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카가 부쩍 자주 넘어진다.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마미 하루카, 아이돌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17살, 꽃다운 소녀랍니다! 트레이드 마크는 머리의 리본! 하루에 한번은 넘어져요! 글쎄, 오늘 아침에도…… 꺄?! 와하하하하하하! 무대를 사뿐사뿐 걷던 하루카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자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루카는 눈물이 맺힌 눈가를 손으로 훔쳤다. 다른 팔을 뻗어 바닥에 짚었다. 짚은 팔에 힘을 주면서 일어난다. 그러나 갑자기 팔에 힘이 빠지면서 다시 쿵하고 넘어진다. 이번에는 완전히 균형을 잃은 상태에서 넘어진 탓에 얼굴부터 바닥에 들이받았다. 처음에는 하루카 특유의 덜렁거림 어필이라고 생각했던 관객들도 뭔가 심상찮음을 느꼈을 것이다. 회장이 얼어붙은 듯 싸늘해졌다. 무대 뒤에서 지켜보던 프로듀서는 깜짝 놀라서 무대 위로 뛰쳐나갔다. 하루카, 괜찮은 거니. 아야야야……. 프로듀서, 죄송해요. 무대를 망쳐 버렸어요……. 아냐, 이런 건 아무렇지도 않아. 몸은 괜찮은 거야? 갑자기 팔에 힘이 빠져서... 에헤헤, 저 덜렁이죠? 그때 객석이 술렁거렸다. 회장 상단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하루카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아니, 하루카! 피가 나잖아! 에? 그리고 콧등이 새빨개. 이거 안 되겠는걸. 자, 잠깐만요! 기껏 처음으로 하는 라이브인데! 손님들께서도 많이 찾아 주셨는데!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냐! 네 얼굴을 본 손님들께서도 이해해 주실 거야. 하루카, 지금 네가 있을 곳은 무대가 아니라 병원이야! 프로듀서, 하지만! 하지마안! 프로듀서는 하루카가 들고 있는 마이크를 빼내어 들었다. 하루카는 저항하려 했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회장에 오신 손님 여러분, 금일, 아마미 하루카 양의 무대는 건강 상의 문제로 예정되로 진행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합니다. 금일의 콘서트 티켓을 가져오시면 765프로의 다른 라이브 티켓으로 교환해 드리거나, 환불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루카는 불안감에 휩싸여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팬들도 눈 앞에서 하루카가 넘어져 다치는 모습을 보았기에, 다행히 큰 충돌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폐를 끼쳤습니다! 다음 날 사무소에 나타난 하루카는 프로듀서와 사장 앞에서 허리를 숙여 사죄했다. 프로로써 자신의 컨디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회장에 찾아온 수많은 팬들의 시간을 헛되이 날려버렸다. 처음으로 하는 대형 돔에서의 라이브였기에, 하루카 본인이 얼마나 기대하고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던가.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어떻게 하더라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괜찮네, 아마미 군. 이번에 실패한 만큼 더 열심히 해서 손해를 메꿔 주면 된다네. 이 정도 손해는 감수할 수 있네. 그래, 하루카. 사장님께서도 말하셨지만, 네가 걱정할 일이 아냐. 이런 것도 내 업무이니까. 맞아, 다음 번에는 더 큰 홀을 빌려서, 이번에 하지 못한 것만큼 손님들 앞에서 더 열심히 하면 되니까! 걱정 말라구.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코는 괜찮은 건가? 반창고가 보이네만. 아, 어제 병원에 데리고 갔었습니다. 코뼈에 금이 갔다더군요. 코피가 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춤을 출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몸 관리 잘 하게나. 그럼 프로듀서 군은 나하고 잠시 회의를 해야 하니, 이만. 하루카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기에, 오늘 하루카는 한 걸음 한 걸음 발밑을 확인하고 걷고 있었다. 다시는 그런 실수로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오늘의 스케쥴은 댄스 레슨이었다. 레슨장의 문을 열고 탈의실에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뭐야, 하루카잖아. 아, 안녕 이오리. 안녕이고 뭐고, 어제는 제법 대단한 일을 저질러 준 모양이던데. 아하하하……. 아하하하, 가 아니겠지. 평소에는 그렇게나 많이 넘어지면서도 상처 하나 난 적 없는데, 본 무대에서 미끄러져 다치다니, 어처구니없는 짓에도 정도란 게 있는 거라고? 응, 면목없네. 앞으로는 조심할게. 뭐야…… 침울해서 축 쳐져 있을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네? 뭐어, 유키호처럼 실수 한 번 했다고 그거 곱씹느라 계속 발목잡고 있는 것보단 낫지만 말야. ……아하하하, 말이 심해. 이오리.
뭐야, 대체! 계속 반 박자씩 늦고 있다고 몇 번을 말해야 돼! 이, 이상하네……. 키잇! 바로 그저께까지는 잘 췄던 곡이잖아! 나참, 이래서야 슈퍼 아이돌 이오리쨩의 방해만 되잖아! 연습이라고 대충 할 생각이야!? 아, 아니……, 나는……. 변명은 됐어! 할 마음이 없다면 차라리 하기 싫다고 말하라고! 쾅! 이오리가 연습실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하루카는 애처로운 눈으로 그 뒤를 쫒았다. 앞으로 뻗었던 손이 힘없이 툭 떨어졌다.
2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흑흑
엔터 쳐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줄이라던가 누가 대사한다던가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니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