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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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8, 2013 00:59에 작성됨.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Love Love Love]를

먼저 보고 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안 보셔도 상관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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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잘 지내시나요?


그녀만의 운명인 줄 알았던 그가 이제는 이름을 부르기도 싫은 다른

여자와 결혼해 사무소를 떠난지도 벌써 석 달째,

정확히 백 일 되는 날이었다.

아즈사는 여전히 류구코마치로, 솔로로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지낸다.

그런데 그녀의 프로듀서 리츠코나 코토리는 왜 자신을 걱정하는지.

왜 나를 잠시도 혼자 있게 내버려두지 않는건지.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는거래요] 같은 흘러간 유행가 가사같은

말을 내게 해주는건지. 정말 괜찮은데. 정말 괜찮은데.

"우후후...정말 괜찮은데...."

정말 괜찮다.

가끔씩 머리가 멍해질 때가 있고.

조금 체중이 빠졌고.

길을 걷다가 가끔 한숨이 나오고.

이름을 불러도 잘 듣지 못할 때가 있고.

예전보다 더 자주 울고.

가끔 숨쉬고 사는 것 같지 않은 기분이기는 하지만.

정말 괜찮다.

왜 다들 나보고 그러다 죽을 것 같다고 하는거지? 

다들 실례잖아.




"콜록...콜록...."

늦여름인데 감기인 것 같다.
 
(정말!!! 아즈사!!! 아이돌이 여름감기가 무슨 말이야!!)

(우후훗. 미안해 P군~ 용서해줘어~콜록.)

(그러니까 얼른 약 좀 챙겨먹으라고!!)

(후으응!! 싫어!!! 쓰잖아!!!!)



".................콜록.....콜록....켁켁켁...콜록."

아무리 억지로 기침을 짜내어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던 걱정 섞인 잔소리 대신 공허뿐.

".........정말.....나 감기걸렸잖아....아파...아프단 말이야...."

오늘도 아무렇지 않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프로듀서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것만 빼면.




"..................."

"P?"

"...................."

"P.............P 맞지!!!!!"

"...................."

"미안해!!!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

"그러니까 이리 와!! 나 아프단 말이야!!!! 뒷걸음질 치지마!!!"

"....................."

"무슨 말이라도 해 봐 이 나쁜 새끼야!!!!!"

"...................."





"......................"

"......................"

아즈사는 벌떡 일어났다. 여기저기 긁힌 휴대폰을 집어들고

정신없이 무언가 메세지를 보낸다.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윽고 착신음이 들렸다.

"........................."






[받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라아라.....이건 나쁜 꿈이네. 다시 자면 꿈에서 깨려나...."

아즈사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물줄기가 그녀의 흰 뺨을 타고 쉬지도 않고 흐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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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지가 고민이라는 게 함정.

난 자살 반대론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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