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사무원 A씨는 사무소를 그만두고 싶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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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7, 2013 20:23에 작성됨.







A (내 소개를 다시 할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에 절망한다. 그 말은 즉슨 내가 아직 765 사무소에서 무사히 기생하고 있다는 뜻이고, 내 사정이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A (사소하디 사소한 그 사건이 있었던지도 어언 한달가량. 이미 나정도만이 기억할 정도로 그 일에 대한 기억은 흐려지고, 이제는 야요이씨의 조금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운 과보호또한 슬슬 기한이 끝나가고 있었다.)

A(뭐라고 할까. 스무살이상씩이나 먹어서 초등학생에게 교사가 왕따당하는 아이에게 하는 듯한 상냥한 말을 들어도 좀 그렇달까. 세상에 나 혼자 뿐만이 아니라니 그런 따듯한 말 당혹스러울 따름이랄까.)

A (이건 기분 좋아도 문제고 그 자체로도 이미 문제 소지가 충분하다. 야요이 선생님도 이제 슬슬 나를 혼자 둬도 안심하게 된 모양이니 나또한 다행이지만.)




A (오늘도 무난한 척 시작하는 하루. 일 문제로 문제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잠은 충분히 자두는 편이다. 그 덕에 개인 시간 따위는 가질 수 없지만 이 사무소에 뼈를 묻을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느정도 버틸만하다.)

A (평범한 하늘. 평범한 거리. 평범한 전철. 그 어느하나 특이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출근길.)

A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진정 중요한 일은 게으른자 앞에 갑자기 나타나는 녀석이란 것을.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해결하지 않고,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는 나같은 무지몽매한 자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올 그날, 사신이 나에게 찾아올 것이란 걸 말이다.)



A (아마 그날도 하루는 평범하게 시작되겠지.)

A (무난하게 사무소 입구에 도착하고, 혹시나 누군가 마주칠까 조심조심 계단을 올라가겠지. 그러면 어느세 먼저 도착해있는 리츠코씨가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리츠코「저기 A씨. 사장님이 하실 말씀이 있으시니 사장실로 오시라고 하셨어요.」


A (그 표정 만큼은 평소와 달라 나는 당혹스러워 하겠지. 익숙하지 못한 환경에 안절부절 할 것이다. 그리고 곧 뭔가를 느끼겠지. 그리고 부정하려 하겠지.)

A (부정하고 부정해서 다가오는 불안을 회피하고, 찾아올 미래를 붙잡을 기회조차 망각한 채 아무런 결정도 각오도 없이 사장실로 향할 것이다. 이미 정해진 파멸의 길로 이어지는 행로를.)

A (그리고.)

A (나는 사무소를 그만두게 된다.)

A (…….)

A (하지만 뭐, 아무리 그래도 당장 찾아올 미래는 아니었다.)

A (언젠가 찾아올 미래지만 당장은 아니라고, 나는 근거도 없이 확신하며 사무실 앞으로 도착한다. 자 도착했다. 다시 추악한 기생충으로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장소로 도달했다. 나에게선 찾을 수 없는 빛과 기쁨이 가득해 거짓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간한정 천국에 도착했다.)

A (나는 언제까지 이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나는 너무 이중적인 사람이어서, 이곳에 머물고 싶은 유혹과 떠나고 싶은 유혹 그 어느쪽도 포기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이미 내 의사는 뒷전이고 그저 현재의 상황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었다. 누구에게 말 못할 형편없는 인간이다.)

A (이런 나같은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분명 평안하게 안주할 수 있는 장소가….)


리츠코「아, A씨.」

A「엣, 리츠코씨? 왜 입구에서….」

리츠코「슬슬 오실 때가 됐다고 생각되서 말이죠. 사장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아침일찍 기다리고 계셨어요.」

A「」

리츠코「A씨? 갑자기 안색이… 괜찮으신 거에요?」

A「」

A (끝났다…)

A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르잖아)

A (아니 언젠가 찾아올 사건이라곤 생각했지만 그래도.)

A (BBA R ZAN A.)

A (조금 각오할 시간을 달라고. 아니, 게으르게 아무런 대처를 안한 건 전부 내 잘못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 제발. 이건 좀. 오늘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최소 내일 정도는. 모래는. 일주일은. 이번달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A (…….)

A (그만두자.)

A (바보같다. 이미 찾아온 일로 이렇게 당황하는 건.)

리츠코「정말 괜찮으신 거에요? 혹시 어디 아프신….」

A (그래. 지금까지 잘도 있었던 거지. 사장님께서도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거다. 미안해도 너무 미안한 걸. 면목이 없다. 정말 나쁜 자식이었다고 나는.)

리츠코「A씨?」

A (… 하지만 왠지 좀 마음에 걸리는 걸. 이건 마치….)

A (내가 먼저 사표를 내느냐 사장님이 나를 짜르느냐. 그런 주제의 치킨게임에서 져버렸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A (아니지. 아직 나에게 기회는 있어.)

A (먼저 사표를 내자. 어차피 내 자존심밖에 지킬 수 없는 추한 승리지만.)

A (내가 취할 수 있는 승리야 원래 그런 종류 뿐이겠지.)

리츠코 (엑, 왠지 기분 나쁘게 웃으시고 계신데.)

A 「리츠코씨! 이걸!」

리츠코「예예?」

리츠코 (왠 봉투를 안 주머니에서… 게다가 갑자기 활기차졌어?)

리츠코「저 정말 아무 문제도 없으신 건가요?」

A「문제라뇨 제가 언제 문제 있으신 거 봤나요? 후하하하.」

리츠코「솔직히 은근히 문제 투성이라고 생각해요. 일은 성실하시니 됐지만.」

A「… 그, 그럼 이만!」

리츠코「예? 저 잠, 방금 출근하셨잖아요? 그리고 사장님이… 가버리셨네.」

리츠코「그보다 이 봉투는 대체….」

리츠코「」

하루카「출근했습니다! 방금 A씨가 밖으로 나가시던데… 리츠코씨?」

하루카「왜 혼자 얼어계시는… 봉투? 혹시 저희 사무소가 갑자기 도산하거나 그러는 건 아니겠죠? 그래서 뿔뿔이 흩어졌다가 한 명 한 명의 이어지는 노력으로 헐리우드로 가 미키를 구해오고 결국 부활 콘서트를 연다는 희망 가득한 스토리로! 막 이러고 헤헤.」

하루카「리츠코씨? 정말 괜찮으신 거에요? 대체 무슨 봉투길레….」

하루카「……」

하루카「에엑!?」

하루카「사직서!?」






-




[동네 상점가]

A「결국 사무소 짤려버렸네…」

A「아니지. 엄연히 말하면 내가 나간 거야! 으하하 세상아 봐라! 내 추한 승리를!」

A「하하하하! 내가 그만뒀다! 팬픽 끝! 덤으로 내 직장도 끝! 생활고도 끝. 인생도 끝. 다 끝. 끝…」

A「끝…」

A「이제 어떡하지.」

A「하, 하하.」

천사「앗, A씨?」

A「어라 상점가에 왠 천사가.」

천사「웃우~ 안녕하세요!」

A「… 뭐야 야요이나 천사인 줄 알았는데 야요이면서 천사였나.」

천사「우… 전 천사씨가 아니라구요. 다른 사람을 놀리면 떼찌에요.」

A「죄송합니다 야요이 선생님」

천사「헤헤.」

A (그런데 왜 이런 시간대에 야요이씨가 여기에 있는 거지. 집이 이근처인가? 내가 그정도로 멀리 걸어왔나?)

A (분명 오늘 야요이는 일이 없어서 학교에 간다고 했었지…) 

천사「그런데 이곳에는 무슨 볼일이세요? 원래라면 사무소에 있으실 시간이잖아요?」

A「아아 그건 있지 야요이씨…!!」

천사「에엣, A씨??」

A (아, 안 돼. 말할 뻔 했다.)

A「더이상 야요이씨를 걱정시킬 순 없어. 그보다 이제 마주칠 일도 없을 사람이잖아 나는.」

A「조용히 사라지면 되는 거야. 조용히.」

야요이「??? 조용히 사라지신다뇨?」

A「에?」

A「엑!? 설마 또 입 밖으로!」

A (왜 자꾸 야요이씨 앞에서만! 천사님 앞에서는 거짓말따위는 불가능하단 건가! 그정도 양심이 나에게 남아있는 거냐!)

A (아니 그보다 이건 선의의 거짓말이라구요! 좀 봐주세요 천사님!)

야요이「설마 A씨…」

A「잠깐만 야요이씨! 설명할 시간을 줘!」




(설명중)




야요이「그런… 그럼 A씨가 잘리셨단 말이에요?」

A「뭐 그렇게 된 거지….」

A「아아아아 그렇다고 사장님이 잘못하시고 그런 건 아니야. 이건 어디까지나…」

야요이「떽!」

A「혼자 분위기 다 망치는 내가 잘못한 죄송합니다 야요이 선생님.」

야요이「이건 정말 말도 안 되요! 가족같은 분위기를 위해서 가족을 내팽겨치다니!」

A「……」

A「저는 괜찮…」

야요이「당장 사장님께 따지러 가겠어요!」

A「!?!?」

A「야, 야야야요 천사님 그건 아니되옵니닷!」

천사「왜 맞는 이름에서 천사씨로 고치시는 건가요!」

A「사장님께는 지금까지 너무 민폐를 끼쳐서… 정말로 제가 잘못한 거라구요! 짤려도 할 말 없다니까요?」

천사「A씨!」

A「네넷!?」

천사「A씨가 잘못했던 아니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구요?」

A「에? 그게 무슨…」

대천사 야요이엘「자식이 잘못했다고 내팽겨쳐버리는 부모가 정말 가족인가요? 분위기에 알아서 어울리고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길 기대하는 게 가족다운 거라고 할 수 있나요?」

대천사 야요이엘「저도 가끔 동생들이 잘못하면 화도 내고 혼을 내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그 애들이 사라지고 없어지길 바래서 그런 게 아니에요. 더 잘 되고 바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싶어서 그런 거라구요. 아무리 미워지고 제멋대로 굴어도 뿔뿔이 흩어져도 카스미도 호타로도 쵸스케고 코지도 전부 제 가족이에요. 그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구요!」

대천사 야요이엘「전 따지러 갈 거에요! 사장님께서 말씀하시던 가족같은 사무실이 과연 어떤 건지! 혹처럼 느껴진다고 냉정하게 잘라버리는 게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가족이라는 건지!」

A「……」

A (대천사 야요이엘님 뒤에서 후광이 비치셔…)

A (이거 일이 장난아니게 커질 거 같잖아… 근데 왜지… 도저히 거역할 수가 없다…)

A (이게 성스러운 영역… 진짜 대천사의 힘인가…)

A (내 어둠까지 갈갈이 찢겨질 것만 같다… 아, 안 돼 정신 차려라. 이대로 정신을 놓았다가는 그대로 성불해서 천국으로 가버려!)

A (이거 어떡하지.)

야요이「저… 이것 좀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A「에, 밧줄? 이런 건 왜….」

야요이「그게 운동회날 줄다리기를 할 줄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런데 저 너무 무거워서… 죄송…」

A「아아아 아냐! 이것쯤은 별 것도 아니지! 이리 줘!」

A (억, 이거 꽤 무겁잖아. 야요이씨 힘들었겠네.)

A (근데 이거 그대로 가는 건가?)





-




유키호「흠흠흠~」

유키호 (그냥 왠지 그런 기분이 들어서 철물점에 갔을 뿐인데 이런 좋은 삽을 구하다니.)

유키호 (저 이 장미삽과 함께라면 더이상 콘크리트 안에 있는 철골 때문에 막히는 일은 없어요! 헤헤.)

야요이「그럼 따라와주세요!」

A「대천사님의 뜻대로…」

야요이「우! 천사씨가 아니라니까요!」

유키호 (엣, A씨와 야요이짱….)

유키호 (뭘 하고 있는 걸까. 말을 걸고 싶지만 A씨가….)

유키호 (프로듀서 덕분에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전 땅딸보에 못난이에요….)

「~♪」

유키호 (전화… 하루카짱?)

유키호「유키호입니다. 응, 응. A씨를 봤냐니? 방금 봤어요.」

유키호「왠지 모르게 밧줄같은 걸 목에 두르시고 걸어가고 계셨는데… 에 저기 하루카짱? 하루카짱?」

유키호「끊어졌어…」

유키호「무슨 일일까. 그런데 왜 A씨는 저런 밧줄같은 걸…」

유키호「…」

유키호「에이 설마. 그건 너무 앞서간 생각이겠지.」

유키호「A씨가 평소에 조금 어두우시긴 하지만 분명 부지런하고 좋으신 분이니까.」

유키호「설마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하시지는.」

유키호「……」

유키호「마, 마코토짱과 상담해봐야…」









===


치킨게임에서 승리한 A?


-

… 분량조절 실패데스요. 장편에 맞추려고 했는데 딱 9kb 쯤이네. 어떻게 수정할까 머리를 싸매다가 결국 그냥 엽편으로 올리기로.

(뭐랄까. 공지에 엽편으로 장기연재도 된다고 해서… 근데 뭐가 다른 거지?)






1.딱히 야요이P인 건 아닙니다. 천사같은 역할이 필요했는데 천사가 야요이었을 뿐입니다.

2.아이알람을 계속 유지하려면 일주일에 이걸 4편을 써야 한다는 건가요. 덧글로는 포인트 안 벌리던데. 빡시네.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05:01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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