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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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15]
"치하야....쨩.....?"
"하루카!"
두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사건에 하루카가 경악하는사이, 치하야가 소리쳤다.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면서,다.
"미안해 하루카....! 내가....내가 잘못했어......하루카는 언제나 나를 도와줬는데.....언제나 나를 걱정해줬는데....나는 하루카를...내 최고의 친구인 너를....."
"치하야, 쨩........!"
눈물을 흘리며, 치하야는 하루카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하루카도 마찬가지였다.
한번 괴물에게 두려움을 느껴버린 인간은 결코 괴물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것은 '언니'는 물론이고, 심지어 하루카 또한 '절대'라고 믿고있던 명제였다.
그렇지만 지금, 그 '절대'는 무너졌다.
하루카에게 한번 두려움을 느껴버렸던 '인간'인 치하야가, '괴물'인 하루카를 찾아와 두려움에 패해 친구를 상처입힌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사과하고 있으니까.
하루카를 여전히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하여 사과해야만 하는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해주고 있으니까.
모든 것을 알고도, 여전히 하루카를 '최고의 친구'라고 불러주었으니까.
하루카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치하야가 와주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뻐서, 모두에게 버림받은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뻐서, 하루카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시작했다.
5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계속해서 하루카를 붙잡고있던 주박은, 500년이 넘는 세월동안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기적'에 의해 끊어진 것이다.
"뭐야 이게......말도 안되.....왜....어쩨서.....! 불가능해.....! 이런게 가능할리가......!!!"
감격에 빠진 하루카를 현실로 되돌린 것은, '언니'의 목소리였다.
그녀의 얼굴은 경악에 물들어 있었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눈 앞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인간은 괴물의 먹이가 되는 존재이며, 인간은 괴물을 두려워하면서 배척한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러해야한다.
그렇다면, 지금 그녀의 눈 앞에서 일어난 이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왜, 어째서 눈앞의 인간 여자 아이는 괴물인 자신의 여동생을 위해서 울어주고 있단 말인가!
있을 수 없다. 있어서는 안된다.
인정할 수 없다. 인정해서는 안된다!
"웃기지마.....웃기지 말라고......! 인정 못해....! 인정 못한다고!!!"
'언니'의 얼굴에서 경악이 사라지고, 증오와 분노가가 그 자리를 가득 체웠다.
증오와 분노에 의해서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언니'가 손을 들면서 입을 열자, 치켜든 손바닥 위에 화염이 일어나 공의 모습을 만들기 시작했다.
증오와 분노가 담긴 시선을 치하야에게 돌리며, 그녀가 손을 휘둘렀다.
"죽어! 죽어버려!!!!"
"!!!! 위험해!! 치하야쨩!!!"
콰아앙!!!!
그렇지만 그녀가 손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하루카가 치하야의 앞으로 달려나왔다.
사람 한명 정도는 단번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것 같은 기세의 폭염이 일고, 하루카와 치하야의 모습이 가려졌다.
폭염이 걷혔을때 그 자리에 남아있던 것은, 줄이 끊어진 은제 로자리오 뿐이었다.
"죽여주겠어....찾아내서 둘다 죽여주겠어.....!!"
추악할 정도로 일그러진 얼굴로 욕설을 토하는 '언니'의 목소리만이, 골목에 울려퍼졌다.
◇◇◇◇◇◇◇◇◇◇◇◇◇◇◇
타다다다닷!
폭발이 일어난 골목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 안으로, 누군가가 달려들어왔다.
그것은 치하야를 안고있는 하루카였다.
신기하게도, 그런 폭발이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하루카가 땅에 내려놓은 치하야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하지만───.
"콜록! 콜록! 여기라면 일단은 안전할거야, 치하야쨩....! 콜록! 어디 다친데는 없───"
"날 걱정할 때가 아니잖아! 하루카! 너야말로 괜찮은거야?! 네 팔이랑 얼굴이......!"
하루카의 상태는, 참혹했다.
탄력있고 혈색 좋은 피부로 덮여있던 양 팔은 열기에 익다 못해서 말라 비틀어질 정도로 변형되어있었다.
화구를 직접 막아낸 양 손은 더 심각했다.
가늘고 아름다웠던 그녀의 양손은, 새카맣게 탄화해 손 모양의 숯덩이가 되어있었고, 10개의 손가락 중에서 3개는 부서진 자국만 남아있었으니까.
치하야가 말을 잇지 못하는 그때 하루카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만 입을 연다.
"아, 그러고 보니 오른쪽 얼굴이 아프네. 역시 그 정도로는 이게 한계였던 걸까......"
하루카의 오른쪽 얼굴은 양 팔 이상으로 끔찍했다.
두 눈으로 바라보는 것 조차 벅찰 정도로 끔찍하게 녹아내리고, 늘어붙어있었다.
머리카락이 있어야 할 곳에는 기포가 빠져나온 흔적이 가득한 두피만이 있었다.
울퉁불퉁하게 변형된 피부 가운데에 뚫린 구멍이, 그곳이 원래는 귀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눈이 있어야할 자리에는───
오른쪽 눈이 없었다.
선홍색으로 빛나는 눈동자가 있어야 할텐데, 잘 손질된 눈썹이 자리잡은 눈꺼풀로 보호되는 눈이 있어야 할텐데, 그것이 없었다.
오른쪽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시뻘겋게 변형되어 진물이 뚝뚝 떨어지는 육괴 뿐이었다.
살아서 이야기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게 신기할 정도의 참상이, 하루카의 몸을 캔버스 삼아 그려져있었다.
경악에 물든 얼굴로 입을 뻐끔거리는 치하야를 향해, 하루카가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문제 없어. 여기서 기다려 치하야쨩, 금방 해결하고 올───."
"무리야! 하루카! 네 상태를 생각해! 그런 부상을 입었는데 싸운다니! 너무 위험해!"
"괜찮다니까?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그런 심한 부상을 입었는데 괜찮을───에?"
하루카의 부상을 보면서 걱정의 목소리를 높이던 치하야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춘다.
치하야의 얼굴이, 더욱 더 경악의 색으로 물든다.
"괜찮다니까?"
어딘지 모르게 안타까운 느낌이 드는 목소리로, 하루카가 말했다.
하루카의 몸은, 두 눈으로 변화를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원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말라 비틀어져 잘라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어보이던 두팔에, 탄화되어 손가락이 부서졌던 두 손이, 탄력과 윤기를 되찾는다.
떨어져나간 손가락이 다시 자라난다.
기괴하게 변형된 두피가 원래 모습을 되찾고 머리카락이 자라나며, 녹아 없어진 귀가 다시 생겨난다.
그리고, 그리고.....
육괴로 변형되었던 오른쪽 얼굴이, 모습을 되찾는다.
터져버린 안구가, 다시 생겨난다.
다친 부분이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다친 부분만의 시간이 되감아지는 것처럼, 하루카의 몸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고작 이 정도로 죽을 수 있을 만큼, 내 몸은 나약하지 못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웃는 하루카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서글퍼보였다.
허나, 서글픈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하루카는 다시 고개를 들어 치하야를 보았다.
"치하야쨩,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줘. 금방 끝내고 올게."
굳은 결의가 담긴 눈으로, 하루카는 입을 열었다.
"정말로 괜찮은거야? 하루카? 저런 괴물 상대로 정말로......"
"걱정마. 치하야쨩. 반드시, 돌아올거니까, 기다리고 있어줘. 치하야쨩."
이번에야말로 악몽을 끝내겠다고 다짐하면서, 하루카는 언니가 있을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눈동자에는 단 한점의 미혹도 남아있지 않았다.
◇◇◇◇◇◇◇◇◇◇◇◇◇◇◇
"젠장....! 젠장.....! 빌어먹을 년이....! 젠장!"
허공에 욕설을 쏟아내며, '언니'는 하루카와 치하야를 찾고있었다.
거의 다 됬다고 생각했는데 치하야 한명에 의해서 망쳐졌기 때문일까 그녀의 분노는 가라앉을 줄 몰랐다.
찾아내는 즉시 파란머리 여자부터 죽이겠다고 다짐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그때.....
"어디야....어디에 숨은......"
불평을 쏟아놓던 '언니'의 말이 갑자기 멈췄다.
눈 앞에 하루카가 나타난 탓이다.
하루카의 옆에 치하야가 없는 것을 보면서, 언니는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전투 경험이 부족해서일까.
그녀는 하루카의 눈빛이 아까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헤에, 아까 그 꼬마애는 어디 뒀니? 숨겨둔거야? 혹시 네가 먹───콰앙!──크헤엑......?"
입을 연 다음 순간, '언니'는 자신이 왼쪽 얼굴이 함몰된체 공중을 구르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언니'의 앞에 나타난 하루카가, '언니'의 면상에 라이트 훅을 박아넣었기 때문이다.
쓰레기처럼 바닥을 구르는 '언니'를 향해, 하루카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 머리를 터트릴 생각으로 쳤는데, 안 죽었네? 강화 마술이라도 걸어놨던거야? 뭐, 아무래도 좋아."
"강화 마술을 걸어놨던 어쨌던지간에──────여기서 나한테 죽을거니까."
"뭐.....?!"
"내 앞에 나타난거, 절대로 후회하게 만들어줄게."
쓰러져있는 '언니'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하루카가 말했다.
그 미소를 보며, '언니'는 공포를 느꼈다.
'아버지'의 아이들 중에서 가장 모자라는 아이였을 막내가, '아버지' 이상으로 무시무시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언니'의 머릿 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웃기지 마.....! 나를 죽인다고? 네가? 웃기지마!!"
그렇지만, 그녀는 그 공포를 억지로 억누르며 마술을 준비했다.
'아버지'의 피를 받은 자식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자신이, 가장 약해빠진 막내에게 겁을 먹고 물러난다는 것에 대한 굴욕감이 공포를 이겨낼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굴욕감을 준 상대를 지워 없에기 위해, '언니'는 수인을 맺고 마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맞는다면 아무리 500년을 살아온 흡혈귀라고 해도 무사할 수 없을 그런 마술이었지만──
퍼억! 뻥! 쾅!
"멍청하긴, 영창할 시간을 줄 것 같았어?"
"커허어......?!"
허나, 그뿐이었다.
하루카는 언니가 영창을 완료하기까지 걸리는 그 짧은 시간조차도 허용하지 않고 다시 한번 주먹을 꽂아넣은 것이다.
영창을 마치지 못한 탓에 주문은 허공으로 흩어져버렸고, 그녀는 다시 한번 쓰레기 같이 땅을 구르다가 하늘로 날려진 뒤, 하루카의 내려찍기에 맞고 땅으로 추락해야만 했다.
"아직이야! 아직이라고!"
화르륵!
그래도 하루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술사로서의 재능을 가졋다는 것일까, 그녀는 신속하게 침착함을 되찾았다.
땅에 떨어지자마자 자세를 가다듬고, 하루카가 착지하는 그 순간에 영창을 완료하고, 화염탄을 한가득 투척하여 탄막을 펼친 것이다.
과연 천재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신속하고 정확한 영창이었지만───
"그렇게 느려터져서 뭘 어쩌겠다는거야!"
───그 화염탄들 중에서 하루카를 맞춘 것은 단 한발도 없었다
하루카는 마치 화염탄들이 날아갈 궤도를 알고있기라도 한 것처럼 가볍게 탄 사이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고 거리를 벌려보려고 하지만, 하루카는 끈질기게 그녀를 쫓아온다.
빠르고 정확한 영창도, 그 정확함에서 나온 위력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무리 마술을 쏴 보아도, 하루카가 그것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자신의 마술이 빗나가는 것에 쌓여만가던 '언니'의 짜증은, 하루카가 '언니'의 오른쪽 귀를 손바닥으로 후려쳐서 날려버린 후에 이죽거리면서 날린 비웃음에 폭발해버렸다.
"약해 빠졌네 언니. 진짜로 어떻게 루마니아에서 여기에 올 때까지 안 죽은거야?"
"이이이.....!"
하루카가 날린 비웃음에 짜증이 폭발한 '언니'가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면서 일어나려고 하지만, 일어서지 못하고 넘어진다.
하루카의 오른 손에 귀를 얻어맞았을때 고막과 함께 반고리관이 손상을 입은 것이다.
십수분 전의 상황은, 이미 완전히 역전되어있었다.
사냥꾼이었던 '언니'는 사냥감이 되어있었고, 사냥감이었던 하루카는 사냥꾼으로 바뀌어 있었다.
'왜....왜야.....! 어째서 이런 일이......! 이럴리가 없어.....이럴리가 없다고......!'
허우적거리면서, '언니'는 망가진 것처럼 '이럴리가 없다'라는 말만을 되뇌었다.
그녀가 알고있는 대로라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술사로서 대성할 만한 재능이 있으면서 마술을 기피하여 재능을 썩히던 녀석에게, 인간보다 우월한 흡혈종이면서 인간인 척 하며, 인간들 사이에서 살고 싶어하는 막내가, 자신을 압도할 수 있을리가 없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야 할 것인데, 어째서?
어째서 약자여야할 막내가, 강자여야할 자신을 이렇게 압도할 수 있단 말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지만, 아직도 뇌가 완전히 수복되지 않은 탓인지 답을 떠올리기는 커녕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 조차도 힘겹다.
"아직이야! 아직 한참 모자라! 언니가 나한테 한 짓에 비하면 아직도 모자란다고!!"
퍽! 퍽! 빠악!
"케흑! 크헤엑!"
게다가, 하루카의 공격이 뇌가 수복되는 시간을 주지 않는다.
부러진 뼈가 다시 붙고, 파열된 내장이 원형을 되찾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하루카의 주먹이, 손톱이, 발차기가 '언니'의 몸을 유린한다.
싸움은 이미 일방적인 폭력으로 바뀐지 오래였다.
'언니'가 사도이기에, 몸에 걸어놓은 강화마술의 효과가 남아있었기에 '언니'의 목숨은 아직까지도 끊어지지 않았지만, 하루카에게 반항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고통의 시간을 늘릴 뿐이었다.
────사실, 이렇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언니'는, 하루카에 대하여 너무나도 모른다.
하루카가 겪어온 500년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른다
그녀가 500년 동안 쓰러뜨렸던 마술사의 수를, 대행자의 수를, 인간 아닌 것들의 수를 모른다.
그녀가 지금까지 두 손에 묻 피의 양을, 쌓아온 업의 깊이를 모른다.
그녀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노력과 인내의 시간을 모른다.
그녀가 500년 동안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도,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겪었는지도, 그런데도 희망을 향해서 손을 뻗는 것을 단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하여 전혀 모른다.
그렇기에, '언니'가 하루카에게 이길 수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사람을 가려가면서 건드렸어야지!!!"
쫘아악! 푸드득!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어마어마하게 불길한 소리와 함께 '언니'의 비명이 울려퍼지면서, 선혈이 튀긴다.
성인 남성 20명 분의 근력을 가진 하루카가 강화 마술이 해제되어 강도가 현저하게 떨어져버린 '언니'의 팔을 힘으로 뜯어버린 것이다.
비명을 지르며, 언니는 하루카에게서 거리를 벌리기 시작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팔이 뜯겨져 나가는 고통을 맛본 그녀의 머릿 속에는 알량한 자존심 따위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남아있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생존욕구 뿐.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체면도 평정도 모두 잃고, 언니가 달리기 시작했다.
어찌나 잽싸게 도망치는지, 하루카가 거기에 반응했을때는 둘 사이의 거리가 제법 벌어져있을 정도였다.
살 수 있다.
이대로 도망간다면, 이대로 막내에게서 계속해서 도망친다면 살 수 있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관측을 계속하면서, 언니는 달린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흡혈귀의 신체능력을 있는 힘껏 발휘하면서, 계속해서 달린다.
얼마나 달렸을까, 뒤를 돌아보고 하루카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그녀가 골목을 빠져나왔을때────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어?"
─────절망이, 그녀를 덥쳤다.
"히, 히이이익?!"
자신의 눈 앞에 분명히 따돌렸을 것이 분명한 하루카가 서있다는 사실에 언니는 공포를 느꼈다.
분명히 잘 도망쳤을 것인데, 따라올 수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할만큼 잘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여동생은 이미 자신보다 빨리 달려와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도망치는 것 따위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것이다.
두려움에 떠는 '언니'를 향해서, 하루카가 걸어온다.
"핏자국 숨기는 것도 잊고, 기척을 숨기는 것도 잊고, 바보지 언니? 그냥 도망치기만 해서 날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았어? 도주의 기초도 안 잡혀있는 이런 헛짓거리로?"
악의와 유열로 가득찬 웃음을 지으며, 하루카는, ───는 '언니'를 향해서 걸어간다.
언니가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하루카가, ───가 '언니'를 향해서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만큼 '언니'가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또 한걸음,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진다.
다시 한걸음 물러서려고 하지만, 어느센가 막다른 곳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뽑혀나간 팔이 완전히 자라나려면 아직도 멀었다.
절망에 찬 목소리로, '언니'사 애원하기 시작했다.
자존심도, 긍지도 전부 잊고, 눈물을 흘리고 코를 훌쩍이면서, 추하게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이, 이러지 마. 응? 우리는 자매잖아? 그렇지? 응?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다시는 안 그럴테니까, 제발! 제발 살려줘! 시키는 거라면 뭐든지 할테니까, 제발 살려줘! 죽이지 말아줘! 응? 살려줘! 쥬
───"
"입 닥쳐."
들을 가치조차 없다는 듯이, 하루카는 그녀의 말을 잘라냈다.
아까보다 더욱 가열찬 증오를 담은 눈으로 노려보면서, 하루카가 입을 연다.
"그 이름으로, 나를 부르지마."
공포에 질려 움직이는 '언니'의 앞에 다가선 하루카의 손이 높이 올라간다.
"내 이름은, ────가 아냐! 나는 아마미 하루카야!!"
자신의 옛 이름을 부정하며, 하루카의 손이 휘둘러졌고────
우드득!! 으지지직!!!!
뼈가 부서지고, 고기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하루카의 오른팔이 '언니'의 등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시뻘건 피를 한가득 뒤집어쓴 그 손에는, 주먹만한 고깃덩이가──'언니'의 심장이─── 쥐어져있었다.
그것을 강하게 쥐어 터트린 후 하루카가 팔을 뽑아내자,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언니'의 몸이 지면에 무너졌다.
".....! ........!"
한쪽 밖에 남지 않은 팔로 구멍난 가슴을 부여잡고 버르적거리는 '언니'의 머리를 향해, 하루카가 걸음을 옮긴다.
이제는 성가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하루카는 말없이 발을 들어올렸고────
"지옥에는, 언니 혼자 떨어져.."
퍽!
수박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언니'의 머리는 산산히 부숴졌으며, 목 위가 없어져버린 언니의 몸은 잠시 경련을 일으킨 것을 마지막으로, 움직이는 것을 완전히 정지했다.
"나는.....내게는,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언니였던 것'에, 방금전에 회수해두었던 십자가를 던지고, 하루카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친구에게 가기 위해서.
◇◇◇◇◇◇◇◇◇◇◇◇◇◇◇◇◇◇◇◇◇◇
"하루카....."
걱정이 담긴 눈으로 자신의 친구가 걸어간 골목 밖을 바라보며, 치하야는 중얼거렸다.
친구가 자신에게 한 말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나 큰 부상을 입은 모습을 봐버린 탓인지, 골목의 밖에서 폭발음이 들려오는 그 순간부터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겨우 화해하고, 방금 전에 그렇게나 끔찍한 상처를 입었던 친구가 자신을 위해서 다시 한번 위험을 향해 뛰어들고있다는 사실에 미안함을 느끼면서, 치하야는 하루카가 무사하게 귀환하기를 기원했다.
"하루카.....제발 무사하게 돌아와줘......"
터벅, 터벅
"!!!"
치하야가 중얼거리는 그때, 하루카가 걸어나간 방향에서 걸음소리가 들렸다.
왠지 모르게 피곤함이 섞여 있는 것 같은 걸음소리라고 생각하면서, 치하야는 걸음소리의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걸음 소리가 멈췄을때 그녀의 앞에 나타난 것은───
"다녀왔어, 치하야쨩."
"!!! 하루카! 무사했구나!"
그녀의 최고의 친구였다.
리본도 타버리고 옷도 좀 그슬렸고, 몸에는 피칠갑을 하고 있었지만, 거기에 서있는 것은 확실히 치하야가 알고있는 하루카였다.
상냥하고, 언제나 모두에게 친절한 하루카가, 미소를 지으면서 치하야에게 손을 흔들어준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솟아오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치하야는 하루카를 꼬옥 끌어안았다.
"에엣?! 치, 치하야쨩?! 나 지금 피가 묻어서 더러우니까 일단은......"
"다행이야.....무사해서 정말로 다행이야 하루카......!"
"치하야쨩......그러니까......"
치하야의 옷이 더러워지니까 그만둬 달라라고 말하려고 했던 하루카였지만,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울어주는 치하야를 차마 밀어낼 수는 없었던 것인지 이윾고 저항하는 것을 그만두고 치하야를 끌어안았다.
하루카 스스로도 지금 이 순간이 정말로 기뻤기 때문이다.
있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 지금 이 순간에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하루카는 치하야를 끌어안고 함께 울었다.
◇◇◇◇◇◇◇◇◇◇◇◇◇◇◇◇◇◇◇◇◇◇
"저기, 하루카."
"응? 무슨 일이야? 치하야쨩?"
넘쳐흐르는 눈물을 겨우 진정시키고 치하야와 하루카가 손을 잡고 프로덕션으로 돌아가는 도중, 치하야가 무엇인가 떠오른 듯이 하루카에게 말을 걸었다.
무엇이 궁금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치하야는 제법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하루카는 원래, 500년 전에 일본이 아닌 다른 곳에서 흡혈귀가 된 거지?"
"응, 맞아. 500년 전에 루마니아에서 흡혈귀가 되버렸어."
"그렇다면.....하루카는 원래는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던 거지?"
"으응....그렇긴 한데.......그게 왜?"
치하야의 질문을 듣고 하루카가 얼굴을 살짝 지푸렸지만, 금방 평정을 되찾았다.
그게 뭐 어째냐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루카에게, 치하야는 더욱 더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하루카의 진짜 이름....가르쳐 줄 수 있어?"
"내 진짜 이름?"
질문을 들었을때 하루카의 눈이 커지는 것을 보고 역시 괜히 물어본 것이 아닐까하고 마음을 졸였던 치하야였지만, 하루카는 '겨우 그런 걸 가지고 그렇게 고민한 거야?'라고 묻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내 진짜 이름은.....쥴리아나야."
그렇게 대답하는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자, 가자 치하야쨩.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거야."
"으응. 빨리 가자."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두사람을, 달님이 웃으면서 비춰주고 있었다.
하루카 「엑, 은십자 악세서리.」 치하야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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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하루카 「엑, 은십자 악세서리.」 치하야 「?」가 끝났군요.
제멋대로인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글에서 다시 만나기를 빌며,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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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치하야를 사역마로 삼아서 평생 데리고 다니면 되겠군요
좋아, 다음 일거리는 이종격투기 같은 걸 가져다줄까..?
'아저씨'냐? 무슨 원빈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