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3개월-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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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9, 2013 01:11에 작성됨.

시부야에게 도쿄의 안내를 받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저녁시간을 지나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아키하바라, 라는 곳을 가보고 싶었지만 거리상 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유감이다.


" 이곳은? "


" 제 집이에요. 꽃집을 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시부야를 따라가자, 안내된곳은 자그마한 꽃집이었다.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 어서오세요~. "


다른 곳에 있는지 살짝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를 느끼며 살짝 눈을 감았다.

향기로운 꽃향기가 내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 인테리어도 예쁘네. 좋은 가게야. "


" 가, 감사합니다. "


시부야는 부끄러운듯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가게에 배치된 의자에 살짝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 ... "


" ...궁금하지? "


살짝살짝 이곳을 쳐다보는 시부야를 바라보며 말했다.

입가에 쓴웃음을 띄우며 고개를 천천히 가게 전부를 눈에 담을 수 있도록 돌렸다.


" 우리 아이돌 중 누군가와 친하기라도 한건지, 아니면 765프로의 자체에 관심이 많은건지, 물어봐도 될까? "


" 무, 슨 말씀이신가요? "


" 궁금하잖아? 내가 은퇴, 리타이어 한 이유. "


고개를 시부야 쪽으로 돌렸다.

당황해 하면 서도, 어딘가 급소를 찔린듯한 느낌.


" 처음엔 호의였을 지도 모르지만 중간부터 생각한거지? 어째서 이런 사람이... 라고. "


" 읏, 아, 아닙... "


" 거짓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해하고 있으니까. "


살짝 일어나서 걸어가 로즈마리 꽃을 집어들어 냄새를 맡는다.


" 비밀로 부쳐주면 좋겠어. 사실 나 말이지, 불치병이래. "


" 에? "


뒤에서 정말로 놀란듯한 소리가 들린다.

하긴 누구라도 이 소리를 들으면 저런 반응을 보이겠지만.


" 몸이 쉽게 피로해지고, 일어나지는 시간이 점점 늦어져서 병원에 가서 들은 말이야. 앞으로 삼개월 가량의 시한부 삶, 이라고. 그게 이유. "


" 그, 그런... "


시부야는 나를 불쌍한 듯이, 동정하는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쩐지 마음이 거북해 졌으나, 그만두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 내가 어째서, 처음보는 너한테 이런 사실을 말한걸까? "


동정심이라도 받고 싶었던걸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걸까.

남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어 사무소에서 나온 주제에 동정을 바란다니, 꼴사납다.


"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으니까, 가 아닐까요? "


고개를 돌려 시부야쪽을 바라보았다.

시부야는 불쌍하다는 듯 한 눈빛을 지운채로 중얼거렸다.


" 무슨 아픔이든, 남과 나눈다면 절반으로 줄어드니까. 절대 나쁜 짓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


위로해 주는 것이겠지.

이런 어린 소녀에게 위로받을 정도로 약해보인다는 건가, 어쩐지 나 자신이 한심해졌다.


" 그런걸까? "


살짝 웃으며 로즈마리 꽃을 제자리에 놓았다.

그리고 주위의 꽃 한송이를 집어들고 계산대의 쪽으로 향했다.


" 시부야, 안내해줘서 고마워. "


지갑에서 만엔짜리를 꺼내 계산대쪽에 하얀 장미꽃 한 송이와 함께 내려놓는다.


" 잠시동안이지만 즐거웠어. 그럼, 또. "


무슨 말을 하려는 시부야를 뒤로 하고 가게를 나섰다.

내게 남은 시간은 90일, 다행히도 아직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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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 아련한 추억. 한 송이의 백장미 - 다시 만나요.

병의 부작용 그 하나, 몸의 피로.

이제 만날 아이돌 수는 대략 5~6명 정도일까요.

이번 글을 쓰며 들은 노래는 Muse의 Madness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이 게시물은 에아노르님에 의해 2013-06-07 00:01:08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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