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06-09, 2013 16:07에 작성됨.
여느 날처럼 765프로의 프로듀서 P는 아침 일찍부터 일중독이다.
타닥타닥.
컴퓨터를 두드리는 P의 표정이 그리 좋지 못하다.
그러나 서류의 내용에서의 765프로는 대약진중인 최고의 연예기획사.
어느 곳을 봐도 부정적인 내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
P가 컴퓨터 한 번 보고, 문을 한 번 본다.
업무는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끼익.
드디어 아직 경첩을 고치지 못한 문이 다소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열린다.
"아 어서 오..."
반갑게 인사를 건네려던 P의 표정이 딱딱해진다.
파란 생머리. 여유롭고 느릿한 움직임. 화려한 비주얼.
그리고 P가 죽어도 혼자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얼굴.
"어머......."
미우라 아즈사.
"......................"
"......................"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다. 어떤 멍청이라도 둘이 불편하다는 건 알 수 있다.
"아즈사 씨. 차 타 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프로듀서."
실제 차를 타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는지 P의 눈길은 모니터에 고정.
언제나 미소를 띄우고 있는 아즈사의 모습만을 상상한다면 경악을 금하지
못할 정도로 딱딱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아즈사는 잡지에 시선 고정.
장례식을 치루는 교회라고 해도 지나칠 것 같은 무거운 분위기.
헤어지고 만 하루만에 다시 만나는 건 아무래도 불편하다.
왜 이렇게 만나야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P와 아즈사는 몇 년 전, 765프로가 돈을 단 1엔도 벌지 못하고
사장님의 자본금만 줄기차게 까먹던 시절부터 함께했었다.
그때는 아이돌 지망생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일도 없었고. 다소 서투른 트레이닝도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아즈사의 대표적인 명곡 "곁에....."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스타트를 끊었
는지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존재가 P였다. 딱 100장 찍었던, 지금은
인터넷 경매에 내놓으면 몇천만엔부터 시작하는 초레어 CD 시리얼넘버
1번도 P의 소유.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프로듀서 주제에 담당 아이돌에게 마음을 고백한 것부터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렇게 따지면 팔리지도 않는 다급한 상황인 주제에
그 마음을 받아준 그녀의 잘못일지도.
지금은 어디 폐차장에서 썩고 있을지 모를 20만엔짜리 중고차 한 대에
혼자 보낼 수 없는 아즈사를 태우고 일이든 레슨이든 어디든지 데려갔다.
첫키스도 그 안에서 겨울바다를 보면서 했다. 한김에 손까지 대버렸었지.
그 폐차 직전의 중고차가 제법 그럴듯한 새 차에서, 톱스타들만 타는
밴으로 바뀌었지만, 우리는 점점 서로에게 멀어져가고 있었다.
100엔 짜리 싸구려 크레이프 한 입씩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사이좋게
나눠먹으면서도 행복했던 우리는 언젠가부터 더 이상 없었다.
그저 서로에게 있어서 너무 편해져버렸기에, 아니면 아즈사가 먼저 이별을
통보하기에는 너무 착한 여자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서도.
아즈사가 톱 아이돌이 되고 P자신도 업계에서 인정받는 민완의 프로듀서
로 이름을 떨쳤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언젠가부터 정성스러운
도시락은 별 맛 느끼지 못하는 최고급 레스토랑 런치로 바뀌여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노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냥 일을 하고,
레슨을 다니고 라이브를 성공시키고 중간중간 짬이나면 데이트를 하고,
밤이 되면 지독히도 익숙한 잠자리를 함께했다. 어딜 만지면 상대가 흥분
하는지 서로가 이제는 너무 잘 안다.
정확히 그 부분만 쓰다듬는 P자신이 환멸스러웠다.
아니, 이제는 익숙한 반응을 보이는 아즈사마저 환멸스러웠다.
그리고 어느 날, 즉 어제, P는 이별을 통보했다.
더 이상 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쓸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잡지 않은 그녀가 미웠다.
그리고 지금 이 상태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즈사 씨.'
"네......?"
뜬금없는 P의 말에 아즈사가 반응한다.
"나는 불편한 사이인 사람과 같이 일을 하기 싫은 사람입니다.
내일부터 나는 퇴직하고 새 일자리 알아봅니다. 그러니 그런 딱딱한 표정
계속 짓고 있지 말아주세요."
"............그건 제 마음입니다."
타앙!!!
드디어 참지 못했는지 P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즈사와 눈을 마주쳤다.
전혀 아즈사답지 않은 대사를 내뱉어 충격을 줬던 아즈사도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아즈사의 팬들이라면 피를 토할 광경.
"뭘 원하는데요! 당신도 날 지겨워했잖아요! 하지만 차마 말도 못하고 있었고!"
"그건..........."
"운명? 그래요. 난 운명이 아니란 말입니다! 첫키스, 첫경험을 가져갔다고
당신 마음대로 운명이니 뭐니 하지 말란 말입니다! 난 아니라고요!"
"........그런데 프로듀서는 왜 자꾸 절 신경쓰시죠?"
"내가 아는 아즈사 씨는 분명히 잔뜩 텐션 떨어져서는 아이돌 일 제대로
못하는 걸로 정해져 있잖습니까! 아직 운명의 상대를 찾지 못했다면 계속
최선을 다해서 아이돌 일 하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럴 겁니다."
"그럼 웃어요. 웃으라고요. 내가 아는 미우라 아즈사는 어느 상황에서도
바보처럼 웃어대는 그런 톱 아이돌이란 말입니다.
그런 표정 짓고 있는 아즈사는 없어요!"
".............레슨 다녀올게요."
결국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는지 아즈사는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P의 눈시울이 빨개진다.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 모습은 방금 전 독한 말을 내뱉었다고 믿을 수 없는 그런 표정이었다.
며칠 후.
P는 바닷가 위 바위에서 그림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여기 있었네요. 거짓말쟁이 전 애인이."
"?!"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P는 뒤를 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실패했다.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는 하얀 손으로 인해.
"거짓말쟁이."
"...................리츠코입니까, 코토리입니까."
"그게 중요한가요?"
".................알았으니 됐네요. 전 당신의 운명이 아닙니다."
"저. 몹쓸 방향치에 길치예요."
"................"
"그런데도 P만큼은 찾아냈어요. 신기하죠?"
"................"
"돌아가요. 몹쓸 병에 걸렸으면 죽을때까지 내 곁에서 프로듀스 해주세요."
"..........나쁘네요. 아즈사 씨는."
기적은 있었다.
내 몸에 있던 나쁜 세포는 거짓말처럼 사멸되었다. 원래 없었다는 듯이.
그리고 나는 결혼한다. 나의 운명과.
사랑해 미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앞으로도 나만을 위해서 반짝반짝 빛나줘.
-fin-
============================================
해피엔딩.
4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나요?
왜 미키가?
아즈사님이 미쳐 날 뛸 차례군요.
이제 미키랑 사귈게요
멋진 엔딩이다
ㅁ, 미키!!!!??????
미키1승 달성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