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밖으로 삐져나온 밝은 갈색 머리카락이 잠시 바람에 날렸다가 갈아 앉는다. 그것을 바라보다가 웃은 P는 잠시 발을 멈춰 자신의 팔에 팔짱을 낀 리카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리카는 자신의 이마를 매만지며 P에게 무슨 짓인지 묻는 의미로 바라본다.
“뭐, 그냥.”
P는 그렇게만 답하고서 주차장으로 같이 걸어간다. 그러다가 문득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서 이번에는 리카에게서 팔짱을 풀고 입고 있던 코트를 벗었다. 그러고 그 코트를 리카의 어깨에 걸쳐준다. 그 행동에 당황하며 리카는 겉에 걸친 P의 코트를 벗으려 했지만 P는 막무가내로 입혔다.
“추운데 뭐하는 짓이야?”
“추우니깐 네가 따듯하게 입어야지.”
“그러다 독감 걸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게 걱정되서 그러잖아. 나야 독감 걸리면 혼자 걸리는 거지만 넌 아니잖아?”
P의 말에 리카는 한숨을 쉬고서 웃으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고마워요, 애기 아빠.”
“별말씀을, 애기 엄마.”
그리고 둘은 웃었다. 웃을 때 마다 하얀 입김이 둘의 입 앞에서 머물다가 사라진다.
둘은 산부인과에 갔다 오는 길이다. 산부인과에 가서 리카의 임신소식에 확신을 들은 둘은 즐거운 마음으로 차로 돌아가고 있던 중이다.
리카는 P가 걸쳐준 큰 남자코트를 장갑 낀 두 손으로 잡으며 조심히 걷는다. 그런 리카의 곁을 P는 혹시나 넘어질까 걱정하며 같이 걸어간다.
“결혼식 전인데 애를 가져 버렸네.”
리카의 말에 P가 앞에서 차 문을 열어주며 답했다.
“결혼식도 한 달 밖에 안 남았으니, 적당하지 않아?”
“나 입덧하면 어쩌게?”
리카의 그 질문에 P는 곤란한 듯 머리만을 긁적일 뿐이었다. 리카가 차에 탄 다음에 운전석에 앉은 P는 히터를 키며 물었다.
“춥지 않아?”
“괜찮아. P 덕분에 따듯해.”
리카는 어깨에 걸친 P의 코트를 다시 한 번 꼭 당기며 밝게 웃었다. 예정보다 빠른 임신이지만 그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차는 바로 출발하지 않고 잠시 따듯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 리카는 P를 바라보며 짐짓 나무라는 듯 힐책했다.
“정말, 결혼식 날짜가 가깝다고 P가 제대로 피임도 안하고 매일 덥쳐서 임신이 빨라져 버렸잖아.”
“그러는 리카야 말로 매일 유혹해 온 주제에.”
“유혹한 적 없거든?”
“리카는 그 모습 자체가 큰 유혹이거든? 얼굴 예쁘지, 몸매 좋지, 사랑스럽지, 목소리 예쁘지, 향기 좋지. 이 모든게 너무 매력적이라서 한 집에 같이 있음 자중하기 힘들거든? 이 페로몬덩어리.”
“그, 그렇지 않거든? 그보다 연인이 되기 전에 그렇게 꼬셔도 안 넘어온 둔감남이 할 말이야?”
“그 때는 그냥 참으거거든? 그러니깐 그 때 참은 것까지 한꺼번에 덮친 거지.”
“이 짐승!”
“짐승 아니고 이제는 아이 아빠거든?”
“내 남편이고!”
“그렇지!”
둘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서 소리 내어 웃었다. P는 손을 뻗어 리카의 배를 만지며 사랑스러움을 숨기지 못하는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생각보다 빨리 애 아빠가 되어버렸네.”
“아들과 딸, 어느 쪽이 좋아?”
“흠, 아들이 좋을까. 리카 닮은 딸이 태어나면 나중에 시집보내기 너무 싫을 것 같으니깐.”
“나는 딸. 당신 닮은 아들 태어나면 나도 장가보내주지 않을 거야.”
둘은 서로를 보고서 다시 웃다가 이내 서로 마주보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서로의 뜨거운 숨결이 서로의 입과 입을 통해 오갔다. 입술이 떼어지고서 리카는 P의 품에 안겼다.
“은퇴한지 1년 만에 아이가 생기는 축복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
“누구의 축복일까?”
리카를 안아주며 P가 묻자 리카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답한다.
“나에게 당신을 양보해준 그 애들 아니겠어?”
“진심으로 축복해줬었지.”
“당신을 포기하면서 진심으로 행복하라고 말해준 정말 착한 애들이야.”
“그래서 내가 프로듀서 한 거지.”
“나만의 프로듀서가 되어줬으면 했지만 말이야.”
P는 말없이 리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아이를 품고 아내가 될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여자. 앞으로는 이 여자와 평생을 같이 할 것이다.
“당신과 연인이 되고서 매일매일이 행복해.”
리카는 따듯함에 취해 나른하게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P는 그런 리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야. 리카가 내 연인이라 매일이 행복해.”
리카는 키득하고 작게 웃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그 장난스러운 말에 P 또한 같이 웃었다.
“그럼 매일 불행해질래?”
그 질문에 리카는 고개를 저었다.
“역시 매일 행복한게 좋아.”
“나도야.”
리카는 P의 품 속에 안긴 상태로 자신의 배를 매만졌다.
“당신과 아이. 더 이상 바랄게 없는 행복이야.”
“나도 똑같아. 매일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고, 밤에 자고. 그러다 앞으로는 아이와 같이 생활하고. 정말 꿈만 같은 생활이야.”
“후후, 결혼식이 좀 걱정 되지만, 문제 없겠지. 당신이 곁에 있으니깐.”
“꼭 행복하게 해줄게.”
“나도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게.”
둘은 서로를 마주본다.
그리고 서로 행복감을 주체 하지 못하고 다시 서로에게 뜨거운 키스를 하였다.
추운 겨울.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하루 속에서 둘은 앞으로의 행복에 잠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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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을 자가정화하는 외전입니다~
설마 이걸 보고도 괴롭다고 하시는 건 아니죠?
1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흐음.. 본격 평행세계 SF로 전환! IF드라이브 가동! 가자, IF의 P, 리카! 본편의 어희들을 구하러 간다! 라는 초전개를 상상해 봤습니다...
처음부터 완전 다른 작품이됨ㅋㅋㅋㅋㅋ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