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05-16, 2013 02:33에 작성됨.
201X년 5월 5일.
765프로의 아이돌들은 오늘도 순조롭게 성장중이다. 개중에는 성장보
다는 연애에(미키라던가 미키라던가 아즈사라던가)에 관심이 많은
아이돌들도 있었지만 적절하게 받아주고 때때로
적절히 무시하면서 버텼다.
프로듀서로서 나름 큰 성과를 올렸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돌
랭크가 오르고 프로듀서 랭크가 오를수록 하나의 문제점이 있었다.
키사라기 치하야. 16세. 162cm 41kg 72-55-78.
성격 은근히 개같음 까칠함.
취미 음악오덕 음악감상
레즈 밍고...커흠!! 어쨌든 이것이 그녀의 프로필이다.
아직 후보생 시절이었을때부터 그녀는 내게 찍혀 있었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 매우 나쁜 의미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72주제에 건방져.
물론 72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건 결코 아니다.
문제는 그녀의 태도였다. 노래 이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내가 추구하는 프로듀싱 방향은 노래와 댄스, 비주얼이 조화된
일종의 무난한 왕도였다. 72라서 비주얼은 조금 버리더라도
댄스는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거부. 레슨뿐만
아니라 의상, 메이크업...스태프들에게 폐를 끼친 적이 많았다.
정말 사사건건 짜증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겨우겨우 프로듀싱
방향을 수정해서 only 보컬 아이돌쪽으로 팔아보기로 결심하지
않았다면 내 프로듀서 커리어는 거기까지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하나 인정하고 넘어갈 건 있다. 치하야를 맡았을 때는 내
프로듀싱 레벨이 낮았을 때였다. 따라서 좋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졌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당시의 나는 요령도 없었고 고집은 셌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무표정함이 용서되는 건 아니다.
765프로의 다른 동료들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대단한 방송은 아닌 유료케이블이었다. 여러가지 상황에서 아이돌
들의 치마속 촬영을 노리는. 솔로무대를 마련해주겠다는 말에 반응한
그녀를 데리고 간 건 좋았지만 시간상 솔로무대는 취소. 그리고 당연하지만
반성희롱. 그녀는 생방송에서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동료 아이돌의
적절한 커버가 아니었으면 한마디로 X될뻔했다.
쉬는 시간에 저항하는 그녀를 이끌고 옥상으로 올라와 따져댔다.
비록 다소 저속한 설정의 방송이긴 해도 엄연히 돈과 시간을 지불해가면서
봐주는 팬이 있고 찍어주는 스태프가 있다. 이 방송의 PD도 미미하게나마
유명 프로그램의 스태프들과 연이 닿아있는 사람이다. 오크도 사냥하지
못하는 용사가 어떻게 드래곤을 잡겠는가. 아이돌이 되었으면 아이돌답게
행동해라. 그러지 않는다면 내가 널 프로듀스 할 일은 없다고 몰아붙였다.
처음으로 눈물을 봤다. 푹 숙인 고개. 눈에서 떨어진 눈물은 아무런 장애도
거치지 않고 바닥으로 뚝뚝뚝. 실컷 운 그녀에게 결의를 보여달라고 요구
했다. 아무런 발판도 없이 톱 보컬리스트로 키울 능력은 내게 없다고 했다.
어쩌면 그건 요구라기보다는 발악에 가까웠다. 후반부 촬영에서 그녀는
다행히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했다. 만약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면 나는
회사로 돌아가 프로듀스 포기를 선언하기로 마음속으로 정해버렸기에.
그녀가 왜 무표정을 고수하고 노래에만 집중해야 했는지 알게 된 건
조금 뒤의 일이었다. 그녀가 조금 원망스러웠다. 미리 알았다면 절대로
그렇게 몰아붙이지 않았을텐데.
그러나 나는 너무 레벨이 낮았다. 그녀의 트라우마의 무게를
지나치게 낮게 잡았던 건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시작은 그날따라 묘하게 일이 없었고, 심심했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치하야도 오프. 그래서 역시 심심했던 동료들과 몰래카메라를 꾸몄다.
내용은 지극히 단순했다. 내가 교통사고가 나 병원에 실려갔다는 것.
조금, 아니 사실 꽤 많이 꺼림칙하긴 했지만 설마했다.
이런 장난을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받아들이고 그녀의 멘탈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병신같은 생각을 했다.
분명히 말하지만...그런 장ㄴ...
"큿. 이런 모욕적인 글을 쓰고 있었나요?"
"아...아냐!!! 이건 그냥 장...흡!!!"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치..치하야 잘못했어 그러니까 그걸로 손목 긋는 건 그만둬주세요."
"........다시 한번 더 그런 말 하면........
..................나도 장난이 아니게 될 테니까요."
그렇게 프로듀서와 72는 다소 과격하지만 나름 나쁘지 않게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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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은 항상 해피엔딩을 추구하는 고찰시리즈
현재까지 고찰시리즈
1. 하루카에 대한 고찰
2. 유키호에 대한 고찰
3. 이오리에 대한 고찰
4. 72에 대한 고찰
앞의 세 작품이 에로스적인 사랑으로 끝냈다면 이번 네번째 고찰시리즈는
플라토닉적 사랑으로 끝나서 기분이 좋습니다.
반드시 육체적 커뮤니케이션을 전제로 하는 것이 사랑은 아니니까요.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02:31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1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치하야는 이상하게 얀 쪽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에로스적인 걸 기대했는데!
왜 다들 부치님의 길을 걸으려는겁닙까!?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