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04-05, 2013 20:21에 작성됨.
이브는 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선악과를 먹었으며
아담은 이브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 선악과를 나눠 먹었다
전지전능한 신은 최초의 인간이 악마의 유혹에 넘어갈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라는 축복을 내리고 선악구분이라는 저주를 내렸다
아담과 이브
선악과와 뱀
신의 시험
악마의 유혹
인간의 의지
인간이 신들의 세기인 중세와 결별하고 근대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오늘날 자본주의 물질문명을 이룩한 현재에도
신은 인간을 시험한다
악마는 인간을 유혹한다
765 여름페스티발이 끝난 다음 날
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사무실에 출근했다
모든 아이돌들이 같이 움직이던 저번 달과는 달리 10일 간의 휴가 후에는 다시 각각 독립된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스케줄에 대한 큰 틀을 잡아야 했다
사장은 휴가를 다녀온 뒤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했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편하게 쉴 수 없는 내 성격 상 오늘 같은 휴가 첫날 나홀로 출근하게 된 것은 필연이었다고 볼 수 있다
코토리씨나 리츠코 또 모두가 없는 사무실에 혼자 장시간 있다보니 조금 외로운 기분도 들었지만
휴가를 다녀온 뒤 각자 빡빡한 일정을 확인하게 될 우리 간판 아이돌들의 행복한 비명을 상상하면서 나는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
점심이 지나고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 앉을 때쯤 비로소 허기진 배가 알람처럼 울어댔다
밖에 나가서 혼자 식사를 할까 했지만 이내 마음을 돌리고 사무실 냉장고문을 열었다
아이돌들을 위한 다과 외에도 팬들이 보내온 각종 선물들이 남아 있어서 그럭저럭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배를 채운 뒤 가벼운 티타임이나 디저트를 찾고 있던 때에 그것은 불현듯이 나타나 대합실 테이블에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 곳에 놓여 있었던 걸까?
아니 왜 나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저것을 인식할 수 없을까?
바나나처럼 노랗고 길쭉하면서
딸기처럼 자잘한 씨앗들이 겉표면에 박혀 있고
메론처럼 연두빛 체크무늬가 들어가 있다
이건 세상에 태어나 처음보는 과일임에 틀림없다
그 기이한 형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본 순간 내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말로 형요할 수 없는 향기라니...
이 과일이 모든 과일 위에 군림하는 과일여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30초 동안 그 과일에게 정신을 빼앗겼다가 문득 다시 이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외지에 있는 팬이 특이한 특산물을 보내왔으리라....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보낸 것일까?
내가 말없이 혼자 맛을 보아도 괜찮은 걸까?
조금 마음의 갈등이 생겼지만 그 과일 바로 앞에 섰을 때 그 화려한 색채에 그 황홀한 향기에
이미 사고는 정지되었다
그 순간 나의 두뇌는 모든 신경체계에게 저 과일을 손으로 잡아라 입으로 가져가라 물어라 씹어라 삼켜라 라는 명령 만을 내 육신에 보낼 뿐이었다
천천히 그 과일을 들고 한 입 베어 먹었다
그제서야 나의 오감은 그 과일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니 나의 오감은 이때를 위해 발달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입 두입 과일을 베어 먹을 수록 그 베어먹는 양이나 속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수박만한 크기였던 그 과일을 다 먹은 시간은 5분도 채 안됐다
그리고 그 후 온몸을 타고 흐르는 강한 전율과 희열감에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얘 일어나렴 도대체 언제부터 여기서 잔거니?」
P 「으음...엄마 오늘은 학교 안가는 날이에요 휴가라고요」
? 「잠꼬대하지 말고 이게 무슨 꼴이니?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매고 잠을 자고 있다니 당장 옷갈아입고 와」
? 「사무실이 열려 있어서 깜짝 놀라서 보니 너였구나!」
P 「....리츠코?」
리츠코 「씨를 붙여야지」
에? 왜 씨를 붙이라는 거지? 사무실 문을 열고 자서 화가 난건가? 잠에서 깬지 얼마되지 않아서 머리가 멍했다
리츠코 「정말 정신차리라고 옷도 제대로 입고!! 프로듀서 옷은 또 어디서 구한거니? 빨리 세수하고 옷 갈아입어 곧 모두가 올 시간이야」
이상하게 리츠코가 평소보다 고압적인 말투로 말한다 으음...뭐 나쁜건 난가...사무실 문을 열어둔 채 잠이 든 내가 잘못했지...
P 「알았어 그만해 리츠코 지금 세수하고 올테니까 하아아암~~ 아이코코코 내 허리야 자는 자세가 안 좋았나 허허 이거이거 예전 같지 않구먼」
리츠코 「나이 사십 먹은 아저씨도 아니고 무슨 리액션을 하는 거니? 좀 더 자신이 사무실의 간판이라는 자각을 하고 행동해!!」
으음...틀린 말은 아니다 거래처에서 이런 아저씨틱한 대사를 내뱉는 프로듀서라니 우리 아이돌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가 심어지겠지...
P「알았어 알았어 그만하라고 리츠코 이제 일어났으니까 설교는 이따가 응?」
리츠코 「그러니까 씨를 붙이고 경어로 말하라고 몇번을!!」
가볍게 리츠코의 말을 무시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오늘 리츠코 묘하게 기분이 안좋네; 이래뵈도 내가 연상인데 너무 심하게 말하는 거 아닌가?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이마 힘줄을 세우다니...으음 그날인가...
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화장실에 도착했다
자신의 옷매움새를 보니 리츠코가 화를 내는 이유도 알 것 같다
바지는 거의 엉덩이에 걸칠 정도로 내려가 있고 셔츠도 오른 쪽 어깨에 걸친 채 쇄골까지 확 내려가 있다
어서 빨리 옷이라도 추스리자고 생각한 나는 화장실 거울을 쳐다보았다
....................
P 「에에.... 저기 미키? 여긴 남자화장실이라고 레이디가 들어올 곳이 아니야 거기에 왜 내 옷을 입고 있는 거야 으으...그 옷차림 완전 범죄 수준이라고」
............................
미키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도 미키의 민망한 옷차림에서 시선을 떼다가 다시 눈을 돌리자 눈이 마주쳤다
아아 얼굴이 빨개졌구나 역시 미키는 귀엽구나
라고 할 때가 아니지 미키 어서 나가라고!!
내 몸동작을 흉내내지마! 뭐하는 거람 진짜
.................
음....
으음??
으흐흠?
P 「미키 슴가 미사일~☆」
..............
P 「OH!! My~~~~~~~~~GOD!!!!!??!」
나와 거울 속에 미키가 소리를 질렀다
어딜 봐도 거울 속에 비친 형상은 호시이 미키였다
뇌살 보이프렌드룩 패션을 한 미키였다
그렇다 나는 미키인 것이다
오레가 간다무다!!!!!!!!!!!!
오레가 미키다!!!!!!!
그 자리에서 나는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05:52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뇌살 보이프랜드룩
저도 그 과일 있음 먹고 싶네요...
쪽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