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ZOMBIE M@S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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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1, 2013 01:43에 작성됨.


-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프로듀서..."

토우마는 낮게 탄식하며 조심스럽게 안전간을 안전에서 단발로 돌려놓았다.

"....아...미..."
  
"...무...코....프...."

토우마는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편히 잠들어라, 765의 프로듀서."


총알이 발사되고,

초속 500m의 속도로 목표물의 머리를 향해 정확하게 날아든다.





-P의 시점-


어디선가 들려온 총성과 함께

죽어가던 나의 뇌가 산산히 부숴져 버린다. 

나는 이미 죽었는데 

그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던

나의 죄를 이제 대체 어떻게 씻을 수 있을까? 






"프로듀서!!!!"


들린다...

목소리... 

사람... 

낯익은...

반가운 목소리... 

하지만... 

그럴 리가 없어...

그들은...

내가 지켜주지 못했어...

여기 있을 리가 없어...

그들은...

모두 죽었어... 

모두...








"프...프로듀서 씨!!!! 괜찮으신건가요? 프로듀서 씨!!!"

이 목소리는...하루카...? 

"이런, 프로듀서 씨!!!!"

코토리 씨...?

"허...허니? 허니가 쓰러졌어?! 대체 무슨 일인거야?"

미키의 목소리도 들린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있는 것 같다... 

다행이다... 

하지만...

난 여기 있으면 안돼...

"큰일이군요. 어서 속히 구급차를!"

왜냐하면 나는...

"프로듀서 씨! 일단은 구급차를 불렀으니까 조금만 버텨요."

구급차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세계가 멸망해버렸는데 그런 게 있을리가 없잖아. 

"일단 쇼파로 옮길게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마코토! 나랑 같이 프로듀서 씨 좀 부축해줘!"

하루카...

"알았어!"

안돼, 다가오면 안돼...

왜냐하면 나는...

이미 좀비가 되어버렸...

"프로듀서?"

마코토가 되묻는다.

"프로듀서? 지금 좀비라고 하신 건가요?"

어라? 지금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걸까? 아냐, 그럴리가 없는데? 

그렇다면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은 건가?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몸도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같고, 

생각도 제대로 할 수 있게 된 것 같고, 

말도 조금이나마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숙여 몸을 살펴보았다.

피는 커녕 조금의 얼룩조차 묻어있지 않은 

깨끗한 와이셔츠와 양복 바지.

그리고 방금 씻은 것처럼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은 양 손.

"말도 안돼..."

"저기, 프로듀서? 아까부터 자꾸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프로듀서, 정말 괜찮아요?"

하루카와 마코토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주위의 다른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역시 의아한 표정이지만,

절대로 내가 좀비가 된 상태라면 볼 수 없는 반응들이다.


그러고보니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은... 

765프로덕션의 사무실이었다.

그것도 좀비가 나타나기 전 평화로웠던 옛날 바로 그 모습...


나는 지금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 지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

'기억을 완전히 되찾았고 몸의 통제권도 돌아왔으며, 

몸에는 좀비의 흔적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설마, 과거로 되돌아온 건가?'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가장 유력하다.  

타임리프라니... 솔직히 말이 안되는 소리인 건 알지만, 

그렇게 따지면 좀비 재앙으로 세계가 멸망했다는 

사실 역시 말이 안되는 것 사실이다.


내가 만약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것이 맞다면... 

마지막으로 확인해볼 게 있었다.

"저기, 하루카."

나는 조용히 하루카를 바라보고 그녀에게 말했다.

"네?"

하루카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라이브... 765 올스타 라이브 공연은 어떻게 끝났지? 분명 공연 도중에..."

"네? 갑자기 무...무슨 말씀이신가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잖아요? 

여태 이번 라이브 공연 준비 때문에 밤샘 야근까지 하지 않으셨나요? 

이제 공연이 3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제대로 쉴 시간도 없으시다면서..."


하루카가 의아해하며 되묻는다. 도저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기억 못할리가 없어. 절대로... 기억 못할리가 없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좀비 사태로 인해 이 공연은 끔찍한 결말을 맞이했다.

생방송 도중에 좀비가 난입해 관객들을 물어뜯을 줄이야... 

삽시간에 아이돌 라이브 공연에서 C급 고어영화로 장르가 바뀌어버린

전례없는, 내가 아는 한 일본에서 있었던 마지막 무대 공연이었다.

그 사건에서 다치거나 죽은 아이돌은 한 명도 없었지만 모두의 기억에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하루카는 사건 발생 이후 본격적인 좀비 재앙이 도래할 때 

가장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아이돌들을 인솔했다.


그런 하루카가 절대로 잊어버릴리가 없을텐데...

나는 혼란스러워하는 하루카를 놔두고 옆에 있는 미키에게 말했다.

"미키, 지금이 몇 월 몇 일이지?"

"허니...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는거야?"

"미키!!! 지금이 몇 월 몇 일이지?"

나는 다급해진 나머지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순간 

그만 미키에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미키가 움찔하며 한 발짝 물러섰다. 

"3...3월 17일인거야, 허니... 가...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3월 17일...

3월 17일...

나는 스케쥴이 빽빽히 적혀있는 화이트보드와 달력을 확인했다.

"3월 17일..." 

나는 달력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 다시 돌아왔구나..."






3월 17일
Z-DAY 3일 전 (감염 발발 3일 전) 17:00 (오후 5:00)






P에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05:52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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