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 지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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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6, 2013 18:00에 작성됨.

"당신의 스토커가 되고 싶은데, 혹시 남는 자리 있나요?"
"네?"

진한 녹조의 색을 띈 단발머리의 미인은 자신의 앞에서 대뜸 그리 말하는 남자의 행태에 당황했다.

"저, 그게 무슨?"
"당신의 스토커가 되고 싶습니다. 스토커 자리가 남았다면 지원해도 될까요?"
"......."

당당한 스토커 선언에 코토리는 역으로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예의바르게 자신의 의견을 모르니 무섭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거기다 입고 있는 차림도 반듯한 정장차림으로 깔끔한 외모까지 더해 어딘가의 엘리트란 느낌이었다.

"아, 자기소개가 부족했군요. 제 이름은 P. 나이는 2X로 당신과 동갑입니다.  원하는 부서는 오토나시 코토리의 스토커. 스토커가 아니라도 당신의 곁에 있거나 당신과 대화만 가능하다면 어느 부서든 상관 없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있지만 스토커부분에 한 자리가 남았다면 지원하고 싶습니다. 채용만 해주시면 성실히 임할 것을 다짐합니다."

스토커를 성실히 한다면 그건 단순한 범죄입니다만?하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상대가 저렇게 진지하게 자기소개까지 하니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코토리는 멍하니 상대를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

"저기, 저희 사무소의 프로듀서라면 자리가 많습니다만......?"

이것이 그와의 인연이 될 줄은 당시 그녀는 알지 못했다.

 

"하루카! 1시간 후에 라디오 수록이니 슬슬 준비해줘!"
"아, 네! 빨리 준비할게요!"
"치하야, 오늘 공중파 데뷔니 연습은 그만둬! 너무 연습하다 목이 망가지면 안 되니! 여기 스포츠드링크 마시고!"
"아, 감사합니다. 라이브로 노래를 해보는 건 처음이라....."
"유키호, 오늘은 남자게스트도 있는데 정말 괜찮은거지? 이제와서 방송을 취소할 수 없으니 노력해줘. 좀 더 익숙해지게 내 손 잡아볼래?"
"네, 네에....."
"마코토, 미안한데 아직 네가 원하는 역은 얻기 못했어. 지금은 이 남장역으로 인지도를 높인 다음에 그 반대 되는 이미지로 강한 인상을 남겨보자!"
"으윽, 할 수 없죠. 그럼 인기 많아지면 정말 공주님역을 가져와 주셔야 해요?"
"타카네! 전통라면집 순례란 프로그램의 리포터 역할을 얻어왔어!"
"참말이옵니까? 감사합니다 귀하!"
"히비키 정부에서 주도하는 애완동물 캠페인 모델로 뽑혔으니 힘내!"
"정, 정말? 그, 그런 큰 일을 갑자기!? 아, 아니 자신이면 완벽하니 문제 없지만......"
"마미, 야요이 둘이 같이 주니어잡지의 메인 모델이 되었으니깐 제대로 포즈레슨에 임하도록해!"
"문제없다고YO!"
"웃우! 이걸로 이번 주 급식비도 걱정 없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미키, 치하야와는 다른 공중파의 라이브무대가 결정 되었어! 반짝반짝할 기회야!"
"아핫! 그거 기쁜거야!"

새로운 프로듀서가 입사한지 한 달. 한 달만에 765프로는 상당히 바빠져 버렸다.
주력인 류고코마치만이 아닌 765의 모든 아이돌들의 인지도가 높아져 간 것이다.

"자네가 추천한 프로듀서의 능력이 엄청나군. 어디서 저런 인재를 데려온 건가?"
"그게 어쩌다..... 하하......"

코토리는 사장의 말에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 스토커는 생각 이상으로 엘리트였나보다. 뭐하던 사람인지 모르지만 자신의 말에 하던 일을 때려치고 바로 프로듀서에 지원한 그는 인재부족이던 765에 바로 합격해버렸고, 그 뒤에 바로 아이돌과 대화를 한 후 그에 맞는 일들을 구해왔다.
그 전에 하던 일이 인맥이 있던건지 아는 사람들을 통해 신생사무소로서는 구하기 힘든 일도 구해오기도 했다.
생각 이상으로 능력자였다. 한가지 결점을 빼면 말이다.

"코토리씨! 다 쓰신 스타킹이나 버리시려는 속옷이 있으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런 걸 드릴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스토커로서 그런 걸 모와야 한다고......"
"글쎄 당신이 지원한 자리가 없어서 프로듀서로 오신 거잖아요!"
"그렇기에 부업무로 스토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마요!"

여전히 스토커를 포기한 것이 아닌지 종종 이런 곤란한 요구를 해온다. 
보기에도 기가 팍 죽은 그를 보며 코토리는 한숨을 쉬었다.

"대신 저녁이나 같이 먹으러 가죠."
"정말입니까!"
"그런 걸로 거짓말 할리가 없잖아요?"
"그럼 최고로 좋은 식당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냥 가볍게 먹을 곳으로 찾아주세요. 부담 되는 곳은 제대로 식사할 수 없다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편안히 드실 수 있는 곳으로!"

성실한 그는 코토리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며 식당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마음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결점들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차마 미워할 수 없었다.
그 뒤로 간간이 식사를 하다가 포상이란 명목으로 서로 데이트까지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었어도.....

"저기, 버리시는 양말이라도......"
"포기하세요."
"네."

이렇게 이상한 요구를 해온다. 부업무인 스토커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그의 태도에 이제는 당황하지 않고 냉정히 대처할 수 있었다.
그래도 성실한 만큼 진실한 사람이라 몰래 물건을 훔치거나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대신 사진을 같이 찍어드릴게요."
"확대해서 벽에 붙여 놓겠습니다!"
"작게 해서 액자에 넣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그의 모습을 보자면 코토리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저 녀석, 우리 회사 본사 어느 부서의 부장이었어."
"에, 저 나이에?"
"응. 그것도 이사추천을 받기 직전에 갑자기 그만둬 버렸어."

어느 날 이오리가 알려준 사실에 코토리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엘리트 중에서도 엄청난 엘리트였던 것이다.

"저기, 왜 미나세그룹의 부장자리를 그만 둔 것이죠?"

어느 날 술집에서 그리 묻자 그는 당연하다는 듯 곧 바로 대답했다.

"거기에는 오토나시 코토리씨와 관련 된 업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

코토리는 어이없어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겨우 그 때문에 그 많은 돈이 들어오는 회사의 높은 지위를 그만두었다고?

"거기다 거기 일은 즐겁지 않았거든요. 지금 여기서 일하는 것이 몇 십배 더 즐겁습니다. 이렇게 코토리씨랑 대화도 할 수 있고 말이죠."

그는 순수하게 웃었다.
프로듀서 업무를 하며 상대방에게 후줄근한 인상을 줄 수 없다면 고급브랜드의 양복과 구두를 신는 그였지만 사복은 저렴한 브랜드의 옷들이었다.
지금 온 술집도 일반인들이 자주 오는 저렴한 곳이다.
롬을 잡고 비싼 접대를 하거나 받았을 그와는 인연이 없는 것들이었을 것이다.

"제 어디가 그렇게 좋으셨나요?"

코토리가 웃으며 묻자 그는 취기 오른 얼굴로 즐겁게 말했다.

"음, 잘 모르겠네요. 사실 코토리씨가 예전에 아이돌이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단지 우연히 차를 타고 가다가 버스를 기다리는 당신의 모습을 봤는데, 그 때 첫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헤에- 겨우 그것 뿐?"
"물론 그것만이 아닙니다. 신중하게 당신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그 후로도 자주 관찰했습니다. 추운 날 버스를 기다리며 이어폰을 꽂고 기다리는 당신의 모습은 어딘지 즐거워 보이면서 빛나 보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아, 이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 하고 말이죠."
"그래서 스토커를 지원하신 건가요?"
"네. 스토커가 되면 당신에게 가까워지거나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깐요."

어딘가 어긋난 부분이 있지만 그 마음은 진심이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스타킹 같은 건 그저 스토커 흉내?"
"아, 그건 스토커를 핑계 삼은 제 욕망입니다."
"신고할겁니다."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두 사람은 쿡쿡 웃었다.
이상한 사람이지만 순수하고 좋은 사람.
이것이 P에 대한 코토리의 평가였다.

"아직도 스토커자리를 지원하시나요?"
"네. 부업무로 노리고 있습니다."
"하나에만 전념해주세요."
"그럴 수 없습니다!"

뻔뻔한 거절에 코토리는 웃고 말았다.

"단순히 저와 가까워지고 싶은 거면 스토커일 필요는 없잖아요?"
"다른 부서가 있나요?"
"제 연인이라던가-"

코토리가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상대는 굳은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저기, 프로듀서?"
"그, 그런......"

상대는 떨기까지 하면서 떨던 그는 겨우 말을 이어갔다.

"그런 엄청난 직무는 지금 저에게는 무리입니다! 일단, 그 스토커부터 찬찬히......"
"글쎄 스토커 다음 직급은 경찰서행이라고요! 보통 친구부터 아닌가요!?"
"그, 그런가요.......?"

그는 안절부절 못하며 그리 반응하지만 제대로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았다.
어떤 사고 방식이길래 모든 걸 스토커부터 시작하려는 걸까?

"정말, 여자랑 사귀어본 적 없으세요?"
"네. 그보다 누군가를 사랑해본 것도 당신이 처음이라....."

어쩐지 알 것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이사추천까지 받을 정도의 부장이었으면 틀림없이 일과 공부밖에 몰랐을 엘리트일 것이다.
인간관계도 필요 이상의 선은 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이기에 이런 어긋난 방식으로 성실하게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거 아세요? 당신 첫 만남 때 바로 경찰에 신고했을 수도 있었다는 거."
"그, 그럴 수가! 나름 고심해서 지원한 거였는데!"

진심으로 충격 받은 얼굴로 그는 반응했다. 그 반응에 코토리는 쿡쿡 웃다가 턱을 괴었다.

"거기다 보통 남녀 관계는 연인부터라고요?"
"그, 그런가요?"
"네. 원래는 친구부터지만, 이미 저희는 그런 관계 아니던가요? 그러니 다음 단계인 연인부터 시작해보죠."
"제,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괜찮아요. 당신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에요."
"........."
"어떻게, 이 부서로 지원하실 건가요?"
".......채용만 해주신다면 성실히 일에 임하겠습니다!"

갑작스레 그렇게 소리친 그에게 코토리가 당황하며 소리를 낮출 것을 부탁했다.
첫 만남과 똑같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코토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그런 코토리는 그저 쳐다만 봤을 뿐이다.
코토리는 그의 옆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에게 속삭였다.

"좋아요, 정식으로 채용할게요. 당신은 이제부터 제 연인인거에요?"

그리고 그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입을 맞추고서 그에게서 반응이 없자 코토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라면 뭔가 더 심한 반응이 나올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저 P씨?"

-털석!

그는 지나친 흥분에 이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기절해버렸다.
헤롱거리며 쓰러진 그를 보며 코토리는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그래서는 연인 다음의 직급으로 승진하기 힘들다고요, 엘리트씨?"

쓰러진 그를 부축하며 코토리는 앞으로가 고생일 거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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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리씨가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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