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합니다."
"아, 린 어서오렴."
시부야 린은 언제나처럼 이른 시간에 사무소에 들어갔다. 새벽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이른 시간임에도 흐트러짐 하나없이 곧고 투명한 눈을 빛내며 그녀는 사무소 한켠의 소파에 몸을 맡겼다. 그런 그녀를 사무소의 유일한 사무원, 센카와 치히로가 반겨주었다.
"안녕 치히로씨. 오늘도 여전히 바빠보이네."
"그렇다구. 그래서 오늘도 피부가 푸석푸석......"
얼굴을 쓰다듬으며 푸념을 늘어놓는 그녀의 모습에 쓴웃음 지으며 사무소를 둘러보던 린은 이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치히로씨뿐? 프로듀서는?"
"프로듀서씨는.,,,,,음..."
린의 물음에 말을 흐리던 치히로는 검지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쉬잇하고 소리를 내며 린을 향해 다가오라 손짓하며 칸막이로 가린 사무소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린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치히로씨를 따라간 곳엔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프로듀서가 있었다.
"프로듀서?"
"어제부터 밤새도록 일하셨나봐. 정말이지, 적당히 쉬어야된다고 말했는데도."
치히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 모습에 린은 한숨을 내쉬고 프로듀서를 쳐다보았다.
'정말이지. 바보 같은 프로듀서.'
속으로 그렇게 내뱉으며 린은 떨어지려는 프로듀서의 고개를 소파에 기대였다.
그런 그녀에게 프로듀서가 정리하던 서류가 눈에 띄었다.
[시부야 린 단독 라이브]
'웃?!'
단정하게 정리된 서류의 제일 첫장에 써진 문장은 단 한문장 뿐이였다. 그러나 그 문장이 내포한 의미에, 그녀는 가슴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자긍심, 기쁨, 성취감,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다짐 그밖에 셀 수 없는 강점의 격류가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린쨩, 잠시 프로듀서를 보살펴 줄래? 난 일이 있어서."
감정의 격류에 휩쓸린 린을 일깨운건 치히로의 목소리였다. 쿡쿡 웃으며 그렇게 말한 치히로는 좋은 시간 보내라며 의미심장하게 미소지은후 빠른 걸음으로 벽 너머로 사라졌다.
치히로가 벽너머로 사라진 순간 린은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소파에 앉은 프로듀서의 어깨를 뒤에서 짚은 채로 멍하니 있는 모습은 치히로에게 모종의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치히로가 했을 착각에 양뺨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고 린은 고개를 붕붕 휘저었다.
'치히로도 참,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머라의 열기가 내려가자 린은 프로듀서를 째릿 흘겨보았다. 정말이지, 모든건 이 칠칠치 못한 사람 때문이다.
이 사람의 일이니 분명 자신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을거다. 그래서 자신에게 보여주기 싫어 밤을 새워 계획서를 작성했지만 작성을 완료한 순간 긴장이 풀려 그대로 골아떨어진 것일 거다.
"이래서 프로듀서는 칠칠치 못하다는거야."
아마 일이 끝나고 저녁이라도 같이 먹으며 자연스레 말을 건넬 생각이었을거다. 프로듀서의 계획대로 됐다면 린 자신도 깜짝 놀랐을거다.
"그런데 이 바보는......"
분명 놀라기는 지금도 무척이나 놀랐다. 그렇지만 역시 프로듀서와 단둘이 있을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사무소 최초의 단독 라이브, 프로듀서의 첫아이돌인 자신의 라이브, 프로듀서가 직접 기획한 라이브.
"하아......"
가슴을 채우는 아쉬움의 감정에 린은 살포시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듀서는 바보."
괜히 솟아오르는 불만에 심통이나 곤히 잠든 프로듀서의 뺨을 새하얀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한번 찌를때마다 표정을 찌뿌렸다 펴는 프로듀서의 솔직한 모습에 불만은 어느새 사라지고 따뜻한 감정이 온몸을 감싸고 맴돌았다.
사무소 최초의 단독 라이브.
솔직히 린 자신은 아직 그렇게 까지 특출난 아이돌은 아니였다. 첫앨범은 노래의 미숙함에 혹평을 받았고 꽤 알아주는 아이돌인 된 지금도 그녀는 어디까지나 뉴 제너레이션, 트라이던트 프리머스의 시부야 린이었다. 어디까지나 그룹의 일원일 뿐 시부야 린이라는 개인의 아이돌로서의 성적은 썩 우수하다 할 순 없는 수준이였다.
......솔직히 말해 카에데씨나 란코 쪽이 더 단독 라이브의 자리에 어울린다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프로듀서는 누구도 아닌 자신을 골라주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시부야 린, 프로듀서의 첫 아이돌을.
"프로듀서, 약속할게. 반드시 나는 톱아이돌이 되어 보이겠어."
린은 프로듀서의 귓가에 슬며시 귓속말을 흘렸다. 곤히 잠든 그녀의 프로듀서는 듣지 못했겠지만 린은 다시금 그녀와 그녀의 프로듀서에게 맹세했다.
"얏호-! 미오입니다."
그녀, 혼다 미오는 오늘도 활기차게 사무실 문을 열고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그녀는 무언가 평소와 다른 모습에 잠시 위화감을 느꼈다. 잠시 사무소를 살펴보던 그녀는 이내 위화감의 원인을 깨닫고 뭔가 능글능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무원에게 물었다.
"어라? 치히로, 시부린은."
"후후, 린쨩 말이지."
미오에게 조용히 따라오라 말한 치히로는 그대로 사무소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녀의 모습에 무언가 좋은 건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챈 미오는 치히로와 똑같이 능글능글한 미소를 띄운채 치히로가 사라진 사무소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새액-새액-"
그곳에는 소파에 앉아 서로에게 몸을 기댄채 잠들어 있는 린과 프로듀서의 모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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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린에 모에하고 있었을 뿐인데 짧지만 글이 하나 나오더군요.
하고 싶은 말은 하나 뿐입니다.
시부린, 나다! 결혼해주라!
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시부린 귀엽구나~!
프로듀서의 고생을 알아주는 시부린이 기특합니다.
프로듀서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도 담당아이돌로서 순수하게 축하해줄 것 같습니다~
안습의 짱미오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