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용의자 P의 헌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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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7, 2013 17:45에 작성됨.

P의 장점은 위기에 강하고 돌발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상황파악을 하자마자 미키의 옷을 벗겨서 검은 비닐에 담은 후에 곧바로 미키를 샤워실로 보냈다. 미키에게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 준 후에는 하루카의 주변에 있는 미키의 흔적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하루카의 손에 감겨 있는 금발의 머리카락들, 손톱밑에 낀 살껍질....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미키의 지문이 묻은 흉기를 조심스럽게 신문지로 둘러싼 뒤 또 밀봉해서 가방 속에 넣었다.

P는 어지럽게 널려진 사무실에서 미키의 흔적을 모두 없앤 뒤에야 동공이 확장된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하루카의 두 눈을 감겨주었다. 그리고 심하게 훼손된 하복부쪽도 하루카가 평소에 잘 두르던 숄로 덮어주었다.

미키의 샤워가 끝나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걸릴듯했다. P는 10분 정도 기다리다 미키가 나오지 않으면 자신이 들어가서 빨리 나오게 해야겠다고 다짐한 뒤, 잠시 숨을 돌렸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뒤 P는 하루카의 얼굴을 보았다. 자신이 프로듀싱한 첫 아이돌

"아마미 하루카"

"하루카"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오늘 하루도 힘차게 가요!!'

첫만남부터 활기차게 자신을 응원해주었던 아이돌

"하루카..."

'저...저기 P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765 소속 아이돌 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이해하고 잘 따라주었던 여자아이...


"하...루카"

'P씨! 오랫동안 당신을 사모하고 있었습니다다닷!! 저!저저저왓 사사사사사사사귓.."

갑작스럽게 고백을 해서 나를 곤란하게 한....







"하루카는 죽었어 허니..."

P는 미키의 말에 겨우 현실로 돌아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설명해주겠니?"

미키는 조금씩 몸을 떨면서 말했다.

"...미키...하루카를 죽인거야..하지만 미키가 하루카를 찌르지 않았다면 저기 누워있는 건 미키였을거야..."

P는 미키의 말을 100% 신뢰할 수는 없었지만 미키목에 남아있는 손자국을 보고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허니가 나쁜거야..."

P의 몸이 덜컥하고 떨렸다.

"허니가 바람을 피워서 이렇게 된거야..."
















미키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P는 혼란에 빠졌다.

'그날...그런 실수를 하게 된 것이 약때문이었나...아니 그렇다고 해도...임신이라니...그래서 저렇게 배부분을 갈갈이...찢...잠깐 그러면 미키는 하루카뿐만 아니라 내 아이도...."

P는 눈을 찔끈 감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기 있을 때가 아니야...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건지...그걸 정해야...'


"미키...자수해야겠지?"

"?"

"정당방위였다고 해도...미키...하루카를 죽인거야. 모두에게 미안해...이렇게 폐를 쳐버렸네..."


"......."

"미키는 톱아이돌에서 살인돌이 된거야 아핫☆"


".....이와중에 그런 농담이 나오니? 미키..."

"하지만...허니가 그렇게 풀이 죽어서 아무 말도 안하니까....거 걱정마 허니. 미키는 허니가 가끔씩...1년에 한번씩이라도 면회를 와준다면..몇년이라도 버틸 수 있는거야."

미키는 자기자신도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P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생각없이 되는대로 말을 내뱉는 수준의 발언....

미키의 의지와는 반대로 그런 언행은 P의 가슴 속을 더 깊이 후려 파고 있었다.

"아 그리고 사식으로 허니특제 주먹밥만 넣어주면 미키 건강하게 살 수 있어. 그러니까..."

P는 자신의 입술로 미키의 입을 막았다.


미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P를 보았지만 곧 눈을 감고 강하게 매달렸다. P는 떨리는 미키의 몸을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하루카는 죽었다...하지만 미키는 살아있다. 하루카를 지킬 수는 없었지만.......미키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허니! 허니...으흑! 미키는 말이야 미키는!"

미키는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울면서 P에게 매달렸다. 너무나 애처롭게 가엽게 마음 아프게 우는 미키의 울음소리에 P는 그녀를 지켜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온세상의 어떤 비난도 벌도 미키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달게 받을 수 있다고....


"걱정하지마 미키. 미키가 감옥에 갈 일은 없어. 내가 지켜줄게 무슨 일이 있어도 미키는 내가 지킬게. 그러니까 울지마...제발 뚝 뚝! 응? 착하지? 우리 미키?"

"후에엥~ 허니~~!!"




















P는 미키를 진정시킨 뒤 바로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미키의 집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다행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알리바이 형성을 할 수 없었다. 미키는 P에게 오늘 밤은 같이 있어달라고 했지만 P는 달래듯 말했다.

"미안하지만 오늘 안될 거 같아 미키. 정말 미안해. 오늘은 야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다음에 꼭..."

"약속이야? 허니 거짓말이면 미키 정말 용서 못해?"



"내가 그날 이후로 미키에게 거짓말한 적 있니?"

"......없어....나노..."



"그렇지? 다음에 꼭....그리고 명심해 미키!"

"으...응"



"미키는 오늘 스케쥴을 끝내고 바로 집에 들어간 거야. 그리고 아까까지 있었던 일은...모두 잊어."

"...에.."

"다 악몽이야. 지독한 악몽을 미키는 꾼거야."

"그 꿈에서 깬다고 해도 하루카는 돌아오지 않을텐데?"


P는 또다시 떨고 있는 미키를 강하게 안아주었다.

"미키의 잘못이 아니야. 아까 미키도 말했잖아? 이건 다 내 잘못이니까...미키는 걱정하지 말고 어서 들어가서 자."

"허니....."

"그러니까...어서 들어가서 자. 내일은...아마 오늘보다 더 힘든 날이 될테니까."



미키에게 굿나잇키스를 하고 난 후 P는 신속하게 사무소에 돌아왔다.

시간은 벌써 새벽 2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사무실의 불을 켜자 아까의 난장판이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하루카의 시체도 그대로 였다.

P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소파에 앉았다. 천장을 한동안 응시하던 그는 돌연 주먹으로 자신을 강하게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벽을 향해 몸을 날리고 이미 어지럽혀진 사무실을 다시 뒤집어 엎기 시작했다. 안경도 산산조각이 나서 바닥에 떨어졌고 P의 얼굴은 여기저기 멍이 들고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카의 시신을 부여잡고 미친 사람처럼 울기 시작했다.







2~3분이 지난 후에 P는 다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또 다시 담배에 불을 붙히고 입에 가져간 후에 말했다.


"거기 있지?"

"......"



"아까부터 거기 있었잖아. 잔말말고 빨리 내려와!"

"....아..알았다..."

사무실 천장 판넬이 하나 위로 들리더니 왜소한 체격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진기로 P를 대놓고 찍기 시작했다.


"사진이라면 아까부터 계속 찍었잖아. 이제 그만하시지?"

"으흥...우리가 상하관계는 아니지 않나? 그렇게 명령조로 말할 상황도 아닌거 같은듯?"

P는 잠깐 얼굴을 찡그렸지만 곧 업무용스마일을 하면서 그 남자에게 말했다.

"하하 이거 실례했군요. 스토커씨 상황이 상황이라 조금 짜증을 부렸네요."

"스토커라니!! 나는 765사무소 아이돌들의 가디언 침묵의 수호자! 관찰하는 보호자!"


왜소한 남자는 3년전 765사무소 아이돌들을 집요하게 악질적으로 스토킹한 범죄자였다. 예전에도 여기저기 경찰서에 들락날락한 헤비스토커.....그를 처음 P가 붙잡았을때 경찰소로 직행할 수 있었지만

P는 그날 스토커와 계약을 맺었다.


1. 아이돌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의 스토킹은 허락한다.
2. 도촬도 외부에 유출하지 않는 다는 조건으로 허락한다.
3. 한달에 한번씩 아이돌에게 특이점이 있다면 P에게 보고 한다.


변질자와의 위험한 계약처럼 보였지만 P의 판단은 유용했다.

스토커가 촬영한 영상 덕분에 타카네에게 집착하던 변태대기업사장도 협박할 수 있었고
마미를 노리던 소아성애자도 미연에 체포할 수 있었으며
아이돌들의 보이지 않는 사생활을 관리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라이벌들의 견제나 이지메에도 바로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스토커에게 월급을 줘도 모자를 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P와 스토커는 협력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렇게 둘이서 마주보고 대화하는 것도 2년만이었다.

"일단 하루카와 미키의.....영상 찍었지?"

"아아 완전 이거 죽여줌!!ㅋㅋ 잘만 편집하면 왠만한 스릴러영화 저리가라 일듯?? ㅋㅋㅋ"


스토커는 신나게 떠들어대면서 미키와 하루카의 싸움을 재연했다. P는 역겨웠지만 최대한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말했다.

"일단 그 영상은 몰수야. 아니 영구삭제해야겠어. 나와 미키가 같이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고
."

"칫 그럴줄 알았음. 사실 아까 둘이 나갔을때 그냥 도망갈까 했지만ㅋㅋㅋ 아까 프로듀서가 미키랑 키스할때 눈빛ㅋㅋㅋ 그와중에 내가 있는 천장을 보면서 '도망가면 죽는다..'광선에 완전 쫄았음!!"





"후우....변질자인건 알았지만...조금은 일반적인 반응을 해주면 안될까? 너 미키만큼은 아니더라도 하루카도 빨았었잖아."

"그랬지만! 미키와 하루카의 도그파이트!! 완전 흥분!! 아직도 가라앉지 않음!! 미키의 아슬아슬한 역전극!!"


P는 당장이라도 이 스토커에게 침을 뱉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녀석이라도 쓸모는 있었다.


"그 얘기는 됐고 일단 그 디카부터 이리 넘겨."

"칫! 어쩔 수 없음."


P는 디카안에 데이터를 모두 삭제하고 외장메모리도 뽑아서 입으로 잘근잘근 씹어먹었다.


"아아 산지 얼마 안된거임!! 변상은 해줄거?"

"당연하지...그리고 부탁이 하나 더 있는데..."

"뭘 말할지 본인은 다 알고 있어나노~~ㅋㅋ"


"..........."

"P씨가 다 뒤집어 쓰겠다는거지? 역시 슈퍼 프로듀서!!!! 완전 감동 쩌는듯!"

"....그래"

"여기서 일어난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거지?? 맡겨두라고! P씨가 없어도 내가 765아이돌들을 지킬거임. 나도 이런 일로 이 천국같은 보금자릴 잃고 싶지 않음 ㅋㅋ"

"얘기가 잘 통하네. 스토커씨 하하핫"

"당근 당근 나랑 P씨는 벌써 3년지기 잖씀? 척하면 딱임ㅋㅋㅋㅋㅋ"

스토커는 P의 어깨를 친한듯이 툭툭쳤다. P는 온몸의 피가 꺼꾸로 솟을 것 같았지만 계속 미소를 띄웠다.

"아 그런데말이야. 그 겉옷 안 주머니에 있는 소형디카도 봐도 될까?"

"큿...웃으우 귀하 눈치채고 있었습니까?"

".....잔말 말고 내놔..."

"ㅇㅇ"





P는 빼앗듯이 스토커의 소형디카를 넘겨받고 그 내용을 확인했다. 그것은....
하루카의 사진들이었다....

P는 헛구역질이 났지만 사진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삭제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사진은....

스토커가 하루카의 시신을 앞에 두고 찍은 인증샷...

".....너 이런 취미도 있었냐?"

"흐하앙 나도 몰랐었음!!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시체가 있으니까 나도 몰래 아하핫☆ 완전 흥분해버림ㅋㅋㅋ 아 그래도 계약위반은 아니잖슴? 해를 가한게 아니니까"

P는 스토커의 입을 바라보면서 기다렸다. 그가 뱉어내는 더러운 말 중에서도 최악의 발언을

"이미 죽어 있으니까 해를 가한게 아니잖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기분 나쁘게 웃는 P를 보고 스토커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 말했다.

"괜찮음? 역시 충격이 컸던거 같은데 병원에 가는게?"

"하하하하 정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

"내가 예상한대로의 쓰레기라서 웃어버렸어. 역시 너여서 다행이야."

"무...무슨 말을 하는 거임?"

"죽여도 아무런 죄책감 들지 않을 놈을 죽이게 되서 다행이라는거지. 하하 네놈처럼 산소가 아까운 놈을 죽이는건 범죄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하하하하"

스토커는 불안해 하면서 도망치려 했지만 P가 가방속에서 흉기를 꺼내서 그를 찌르는 것이 빨랐다.

"컥! 크윽 쿨럭! 이...이게 무슨..."

"영광으로 생각해라. 단순한 악질 찌질이 스토커에서 하루카를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로 남을테니까."

P는 곧바로 스토커의 멱을 흉기로 따버리고 치솟는 피를 보면서 웃었다.

"미키는 내가 지킬거야. 내가 대신 미키의 죄를 뒤집어쓰면 미키의 곁에서 지켜줄 수 없잖아? 그러니까 스토커 너의 숭고한 희생으로 모두가 살 수 있어. 좀더 기뻐하라고?"


스토커는 말을 하려했지만 엉망이 된 성대로는 입만 벙긋할 수없었다. 그리고 곧 두손으로 목을 감싼 채 쓰러졌다.



P는 피를 내뿜으며 꿈틀거리는 스토커를 앞에 두고 전화를 걸었다.

"경찰서죠? 여...여기는 765사무소 입니다.....사...사람이...죽었습니다......하루카가....크흑....네...네....네 그 아마미 하루카가 맞습니다....그리고....제...제가...으으으으.....제 손으로 그 범인을....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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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나 헌신적인 P 아닙니까?

하핫

생각보다 진행이 느립니다. 아이디어들은 많은데 좋은게 떠오르지 않아요;;

부족한 실력에 글을 쓰려니 고통스럽습니다.

글을 계속 쓰는한 영원히 고통받을 듯 ㅎㅎ

암튼 다음편에 또 만나용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05:01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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