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마스X타입문] 하루카 「엑, 은십자 악세서리.」 치하야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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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0, 2013 00:05에 작성됨.

“어떤 것이든 그것이 조리에 맞지 않는것이라면 반드시 뭔가의 뒤틀림을 만들어 내. 그리고 거기에서 재앙이 생겨나는건 당연한 섭리야.” -QB-


[Intrude in]   

 

"영화 재미있었지?"

 

"응. 설마 흡혈귀가 원래는 순박한 소시민이었다니....."

 

"그렇지? 그거 보고 진짜 충격이었다니까. 아, 말 나온 김에 물어볼게. 치하야쨩은, 그 흡혈귀가 어떻다고 생각해?"

 

"글쎄,.....아무래도 난 천벌을 받았다고 생각해. 아무리 자기 의지랑 무관하게 인간이 되었다지만, 그 화풀이를 인간에게 하는건 역시 용납될 수 없는 일이야."

 

"그래.....?"

 

"하루카는 어때?"

 

"으응~나는 있지────"

 

[Intrude Out]

 

[17 :40, Side Chihaya In]   


"우가아~! 왜 반응이 나오질 않는거야!"

사무소의 바닥에 앉아 창백한 빛을 발하는 진을 노려보던 가나하씨가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피를 토했다가 다시 일어나 사무소 바닥을 수복하고, 사무소 입구를 수복한 후, 가나하씨는 1시간이 넘도록 마루에 새로 그린 진을 노려보고있었다.

사무소의 공기는 정말로 무거웠다.

지금까지 친하게 지냈던 동료였다는 하루카가 사실은 인간이 아니라 흡혈귀였다는 사실, 그녀가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의혹, 그녀가 문을 부수고 나가기 전에 토해낸 비통한 절규가 뒤섞여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으니까.

가나하씨와 시죠씨를 제외한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기에 사무소에는 침묵만이 흘렀고, 그 침묵은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 만 같았다.

 

"으음.....역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한거야......"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 같았던 침묵은 방금 전부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있던 미키가 중얼거린 말에 의해서 깨트려졌다.

 

"이상하다니...? 미키, 뭐가 이상한건데?"

 

무엇이 이상하다는 것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게되버려서 말을 걸자, 미키가 내게 대답했다.

 

"미키가 보기에는, 하루카는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되는거야."

 

"그렇지만, 아까 너도 봤잖아. 그 모습은 영락없는 흡혈귀였는걸?"

 

"우웅, 하루카가 흡혈귀라는 건 미키도 인정해.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하루카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거야."

 

"무슨 소리야?"

 

가나하씨와 시죠씨까지 포함해 모두의 시선이 미키에게 쏠렸다.

목을 가다듬은 후, 미키가 말을 이었다.

 

"어제 프로듀서를 덥쳤고, 최근에 발생하는 연쇄살인의 범인이라고 추정되는 흡혈귀랑 하루카를 동일인물로 취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는 증거가 하나 있는거야. 충격적인 광경을 본 탓에 다들 잊어버린게 아닐까 하는데, 하루카가 765 프로에 입사한 시기는 765 프로 소속 아이돌 중에서 가장 빠른거야. 사장한테 직접 들었는걸? 만일 하루카랑 범인이 같은 사람이면, 765프로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거야."

 

"!!!!"

 

"그, 그러고 보니 그랬어요....하루카쨩의 입사시기는 분명 치하야쨩보다 2달이나 빨랐어요.....! 사무소 창립이랑 3달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요....."

 

머리를 한대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면 그랬다. 내가 입사했던 그때, 하루카는 이미 아이돌 후보생이었다.

그때, 미약하게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시죠씨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아마미 하루카는 흡혈귀이옵니다. 그것도 오백년 이상의 세월을 살아온 거물.....그녀 정도의 흡혈귀라면 여흥으로서 저희들은 모두 가만히 놔두었을 가능성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절대로 그렇리가 없다고 생각되는거야."

 

시죠씨의 말을 끊은 미키의 두 눈은 확신에 차있었다.

그것에 압도된 것일까, 시죠씨가 한발짝 뒤로 물러났고, 미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뜬금없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미키는 누군가가 하는 말이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판별하는데 뛰어났어. 몇마디만 이야기해보면 그 사람이 미키에게 진심으로 말하는건지,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건지 백발백중으로 간파해냈어."

 

사실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미키에게는 그런 재능이 있다.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은 우리가 가장 잘 알고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미키가 하루카와 함께 보낸 시간은 결코 많지 않지만, 하루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는 함께 보냈다고 자부해. 그리고 하루카는, 나이를 물어봤을때와 하루카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 말할때를 제외하면 미키에게 거짓말을 한 적은 없었던거야. 미키가 아이돌 후보생이 된걸 축하해줬을 때도, 미키들이 961 프로에서 첫 앨범을 낸건 축하해줬을 때도, 미키들이 765 프로로 이적했을때 돌아와줘서 고맙다고 말해줬을 때도, 하루카는 765 프로의 모두가 정말로 좋냐고 물어봤을때도, 방금 전에 문을 부수고 나갈때도, 하루카가 거짓말을 한 적 따위는 한번도 없었던거야."

 

".........."

 

"물론, 미키의 감이 틀렸을 수도 있고, 하루카의 연기가 미키의 감을 속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던 것일 뿐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미키는 그래도 하루카를 믿고싶어. 하루카, 정말로 슬퍼보였으니까. 미키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걸로 끝이야."

 

"........."

 

미키가 말을 멈추자 사무소는 다시 무거운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것을 알 수 없었다.

머릿 속이 너무나도 혼란스러워서, 아무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망으로 가득찬 표정을 띄운 하루카의 얼굴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고개를 흔들며 어떻게든 떨쳐내려고 하는 그때.......

 

RRRRR!!!

 

"전화....? 왜 갑자기....? 여보세요?"

 

가나하씨의 전화가 울렸다.

의아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는 가나하씨.

 

"예....에.....? 잠깐, 그게 무슨......? 예? 그렇다면......!"

 

전화를 받던 가나하씨의 얼굴이 갑자기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나하씨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있었다.

 

"예....알겠습니다....그렇게 알리겠습니다. 끊겠습니다."

 

삑.

 

"........"

 

"히비키? 무슨 일입니까? 무슨 소식이라도───'

 

"타카네.......자신은,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히비키.....?"

 

"자신....자신.....최악이야......"

 

가나하씨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들었기에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는 그때, 가나하씨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또 다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17시 40분 경, 퇴마사 1명이 ●●가의 골목에서 아마미 하루카가 아닌 정체 불명의 적과 교전도중 사망......! 같은 시간에  ●●가를 향해서 이동중인 아마미 하루카를 발견, 정체 불명의 사도와 아마미 하루카가 있는 ●● 가를 봉쇄......."

 

"!!!!!!!!"

 

"자신은.....자신은.....무슨 짓을.....우아아아아아.......!!!!"

 

하루카가 흡혈귀라고 해도,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있었는데.

진범인 흡혈귀가 하루카를 위기에 빠트리기 위해서 하루카로 변장했을 가능성도 있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간단하다.

내가, 겁쟁이였기 때문이다.

하루카가가 사실 인간이 아니라는게 무서워서.

사람의 피를 빠는 흡혈귀라는 사실에 겁을 먹어서.

자신을 믿어달라는 그녀의 말을 단 한마디도 들어주지 않고, 무섭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를 거부해버리는, 겁쟁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어느 여름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흡혈귀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어."

 

"원해서 괴물이 된 것도 아닌데, 남들과 다르다는 것 만으로 친구도 만들 수 없고, 가족과도 떨어져야했잖아."

 

"흡혈귀가 악당이 되버린 것도 사실 사람들이 자신을 모질게 내쳐버린 것에 절망해서가 아니었을까?"

 

"사람들이 흡혈귀를 한번만이라도 받아주었다면 흡혈귀도 절망하지 않았을테고, 인간을 미워하게 되지도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하하, 하긴, 그러면 이야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구나."

 

".......저기, 치하야쨩. 우리들은 친구지?"

 

"만일, 어느날 갑자기 내가 흡혈귀가 되어버린다면, 그래도 계속 내 친구로 있어 줄 수 있겠어?

 

"정말? 정말로, 그래도 내 친구로 있어줄거야?"

 

"고마워! 으응, 정말로 고마워."

 

"에헤헤, 물론 나도 그럴거야! 왜냐면 치하야쨩과 나는────"

 

 

─────최고의 친구, 니까.

 

 

"────!!!!!!"

 

그리고 나는, 그날 하루카가 나의 대답에 그렇게나 기뻐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날 그녀가 왜 기뻐하면서 눈물을 흘렸는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뒷걸음질 친 순간 하루카의 얼굴이 절망에 물들어 버린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공포심에 져버려서, 하루카에게 남겨진 마지막 희망마저 내 발로 짓밟아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항상 나를 걱정해주었고, 항상 나를 챙겨준 것은 그녀였는데.

모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해서 고립되어가던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고, 다른 모두와 나를 이어준 것도 그녀였는데.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준 것도 그녀였는데.

유우를 죽게 만들고서 혼자 행복해져도 될리가 없다며 자학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도 그녀였는데.

어떤 때라도 활기를 잃기 않으면서, 나를, 모두를 구원해 준 것은 그녀였는데.

나 같은 걸 최고의 친구라고 불러준, 내 최고의 친구였는데

그랬는데, 나는 그녀에게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었다.

도와주기는 커녕, 고작 공포심 하나를 견디지 못해서 그녀를 상처입혔다.

그녀의 마음을 배신하고, 그녀의 마지막 희망마저 짓밟아버렷다.

 

"나.....나.....하루카......!! 아아.....!!" 

 

눈물이 넘쳐흐르고, 뒤늦은 후회와 죄책감, 자기혐오가 몰려왔다, 무릎을 꿇고, 오열하며, 나는 하루카에게 계속해서 사과했다. 

나를 믿고, 나를 향해서 도와달라고 외치며 뻗은 그녀의 손을 쳐내버린 자신을 저주하며, 그녀에게 사과했다.

 

"사과...해야해......"

 

이렇게 있을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주저앉아있어도, 하루카에게는 닿지 않는다.

하루카를 만나서, 직접 사과하고 싶다.

이런 나를 용서해달라고, 용서할 수 없다면 원망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앗!? 치, 치하야! 그만둬! 나가면 안돼! 위험해!!!"

 

가나하씨가 뭔가 소리친 것 같았지만, 들리지 않았다.

하루카를 찾아, 나는 밤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Side Chihaya Out]

 

[18 : 06 Side Haruka In]

 

"사람이 하나도 없어.....아직 6시 밖에 안 됐는데......"

 

''언니''의 반응이 나타난 곳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행인의 수는 감소하고 있었다.

몇분 정도 전까지만 해도 한두명 정도는 보였는데, 지금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이 구역이 치안이 영 좋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해도, 저녁 시간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건 비정상적이다.

 

"이 정도 범위를 깔끔하게 만든거 보니, 공 좀 들였구나, 덥치지 않는 걸 보아하니, ''언니''랑 나랑 싸우게 해서 어부지리를 취하려는 거겠네. 아하하."

 

흡혈귀 같은 마물의 존재 자체를 허락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몇번이나 방해한 이들이 떠올랐다.

흡혈귀라면 치를 떠는 그들이 이런 결계를 쳐놓고도 나를 덥치지 않는건 속셈이 있다는 소리일터.

쓸데없는 소비를 피하기 위해서 '언니'와 자신을 싸우게 한 뒤 살아남은 쪽을 처리할 생각일게 분명하다.

무사하게 도망치고 싶다면 '언니'를 끝장내는 것을 포기하고 떠나는게 상책이겠지만───

 

"뭐.....아무래도 좋아. 상관 없어."

 

어짜피, 이제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내가 어떻게 되던지간에, '언니'를 끝장내고 싶을 뿐이니까.

 

"왔구나? 그래서, 어떻게 할거니?"

 

'언니'의 기척이 느껴지는 골목으로 들어가자, '언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곁에 쓰러져있는 사람의 시체와 입술 주변의 피로 보건데, 식사를 마친 참이었던 것 같았다. 

주변의 구조를 다시 떠올리면서, 나는 입을 열었다.

 

"몇번을 물어봐도 똑같아. 거절이야."

 

거절의 말을 내뱉자마자 '언니'의 얼굴이  단번에 찌그러지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안타까운 척 하는 것 뿐이라는 것임이 느껴지는 얼굴과 목소리로, 그녀가 말을 걸었다.

 

"그래.....? 유감이네. 난 네가 머리를 식히고 나면 당연히 날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당연한거 아냐? 말 했잖아. 500년 전부터 쭈욱, 당신들을 증오했다고. 내가 여기 온건, 당신을 죽이기 위해서야. 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가족'인 당신을 말이야."

 

손톱을 뽑아낼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싸워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는게 아닐까?

 

"그렇다면.....별 수 없겠네."

 

이렇게 싸워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데.

 

"자매끼리 죽여야 한다는게 마음 아프지만─────"

 

여기서 언니에게 승리한다고 해도.

 

"──────너를 제거하도록 할게."

 

그 후에 덥쳐올 카레 수녀를 뿌리치고 살아남아도.

 

"할 수 있다면 해보셔. '언니'."

 

나에게 돌아갈 곳 따위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텐데.

 

"이야아아아아!!!!!!"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나는 '언니'를 향해 달려들었다.

 

[Side Haruka Out]

 

[18 : 12 Side Chihaya In] 

 

"하아....하아....하앗....!"

 

무작정 사무소를 뛰쳐나온지도 어느세 30 분. 

태양이 완전히 숨어버려 어둠이 짙어져가는 거리에서. 나는 몇번째일지도 모를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하루카는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하아.....하아.....미안해......하아......하루카.....나, 정말, 최악이야, 하아........하아......."

 

자신을 최고의 친구라고 불러주었던 그녀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던 순간이 다시 플래시백한다.

몰려오는 자기혐오와 구토욕구를 억누르며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폐가 찢어질 것 같고, 다리가 떨리지만, 쉴 시간도 아깝다.

어떤 때라도 날 믿고 지지해준 그녀를, 최고의 친구를 순간의 공포에 져서 배반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죄는, 최대한 빨리 그녀와 만나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니까.

이미 늦었을게 분명하고, 나를 용서해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과하고 싶다,

최악의 인간인게 분명한 나 같은걸,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해준 그녀에게 사과하고싶다.

 

"하아.....하아.....하루카.....어디에───────

 

콰앙!!! ──?!"

 

그때, 한 골목으로부터 빛과 폭발음이 터져나왔다.

 

[Side Chihaya Out] 
[Side ??? In]


'뭐......라고....?!'


시죠 가의 퇴마사 중 한명인 남자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비록 미숙한 몸이기는 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결계에 나름대로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사람 물리기'의 결계에 대해서는 특히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자존심은 지금 산산히 부서지고 있었다.

한명의 소녀가, 그의 결계를 통과해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Side ??? Out]

[18: 12 Side Haruka In] 

 

"왜 그래? 기세등등하게 덤벼놓고서는, 아무것도 못하잖아!"

 

"크으......!"

 

간발의 차이로 폭발 범위를 벗어나고, 스텝을 밟아 방향을 바꾸자, 바람의 칼날이 그 자리를 지나간다.

조준은 엉성하고, 공격 궤도도 단조롭지만, 터무니 없는 위력이 그것을 보충하고도 남을 정도인 마술.

콤마 초의 시간만에 4소절 이상의 영창을 종료하는 영창속도와 자기암시를 강화하는 단어의 절묘한 선택이 합쳐진 결과물이 바로 이것이다.

500년 동안 정지해 있었으면서도 몇몇 종류의 마술을 제외하면 여전히 나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녀가 가진 마술사로서의 소질이 확실히 천재적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정말로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통감했다.

물론, 수백년이라는 세월을 살면서 익히고 단련했기 때문에, 나도 막으려고 한다면 못 막을 것은 없고, 반격까지 할 자신이지만, 지금은 자신이 없다.

아무리 이미지를 떠올려도, 모두의 겁에 질린 얼굴에 가려저서 자기암시가 흐려져버린다.

그리고, 자기암시가 흐려져서 약화된 마술로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언니'의 마술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왜야! 왜 그런 하찮은 것들 따위에게 그리도 집착하는거야!!"


"시끄러워......!"


또다시 날아온 참격을 피하고 달려들려던 도중, 위험한 낌새를 느끼고 뒤로 물러나자, 그 자리에서 불기둥이 솟구친다.

불길의 너머에서,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인간 놀이를 너무 오래해서 잊어버리기라도 한거니? 넌 괴물이지, 인간이 아냐!!"


"!!!!"


언니의 말이 한줄기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꽂혔다.

내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본 것일까, 뒤틀어진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는 말을 이어간다.


"아무리 인간행세를 하고 인간들 사이에서 섞여 보려고 해봐야, 넌 괴물이야!! 사람들에게 두려움 받고, 아무리 사랑받고 있었어도 정체를 들키면 그 순간부터 배척당하는 괴물!!!


"아냐......나는......."


"아니기는 뭐가 아냐! 꿈에서 깨! 우리는 괴물이야!!! 인간을 잡아먹지 않으면 살아 갈 수 없고, 인간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면서 배척되어지는, 그런 숙명을 타고난 괴물이라고!! 너도, 나도!!!!!"


"아니───"


콰앙!!!!


"꺄아악!!"


반론을 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언니가 나를 향해서 화구를 투척했다.

3 소절 마술이었기에 몸은 금방 싸울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더 이상 싸울 수 가 없었다.

'언니'의 말에 거짓은 단 하나도 없었고, 그 사실이 내 마음을 완전히 꺽어놓았기 때문이다.


500년간 방랑하면서, 내가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겁을 먹은 사람들은 절대로 나를 다시 받아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섞여들기 1년 전부터 출생서류를 포함한 각종 서류를 조작하고, 존재하지 않는 기억까지 만들어가면서 철저하게 준비했다.

이번에야마말로 성공할 것이라고,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만큼은 빼앗기고 싶지 않았는데.

이번만큼은 행복하고 싶었는데.

결국에는 이번에도 실패했다.

정체를 들킨 그 순간, 모두가 내게 겁을 먹었고, 언제나 그랬듯이 모두에게 거부당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순식간에 가족도, 친구도, 모두 잃고 말았다.

.............어째서일까?

거짓이라고 해도 좋으니까, 언젠가는 깨어버릴 꿈이라도 좋으니까, 내 심장이 멈춰버리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 뿐인데. 하다못해서, 돌아간 기분이라도 느껴보고 싶었을 뿐인데.


"역시, 무리였던 걸까.....? 처음부터, 전부 잘못되어 있었던 걸까.....?


눈물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타인의 생명을 빼앗으며 살아가는 존재인 흡혈귀가......인간의 행복을 바란 것은, 역시 분수에 맞지 않는 소원이었다는 걸까.......?"


마음이, 모든 것이, 절망으로 가득 차서, 부숴져버리려 하는 그 순간─────



"멋대로 말하지마!!!!"


"!?"


"치, 치하야쨩?!"



"하루카를, 내 친구를, 당신 따위랑 동류 취급하지마!!!!"


치하야쨩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것과 함께,



절망은 모두 희망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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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품은 만큼 절망한다면 그 역도 성립할 수 있는 법이고, 그 명제 자체가 잘못되어있을 가능성도 있는 법이죠.

다음 화가 완결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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