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영웅전설 X 765] 은하소녀전설. 1장. 우주력 1305년 1월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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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8, 2014 20:54에 작성됨.

 


우주력 1305년 1월 10일. 06:12 P.M.


공화국 향성(香星) 데모크라테스. 공화국 수도 발스타츠.


 


"--!"


 


P는 호흡이 막히는 듯한 괴로움을 느끼며 눈을 뜬다.


화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면 미나세 사저(私邸)로 가고 있는 장성 전용 군차량 안으로, 방탄처리까지 되어 안전하기로는 그 이상 가는 차량이 없으리라고 단언할 수 있다. 사실 문제는 바깥이 아니라 그의 내부에 있었지만 말이다.


몇 달 전부터 P는 기묘한 꿈을 많이 꾸고 있다. 있을리 없는 전투들, 회전, 누군가의 죽음까지. 경험한 적 없고,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그의 뇌리에 산산이 흩어져 박혀 들어가고 있었다.


오늘 있는 미나세 저택의 파티 또한 마찬가지다. 분명 처음 가는 파티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전에 몇 번이고 경험했었던 것처럼 익숙한 감각이 분명 존재했다.


 


"후우-"


 


P는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낸다. 덜덜 떨리는 손끝을 억지로 라이터의 점화구로 가져가 불을 붙였다. 연기를 쭈욱 들이키자 그제서야 조금 안정이 되어간다. 몸의 떨림이 잦아들자 P는 옆 좌석에 던져져 있던 서류를 집어 들었다.


서류에 적혀 있는 것은 몇몇 아이들의 인적 사항이었다. 누구를 골라야 하나, 하고 P는 고민했다.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젊은 인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낳는다고 하더라도 전쟁에서 죽어가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공화국 군은 죽어간 장병들의 자녀를 다른 군인이 받아들여 기르는 양육제도를 마련했다. 전쟁에 의해 희생된 장병의 자식들은 어떻게든 군이 책임져보겠다- 라는 것이 표면적인 군의 입장이다.


사실 이번 961회랑 전투 이후 죽은 장병들의 자식들, 그것도 수천 수만에 다다르는 아이들을 무책임하게 공공 보육원에 던져 넣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급하게 만들어진 제도지만 말이다.


 


고로, 공화국 군의 수뇌부 중 한명인 P 또한 다른 사령관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음-"


 


여자아이는 꺼림칙하다. P 본인 자체가 여자에게 약한 것도 있지만, 남성 군인이 여자아이를 양자로 받아들였다가 스캔들이라도 터지면 큰일이다. 실제로 최근 양부가 양녀를 성적으로 폭행했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서 떠들어지고 있고 말이다. 물론 P가 그럴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한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P가 여자아이를 양자로 했다가는 파파라치들이 좋아서 날뛰며 스캔들을 조작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사부 신설TF 군자녀양육사업단에서 넘겨준 인적 자료에 여자아이밖에 없다는 것.


 


P는 리스트의 이름들을 주욱 훑었다. 시부야 린. 시마무라 우즈키. 아나스타샤. 카미야 나오. 사기사와 후미카.


 


다들 이제 열에서 열 둘 정도 되는 어린아이들로, 아직 홀로 서기에는 무리가 있는 나잇대의 꼬마들이었다. 남녀성비가 완전히 불균형해졌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이들의 성비까지 이렇게까지 엉망일 줄이야. P는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눈살을 찌푸렸다.


 


"( >>3 )로 할까-"


 


누구를 키우든 일단 맡은 이상 전력으로 아이를 양육할 생각이다. 그러니 감이 꽂히는 아이로 키우기로 했다.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문제도 아니고, 이럴 때는 오히려 직감이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스캔들이야 어떻게든 막아내면 되겠지.


 


적당히 양육신청서 양식을 작성하고 창밖을 바라본다. 저물어가는 노을 저편으로 화려한 빛으로 장식된 미나세 저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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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력 1305년 1월 10일.


미나세 사저(私邸).


 


자유민주행성공화국 의회 의장, 미나세 이오리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세련되고 팔랑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회장을 거닐며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최근에는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이 이어졌다. 자유당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던 정부와 각 부서의 인사들을 자유사회당 중심으로 바꾸어 나가면서 군부에도 손을 뻗어 그쪽 인사에도 관여를 해야 했다. 덕분에 신임 사령관 중 두 명 정도는 자유사회당 측 사람으로 채워 넣을 수 있었지만, 한 명은 어쩔 수 없이 자유당 인사가 자리하게 되었다.


뭐, 그래도 지금까지 있었던 자유당의 일당 독재체제를 생각해보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성과다. 지금도 따지고 보면 그 업무의 일환으로 각 계층의 인사들과 이름을 나누는 중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거닐며 인사를 하던 와중, 이오리는 눈에 잘 안 띄는 테라스에 홀로 숨어 있듯 서 있는 한 명의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피식, 하고 자그맣게 웃으며 이오리는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 변태 씨."


"누가 변태라는 겁니까, 누가."


 


테라스의 남자-, P가 뒷통수를 긁적이는 것을 보며 다시 한 번 피식 웃는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런 화려한 파티를 싫어하는 남자다.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의 계급이 스물넷의 대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과 7년 만에 중장까지 올라 군부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의장 각하씩이나 되시는 분이 구석진 테라스에서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어서 가서 다른 분들과 인사나 하시죠."


"어라? 내가 귀찮은 거야?"


"네, 그렇습니다."


 


P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이오리가 부루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나는 이래뵈도 공화국 최고의 미녀 중 한 명이라고? 나랑 이야기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쉽게도 전 보통 남자들이랑 달라서 말이죠."


"아이돌로 치면 헤비급 수퍼 아이돌인 이오리님이라고? 좀 받들어 모시는 게 어때?"


"귀찮습니다. 어여 어여 가주세요. 의장 각하가 여기 있으면 사람들이 몰려온단 말입니다."


"정말, 어린애 취급이나 하고-"


 


올해 생일이 지나면 스물 둘이다. 내가 중학교 때 처음 P를 만났다손 치더라도,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어린애 취급인 것은 너무하다. 그렇게 생각한 이오리의 이마에 사거리가 달렸다.


 


"네에네에- 수퍼 아이돌 이오리님- 어여어여 가주세요- 으악! 갑자기 걷어차시면 어떻게 합니까!"


"짜증나. 에잇!"


"으악! 잠깐, 그, 그만! 그만 하세요, 의장 각하!"


"야, 너! 어디 가는 거야!"


 


이오리가 딱딱한 굽으로 정강이를 걷어차자 P가 작게 비명을 지르며 테라스에서 도망치듯 사라졌다. 당장이라도 뒤를 쫓아 달려갈 생각이었지만, 길을 딱 가로막는 한 중년 남성에 의해서 이오리는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오늘도 좋은 분위기시군요, 의장 각하."


"아. 타카기 총사령관. 파티는 즐기고 계신가요?"


"뭐, 똑같습니다."


 


좋은 분위기라며 은근슬쩍 찔러보는 타카기의 말을 무시하며 이오리가 답했다. P와 장난치는 모습을 들켜 내심 무척 당황하고 있지만, 겨우 그 정도로 감정이 드러날 만큼 정치생활을 헛한 것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타카기 총사령관, 군의 개편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타카기로 좋습니다. 그것보다, 개편 관련한 일이라면 정부와 의회에 항상 가장 먼저 보고하고 있습니다만? 재밌는 사람들도 두 명 정도 들어왔고 말입니다."


 


자기사람까지 심었으면서 묻지 마란 소리다. 역시 구렁이들은 상대하기가 껄끄러워. 그렇게 생각하며 이오리는 호호 웃었다.


 


"그런가요? 그 사람들은 마음에 드시나요?"


"최소한 전임자들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진짜배기인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후후-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군요."


 


싱긋 미소짓는 이오리가 화답하자 타카기도 허허롭게 웃었다. 그래도 뭐. 이 사람은 최소한 무능하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이오리는 타카기에게 웃음지었다.


 


"카르나하트 국방통수본부장은 어떻습니까?"


"이번 기회에 목을 쳐버리고 싶었는데 말이죠. 역시 늙은 여우는 만만치 않더라구요. 다음을 기약해야겠어요."


 


이오리의 어조는 대단히 날카로웠다. 생각하는 것조차 질색이라는 투였다.


 


공화국의 권력 체계는 국회와 국방통수본부, 그리고 민주행정집행본부로 나뉜다.


원래는 국방통수본부가 아니라 사법부가 더 강력한 권력을 보유했었다. 그러나, 기나긴 전쟁을 통해 여러 비민주적인 행위들이 용인되면서 헌법적 질서가 흔들리고, 그에 따라 헌법에 기반을 두는 사법부 또한 권력이 약화된 것이다.


지금에 와서 사법부는 권력자들의 의견을 정당화하는 기구의 하나로서의 역할 정도밖에 수행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국방통수본부의 장관을 맡고 있는 것이 에르빈 카르나하트다. 그가 국방통수본부장으로 취임한지 벌써 20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여러가지 말도 안 되는 변명들을 들이대며 장관직을 잡고 놓지를 않는 것이다. 이번 패전의 원인 또한 교묘하게 자신의 책임은 없는 것으로 하고 메타슈비츠 전 총사령관과 젠트라다 전 총참모장이 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론을 몰아갔다. 덕분에 그 두 사람은 본인 뿐만이 아니라 가족마저도 여론에 의해 짓밟혀버렸고.


혐오감마저 일어나는 카르나하트의 행위를 되새기며, 이오리는 빠른 시일 내에 그를 잘라내리라 마음먹었다.


 


"허허. 알겠습니다.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시길."


"...!"


 


직접적으로 그녀의 손을 들어주겠다고 말하는 타카기의 말에 깜짝 놀란 이오리는 입을 다물었다. 통수본부를 통한 것이 아니라 군부에서 직접적으로 정치에 개입할 생각인가? 아니야. 타카기 총사령관은 지금까지 정치적 색채를 전혀 띄지 않은 중립적 인물이야. 그런데 어째서 이제 와서...


 


"공화국의 위기 상황이니까요. 미나세 의장 각하는 조금 더 표정관리를 하셔야겠습니다."


"...이게 다 타카기 씨가 갑작스럽게 그런 말을 하시니까 그런 거잖아요."


 


이오리가 툴툴댄다. 마음을 어느 정도 열어주겠다는 표시를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타카기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캐치했다. 서로 슬쩍 눈짓을 하고 이오리는 목례했다.


 


"저는 이만, 타카기 씨. 파티를 천천히, 즐기시길 바랍니다."


"아아. 고맙습니다, 의장 각하. 다음에 또 뵙지요."


 


이오리는 어느새 다가온 이그니스 3함대 사령관과 담소를 나누는 타카기를 뒤로 하고 회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회장 안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끌시끌거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호시이 미키 4함대 사령관이었다.


평소에 반짝반짝하는 것, 아니면 평생 잠을 자는 게 꿈이라는 말을 하고 다니는 미키다. 이런 파티장에 오면 항상 가장 중심에서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할지도 몰랐다. 아마 아이돌이 되었다면, 그 쪽 업계의 역사를 뒤집을 만큼 뛰어난 인재가 되었겠지.


 


"후우-."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이것도 저것도 다 전쟁 때문이다. 지나치게 장기화된 전쟁 때문에 너무 많은 남자들이 죽었다. 지금 공화국의 성비는 남녀 3:7 정도로, 의회에서 일부다처제를 승인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불균형이 심화됐다. 그렇게 남자들이 줄어든 탓에 여자들이 전쟁에 동원되었다.


 


뿐만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우주함대의 중핵을 차지할 정도로 노장계층이 사라졌다.


미키의 경우에는, 전쟁 통에 부모님을 잃고 갈 곳이 없어 사관학교에 입학했다가 재능을 발견한 케이스다. 사실 그 재능이 군략뿐만이 아니라 노래나 춤 같은 예술 쪽에서도 가히 천재적이라는 특징도 있지만.


 


"아앗! 마빡짱인거야!"


"마빡짱이라고 부르지 마!"


"에에! 아- 맞다, 공석에서는 의장 각하라고 부르라고 했지- 미안미안!"


"좀 참아달라구-"


 


미키가 그녀의 머리색과 같은 화려한 금색 드레스를 입고 이오리에게 다가간다. 공화국 최고의 미녀 두 명이 한 자리에 서자 마치 회장 안에서 빛이 나는 듯한 시각적 효과가 겸해서 나타난다고 생각할 정도로, 사람들은 벙-하니 시선을 그곳에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오리가 생각한 것은 전혀 달랐다.


 


'저 가슴은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이오리의 가슴은 절대로 작은 것이 아니다. 어느 의미 평균보다도 상당히 큰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의 흉부와 비교해도, 미키의 가슴은 상상을 초월한 크기였다. 그래, 저 정도면 얄미운 미우라 아즈사와도 맞먹을 정도-


 


"큿!"


"어라? 마빡짱 가슴 본 거야? 헤에- 그러고보니 제국에도 가슴 컴플렉스를 가진 여군이 있다고 들었는데-"


 


미키가 이 이야기를 할 때 제국에서 키사라기 제국군 총사령관이 큿! 이라고 외친 것은 아마 기분탓일거다.


 


"있잖아, 마빡짱 가슴도 더 클 거라고 생각해?"


"이제 스물 둘이라구. 나는 내 가슴 크기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더 커질 필요는 없어. 그것보다 미키가 이상한거야. 애초에 그렇게 가슴이 크다는 게 말이 돼--랄까, 어째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야!? 그것도 공석에서!?"


"마빡짱 얼굴 빨개져서 귀여워-!"


"놀리지 말라구! -어휴, 정말...."


 


이오리가 한숨을 내쉬자 싱글싱글 미소지으며 미키가 말을 걸어왔다.


 


"미키 이만 가보는 거야! 더 춤을 춰야 하는거야!"


"알았어, 미키. 나중에 보자구."


 


크게 손을 흔들며 사라진 미키를 바라보던 이오리가 시선을 돌리자, 여전히 회장 한 쪽에서 숨어있는 P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묘하게 자꾸 그가 눈에 밟힌다는 생각을 하며 이오리는 날아갈 듯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를 향해 다가갔다.


 


"잠, 잠깐, 아미! 마미! 그만하라구! 과년한 여자아이가 이러면 안 돼!"


"에잉- 오빵- 그러지 말고 놀장- 같이 춤추자궁!"


"그러니까 난 사관학교 교양 수업에서도 춤은 F를 맞은 사람이라니까! 저기서 춤췄다가는 못 볼 꼴을 보이게 돼!"


 


그러나 그 발걸음이 뚝, 하고 멈춘다. 자세히 다가가보니 P는 혼자 있지 않았다. 옆에 있는 똑같이 생긴 여자들은- 아아, 그래. 쌍벽(雙璧) 후타미 자매였다.


 


"응훗후- 알았어, 오빵! 그러니까 같이 춤추자!"


"어이-!"


"걱정 말라궁- 천장의 얼룩을 세고 있다 보면 끝날 테니까!"


"천장의 얼룩을 세면 넘어지잖아! 그리고 여기서 말할 대사가 아니라고-- 잠까아아안!"


 


그렇게 끌려 나간 P가 후타미 자매의 동생쪽- 아미와 춤을 추다가 옆사람들과 쿵쾅쿵쾅 부딪히는 것을 본다. 한심하다는 생각보다, 그녀와도 안 춰주는 춤을 왜 후타미 자매와는 추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어머어머. 미나세 의장님 아니세요?"


"---미우라 아즈사 야당 대표님. 별고하셨는지요."


"후후. 덕분에."


 


잠깐 의표를 찔린 탓에 당황했지만, 금새 마음을 가다듬고 답한다. 아즈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어딘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한 쪽 손을 볼에 대며 싱글거리고 있었다.


 


"이런 즐거운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고 있답니다. 한동안 없었는데 말이죠."


 


961회랑에서 패전한 이후로 반년 동안 여론을 봐서라도 아무도 연회를 열 생각을 못했는데 잘도 스타트라인을 끊었다는 소리다.


 


"그러게요, 정말 왜 그랬을까요."


 


그게 다 누구 탓인데. 라고 이오리는 돌려서 이야기했다. 정확히는 다 자유당이 멋대로 961회랑 출병지시를 내려서 그렇게 된 것 아니냐, 라는 의미다.


 


"후후후-"


"오호호-"


 


두 사람 사이에 번갯불이 튀는 것 같은 착각이 일지만, 어디까지나 착각일 것이다.


F91의 가슴을 출렁이며 부드럽게 웃는 미우라 아즈사를 보며 이오리는 이를 갈았다. 옛날부터 이 여자는 이런 식이었다. 아직 이오리가 의원 한 명분의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였다. 아즈사는 심심할 때 이오리에게 다가와서는 거슬리는 멘트를 몇 개씩이나 날리고는 했다. 그것은 이오리가 의장이 되고 나서도 전혀 변함이 없었다.


 


“후후. 그러고 보니, 요즘 군 병참부 쪽에서 재미난 소문이 들려오던데 말이죠.”


“글쎄요, 과연 어떤 소문일까요.”


“병참부에서 마약을 밀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어머나, 그런 일이 있을까요.”


 


이오리는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는 여유를 가장했다.


BNI(Bureau of National Intelligence, 국가정보국)이나 국방통수본부 쪽에서는 아무런 보고가 없었다. 하지만 아즈사는 알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수십 명의 인사교체를 이뤄냈지만 아직도 BNI와 국방통수본부는 이오리와 가깝기보다는 아즈사와 가깝다는 것이다.


이오리는 자유당이 얼마나 공화국 깊숙하게 뿌리 깊게 자리 잡았는지를 깨닫고는 속으로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뿐만이 아니다. 병참부에서 마약을 밀매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병참부는 공화국군 전체에 보급을 담당하는 부서다. 공화국군 전체라는 말은 곧 공화국 전체라는 말과 동일하다.


공화국 전체에 마약이 퍼지고 있다---


이오리는 그 사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냥, 재미있는 소문일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러기를 바래야겠네요.”


 


BNI 이외에도 정보부서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오리는 아즈사에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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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데 딱히 선정 안 되면 랜덤으로 찍어서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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