리고 다른 애들한테는 별로 흥미 없어."
"그, 그 말은 P쨩이 노리고 있는 사람은 이 귀여운 아카네쨩이라는 소리?!"
"아니야!"
"하지만하지만하지만, 아카네쨩이라면 특별히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언제든지 P쨩의 여자친구에 입후보해줄 수 있다고?"
"여자친구 없다고 안 죽어."
"오오? 드디어 이 귀여운 아카네쨩을 쓰다듬을 마음이 생긴 거야? 어때? 아카네쨩을 쓰다듬은 감상은? 응? 응?"
"부드럽고 폭신폭신."
"칭찬 감사요~ 더 쓰다듬어도 괜찮다구?"
"아냐. 됐어."
"에에~? 그만두는 거야?"
네가 암만 항의해와도 더 쓰다듬을 생각은 없어.
"그래서, 어쩔 거야? 우중충하고! 우울한! 잿빛 청춘을 보낼 거야? 아니면 아카네쨩과 함께 만들어가는 유쾌한 생활을 노려볼 거야?"
"아, 내가 졌다, 졌어. 그래. 어디 한번 내 학교생활을 유쾌하게 만들어 봐."
"얏호~! 그럼 여자친구부터-"
"단, 연애에는 정말로 흥미 없으니까 다른 쪽으로 계획 잡아."
"하지만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인거얼~!"
좋은 방법이라고 해도 난 정말 흥미 없다고.
...하아, 남의 마음도 몰라주는 녀석 같으니.
차라리 저 녀석의 행동 때문에 착각해버렸다면 더 편했을 텐데.
신입 부원에게 인형을 보여주며 동아리의 목적을 알려주는 아카네 부장(?).
츠무기는 인형을 받아 들고는 아카네와 인형을 번갈아가며 관찰하더니 P를 향해 당신은 이런 스타일이 좋은 거냐며 물어온다.
인형의 모티브(?)가 옆에 있으니 험담은 못 하겠고, 그냥 그럭저럭 귀엽다고 생각한다 답하지만 어째서인지 츠무기의 표정은 조금 시무룩해 보이는데.
방금 그건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오해할만한 대화라고, 시라이시.
우리야 아카네가 방과후에 모이라고 해서 모이는 것 뿐이지만, 다른 애들 눈에는 그게 어떻게 비치겠어.
"......?"
"......!"
봐, 지금도 수군거리잖아.
하여간 수군거리기 좋아하는 녀석들이라니까.
"빨리 가자."
그리고 빨리 여기서 벗어나자고.
"그럼, 이제 방과후의 첫 부활동을 시작해볼까?"
"아직 신청서도 안 냈잖아."
"하지만 구색은 갖췄으니까 상관없지 않아?"
구색을 갖췄다고?
"...부실도 없어서 복도에 천 깔고 앉은 이 상황이 어딜 봐서 구색을 갖춘 거냐, 이 덜떨어진 부장아!"
"오홍? P쨩, 말은 그렇게 해도 부장 취급은 착실히 해 주는구만?"
"비꼬는 거다!"
앞으로의 동아리 활동도 이런 식이라면 정말 피곤하겠어.
유쾌하긴커녕 피곤한 학교생활이 되어버릴 거라고.
"아무튼, 아카네쨩 인형 동아리의 첫 부활동은 바로 이 아카네쨩 인형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
"직접 만드는 건가요."
"응, 응. 그 편이 아카네쨩 인형에 애정을 갖기 쉬우니까, 이것은 지금까지 아카네쨩 인형을 만들어온 이 아카네쨩을 제외하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야! 자아, 자. 못 만들어도 넓은 아량으로 포용해줄테니까 어서 만들어보라구?"
"만들어보라고 해도, 이 상태라면 사실상 꿰메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닌가요?"
그건 그렇네.
아카네가 준비해온 재료는 재단도 다 되어 있어서 정말로 꿰매서 솜을 채워넣기만 하면 될 정도니까.
"그러니까 그 과정이 의미가 있는 거라니까?"
"그렇군요. 어려운 재단 과정까지 하면 여러모로 힘드니까... 납득했습니다."
나도 납득은 가네.
"그럼 이걸 여기서부터 꿰메면 되는 거지?"
"응!"
바늘을 든 손이 떨린다.
이게 뭐라고 긴장되는 거냐.
아, 나 바느질해본 적 없었지.
긴장하는게 당연하네.
그래도 별 거 아니겠지. 다른 사람들이 바느질하는걸 보니까 꽤 쉽게 하더만.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되는 거지? 별로 어렵지는... 아야!"
젠장! 손가락 찔렸다!
우습게 볼 게 아니었어!
"괜찮아, P쨩?!"
"괜찮으신가요!"
동시에 나를 걱정해주는 두 명.
깐죽대며 놀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범하게 나를 걱정해주는 아카네와 그런 아카네를 잠깐 쳐다보며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피는 안 나서 다행이라며 안심하는 시라이시.
"놀라게 하지 말아주세요. 깊숙하게 찔리면 큰일이니까 조심해주시고요."
"P쨩, 초심자일수록 조심해야 하는 법이야."
일단 부원부터 늘려야 할 테니, 적당한 부실을 제공해주는 조건으로 학생 한 명을 입부 시켜주지 않겠냐는 선생님.
자신의 예술성과 맞는 동아리가 없다며 교내에서 겉돌고 있는 코로...가 아니라 한다 미치코라는 학생을 추천해준다.
겉돌고 있다는 말에 잠시나마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P.
"아직 정식 동아리가 아니라고 했죠? 그렇다면 우선 저와 거래를 해보시는건 어떤가요?"
"거래요? 아직 정식 인가도 나지 않은 동아리와의 거래라니. 어떤 거래를 말씀하시는 거죠?"
먼저 반응을 보인 쪽은 시라이시인가.
이거 의외네. 아카네가 가장 먼저 반응할 줄 알았더니.
음, 시라이시의 말을 들으니 나도 궁금해지는데?
대체 무슨 거래를 하고 싶어하시는 거지?
"일단 세 명의 부원으로는 조금 부족하겠죠? 부실도 없고."
"그거라면 이 아카네쨩이 어떻게든-"
"조용히 해 봐, 아카네. 네. 부족합니다."
여기서는 우선 들어주는게 먼저라고.
"제가 남는 부실을 제공해 드리겠사와요. 대신, 학생 한 명을 그 동아리에 입부시켜줬으면 해요."
"학생 한 명을 입부시켜달라고요?"
기어이 이 동아리에 다른 사람을 밀어넣을 작정이십니까, 선생님.
누군지는 몰라도 불쌍하구만.
"제가 이런 말을 하기에도 좀 그렇지만, 이 동아리에 입부하려는 학생이 있을까요?"
그러게 말이야. 시라이시 네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실은 반에서 겉돌고 있는 학생이 하나 있거든요. 코로쨩... 아니, 한다 미치코는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라 자신의 예술혼 때문에 다른 학생과 마찰을 빚곤 했어요. 자신의 예술성과 맞는 동아리가 없다면서 동아리에 들지도 않았고요. 마지막으로 있었던 부가... 우리 수예부였죠."
겉돌고 있다.
...겉돌고 있는 건가.
저 쪽은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서 겉돌게 된 것 같지만, 심정은 알겠는걸.
어느 정도는, 나와 비슷한가.
"그렇다면 선생님의 말씀은 그 한다 미치코라는 학생을 저희 부로 들여달라는 건가요? 부실을 제공하는 대신?"
"맞아요, 시라이시 학생."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놀라는 시라이시.
놀랍지도 않은 일이지. 이 학교에 오늘 전학왔으니 이 니세레브 선생의 특기를 모를 테니까.
"후훗. 놀라신 모양이로군요? 저는 셀레브리티.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고귀한 셀레브리티에게 있어 기본적인 소양이랍니다. 당연히 오늘 전학온 학생의 얼굴도 기억하고 있죠."
"아..."
"오우, 대단하네."
덕분에 학교에서 장난치다가 저 선생한테 걸리면 무조건 잡힌다고 봐야 했지.
어떻게 잊지 않는 건지는 몰라도, 저 재주는 정말 놀랍다니까.
"그래서, 받아들이실 건가요?"
"뭐어, 아카네쨩으로서는-"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런 일에서는 망설일 것 없지.
"자, 잠깐, P쨩? 부장은 이 아카네쨩이라고? 방금 그거 월권 행위라고?"
"설마 거절하려고 하셨던 것은 아니시겠죠? 아카네 부장님. 저희가 부실도 없는 건 사실이고, 또 저희처럼 겉보기에 이상한 동아리가 다른 건설적인 동아리들과 부실 경쟁을 벌이게 된다면 꽤 치명적일 수 있으니 수락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이 아카네쨩을 뭘로 보는 거야?! 아카네쨩도 받아들이려고 했어! 이런 거래는 당연히 오케이라고!"
좋아, 만장 일치.
"...고마워요."
한다 미치코라.
앞으로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될 텐데, 어떤 학생일지 궁금하긴 하네.
잘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네 이야기는 니카이도 선생님한테서 들었어. 아트를 만든다며? 혹시 지금 보여줄 수 있어?"
선생님의 말로는 센스가 조금 남다른 면도 있다는데, 대체 어떻기에 그런 말을 듣는지,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는지 한 번쯤은 봐야겠지.
이제 같이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될 사이니까.
"Of course예요! New face로서 Roco의 Skill을 보여줄 수 있도록 Sample로 가져온 Roco Art가 있으니 마음껏 Watch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한다... 아니, 로코가 가방에서 꺼내놓은 것은 매우, 매우 기묘한 조각상.
신체 비율이 엉망이고 위치도 제각각.
이거, 피카소의 작품이 단순화된 것처럼 보이는데?
그래도 손가락이라던가 눈이라던가는 정말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
손재주 자체는 엄청 좋아 보이네.
하지만 역시 아트의 센스가...
대체 로코한테 뭐라고 말해줘야 하지?
"으으음..."
아, 아카네? 너도 뭔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거냐!?
아카네까지 고민하게 만들 정도면 정말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한 녀석이네, 이 녀석.
"이것도..."
첫 타자는 시라이시인가.
시라이시처럼 날카롭지만 예의바르고 착한 녀석이라면 분명 좋은 말을 해줄 수 있을...
"이것도... 아트입니까?"
"......"
설마 설마 했는데 독설이냐!
배려심을 좀 가져라!
아카네한테도 배려심은 있다고! 저기서 우물쭈물하는 아카네를 봐!
217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자유가 눈 앞에 있어.
앞으로 몇 발짝. 몇 발짝만 앞으로 더 내딛는다면 그것을 쟁취할 수 있다고.
정말로 쉬운 일이야.
아니, 정말 쉬운 일이야?
학교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일이?
하지만 난 정말로 지쳤는걸.
"헤이! 거기 소년!"
소년?
붉은 단발의, 꽤 귀여워보이는 소녀 한 명.
언제 여기까지 올라온 거지?
"지금 당장이라도 마음을 고쳐먹고 이리 오시게, 소년!"
웃기시네.
파란색 리본, 너 2학년이잖아.
3학년한테 무슨 소년 타령...
이게 아니지.
"...무슨 상관이야."
"우연히 올라온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을 발견했는데 그냥 놔둔다니. 무서워라, 무서워라! 이 천사같은 아카네쨩은 그런 짓 못 한다고!"
"천사는 무슨. 난 지쳤어..."
방해자에 대한 반발심과 함께 내딛어진 한 발자국.
그래, 이제 얼마 안 남았...
"에잇!"덥썩
"우왓?!"
가, 갑자기 무슨 짓이야, 이게!
"무슨 짓이야! 위험하잖아! 이거 놔!"
"그러는 그 쪽이야말로! 자꾸 그렇게 흔들다간 이 아카네쨩마저 같이 떨어져버릴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만들고 싶어?"
"놓으면 될 거 아냐!"
"그러니까! 떨어지려는 사람을 놓을 수 있겠냐고!"
결국 교착 상태 발생.
나는 편하게 이 세상을 하직하지도 못 하는 거냐.
편한 일이 없어, 편한 일이.
"그러니까, 애들이 너무 괴롭혀서 죽기로 했단 말씀?"
결국 옥상 중앙까지 끌려나온 채 고개를 끄덕.
"바보 아냐! 아카네쨩이 목숨을 버릴 각오로 구해낸 사람이 바보라니, 충격! 충격! 대충격이야!"
"난 진지했다고! 사소한 걸로 트집이 잡혀서 날 죽일 듯이 굴고, 그게 벌써 1년...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어! 선생이건 뭐건 다 그 망할 놈들이랑 한 패였다고! 정말 지금 당장 죽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단 말이야!"
처음 보는 애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아무튼 처절한 자기 변명이네.
다시 생각해보니 자살은 조금 무섭구만.
...그렇지만 이걸 더 겪어야 한다니.
그게 더 무섭네. 망할.
"여기 있잖아? 믿어줄 사람."
"뭐...?"
"자아 자아, 그러니까 이야기해보라고?"
이게 중학교 졸업까지 1년만을 남겨두었던 어느 날의 일.
그 때 친해진 소녀의 이름은 노노하라 아카네.
다른 애들의 눈치 속에서도 나와 어울려주던 고마운 후배.
덕분에 악착같이 버텨서 결국 졸업할 수 있었지. 졸업 직전에는 관심이 없어졌는지 괴롭힘도 없어졌었고.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연락을 받아주다니, 정말 고마운 녀석이야.
그리고 2년 후의 지금은...
"응?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실까아? 이제는 학교에서도 이 귀여운 아카네쨩을 볼 수 있어서 감격했어?"
얼마 전,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왔지.
이 녀석은 어째 바뀌는 게 없네.
뭐, 나는 이 녀석 덕분에 조금 바뀌었으려나.
"감격은 무슨."
"그렇게 차갑게 굴면 아카네쨩, 외로워서 죽어버린답니다?"
"네가?"
"그야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학교잖아? 이 학교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직 P쨩밖에 없고~"
나 같은 것도 아니고 너라면 빠르게 친구를 사귈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참, 그거 기억나?"
"그거라고 하면 어떻게 알아?"
"그거 있잖아, 그거! 아아아아아주 예전에, P쨩과 처음 만난 날에 내가 했던 이야기!"
무슨 이야기를 말하는 건지, 원.
솔직히 그 날의 기억은 방금 전의 그게 다인데.
"새 학교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다면 정말로 유쾌한 스쿨 라이프를 만들어주겠다고 했잖아!"
"그랬던가?"
"그랬다고!"
하지만 지금은 괴롭힘당하고 있지도 않으니까 충분히 좋은 스쿨 라이프인데 굳이 유쾌해질 필요가 있는지 참 의문이다, 야.
"...어떻게?"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
"응? 그건 아카네쨩도 모르지? 우선 >>+3부터 해본다던가?"
아무런 계획도 없는 거냐!
뭐, 이 편이 오히려 아카네답고 좋은 것 같기도.
#우울한 전개는 아마도 이걸로 끝.
아무런 계획도 없는 거냐!
뭐, 이 편이 오히려 아카네답고 좋은 것 같기도...
...아카네답다고 해도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이 있지!
"기각!"
"왜? 고등학교 2학년, 새로운 스쿨 라이프를 그렇게 두근두근한 상황으로 시작하다니, 좋지 않아?"
좋기는 무슨!
맞아 죽기 딱 좋겠구만!
"죽도록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거든?! 아무튼 신입생 여자애한테 그런 짓이라니, 모르는 사람한테 폐 끼치는 짓은 절대로 안 돼."
"아는 사람이면?"
"내가 아는 신입생 여자애가 있을 리..."
...아니, 있지.
내 눈 앞에 한 명.
"으흐응~? P쨩, 표정 관리가 잘 안 되네? 방금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나?"
젠장.
즉흥적으로 꺼낸 말이 아니라 처음부터 날 놀리려고 꺼낸 말이었냐.
이 녀석은 정말 날 죽이려고 하는 건지, 도와주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구만.
>>+3 다음 대화
한쪽 손으로 아카네의 뺨을 만지며 키스하려는 척.
조금 미안하지만, 이렇게 하면 다음부터는 이런 장난 못 치겠지.
"내가 착각해버릴지도 모른다?"
얼굴 좀 보라지. 엄청 놀랐나보네.
바로 능글거리는 얼굴로 돌아왔지만, 역시 너라도 이런 상황은 예상 못한 모양이다?
"뭐야아? 사실은 하고 싶었던 거려나~? 아니면 아카네쨩이 너무 귀여운 나머지 무심결에 본심이 나왔다거나?"
"말했잖아. 착각해버릴지도 모른다고."
>>+3 다음 상황.
"그럴 리가 없잖냐."
따콩.
"아야얏!"
"선배 놀리면 못 쓴다."
장난이 도를 넘으면 이렇게 되는 법이지.
애초에 내가 착각할 일은 없다고.
"치이. 아카네쨩은 언제나 진지하거든!"
"응, 응. 그렇겠지."
"뭐, 뭐야, 그 표정은! 무시하지 마아-!"
"아야. 아야! 야, 아파!"
>>+3 다음 상황...?
아주 잠깐만 놀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나 시간이 지나버렸다니.
"아그들아, 주목해라. 오늘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지 뭐냐?"
전학생?
...어차피 나랑 큰 상관은 없지.
친구라고는 아직 아카네뿐이니까.
"어여 들어온나."
"...처음 뵙겠습니다. 시라이시 츠무기라고 합니다."
시라이시 츠무기라.
...시라이시 츠무기?
...왜, 왜 하필 저 녀석이 여기로 전학을 온 거지?
전학생의 존재로 모두가 소란스러워진 와중, 유일하게 조용한 사람은 나 혼자뿐.
전학생이 저 녀석 말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도 평범하게 흥미를 가졌을 텐데.
시라이시 츠무기, 왜 하필 너냐고...!
"......!"
젠장, 눈 마주쳤다.
얼굴을 찡그리는 나와 놀란 얼굴을 하는 시라이시.
아, 그래. 너도 나를 알고는 있는 모양이지?
>>+3 이 다음, 선생이 할 말.
상황에 인물까지 정확히 맞추셨어!
@역시 아직 겉돌아서 옆자리가 비어있는 탓ㅋㅋ
선생 양반? 방금 뭐라고요?
저쪽 창가에도 빈 자리 있잖아요! 왜 제 옆인데요!
아, 진짜. 왜 하필 이런...
"...하아."
"......"
"저, 저기..."
"왜."
전학생한테 하기에는 너무 퉁명스러운 대답이지만 알 게 뭐야. 이런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도 그럴 게, 내 옆에 앉은 시라이시 츠무기라는 전학생은...
내가 중학교에서 당한 모든 일들의 근원이니까.
...본인이 의도한 일은 아니었지만.
"P 씨... 맞으시죠?"
그리고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몰라도 본인도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양이고.
하, 2학년 생활은 완전히 꼬였구만.
저주할 겁니다, 선생 양반.
>>+3 다음 상황.
이 창댓은 '유쾌한 학교생활'을 지향합니다.
정말이에요. 이건 원래 나중에 써먹으려던 소재였다고요. 앵커로 나오지만 않았어도...!
쭈뼛거리면서 미소를 짓는 시라이시.
악의 없는 악마의 미소가 따로 없군.
"...너,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알아?"
"당연히 알고 있어요. 그래서 잘 부탁드린다고 했던 거예요. 예전에 있던 일들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제대로 마주해서..."
"거기 둘, 전학생이 와서 반가운건 알겠는데 곧 수업 시작하니까 너무 떠들지 말지 그르냐?"
사실 이 녀석이 나한테 사과할 일은 아닌데 말이지.
그저 내가 우연히 시라이시와 만나서 우연한 기회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걸 우연히 알게 된 시라이시를 좋아하던 놈이 우연을 가장해 나를 지옥으로 밀어넣었을 뿐이잖아?
네 사과 따위는 필요 없지. 그렇고말고.
...그렇다고 해도 사건의 근원이 바로 옆에 있으니 기분이 더럽긴 하구만.
젠장, 옛날 생각 난다.
"일단 나중에 이야기하자."
"네."
차라리 신경 쓰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3 다음 상황.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아카네쨩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는 조용히 사라진다.
바로 옆에 있는 나를 무시하는 듯한 이 상황에서 벗어나 수업 종이 칠 때까지 교실 밖을 방황하고 싶지만, 왠진 몰라도 교실 문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알짱거리는 아카네라는 녀석 때문에 진퇴양난이다.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시라이시에게 승냥이 떼처럼 달라붙는 급우 녀석들.
시라이시는 당황한 기색이 보이긴 했지만 침착하게 녀석들이 하는 말들에 응수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지만 겉도는 나와는 확연하게 다른 이 온도 차이라니.
하아, 이렇게 무시당하는 것만 같은 이딴 상황은 질색인데, 이 교실에서 정말 벗어나고 싶구만.
"후우..."
정말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러고 싶은데 말이지.
...교실 문 앞에서 자꾸 알짱거리는 아카네만 아니었다면.
좀 전부터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저기 서서 이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지금 녀석한테 걸리면 또 유쾌한 스쿨 라이프니 뭐니 하면서 날 귀찮게 할 게 뻔하단 말이지.
하아, 수업 종이 칠 때까지 어디 얌전한 곳에 틀어박혀 있고 싶은데.
진퇴양난이야, 진퇴양난.
"야, P! 넌 시라이시한테 물어볼 거 없어?"
"...딱히 없어."
겉돌고 있다고는 해도 인식이 나쁘지는 않아서 이렇게 말을 걸어와주는 녀석들이 친절한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너의 그 친절이 정말로 부담스럽구나.
젠장. 그냥 아카네한테 붙들리는게 좋으려나.
아니면 나가서 확 도망쳐버려?
>>+3 P의 행동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 인파를 뚫고 나가자...
(하지만 너무 많은 인파에 나가지 못함)
당당하게 선배들사이를 뚫고는 나에게 말을 건다.
츠무기는 아무말 없이 보고만 있다
그게 낫겠...
"P쨩!"
"켁, 아카네!?"
당당하게 선배들 사이를 파고들더니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아카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교실 바깥에 있었잖아?!
언제 온 거야?!
"날 좀 구해 주오~ 하는 P쨩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길래 와 봤지!"
너 이젠 내 생각까지 읽는 거냐!?
아니면 텔레파시?!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상황에 갑자기 끼어들어와서 반에서 가장 겉도는 나랑 친그느하게 대화를 나누는 1학년생이라니, 당연히 화제가 되겠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나는 어쩌라는 거냐, 아카네!
"......"
힐끔, 쳐다본 옆자리.
다른 애들이 수군대는 와중에 혼자 조용하게 나를 쳐다보는 시라이시.
...너라도 조용히 해줘서 고맙긴 하구나.
"놀라지 마시라! 이 아카네쨩이 P쨩을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워놨다고? 자, 자! 그러니까 얼른 가자고, P쨩! 유쾌한 학교생활의 시작을 향해!"
"그러니까 필요 없대도!"
절규를 남기며 아카네에게 끌려간다.
하아...
>>+3 아카네의 새로운 계획이란?
"P쨩의 유쾌한 스쿨 라이프를 위한 작전... 그 두 번째!"
예감이 별로 좋지 않은데.
"귀여운 여자친구를 사귀어서, 이른 나이에 아빠가 되어보는 건 어떄?"
"기.각."
딱!
"아야야..."
"누구 인생 망칠 일 있냐?"
"우우... 장난인데..."
장난이 너무 나갔다고, 너!
나 참, 아빠가 된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좀 생각해보고 그런 장난을 쳐라.
"그래도 앞 부분은 장난이 아니라고? 귀엽고 귀여운 여자친구를 사귀어본다거나?"
"왜 네 작전은 자꾸 여자친구를 만드는 쪽으로 가는 건데?"
"그거야 여자친구 하나 없는 P쨩의 위험할 정도로 잿빛인 청춘이 불쌍하니까?"
"너, 너한테 그런 동정 받고 싶지 않아!"
애초에 나는 여자친구를 안 만드는 거라고!
...못 만드는 것도 있지만.
"...그리고 다른 애들한테는 별로 흥미 없어."
"그, 그 말은 P쨩이 노리고 있는 사람은 이 귀여운 아카네쨩이라는 소리?!"
"아니야!"
"하지만하지만하지만, 아카네쨩이라면 특별히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언제든지 P쨩의 여자친구에 입후보해줄 수 있다고?"
"여자친구 없다고 안 죽어."
정말 짖궂은 농담이구만.
>>+3 다음 상황.
p는 그것이 귀엽다고 생각했는지 피식 웃어버린다.
"......"
정말 귀찮은 녀석이다, 이 녀석은.
남의 속마음 정도는 금방 알아채고 순식간에 들러붙어서 위로해오지.
...덕분에 내가 결정적인 순간에 위로받을 수 있었지만.
"그러니까 앞으로의 학교생활, 좋게 만들어나가자고?"
그래. 나도 좋은 학창시절을 원하지. 누가 안 그러겠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유쾌하게 지내길 원하지만 지금은 실패하는게 두려운 나머지 이렇게 겉돌아버리게 됐는걸.
"이 아카네쨩이 진심으로 도와준다면 이런 일쯤은 순식간에 해결! 이니까!"
자신있다는 표정으로 한껏 으스대는 아카네.
인정하기 싫지만 이런 모습도 귀엽단 말이지.
에잇, 쓰다듬이나 받아라.
"오오? 드디어 이 귀여운 아카네쨩을 쓰다듬을 마음이 생긴 거야? 어때? 아카네쨩을 쓰다듬은 감상은? 응? 응?"
"부드럽고 폭신폭신."
"칭찬 감사요~ 더 쓰다듬어도 괜찮다구?"
"아냐. 됐어."
"에에~? 그만두는 거야?"
네가 암만 항의해와도 더 쓰다듬을 생각은 없어.
"그래서, 어쩔 거야? 우중충하고! 우울한! 잿빛 청춘을 보낼 거야? 아니면 아카네쨩과 함께 만들어가는 유쾌한 생활을 노려볼 거야?"
"아, 내가 졌다, 졌어. 그래. 어디 한번 내 학교생활을 유쾌하게 만들어 봐."
"얏호~! 그럼 여자친구부터-"
"단, 연애에는 정말로 흥미 없으니까 다른 쪽으로 계획 잡아."
"하지만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인거얼~!"
좋은 방법이라고 해도 난 정말 흥미 없다고.
...하아, 남의 마음도 몰라주는 녀석 같으니.
차라리 저 녀석의 행동 때문에 착각해버렸다면 더 편했을 텐데.
"아무튼 연애는 안 돼."
"으우우우, 그럼 >>+3 이라던가...?"
(그리고 츠무기와, 동아리의 부원-다른 아이돌-과 함께 수라장이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단 둘만이라니, 학교 측에서 잘라버릴 것 같은데?"
"그럼, 그럼, 아예 모여서 노는 동아리를 만드는 거야! 유쾌하지 않아?"
노는 동아리?
아니 뭐, 동아리가 전부 다 흥미있는 활동을 하는 곳... 은 맞지만 대놓고 노는 동아리라면 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동아리 주제는 있어야 하잖아. 무슨 비밀 동아리같은 것도 아니고."
"뭐어, 그럼 >>+3 동아리로 하지 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2. 인형 동아리
둘중 하나를 +1가
"인형 동아리?"
보나마나 인형을 만드는 동아리겠지만, 난 썩 안 끌리는데...
그래도 아카네가 나를 생각해서 꺼낸 이야기니까, 이야기는 들어줘야겠지.
"쨔라쟌, 쨔라라란~"
뭐야, 이게?
아카네를 닮은 인형?
"이것이 바로 아카네쨩 인형! 우리 아카네쨩 인형 동아리의 목적은 이 아카네쨩 인형을 전 세계에 퍼트리는 것! 그것을 사명으로 하는 동아리!"
"인형을 만드는 동아리가 아니었어!?"
"그런 동아리라면 P쨩이 제대로 따라와줄 리가 없잖아? 그런 데 흥미 없으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그런 수상한 동아리를 누가 인정해주겠냐고.
"정말로 그런 동아리가 될 거라고 생각해?"
"인생은 도전! 도전의 연속! 도전하지 않는다면 얻는 것도 없으리!"
"가끔은 도전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고..."
"그러면 아카네쨩의 귀여움으로 우릴 가로막은 벽을 살살 녹여버리지 뭐!"
왜 은근슬쩍 나까지 끼워넣어서 우리라고 하는 거냐.
"그래, 그래. 만든다면 들어가주지. 힘내보라고."
"오오? 말했겠다? 정말 들어와주는거지?"
해낼 리가 없잖아, 해낼 리가.
그런걸 알고 있는데 뭔 말이든 못하겠어.
"어."
"그 약속, 꼭 지키라고?"
"너부터 실천에 옮기시지그래."
음...
아카네 저 녀석, 너무 전의에 불타고 있는데.
>>+3 다음 상황.
복도에서 우연히 보는 츠무기
하. 여기서부터 막힐 수밖에 없지.
그런 동아리에 누가 들어와주겠어.
우리 학교에서 규정한 동아리의 최소 인원은 세 명. 나와 아카네 이외에도 한 명이 더 필요하다.
달리 말하자면, 이런 수상한 동아리에 들어와줄 바보를 한 명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거든, 아카네.
"헤이~ 거기 지나가는 언니? 아카네쨩 인형 동아리에 입부할 생각 없어?"
"...뭔가요. 그 동아리는."
윽. 시라이시 츠무기잖아.
"안녕하세요, P 씨."
"어, 어. 안녕. 시라이시."
무시하고 지나가도 괜찮을 텐데, 거 친절하게 인사해주는구만.
잘 지내보자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던 거냐.
하아... 이렇게 나오면 계속 매정하게 대할 수도 없는데.
"거기 선배, P쨩이랑 친한 것 같은데 같은 동아리에 들어오라구, 선배~ 전학 와서 친구도 없을 텐데!"
"P 씨도 이 이상한 동아리에 들어간 건가요?"
"뭐, 일단은. 어차피 최소정원도 못 채울 것 같지만."
그리고 최소정원을 못 채운다면 자연스럽게 이 동아리는 파토나게 되는 거지.
동아리를 할 거라면 최소한 정상적인...
"좋아요. 그 동아리, 저도 하겠습니다."
"어?"
진짜?
진짜로?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아, 꼬였네 진짜...
"오오! 어서옵쇼, 어서옵쇼! 그럼~ 여기에 학년 등등을 기입하고 다시 아카네쨩에게 제출해주시길!"
진지한 누구 때문에 졸지에 이상한 동아리에 입부해버리게 되다니.
아카네 녀석은 꽤나 신났지만... 이쪽은 전혀 아니올시다...
"동아리 활동, 앞으로 셋이서 힘내보죠."
"어... 그래."
평범한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어...
>>+3 다음 상황.
츠무기는 인형을 받아 들고는 아카네와 인형을 번갈아가며 관찰하더니 P를 향해 당신은 이런 스타일이 좋은 거냐며 물어온다.
인형의 모티브(?)가 옆에 있으니 험담은 못 하겠고, 그냥 그럭저럭 귀엽다고 생각한다 답하지만 어째서인지 츠무기의 표정은 조금 시무룩해 보이는데.
거의 처음 만난 사람이나 다름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친근하게 굴 수 있는지 모르겠구만.
제발 이 괴상한 목표를 듣고 입부 신청을 취소해줬으면 좋겠는데.
나까지 엮여들어가게 생겼다고!
"으으음..."
내 바램과는 달리 때려친다거나 하는 말 없이 아카네가 건네준 인형을 들고 유심히 살펴보는 시라이시.
그 시선이 아카네한테로 옮겨가더니 다시 인형을 향하고, 아카네와 인형을 번갈아서 쳐다본다.
자기 자신을 모티브로 만든 인형을 퍼트리겠다니, 참 이상한 목적 아니야?
"P 씨는...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건가요?"
"하아?"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하아... 이거야 원.
본인이 바로 앞에 있는데 험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 스타일이라고 말하면 그걸로 아카네가 날 어떻게 놀려댈지 눈에 선하고.
아, 몰라. 대충 넘어가자. 그게 기분 상하게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뭐... 그냥 그럭저럭 귀엽다고 생각해."
이렇게 넘어가면 아카네도 날 놀리지는 못하겠지.
"귀여운... 건가요."
말을 흐리며 아카네쨩 인형을 만지작거리는 시라이시.
어쩐지 표정이 조금 시무룩해 보이는데, 인형이 마음에 안 드는 건가?
...설마 그런 이유로 시무룩해하겠어? 다른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데.
"귀여운 아카네쨩을 본땄으니 아카네쨩 인형이 귀여운건 당연한 결과! 모두에게 널리널리 퍼져나갈 귀여움이라고!"
>>+3 다음 상황
아니 인형 홍보가 그냥 한다고 되는건 아니잖아
"갈까요, P 씨."
시라이시가 나를 찾아왔다.
"그으래... 가야지."
방금 그건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오해할만한 대화라고, 시라이시.
우리야 아카네가 방과후에 모이라고 해서 모이는 것 뿐이지만, 다른 애들 눈에는 그게 어떻게 비치겠어.
"......?"
"......!"
봐, 지금도 수군거리잖아.
하여간 수군거리기 좋아하는 녀석들이라니까.
"빨리 가자."
그리고 빨리 여기서 벗어나자고.
"그럼, 이제 방과후의 첫 부활동을 시작해볼까?"
"아직 신청서도 안 냈잖아."
"하지만 구색은 갖췄으니까 상관없지 않아?"
구색을 갖췄다고?
"...부실도 없어서 복도에 천 깔고 앉은 이 상황이 어딜 봐서 구색을 갖춘 거냐, 이 덜떨어진 부장아!"
"오홍? P쨩, 말은 그렇게 해도 부장 취급은 착실히 해 주는구만?"
"비꼬는 거다!"
앞으로의 동아리 활동도 이런 식이라면 정말 피곤하겠어.
유쾌하긴커녕 피곤한 학교생활이 되어버릴 거라고.
"아무튼, 아카네쨩 인형 동아리의 첫 부활동은 바로 이 아카네쨩 인형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
"직접 만드는 건가요."
"응, 응. 그 편이 아카네쨩 인형에 애정을 갖기 쉬우니까, 이것은 지금까지 아카네쨩 인형을 만들어온 이 아카네쨩을 제외하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야! 자아, 자. 못 만들어도 넓은 아량으로 포용해줄테니까 어서 만들어보라구?"
"만들어보라고 해도, 이 상태라면 사실상 꿰메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닌가요?"
그건 그렇네.
아카네가 준비해온 재료는 재단도 다 되어 있어서 정말로 꿰매서 솜을 채워넣기만 하면 될 정도니까.
"그러니까 그 과정이 의미가 있는 거라니까?"
"그렇군요. 어려운 재단 과정까지 하면 여러모로 힘드니까... 납득했습니다."
나도 납득은 가네.
"그럼 이걸 여기서부터 꿰메면 되는 거지?"
"응!"
바늘을 든 손이 떨린다.
이게 뭐라고 긴장되는 거냐.
아, 나 바느질해본 적 없었지.
긴장하는게 당연하네.
그래도 별 거 아니겠지. 다른 사람들이 바느질하는걸 보니까 꽤 쉽게 하더만.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되는 거지? 별로 어렵지는... 아야!"
젠장! 손가락 찔렸다!
우습게 볼 게 아니었어!
"괜찮아, P쨩?!"
"괜찮으신가요!"
동시에 나를 걱정해주는 두 명.
깐죽대며 놀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범하게 나를 걱정해주는 아카네와 그런 아카네를 잠깐 쳐다보며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피는 안 나서 다행이라며 안심하는 시라이시.
"놀라게 하지 말아주세요. 깊숙하게 찔리면 큰일이니까 조심해주시고요."
"P쨩, 초심자일수록 조심해야 하는 법이야."
뭔가... 나쁘지는 않네, 이거.
"알았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지금부터는 조심할게."
나, 방금 이 학교에 다니면서 처음으로 웃은 것 같은데.
>>+3 다음 상황.
(선생님은... 누구로 할까, 아즈사 씨?)
나이는 성인조라면 딱히 상관 없...
니카이도 치즈루
아아, 익숙한 목소리네.
"혹시 수예부를 지망하고 계시는 학생 분들인가요? 수예부라면 저의 담당이니 혹시라도 그런 거라면 지금 말해주시면 처리해드리겠사와요."
"안녕하세요, 니카이도 선생님."
니카이도 치즈루. 통칭 니세레브 선생.
제 딴에는 열심히 아가씨인 척 하지만 허점이 많아서 곧잘 들켜버린다는 이유로 붙은 별명.
뭐, 본인 앞에서는 꺼내지 않는 종류의 별명인지라 그렇게 불린다는 사실은 모를 것 같지만.
아무튼 딱히 엄격하다거나 나쁜 선생은 아니니까 잘만 하면 넘어갈 수 있겠지.
애초에 방과 후에 모여서 인형을 만드는 일이 학교 규칙을 크게 위반하는 일도 아니고 말이야.
"안녕하세요, 니카이도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P 군. P 군이 이런 활동에 흥미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요?"
당연히 모르셨을 수밖에요.
얼마나 꽁꽁 숨겨왔는지 저도 몰랐다니까요.
하, 하.
...아니, 정말로. 내가 진짜 왜 이 동아리에 입부해야 하는 건데.
하아, 이놈의 입이 원수지.
설마 이런 동아리에 입부하려는 바보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그것도 그 바보가 이 학교에서 가장 껄끄러운 인물이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아냐?
"그래서, 수예부에 입부하시기를 희망하시는 건가요?"
"노, 노, 노, 노. 우리들은 수예부가 아니라 아카네쨩 인형 동아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뭉치게 될 삼인방이라구!"
"아카네쨩 인형 동아리? 뭔가요, 그 동아리는?"
니세레브쌤에게 열심히 아카네쨩 인형 동아리의 목적과 그 효용성, 그리고 자신의 귀여움에 대해서 설파하기 시작하는 아카네.
제발 그런 말은 내 앞에서는 안 하면 안 되겠냐!
왜 쪽팔린건 내 몫인데!
"......"쭈뼛
아, 정정.
왜 쪽팔림은 '우리'가 감당해야 하냐고, 아카네 부장.
>>+3 다음 상황.
"인형을 만드는 행위는 이 동아리 활동의 일부일 뿐이지만, 얼추 맞으려나?"
"인형 제작이라, 흥미롭네요."
흥미를 보이다니.
방금까지 들은 설명들은 다 어디에 버려두고 인형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는 겁니까, 선생.
아무리 봐도 수상한 동아리잖아!
"아직 정식 동아리가 아니라고 했죠? 그렇다면 우선 >>+3부터 해보시는건 어떤가요?"
자신의 예술성과 맞는 동아리가 없다며 교내에서 겉돌고 있는 코로...가 아니라 한다 미치코라는 학생을 추천해준다.
겉돌고 있다는 말에 잠시나마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P.
"거래요? 아직 정식 인가도 나지 않은 동아리와의 거래라니. 어떤 거래를 말씀하시는 거죠?"
먼저 반응을 보인 쪽은 시라이시인가.
이거 의외네. 아카네가 가장 먼저 반응할 줄 알았더니.
음, 시라이시의 말을 들으니 나도 궁금해지는데?
대체 무슨 거래를 하고 싶어하시는 거지?
"일단 세 명의 부원으로는 조금 부족하겠죠? 부실도 없고."
"그거라면 이 아카네쨩이 어떻게든-"
"조용히 해 봐, 아카네. 네. 부족합니다."
여기서는 우선 들어주는게 먼저라고.
"제가 남는 부실을 제공해 드리겠사와요. 대신, 학생 한 명을 그 동아리에 입부시켜줬으면 해요."
"학생 한 명을 입부시켜달라고요?"
기어이 이 동아리에 다른 사람을 밀어넣을 작정이십니까, 선생님.
누군지는 몰라도 불쌍하구만.
"제가 이런 말을 하기에도 좀 그렇지만, 이 동아리에 입부하려는 학생이 있을까요?"
그러게 말이야. 시라이시 네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실은 반에서 겉돌고 있는 학생이 하나 있거든요. 코로쨩... 아니, 한다 미치코는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라 자신의 예술혼 때문에 다른 학생과 마찰을 빚곤 했어요. 자신의 예술성과 맞는 동아리가 없다면서 동아리에 들지도 않았고요. 마지막으로 있었던 부가... 우리 수예부였죠."
겉돌고 있다.
...겉돌고 있는 건가.
저 쪽은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서 겉돌게 된 것 같지만, 심정은 알겠는걸.
어느 정도는, 나와 비슷한가.
"그렇다면 선생님의 말씀은 그 한다 미치코라는 학생을 저희 부로 들여달라는 건가요? 부실을 제공하는 대신?"
"맞아요, 시라이시 학생."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놀라는 시라이시.
놀랍지도 않은 일이지. 이 학교에 오늘 전학왔으니 이 니세레브 선생의 특기를 모를 테니까.
"후훗. 놀라신 모양이로군요? 저는 셀레브리티.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고귀한 셀레브리티에게 있어 기본적인 소양이랍니다. 당연히 오늘 전학온 학생의 얼굴도 기억하고 있죠."
"아..."
"오우, 대단하네."
덕분에 학교에서 장난치다가 저 선생한테 걸리면 무조건 잡힌다고 봐야 했지.
어떻게 잊지 않는 건지는 몰라도, 저 재주는 정말 놀랍다니까.
"그래서, 받아들이실 건가요?"
"뭐어, 아카네쨩으로서는-"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런 일에서는 망설일 것 없지.
"자, 잠깐, P쨩? 부장은 이 아카네쨩이라고? 방금 그거 월권 행위라고?"
"설마 거절하려고 하셨던 것은 아니시겠죠? 아카네 부장님. 저희가 부실도 없는 건 사실이고, 또 저희처럼 겉보기에 이상한 동아리가 다른 건설적인 동아리들과 부실 경쟁을 벌이게 된다면 꽤 치명적일 수 있으니 수락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이 아카네쨩을 뭘로 보는 거야?! 아카네쨩도 받아들이려고 했어! 이런 거래는 당연히 오케이라고!"
좋아, 만장 일치.
"...고마워요."
한다 미치코라.
앞으로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될 텐데, 어떤 학생일지 궁금하긴 하네.
잘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3 다음 상황.
재앵커, >>+1
이 동아리, 이 구성으로 정말 괜찮을까...?
두 갈래로 땋은 곱슬곱슬한 머리에 단정한 교복 복장.
여기까지는 나무랄 데 없는 어디에나 있을 여학생인데...
"이 서클에 조인하게 된 로코라고 합니다. 퓨처에는 에브리원과 코오퍼레이션해서 뷰티풀한 아트를 많이 메이크했으면 좋겠어요!"
왜 말투부터가 글러먹은 거냐!
그건 그렇고 들떠 있네.
하긴, 들뜰 만도 하지.
활발해 보이는 녀석이 지금까지 자신의 예술관 때문에 겉돌아오다가 그걸 받아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곳을 찾았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
암, 되고말고.
...절대로 내가 겉돌아서 이해하는 게 아니야.
"자, 코로쨩. 저는 이만 다른 학생들을 지도하러 가겠으니, 인사 나누고 계세요."
"치즈루! 로코의 네임은 코로가 아니라 로코라고요! 치즈루는 몇 번이나 멘션해야 언더스투드하고 로코의 네임을 어드밋할 건가요!"
아, 그러고보니 입부 희망서에도 로코라고 썼네.
예명 같은 건가?
"하아... 정말, 치즈루는... 아무튼 로코를 잘 부탁드려요, 에브리원!"
하이텐션에 자기어필이 엄청난 자칭 짜증귀여운 부장.
매사에 진지해보이는 미인이자 내가 일방적으로 껄끄러워하는 사이인 전학생.
그리고 방금 알게 된 한다 미치코.
이 동아리, 이 구성으로 정말 괜찮을까...?
>>+2~3 다음 대화
진짜 아트인지 쓰레기인지
그 기묘한 조형에 대해 아카네와 P가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츠무기의 가차 없지만 악의는 없는 독설이 튀어나온다.
"이것도... 아트 입니까?"
선생님의 말로는 센스가 조금 남다른 면도 있다는데, 대체 어떻기에 그런 말을 듣는지,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는지 한 번쯤은 봐야겠지.
이제 같이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될 사이니까.
"Of course예요! New face로서 Roco의 Skill을 보여줄 수 있도록 Sample로 가져온 Roco Art가 있으니 마음껏 Watch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한다... 아니, 로코가 가방에서 꺼내놓은 것은 매우, 매우 기묘한 조각상.
신체 비율이 엉망이고 위치도 제각각.
이거, 피카소의 작품이 단순화된 것처럼 보이는데?
그래도 손가락이라던가 눈이라던가는 정말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
손재주 자체는 엄청 좋아 보이네.
하지만 역시 아트의 센스가...
대체 로코한테 뭐라고 말해줘야 하지?
"으으음..."
아, 아카네? 너도 뭔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거냐!?
아카네까지 고민하게 만들 정도면 정말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한 녀석이네, 이 녀석.
"이것도..."
첫 타자는 시라이시인가.
시라이시처럼 날카롭지만 예의바르고 착한 녀석이라면 분명 좋은 말을 해줄 수 있을...
"이것도... 아트입니까?"
"......"
설마 설마 했는데 독설이냐!
배려심을 좀 가져라!
아카네한테도 배려심은 있다고! 저기서 우물쭈물하는 아카네를 봐!
"역시...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추욱
애 울겠다, 시라이시!
+3 다음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