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 없습니다. 사장님, 아이돌의 컨디션은 제가 관리했어야 했는데……. 이미 벌어진 일이네,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고민해도 소용없는 일이고. 사무소의 재정에 타격이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이네. 하지만 이런 일로 자네나 아마미 군을 잃고 싶지는 않군. 회장 대여비는 어쩔 수 없지만, 다른 것들은 어떻게든 조정해 봐야지. 다행히 보험에는 들어 두었으니까, 어떻게든 감당할 만할 걸세. 그렇다면 당분간 긴축 재정이겠군요. 일단 예정된 CD 수록 일거리는 전부 보류하도록 하게. 레코딩 비용이라도 아껴 봐야지.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 돈이 있으니, 일단 팬들이 환불 대신 다음 라이브 티켓으로 교환하게끔 유도하세나. 알겠습니다. 코토리 씨가 바빠지겠군요. 아, 자네는 아마미 군의 상태를 잘 봐 주게나. 또 쓰러지면 안 되니까.
빛나는- 스테이지에- 선다면- 최고의- 기분을-- 그게 아냐 하루카. 음정이 이상해. 응……. 내가 듣기에도 이상해. 반 음 정도 높았나? 낮았다가 높았다가 낮았다가 하고 있는걸. 보통은 높거나 낮거나 한가지만 하는데. 일관성도 없고. 이래서는 몇 개월 전의 하루카랑 다를 게 없는 걸. 아하하…… 나 그렇게 안 좋았었나. 솔직히 말하면 아이돌이라고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어. 여러 모로. 뭐, 정말!? 그래도 요즘은 제법 들어줄만 했었어, 아직 몸 상태가 안 좋은 거야? 으음……. 딱히 피곤하다거나 하진 않은데 이상하게 잘 안 되네. 어쩌면 지난번 라이브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 때문일지도?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 아마 그럴 거야. 노래는 부르는 사람의 정신 상태에도 좌우되니까. 그나저나, 슬슬 전철 시간 아냐? 앗, 빨리 가지 않으면! 고마워 치하야! 아냐, 뭘. 잘 가! 치하야는 가방을 챙겨들고 밖으로 뛰어나가는 하루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응? 하루카, 어딘지 모르게 갸우뚱한 느낌인데…….
오늘 다들 일이 일찍 끝났네?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래? 아, 좋지좋지! 오랜만이네, 이런 거! 요즘 다들 유명해져서 바쁘니까요오……. 이런 기회는 놓칠 수 없어요! 그럼, 메에뉴는 라아멘으로 해도 되겠사옵니까? 겍……. 타카네, 오늘 점심도 라멘 먹었잖아. 히비키는 모르옵니다. 라멘이야말로 맛과 양, 그리고 영양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완전한 식품! 아후…… 타카네, 라면 얘기 나오면 시끄러운 거야. 미키적으론 주먹밥~에 한 표인 거야. 너도 똑같네 뭐……. 치하야는 어때? 저녁 같이 먹을 거야? 응, 알았어. 간만이니까 나도 함께 할게. 응응, 요즘 치하야는 분위기를 읽을 줄 안다니까! ……요즘? ……응? 그, 뭐, 그럼 타루키정으로 내려가자. 내가 리츠코랑 프로듀서랑 코토리 씨랑 모시고 갈 테니까! 말을 돌리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야. 기분 탓.
주먹밥 하나인 거야! 돈코츠 라멘에, 챠슈 듬뿍, 고추기름 약간, 면 추가이옵니다. 응…… 난 고등어 구이 정식으로 할래. 아, 나도나도! 야요이는 뭐 먹을 거야? 전 된장국 하나요! 하루카는 뭘로 할래? 응…… 웬지 나도 오늘은 라멘이 먹고 싶은데? 간장 라멘으로 할래! 예? 추가? 아뇨아뇨! 저는 그렇게 못 먹어요! 아이 참, 전 시죠 씨가 아니라구요! 떠들썩한 주문의 행렬이 지나고, 각자의 앞에 주문한 음식이 놓였다. 우와…… 타카네 씨, 벌써 차슈가 없어요! 저 깜짝 놀랐을지도! 야요이, 그런 건 지적하면 안 되는 거야……. 에? 그런가요? 그럼, 죄송했어요! 후후…… 아니옵니다. 야요이. 죄송할 것 까지야. 어, 하루카. 왜 그래? 아, 아니…… 그냥 좀……. 아무것도 아냐……. 하루카는 난처한 듯이 웃으며 젓가락을 든 손가락을 놀려 면을 집었다. 손가락 끝에 힘을 넣으며 면을 입으로 가져가려 했다.
틱! 순간적으로 젓가락이 튕기며 하루카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젓가락에 잡혔던 면이 테이블 위로 쏟아지고, 국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꺄! 하루카, 조심해야지! 으, 누, 눈이! 눈에 들어갔어! 유, 유키호?! 괜찮아? 너, 너어, 불만 있으면 말로 하란 말야! 지난번에 조금 심한 말 했기로소니 이런 식으로! 이 옷이 얼마짜린지……. 하루카의 당혹스런 표정을 본 이오리가 입을 다물었다. 한 쪽만 남은 젓가락이 하루카의 손 안에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하루카…… 괜찮은 거야? 하루카의 이상을 감지한 미키가 조용히 물었다. 어, 어째서…… 왜? 하루카는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손가락은 이제 거의 경련하다시피 떨리고 있었다.
타루키정의 문이 열리고 마코토와 프로듀서가 들어왔다. 주변의 경직된 분위기에 잠깐 어리둥절하던 그는 이내 하루카의 이상을 감지했다. 하루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모, 모르겠어요. 어째선지 젓가락질이 잘 안 돼서, 그래서, 힘을 줬더니……. 하루카, 나와서 내 차에 타! 바로 병원에 가자! 두 사람이 떠나고 나자 고요한 적막만이 남았다. 후루룩. 적막을 깬 건 타카네가 마지막 면발을 흡입하는 소리였다. ……어라, 무슨 일이라도 있었사옵니까? 분위기가 무겁군요.
3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하루카 괴롭히지 마요!!!!!!! 흐윽....
네잎님은 코토리 괴롭히지 마요...
아이돌마스터는 캐릭터들이 많아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지도...
주제 사라마구 님의 글들, 재미있죠. 문장 사이에 호흡이 길지도 짧지도 않고, 문장 부호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코로 출혈
걸음이 꼬여 넘어짐
음정이 제멋대로
반응속도가 둔해짐
젓가락질이 곤란함
수전증
이상의 증상을 조합해봤을 때, 뇌경색에 준하는 뇌혈관/신경계질환이 아닌가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제 맘입니다. 의도한 사항이고요.
참고로 이 글의 문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를 쓴 주제 사라마구님을 모방하려 한 것입니다. 물론 그 분에 감히 비할 실력은 없지만 모방이야 누구든 할 수 있는 거니까. 최소한 자기 글을 어떤 식으로 쓸 것인지는 내 맘이고 남이 참견할 일은 아니죠. 더군다나 그게 일면식도 없으면서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무례한 소리나 지껄이는 작자라면.
이게 훈계라고 하면 훈계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누가 뭐라한다고 그렇게 싫어하지마세요. 어떤 사람에게서든 배울 건 있으니까요. 루시엔님이 지향하는 캐릭터가 '날 가르쳐려고 들지마라 닝겐! 아무도 날 이해 못해....크큭...'같은 건 아니시지않나요.
그런데 녹양방초님의 대답은 "의도된 연출이다"라는 부분이 훈계가 아니냐고 오해하시고 적은 답변으로 보이는군요. 그걸 전제로 한다면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는 잘 알겠습니다.
소제나 주제 선정은 제 취향이랑 약간 방향이 다르지만 좋아합니다.
예전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뇌에 장애가 생겨서 몸 제대로 못 가눈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긴 한데;
다행히 아이마스는 케릭터마다 말투가 어느정도 달라서 구분은 잘되네요 ㅎ
뇌경색인가...
사라마고요?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이하생략)읽어봤습니다. 재미있었다고 생각해요. 아하하.
그렇다면 설마 이 소설도 수용소 생활이라던가 발코니에서 총맞는다같은 암울한 분위기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