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네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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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5, 2013 11:45에 작성됨.

    "어느날 명인은 갑작스레 각혈을 하며 쓰러지게됨니다. 명인의 병은 이미 오랜기간 진행된 뒤 였고 그의 병세는 몹시 비관적이었습니다. 소녀는 다른 제자들과 함깨 명인의 간병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녀는 그중에서도 명인에게 목숨을 구원받았기에, 더욱 각별히 명인의 간병을 들게되었습니다. 그 은혜는 무엇으로도 평생을 지낸다한들 갚을수 없었기에. 소녀는 어느날 그의 간병을 하면서, 그에게 한가지 소망을 말합니다. 그것은 그녀가 처음으로 가지게된 어느 '꿈'. 시테가타 로써 무대의 위에서 춤을 추고 싶다는 그 소망을."
    거리에는 눈이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가로수, 가로등, 처마위. 눈이 수북히 쌓여갈것만 같아 거리의 사람들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노상의 가게 간판등을 정리하고 가판대를 들여놓는다. 밤은 깊어져가고 눈이 쌓여간다한들, 차가운 바람이 땅을 지나가지만 거리의 사람들은 여전히 저마다의 걸음을 옮긴다. 그저 내리는 눈을 보면서 밤의 운치를 즐기며.
    "명인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그저 아무말도 없이 그녀를 바라볼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춤에 꼽아두었던 부채를 꺼내고는 그녀의 앞에서 바로 연기를 하면서. 소녀는 그의 옆에서 그 연기를 지켜봄니다. 부채를 접고 다시 자리에 앉은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시테가타라 함은 본디 가면으로 자신을 숨기고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니 그것을 깨닳음이 노가쿠시 이노라'. 그리고는 소녀에게 마지막으로. '너는 여자의 몸으로 그 규율과 전통을 깨려 하노니, 마땅히 가면 없이 자신을 숨김이 옳다.' 라고."
    타카네는 빈 잔을 다시 가득 채우지만 그대로 잔으로 손을 뻗지 않고 잠시동안 지켜본다.
    "명인은 제자들을 불러 소녀가 시테가타로써 연기할것이며 그녀의 연습을 최선을 모두가 도울것을 명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생전의 마지막 명이 될것이라고 덛붙이면서. 소녀는 그저 아무말도 할수없이, 그와 제자들에게 절을 올리고. 제자들은 그를 받들어 소녀를 도우기로 합니다."
    가득찬 잔은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며 식탁위에 있을뿐. 히비키도 그 잔, 그리고 자신의 잔도 건들지 않으면서 오로지 타카네의 이야기 만을 기다린다.
    "네가 하고자 함은 무엇인고. 라는 물음에, 소녀는 토모에고젠을 하고자 합니다, 라고 답합니다."
    토모에고젠. 어쩐지 타카네를 닮은 사람. 소녀가 토모에고젠을 택한건 어째서일까. 소녀가 토모에로부터 자신의 삶을 보았으리라고는 히비키는 생각치 않는다. 그녀의 기구한 삶과는 달랐기에.
    "토모에인가. 알것 같아. 동경했기 때문이구나. 소녀가 결코 가지지 못했고 가질수 없었던 삶 이니까. 동화속 주인공을 보면서 왕자님을 상상해보는 것과 마찬가지 구나."
    "그것은..."
    타카네는 잠시 말문이 막힌다. 금방 그녀의 답을 들을수는 없었다. 히비키는 아무것도 들지 않은체 그녀의 말을 기다려본다. 눈을 감은체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혹은 생각하는 타카네. 그녀는 결코 아무런 생각없이 그런 이야기를 쓰지 않았을 터 이지만 어째서 대답하지 못하는걸까.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타카네는 이윽고 그녀는 답을한다.
    "동경한걸까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잔을 내려다 보면서, 히비키의 말을 계속해서 생각해볼뿐. 어째서? 타카네는 잠시 생각해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하는 것 까지 히비키는 알수가 없었다. 다만 타카네는 소녀에 대한 것을 생각한다는 것 밖에는.
    "그렇군요..."
    긴 숙고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 이었다.
    "어쩌면 히비키가 저보다 소녀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군요."
    "그럴리가."
    타카네는 그러고 잔을 들고 조심스레 맛을본다. 그녀의 윗입술을 살짝 적신 술을 혀로 훔치면서, 잔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것은 어쩌면 명인이 보게될 마지막 노가 될지도 모르는 일 이었습니다. 때문에 그의 제자들도, 소녀도 각별히 주의를 하면서 준비를 하였습니다. 한편 명인은 손님을 부름니다. 돈은 받지 않으면서, 평소 그와 친분이 있던 영주의 가신을. 그는 명인의 공연이라 생각하였으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소녀가 무대에 선다는 것을 알았다는 뜻 은 아니었습니다. 명인의 옆에서, 유녀들의 술을 받으면서. 그는 무대에 올라오는 소녀를 보며 깜짝 놀라지만 오히려 그는 재밌어 하였습니다. 무대에서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의 제자가 펼칠 춤은 과연 어떨 것 인가. 아니면 그는 단지 유녀의 춤과 같은 유희거리를 준비한 것인가."
    이번에는 잔을 깨끗히 비우고. 잔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곧 눈을감고 다시 기억한다.
    "소녀는 긴장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소녀의 감정이지 토모에의 감정이 아니기었기에. 소녀는 무대위에서서 처음이자 마지막 노를 시작합니다. 천천히 자세를 취하고는, 지금까지 배워온 모든 것을 기억해내고, 춤을 추고 토모에의 감정을 연기하면서. 비록 유일한 객은 자신의 춤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가신 한명일 뿐일지라도. 허나 명인은 자신을 봐주고 있기에."
    소녀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는다. 그녀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어떻게 연기하였는지. 결과가 어떠하였는지. 그녀는 그것을 평가할수 없었다.
    "명인은 무리해서 가신을 접대하고는, 그가 돌아간뒤 다시 쓰러지고 맘니다. 그는 자신의 방으로 소녀를 부르고는, 몸도 일으키지 못한체 그녀에게 얘기합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너는 틀리지 않았다. 너는 본디 성을 가진체 태어났을터 허나 지금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니. 내 성을 네게 주니, 이것을 취함은 네 나름이다.' 라는 말을 남기고. 소녀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은혜를 갚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면서, 절을 올림니다."
    밤은 깊어져만 가지만 거리는 활기를 잃지 않고, 오히려 더욱 많은 이들과 계속되는 눈에 사람들은 점점 거리로 나오고있다. 일을 마치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이들이 넘쳐나는 거리에서 타카네는 마치 갈길을 잃은 것 처럼, 방황하고있다. 그것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이야기 때문에. 히비키는 그녀에게서 빈 잔을 건네 받는다. 비어있는 잔을, 타카네는 조금씩 채워가면서.
    "소녀는...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방에서 아침이 오기를 기다림니다. 그것은 이미 각오한 일이었기에. 그리고 수탉이 깨어나 아침을 천명할때 즈음. 명인의 뒤를 이어 유파를 물려받게될 이가 그녀의 방에 찾아옴니다."
    잔은 반이 차올랐고 술은 이제 이 잔을 다 채우지 못할정도의 양처럼 보였고
    "그는 소녀에게 파문장을 건내고 소녀는 그것을 받아 자신의 옷에 챙긴뒤. 그에게 마지막으로 절을 하고는 그녀의 방을, 저택을 떠남니다."
    가득 찬 그녀의 잔위로 떨어지는 몇방울의 술이 파문을 그리고 잔을 흔들면서, 그녀의 눈동자도 떨려만갔다. 병의 술은 모두 잔으로 옮겨갔고 잔의 술은 병에서 모두 떠나왔다. 빈 병을 내려놓고, 히비키는 두 손으로 조심히 잔을 그녀의 얼굴앞으로 가져간다. 잔과 술은 이미 식었다. 차갑지도, 따듯하지도 않은. 마치 그녀의 손과 같은 온도의 술. 히비키는 잔을 아랫입술에 살짝 올리며 그녀의 윗입술을 술에 조금 적신다. 아무런 자극도 없다. 온도가 같기에. 그리고 그녀의 입으로 흘러들어온 술은, 지금까지 그녀가 받았던, 차가운 술도 더운술도 아닌, 그저 그 본연의 맛 일 뿐 이었다. 쉽사리 넘어간다. 그녀의 혀를 감싸고 목으로 넘어가는 술은 아무런 걸림이 없이, 특별한 맛도 향도 없이. 쉽사리 넘어간다. 잔의 술이 줄어들면서.


    계산을 마치고 나왔을때 비록 거리에 사람은 적었으나, 이자카야에 들어오기 전보다 날씨는 따듯하게만 느껴졌다. 두 사람의 몸속에 들어간 술이 그녀들을 따듯하게 지켜주고 있었기에. 하지만 살짝 스친 겨울바람에 두 사람은 금세 몸을 움츠리고, 외투의 옷매무시를 고쳐입고 목도리를 한번 더 감는다. 히비키는 손에 한번 입김을 불고는 곧바로 주머니에 넣어 손을 따듯하게 지킨다. 타카네의 흰 뺨은 붉게 물들었다. 그것은 술 때문일까, 추워서 일까. 그것을 알수없기에, 히비키는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 뒷꿈치를 들고 그녀의 목에 감아준다. 그리고 타카네는 그저 아무말 없이 목도리를 꼭 잡을 뿐이다.
    "내일 사무소에서 돌려줘."
    "네."
    "그럼, 내일 봐, 타카네."
    "안녕히."
    두 사람은 다시한번 짧은 작별을 하고는, 히비키는, 뒤돌아서서 그녀의 길로 걸어간다. 그러나 얼마안가 곧 다시 뒤를 돌아보면서. 타카네는 인적이 드문 거리의 한복판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히비키는 그런 그녀에게 한가지, 머리속을 떠나지 않던 의문의 물음을 한다.
    "타카네!"
    히비키의 부름에 그녀는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결국 그 소녀는 명인의 성을 받은거야?"
    그 물음에 그저 눈을감고 미소짓는다. 그리고.

    히비키는 타카네의 답변을 보고는 만족한듯 미소짓고 다시 그녀의 길로. 겨울바람과 눈을 해치고 저마다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속으로 흐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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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결입니다.
애당초 2편으로 완결하려 했는데 어찌 이렇게 길어져 버렸습니다.

첫 시작은 네잎님의 '어른들의 시간' 이라는 SS에서 였습니다.
술집파트가 굉장히 흥미로웠었거든요.
그 술집파트를 보면서 성인이된 히비키와 타카네가 술을 주고받는 게 떠올랐습니다.
그런대 두 사람이 그저 별다른 것 없이 술만 주거니 받거니 하기도 뭣해서 '성을 가지지못한 소녀의 이야기'를 추가했습니다.
타카네가 쓰는 소설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걸로 하자!
라고 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히비키가 술을 얻어마시기만 했지만서도...

중요한 요소는 3가지 입니다.
'술'과 '술잔'과 '소녀'.
읽으시면서 알아차리셨겠지만 술과 술잔은 하나이고, 술은 소녀를 의미합니다.
아무리 타카네가 미식가이자 대식가라고 한들 타카네 혼자서 술을 홀짝이면서 술맛과 소녀를 매치시키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싶어서, 히비키와 타카네가 술을 나누어 마시는 것으로 변경하여서 히비키의 미각을 빌려(...) 술을 표현했고 소녀의 이미지를 대입시켰습니다.
처음에 썻을때는 '술과 소녀가 같은거다' 라고 너무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문구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글 올리고 몇번 읽어보다가 급히 수정하고는 했는데, 아마 제가 글 올리고 처음 보신 분들은 지금 다시 읽어보시면 몇몇 문구나 표현등이 수정되신걸 보실수 있을겁니다.

소녀의 이야기는 처음에 쓸때랑 지금이랑은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화 완결로 했던 이유는 소녀의 얘기가 굉장히 짧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소녀의 이야기는
'성이 없는 소녀가 어떤 남자에게 구해져서 그에게서 인간다운 삶을 받고 교육도 받으면서 남자를 모시고 살게되고 결국 그에게 감정을 느끼지만 그것을 숨긴체 그가 죽을때 까지 은혜를 갚는다' 라는 내용 이었습니다.
그래서 짧게 하려고 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프로듀서 라는 존재 입니다.
저는 아이돌마스터에서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연애 라는 요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써도 '소녀가 겪었던 일' 로만 보일 뿐이지만, 다른분들에게는 어떨지 알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저 남자는 프로듀서이고, 소녀는 타카네 이니까 프로듀서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애둘러서 표현하는 얘기로 보일수가 있고 그것은 제가 의도하던 바와는 3972도쯤 다르기에 소녀의 이야기 부터 수정합니다.
결국 소녀의 이야기는 '남자에게 거두어져서 수동적으로 지내오다가, 어느날부터 그녀 자신에게도 꿈과 목표가 생기고 그것을 이룸으로써 인간으로써 태어난다' 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조사하다가 노가쿠 에 도달하게 되었고, 노가쿠와 소녀의 이야기를 접목시켜서 지금의 이 글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소녀가 수동적으로 생활하였다 라는 부분의 묘사가 굉장히 부족한 것 같지만서도...
뭐 소녀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하고...

마지막으로 단편이니까 이것저것 집어넣을수가 없어서 술을 또 쓰게 되었는데...
술은 또한 타카네와 히비키의 관계를 보여주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잔으로 술을 나누어 마시는 것.
적당한 수위를 지켜서 묘사하였다고 생각되서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여튼 대충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디어를 주신 네잎님께도 감사드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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