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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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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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이이이익! 오니야…. 오니가 나타났어!”
노파는 절규하며 다다미에 주저앉았다. 온 몸에 힘이 빠진 듯,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리는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그 입술 사이에서는 쇳소리와 같은 미약한 신음소리만이 새어나왔다. 노인 역시 뒤로 나동그라진 채 다리에 힘조차 주지 못하고 그저 눈앞에 나타난 색색의 크고 작은 귀신들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노인은 얼마 전 옆 마을에 식인귀가 나타나 마을사람 너댓을 잡아먹고는 사라졌다는 소문을 떠올렸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부처님 제발 우리 딸만은, 오보로만은…!”
“호오, 딸이 있나. 그러고 보니 젊은 여자아이의 냄새가 나는군.”
온몸이 붉고 황소마냥 덩치가 큰 귀신이 눈알을 부라리며 웃었다. 노파가 얼굴이 새파래지며 입을 가렸지만 이미 새어나간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었다. 가게 뒤편에서 걸음소리가 들려오자 귀신은 입맛을 다셨다.
“옆 마을에서도 계집 둘을 먹었거든. 크흐흐. 맛이 좋더군.”
“아버님, 어머님. 정리를 모두 마쳤사옵….”
발소리도, 말소리도 멈췄다. 일본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이국적인 은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야말로 마치 그림에 그린듯한 야마토 나데시코가 아닌가 싶은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들이 친딸과도 같이 애지중지하는 오보로였다. 오보로 역시 그 홍옥과도 같은 진홍색 눈동자에 놀란 기색을 숨기지도 못한 채 입을 가리고 식인귀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때 노인이 어디서 찾았는지 날이 서슬퍼렇게 선 칼을 들고 귀신에게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아아아! 오보로야! 어서 할멈과 함께 도망치거라!”
“흥, 다 죽어가는 노인네가 칼을 든다고 이 이바라키 대장에게 상처 하나라도 낼 수 있을 것 같으냐!”
이바라키라 이름을 댄 식인귀가 사람 허리만한 팔뚝을 휘두르자 노인이 붕 떠올랐다. 노인이 들고 있던 칼 역시 빙글빙글 돌며 허공을 가르더니 다다미 바닥에 꽂혔다.
“크히히히. 난 맛있는 걸 먼저 먹는 성격이거든. 거기 계집앨 먼저 먹고는 너희들도 먹어주겠다. 넌 살이 희고 부드러워 보이는군.”
“아아, 오보로야…!”
오보로는 마치 이끌리듯 칼자루에 손을 가져다대고는, 그대로 별다른 힘도 들이지 않고 칼을 뽑아냈다.
“오보로…진쿠로….”
“키히히히히! 계집년이 칼을 든다고 무서워 할 줄 알았느냐! 멀리서 그림자가 보이는 것만으로도 그 비천어검류 칼잡이도 줄행랑을 친다는 이 이바라키님에게 두려울 것은…?”
그러나 이바라키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얕보던 여자아이가 휘두른 단칼에 자기 왼팔이 잘려나가는 것을 본다면 굳이 이 식인귀가 아니더라도 말을 잇지 못하리라.
“네, 이…년…이!”
“무라…마사…, 요도….”
오보로는 여전히 스스로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단편적인 단어만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마치 눈앞에서 귀신의 팔이 잘려나간 것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한 기색이었다.
“네년의 허리를 분질러 그 척수부터 마셔주마!”
식인귀가 오른팔을 휘두르자 오보로는 몸을 낮추고 그대로 앞을 향해 날아들듯 굴렀다. 상황을 보던 덩치가 작은 귀신들이 방 안으로 달려들었으나 시선도 주지 않고 한일자로 베어낸다. 이바라키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커다란 방망이를 빼어들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지만 오보로는 손목만 튕겨 칼날로 흘려내곤 위로 솟구쳤다. 당황한 식인귀가 다시 방망이를 가로로 크게 휘둘렀으나 오보로는 공중에서 마치 하늘을 날듯 다시 뛰어오르며 칼을 양손으로 고쳐잡고 상단자세를 취했다. 중력에 몸을 맡기고 그대로 일직선으로 베어내리자 이바라키는 방망이채로 두동강나 그 흔적이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 칼은 귀신에게서 뭔가를 빨아들인 듯 더욱 더 서슬퍼런 빛을 발하고 있었다.
“기묘한面妖な….”
오보로는 스스로도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눈치로 손에 든 칼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치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익숙하게 칼을 휘두르다니, 진실로真に 이상한 일입니다. 마치 갓 태어난 새가 그 몸에 하늘을 나는 법을 익히고 있듯….”
“오, 오보로야….”
노인은 그저 놀라 오보로에게 손을 닿을 듯 말 듯 뻗고 있었다. 노파 역시 자신들의 의붓딸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으니, 이는 오보로가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리라.
오보로는 바닥에 떨어진 칼집을 주워 익숙하게 칼을 집어넣고는 다시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보시는대로입니다. 저런 커다란 귀신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것은 진실로 기묘한 일입니다. 이런 지나친 힘은 두 분에게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기억을 잃은 저를 반년간 마치 친딸처럼 키워주신 은혜에 보답할 길이 없어, 최소한 재앙의 씨인 스스로가 눈앞에서 사라지겠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제가 누구인지, 진쿠로는 또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한 여행길을 떠나려 합니다. 부디, 불효한 딸을 용서하시고 만수무강하시옵소서.”
첫화분의 촬영을 끝낸 타카네는 분장을 지우고 의상을 갈아입고는 세트장을 나섰다. 첫화부터 화려하게 날뛰는 장면을 찍었지만 타카네의 표정에서는 지친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곧 사무소에 단 두대뿐인 차 중 한대와 단 두명뿐인 프로듀서 중 한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여, 타카네. 수고했어.”
“수고가 많으십니다, 프로듀서님. 많이 기다리셨사온지.”
“많이고 뭐고, 중간부터 계속 보고있었어, 촬영.”
“귀, 귀하께서, 보고계셨단 말씀이십니까…?”
지금까지 계속 평안했던 타카네의 표정이 약간 불안한 기색을 띠는 것은 조금 재미있어 보이지만,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텐데, 라고 생각하며 프로듀서는 말을 이었다.
“가능하면 스턴트 없이 직접 하고 싶다고 했을 때는 기겁했는데 말야, 칼은 어디서 배운거야? 전문 액션배우 뺨치겠던데.”
“후훗, 그것은 토옵푸 시이크릿이란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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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게에 썼던 그건데 사실 오보로 무라마사의 오보로검 백귀야행편 2번 엔딩을 거의 그대로 갖다 붙이듯이 썼네요. 짧은 액션신이지만 약간 신나서 썼습니다. 물론 제가 일본신화, 전설, 역사에 아는게 없어서 이 뒤는 없습니다 (…) 아무나! 누가! 이 떡밥을! 안 물어 주려나!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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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