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02-10, 2014 23:46에 작성됨.
집으로 돌아온 히비키는 고이 간직하던 햄조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햄조의 시체에 다른 애완동물들이 접근하지 못 하도록 한 히비키는 의자에 앉아 햄조를 바라보았다.
히비키 : 햄조. 너까지도.
문득 히비키는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응시했다. 그러자 오른손이 서서히 변형되기 시작했다. 초록색 안개가 히비키의 오른손을 감쌌다. 그러더니 히비키의 오른손은 쭈그러들더니 조그만 다리 네 개가 솟아났다. 어느새 히비키의 오른손은 히비키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이런 초자연적인 일이 일어나는 동안 히비키는 놀랍도록 침착하게 자기 오른손이었던 덩어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햄스터 : 츄?
초록색 안개가 걷히고 나타난 것은 햄조와 꼭 닮은 햄스터였다. 그 햄스터는 심지어 DNA 단위까지 햄조와 같은 개체였다. 그렇지만 히비키는 새로 생긴 햄스터를 탐탁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히비키 : 자신은 완벽해진 이후로 무슨 동물이든 복제할 수 있게 되었지.
히비키가 눈짓하며 오른팔을 햄스터 근처에 갖다대자 햄스터는 순순히 히비키의 손목만 덩그러니 남은 뼈 위에 올라탔다. 손목과 햄스터를 초록색 안개가 뒤덮더니 햄스터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올랐다. 햄스터의 몸에서는 다섯 손가락이 뻗어나왔고, 손목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히비키 : 하지만, 영혼만은 복제할 수 없다고.
초록색 안개가 사라진 자리에 햄스터는 없어졌다. 절단되었던 히비키의 오른손이 멀쩡하게 붙어있을 뿐이었다. 히비키는 자기 오른손을 구부렸다 펴면서 자기 오른손과 햄조를 번갈아 보았다. 히비키는 의자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갔다. 해질녘 하늘은 노을이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히비키 : 저 광경을 친구들과 같이 보고 싶었다고. 오늘따라 그 때 그 친구들이 생각나네.
히비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침착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765 프로덕션의 동료 아이돌들이 그 때의 히비키를 보면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히비키의 모습 때문에 깜짝 놀랄 것이었다.
히비키 : 일족을 멸종시킨 나를 끝까지 따라줬던 친구들아. 너희는 어떻게 해도 이 우주에서 살릴 수 없어.
히비키는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 완벽하니까!'를 말버릇 삼던 히비키의 평소 모습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었던 무력감이 히비키를 뒤덮은 듯 했다.
히비키 : 하지만. 햄조는 달라. 햄조는 적어도 시체를 남겼다고.
히비키는 결연한 표정을 짓고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어느새 하늘은 보랏빛과 남색이 어우러져 밤이란 외투를 입는 것처럼 보였다. 히비키는 다시 실내로 돌아와 소파 아래에 숨겨진 책을 꺼냈다. 족히 수 백년의 세월을 견딘 듯한 그 책은 양피지로 된 책이었다.
히비키 : 아스모데우스 소환. 이 방법이라면 햄조의 영혼을 다시 불러들여 살릴 수 있을 거라고.
히비키는 자기 손가락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책에 나온 원형 마법진을 자기 피로 거실 바닥에 그렸다. 마신을 소환하는 마법진을 다 그린 히비키는 마신 아스모데우스를 소환하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마법진은 자주색 빛을 내고 있었다.
아스모데우스 : 그대여. 나를 소환하는 대가를 알고도 소환했는가?
마신 아스모데우스는 마법진에서 솟아나듯이 소환되었다. 마신 아스모데우스는 전설과 신화 속 모습과는 달리 아름다운 백발 미녀였다. 마신 아스모데우스는 자신을 소환한 히비키를 굽어보며 근엄하게 질문했다. 그 분위기를 깬 것은 다름아닌 히비키였다. 히비키는 마신 아스모데우스를 구속하는 주문을 외우는 것도 잊고 마신 아스모데우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히비키 : 잠깐? 이 목소리는? 타카네?
타카네(아스모데우스) : 히비키? 어째서? 기이한!!
히비키 : 타카네야말로 기이하다고!! 우갸~~ 어째서 아스모데우스를 소환했더니 타카네가 소환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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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조가 뭉개졌나? - 5(마지막) - 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원작과는 뭔가 달라졌죠? 해피엔딩으로 끝날 겁니다.
어떤 작품을 아시는 분은 필요 없으시겠지만 링크를 참조하시면 이 내용을 더욱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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